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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해인아, 빵 사왔다!

해인아빠
입력일 2022-12-06 수정일 2022-12-06 발행일 2022-12-11 제 3322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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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초등학교 5학년 끝 무렵을 보내는 딸 해인이가 올해 한창 유행한 OOO 빵이 먹고 싶다며, 친구들이 그 빵 안에 있는 스티커를 모으는 것을 보고 부러워한 나머지 어느 날 내게 사달라고 SOS를 쳤다.

“아빠, 오늘 들어올 때 OOO 빵 사와.”

“네가 웬일이냐? 아빠한테 먼저 말을 다 걸고?”

“그거 요새 엄청 구하기 힘들어. 쉽지 않을걸?”

“야, 아빠가 그깟 빵 하나 못 살 것 같아? 저녁에 당장 사 올게.”

일찍 사춘기가 와서 언제부턴가 엄마하고만 놀고, 어렸을 때는 그토록 좋아하던 이 아빠와는 대화도 점점 줄어들고 있던 시점이라 ‘이럴 때 점수나 따볼까?’라는 생각으로 다음날 퇴근하면서 매점, 편의점 등을 4~5군데를 돌았지만, 이게 웬걸? 사기는커녕 구경하기도 힘든 게 아닌가?

그때 당시만 해도 빵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마냥 쉽지 않던 때였다. 그걸 모르고 손바닥 뒤집듯 쉬울 줄만 알았던 내가 빈손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아이는 당연히 못 사 올 줄 알았다며 제 방으로 휙 들어가 버렸다.

‘아이에게 점수 딸 수 있는 얼마 만의 기회인데…’ 하며 오기가 발동, 그날부터 나의 빵 구하기가 시작되었고 마트 면 마트, 편의점이면 편의점. 돌아다니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발품을 팔았다.

처음 가까스로 구해서 집에 들어가는 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큰 기대를 하지 않던 아이가 어찌나 좋아하던지 그때 그 순간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헐~ 아빠, 이거 어디서 구했어? 아무리 찾아도 구하기 힘든데?”

“인마, 아빠가 구해온다고 했지? 아빠 오늘 몇 점이야?”

“음~~ 90점?”

“야, 왜 90점이야?”

“계속 사 오면 100점 줄게.”

하고 또 휑하니 자기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작은 빵 하나 사줬는데 저렇게 좋아하는 걸 본 그 이후 나의 ‘빵 구하기’는 계속되었고, 그러는 동안 우리 딸은 반에서 스티커를 가장 많이 갖게 되었다. 근 4개월여 동안 함께 자전거 타고 인근 마트도 함께 돌아다니고 이른 아침부터 줄도 서면서 대화도 점점 늘었고, 지금은 어느새 스티커를 다 모으게 되었다.

좋아하는 걸 같이 해주니 아이도 예전으로 다시 많이 돌아왔다. 아직은 12살…. 더 크면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 것이기에, 아이가 더 크기 전에 함께 좋은 시간, 좋은 추억 많이 쌓아야겠다는 것을 새삼 다시 느꼈다.

“해인아, 이제 다 모았다. 아빠 이제 100점이지?”

해인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