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 선종]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의 신앙과 신학 (상)

조한규 베네딕토 신부,가톨릭대학교 교수
입력일 2023-01-10 수정일 2023-01-10 발행일 2023-01-15 제 3327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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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톨릭적인 것이 그리스도교 본질” 신학의 방향성 제시
그리스도를 중심에 둔 성 아우구스티노 교회론에 바탕
전 세계 가톨릭교회 신앙·신학 올바른 지향점 찾고 조정
교회 전통·정통적인 가르침 심오하고 명쾌하게 해석해

2022년 12월 31일 선종한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은 265대 교황이기에 앞서 그리스도와 교회라는 주제를 늘 주된 관심사로 두었던 탁월한 신학자였다. 가톨릭대 조직신학 교수 조한규(베네딕토) 신부가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의 신앙과 신학을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은 가톨릭교회가 당면한 현실적인 문제들에 관심을 두고 그리스도론에 기반한 교회론을 전개했다. CNS 자료사진

가장 가톨릭적인 신앙인, 신학자

지난 2022년 마지막 날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께서 선종하셨다. ‘선종’(善終)이 ‘착하게 살다가 복되게 마치다’라는 뜻, 즉 하느님 말씀에 따라 올곧게 살다 간 사람의 죽음을 의미한다면 이 단어는 베네딕토 16세 교황께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베네딕토 16세는 2005년 로마 가톨릭교회의 제265대 교황으로 선출되셨고, 2013년 교황직에서 스스로 물러나셨으며, 이후 ‘은퇴 교황’(Papa Emeritus)으로 사셨다. 이분의 세속 이름은 요셉 알로이시우스 라칭거(Joseph Aloisius Ratzinger)이고, 교황이 되시기 전에는 ‘신앙교리성 장관 라칭거 추기경’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교황님은 1927년 4월 16일 성토요일 아침 독일 바이에른 남동쪽 마르크틀 암 인이라는 지역에서 2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나셨다. 이 지역은 물론 교황님의 가정 분위기는 가톨릭의 전통과 신앙으로 가득했다. 평생 동반자였던 형 게오르그 라칭거와 함께 1951년 사제품을 받았다. 젊은 신학자 라칭거의 박사학위 논문 주제는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교회론」이었는데,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신학 사상과 삶은 라칭거 삶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자 방향이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에게 신학과 신앙의 중심은 언제나 예수 그리스도였다. 성인에게 예수님은 성경과 성전이 가리키고 있는 가장 구체적이고 보편적인 진리 자체이시고, 그리스도이시며 이 땅에 오신 하느님의 아들이시다. 예수님이 그리스도이자 하느님의 아들이라 믿는 것(참조 요한 20,31)이 참된 그리스도교라고 성인은 확신했다.

이러한 ‘그리스도 중심적인’ 아우구스티노의 사상은 라칭거의 삶과 신앙과 신학에서도 항상 출발점이자 중심이자 결론이었다. 라칭거는 주교 문장에 ‘진리의 협조자’(Cooperatores Veritatis)라고 새기셨던 것처럼, 진리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믿고 사랑하며, 그래서 그분의 협조자가 되는 것이 당신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여정이었다.

신학자였던 젊은 라칭거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당시 독일 쾰른교구장 프링스 추기경의 ‘신학자문’(Peritus)을 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1962년부터 1965년까지 열린 제21차 보편공의회,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통해 가톨릭교회는 크게 두 가지 방향을 지향했다. 첫째는 교회에 맡겨진 진리를 오늘날 세계에 알맞게 선포하기 위한 노력이고, 둘째는 교회가 초기 교회의 순수한 열정으로 돌아가기 위해 성경과 교부들 가르침을 연구하고 받아들이는 노력이었다. 이를 ‘금일화’(今日化, 쇄신하기 Aggiornamento)와 ‘원천회귀’(Resourcement)라고 하는데, 이 두 가지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근본정신이라 할 수 있다. 라칭거는 공의회를 통해 변화하고 있는 세상과 교회를 목격하였고, 자신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였으며, 관련된 수많은 글을 쓰고 책을 출간했다.

젊은 신학자 시절 라칭거의 글은 매우 학문적인 동시에 개혁적이었으며 날카로운 제언들이 많았다. 그러나 주교 서품에 이어 독일 뮌헨-프라이징대교구의 교구장 임명, 추기경 서임 과정을 거친 후 라칭거 신학에 있어 학문적인 깊이는 여전했으나, 이제는 날카로운 비판 대신 보다 교회적인 경향으로 바뀌었다. 가톨릭교회가 당면한 현실적인 문제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모습이었다. 특히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교황청 신앙교리성(현 신앙교리부) 장관으로 임명된 이후에는 전 세계 가톨릭교회의 신앙과 신학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젊은 신학자 시절은 물론 교황 재임 시 바쁜 와중에도 평생에 걸쳐 수많은 저술과 강연을 했다. 그분이 생전에 출간한 책만 해도 140여 권이 넘고, 각종 발표문 및 기사가 2000여 편이 넘는다. 대표 작품으로는 「그리스도 신앙 어제와 오늘」(1968), 「종말론」(1977), 「나자렛 예수」 1, 2, 프롤로그(2007-2012) 등이 있다. 그리고 교황 재임 시절 중요한 회칙 3개를 반포하셨는데, 「하느님은 사랑이시다」(Deus Caritas Est, 2005), 「희망으로 구원된 우리」(Spe Salvi, 2007), 「진리 안의 사랑」(Caritas in Veritate, 2009)이다.

독일에서 박사과정을 하며 이분의 신학과 사상을 제 박사 논문 주제로 삼았기에, 책들과 각종 글을 거의 다 읽었다. 이전에 간혹 교황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 중 일부는 이분을 단순히 ‘보수적이다!’라고 너무 쉽게 단정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온전히 맞는 말도 아니다. 라칭거 혹은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자신의 신앙과 신학에 있어 항상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에 모시고 살려고 노력한 분이고, 언제나 그리스도의 현존을 ‘지금 여기에’ 현재화하려고 노력하는 가톨릭교회를 너무나 사랑하셨던 분이다. 그리스도와 교회라는 주제가 라칭거 신앙과 신학의 주된 관심사였고, 그리스도론과 교회론, 즉 그리스도론에 기반한 교회론을 전개하는 것이 라칭거 신학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라칭거(베네딕토 16세 교황)는 가톨릭적인 것과 그리스도교적인 것을 동일시했다. 다시 말해, 가장 가톨릭적인 것이 그리스도교의 본질과 동일하다고 확신했다. 그는 매우 가톨릭적인 신학자이고 신앙인이었다. 가톨릭적인 것이란 바로 이것이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이 강조했던 것처럼 그리스도교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언제나 신앙과 진리의 중심이 되는 것, 이에 근거해서 그리스도의 현존을 보존하고 현재화하는 교회의 중요성과 필연성이 강조되는 것이 가톨릭적인 것이다.

‘그리스도교에서 예수님을 중심에 두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묻는 분이 적지 않으시겠지만, 가령 다른 식으로 묻거나 설명하면 엉뚱한 대답을 하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교회는 언제 시작되었나요?’, ‘교회란 무엇인가요?’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답할 것인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교회의 시작과 기원을 삼위일체 하느님에서 찾고, 특히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 생활 때 교회는 시작됐다고 가르친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열두 사도 안에, 특히 그중 으뜸인 베드로 위에 이 땅에 세우신 새로운 하느님 백성이다.(참조 마태 16,18-19).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공생활과 십자가를 통해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시작되었고, 성령강림을 통해 완성된 것이다. 또한 공의회는 교회가 하느님 백성이고, 그리스도의 몸이며, 구원의 보편적 성사라고, 즉 ‘그리스도의 몸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하느님 백성’을 교회라고 규정한다. 라칭거의 신학은 이러한 교회의 전통적이고 정통적인 가르침을 심오하게 그리고 명쾌하게 해석한다.

예수님이 그리스도이시고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고백과 믿음이 그리스도교의 본질임을 라칭거는 확신한다. “예수는 참으로 하느님을 풀이해 주고(aus-gelegt = 펴놓다, 해설하다), 신을 그 자신에서 이끌어 내었다. 요한의 첫째 서간이 더 노골적으로 말하듯이 우리가 하느님을 보고 만질 수 있게 해 주어 일찍이 아무도 보지 못한 자가 우리의 역사적 감촉의 대상이 되게 하였다. 언뜻 보기에는 이것이야말로 계시의 극치, 신의 발로의 극치인 듯하다.”(「그리스도 신앙 어제와 오늘」, 57쪽).

조한규 베네딕토 신부,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