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202. 복음과 사회교리(「간추린 사회교리」 579항)

입력일 2023-01-16 수정일 2023-01-17 발행일 2023-01-22 제 3328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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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서로에게 의미 되어줄 때 희망 잃지 않아

성장을 위해선 개인의 노력과 더불어 공동체라는 관계망이 필요하다. 공동체란 단순한 집합체가 아니라, 서로에게 도움과 의미가 돼 줄 때 진정한 공동체가 된다.

안 선생님: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려선 안 돼. 단념하면 바로 그때 시합은 끝나는 거야.

정대만: 안 선생님!! 농구가 하고 싶어요….(「슬램덩크」 중)

■ 도전과 성장

만화 「슬램덩크」 중 안 선생님과 정대만의 대화입니다. 실의로 방황하고 비뚤어진 정대만이 안 선생님을 만나 마음을 여는 장면입니다. 이 작품은 농구를 소재로 1990년대 한국과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초보자임에도 끈기와 열정을 가졌던 강백호, 열악함 속에서 꿈을 위해 노력하는 채치수,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정대만 등 작중 인물들은 농구를 사랑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힘든 시련과 도전 속에서 그들이 성장하는 모습은 무척 감동적입니다. 또한 많은 등장인물들은 모두 비중 있는 역할을 합니다. 작중 농구선수들, 강백호와 그의 친구들과 라이벌들까지도, 저마다의 개성과 고유성으로 서로에게 의미와 기회, 힘과 용기가 돼주며 함께 성장해 나갑니다.

■ 인내와 공동체

인생에서 성장은 중요한 화두입니다. 가톨릭 사회교리도 인간과 단체, 사회와 경제, 우리 인식과 내면의 성장을 자주 언급합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두 가지는 개인의 인내로운 노력과 공동체라는 관계망입니다. 초심과 선의를 잃지 않고 목표를 위해 견디고 노력하는 것이 인내입니다. 「슬램덩크」의 인물들은 대단한 사람처럼 보여도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다만 두려움에 맞서 도전과 인내를 통해 성장해 갑니다.

그리고 공동체입니다. 공동체란 단순한 집합체가 아닙니다. 서로에게 도움과 의미가 돼줄 때 진정한 공동체가 됩니다. 작중에서 농구에 서툴렀던 강백호가 친구들을 통해 성장했고, 개성이 강한 동료들이 하나의 목적을 두고 힘을 모았으며, 방황을 겪었던 정대만이 은사였던 안 선생님을 통해 새로운 삶을 시작한 것처럼 말이지요.

■ 넘어진 다음이 중요해!

사회에는 늘 실망과 불협화음이 있고 개인의 삶에도 어려움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그렇다 해서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여기고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오늘날 우리 모두에게 가장 치명적인 질병은 포기와 단념입니다. 불의한 세태에 염증을 느끼고, 시련 속에서 일어서지 못하며 때로는 삶의 의미를 잊어 버립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는 이어집니다.

세상과 사회는 어렵지만 나의 존재는 고유합니다. 그래서 가톨릭교회는 사회가 겪는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우리가 가져야 할 끈기와 인내, 희망을 이야기합니다.(「간추린 사회교리」 579항) 힘들지만 꺾이지 않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어려움 속에서 스스로를 격려해 주고 서로가 서로에게 의미가 돼 줍시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빅터 프랭클 박사의 증언으로 마칩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시련을 겪는 것이 자기 운명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그는 그 시련을 자신의 과제, 다른 것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유일한 과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시련을 당하는 중에도 자신이 이 세상에서 유일한 단 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감사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그를 시련으로부터 구출해 낼 수 없고, 대신 고통을 짊어질 수도 없다. 그가 자신의 짐을 짊어지는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그에게만 주어진 독자적인 기회이다.”(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중)

이주형 요한 세례자 신부 (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