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광주대교구장 퇴임한 김희중 대주교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23-01-16 수정일 2023-01-17 발행일 2023-01-22 제 3328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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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뜻에 맡긴 12년… 마치지 못한 일들 떠오르지만 홀가분해
예수님 기준이 사목 활동의 기준
노숙인 시설 건립 현재도 진행 중
지역 문화유산 보존도 교회 사명
유기 농업 실천 위한 연구소 설립도

평신도 사도직 활성화된 한국교회
신자들에게 굉장히 감사한 마음
초기교회 사랑 실천의 표징 ‘평등’
“평등한 관계 안에서 존중했으면”  

김희중 대주교가 1월 13일 광주대교구청 2층 교구장 집무실에서 광주대교구장 퇴임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대주교는 홀가분하다며 “신자들이 합치된 영성생활과 신앙생활로 믿음과 희망을 가지고 사랑을 전하면 좋겠다”고 강조한다. 사진 박원희 기자

‘주님 뜻대로.’ 사목 표어 그대로 모든 걸 주님 뜻에 맡기고 12년 넘게 광주대교구장으로 사목해 온 김희중(히지노) 대주교가 지난해 11월 30일 퇴임했다. 제9대 광주대교구장으로, 교구 신자들뿐만 아니라 지역민을 포함해 수많은 양떼들을 이끌고, 한국교회를 넘어 세계교회에서도 여러 역할로 믿음과 사랑, 희망을 전해 온 김 대주교, 1월 13일 광주대교구청 2층 교구장 집무실에서 그를 만나 그간의 소회를 들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편하게 떠날 수 있었어”

“홀가분하다고 그럴까요. 막상 퇴임하니까 ‘아, 이게 자유구나. 자유라는 게 이거구나’ 그런 느낌입니다.” 김희중 대주교는 광주대교구장으로 12년간 사목한 여정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문을 뗐다. ‘내가 이렇게 편해도 되나’ 싶기도 하고, 미처 마치지 못한 일들도 떠오르지만, 후임 옥현진(시몬) 대주교가 있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떠날 수 있었다고 밝힌 김 대주교는 “요즘 매일 ‘이슬’을 머금고 산다”고 전했다.

김 대주교는 현재 나주 노안성당 옆에 있는 집에서 지내고 있다. 전임이었던 최창무(안드레아) 대주교가 은퇴 후 지냈던 곳이다. 그 집이 위치한 곳이 전남 나주 노안면 ‘이슬촌.’ 그 마을이 속한 지역 ‘노안’에 대해서도 설명하던 김 대주교는 ‘늙을 로(老)’자에 ‘편안 안(安)’자라며 “나이가 들어서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구 출신 첫 교구장으로서 소통 수월했지만, 부담도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삿짐 정리를 하며 지내고 있다는 김 대주교는 교구장 시절, 교구 출신 첫 교구장으로서 양가감정이 있었다고 밝혔다. 잘 아는 이점이 있기에 사제·수도자·평신도와 소통이 수월했지만, 부담감도 있었다는 뜻이었다.

김 대주교는 그 감정을 이처럼 표현했다. “예언자가 자기 고향에서 대접을 못 받는다고 하잖아요. 다 아니까(웃음). 어떻게 보면 카리스마적인 것도 인정이 안 되고, 기대치도 높을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 것에 따르는 부담감도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지역마다 사고·행동 방식, 문화가 달라서 오해가 생길 수 있는데, 우리 식대로 얘기하면 우리는 ‘근다게~’ 그러면 끝나요. ‘근다게’는 ‘그런다고 치자’, ‘그냥 넘어가자’는 뜻이에요. 그럼 우리로서는 ‘뭐시기’하면 ‘거시기’하듯이 다 이해하는 면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사목하는 동안 소외계층, 지역ㆍ교회 문화 소통 힘 써, 생태와 남북 평화도

특히 김 대주교는 소외 계층과 지역·교회 문화 소통, 생태, 남북 평화 등에 힘써 왔다. 이 점들을 언급하며 김 대주교는 예수님 기준과 말씀에 따른 활동들이었다고 설명했다. 헐벗은 자 등에 대한 배려와 보살핌이 예수님 자신을 보살피고 사랑하는 표시라고 하셨듯이 가장 소외됐다고 볼 수 있는 노숙인을 위한 시설을 로마 ‘에디지오 공동체’처럼 마련해 사회 복귀를 돕고 싶었고 현재도 그 과정이 교구에서 진행 중이라고 김 대주교는 전했다.

박물관 운영 등 지역 전통 문화를 위한 교회 협력·소통에 대해서도 “예수님께서는 사람이 빵만으로는 살지 않는다고 하셨다”며 지역 문화유산 보존도 교회 사명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대주교는 교구 ‘생태환경농업연구소’ 설립 등은 지구를 지키기 위해 연구하고, 일상생활 안에서 이를 생활화하기 위한 내용들이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남북 화해를 위해 김 대주교는 교황청에 가서 ‘한반도 문제는 대화로 해결하자’는 내용의 대통령 친서를 전달하고, 평양 방문 당시 일부러 북한 가톨릭신자들과 전 세계가 TV를 통해 볼 수 있도록 수단을 입고 간 일화 등도 설명했다.

한국·세계교회에서 사목하며 신자들에게 감사

김 대주교는 사목 활동을 돌아보며 한국교회만큼 평신도 사도직 활동이 활발한 교회는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국교회에서는 주교회의 의장 등을 역임하고, 세계교회에서도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 FABC 동아시아지역 대표,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와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 위원 등도 지낸 김 대주교는 “‘내가 가난하기 때문에 너에게 아무것도 줄 수 없다’는 라틴말처럼, 한국교회가 영적으로 성장할 때 세계교회와 나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덧붙여 김 대주교는 아시아교회 중 한국교회가 평신도 사도직 활동을 바탕으로 가장 힘있게 선교 활동을 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매일같이 순교 위협을 느끼면서 사목하고 있는 파키스탄·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교회와 협력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 기반이 돼 주는 한국교회 신자들에게 굉장히 감사하다고 밝혔다.

영성생활과 일상적인 신앙생활 합치하길

이와 함께 김 대주교는 “기도는 간절히”, “영성생활과 일상적인 신앙생활은 합치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교구장 취임 당시 ‘영성생활과 일상생활이 하나되는 신앙공동체’를 만들고 싶다던 김 대주교는 이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기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는 얼마나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는가, 하느님께 매달리는가”라며 “믿음이 있으면 희망도 따라오고, 희망은 실패가 아닌, 포기에서 끝나기 때문에 우리가 그런 생각으로, 믿음과 희망을 갖고 사랑을 실천하자”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김 대주교는 사랑은 여유가 없더라도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초기교회에서 가장 구체적으로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표징이 평등이었고, 하느님께서도 인간을 사랑하셔서 인간으로 오셨다”며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사랑의 출발이고, 수평적인 관계에서만 사랑이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앙 공동체 안에서 신자들이 항상 평등하고 서로 존중, 존경, 배려, 사랑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교회사 공부하며 신자들과 나눌 책 쓸 것

그간 함께한 이들에게 김 대주교는 감사를 표했다. 20년 가까이 광주가톨릭대학교 교수로 지낸 시절을 언급하면서 김 대주교는 가르칠 때 가장 많이 배웠고, 앞으로는 ‘교회사’를 더 공부하며 저술하고 싶다고 밝혔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 학교에서도 교회사를 가르친 김 대주교는 최근 박사 학위 논문을 일부 정리해 책 「요한 크리소스토무스의 사회교리」로 내기도 했다. 공동체성 회복 강화와 정신·문화적 가치 창출의 중요성을 역설한 김 대주교는 이같이 인사했다.

“이제는 마음 편하게 공부하면서 신자 분들과 편하게 교회사 내용을 어렵지 않게 나눌 수 있는 글을 조금 더 써 보고 싶습니다.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해 일조할 수 있다면 더없이 기쁘겠습니다. 그동안 목자로서 걸어온 저의 여정에 사랑과 기도로 동행해 주신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