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글로벌칼럼] (119)성직자 중심의 교회 인력 구조에 반대하는 교황/ 로버트 미켄스

입력일 2023-01-31 수정일 2023-02-02 발행일 2023-02-05 제 3329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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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은 교회 삶과 사목활동에 
‘시노달리타스’ 정착 바라지만
전통주의 추종 성직자도 있어
교회 개혁에 어려움 클 것

“각자 이유는 다르겠지만 예수회의 스파다로 신부 정도 말고 모든 파의 평론가들은 지금의 교황직이 대부분의 측면에서 재앙이라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대실패(catastrophe)다.” 조지 펠 추기경의 말이다.

지난 1월 10일 심장마비로 선종한 펠 추기경의 측근과 추종자들은 그를 ‘훌륭한 지도자’, ‘백색의 순교자’이며 ‘용감한 인물’이라고 칭송한다. 그는 약 1년 전 교회의 모든 추기경들에게 장광설을 담은 서한을 보내 프란치스코 교황을 공격했을 때, 그가 얼마나 용감한지 보여줬다. 그는 ‘Demos’(민중)라는 가명으로 서한을 보냈다. 이탈리아 언론인 산드로 마지스테르는 펠 추기경 선종 후 이 ‘다음 콘클라베에 관한 메모’의 저자가 펠 추기경이라고 폭로했다. 사실 펠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반기를 든 이들의 주요 지도자였다. 펠 추기경은 조용히 막후에서 다음 콘클라베에서 뽑혀야 하는 교황이 지녀야 할 덕목에 대해 밝혔으며, 여기에는 ‘정상으로의 회귀’와 ‘신앙과 도덕에서 교리적 명료성 회복’, ‘준법’ 등이 포함됐다.

전통주의자들을 비롯해 특히 젊은 성직자들과 성직을 준비하는 이들이 펠 추기경을 추종했다. 펠 추기경은 이 서한에서 “교황은 신학생과 젊은 사제들로부터 거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를 입증할 일화와 설문조사 결과를 나열했다. 펠 추기경은 “교황청 안에서도 불만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사실은 프란치스코 교황 자신과 교회를 개혁하려는 그의 비전에 큰 문젯거리가 된다. 전 세계 평범한 가톨릭 신자들은 현 교황에게 호의적인 견해를 보인다. 하지만 교회 성직자들의 동참 없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비전과 개혁을 추진하기는 무척 어렵다.

또 펠 추기경은 교황이 ‘그리스도 중심’의 교회 가르침을 물타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펠을 추종하는 성직자들과 전통주의자 분파주의자 신자들도 여기에 동의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회의 삶과 사목활동, 운영에서 영구적인 구성요소가 되길 바라며 도입한 시노달리타스는 상당 부분의 성직자들이 이를 수용하고 지지하지 않으면 뿌리를 내리거나 성공하기 어렵다. 성직자들이 시노달리타스를 실행하도록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진 선택권은 부제직과 사제직 후보자 인력 풀을 늘리는 것밖에 없다.

신선한 방법을 도입할 수 없다면, 다시 고대의 전통으로 돌아가 교회는 독신자뿐만 아니라 기혼자에게도 사제직의 문을 다시 열어야 한다. 또한 여성을 부제로 서품하는 고대의 전통으로 돌아가야 한다. 현 상태로 사제직을 일부의 하느님 백성으로 제한한다면, 독신남성 사제직이 가졌던 고유의 좋은 목표가 무엇이든 효과를 얻긴 힘들 것이다. 후보자군이 너무나도 적고 사제직이 부패한 상황에서 독신남성 사제직 원칙은 폐기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몇몇 추기경과 많은 주교, 대부분의 사제와 신학생의 큰 반대에 부딪힐 게 뻔하다. 이들 대부분은 하느님께서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안에서 세례를 받은 대다수의 다른 사람들과 자신들을 구분하기 위해 만든 특별한 클럽을 온전히 지키려 싸울 것이다.

또 다른 전통주의 대표주자인 로베르 사라 추기경(77)은 베네딕토 16세 교황 장례미사 후 프랑스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성직 모델이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 밝혔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2009년 선포한 사제의 해를 기억한다”고 운을 뗀 사라 추기경은 “당시 교황은 사제 삶의 신학적이며 신비적인 근원을 강조하려 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과 같이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장엄한 폐막 기도회에 대해 회상했다.

“광장은 가득 찼지만 평소와 다르게 가족이나 수녀들은 없고, 모두 남자, 사제들뿐이었어요.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전용차를 타고 광장에 들어서자 모두가 한마음으로 칭송하고 그의 이름을 불렀어요. 남성들이 한목소리로 ‘베네딕토’를 외치는 소리가 어찌나 매력적이던지. 교황도 감동을 받았죠. 단상에 올라 사제들을 바라볼 때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어요. 준비된 연설문이 전달됐지만, 교황은 그것을 한곳에 두고 자연스럽게 질문에 대답했어요. 아주 아름다운 시간이었죠. 지혜로운 아버지가 자녀들을 가르치는 모습이라니. 시간이 멈춘 것 같았어요. 그날 저녁 교황은 사제 독신에 대해 최종 결정을 했고, 오랜 성체조배 후에야 행사가 끝났죠….”

이 중에는 펠 추기경과 사라 추기경을 비롯한 많은 이들의 추종자가 있고, 이들은 또 모두 남자에 사제들뿐. 바로 교회 개혁을 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노력에 가장 강하게 반대하는 이들이다.

로버트 미켄스

‘라 크루아 인터내셔널’(La Croix International) 편집장이며, 1986년부터 로마에 거주하고 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11년 동안 바티칸라디오에서 근무했다. 런던 소재 가톨릭 주간지 ‘더 태블릿’에서도 10년간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