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묵상

[말씀묵상] 연중 제6주일 - 주님 은총에 의지하며 죄를 용서받으십시오

김기현 요한 세례자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영성지도 담당
입력일 2023-02-07 수정일 2023-02-07 발행일 2023-02-12 제 3330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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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독서  집회 15,15-20 / 제2독서  1코린 2,6-10 / 복음  마태 5,17-37
사랑과 의로움 강조하신 예수님
죄 지었다면 주님 앞에 통회해야
하느님의 말씀 읽고 봉사 실천하며
선한 마음과 의지 갖고 살아가길

클로드 로랭 ‘산상설교’. (1656년)

더 큰 사랑으로

구약에서 받은 계명들은 오늘 복음에 나오는 것과 같이 ‘살인해서는 안 된다’, ‘간음해서는 안 된다’, ‘거짓 맹세해서는 안 된다’와 같은 것들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구약의 계명들을 지키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일을 지키는 것이나 간음하지 않고 사는 것, 그리고 살인하지 않는 것들은 그리 어렵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은 구약의 계명에 머물러 살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것은 더 큰 사랑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주일을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하여라’ 하는 것이죠. 또 간음하지 않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부부간의 친밀한 사랑으로 살아가기를 바라십니다. 또 살인하지 않고 재물을 훔치지 않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에게 가진 것을 나누고 베풀기를 바라십니다.

이처럼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계명을 지켰다고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더 적극적인 사랑으로 살아가기를 바라십니다.

더 큰 의로움으로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더 큰 사랑으로 살아가기를 바라실 뿐만 아니라, 더 큰 의로움으로 살아가기를 바라시는데요. 그 구체적인 내용이 오늘 복음에 잘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가르침을 듣는 우리 중에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는 사람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직접 들었던 군중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을 것 같은데요. 예수님은 왜 손이 죄를 짓거든 손을 잘라 버리고, 발이 죄를 짓거든 발을 잘라 버리고, 눈이 죄를 짓거든 눈을 빼어 던져 버리라고 하셨을까요? 예수님 말씀에 어떤 메시지가 있는 걸까요? 크게 세 가지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첫 번째는 반복해서 죄를 짓지 말라는 겁니다. 손이 죄를 지어서 손을 잘라 버리면 다시는 손으로 죄를 지을 수 없을 것이고, 발이 죄를 지어서 발을 잘라 버리면 다시는 발로 죄를 지을 수 없을 겁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강조하시는 것은 손과 발을 잘라 버리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다시는 죄를 짓지 않는 데에 그 강조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죄를 지었다면, 손과 발을 잘라 버렸을 때와 같은 아픔으로 통회하고,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모습이 필요하겠죠.

두 번째는 하느님의 은총에 의지하라는 겁니다. 예수님께서 죄를 지으면 손과 발을 잘라 버리고 눈을 뽑아 버리라고 했는데, 지금 우리 중에는 죄를 지었다고 손과 발이 잘린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그 이유는 죄를 짓고 손과 발을 잘라 버리는 대신, 세례와 고해로 죄를 용서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따른다고 해서 완전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나약한 인간이기에 죄를 지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모습은 죄를 지을 때 고해성사를 보고,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우리 마음과 의지를 변화시키라는 겁니다. 복음에 보면 예수님께서 ‘네 오른 눈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네 오른손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하고 말씀하시는데요. 실제로 우리를 죄짓게 만드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고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마음과 의지에 따라, 손과 발로 선한 일을 할 수도 있고 죄를 지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경주마를 조련하는 어떤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조련사에게 흰 말과 검정 말이 있었는데, 경주할 때 어떤 말이 이길지를 그가 기가 막히게 맞히더라는 것입니다. 그것도 몇 번 맞히는 수준이 아니라, 승률이 거의 99%라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여기에 무슨 부정이나 음모가 있는 것이 아닌가 조사해 보았지만, 아무리 조사해도 그런 것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면 도대체 무슨 이유인지 궁금해서 그 조련사에게 가서 물어 봤다고 합니다. “어떻게 흰 말이 이길지, 검정 말이 이길지 정확히 알아맞히나요?”

그랬더니 조련사의 대답이 웃음이 나올 정도로 단순한 것이었습니다. “경기하기 3~4일 전부터 흰 말에게 먹을 것을 많이 주면 흰 말이 이기고, 검정 말에게 먹을 것을 주면 검정 말이 이긴다”는 것이었습니다.

흰 말과 검정 말이 있듯, 우리 마음에도 선한 마음과 의지가 있고, 악한 마음과 의지가 있습니다. 그러면 선한 마음과 의지가 더 활동적이고 힘을 쓰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당연히 선한 마음과 의지에는 더 많은 영양분을 공급해 주고, 악한 마음과 의지에는 영양분을 공급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더 자주 하느님의 말씀을 읽고 하느님의 몸을 받아 모시고, 또 공동체 안에서 작은 나눔과 봉사를 실천해야 하겠죠. 그래야 손과 발이 죄를 짓지 않고 하느님의 일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김기현 요한 세례자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영성지도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