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기형·골절로 고통받는 렝군

염지유 기자
입력일 2023-02-21 수정일 2023-02-21 발행일 2023-02-26 제 3332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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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무너지는 몸… 다시 일어서고 싶어요”
기형이었던 다리 한국서 수술
7년 만에 골절로 다시 누워
가족들은 케냐서 난민살이
생활비와 병원비 모두 막막

렝이 1월 23일 대퇴부 골절 후 응급실에 누워 있다. 맑은무지개센터 제공

“11년 동안 앉은뱅이로 살았던 아이예요. 이제야 다른 친구들처럼 자유롭게 움직이고, 꿈꾸며 살려고 하는데 이렇게 다시 주저앉게 되니…, 정말 안타깝습니다.”

남수단 소년 렝 가랑 렝(니코데모·19)은 선천성 다리 기형으로 11살까지 걷지도 서지도 못한 채 바닥을 기며 살았다. 남수단에 파병된 한빛부대 의료팀이 렝의 사연을 듣고, 한국에서 무료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2015년에 입국해 강남세브란스에서 세 차례에 걸쳐 다리 수술을 받은 렝은 비록 불안정한 모습이지만 홀로 서고, 걷게 됐다.

렝의 보호자로 함께 한국에 온 사촌 형 존 아위엔 렝(30)은 렝과 이역만리 한국에 남기로 했다. 가족들 때문이다. 렝의 아버지는 남수단 내전으로 숨졌다. 렝과 존이 한국에 있을 때, 남은 가족들은 전쟁을 피해 케냐로 넘어가 난민 신세가 됐다. 렝의 어머니와 동생 여섯, 존의 아내와 자녀가 케냐에서 한 집에 살며 겨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존은 뜨거운 유리 공장에서 일하고, 공사판에서 벽돌을 나르며 돈을 벌었다. 외국인 노동자라 하루 아침에 잘리는 일이 부지기수였지만, 렝을 보살피고 가족에게 돈을 보내기 위해 갖은 수모를 참아냈다.

하루하루가 버거운 이들에게 고난이 찾아왔다. 지난해 4월, 렝이 달려오는 오토바이를 급히 피하다가 넘어져 오른팔이 부러진 것.

렝은 어린 시절 앉은뱅이 생활을 한 탓에 뼈가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 19살 나이에 키가 150㎝, 몸무게는 40㎏도 안 될 만큼 뼈가 지나치게 얇고 약해 작은 충격도 골절로 이어진다. 팔도 다 붙지 않았는데 1월에는 놀이터에서 넘어져 대퇴부가 골절됐다. 출혈이 심해 급히 수술을 받아야 했다. 주머니 사정 생각할 틈도 없이 수술대에 올랐지만, 수술비 1500만 원을 갚을 길이 보이지 않는다.

이주노동자지원센터 김포이웃살이와 맑은무지개센터의 도움으로 렝은 현재 서울 답십리 하늘병원(원장 조성연 요셉)에 머물고 있다. 퇴원 후 재활 치료도 암담한데, 다리 수술 전 신체 검사에서, 렝의 신장이 손상돼 있어 단백질과 칼슘을 흡수하지 못한다는 진단까지 받았다. 뼈가 약한 렝에게는 치명적이라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재활 치료도 사치인 이들에게 신장 치료는 넘어야 할 또 하나의 높은 산이다.

난민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교회 단체에 머물던 둘은 지난해부터 25만 원짜리 집을 구해 살고 있다. 월세도 내고 가족도 먹여 살리려면 하루 빨리 일을 해야 하지만, 존은 혼자 움직일 수 없는 렝을 간호하느라 일을 하지 못해 애가 탄다.

렝은 아득한 상황에서도 구김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하느님은 늘 저에게 희망을 보여주시는 분이에요. 신부님과 수녀님, 하늘병원 원장님처럼 저를 도와주시는 분들도 만나게 해주셨고요.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고 돈도 벌어서 고생하는 가족을 안전하게 살게 해주고 싶어요. 저를 도와주신 분들에게 은혜도 꼭 갚을 거예요.”

어린 시절처럼 주저앉아 있는 렝에게는 다시 한번 붙잡아 일으켜 줄 수 있는 손길이 간절하다. 김포이웃살이 오현철 신부(프란치스코)는 “렝이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가톨릭신문 독자분들께서 기도해 주시고 도와주신다면 너무나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성금계좌※

우리은행 1005-302-975334 / 국민은행 612901-04-233394

농협 301-0192-4295-51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모금기간: 2023년 2월 22일(수)~2023년 3월 14일(화)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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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지유 기자 g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