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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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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살이 외로움…모국어 미사로 위로받아요”

중국 신자들과 세례를 희망하는 중국인들이 모국어로 신앙을 나누는 자리가 이어져 오고 있다. 직암선교후원회는 2월 8일 중국인과 한국인 신자와 15명과 함께 수원교구 제2대리구청에서 중국어 미사를 봉헌했다. 중국어 미사는 2013년 중국에서 귀국한 김동원 신부(비오·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원장)가 당시 주임을 맡았던 오전동본당 차원에서 중국어 미사를 봉헌한 것에서 시작됐다. 이후 2023년부터 직암선교후원회가 매달 둘째·넷째 주 주일 중국어 미사를 이어오고 있다. 중국어 미사는 매월 둘째 주에는 동리춘 신부(베드로·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넷째 주에는 정석화 신부(베드로·교구 홍보국 부국장)가 각각 집전한다. 미사에 앞서 중국중앙민족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고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중국문화연구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경식(스테파노) 씨는 「인생을 바로 보는 신앙」을 교재로 예비 신자 교리를 진행한다. 중국어 교리에는 중국인 예비자뿐 아니라 중국어 공부를 원하는 한국인 신자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다. 일반적인 예비 신자 교리와 달리, 중국인 교리반은 중국 문화와 접목해 교리를 진행한다. 이날 교리에서는 사람과 신이 어떻게 만나는지를 주제로, 중국의 대표적인 사상가 공자의 이야기를 빗대어 신앙의 의미를 풀어냈다. 최 박사는 “원나라 때 천주교가 처음 전래한 이후 명나라 말기에 선교사들을 통해 본격적으로 전파되기까지, 중국교회는 험난한 시간을 겪어왔다”며 “중국인들에게는 그들의 역사와 문화, 전통에 대입해 「중국 문화와 천주교회사」, 「중국 천주교회 공동체」 등 서적을 통해 신앙 교리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예비 신자 교리를 받고 세례를 받은 이들도 있다. 1년간 교리를 받고 2024년 세례성사와 견진성사를 받은 김진화(라우렌시오·호계동본당) 씨는 중국어 교리 1기 졸업생이다. 그는 한국인 여성과 결혼해 한국으로 오며 공동체와 인연을 맺었다. 평일에는 성당에서 부부가 함께 레지오 마리애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한 달에 두 번 이곳에서 중국어 미사에 참례할 때 가장 마음이 편안하다고 전했다. 김 씨는 “세례받기 전 교리를 받을 때만 해도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여기서 동포들과 함께 미사드리니 마음이 평온해진다”며 “제가 세례받기까지 신부님들과 봉사자분들이 정성껏 기도해 주신 데 보답하고 싶어, 주변에서 어려움을 겪는 동포들과 신자들을 도우며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어 미사에는 15명 내외의 중국인 신자들을 비롯해 비신자 중국인과 중국에서의 신앙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인들을 돕고 있는 한국 신자 등이 함께하고 있다. 동리춘 신부는 강론에서 “우리 역시 타지에서 살며 다른 언어와 음식, 날씨, 문화에 직면하고 있다”며 “어려움에 부닥친 우리 동포들에게 다시 한번 마음을 모으고 집중해 돕는다면, 당신의 빛은 빛날 것이고 상처는 빨리 아물 것이며 당신의 구원은 당신 앞에 펼쳐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직암선교후원회는 향후 일본어 미사를 개설해 일본교회와의 교류를 확대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발행일 2026-02-15 제3479호 1면

[수원교구 곽진상 주교 서품] 축사

■ 주한 교황대사 조반니 가스파리 대주교 오늘 주님께서 한없는 사랑으로 새로운 사도들의 후계자를 수원교구에 보내 주셔서 정말 마음이 벅차오릅니다. 주교는 가르치고 거룩하게 하며 다스리는 삼중 직무를 통해서 주님의 백성 한가운데에 늘 함께하시는 영원한 대사제이신 그리스도를 성사적으로 드러냅니다. 오늘의 감격이 더욱 큰 이유는, 곽진상 제르마노 주교님께서 바로 이 땅에서 나고 자란 우리의 형제이기 때문입니다. 주교님께서는 이곳에서 태어나 자라셨고, 같은 교회에서 성사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셨으며, 부제와 사제로서도 변함없이 봉사하셨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서 사도들의 후계자로 서품을 받으셨습니다. 신학적이면서 사목적인 깊이를 모두 갖추신 제르마노 주교님께서는 세상과 대화하실 준비가 되어 있으십니다. 주교님의 스승인 앙리 드 뤼박 추기경님의 발자취를 따라, 신앙이 오늘날 우리 시대의 여러 도전에 어떻게 응답할지, 또 이웃 종교와의 대화에서 어떻게 더 깊이 나아갈 수 있을지 우리에게 몸소 보여 주실 것입니다. 사랑하는 곽 주교님, 베드로 성인처럼 마음을 다하시며 이렇게 고백하시길 바랍니다.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루카 5,5) 용기를 내십시오. 순례하는 수원교구의 교회, 특히 사제, 수도자 그리고 평신도가 모두 함께 주교님을 위하여 기도하고 있습니다. 주교님께서 맡으신 이 귀한 사명을 성령께서 풍성한 열매로 이끌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양떼와 목자를 언제나 보살피시는 우리 어머니, 지극히 거룩하신 동정 성모님께 오늘 곽진상 제르마노 주교님과 그분의 직무, 그리고 수원교구의 모든 주교님을 온전히 의탁합니다. ■ 전 서울대교구장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 먼저 곽진상 제르마노 주교님을 뽑아 주시어 수원교구에 보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곽진상 주교님의 사목 표어는 ‘그리스도 안에서 변화(MUTABERIS IN CHRISTO)’입니다. 주교님께서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고백록(Confessiones)」 제7권 10장 가운데 “네 안에서 나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네가 내 안에서 변화될지어다”라는 말씀에서 영감을 받아 정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첨단 과학과 경제 성장의 논리로 돌아가는 세상이지만 오히려 이 세상을 유지하고 우리를 구원으로 이끄시는 그리스도 안에서 복음에 대한 새로운 열정으로 변화되어 복음화에 헌신하는 일꾼이 되고자 하는 의지를 주교님께서 드러내셨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목 표어처럼 온 세상이 하느님의 다스리심을 받아들이도록 주교님께서 몸소 본보기가 되어 주시어, 수원교구의 모든 이가 그리스도 안에서 변화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를 기원합니다. 곽 주교님께서 번역하신 앙리 드 뤼박 추기경의 「역설들(Paradoxes)」을 읽고, 또 주교님의 지나온 삶을 듣고 나서 이 또한 하나의 역설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테니스 신동에서 사제가 되고자 신학교로 향한 결단, 화려한 코트 위 화려한 승부사에서 묵묵히 제단을 지키는 사제로 변모, 이는 하느님의 오묘한 섭리였습니다. 사랑이 담긴 만남으로 신학교에서 오랫동안 신학생 양성에 헌신하셨던 주교님께서 이제 교구민 모두와 함께하는 사랑의 만남을 통해서 “시공을 초월하는 존재가 인간의 시간과 공간 속에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역사를 완전히 새롭게 변모시킨 우리 그리스도교 신앙”(「역설들」, 13면)을 구현하는 훌륭한 주교가 되시길 기도합니다. 주교님의 수품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주교회의 부의장 김종수(아우구스티노) 주교 곽진상 제르마노 주교님의 서품식을 축하드립니다. 새롭게 무거운 짐을 지셨지만, 주님께서 새 직무를 주시고 그에 맞갖은 은총을 주실 것입니다. 신학생 시절 학부 생활을 주교님과 함께 보냈습니다. 비록 나이 차이가 나는 동생 신학생이었지만, 지적이고 영적인 면은 물론 적당한 유머로 주변 사람들에게 편하게 다가가 친교를 이루는 성품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주교님께서 신학교 교수 신부로 재직하던 시절 신학생들이 “진상이 형”이라고 부를 만큼 가깝게 대하셨다는 말을 들었을 때, 신학교 시절 봤던 모습 그대로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존경하는 스승이자 마음 놓고 기댈 수 있는 큰형님 같은 사제로 살아오셨습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강단에서도 ‘만남’이라는 주제를 자주 언급하셨다고 합니다. 주교님께서 어린 시절 테니스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수원시 대회를 석권할 만큼 스포츠 재능도 뛰어나셨다는데, 신학생 시절에 그렇게 뛰어나셨던 기억은 없습니다. 아마도 그때부터 좋은 재주를 드러내지 않는 겸손함도 갖추셨던 것 같습니다. 주교님께서는 프랑스 파리에서 실천 신학과 교의 신학을 전공한 뒤 심도 있는 집필 활동을 해 오신, 현대의 징표에 대해서도 폭넓은 안목을 갖추신 신학자이십니다. 주교님의 「4차 산업 혁명과 신학의 만남」, 「인공지능과의 만남: 윤리적 인간학적 탐구」 등은 신학이 현대 기술 문명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제시합니다. 시대의 긴급한 요청에, 교회 정신 안에서 대응하는 길까지 찾으려 노력해 오신 주교님께 감사드립니다. 곽진상 제르마노 주교님. 수원교구의 하느님 백성과 사제, 수도자 모두에게 더 깊은 사랑과 존경을 받는 목자가 되시기를 빕니다. ■ 이재명 대통령(전성환 청와대 경청통합수석 비서관 대독) 수원교구에 새 주교로 서품받으신 곽진상 제르마노 주교님께 진심어린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 뜻깊은 서품식을 빛내주신 염수정 추기경님과 이용훈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님, 교황대사 조반니 가스파리 대주교님, 전국 교구의 주교님과 신부님들 그리고 신자 여러분께도 깊은 축하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천주교는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종교 그 이상의 역할과 책임을 수행하며 인간의 존엄과 양심의 가치를 지켜온 든든한 사회적 버팀목이었습니다. 정부의 제도와 정책이 미처 닿지 못한 가장 낮은 곳을 향해 사랑과 연대의 정신을 몸소 실천해 왔기 때문입니다. 분열과 대립으로 사회적 갈등이 극화되는 지금. 우리 모두는 상대를 이해하고 서로를 품어 안는 지혜를 더욱 절실히 요구받고 있습니다. 그만큼 다양성을 존중하고 남을 먼저 배려하는 용기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입니다. 곽진상 제르마노 주교님을 비롯해 한국 천주교가 보여준 사목적 리더십과 묵묵한 헌신이 우리 공동체의 통합과 상생의 길을 밝히는 큰 등불이 되어줄 것으로 믿습니다. 우리 정부도 소외된 이웃을 더 세심하게 살피며, 희망이 넘치는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곽진상 제르마노 주교님의 서품을 축하드리며, 이 자리에 함께하신 모든 분께 하느님의 은총과 평화가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 김동연 경기도지사 오늘은 수원교구와 천주교 신자 여러분뿐만 아니라 1420만 경기도민에게도 정말 기쁜 날입니다. 수원교구가 11년 만에 새로운 주교님을 맞게 됐습니다. 곽진상 제르마노 주교님 수품을 1420만 경기도민과 함께 마음으로 우러나오는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수원교구는 한국천주교회의 발상지이자 신앙 선조분들의 깊은 숨결과 전통이 살아 있는 곳입니다. 한국천주교회가 태동한 광주 천진암성지와 많은 순교자들의 영성이 깃든 수원화성이 수원교구 관할에 있습니다. 수원교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께서 곽진상 제르마노 주교님을 수원교구에 불러주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32년간 사목과 교육 현장에서 말씀과 삶으로 교회를 섬겨오신, 온화하고 겸손하신 성품의 주교님을 맞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주교님 임명 발표는 작년 대림 시기였습니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며 성탄을 닷새 앞둔 날, 기쁜 소식을 듣게 되어 기쁨이 더욱 컸습니다. 주교님께서 하신 말씀 중에 이런 말씀이 제게는 참 감명 깊었습니다. “가슴 떨리지만 두렵지만, 수태고지를 들으신 성모 마리아처럼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제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는 말씀으로 순종하시는 모습이 제게는 커다란 감동이었습니다. 사목 표어로 정하신 ‘그리스도 안에서 변화’라는 말씀 그대로, 날마다 새롭게 변화시키는 주님의 은혜가 주교님과 수원교구 위에 늘 충만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그리고 그 변화가 경기도, 그리고 온 세상을 변화시키는 선한 영향으로 이어지기를 소망합니다. 이용훈 마티아 주교님, 그리고 문희종 요한 세례자 주교님과 함께 수원교구와 경기도의 선한 목자가 되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수원교구 사제단 대표 – 김의태(베네딕토) 신부 하느님께서는 저희에게 ‘진정한 상’이신 곽진상 제르마노 주교님을 선물로 보내 주셨습니다. 곽진상 주교님은 점잖은 학자이시지만 신학교 안에서는 신학생들을 무장해제 시키는 분이셨습니다. 총장님이라는 직책에도 신학생들이 가감 없이 다가갈 수 있도록 방문을 활짝 열어두시며, 장난을 스펀지처럼 흡수해 따라 하시던 장난꾸러기 같은 분이셨습니다. 주교님을 뵙기만 해도 저절로 웃음이 터지고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기분 좋게 무장해제 시키는 것, 그것은 곽 주교님이 가진 특별한 탈렌트입니다. 주교님은 코로나 시기에도 학생들의 고통에 침묵하지 않고 그들과 함께 나눴습니다. 항상 문제의식을 갖고 살라고 하신 주교님의 손길을 거쳐 간 신부가 교구 사제 절반 이상인 300여 명입니다. 주교님께서는 아시아 최초로 프랑스 거장 신학자인 앙리 드 뤼박을 전공하신 권위자이십니다. 주교님께서 번역하신 앙리 드 뤼박의 역설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설은 “예수 그리스도 자체”라고 말씀하십니다. 참 하느님이시면서 동시에 참 인간이신, 역설 그 자체이신 예수님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신앙은 가장 높으신 분이 가장 낮은 구유에 오셨고, 생명의 주인이 죽음을 통해 생명을 주신 역설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세상의 논리는 강해져야 승리하고 돈이 많아야 행복해진다고 말하지만, 역설을 담은 신앙은 오히려 약할 때 강하고, 가난하고 박해받은 이들이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주교님께서도 신앙의 역설을 살며 우리에게 희망이 돼 주실 것인가요. 그 대답은 오늘부터 펼쳐질 주교님의 행보를 통해 듣겠습니다. 주교님께서 선택하신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가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은 성령의 도우심 없이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시노달리타스 정신을 열망하신 주교님께서 신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들 안에서 활동하는 성령의 뜻을 잘 살피실 것이라 믿습니다. 그 큰 사랑과 열정에 작은 보탬이 되겠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사랑합니다.

입력일 2026-02-11

[수원교구 곽진상 주교 서품] 교구장 이용훈 주교 강론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축일에 수원교구와 한국천주교회는 큰 은총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병자들의 위로자이시며 교회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을 기리는 이 거룩한 날에 곽진상 제르마노 신부님께서 거룩한 어머니신 성 교회의 주교로 서품을 받으시기 때문이다. 이는 한 사람의 삶의 주어진 중대한 전환점일 뿐만 아니라 보편교회와 우리 수원교구가 하느님의 새로운 부르심 앞에 다시 서는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늘 하느님께 깊은 감사와 찬미를 드리며, 이 은총의 시간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오늘 제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이렇게 선포합니다. “주 하느님의 영이 제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게 하셨다.” 이 말씀은 단지 과거의 예언이나 가르침이 아니라 오늘 교회 안에서 다시 울려 퍼져야 하는 하느님의 부르심입니다. 주교로 서품받는 이는 무엇보다 먼저 이 기쁜 소식을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이고 또 자신의 삶으로 전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보편교회와 우리 수원교구가 하느님의 새로운 부르심 앞에 다시 서는 날 희망을 잃은 이들에게 다가가 하느님 위로 전하는 사명은 주교님께 특별히 맡겨진 직무 주교는 자신의 능력이나 계획에 따라 파견되는 사람이 아니라 주님의 영에 사로잡혀 보내심을 받는 사람입니다. 가난한 이들, 상처받은 이들, 희망을 잃은 이들에게 다가가 하느님의 위로를 전하는 사명은 오늘 새로 서품받는 주교님께 특별히 맡겨진 직무일 것입니다. 사도행전에서 우리는 에페소의 원로들에게 작별 인사를 전하는 바오로 사도의 모습을 봅니다. 바오로 사도는 자신을 높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여러분 자신과 온 양 떼를 잘 살피십시오. 성령께서 여러분을 감독자로 세우셨습니다”라고 말하며 교회의 책임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주교직은 인간의 선택이나 영에서 비롯된 게 아니고 성령께서 맡기신 직무입니다. 그러기에 바오로 사도는 눈물과 시련 속에서도 교회를 위해서도 자신을 내어놓았고, 마지막에는 무릎을 꿇고 공동체와 함께 절실하게 기도합니다. 오늘의 주교 서품도 그 장면의 연속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수와 기도를 통해 사도들의 사명이 우리 가운데서 다시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분명히 말씀하고 계십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하나 떨어져 죽지 않으면 그대로 남아 있지만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이 말씀은 주교직의 본질을 가장 깊이 드러내는 말씀입니다. 주교는 자신을 보존하기 위해 부름을 받은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내어주기 위해 선택된 사람입니다. 주교직은 영광의 자리가 아니라 십자가의 길이며 자기를 내려놓을 때만 열매를 맺는 사명입니다. 오늘 새 주교님께서는 이 말씀 안에서 자신의 삶 전체를 다시 하느님께 봉헌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주교는 군림하는 이가 아니라 섬기는 목자입니다. 앞장서 걷되 양들 위에 서지 않으며 언제나 양들과 함께 걷는 사람입니다. 길을 잃은 이들을 찾아 나서고, 상처 입은 이들의 곁에 머물며, 말보단 삶으로 명령보단 동행으로 그리스도를 드러내야 하는 사람입니다. 이것이 교회가 주교에게 기대하는 모습이며 오늘 주님과 교회가 새 주교님께 맡겨드리는 사명입니다. 제르마노 신부님께서는 주교 사목 표어로 ‘그리스도 안에서 변화’라는 말씀을 선택하셨습니다. 이는 아우구스티노의 「고백록」 제7권 10장에 나오는 말씀으로 “네가 나를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네가 내 안에서 변화되어야 한다”라는 깊은 영적인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이 표어는 새 주교님 개인의 다짐일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를 향한 초대이기도 합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지만 교회의 참된 쇄신은 언제나 그리스도 안에 머무를 때 시작됩니다. 새 주교님께 먼저 변화되기를 원하신다는 이 겸손한 고백은 목자의 가장 아름다운 출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께서는 주교가 된 후 이렇게 고백하고 있습니다. “저는 주교로서 여러분에게 무엇이 될지 두렵습니다. 그러나 여러분과 함께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에서 위로를 받습니다.” 주교는 군림하는 이 아닌 섬기는 목자 말보단 삶으로, 명령보단 동행으로 그리스도를 드러내야 하는 사람 오늘 제르마노 새 주교님의 마음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주교직은 큰 책임이며 때로는 외롭고 두려운 길이지만 그 길은 주님께서 먼저 걸어가신 길이며 교회 공동체가 동행하는 길입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주교는 혼자서 교회를 이끌어갈 수는 없습니다. 사제들과의 일치 안에서 수도자들과 친교 안에서 무엇보다 하느님 백성 전체의 기도와 협력안에서 그 사명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새 주교님을 위해 간절히 기도해 주십시오. 평가하기 전에 기도해 주시고 기대하기 전에 먼저 동행해 주십시오. 그럴 때 우리 교회는 복음적이고 더욱 따듯한 신앙 공동체로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이 모든 지향을 루르드의 성모님께 봉헌합니다. 병든 이들의 아픔을 품에 안아주시는 성모님께서 새 주교님을 어머니의 마음으로 지켜주시고 우리 구원의 빛인 수원교회를 언제나 당신 아드님이신 그리스도께로 이끌어주시기를 청합니다. 또한 이 땅에 신앙의 씨앗을 뿌린 우리나라의 순교성인들과 복자들의 전구 안에서 우리 모두가 복음의 참된 증인으로 살아갈 것을 굳게 다짐합시다.

입력일 2026-02-11

[수원교구 곽진상 주교 서품] 곽진상 주교 답사

주님의 이름은 찬미를 받으소서.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살아계신 주님께 먼저 찬미와 영광을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 부족한 저를 주교로 불러주시고, 축복과 기도로 함께해주신 사도들의 후계자요, 로마의 주교이신 레오 14세 교황님께 깊은 감사를 올립니다. 주교 임명부터 지금까지 저를 위해서 기도하며 앞날을 축복하여 주신 교황대사 조반니 가스파리 대주교님과 오늘 축사를 해주시고 임명 직후 인사드릴 때 두 팔 벌려 품어주신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님의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추기경님께서는 저에게 “당신도 사제품 이후 세 번이나 큰 벼락을 맞으셨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저의 두렵고 떨리는 마음을 깊이 헤아려 주셨습니다. 주교단을 대표하여 따뜻한 축사를 전해주신 주교회의 부의장 김종수 아우구스티노 주교님. 전임 교구장이신 최덕기 바오로 주교님의 기도와 격려를 깊이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손수 전화와 카드를 통해서 축하와 용기를 주신 한국의 모든 주교님들의 마음을 간직하며 살겠습니다. "주교의 삶은 그리스도를 닮은, 그리스도의 사도로 변화돼 가는 지난한 여정입니다 여러분의 말씀을 경청하면서 주교 직무를 수행하겠습니다 " 특히 멀리 로마에서 기도로 함께하신다고 어젯밤 전화해 주신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님 그리고 서울관구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님, 대구관구장 조환길 타대오 대주교님, 광주관구장 옥현진 시몬 대주교님 그리고 저의 스승이신 최창무 안드레아 대주교님, 평생 교황청 외교관 생활을 하고 돌아오신 장인남 바오로 대주교님, 사랑하는 벗 정신철 요한 세례자 주교님의 기도와 사랑의 격려도 잊지 않겠습니다. 또 멀리 프랑스 파리에서 한달음에 달려와 주신 스승이자 조언자인 앙리 제롬 가제 신부(H.J. Gagey, 파리가톨릭대학교 교수)님과 사제 생활 내내 동고동락하고 있는 입학 서품 동창 신부님들의 뜨거운 우정도 잊지 않겠습니다. 저의 임명부터 지금까지 큰 사랑을 보내주신 이용훈 마티아 교구장 주교님과 세심한 배려로 동반해 주신 문희종 요한 세례자 총대리 주교님, 많은 기도와 희생으로 함께해 주신 수원교구의 선배 동료 신부님들, 남녀 수도자님들, 신학생들, 모든 교우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일찍이 테르툴리아노 성인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 태어나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 되어갑니다. 우리 모두는 되어가는 존재입니다. 그리스도인으로 변화되는 일련의 여정이 우리 그리스도인 삶의 본질이라면, 주교의 삶도 그리스도를 닮은, 그리스도의 사도로 변화돼 가는 지난한 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께서 이제 첫발을 뗀 저를 참 목자인 주교로 양성시켜 주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여러분의 말씀을 경청하면서 저의 주교 직무를 수행하겠습니다. "교구 전체가 그리스도 안에서 변화되어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를 이루는 데 작은 보탬이 되도록 힘쓰겠습니다 상처 받고 아파하는 사람, 교회에 문을 두드리는 사람에게 다가가고 그렇게 사는 충실한 주님의 종이 될 것입니다" 잘 아시는 대로, 우리 수원교구는 서울대교구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교구로 관할 지역이 매우 넓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역동성과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크신 하느님의 은총으로 많은 성직자와 수도자 그리고 거의 100만에 이르는 교우들이 각자 소명에 따라서 구원을 가져다주는 하느님의 힘인 그리스도의 복음을 몸으로 살고 전하는 데 헌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저는 주님의 종이며 사도들의 후계자로서, 또 사제들의 형제로서, 신자들의 목자이며 아버지로서 우리 교구 전체가 그리스도 안에서 변화되어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를 이루는 데 작은 보탬이 되도록 힘쓰겠습니다. 또한 지금 상처 받은 사람, 지금 아파하는 사람, 지금 교회에 문을 두드리는 사람에게 다가가고 그렇게 사는 충실한 주님의 종이 될 것을 다짐합니다. 주님께서 불러주신 저의 소명을 곰곰이 생각하고 가슴에 새기면서 교구 복음화와 보편교회를 위하여 온 마음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입력일 2026-02-11

[수원교구사 한 페이지] (4) 수원가톨릭대 설립·광암학원 운영

수원교구는 신학교 설립 초기부터 사제 양성과 교육을 교구 사명의 핵심으로 삼아 왔다. 신학교 설립 이전 전 교구 차원의 성소 활성화 운동부터 수원가톨릭대학교의 탄생, 그리고 광암학원을 통한 교육 사업의 체계화에 이르기까지, 교구가 걸어온 사제 양성과 교육의 발자취를 살펴본다. 신학교 설립 전부터 교구 사제 양성에 힘써 1984년 수원가톨릭대학교 설립 이전부터 교구는 사제 양성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 이는 교구 차원에만 머물지 않고 각 본당과 관련 기관으로까지 확산하며 전 교구적인 사제 양성 운동으로 이어졌다. 특히 제2대 교구장 김남수 주교(안젤로, 2002년 선종)가 취임한 1970년대 중반에는 열악한 재정 여건 속에서도 다양한 지원 대책을 펼쳤다. 교구는 본당별로 ‘사제 양성 후원회’를 조직해 사순 시기 절제와 나눔을 실천하는 운동을 권장했으며, 사제들은 자발적으로 3만 원 이상의 성금을 모아 신학생 양성 기금을 조성했다. 교구는 모든 본당과 기관에서 매월 한 차례 ‘사제 성소의 날’을 정해 봉헌하도록 하고, 본당과 단체별로 성소 지망자와 희망자를 발굴하는 한편 사제 양성을 위한 연수와 모임, 기도의 날을 정례화해 나갔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1970년대 후반부터 수도권 인구 증가로 교구 내 신자 수가 급증하면서 사제 수는 상대적으로 부족해졌고, 사목 현장의 어려움은 계속됐다. 이에 김남수 주교는 1980년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에서 수원에 대신학교를 설립하고자 하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건립 비용과 교수진 확보 등의 현실적인 제약으로 계획은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했다. 당시 사목자 수급 문제는 교구뿐 아니라 한국천주교회 전체가 안고 있던 공통의 과제였다. 한국교회 제4대신학교 ‘수원가톨릭대학교’ 설립 그로부터 2년이 지난 1982년, 주교회의 성직위원회는 한국교회의 장기적인 사제 양성 수요를 고려해 수원 지역에 제4대신학교를 설립하자는 안을 제시했고, 이 안은 같은 해 5월 주교회의 정기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에 교구는 1982년 8월 대신학교 건립 추진을 공식 발표하고, 성직자 5명과 평신도 3명으로 구성된 ‘제4대신학교 설립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교구는 충분한 건축 면적과 접근성을 고려해 당시 경기도 화성군 봉담면 왕림리에 있던 왕림본당 부지를 신축 부지로 선정했다. 이후 1983년 3월 교황청으로부터 학교 설립 인준을 받고, 4월 7일 본관 신축을 위한 기공식을 거행했다. 설립추진위원회는 건축 기금 마련을 위해 교구 차원의 모금 활동을 본격화했다. 교구 내 모든 신자가 참여하는 모금을 진행하고, 지구별 바자를 열었고, 특별강론 신부를 파견해 본당별 모금 활동도 이어갔다. 같은 해 9월 당시 문교부(文敎部)는 ‘수원가톨릭대학’ 신설을 승인하고 김춘호(베드로) 신부를 초대 학장으로 임명했다. 본격적인 건립 단계에 접어들며 재정 확보는 더욱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당시 건립추진위원장 황익성 신부(아우구스티노, 2008년 선종)는 신학교 건립의 필요성과 재정 상황을 교구 전반에 알리며, 신자들이 각 가정 단위로 매년 일정 금액을 봉헌해 달라고 요청했다. 교구 역시 소유 토지 일부를 매각하고, 김남수 주교가 직접 교황청과 미국, 유럽 등을 방문해 원조를 모색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이 같은 호소에 신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응답했다. 주일학교 어린이들의 세뱃돈 봉헌을 비롯해 결혼 패물을 익명으로 내놓은 신자, 비신자의 자발적인 참여까지, 다양한 헌신의 모습은 당시 수원주보를 통해 전해지며 공동체의 참여를 끌어냈다. 공사비 부족으로 공사가 중단됐다가 재개되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성직자와 신자들의 지속적인 협력 속에 공사는 차츰 진전을 이뤘다. 그 결과 1987년 9월 모든 공정을 마무리하고, 1988년 5월 6일 김남수 주교 집전으로 수원가톨릭대학교 축복 미사가 봉헌됐다. 김남수 주교는 미사에서 “수원가톨릭대학교는 민족 복음화를 향한 여정 속에서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으로 태어난 성소의 요람”이라며 “한국교회와 세계교회를 위해 사제 양성의 소명을 충실히 수행하자”고 당부했다. 수원가톨릭대학교는 이날을 개교기념일로 삼아 기념하고 있다. 수원가톨릭대학교는 개교 이후 사제 양성에 힘을 기울여 1989년 첫 부제서품식, 1990년에는 첫 사제서품식을 열었다. 한국에서 네 번째로 설립된 대신학교인 수원가톨릭대학교는 이후에도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사제 양성을 이어가며, 교구와 한국교회의 사목 기반을 든든히 뒷받침하고 있다. 교구의 교육사업 ‘광암학원’ 교구는 수원가톨릭대학교 설립을 결정한 이후, 교구 차원의 교육 사업을 더욱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1983년 5월 학교법인 광암학원을 설립했다. 광암학원 이사장은 김남수 주교가 맡았으며, 이사진에는 정덕진 신부(루카, 1996년 선종)와 김창린 신부(필립보, 2012년 선종)를 비롯한 6명의 사제가 참여해 운영을 이끌었다. 광암학원 산하에는 소화초등학교와 광성초등학교를 비롯해 효명중·고등학교, 안법중·고등학교 등 모두 여섯 개의 초중고등학교가 포함돼 교구 교육 사업의 기반을 이뤘다. 이 가운데 안법중학교는 1909년 당시 안성본당 주임 앙투안 공베르 신부(공안국, 1950년 선종)가 설립한 안법학교에서 출발했다. 남자 초등학생 대상 교육기관으로 시작했으나, 해방 이후 초등교육 의무화로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1974년 중학교로 개편됐다. 안법고등학교는 신자 학생 교육과 성소 계발에 힘쓰고 비신자 전교에도 관심을 기울여 1990년대 전반까지 매년 약 1~3%의 비신자 학생들이 세례받는 성과를 거뒀다. 효명고등학교는 1953년 당시 서정동본당 주임 유수철 신부(도미니코, 1977년 선종)가 설립한 효명고등공민학교에서 비롯됐다. 가난으로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농촌 청소년들에게 중등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며 출발한 효명학교는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건학 이념 아래 성장해 왔다. 이후 1981년 중학교가 분리되면서 효명중·고등학교 체제로 자리 잡았고, 현재까지 평택 지역 인재 양성의 요람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광암학원은 교구 교육 사업을 하나로 묶는 기반이 되어, 신앙과 교육을 함께 아우르는 교구 사목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발행일 2026-02-08 제3478호 4면

수원교구 교정사목위원회, 2026년 그루터기 봉자사 연수

수원교구 교정사목위원회는 1월 31일 교구청 지하 대강당에서 ‘2026년 그루터기 연수’를 개최했다. ‘너희는 내가 감옥에 갇혀 있을 때 찾아주었다’(마태 25,36) 주제 연수에는 교도소와 구치소 등 교정시설에서 재소자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루터기 봉사자 150여 명이 참석했다. 연수 강의에서는 위원회 부위원장 유정수(루카) 신부가 최근 역대 최고 수준의 과밀 수용 상태에 놓인 교정시설의 현실을 짚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봉사자들의 역할에 관해 소개했다. 이어 위원장 이그레고리오(그레고리오) 신부는 ‘주님은 왜’를 주제로, 주님께서 봉사자들을 교정사목 현장으로 부르신 이유에 대해 강의했다. 이 신부는 범죄심리학과 교정 행정 이론을 바탕으로, 교정 봉사자가 지닌 특별한 소명을 강조했다. 위원회는 연수에서 수용자·출소자·교정 봉사자를 위한 사목 계획도 공유했다. 특히 신규 봉사자 양성을 위해 다양한 홍보 활동을 전개하고, 체계적인 입문 교육 과정을 운영할 예정이다. 아울러 퇴임 봉사자들을 위한 기도 모임과 센터 봉사 등 지속적인 참여 기회를 마련하고, 출소자를 위한 ‘취업 자립 특별 돌봄 및 지원 확대’ 등 단계적 지원 체계도 구축할 방침이다. 위원회 부위원장 최해용(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신부의 주례로 봉헌된 파견미사에서는 퇴임 봉사자 12명에게 레오 14세 교황의 축복장이 전달됐다. 유정수 신부는 “지난 3년간 위원회 봉사자의 세대교체를 위해 노력해 왔다”며 “새롭게 교정 봉사에 함께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복음 정신과 시대적 요구에 따라 열심히 활동해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발행일 2026-02-08 제3478호 1면

“구상 시인, 가톨릭 신앙 바탕으로 인류애 실천한 인물”

구상 시인(요한 세례자, 1919~2004)의 작품 세계를 통해 갈등과 대립을 넘어서는 ‘대긍정(大肯定)’의 시선을 조명하는 강연이 열렸다. (사)구상선생기념사업회는 설립 20주년을 맞아 1월 30일 서울 명동 온드림 소사이어티 ‘ONSO 스퀘어’에서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김재홍(요한 사도) 박사를 초청해 ‘반전·평화의 시인 구상과 「구도자의 산책」’을 주제로 강연을 열었다. 시인의 제자로 구상선생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김재홍 박사는 “일생을 시인이자 교육자, 언론인으로 살아가며 가톨리시즘을 바탕으로 한국 현대시사에서 휴머니티를 실천한 인물”이라고 시인을 소개했다. 구상 시인은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6·25전쟁과 4·19혁명, 군부 독재 시기를 거치며 한국 현대사의 한가운데를 살았다. 6·25전쟁 이후에는 국방부 소속 종군기자로 활동하며 전쟁의 폐허와 조국의 쓰라린 현실을 기록했다. 김 박사는 구상 시인을 “모두가 하느님의 피조물로서 하나가 되는 일원론과 근원적 구원을 열망한 시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 인민군 유해가 묻힌 묘지 앞에서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며 쓴 <초토의 시 11-적군 묘지 앞에서>를 언급하며, “구상은 죽음을 모든 인간적 가치를 넘어서는 절대적 차원으로 인식했기 때문에 적군 묘지 앞에서도 그들의 ‘원한’을 ‘나의 바람’으로 품을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또 “<두이레 강아지 눈>에서 시인은 적군과 아군을 모두 두이레 강아지의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적군의 죽음을 부정하거나 미화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하느님의 피조물로 바라보는 신앙적 인간관을 드러내고 있다”고 평했다. 김 박사는 구상 시인이 싸워온 대상이 ‘이념’이 아니라 꾸밈 말인 ‘기어(綺語)’였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구상은 한 편의 시를 ‘표현하기’ 위해 고투한 시인이 아니라, 내면적 진실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집중한 시인이었다”며 “기교를 부리거나 어려운 말을 쓰기보다, 알리고 전달해야 할 절박한 언어를 선택해 시를 썼다”고 설명했다. 이날 강연에는 구상 시인의 딸인 소설가 구자명(임마쿨라타) 작가를 비롯해 문학평론가 구중서(베네딕토) 작가, 사회를 맡은 고두현 시인, (사)한국가톨릭문인협회 이인평(아우구스티노) 회장 등 원로 문단 인사들이 함께했다. 한편 구상 시인 선종 20주기인 2024년에는 서울지하철 여의나루역 2번 출구 앞에 ‘구상 시인길’ 표지석이 제막돼, 평생 구도자의 길을 걸었던 시인의 삶과 문학을 기념했다.

발행일 2026-02-08 제3478호 5면

경기 용인시, 양지성당 ‘김대건 신부 석상’ 국가유산 등록 추진

경기도 용인특례시는 1월 25일 수원교구 양지성당 내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 석상을 국가유산으로 등록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1962년 고(故) 강홍도(요한) 작가가 제작한 석상은 높이 2.5m의 대리석 작품으로, 국내 최초의 김대건 신부 단독 석상으로 추정된다. 용인시는 수원교구, 양지본당 등과 협의를 거쳐 올해 상반기 ‘김대건 신부와 석상 관련 학술 연구 및 학술대회’를 열고, 국가유산청에 등록을 신청할 예정이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기간에는 이를 연계한 기념행사도 계획하고 있다. 양지본당은 2019년 오랜 시간 노출돼 온 석상의 훼손을 막기 위해 보존용 투명 케이스를 설치했다. 앞서 2018년 열린 ‘용인 천주교 유적 학술대회’에서는 해당 석상이 역사적 의미에 비해 충분히 보호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서광철(스테파노) 양지본당 총회장은 “석상은 위치 이동을 거치며 보존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향후 석상 주변에 한옥 형태의 구조물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가유산으로 등록된다면 2027년 본당 설립 100주년과 WYD를 앞두고 석상이 지닌 역사적 가치도 더욱 분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유산은 근현대 문화유산 가운데 역사·학술·예술적 가치가 인정되는 대상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등록될 경우 체계적인 보존 관리와 활용이 가능해진다. 현재 수원교구 내에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기념성당, 수원 옛 소화초등학교, 고초골공소 등이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되어 있다.

발행일 2026-02-08 제3478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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