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사진

황혜원 기자

hhw@catimes.kr

석창우 화백 47회 개인전 ‘침묵을 일깨우는 정중동의 크로키 미학’ 개최

국내 첫 의수 화가이자 ‘수묵 크로키’로 주목받아 온 석창우(베드로) 화백이 47번째 개인전을 통해 전통과 현대, 신앙과 예술이 교차하는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 석 화백은 11월 5일부터 11일까지 서울 인사동 아리수갤러리에서 ‘침묵을 일깨우는 정중동의 크로키 미학’을 연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람’을 주제로 한 신작들이 공개된다. 2019년 최민호 신부(마르코·의정부교구)와 40일간 떠난 유럽 순례 당시의 감상을 담은 작품들로, 이전과 달리 화려한 색채를 통해 표현된 다양한 꽃과 제각기 다른 표정의 사람들은 생동감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치유의 회화’를 주제로 작업한 주요 작품들도 전시되며, “주님, 저를 시험하시고 살펴보시며 제 속과 마음을 달구어 보소서”(시편 26,2) 등 그의 신앙이 녹아 있는 작품도 만나 볼 수 있다. 그는 50여 점의 작품을 통해 그간의 예술 여정을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석 화백은 “그림은 곧 기도이고, 침묵은 곧 찬양의 시간”이라며 “붓은 세상과 하느님을 잇는 영적 언어와 같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전시는 신체적 한계를 넘어 신앙과 생명의 자유로 향하는 여정”이라고 설명했다. 1984년 감전 사고로 양팔을 잃은 석 화백은 이후 의수로 붓을 쥐고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해 왔다. 의수와 한 몸이 되기까지 10여 년의 시간을 반복하는 동안, 그의 필치는 단순한 ‘선’을 넘어 삶의 호흡과 신앙이 담긴 하나의 언어가 됐다. 석 화백은 GKL사회공헌재단 이사와 한국장애문화예술원 이사를 역임했으며, 2024년 4월 (사)한국장애예술인협회 회장으로 선출돼 장애 예술인의 권익과 창작 활동을 위해 힘쓰고 있다.

발행일 2025-11-09 제3465호 14면

창작 오라토리오 <마르티레스>…“역사와 종교의 찬란한 조우”

조선 땅에 천주교를 뿌리내린 이벽(요한 세례자)·이승훈(베드로)·권철신(암브로시오)·정약종(아우구스티노)을 비롯해 수많은 무명 순교자의 이야기를 담은 창작 오라토리오 <마르티레스(MARTYRES)>가 최근 국제 음악 공모전 ‘비발디국제경쟁음악상(Vivaldi International Music Competition)’에서 ▲합창·앙상블 음악 부문(Choir/Ensemble Music) 작품 대상(Grand Prize)과 창작곡(작곡) 부문(Original Composition) 최고 작곡상(Absolute First Prize)을 수상하며 2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오라토리오를 함께 작업한 김재청(솔로몬·아트팜엘케이 대표) 작가와 이지은 작곡가를 만나 작품의 의미와 작업 과정, 수상 소감 등을 들었다. 오라토리오의 대본을 완성한 김 작가는 “<마르티레스>는 ‘역사와 종교의 찬란한 조우’”라며 “순교자들의 희생은 종교적 기록을 넘어, 한 민족과 나라의 역사를 동시에 담고 있기 때문에 오라토리오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이 감동적인 사실을 알리고자 했다”고 전했다. <마르티레스>는 천진암 강학회, 이승훈의 세례, 수표교 모임, 명례방 종교집회, 신유박해로 이어지는 초기 천주교인들의 일대기를 담고 있다. 그만큼 두 창작자의 역사와 종교 연구 등 오랜 노력으로 완성된 작품이다. 김 작가는 “이번 작품의 바탕이 된 구한말 강화도 여성 신자의 일대기를 그린 오페라 <시간 거미줄>부터 이승훈을 주인공으로 한 칸타타 <초석>, 그리고 <마르티레스>를 완성하기까지 15년의 여정을 걸었다”며 “특히 <마르티레스>는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와 대학교 도서관 등 다양한 교회·연구 기관의 학술 자료 300권 이상을 토대로 지었다”고 밝혔다. 음악 형식적으로 대규모 편성을 요구하는 오라토리오의 특성상 <마르티레스>는 오케스트라, 성악과 합창, 판소리·해금·대금 등 국악, 라틴어와 영어까지 결합됐다. 작품의 끝부분이 조선의 모든 순교자를 위한 대합창으로 영어 가사를 붙인 가스펠 성가로 마무리되는 것 역시 특징이다. 이 작곡가는 “작품은 장엄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아닌 축제 같은 느낌으로 끝을 맺는다”며 “우리가 옛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단지 옛 사건에 그대로 머물러 있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거울로 삼아 앞으로 나아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서양 음악과 국악, 한국어와 라틴어, 영어까지 많은 음악과 언어가 섞여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오늘날 사람들이 양장을 입고 한식을 먹듯이 우리의 삶은 이미 다양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며 “음악과 예술도 우리 생활처럼 다양한 소리가 함께 어우러지도록 했다”고 말했다. 뼈아픈 역사적 사실은 웅장하면서도 섬세하고, 처연한 음악을 입고 관객들의 마음에 가닿는다. 이들은 지난 9월 20일 서울대교구 당고개 순교성지에서 펼친 공연에서 관객들 눈물에 오히려 위로를 받았다고 전했다. 김 작가는 “작품을 쓰는 동안 깊은 고민에 잠기고 때론 눈물도 많이 흘렸지만, 공연을 관람하고 감동을 받는 신자들의 모습에 결국 하느님께서 이 작품을 위해 저를 보낸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이어 “글이 막힐 때 명동대성당의 이벽 초상화를 자주 찾았다”며 “큰 상까지 받게 돼 더할 나위 없이 기쁘지만, 언젠가 작품의 실제 배경인 명동대성당에서 공연하는 것이 꿈”이라고 덧붙였다. 이 작곡가는 “처음 완성된 대본을 살펴보며 현재 나의 삶과 고민이 이 처절한 역사 앞에서는 별일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면서 “많은 사람이 작품을 통해 지금으로도 충분하다는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오라토리오 <마르티레스>는 멜론, 스포티파이, 유튜브 뮤직 등 주요 음원 사이트에서 감상할 수 있다.

발행일 2025-11-09 제3465호 14면

이성효 주교 “인공지능, 전 인류 위한 ‘공동선’ 추구해야”

주교회의 사회홍보위원장 이성효 주교(리노, 교황청 문화평의회 위원·마산교구장)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은 일부 사람에게만 유익한 선(善)이 아니라 인류 전체를 위한 ‘공동선’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주교는 11월 5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서울신문 주최로 열린 ‘제10회 서울미래컨퍼런스’에서 ‘AI 시대, 사회적 약자의 존엄과 참여’를 주제로 발제하며, 경제적으로 가난한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인류가 AI 시대의 사회적 약자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AI 윤리에 대해 제언했다. 이 주교는 100년 전 독일 신학자 로마노 과르디니의 통찰을 빌려 AI 시대의 사회적 약자를 규정했다. 과르디니는 ‘기술 문명 속 새로운 인간’에 대해 성찰하며, 기술 문명이 인간 내면을 파괴하고 형태 없는 존재로 만들 때 인간은 자연·세계·이웃과 단절되며 새로운 형태의 약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 주교는 “기계를 중심으로 자신을 재형성한 인간은 하느님 존재에 대한 믿음을 상실한 채 더 이상 자신이 하느님의 피조물임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며 “새로운 기술 문명 앞에서 인류는 깊은 정신력과 내면의 힘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교황청 신앙교리부·문화교육부가 발표한 AI와 인간 지성에 관한 문헌 「옛것과 새것」을 통해 AI의 양면성에 대해 진단했다. 「옛것과 새것」은 ‘AI 시스템의 설계·실행·사용은 언제나 인간과 공동선에 봉사해야 하며, 가장 소외되고 취약한 이들을 어떻게 포함시키는가가 우리의 인간성을 가늠하는 잣대’라고 못박는다. 이 주교는 “문헌은 AI의 발전에 따라 사회적 약자의 존엄이 가장 먼저 위협을 받을 것으로 예측한다”며 “데이터 기반 사회에서 AI가 ‘능력’ 중심으로 인간을 평가하고, 의료·교육·노동 영역에서 부유한 계층에 상대적으로 더 유리하게 작동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동시에 “AI는 맞춤형 학습 도구로 학습 장벽을 낮추고, 노인과 장애인 등을 위한 조기 진단과 원격 돌봄 등에서 놀라운 기회로 기능할 수 있다”며 AI의 가능성을 짚었다. 이 주교는 AI 시대 사회적 약자를 위한 교회의 과제를 강조했다. 이 주교는 “참여 없는 존엄은 공허하고, 존엄 없는 참여는 불가능할 것”이라며 “교회는 더 통합적이고 포괄적인 시선으로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프랑스 추기경 앙리 드 뤼박의 말을 인용해 “인간의 행복은 미래에서 추구될 수 있지만, 인간의 존엄성은 현재에서만 존중받을 수 있다”며 “존엄이 배제된 행복은 결코 진정한 행복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컨퍼런스에서는 ‘인류와 손잡은 휴머노이드: 기술과 감성의 접점’, ‘AI 국가의 지능, 기술사회 정책의 뉴프레임’, ‘인간 중심 AX의 미래 비전’ 등 세션이 마련됐다. 발제에는 하정우 대통령실 AI 수석, 린이빙 전 대만 과학기술부 차관, 오가타 데쓰야 일본 AI로봇협회장, 천선란 SF 작가 등이 참여했다.

입력일 2025-11-06

제12회 가톨릭영화제 폐막…영화 통해 ‘희망으로 나아가는 길’ 제시

10월 23일부터 나흘간 세상을 희망의 영화로 비춘 제12회 가톨릭영화제(Catholic Film Festival, CaFF)가 26일 서울 명동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가톨릭영화인협회(회장 이경숙 비비안나)가 주최하고 가톨릭영화제 집행위원회(위원장 조용준 니콜라오 신부)가 주관한 제12회 가톨릭영화제는 영화제 기간 ‘희망으로 나아가는 길(The Way to Hope)’을 주제로 21개국 50편(장편 16편, 단편 34편)의 영화를 상영했다. 정태야(그레고리오)·채명지(체칠리아) 배우의 사회로 마련된 폐막식에서는 CaFF단편경쟁 5개 부문 시상과 폐막작(대상작) 상영 등이 이어졌다. 단편경쟁부문 대상은 치매를 앓는 퇴직 경찰이 동네 꼬마가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아 나서면서 겪는 우여곡절을 그린 <송석주를 찾습니다>의 여장천 감독이 수상했다. 배장수(베네딕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집행위원장, 차유진(이레네) 배우, 이한종(미카엘) 감독, 김명중 신부(시몬·서울대교구 직장사목팀 담당) 등 심사위원단은 “기억을 잃어도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으려는 주인공을 통해 인간의 품위와 존재의 의미를 조명한 점이 돋보였다”며 “인간의 존엄을 지키려는 주인공의 마음이 오랜 잔상을 남긴다”고 평했다. 시상식에서는 여장천 감독을 대신해 강지영 프로듀서가 대상을 대리 수상했다. 강 프로듀서는 “세상에 희망을 줄 수 있는 따뜻한 영화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한 작품”이라며 “이렇게 큰상을 받은 것을 보니 우리의 바람과 메시지가 잘 전달된 것 같아 기쁘다”고 전했다. 이어 “뜨거웠던 작년 여름에 함께 작품을 만든 배우들과 제작진 그리고 영화를 완성시켜 준 관객들에게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우수상은 <침묵의 사선> 정재훈 감독, <엑스레이> 박도겸 감독, <네일 플라워> 노언식 감독이 각각 수상했다. 배우 연기상인 스텔라상은 <송석주를 찾습니다>의 박경근 배우가 받았으며, 관객들의 투표로 선정된 관객상과 심사위원특별상은 <우리가 희망을 이야기하는 방식>의 김수홍·황완섭 감독에게 돌아갔다. 조용준 신부는 “지난 1년간 희망을 주제로 한 영화제 상영작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세상에 희망을 담은 영화가 많지 않다는 걸 알았다”면서 “힘든 준비 과정이었지만 그럼에도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닌, 오직 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는 작품들을 계속 발굴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세상과 많은 사람에게 가톨릭만의 답을 제시할 수 있는 영화제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전했다. 한편 2013년 창립된 가톨릭영화인협회는 보편적이고 영성적인 영화를 통한 공동선 추구를 위해 매년 가톨릭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제13회 가톨릭영화제는 ‘기쁨’을 주제로 2026년 10월 열릴 예정이다.

발행일 2025-11-02 제3464호 14면

아퀴나스합창단, ‘위령 성월’ 맞아 영원한 안식 노래한다

교회음악 전문합창단 아퀴나스합창단(지휘 한상우 마리아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담당 최호영 요한 사도 신부)이 11월 8일 오후 7시 서울대교구 오금동성당에서 제89회 정기연주회를 개최한다. 공연은 위령 성월을 맞아 주님의 자비로 영원한 안식과 구원을 청하는 <미세레레>로 꾸며진다. <미세레레>는 주님의 용서로 다시 살아나게 된 다윗의 기쁨을 나타낸 시편 51편을 노래한 것으로 성무일도, 성수예절, 성금요일 수난 예식 등의 전례에 쓰인다. <미세레레>는 첫 구절 ‘Miserere mei, Deus(하느님,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에서 유래했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작곡가 알레그리, 모차르트, 헨델, 구노, 도니제티 등 다섯 작곡가의 <미세레레>를 감상할 수 있다. 합창단은 살리에리의 장례미사곡 <레퀴엠>도 연주할 예정이다. 한상우 지휘자는 “이번 연주회에서는 작곡가별 해석 차이가 두드러지는 다섯 곡의 <미세레레>와 엄숙하고 아름다운 선율과 종교적 깊이를 품은 <레퀴엠>을 통해 따뜻한 위로와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1967년 명동대성당 대학생 성가합창단으로 출발한 아퀴나스합창단은 전공자와 비전공자가 함께하는 연주 단체다. 창단 이래 연 2회 정기연주회와 월 1회 성음악미사로 정통 가톨릭 음악 발굴과 연주를 통한 복음 전파에 힘쓰고 있다. ※입단 및 후원 문의 010-5397-7387, vkpg@naver.com

발행일 2025-11-02 제3464호 14면

깊어지는 가을밤…다채로운 클래식 공연 ‘풍성’

깊어지는 가을밤을 따라 합창과 오르간 연주를 비롯해 소프라노 임선혜(아녜스)의 리사이틀까지 다채로운 클래식 공연이 펼쳐진다. 국립합창단은 10월 2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낭만주의 거장 프란츠 리스트의 <미사 솔렘니스(Missa Solemnis)>를 들려준다. <미사 솔렘니스>는 1856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에스테르곰 대성당 봉헌식을 위해 작곡된 장엄미사곡으로 웅장한 합창과 섬세한 사중창, 극적인 오케스트라 연주가 결합됐다. 이번 연주에는 국립합창단 민인기 단장 겸 예술감독과 소프라노 황수미, 메조 소프라노 방신제, 테너 김세일, 바리톤 이응광,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등이 무대에 오른다. 부천시립합창단은 10월 30일 경기 부천시 중동 부천아트센터에서 ‘오르간과 합창음악’의 매력을 관객들에게 소개한다. 바흐 칸타타 <인류의 기쁨 되신 예수>, 스탠포드 <마그니피카트> 등 합창곡을 비롯해 생상스 <프렐류드와 푸가 3번>, 바흐의 사냥 칸타타 중 <양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고> 등 오르간 독주곡을 만날 수 있다. 부천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 김선아가 지휘와 해설을 맡고, 오르가니스트 최수영(프란치스코)이 4576개 파이프를 통해 장엄하면서도 풍부한 오르간의 선율을 들려준다. 소프라노 임선혜는 11월 12일 서울 대흥동 마포아트센터에서 ‘로맨틱 리사이틀’을 갖는다. 2025 제10회 마포M클래식 축제의 프로그램으로 마련된 이번 음악회에는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를 시작으로 브람스와 슈만 등 낭만주의 대표 작곡가들의 가곡부터 김상옥 시·윤이상 곡 <그네> 등 서정적인 국내 가곡들까지 다채로운 레퍼토리의 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첼리스트 이호찬(요한 사도)과 피아니스트 문재원이 임선혜와 호흡을 맞춘다.

발행일 2025-10-26 제3463호 14면

19세기 이탈리아 회화 속 ‘빛과 신앙’, 서울에서 펼쳐진다

19세기 회화 작품 속 빛과 신앙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이탈리아 국립 카포디몬테 19세기 컬렉션: 나폴리를 거닐다’ 전시가 11월 30일까지 서울 삼성동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열린다. 1957년 정식 개관한 카포디몬테 미술관은 이탈리아 남부 최대 규모 국립 미술관으로, 서양 미술사를 대표하는 라파엘로와 미켈란젤로, 카라바조 등 르네상스 시대 작가부터 앤디 워홀, 조셉 코수스 등 현대 작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예술품을 소장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카포디몬테 미술관 소장 작품을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자리로, ‘그녀들을 마주하다’, ‘각자의 방, 각자의 세계’, ‘토마의 시선’, ‘빛이 있었고, 삶이 있었던 곳’ 등 총 4개 테마로 구성됐다. 각 테마에서는 여러 미술 사조와 역사적 변화가 교차하던 시기 이탈리아 남부의 사회와 시대를 조명한 유화, 파스텔, 수채화, 소묘화 등 총 70여 점의 작품이 공개된다. 특히 가톨릭 신앙과 문화의 자취를 담은 작품들이 전시장 곳곳에 배치돼 눈길을 끈다. 첫 번째 테마에서는 주세페 나바라(Giuseppe Navarra)의 <마리아 크리스티나 디 사보이아의 초상화>와 살바토레 포스틸리오네(Salvatore Postiglione)의 <기도하는 수녀의 모습>이 관객을 맞는다.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가 혼합된 그림 속 인물, 마리아 크리스티나는 사보이 왕가 출신 왕비로 23세에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위해 자선활동을 지속한 인물이다. 이에 1872년 하느님의 종과 1937년 가경자로 선포됐으며,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2014년 시복됐다. <기도하는 수녀의 모습>은 신앙의 내적 세계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기도하는 수녀의 모습을 통해 침묵 속에 깃든 신앙의 순간을 사실적이고 섬세하게 표현했다. 또한 구석에 그려진 꽃은 액자로까지 이어지며, 액자에는 라틴십자가 문양이 새겨져 있어 신앙과 예술의 만남을 나타낸다. 이어 다음 테마에서는 주세페 데 니티스(Giuseppe De Nittis)의 <주교의 오찬>을 관람할 수 있다. 이탈리아 인상주의 화가인 니티스가 17세에 완성한 초기작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연상시킨다. 사실적인 공간 구성이 돋보이는 동시에 장소에 품격을 더하는 흰 식탁보와 금빛 장식 등은 장난기 어린 표정의 중심 인물인 주교와 대비를 이룬다. 19세기 나폴리 화단을 대표하는 조아키노 토마(Gioacchino Toma)의 작품들은 세 번째 테마를 채운다. 그중 <성 베드로의 헌금>은 교황청에 보내기 위해 거둔 ‘베드로 헌금’을 놓고 고민하는 젊은 사제의 모습을 담고 있다. 시민들을 위한 혁명 운동에 헌금을 쓸지 고민하는 사제의 모습은 신앙과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고민하는 인간의 내면을 드러낸다. 전시 기간 중 평일에는 하루 세 차례 정규 도슨트 프로그램이 무료로 운영된다. 운영 시간은 10시부터 19시 40분까지.

발행일 2025-10-26 제3463호 14면

제8회 서울동물영화제 개막…“동물은 지구 공동체 일원”

국내외 다양한 동물 영화를 소개하며 동물과 인간의 연대를 조명해 온 ‘서울동물영화제’가 올해도 관객을 찾는다. 사단법인 동물권행동 ‘카라’가 주최하는 영화제는 10월 28일부터 11월 3일까지 한국영상자료원, 인디스페이스 등 서울 마포구 일대와 온라인에서 열린다. 8회를 맞는 이번 영화제의 주제는 ‘비로소 세계’로, 동물이 인간의 결정과 행위에 영향을 주는 ‘공동체 일원’임을 강조하는 28개국 47편의 작품이 공개된다. 개막작은 허리케인의 발원지, 서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카보베르데의 황폐한 자연에서 살아가는 새, 거북이, 지네 등 생명체들의 고군분투 생존기를 담은 <코리올리 효과>로 선정됐다. 영화 상영과 함께 포럼, 토크 프로그램 등도 마련됐다. 29일에는 국내 전문가들이 참여해 동물과 기후위기 등 재난, 지구 공동체를 논의하는 쟁점 포럼 ‘동물이 있다: 재난시대와 다종공동체’, 30일에는 개막작 감독 등이 참여해 ‘탈인간중심적’ 영화제작 방법론을 소개하는 마스터클래스 등이 예정돼 있다. 영화제 황미요조 프로그래머는 “동물은 세계를 인간과 공동으로 구성하는 공동체의 존재이자 참여자”라며 “동물을 생각하고 동물을 영화에 등장시키는 것이 영화를 어떻게 달라지게 하는지 경험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5-10-26 제3463호 14면

염동국 신부, 사제서품 30년 기념 개인전 ‘곁을 주다’ 열어

“나는 너희를 종이라 부르지 않고 벗이라 부르겠다.”(요한 15,15 참조) 염동국 신부(루카·의정부교구 가좌동본당 주임)가 사제서품 30주년을 맞아 개인전 ‘곁을 주다’를 연다. 10월 15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삼성동 갤러리 보고재(관장 홍수원 젬마)에서 열리는 전시는 그가 사제수품 성구로 품은 말씀처럼 하느님과 이웃의 곁을 지키며 걸어온 사제의 시간을 담았다. 염 신부는 2020년 첫 개인전 ‘TOUCH’를 시작으로 ‘성모님과 함께 걷는 십자가의 길’(2022), ‘내 옆구리에 손을 넣어 보지 않고는’(2024) 등 세 차례 개인전을 통해 세상에 따뜻한 손길을 건네 왔다. 이번 네 번째 전시는 ‘곁을 내주는’ 사랑으로 그 여정을 이어간다. “‘곁’은 내주지 않으면 들어설 수 없는 자리예요. 가득 차 있으면 내줄 수도, 들어설 수도 없는 공간이기에 비어 있어야만 그 의미가 사는 곳이죠. 이번 전시는 하느님이 우리에게 허락한 ‘곁’, 또 우리가 서로에게 ‘어떻게 곁을 내줄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자리예요.” 그는 <Being There>, <고민하는 예수> 등 신작을 포함해 20여 점의 조각품을 선보인다. 특히 <Being There>는 예수님의 ‘곁’, 로마 병사의 창에 찔린 옆구리를 드러낸 작품으로 <피에타상>을 나타냈다. 예수님은 성모님의 품 대신 허공에 몸을 맡긴 채로 우리에게 곁을 내주고, 하느님은 그 모습을 내려다본다. 이 작품은 염 신부가 꾸준히 탐구해 온 ‘위로’의 주제를 잇는다. 이전 전시가 ‘고통’과 ‘구원’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그 끝에서 피어난 ‘곁의 자리’를 보여 준다. “옆구리는 뼈로 감춰지지 않아 인간의 신체에서 취약한 부위 중 하나예요. 그렇기에 많은 사람이 곁을 감추며, 서로 거리를 둔 채 살아가죠. 하지만 예수님은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순간에도 항상 우리 곁에서, 우리를 위해 곁을 내주고 계세요.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거기에 계셨군요’ 고백할 수 있어요.” <고민하는 예수>는 “아버지, 하실 수만 있으시면 이 잔이 저를 비켜 가게 해 주십시오. 그러나 제가 원하는 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마태 26,39)라는 말씀에 대한 묵상을 독창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작품들은 멀고 높은 곳이 아니라 관람객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치된다. 바로 가까이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만지며, 묵상의 시간으로 이끌기 위함이다. 그는 “신앙생활에는 머리뿐만 아니라 오감이 필요하다”며 “묵주기도를 열심히 바치는 이들의 묵주가 매끄럽고 반짝이는 빛을 내듯, 이번 전시의 작품들도 많은 관람객의 손에 닿아 각자의 신앙에 연결되어 빛을 발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염 신부는 “사제수품 성구는 첫 마음이자 늘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이상향”이라며 “깊이 생각하면 할수록 말씀과 멀어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그랬듯 고민하며 멈추기보다는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묵묵히 사제의 길을 걸어가고 싶다”고 전했다. ※문의 02-545-0651 갤러리 보고재(매주 월·화 휴관)

발행일 2025-10-19 제3462호 14면
기사 더보기더보기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