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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혜원 기자

hhw@catimes.kr

[이웃종교] 개신교·불교 출판사, 서울국제도서전 참가

개신교와 불교 출판사들이 6월 24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 참가해 종교 서적을 소개하고 관람객들을 만났다. ‘텍스트힙’ 열풍 속에 개막 첫날부터 오픈런이 이어진 이번 행사에는 주최 측 추산 15만 명 이상이 찾았다. 개신교계 출판사들은 한국기독교출판협회 회원사들을 중심으로 연합·단독 부스를 마련했다. 도서출판 동연, 문광서원, 쿰란출판사 등이 함께한 한국기독교출판협회 연합 부스를 비롯해 생명의말씀사와 성서유니온 등 총 15개 개신교계 출판사가 도서전에 참여했다. 각 부스에서는 신앙서와 성경 해설서, 개신교 에세이 등이 소개됐다. 성서유니온은 ‘교환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일부 출판사는 서평단 이벤트와 저자 만남, 책갈피·키캡 등 굿즈 증정 행사를 마련해 방문객들의 참여를 이끌었다. 불교계에서는 ㈜불광미디어와 고요한소리, 도서출판도반 등 3개 출판사가 참가했다. 이들 출판사는 불교 교리서와 수행·명상 관련 도서, 잡지 등을 선보였다. 일부 부스에서는 ‘나의 불교 라이프스타일 DNA는?’과 같은 테스트도 마련해 방문객들이 불교 관련 콘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부스를 둘러본 한 참가자는 “4월에 불교박람회에 다녀온 뒤 불교가 힙하다고 느껴 부스를 찾았다”며 “종교 서적이지만 일상과 마음을 다룬 책들이 있어 부담 없이 살펴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천주교계 출판사들은 이번 도서전에 참가하지 않았다. 한 천주교계 출판사 관계자는 “많은 사람이 찾는 대형 행사에서 독자들을 직접 만나지 못한 점은 아쉽다”며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앞둔 내년에는 함께 참여해 더 많은 이들에게 천주교를 알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954년 처음 시작한 서울국제도서전은 작가와 독자들이 직접 만날 수 있는 행사, 다양한 이벤트 등으로 국내 최대 규모 도서 문화축제로 자리 잡았다.

발행일 2026-07-12 제3499호 13면

“다른 방식으로 ‘종교와 인간’ 표현한 두 거장 만나요”

여름방학을 앞두고 가족 단위 관람객이 함께 볼 만한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공예박물관에서는 조선 왕실과 천주교가 만난 역사, 그리고 성당 예술에도 발자취를 남긴 한국 현대도예 거장의 예술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예술의전당에서는 남미와 스페인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관람객을 맞고 있다. 한국과 서양의 역사, 예술, 문화를 함께 배울 수 있는 주요 전시를 2회에 걸쳐 소개한다. 가톨릭 문화의 영향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두 거장이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종교와 인간, 시대를 자신만의 화법으로 빚어낸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 1932~2023)와 프란시스코 데 고야(Francisco de Goya, 1746~1828)이다. ‘페르난도 보테로: 형태의 미학’은 풍만한 형태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조형 세계를 구축한 보테로를 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2015년 국내 전시 이후 11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유화와 드로잉, 조각 등 총 112점을 선보인다. 보테로의 작품 세계는 풍만하고 과장된 듯한 형태를 특징으로 하는 ‘보테리즘’에 바탕을 둔다. 이는 단순한 왜곡이 아니라 삶의 여유와 풍요를 드러내려는 그의 미학적 태도다. 보테로는 예술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그림은 삶에 대한 찬미이자, 현실의 고단함에서 잠시 벗어나게 하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전시는 변주, 라틴 아메리카, 종교, 투우, 정물, 서커스 등 6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특히 종교 섹션에서는 보테로 특유의 종교적 상상력과 시선이 담긴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보테로는 생전 “자신은 종교적인 사람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가톨릭 문화가 주를 이루는 콜롬비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교회의 성화와 이미지에 둘러싸여 성장했다. 그는 전통적인 성화의 도상을 차용하면서도 특유의 과장된 형태와 유머로 이를 새롭게 풀어냈다. 엄숙한 종교 도상은 그의 화면 안에서 보다 인간적이고 친근한 모습으로 바뀐다. 주요 작품 <콜롬비아의 성모>는 국가를 하나의 인격처럼 바라보며 그 존재를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의 형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눈물은 당시 사회의 고통을, 초록색 열매는 그럼에도 이어지는 삶의 힘을 상징한다. 이 밖에도 인간적인 온기로 성인의 모습을 표현한 <성 게르트루다>, <성 도로테아>, <성 카실다> 연작과 <이 사람을 보라>, <잠자는 추기경>, <신학교>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8월 30일까지 열린다. 한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는 보테로보다 약 200년 앞서 살았던 고야의 세계를 조명하는 ‘스페인의 거장, 고야: 이성이 잠들 때, 괴물이 깨어난다’가 열리고 있다. 보테로가 인간과 삶, 종교를 유쾌하고 따뜻하게 풀어냈다면, 고야는 인간 내면의 불안과 시대의 어둠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전시는 빛과 어둠, 이성과 광기, 이상과 현실의 경계에 서 있던 고야를 조명하며, 화려한 궁정화가에서 ‘어둠의 화가’로 변모해 간 그의 세계를 보여 준다. 그의 냉철한 시선은 종교와 사회의 그늘까지 향한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판화 연작 <카프리초스> 80점이다. 이 작품들은 당대 스페인 사회를 풍자하며 성직 사회의 위선, 인간의 탐욕과 허영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그런 점에서 <카프리초스>는 오늘의 교회와 사회를 함께 돌아보게 한다. 전시는 <카프리초스> 원작과 미디어아트 등으로 구성됐으며 9월 30일까지 이어진다.

발행일 2026-07-12 제3499호 14면

이효정 작가·이예진 작가 갤러리1898서 개인전

이효정(아델라이드) 작가가 서울 명동 갤러리1898에서 개인전 ‘비단에 그린 성화 첫걸음’을 개최한다. 전시는 제1전시실에서 7월 10일부터 19일까지 열린다. 작가는 그림을 통해 불안한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전시를 준비했다. 작품에는 관람객들이 각자의 아픔 속에서도 주님께서 기다리고 계심을 기억하고, 작은 위로와 격려를 얻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30여 년간의 냉담을 딛고 다시 하느님을 향해 첫걸음을 뗀 작가 스스로의 고백이기도 하다.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우리나라 전통재료인 비단과 석채를 활용한 전통기법으로 작품을 제작했다. 대표작 <성모님과 함께>는 15세기 서양 성미술의 대표작으로 불리는 벨기에 헨트 성 바보 성당의 <헨트 제단화>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그림 속 매를 주님의 말씀을 따르고자 하는 신앙인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전시에서는 이를 포함해 총 1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예진 작가는 같은 기간 제3전시실에서 ‘Lux in Tenebris: 존재 속의 빛’을 갖는다. 전시는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다”(요한 1,5 참조)는 말씀에서 시작됐다. 비신자인 작가는 천주교 성물을 연구하고 제작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빛의 의미와 가능성에 주목했다. 특히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촛대를 전면에 내세운다. 촛대는 인간의 시선을 이끄는 전례적 매개체이면서 동시에 빛이 머물고 드러나는 자리다. 이를 통해 작가는 단순한 시각적 현상인 ‘빛’이 아닌, 보이지 않는 존재로서의 희망을 드러낸다. <Paschal Candle>, <The Eighth Light> 등 15점을 전시한다.

발행일 2026-07-12 제3499호 14면

서울가톨릭미술가회, ‘제1회 스페이스 성북 성미술 소품&굿즈전’ 개최 “K-성미술 알린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앞두고 한국의 성미술을 세계 청년들에게 알리기 위한 전시가 마련됐다. 서울가톨릭미술가회는 7월 1일 서울 성북동 스페이스 성북에서 ‘제1회 스페이스 성북 성미술 소품&굿즈전’을 개막했다. ‘일상의 작은 행복’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9월 5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WYD를 1년여 앞두고 한국교회 미술가들이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감수성을 담은 성미술 소품과 생활용품을 선보이는 자리다. 한국을 찾을 세계 청년들에게 한국 성미술의 아름다움을 소개하고, 신앙을 일상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전시에는 서울뿐 아니라 전국의 가톨릭 미술가 57명이 함께한다. 김선옥(아델리나) 작가의 천 묵주, 김윤숙(엘리사벳) 작가의 한지등, 오광섭(다미아노) 작가의 청동 성수대 등 다양한 재료와 형식의 성미술품이 전시된다. 도자, 한지, 청동 등 한국적 질감과 현대적 조형 감각이 어우러진 작품들을 통해 성미술이 성당 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가정과 일상의 기도 자리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서울가톨릭미술가회는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올겨울 제2회 소품전을 열고, 2027년 WYD 기간에도 한국 성미술 소품과 굿즈를 소개하는 전시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 전시는 그 첫 번째 프로젝트다. 박혜원(소피아) 서울가톨릭미술가회 회장은 “작가들이 제작한 아름다운 성미술과 생활용품을 가까이 접하고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미를 통한 복음화’를 실천하고자 한다”며 “한국의 우수한 성미술을 통해 한국교회의 위상을 높이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아름다움을 가까이하는 일은 일상 안에서 소소한 행복을 누리게 하고, 신앙 안에서 영적인 위안을 얻도록 돕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발행일 2026-07-12 제3499호 14면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 자서전 북토크 열려

“나이를 의식하지 않아요. 할 수 있는 일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거죠.”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잔느·91) 작가가 자신의 삶과 예술을 녹인 책 「김윤신, 전기톱을 든 여인」(김윤신·권근영 지음/300쪽/2만2000원/안그라픽스)을 펴냈다. 김 작가는 6월 2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부대 행사로 마련된 북토크에서 독자들을 만났다. 이날 행사는 공동 저자인 권근영 중앙일보 미술 전문 기자가 사회를 맡았다. 권 기자는 함경남도 원산과 안변에서 보낸 유년기부터 한국전쟁과 피란, 프랑스 유학, 아르헨티나 이주와 현재 작업으로 이어지는 김 작가의 삶과 작업을 사진 자료와 함께 소개했다. 김 작가는 “자연이 다 친구였다”며 어린 시절을 회고했다. 홀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던 어린 시절, 산과 들은 어린 김윤신에게 말을 건네는 친구 같은 존재였다. 권 기자는 작가의 초기 소나무 조각을 두고 “어머니가 정화수를 떠놓고 기도하던 기억, 하늘로 뻗어 올라가는 기도 같은 형태가 겹쳐 보인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유학 시절 세례를 받고 ‘잔느’라는 이름을 얻은 김 작가에게 나무와 돌을 마주하는 일은 단순히 재료를 다루는 일을 넘어, 그 안에 깃든 생명의 결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그를 상징하는 조형 언어는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이다. 서로 다른 둘이 하나를 이루고, 다시 하나가 나뉘어 또 다른 하나를 이룬다는 뜻으로, 김 작가는 “나무와 돌, 작가의 정신이 하나가 돼 새로운 형태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는 작가의 조각 세계를 이루는 핵심으로, 자연과 인간, 재료와 정신이 서로를 받아들이며 새로운 예술로 태어나는 과정을 보여 준다. 책 제목 속 ‘전기톱’에 얽힌 이야기도 이어졌다. 김 작가는 아르헨티나에서 큰 나무를 다루기 위해 처음 전기톱을 잡았다. 그는 “처음에는 두렵고 몸이 떨렸지만, 시간이 지나며 톱과 내가 하나가 되는 순간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전기톱이 나무를 깎아내는 도구를 넘어, 나무 안에 숨은 결을 따라가는 통로가 된 셈이다. 김 작가는 끝으로 관객들에게 “다듬지 못한 마음은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있다”면서 “그런데 그 마음에 집중하지 말고, 자신이 힘들 때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라”고 전했다.

발행일 2026-07-12 제3499호 15면

[새 책] 「삶은 사유가 아니라 돌파다」

사람은 부와 명예를 얻으면 행복에 이를 수 있을까. 러시아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가 삶의 의미를 묻는 이들에게 자신의 고뇌와 깨달음을 전한다. 이 책은 「전쟁과 평화」와 「안나 카레니나」로 부와 명성을 얻은 톨스토이가 이후 마주한 질문, 곧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아간 기록이다. 톨스토이의 「참회록」과 「인생론」 가운데 주요 대목을 엮었다. 「참회록」이 허무 앞에 선 한 인간의 고백이라면, 「인생론」은 그 고백이 생명과 사랑, 행복에 대한 사유로 확장된 글이다. 톨스토이가 극심한 허무 속에서 찾은 해답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 안에 있었다. 힘들게 일하면서도 감사함을 잃지 않고,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에서 그는 삶을 지탱하는 힘을 발견한다. 땀 흘려 일하고, 지금 주어진 삶에 충실하며, 타인을 사랑하는 삶이야말로 허무에서 벗어나는 길임을 깨닫는다. 총 5부로 구성된 책은 생각에만 머무르지 말고 ‘지금’의 삶을 살아 낼 것을 강조한다. 아는 자보다 걷는 자가 진리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걸음의 끝에는 사랑이 있다. 톨스토이에게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나 도덕적 의무가 아니다. 죽음의 두려움과 삶의 허무를 넘어 인간을 참된 생명으로 이끄는 힘이다. “사랑은 생명 그 자체이다. 불합리적이고 고통스럽고 소멸해 가는 생명이 아니라, 행복하고 영원한 생명이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이 사실을 안다. 사랑은 이성이 내린 결론도 아니며, 어떤 활동의 결과도 아니다. 사랑은 사방에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기쁨으로 가득한 생명의 활동 그 자체다.”(134쪽)

발행일 2026-07-12 제3499호 15면

흔들리는 삶 속 여섯 사제의 ‘영성 처방전’…「사제들의 시대 공감」

마음이 흔들릴 때 사람들은 답을 찾는다. 왜 상처가 생겼는지, 미워하는 마음을 어떻게 내려놓을 수 있는지 묻는다. 이 질문들에 여섯 사제가 신앙적 응답을 건넨다. 가톨릭출판사의 웹진 ‘가톨릭북플러스’에 실린 글 중 독자들의 공감을 얻은 글을 선별해 엮은 책이다. 이들은 각자의 삶과 사목 현장에서 만난 질문을 바탕으로, 흔들리는 마음을 딛고 다시 하느님께 향할 수 있는 길을 안내한다. 첫 번째 키워드는 ‘상처’다. 명형진 신부(시몬·인천가톨릭대학교 복음화연구소 소장)는 자신을 ‘유리 멘털’의 소유자라고 고백한다. 과거 누군가의 말에 깊은 상처를 받은 그는 사제로서 너그럽지 못한 자신에게 부끄러움을 느낀다. 명 신부는 부활하신 예수님이 토마스 사도에게 상처 난 손과 옆구리를 보여 주신 장면을 묵상하며, 상처가 새로운 관계의 출발점이 됐음을 풀어낸다. 그는 상처가 하느님과 나누는 진정한 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음을 밝히며, 상처를 잘 받는 마음이 약점이 아닌 하느님과의 대화 통로가 된다고 강조한다. 상처가 하느님과의 대화를 여는 자리라면, 그 대화는 인간의 힘으로는 어할 수 없는 한계 앞에서 더 깊어진다. 문재상 신부(안드레아·대전가톨릭대학교 영성관장)는 그 자리에서 필요한 태도로 ‘의탁’을 말한다. 독일 유학 시절 박사 과정에서 인생 최대의 시련을 만난 그는 “이 일이 당신의 교회에 필요하시다면 이 공부를 마치게 해 주시고, 그렇지 않다면 그저 이대로 흘러가게 해 주소서”라고 기도하며 온전한 의탁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이 경험으로 자신의 욕심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문 신부는 한계 앞에서 필요한 것은 포기가 아니라 하느님께 맡기는 의탁임을 일깨운다. 방종우 신부(야고보·가톨릭대학교 교수)는 ‘미움’을 다룬다. 미워하는 마음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용서는 쉽지 않다. 방 신부는 “자기 형제에게 성을 내는 자는 누구나 재판에 넘겨질 것”(마태 5,22)이라고 전한 예수님의 말씀을 전한다. 미워하는 마음을 품으면 우리 스스로 불행해지며, 설사 자신이 의인이라 할지라도 원수와 똑같이 악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방 신부는 미움을 암세포에 비유한다. 암세포는 인간의 신체가 죽으면 자신 역시 소멸하는 것을 모른 채 세력을 확장하다 끝을 맞는다. 그는 이처럼 미움은 결국 그 마음을 품은 사람 자신을 무너뜨린다고 설명하며, 누군가를 미워하기보다 먼저 자신을 사랑으로 보듬고 나아갈 것을 권한다. 사랑으로 마음을 돌보는 일은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다시 시작된다. 심재현 신부(치릴로·살레시오회·서울시립청소년드림센터)는 이를 ‘부르심’의 자리로 바라본다. 흔히 ‘성소’를 사제나 수도자의 길로 떠올리기 쉽지만, 그는 성소가 모든 이에게 열려 있는 부르심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모든 그리스도인이 각자의 자리에서 하느님 말씀을 선포하고 거룩하게 살아가야 함을 되새긴다. 은성제 신부(요셉·서울대교구 대치동본당 주임)는 ‘신앙의 성장’을 이야기한다. 성당과 멀어진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에게 그는 신앙교육에 앞서 자녀와 인격적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말한다. 본당에서의 직책이나 봉사가 자녀와의 인격적 관계를 형성해 주지는 않으며, 자녀는 가정에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모두 보는 정확한 눈을 가진 존재임을 짚는다. 그러면서 부모가 해야 할 영역과 하느님께 맡겨야 할 영역을 식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신앙생활 안에서도 사람은 흔들리고 두려움을 마주한다. 때로 버거운 삶에서 잠시 벗어나기 위해 재밌는 영상이나 뉴스 등으로 시선을 돌리기도 한다. 이한석 신부(요한 사도·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절망에 빠져 죽기를 청했던 엘리야 이야기를 통해, 모든 소음이 지나간 뒤 침묵 속에서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음을 전한다. 그는 엘리야가 고통 속에서 하느님을 만났듯, 우리 삶의 흔들림도 아직 끝나지 않은 하느님의 이끄심 안에서 바라보도록 이끈다. 책의 말미에는 사제들이 직접 쓴 기도문이 수록됐다. 기도문은 책에서 만난 사유와 묵상을 실제 삶에서 기도로 이어 주는 길잡이가 된다. 서울대교구 총대리 구요비(욥) 주교는 추천사에서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흔들리는 순간에도 늘 함께 계신다”며 “이 책이 그 약속을 일상에서 다시 새기게 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하느님께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길을 비추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6-07-12 제3499호 15면

이용훈 주교 삶과 신앙 돌아보다 「느지지 소년의 사제 일기」

한 소년이 간직한 사제의 꿈은 작은 시골 마을 ‘느지지’에서 시작됐다. 어머니의 품과 같은 정겨운 마을에서 자란 소년은 삶의 굽이마다 함께하신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사제의 길에 들어섰다. 수원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가 자신의 삶과 신앙 여정을 되돌아보는 묵상집을 펴냈다. 이 책은 이 주교의 저서 「인생 그리고 행복」, 「지상에서 천국처럼」과 월간 「외침」에 연재한 ‘주교일기’ 내용을 선별해 보완하고 재구성한 것이다. 책은 크게 ‘임마누엘 하느님’, ‘하느님 백성 한가운데서’, ‘지상에서 천국처럼’ 등 3개 장으로 구성됐다.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과 어머니에 대한 회고는 소신학교와 대신학교 시절, 사제품 순간의 떨림,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신부와 총장으로서 미래의 사제들을 양성하던 시간으로 확장된다. 이 기록들은 아프리카 남수단에서의 사목 경험, 교구장으로서 신자들과 기쁨과 슬픔을 나누며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 10,8)는 말씀을 실천해 온 삶으로 이어진다. 또한 책에는 교구장과 주교회의 의장이라는 직책이 가져온 중압감에 대한 고백도 담겨 있다. 그럼에도 이 주교는 2024년 9월 사도좌 정기 방문에서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한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느님 백성을 사랑하고 사제와 백성 한가운데 머무르라”는 말을 마음에 새긴다. 그러면서 주님께서 자신에게 허락하신 시간을 공동선을 위해 쓰겠다고 다짐한다. 이 다짐은 이 주교가 책을 통해 가장 강조하는 ‘기도’와 연결된다. 그는 수년 전 사제 연례 피정에서 3시간 동안 성체조배를 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성체 앞에 앉아 오롯이 주님을 마주한 180분. 그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마주한다. 이 주교는 수많은 청원기도를 바치고 성경을 읽었음에도 고작 30분밖에 흐르지 않은 것을 보며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전한다. 그러나 반성 속에서 성체조배를 마친 뒤 그가 얻은 것은 평화였다. 마음 깊이 주님을 만난 묵상과 기도의 시간 덕분에 일상에서 완전한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콜카타의 성녀 마더 데레사 수녀의 일화도 함께 전한다. 함께 환자와 빈민을 돌보던 수녀들이 기도 시간을 줄여 달라고 청하자, 데레사 수녀가 오히려 기도 시간을 1시간 더 늘렸다는 이야기다. 이를 통해 이 주교는 그리스도인이 기도의 힘으로 살아가고 봉사해야 함을 일깨운다. 이 주교의 경험과 데레사 수녀의 이야기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최우선 과제가 기도임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는 기도할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신앙인들에게 “일이 많다고 기도하지 않으면, 기도가 차지할 틈은 어디에도 없다”며 “기도 없이 어떤 선행을 하거나, 좋은 일을 하는 것은 아무 가치가 없다”고 강조한다. “신앙인은 자주 습관적으로 주님 품 안에, 불타는 그분의 사랑 속에, 그 원천적인 사랑(amor fontalis) 속에, 사랑의 불덩어리이신 하느님께 푹 잠겼다 나와야 한다. … 이 세상에서 일상적인 활동과 움직임을 접는 날에 이런 천상의 행복을 맛보기 위해 신앙인은 오늘의 고단한 시간을 하느님께 봉헌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삶의 궁극적이고 최종적인 목적이다. 결국 하느님 생명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인간은 세상에 태어나고 죽는 것이다.”(165쪽)

발행일 2026-07-05 제3498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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