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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영 기자

lala@catimes.kr

[제29회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 김광서 신부

“이 책은 그간의 공부를 엮은 것이지만, 제 신앙 여정을 오롯이 담아낸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십자가의 성 요한의 영성이 더 정확히, 더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저서 「십자가의 성 요한의 하느님과의 합일론」으로 제29회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한 김광서 신부(토마스 아퀴나스·가르멜 수도회 마산 수도원)는 십자가의 성 요한의 영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십자가의 성 요한의 영성은 한 마디로 ‘사랑의 영성’임에도, 성인 저서에 있는 ‘끊고 비우고 없애라’는 문장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인간 한계를 넘어서는 극기의 영성으로 오해하는 이가 많음을 김 신부는 안타까워했다. 김 신부는 “불안과 상처를 품고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불완전함을 온전히 품어주는 사랑의 영성은 큰 위로가 될 것”이라며 “깊이 있게 하느님을 체험하고 싶은 이들이 십자가의 성 요한의 영성을 제대로 이해해보면 좋겠다”고 전했다. 깊이 있는 하느님 체험. 김 신부 또한 그것에 천착해 왔다. 절대적 진리를 좇아 철학을 전공했고, 토마스 아퀴나스와 스콜라 철학을 거쳐 가르멜 영성을 접하며 예수의 성녀 데레사와 십자가의 성 요한을 만났다. 그리고 그들이 체험한 하느님을 알고 싶어 수도회에 입회했다. 맨 처음, 절대적 진리를 추구하던 마음을 담아 토마스 아퀴나스를 수도명으로 택한 김 신부는 이 모든 과정을 “하느님을 만나는 여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신부는 “처음에는 개인적 관점에서 하느님을 알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입회 후에는 사도직으로서의 소명의식이 커져, 가르멜 영성을 알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십자가의 성 요한의 하느님과의 합일론」은 이러한 김 신부의 여정을 그대로 담았다. 집필은 그의 박사 논문에서 시작됐다. 2006년 스페인 부르고스 영성신학 대학원에서 십자가의 성 요한의 영성으로 박사과정을 마치며 발표한 논문을, 귀국 이후 틈틈이 한국어로 번역했고 새롭게 연구한 내용들까지 총망라해 2024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총 3부 980쪽의 책은, 십자가의 성 요한의 인간에 대한 관점부터 하느님과의 합일에 이르는 과정까지를 체계적으로 담고 있다. 특히 저서의 마지막에서 다루는 ‘그리스도 인성’ 부분은 책의 핵심이자, 김 신부의 향후 연구 주제이기도 하다. 김 신부는 “기존의 연구들은 초월적이고 절대적인 천상의 모습으로 하느님을 이해하는 데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그 부분을 넘어 십자가의 성 요한의 그리스도론에 집중해 볼 것”이라고 전했다. ■ 수상작 「십자가의 성 요한의 하느님과의 합일론」 이 책은 십자가의 성 요한의 가르침에 따라 하느님과 인간이라는 본성과 본질이 다른 두 존재가 하나로 만나고 일치할 수 있는지, 그 합일 가능성에 대한 종합적 전망을 다룬다. 십자가의 성 요한의 인간학적 관점에서 시작해 정화와 부정과 대신덕을 통해 하느님께 나아가는 여정을 묘사하며, 정화된 인간이 사랑을 통해 하느님화되고 그리스도화되는 과정을 담았다. 책은 ▲1부 십자가의 성 요한의 인간에 대한 관점 ▲2부 신비적 상징의 관점에서 바라본 사랑의 완성으로서 영적 약혼과 영적 혼인 ▲3부 사랑을 통한 변화적 합일의 완성과 충만한 실현을 향하여로 구성된다. ‘하느님과의 합일의 여정’으로 신자들을 이끌고, ‘사랑과 빛의 신비가’ 십자가의 성 요한의 영성을 이해할 수 있게 돕는 책이다. ■ 김광서 신부는 가르멜 수도회 마산 수도원 사제로, 1999년 사제품을 받았다. 스페인 아빌라의 신비신학 대학원에서 가르멜 영성을 익히고, 2006년 스페인 부르고스 영성신학대학원에서 ‘십자가의 성 요한의 영성에서의 사랑의 작용과 특성’ 주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가르멜 수도회 인천 수도원장과 재속회 지도신부, 수도원 참사 등을 역임하며 학술 연구활동을 꾸준히 이어 왔다.

발행일 2025-10-26 제3463호 11면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무너져 가는 집에서 혼자 생활하는 여말선 할머니

“집에 벌레나 쥐 이런 것들 좀 안 들어오면 좋겠어. 잡을 힘도 없는데 자꾸 들어와. 바라는 거? 딱 그거 하나야.” 경북 성주군 금수강산면. 여말선(86) 할머니는 산속에 있는 이 집에서 60여 년째 살고 있다. 길가에 축대를 쌓고 축대 위 땅을 다져 세운 조립식 집. 결혼과 동시에 이곳에 보금자리를 꾸렸고, 세 딸과 아들 하나를 낳아 길렀다. 막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던 40여 년 전, 그 해에 남편은 세상을 떠났다. 간암이었다. 모든 재산을 병원비로 바쳤어도 남편을 살려내진 못했다. 이후 할머니는 남의 집 농사일을 거들며 네 남매를 키웠다. 본인은 학교 문턱을 밟지 못해 한글도 읽지 못하지만, 가난을 물려주기 싫어 아이들은 학교에 보냈다. 하지만 끼니 해결도 어려운 가족에게 교육은 사치였다. 교육비를 내지 못한 아이들은 하나둘 학교를 그만뒀고, 네 남매는 초졸 혹은 중졸로 학업을 마쳤다. 자녀들은 공장에 취직하며 집을 떠났고, 현재는 각자 가정을 꾸려 살고 있다. 형편은 하나같이 어렵다. 월세살이를 전전하며 전화로 안부나 전할 뿐, 시골에 홀로 계신 어머니를 돌볼 여력이 없다. 그 시간 동안 할머니와 집은 나이를 먹었다. 무허가 조립식 건물은 세월과 함께 무너지기 시작했다. 축대가 먼저였다. 폭우를 버티던 축대가 조금씩 허물어졌고, 축대 위 집도 균형을 잃었다. 집의 바닥과 벽이 틀어지며 곳곳에 틈이 생겼고, 외부로 뚫려버린 틈을 통해 벌레와 쥐들이 실내로 들어온다. 허물어진 축대를 걸어 올라가야 하는 구조도 문제다. 작년 여름, 할머니는 그 오르막길에서 미끄러져 다리를 다쳤다. 몇 달이 지나도 차도가 없어 동네 주민의 도움으로 병원을 찾았고 현재까지 치료 중이지만 지팡이 없이는 거동이 어렵다. 지팡이를 짚고 오르막을 오르는 할머니의 모습은 위태롭기만 하다. 냉난방은 할머니가 평생 누려본 적 없는 사치다. 어디선가 얻어온 선풍기 한 대로 이 여름을 보내고 있다. 보일러가 설치돼 있지만, 기름값 걱정에 냉골에서 버티며 겨울을 난다. 기초생활수급자로 할머니가 받는 돈은 월 70여만 원. 남의 땅에 무허가로 지은 집에 살고 있기에 10만 원은 월세로 내야 한다. 각종 세금과 병원비, 식비를 해결하고 나면 늘 빠듯하기만 한 생활이다. 창문이라도 열면 시원할까 싶어 방충망을 설치하고 싶지만, 방충망을 마련할 돈도 힘도 없는 형편. 할머니에게 집 공사나 이사 같은 건 엄두도 못 내는 ‘큰일’이다. 할머니는 입버릇처럼 ‘돈이 원수’라고 말했다. “죽어라 일해도 돈이 없어서 애들 못 가르치고, 돈이 없어서 시집‧장가갈 때 옷 한 벌 못 해준 게 평생 한인데, 뭐만 하려면 돈이 들어서 못해. 그러니 돈이 원수지.” 쥐나 벌레가 안 들어오는 집. 할머니의 소원은 이뤄질 수 있을까. 대규모 공사 혹은 이사가 해결책이지만 결국 또, 돈이 문제다. 할머니를 물심양면으로 돌보고 있는 파티마재가노인지원센터 센터장 황정숙(엘리사) 수녀는 “지자체와 힘을 합쳐도 저희 힘만으로는 부족했다”면서 “힘들게만 살아온 어르신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험한 곳이 아니라 ‘안전한’ 방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게 많은 분이 관심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 성금계좌 -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우리은행 1005-302-975334 국민은행 612901-04-233394 농협 301-0192-4295-51 ◇ 모금기간: 2025년 8월 13일(수) ~ 2025년 9월 2일(화) ◇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 ※기부금 영수증은 입금자명으로 발행됩니다.

발행일 2025-08-17 제3454호 4면

66년 된 한센인 보금자리…산이 쏟아져 내렸다

“66년간 가꿔온 공동체 곳곳이 처참하게 망가졌습니다. 한센인의 보금자리로 시작해 장애인, 노인까지…, 소외된 이들을 품고 은인들의 도움으로 유지되어온 이곳을 되살리고 싶습니다.” 7월 16~19일 쏟아진 ‘괴물 폭우’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경남 산청군. 그곳에 위치한 작은 형제회(프란치스코회) 성심원 역시 큰 피해를 입었다. 원장 엄삼용(알로이시오) 수사는 “피해 복구에 어느 정도의 시간과 비용이 들지 가늠하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산청(山淸). ‘산이 맑은 지역’이라는 뜻 그대로, 지리산을 끼고 있어 예부터 자연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지역을 품어줬던 산은 지역민의 자랑거리였지만, 괴물 폭우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성심원 역시 공동체 뒤편으로 지리산 자락을 끼고 위치해 있다. 앞쪽으로는 강이 흐르는 배산임수 지형, 그곳에 1959년 한센인 정착촌이 형성됐고 그 공동체가 현재의 성심원으로 이어졌다. 1984년 폭우에 침수 피해를 입은 이후 성심원은 마을 앞쪽에 축대를 높이 쌓아 올려 수해에 대비해왔다. 폭우가 예보될 때마다 강물 수위를 유심히 지켜봤고,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산이 무너질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병풍처럼 든든하게 서 있던 산자락은 무너졌고, 거대한 토사가 공동체를 덮쳤다. 한센인 어르신과 장애인, 직원 등 200여 명이 머무는 곳. 사상자가 나오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한 일이었지만 20여만 평 임야 곳곳의 피해는 컸다. 35년간 이곳에 거주 중인 한센인 김성내(65‧치릴로) 씨는 꾸준히 가꿔온 농장과 텃밭을 잃었다. 김 씨는 “산사태가 일어날 거라곤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면서 “초록 풀밭이 토사에 덮여 하루 만에 흙더미가 된 걸 보니 무서웠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성심원 측에서 파악한 산사태 구역은 총 8곳. 토사가 들이닥친 장애인 자립체험홈은 반파됐고, 한센인 어르신들의 거주공간도 흙투성이가 됐다. 산속에 조성된 십자가의 길은 곳곳이 끊어졌다. 1976년 조성돼 성심원의 신앙 중심지 역할을 했던 ‘성모동굴’은 설립 50주년을 앞두고 완전히 부서졌다. 산 중턱 높은 바위 위에 있던 성모상은 원래의 자리에서 떨어져 앞쪽 바닥에 반쯤 파묻힌 채 발견됐다. 엎드린 상태로 흙더미 속에 있는 성모상을 일으켜 세우고 싶지만, 인력도 장비도 없는 상황. 복구작업도 문제지만, 현재 성심원의 가장 큰 고민은 배수구다. 성심원 내 모든 배수로가 토사로 꽉 막혀버렸다. 이어지는 폭염, 사방을 끈적하게 덮었던 토사들은 빠른 속도로 굳어가고 있다. 배수로가 막힌 때에 비가 쏟아진다면, 어떤 피해를 볼지 상상하기가 어렵다. 지자체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산청군 전체가 피해를 입은 상황이기에 성심원의 순서가 언제 올지 알 수가 없다. “항상 기뻐하십시오. 늘 기도하십시오.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십시오”(테살1 5,16-18)는 성심원의 ‘원훈’이다. 엄 수사는 원훈을 언급하며 “인명 피해 없이 우리 공동체가 함께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하다”면서, “한 명의 봉사자라도 연락을 주시길 청하며 포크레인‧덤프트럭 등 중장비가 정말 필요한 상황이기에 도움 주실 분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후원계좌 : 농협 887-01-055068 예금주 (재)프란치스꼬회산청분소 *문의 : 055-973-6966 산청성심원

발행일 2025-08-03 제3453호 3면

마산교구 평협, 제3회 수산종자 방류사업

마산교구의 ‘해양 생태환경 및 자원 회복을 위한 수산종자 방류사업’이 6월 19일 오후 2시 창원시 진동면 광암항 일원에서 개최됐다. 올해 세 번째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회장 이한규 안드레아, 담당 백남국 요한 신부)와 (사)한국수산종자산업협회가 공동주최했다. 수산종자 방류사업은 회칙 ’찬미받으소서' 공표 후 교구만의 실천 방법을 고민하던 평협이, 바다에 주목하며 2023년 처음으로 마련됐다. 이후 평협은 해마다 볼락, 참돔 등 치어 15만 마리를 방류해 왔고, 1억 3000여 만 원에 달하는 치어들을 (사)한국수산종자산업협회가 제공해 왔다. 바다 생태계 보호와 지속가능한 어업의 중요성을 되새긴 이날 행사에는 교구장 이성효(리노) 주교와 평협 회원들, 신자 및 관계자들과 지역 어업인 등이 참석했으며, 행사는 식전 공연에 이어 개회식, 단체별 방류 활동 순으로 진행됐다. 행사장 주변에는 유령어구와 친환경 알루미늄 부표 등을 전시하는 해양환경 보호 부스도 함께 운영돼 의미를 더했다. 이성효 주교는 “우리가 행하는 작은 방류가 바다를 지키는 중요한 한걸음이 되길 바란다”면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우리 모두가 함께 인식하고, 창조 질서 보존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주교는 “심각한 기후 위기와 환경 오염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신뢰 회복이 우선되야 한다”며 “서로 신뢰하고 연대하는 사회만이 기후 위기 앞에서도 슬기롭게 대응할 수 있기에, 생태 회복은 곧 인간 관계 회복과 맞닿아 있다”고 전했다.

입력일 2025-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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