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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은?…“사도좌와 전 세계 교회 일치 기념”

11월 9일, 교회는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을 기념한다. 로마 4대 바실리카 중 하나인 이 성전은 로마 최초의 바실리카 대성당으로, 성 요한 대성당(S. Giovanni in Laterano)으로도 불린다. 신자들에게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이 축일은 성전의 봉헌을 기념할 뿐 아니라, 우리 신앙의 뿌리를 되돌아보는 의미 있는 날이다. 313년 밀라노 칙령 이전, 초대교회 신자들은 박해를 피해 지하 묘역과 가정집에 숨어 미사를 봉헌했다. 그리스도교가 공인된 후,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멜키아데스 교황에게 라테란 궁전을 기증했고, 로마 한복판에 성당을 함께 세웠다. 이곳이 바로 라테라노 대성전이다. 하느님을 고백하는 신자들이 처음으로 제국의 중심에서 두려움 없이 함께 모여 미사를 드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스도교가 은밀한 장소에서 제국 중심의 공개 장소로 나온 역사적 전환점이었다. 324년 실베스테르 1세 교황은 이 성전을 구세주 그리스도에게 봉헌했다. 그 후 교황청이 아비뇽으로 옮겨간 1309년까지 천 년 동안, 모든 교황이 대관식과 착좌식을 이곳에서 거행했고 이곳에 묻혔다. 또한 제1~5차 라테란 공의회가 열리는 등 교회의 중요한 결정들이 내려졌다. 대성전이 지닌 역사적 의의는 지금도 성전 입구에 새겨진 ‘로마와 온 세상 모든 교회의 어머니요 으뜸(Omnium urbis et orbis ecclesiarum mater et caput)’이라는 문구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하지만 라테라노 대성전의 역사는 순탄하지 않았다. 898년 지진으로 붕괴됐고, 1308년과 1361년 두 차례 대화재로 거의 모든 것이 불타 없어졌다. 그러나 교회는 매번 성전을 다시 세우며, 당시 직면한 여러 위기 속에서 기본을 다시 세우고 점검하는 쇄신의 기회로 삼았다. 특히 1308년 화재 때는 소성당을 제외한 모든 건물이 사라졌는데, 아비뇽에 있던 교황청에서도 재건을 위해 자금을 보냈다. 이러한 대성전의 내력에 대해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95년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강론에서 “라테라노 대성전은 교회가 역사 속에서 계속하여 자신을 쇄신하는 표지”라고 했다. 미국판 가톨릭대사전은 “반복된 화재와 재건은 로마 교회의 시련과 그 후의 회복을 상징적으로 반영한다”고 명시했다. 현재의 건물은 식스토 5세 교황과 후임 교황들이 도미니코 폰타나, 프란치스코 보로미니 등의 건축가들에게 위탁해 건립한 것이다. 폰타나가 외관을 정비하고 보로미니가 내부를 단장했다. 레오 13세 교황은 후에 지상과 천국의 일치를 상징하는 모자이크로 후방을 정비했다. 중앙 대제단에는 성 베드로와 바오로의 머리 유해 및 카타콤바에서 옮겨 온 많은 유물이 보관되어 있는데, 이는 라테라노 대성전이 사도적 권위와 교황좌의 상징임을 드러낸다. 또한 최후의 만찬에서 사용됐다고 전해지는 삼나무 탁자도 보존돼 있다. 20세기에도 라테라노 대성전은 역사의 현장이었다. 1929년 이탈리아 왕국과 교황청이 맺은 라테란 조약이 이곳에서 체결되어, 바티칸 시국의 독립을 선언하고 교황청의 국제법적 지위를 확립했다. 11월 9일 축일은 12세기부터 로마에서 기념되다가, 사도좌에 대한 사랑과 일치의 표지로 모든 교회에 확대됐다. 이처럼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은 전 세계 교회의 일치와 사도좌와의 연결을 새롭게 되새기며 교회의 시작과 기초, 사도 전승의 중심을 기억하도록 한다.

발행일 2025-11-09 제3465호 3면

[인터뷰] 멜키체덱 사본 주제로 박사 논문 발표한 임장혁 신부

1947년부터 1956년까지 이스라엘 사해 서안 유다 광야에서 발견된 고대 문서들은 성경과 초기 그리스도교 연구의 핵심 자료다. 특히 쿰란 지역 11개 동굴에서 출토된 850여 편의 문서는 예수 시대 유다 지역의 신앙과 사상을 이해하는 필수 사료로 평가받는다. ‘멜키체덱 사본(11Q13)’은 그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문헌이다. 이 문서는 마지막 때에 하느님께서 죄를 용서하시고 의로운 이들을 구원하시며 악의 세력을 심판하신다는 종말 신앙을 담고 있다. 학계는 이 문서를 통해 유다교 내에 존재했던 다양한 메시아 이해와 종말 사상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는 신약성경의 구원과 심판 메시지를 이해하는 중요한 배경이 됐다. 임장혁 신부(실바노·대전가톨릭대 교수)가 최근 이 멜키체덱 사본을 주제로 예루살렘 ‘에콜 비블릭(École Biblique et Archéologique Française de Jérusalem)’에서 박사논문을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에콜 비블릭은 1890년 도미니코회가 설립한 성서학 기관으로, 쿰란 사본 연구와 성서고고학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곳이다. 「멜키체덱 사본에 등장하는 멜키체덱의 정체성」 제목의 논문은 독창적인 접근법으로 더욱 관심을 끈다. 그는 ‘페쉐르’라 불리는 쿰란 공동체 특유의 성서 해석 방식을 분석해, 멜키체덱을 하느님이나 인간 메시아가 아닌 천사, 보다 구체적으로는 대천사 미카엘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멜키체덱은 종말에 쿰란 공동체를 구원하고 악의 세력인 벨리알을 심판하는 존재로 묘사됩니다. 성경과 쿰란 문헌 전반에서 벨리알과 대적해 승리를 거두는 존재는 미카엘 천사입니다. 따라서 멜키체덱을 미카엘 대천사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기존 연구와 달리 이번 논문은 멜키체덱 사본이 인물의 정체를 직접 규정하기보다, ‘진리의 사람들’, ‘빛의 자녀들’, ‘벨리알’ 같은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속에서 정체성을 드러내는 방식에 초점을 맞췄다. 임 신부는 “마치 소설에서 주변 인물이 주인공의 성격과 사명을 드러내듯, 쿰란 문헌에서도 멜키체덱의 정체성과 역할이 공동체 및 적대 세력과의 관계 속에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작업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훼손된 사본들의 판독 작업과 긴 시간의 인내였다. 원문이 잘 보이지 않아 특수 촬영된 사진 자료를 확보하고 복원과 비교 작업을 거듭해야 했다. 그러나 “당시 필사자들의 손길이 느껴질 때마다 감동했고, 이런 감정이 쿰란 문헌 공부를 계속하도록 이끄는 동기가 됐다”고 임 신부는 밝혔다. 임 신부는 쿰란 문헌 연구가 초기 교회와 예수 시대의 신앙 환경을 이해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수님과 동시대를 살았던 쿰란 공동체 구성원들은 이런 문헌들을 읽으며 종말에 대한 희망을 품고 살았다”며, “쿰란 문헌은 신약 시대의 사고 세계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배경이 된다”고 소개했다. 앞으로 임 신부는 쿰란 사본 연구와 고문서학을 계속 공부하며, 신학적으로는 메시아즘과 연결된 역사적 예수를 주제로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쿰란을 공부하면 할수록 ‘예수님은 누구이신가’라는 질문이 더욱 깊이를 더 해 갑니다. 한국교회에서는 아직 미개척 분야인 쿰란 문헌을 좀 더 많이 알리고 싶습니다.”

발행일 2025-11-09 제3465호 21면

‘천상 행복’ 누리는 가장 쉽고 강력한 방법은?…「하느님의 현존 연습」

“프라이팬에서 달걀을 뒤집을 때도 하느님의 사랑을 위해서 한다. 전혀 어려울 것이 없다. 그저 하느님 앞으로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 17세기, 프랑스 파리 맨발의 가르멜회 수도원에는 ‘부활의 로랑’이라는 수도명의 수사가 있었다. 다리가 불편했던 그는 겉보기에 특별한 것 없는 매우 평범한 수도자였고, 부엌일과 신발 수선, 포도주 배달 등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아 했다. 하지만 그런 일상 안에서 ‘하느님의 현존 연습’을 실천한 인물로, 4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많은 이에게 깊은 영감을 주고 있다. 「하느님의 현존 연습」은 부활의 로랑 수사가 직접 남긴 금언과 편지 그리고 그와 나눈 대화를 통해 요셉 드 보포르 신부가 정리한 것이다. 2007년 초판 이후 14년 만에 개정된 이번 판은 가죽 양장본으로 새로이 편집되어, ‘평범함 속의 신앙’을 차분히 음미하도록 초대한다. 그의 영성은 놀라울 만큼 단순하며, 가장 쉽고도 강력한 영성 수련법으로 전해진다. 기도할 때뿐만 아니라 가장 사소한 일을 할 때도, 매 순간 하느님과 끊임없이 대화하는 것이다. 마음속에서 하느님과 함께 머물고 그분만을 생각하는 것. 그것만으로 천상의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생애 내내, 죽는 순간까지 몸소 증명했다. 책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특히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부활의 로랑 수사는 요리사이자 신발 수선공으로서 스트레스와 고된 일, 단조로운 일과와 끝없는 일거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런 그가 제안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니다. ‘일하는 동안 잠깐씩 중단하고, 때로는 그저 스쳐 지나가듯이, 몰래라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하느님께 경배드리라’고 조언한다. ‘식사할 때, 대화할 때, 일할 때 자주 마음으로 그분을 우러러보는 것’, ‘아주 짧은 순간이라도 하느님을 기억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하느님을 사랑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다. 그리고 내가 알지 못하는 온갖 연습을 통해 그 목표에 이르고자 한다. 수많은 방법을 써가며 하느님의 현존 안에 머무르려고 무척 고생을 한다. 그보다는 모든 일을 하느님의 사랑을 위해 한다는 것이 더 빠르고 곧은 길이 아니겠는가.”(226쪽) 성당에 가야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세속을 살아가며 하느님과 가까워지기 어렵다고 느끼는 신앙인들에게, 부활의 로랑 수사는 ‘오늘, 여기서 시작하는 영성’을 말한다. 책 제목에서처럼, 하느님을 추구하는 일은 ‘연습’을 필요로 한다. 마치 살기 위해 숨 쉬는 것과 같다. 그는 시시때때로 자신의 마음속에 들어가 하느님과 대화하라고 당부한다. 또한 하루에 여러 번, 일을 하는 동안에도 할 수 있는 모든 순간마다 그분께 마음을 드리는 버릇을 들일 것을 강조한다. 낮 동안 ‘무심코 흘려보내는 순간’을 이용하라는 권고는 우리가 사무실에서 컴퓨터로 일하면서, 집안일을 하면서, 길을 걸으면서도 하느님의 현존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덧붙여 이런 ‘연습’이 자연스러워지려면, 마음속으로 하느님께 돌아가 하루 동안에도 여러 번 짧은 내적 흠숭을 반복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가르침이다.

발행일 2025-11-09 제3465호 15면

교황청 전교기구 한국지부, 해외 선교에 2억8000여 만 원 지원키로

교황청 전교기구 한국지부(지부장 정용진 요셉 신부)는 10월 28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제23차 정기 이사회를 열고, 해외 선교 사업 14건에 총 2억8295만4392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국지부는 이번 이사회에서 2025년 상시 해외 선교 사업 지원 신청 1건과 하반기 해외 선교 사업 지원 신청 13건을 심의했다. 승인된 사업은 캄보디아 바탐방교구 파일린본당 성전 및 교육관 지붕 보수, 인도네시아 빨랑카 라야 지역 극빈 가정 영양꾸러미 지원, 필리핀 카비테 지역 학교 교육환경 개선, 칠레 산티아고 겨울 점심 무료 나눔, 앙골라 직업학교 교육 사업 등이다. 또한 모잠비크 마루파 지역 우물 파기, 파푸아뉴기니 멘디교구 본당 건물 신축, 브라질 학교 컴퓨터실 재개관, 볼리비아 공소 건축 및 어린이집 영양 지원, 파라과이 다목적 체육관 건축, 동티모르 커피 협동조합 시설 개선 사업 등도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정용진 신부는 “한국지부 설립 6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에 다양한 행사를 통해 보편 선교의 의미를 깊이 되새겼다”며 “다양한 주체들이 마음을 모아 헌신한 덕분에 재정적 성장뿐만 아니라 선교 활성화의 기반을 다지는 기회가 됐다”고 밝혔다. 정 신부는 “앞으로도 사무국은 교황청과 해외 선교교회와의 연대 속에서 복음 활동이 더욱 힘 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든든한 뒷받침이 될 것”이라며 “이사들도 공동체의 선교적 소명에 함께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사회는 한국가톨릭해외선교사교육협의회가 주관하는 제31차 해외 선교사 교육도 승인했다. 교육은 2026년 1월 12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성북구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선교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발행일 2025-11-09 제3465호 6면

전국 교구 홍보 담당자들, AI 올바른 활용 위해 한자리에

전국 교구 홍보 담당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생성형 인공지능(AI)를 교회 홍보에 접목하는 방법을 익혔다. 전국 교구 홍보국장회의는 10월 30일부터 31일까지 대전교구 정하상교육회관에서 각 교구 홍보 담당자 70여 명을 대상으로 ‘생성형 AI 업무 활용’ 교육을 열었다. 지난 7월 전국 홍보국장 회의에서 AI 교육 필요성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교육은 전체 참석자를 대상으로 한 ‘AI 리터러시’ 공통 강의를 시작으로, 미디어 AI 활용과 홍보·주보 제작 AI 활용 등 두 분야로 나눠 진행됐다. AI 리터러시 강의에서는 AI의 기본 개념과 리터러시의 중요성, 비판적 사고와 AI 사용의 위험성 등이 집중 조명됐다. 정보와 기술을 올바르게 해석하고 활용하는 문해력을 강화해야 하며, AI를 맹목적으로 수용하기보다 용도와 상황에 따라 비판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주교회의 홍보국장 임민균(그레고리오) 신부는 “교회도 AI 시대에 발맞춰 이를 적극 활용하되, 유익한 점과 경계해야 할 점을 분별할 필요가 있다”며 “AI가 우리 일상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이번 교육이 교회 차원의 AI 지침과 방향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5-11-09 제3465호 6면

[인터뷰] 신형식 신임 주교황청 대한민국대사

10월 29일 주교황청 대한민국 대사에 임명된 신형식(스테파노) 대사는 11월 6일 출국에 앞서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반도 평화와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성공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신 대사는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경기대학교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래정경연구소 사무총장, 아시아민주주의네트워크 사무총장, 부경대학교 국제지역학과 겸임교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연구소 소장, 사단법인 국민주권연구원 원장 등을 역임했다. 신 대사는 “7년 전 로마 성 베드로 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했던 짧은 만남이 오늘 주교황청 대사로 부임하게 된 은총으로 이어진 것으로 믿는다”며 “수교 60주년을 넘은 한국과 교황청의 성숙한 관계를 더욱 심화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특히 “2년도 채 남지 않은 2027 서울 WYD 준비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면서, “이를 위해 주무 부서인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를 비롯한 각 부서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신 대사는 “2027 서울 WYD는 가톨릭교회의 행사가 아닌 전 세계에 평화와 연대의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행사”라며, “교회와 정부, 시민사회가 모두 참여해 준비하고, 행사장 안전 등 정부 지원이 필요한 부분에서 정부 역할이 충실히 이행되도록 각 부처와 지자체 등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교황 방한과 관련 신 대사는 “교황님 방한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의 모멘텀을 다시 살리는 결정적인 외교적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교황님이 이때 북한도 방문하신다면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결정적 기회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교황청 대사로서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한 교황청의 노력에 전폭적인 지지를 표하며, 교황청과 한국교회 그리고 북한 당국 간의 신뢰를 구축하고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전했다. 신 대사는 아울러 “한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특수한 상황에 있기에, 교황청 외교 무대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명”이라며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교황청의 지속적인 관심과 기도를 공식 외교 채널로 연결하고, ‘평화의 중재자’로서 한국교회의 염원을 보편교회와 국제사회에 전달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교황님께서 강조하시는 것처럼, 교황청의 외교는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향한 연대에 기반한다"며 "한국교회의 성숙한 위상에 걸맞게 보편교회의 사명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했다. “교황님께서 한반도 평화에 깊은 관심을 두시고, 특히 북한 청년과의 만남을 염원하고 계십니다. 평화의 염원이 실현되고, 2027 서울 WYD가 한국과 교황청의 관계를 굳건히 하며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축제가 되도록 함께 기도해 주시길 청합니다.”

발행일 2025-11-09 제3465호 21면

홍성남 신부 “나를 끝까지 이해하고 사랑하세요”

홍성남 신부(마태오·서울대교구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의 「끝까지 사랑하는 마음」 북토크가 10월 30일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약 300명의 청중이 자리한 가운데 열렸다. 가톨릭신문사(사장 최성준 이냐시오 신부)와 김영사가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는 가톨릭신문의 문화사목 활동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70분 넘게 이어진 강연에서 홍 신부는 자신의 우울증과 알코올중독, 자살 충동을 느끼며 좌절했던 기억을 거침없이 털어놨다. 44세 때 계곡 다리 위에서 삶을 끝내려 했던 순간, “내 인생이 이렇게 끝날 거냐”라는 허공의 목소리에 “죽기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어 돌아섰다는 고백이 이어졌다. “그때까지 저는 나를 미워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어요. 오히려 내가 너무 이기적이라고, 더 착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넌 루저야’, ‘넌 못났어’ 등의 말을 항상 되뇌다 보니 당연히 우울과 불안감을 지니게 됐고, 사제 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그런 감정이 지속됐어요.” 홍 신부는 상담을 통해 자신을 짓누른 것이 양심인 척하는 ‘내사(Introjection)’라는 내면의 폭군임을 깨달았다. “심리학 책에서 그 부분을 보며 밤새도록 울었는데 속이 시원했어요. ‘내가 나쁜 사람이 아니었구나’, ‘나를 몰아세운 것은 바로 나였구나’라는 것을 마주했죠.” 이날 홍 신부가 강조한 것은 세 가지였다. 첫째는 ‘자기를 끝까지 이해하고 사랑하라’ 둘째는 ‘어떤 역경 속에서도 버티는 자가 승자다’, 마지막은 ‘잘 놀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홍 신부는 "나는 자신을 비난하지 말고 절대적인 아군이 되어야 한다"며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든, 스스로를 적으로 돌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재개발 지역 성당에서 깡패들의 협박을 받으며 5년을 버틴 이야기는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새벽 4시에 베토벤을 최대 볼륨으로 틀어놨죠. '듣다가 죽어라' 하면서요. 그런데 한 달쯤 지나니 제 속이 시원한 거예요. 클래식 음악 감상은 영혼의 샤워더라고요." 당시 명화 복제품으로 사제관을 장식하고, 좋은 향을 맡고, 일식 삼찬으로 식사를 차려 먹으며, 머리에 젤을 발라 단정하게 다녔던 구체적인 생존 비법을 제시한 홍 신부는 "아무리 가난하고 힘들어도 깔끔하게, 또 저렴하면서도 우아하게 살라"고 조언했다. 강연 말미에 홍 신부는 “사람 마음 안에는 다 꽃이 있다"며 "제 역할은 여러분 마음 안에 있는 돌덩이를 치워드리고, 그 꽃이 만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왔다는 한 참석자는 “자기혐오와 열등감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시간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발행일 2025-11-09 제3465호 15면

교회는 왜 산골(散骨)을 금지할까…“부활 육신에 대한 존경”

‘장사 등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2025년 1월 21일 일부 개정, 1월 24일 시행)에 따라 산분장(散粉葬)이 합법화되면서 유골을 허공이나 땅, 바다 등에 뿌리는 산골(散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산골이 자유로운 회귀를 상징하는 듯하지만, 가톨릭교회는 부활 신앙에 따라 부활할 육신에 대한 존경을 표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지난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에서도 이 문제가 안건으로 다뤄지며 신자들의 주의를 환기했다. 주교회의는 2017년 12월 4일 상임위원회 승인으로 「산골에 관한 질의응답」을 통해 교회 입장을 명확히 밝힌 바 있다. 주요 내용을 Q&A로 정리한다. Q. 산골을 금지하는 이유는? A. 교회는 죽음으로 영혼이 육신에서 분리되지만, 부활 때에 하느님께서는 육신에 썩지 않는 생명을 주시며 이 육신은 영혼과 다시 결합하여 변모될 것이라는 믿음을 지닌다. 따라서 부활할 육신에 대한 존경의 표현으로 산골을 금지한다. 교회는 '죽음을 인간의 완전한 소멸, 자연과의 융합, 윤회의 단계로 여기는 그릇된 사상'과 관련된 태도를 용납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산골은 범신론이나 자연주의, 허무주의 사상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어 허용되지 않는다. Q. 하느님은 어디에나 계시는데, 유골을 세상에 뿌리는 것이 잘못인가? A. 하느님은 세상 어디에나 계시지만 세상을 초월하신 분이다. 죽은 이를 세상과 일치시키려는 범신론적 사고에 입각한 산골은 하느님이 세상을 초월해 계신다는 신앙을 부정하는 것이다. 유골을 성스럽게 보관하며 영원한 생명을 기다리는 것이 신앙인에게 합당하지만, 유골을 공중이나 산, 강, 바다 등에 뿌려 다시 볼 수도 찾을 수도 없게 만드는 산골은 하느님을 세상 안에만 계시는 분으로 축소할 위험이 있다. Q. 세상이 허무한데, 유골을 남기지 않는 산골이 왜 잘못인가? A. 유골을 흩어버리는 행위는 세상을 무가치하게 여기는 잘못된 세계관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 그리스도인에게 세상은 허무한 것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준비하는 소중한 과정이다. 산골은 허무주의적 표현으로 오해될 여지가 많아 허용될 수 없다. Q. 수목장은 가능한가? A. 묘지에 마련된 수목 등에 유골함을 묻고 고인 이름을 표기하는 자연장(수목장)은 부활 신앙에 반대되는 이유로 선택된 것이 아니라면 허용된다. 매장 의미가 있고, 추모 장소로 규정되며, 부활 신앙이 분명히 고백 된다면 교리에 어긋나지 않는다. 다만 유골을 나무 주위에 뿌리는 형태는 산골로 간주해 허용되지 않는다. Q. 봉안 기간이 지난 유골은 산골 해도 되나? A. 봉안 기간이 지난 유골도 산골 해서는 안 된다. 공원묘지 등에 별도로 '공동 안치소'를 마련해 이름을 표기하고 매장 형태로 영구히 봉안해야 한다. Q. 유골을 집에 보관할 수 있나? A. 유골은 묘지나 교회 등 거룩한 장소에 보존해야 한다. 생전에 교회 뜻에 반해 산골 유언을 했다면 교회법에 따라 장례미사가 거부될 수도 있다. 유골을 기념물이나 장신구에 넣거나 유가족이 나눠 갖는 행위도 금지된다. Q. 그리스도교 장례는 어떻게 치러야 하나? A. 교회는 죽은 이의 부활 신앙을 잘 드러내는 매장을 전통적으로 장려한다. 다만 육신의 부활 교리를 부정하지 않는다면 화장도 허락된다. 화장은 영혼에 영향을 주지 않으며, 하느님의 부활 능력을 막지 못하기 때문이다.

발행일 2025-11-02 제3464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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