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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일상 속 모든 순간을 은총의 자리로 이끄는 「은총의 순간」

삶은 종종 우연과 상처의 연속처럼 보이지만, 신앙의 눈으로 바라보면 그 모든 시간이 하느님께 이르는 통로가 된다. 「아주 특별한 순간」, 「치유의 순간」을 통해 많은 독자와 피정 참가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해 온 안토니오 사지 신부(빈첸시오 수도회)가 성경 말씀을 길잡이 삼아 일상의 모든 순간을 은총의 자리로 볼 수 있도록 이끄는 책을 펴냈다. 안토니오 신부는 수도회로부터 치유 미사와 대중 설교로 복음을 전해 온 고(故) 요셉 빌 신부의 후임자로 임명돼, 현재 ‘침묵 치유 피정’에 전념하고 있다. 이 책은 그가 전 세계 각국에서 피정을 이끌며 축적한 영적 통찰을 바탕으로, 말씀 묵상의 본질을 풀어낸 강론집이다. 저자는 하느님께서 우리의 기쁨뿐 아니라 아픔과 실패, 눈물의 순간까지도 은총의 재료로 삼아 우리를 당신의 빛으로 이끄신다고 강조한다. 삶의 밝은 면만이 아니라, 외면하고 싶었던 경험들마저 하느님의 손길 안에서는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는 메시지다. 시선을 끄는 부분은 ‘성경’과 ‘기도’를 삶의 한가운데로 끌어당긴다는 점이다. 저자는 베드로가 깊은 물에 그물을 던졌듯, 말씀이 우리 마음의 ‘깊은 데’까지 내려가야 한다고 말한다. 겉을 스쳐 가는 이해가 아니라, 침묵 안에서 말씀이 마음에 머물도록 허락할 때 비로소 변화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책은 쉬운 예화와 함께 들려주는 18개의 성경 말씀 묵상으로 구성돼 있다. 복잡한 신학적 설명보다는, 독자의 일상과 맞닿은 언어로 말씀을 해석해 나가며, 하느님께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이들의 갈망을 북돋운다. 또 성경을 ‘영적 성장을 위한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도구’로 제시하고, ‘하느님과의 대화’는 어린아이가 말을 배우듯 말씀을 따라 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일러준다. 특히 저자는 ‘침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많은 것을 듣고 배우는 시대일수록, 침묵 안에서 주님과 함께 머물며 묵상한다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잊혀 흘러가는 것과 다르게 잊히지 않고 마음 안에 남는다고 상기시킨다. 하느님 사랑의 특징을 설명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그는 “하느님은 당신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위해 사랑하신다”고 짚으며, “우리가 배우자를 죽을 때까지 사랑하고 싶듯, 하느님은 우리보다 더 간절히 끝까지 사랑하기를 원하신다”고 전한다. 무엇보다 하느님 말씀으로 자유로워지고 변화하는 데 필요한 것은, 마음 깊은 데에 하느님의 말씀이 닿게 하는 일이다. 안토니오 신부는 “그분께 우리 마음을 드러낼 때, 축복이 풍성히 내린다”고 조언한다.

발행일 2026-02-08 제3478호 15면

주교회의 소공동체소위원회 “시노달리타스 리더십 양성 프로그램 마련”

주교회의 복음선교위원회 소공동체소위원회는 1월 26일부터 28일까지 경북 왜관 성 베네딕도 문화영성센터에서 ‘시노달리타스와 소공동체’를 주제로 2026년 연수 및 제71차 정기 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 앞서 진행된 연수는 박용욱 신부(미카엘·대구대교구 사목연구소장)의 주제 강의와 ‘성령 안에서 대화’ 나눔, 지역 문화유산 탐방 등으로 진행됐다. 박 신부는 ‘「최종 문서」와 「시노드 이행 단계 길잡이」 안에서 드러난 소공동체의 역할과 책임’을 주제로 강의했다. 「최종 문서」 내용을 먼저 다룬 박 신부는 그 안에 언급된 소공동체 관련 내용을 소개하며, 다양한 해외 교회 사례를 통해 “소공동체는 ‘관계’를 체험하고 넓히는 교회의 소중한 자원”임을 강조했다. 박 신부는 “시노달리타스는 조직의 운영 원리나 사목 기법이 아니라 관계의 문제”라고 밝히며, “섬처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삼위일체의 친교 관계를 실제로 살고 추구하는 교회는 희망과 용기를 준다”고 전했다. 마태오복음 5장 1~12절의 말씀을 토대로 ‘복음 나누기’로 시작된 정기회의에서는 회의록 점검과 안건 토의, 2027년 12월 활동 계획 결정 등이 이뤄졌다. 소공동체소위원장 장신호(요한 보스코) 주교는 인사말에서 “올해 6월 29일부터 7월 1일까지 전주 평화의 전당에서 열리는 소공동체 전국 모임에 각 교구와 본당의 소공동체 촉진자들을 초청할 예정”이라며, “참석자 모두가 시노달리타스의 주체로 참여하면서 소속 교구와 본당, 소공동체 사이를 연결하는 시노달리타스 촉진자로 성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 주교는 “특히 전례를 중심으로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하는 가운데, 복음과 삶을 일치시켜 나가는 리더십 양성 프로그램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발행일 2026-02-08 제3478호 2면

신학·역사 균형 있게 엮어 조명한 「예수님 가이드」

고대 근동의 외딴곳에서 불과 3년 남짓 활동했던, 2000년 전의 한 남자. 책 한 권 남기지 않았고, 어떤 기록 매체에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오늘날 전 세계 인구의 31%인 25억 명이 그를 따른다. 예수 그리스도다. 그는 과연 어떤 분이었을까. 「예수님 가이드」는 이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해, 성경은 예수를 어떻게 증언하는지, 그리고 그에 대해 어떤 신학적·역사적 해석이 가능한지를 자세히 살핀다. 예수를 단순한 신앙의 대상이나 교리적 인물로만 시선을 두지 않으며, 그렇다고 역사적 인물로 축소하지도 않는다. 신학적 해석과 영적 성찰, 역사 비평을 균형 있게 엮어 예수 그리스도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총 5부로 구성된 이 책은 신약성경이 전하는 예수님과 예수님에게 부여된 의미를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함께 제시한다. 1부에서는 복음서의 성격과 신뢰성, 로마 제국과 헬레니즘 세계 안에서의 유다 사회를 고찰하며, 2부는 강생과 탄생의 신학적 의미를 짚고 유년기와 공생활 이전 시기를 조명한다. 3부는 제자 부르심과 하느님 나라 선포, 기적과 비유 등 공생활의 핵심을 알아본다. 4부는 예루살렘 입성부터 십자가 죽음과 부활까지의 여정을 따라가고, 5부는 교회의 탄생과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예수의 영향력을 조망한다. 그 방대한 내용 속에서 예수의 탄생 이전 배경부터 공생활, 죽음과 부활, 승천 이후 교회의 형성과 그 지속적인 영향에 이르기까지 주요 주제가 빠짐없이 다뤄짐을 볼 수 있다. 특히 예수가 활동했던 기원후 1세기 전후 유다 사회의 정치·사회·종교적 맥락을 함께 설명함으로써, 복음서의 이야기를 실제 역사 속 사건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예수님은 자신이 하느님임을 알고 계셨을까?”, “자기 죽음을 예견하셨는가?” 등 누구나 한 번쯤 품어봤을 질문들도 함께 다루는데, 이는 단순한 호기심 해소를 넘어 독자의 신학적 이해를 한 단계 더 확장한다. 사진과 지도, 도표 등 풍부한 시각 자료도 강점이다. 하나의 소주제를 두 페이지에 정리해 한눈에 들어오도록 구성했고, 관련 항목을 서로 연결해 찾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독자는 글을 읽는 동시에, 보며 이해하는 경험을 통해 내용을 더 쉽게 익히고 오래 기억할 수 있다. 꼼꼼한 가나다순 색인은 한 번 읽고 덮는 책이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다시 펼쳐보는 ‘예수님 백과사전’으로 만들어 준다.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어도 좋고, 관심 있는 주제를 골라 찾아 읽어도 무리가 없다. 신약성경 입문서로서도 유용하다. 복음서부터 서간, 요한 묵시록에 이르기까지 모든 신약 내용이 예수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기에, 이 책이 제공하는 배경지식은 성경 읽기의 길잡이가 된다. 성경공부 모임이나 교리교육 현장에서 활용도가 높다. 저자는 “하느님을 아는 것(이성)과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신앙) 가운데 더 중요한 것은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하느님을 더 잘 알 필요가 있는 이유는, 하느님을 더 잘 사랑하고 더 깊이 믿기 위해서다.(272쪽) 책은 예수를 알고자 하는 탐구 자체가 곧 신앙의 여정임을 일깨운다.

발행일 2026-02-08 제3478호 15면

[인터뷰] 교황청립 로마한인신학원장 재임명된 정연정 몬시뇰

로마에는 80여 개의 교황청립 신학원이 있다. 그 가운데 로마한인신학원(Pontificio Collegio Coreano)은 필리핀신학원과 함께 아시아교회를 대표하는 신학원으로 꼽힌다. 보편교회의 중심인 로마에서 한국교회 성직자들의 고등교육을 돕는 동시에, 한국 주교회의의 로마 연락사무소 역할도 맡고 있다. 로마교구 안에 거주하는 한인 신자들의 사목을 담당하는 본당이기도 하다. 지난 1월 27일 교황청 복음화부 교령을 통해 교황청립 로마한인신학원 원장에 재임명된 정연정 몬시뇰(티모테오·서울대교구)은 “로마한인신학원의 위상에 걸맞게 보편교회와 한국교회를 잇는 가교로서 성심을 다해 원장직을 수행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정 몬시뇰은 로마한인신학원을 “로마에 거주하는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 모두에게 ‘고향집’ 같은 장소”라고 표현했다. 그는 “공동체가 한데 모여 시공간을 넘어 신앙의 친교를 나누는 곳”이라며 “이러한 만남과 친교를 통해 자연스럽게 복음화의 사명을 실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0년 1월 25일 교회법적 설립 승인을 받은 로마한인신학원은 올해로 설립 26주년을 맞았다. 정 몬시뇰은 “설립 당시와 비교하면 신학원에 거주하는 사제 수가 늘었을 뿐 아니라, 출신 국가도 다양해졌다”며 “현재는 여섯 개 나라에서 온 사제들이 함께 살아가는 국제적 공동체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세계교회 안에서 달라진 한국교회의 위상과도 맞닿아 있다. 정 몬시뇰은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라자로) 추기경님을 비롯해 교황청 각 부서에서 활동하는 한국교회 성직자와 평신도의 수가 눈에 띄게 늘었고, 여러 국제 수도회 총장들도 배출됐다”며, “보편교회 안에서 한국교회는 더 이상 받기만 하던 변방의 작은 교회가 아니라, 나눔을 실천하는 지역 교회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앞두고 로마한인신학원의 역할 또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정 몬시뇰은 “한국 주교회의의 로마 연락사무소로서,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교황청 부서와의 소통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로마 코디네이터(Rome Coordinator)로 활동 중인 그는 “SNS 등 디지털 소통이 급속히 발달했지만, 보편교회의 중심인 로마와 직접 연계하는 실제적이고 신속한 소통은 여전히 중요하다”며 “이곳이 교황청을 방문하는 대회 준비 관계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거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 임기 목표에 관해 정 몬시뇰은 “로마한인신학원은 이제 50주년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며 “보편교회 안에서 한국교회를 알리는 국제적 친교의 장으로 더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발행일 2026-02-08 제3478호 21면

서울대교구 장한평본당, 경청·대화로 ‘일상 속 시노드’ 구현

서울대교구 장한평본당(주임 이경훈 바르톨로메오 신부)이 시노드 이행 단계의 핵심 도구인 ‘성령 안에서 대화’를 본당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실천하며 시노드 문화 구현에 나서고 있다. 본당은 올해 사목 방침 첫 순위로 ‘성령 안에서 대화하고 실천하는 성당’을 제시하고, 모든 단체와 구역 모임에서 이를 적용하고 있다. 특히 매월 본당에서 전체 신자를 대상으로 공통 주제를 정하고, 각 단체와 구역이 자체 주제를 추가해 대화를 실천하도록 독려한다. 이러한 시도는 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가 올해 사목 교서를 통해 시노드 이행을 위한 ‘성령 안에서 대화’ 실천을 강조한 데서 비롯됐다. 정 대주교는 교서에서 “본당 차원에서 모든 세대가 ‘성령 안에서 대화’를 직접 체험해 보는 기회를 마련하면 좋을 것”이라고 권장한 바 있다. 본당은 성령 안에서 대화를 본격 시작하기 전, 사목회와 각 단체장, 구역장 모임에서 먼저 체험의 시간을 마련했다. 최근 열린 사목회 연수에서도 전 과정에 걸쳐 성령 안에서 대화를 진행했으며, 이경훈 신부가 직접 퍼실리테이터를 맡아 참석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본당은 모래시계 20개를 구하며 실제적인 준비도 병행했다. 매월 본당이 정하는 주제들은 신앙생활의 기본 요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나는 천주교 신자라는 사실을 어디서 자랑스럽게 드러내고 있는가?’를 주제로 성호경, 식사 전후 기도, 묵주 기도 등 일상 속 사례를 제시해 신자들이 신앙생활을 성찰할 수 있도록 했다. 2월 주제는 ‘교회법이 정한 신자의 의무 중 나는 하느님과 교회를 위해 봉헌하는 교무금을 어떤 기준으로 책정하고 있으며, 또한 주일 헌금은 어떤 기준과 마음으로 봉헌하고 있는가?’로 정했다. 이처럼 신앙생활과 맞닿은 주제 설정은 신자들이 성령 안에서 경청과 대화를 원활하게 이어갈 뿐 아니라, 진솔하게 신앙을 나누고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유미(콜카타의 데레사) 씨는 “성령 안에서 대화를 통해 신자들 사이에 신뢰가 쌓이고, 더 친밀한 관계 속에서 서로가 믿음의 본보기가 되기 위해 주님께 나아가려는 모습들을 많이 보게 됐다”고 말했다. “성령 안에서 대화라는 말이 처음에는 매우 어렵게 느껴졌지만, 주제를 정해 대화를 나누다 보니 신앙과 삶을 돌아보게 되고 기도와 봉사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겠다는 다짐도 생겼다”는 김소연(엘리사벳) 씨는 “꾸준히 이어간다면, 서로를 존중하고 경청하는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본당은 앞으로 성령 안에서 대화 방법과 월별 주제, 실천 질문을 담은 본당 차원의 수첩을 제작해 모든 신자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시노드 최종 문서를 함께 읽고 나누는 모임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이경훈 신부는 “다른 이의 말을 경청하는 과정에서 성령께서 마음 안에 주시는 울림을 느끼고, 이를 통해 삶과 신앙생활의 변화를 불러오는 것 같다”고 말하며, “현실적인 주제를 나누는 과정 자체가 자연스러운 신자 재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발행일 2026-02-01 제3477호 5면

‘2026 그리스도인 일치기도회’ 개최… “촛불 옮겨 붙이며 일치·연대 다짐”

1월 18일부터 25일까지 전 세계 교회가 함께 지내는 ‘그리스도인 일치 주간’을 맞아 한국의 그리스도인들도 교파의 벽을 넘어 함께 기도하며 우리 사회의 갈등을 치유하는 화해의 사도가 될 것을 다짐했다. ‘2026 그리스도인 일치기도회’가 1월 21일 수원교구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천주교를 비롯해 개신교, 정교회 등 11개 교단을 대표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올해 일치기도회는 아르메니아 교회가 초안을 준비하고, 로마 교황청과 세계교회협의회가 함께 마련한 공동예식으로 거행됐다. 특별히 박해와 고난 속에서도 신앙을 지켜온 '아르메니아 사도 교회'의 영성을 조명했다. 아르메니아 사도 교회는 수많은 침략과 집단학살, 디아스포라의 아픔, 소비에트 무신론 체제의 억압 속에서도 제도의 힘이 아니라 ‘한 분이신 성령’에 대한 믿음으로 신앙의 정체성을 지켜왔다. 기도회는 오르간 연주에 맞춰 제대를 향한 십자가 행렬로 시작됐다. 이어 참석자들은 각자의 전통에 따라 주님의 기도를 바치고, 천주교 수도자와 개신교 목사가 번갈아 가며 청원 기도를 올리며 일치 기도회의 의미를 나눴다. 또 아르메니아 성가를 함께 부르고, 사도교회의 대표적인 성인인 나렉의 그레고리오의 기도문을 묵상하며 그 정신을 함께 나눴다. 아르메니아어로 ‘빛’을 의미하는 ‘Looys’ 성가를 함께 부르며 연대의 의미로 촛불을 옮겨 붙이는 장면은 기도회의 절정이었다. 설교를 맡은 박승렬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서로 달라도 하느님의 자녀”라고 강조하며,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는 본보기가 되어 혐오와 배제가 넘쳐나는 우리 사회에서 갈등을 치유하는 ‘화해의 사도’가 되자”고 당부했다.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장 이용훈(마티아)주교는 “오늘 분열의 상처와 갈등의 골이 깊어진 이 세상 한가운데에서 그리스도의 몸도 하나이고, 성령도 한 분”이라며 ”혐오가 있는 곳에 환대의, 환영의 식탁을 차리고 단절된 곳에 일치의 다리를 놓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걸어가야 할 참된 일치의 여정“이라고 말했다. “일치를 향한 걸음이 더디게 느껴질 수 있지만, 어둠이 깊을수록 빛은 더욱 선명히 드러나기에 멈추지 않고 희망의 순례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한 이 주교는 “역사의 어둠 속에서도 빛이신 그리스도를 증언했던 선조들처럼 우리 역시 이 시대에 어둠을 밝힐 희망의 등불이 되자”고 당부했다. 한국교회는 1968년부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주교회의(CBCK)가 그리스도인 일치기도 주간을 준수하며,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기도회를 개최해 왔다. 이후 2014년 5월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가 창립되며 일치기도 주간을 주관하고 있다.

발행일 2026-02-01 제3477호 2면

레오 14세 교황 첫 권고 「내가 너를 사랑하였다」 한국어판 출간

주교회의가 레오 14세 교황의 첫 권고 「내가 너를 사랑하였다(Dilexi Te)」 한국어판(112쪽, 8000원)을 출간했다. 5개 장, 121개 항으로 구성된 이 문헌은 가난한 이들에 대한 교회의 돌봄이 선택적 실천이 아닌 본질적 사명임을 다시금 환기한다. 레오 14세 교황은 2025년 10월 9일 공식 발표한 권고를 통해 모든 그리스도인이 그리스도의 사랑과 가난한 이들을 돌보라는 부르심 사이의 긴밀한 연관성을 깨닫기를 촉구한다. 특히 “모든 인간의 존엄성은 내일이 아니라 오늘 존중받아야 한다”는 강조는, 가난의 문제를 미래의 과제로 미루지 말고, 지금 여기에서 응답해야 한다는 교회의 책임을 분명히 한다. 문헌의 전개는 성경적 토대에서 출발해 교회 역사와 현대 사회의 도전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으로 이어진다. 1장은 프란치스코 성인의 모범과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을 통해 가난의 문제를 이념적으로 소비하려는 태도를 경계한다. 2장은 하느님께서 가난한 이들을 특별히 선택하신다는 성경의 메시지를 짚는다. 3장은 교부의 가르침부터 수도 생활, 교육, 이주민 동반에 이르기까지 교회가 역사 속에서 실천해 온 가난한 이들을 위한 헌신을 조명한다. 4장에서는 교회 사회 교리의 발전과 함께 빈곤을 낳는 죄의 구조를 분석하고, 가난한 이들을 단순한 수혜자가 아닌 주체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5장은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오늘날 교회가 직면한 피할 수 없는 도전들과 현대적 자선의 의미를 성찰한다.

발행일 2026-02-01 제3477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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