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인터뷰]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박요셉 씨

“전쟁이 만연한 세상에서 음악은 누구에게도 해를 입히지 않아요. 많은 사람의 영혼과 마음을 따스히 위로해 줄 수 있는 데다 음악으로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으니, 음악가로서의 삶이 기쁘고 감사합니다.”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박요셉(요셉) 씨. 사춘기를 지나던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우연히 접한 라디오로 클래식에 입문한 그. 본격적인 음악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 건 베토벤 소나타의 영향이 컸다. 중학교 3학년, 음악을 전공으로 시작하기엔 비교적 늦은 나이였지만 밤낮으로 연습에 매진한 결과 입시에 성공해 음악가로서 본격적인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음악을 더 깊이 공부하기 위해 오른 미국 유학길에서 예상하지 못한 암초를 만났다. 생활비를 아끼려 구매한 저렴한 휴대폰이 화근이 됐다. “통화를 하는데 순간 휴대폰에서 기계음 같은 큰 소리가 울리더니 귀가 들리지 않았어요. 며칠 동안 귀가 아팠는데 그저 괜찮아 질 거라 생각하며 기다렸죠. 하지만 한번 다친 신경은 돌아오지 않더라고요.” 절망에 빠진 그를 잡아 준 것은 신앙이었다. 겨우 마음을 다잡고 음악에 다시 집중하던 때 설상가상으로 건반 위를 자유롭게 유영하던 손가락마저 다쳤다. 통증으로 인해 오른쪽 새끼손가락을 마음대로 쓸 수 없게 됐다. 음악가에게 생명과도 같은 귀와 손가락에 영구적 손상을 입었지만, 그는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연주한다. “왜 이런 시련을 주시느냐고 하느님을 많이 원망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하느님은 제가 원하는 걸 주시기보다 저에게 맞는 것을 주신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 뜻에 따라 살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았죠. 신앙이 없었다면 깊은 절망 속에서 어떻게 헤쳐 나올 수 있었을까 생각해요. 지금은 제 삶에 음악이 계속해서 이어지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음악 속에서 하느님을 계속해서 만나고, 많은 사람에게 나누고 싶으니까요.” 그는 피아노 독주회뿐 아니라 그가 다니는 서울 서초동성당에서 첼룸 챔버 오케스트라&콰이어를 창단해 이끌고 있다. ‘하늘’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첼룸’을 붙여 천상의 아름다움을 음악으로 표현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종교 음악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서양 음악 레퍼토리를 연주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서양 음악의 출발점은 종교 음악이에요. 반드시 종교 음악이 아니더라도 연주하는 곡들에서 모두 하느님을 느낄 수 있는 거죠.” 개인 연습과 더불어 대학교 출강 등으로 바쁜 일상이지만 대부분이 가톨릭 신자로 구성된 30여 명의 단원들과 하느님 안에서 함께하며 다양한 음악을 나눈다. 지금은 단원들과 2월 성남에서 앞두고 있는 공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부족한 실력임에도 어려서부터 성당의 미사 반주를 맡아서 하곤 했어요. 덕분에 언제나 음악 속에서 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 성당과 음악은 저에게서 뗄 수 없는 것들이에요. 모두 제 삶과 깊이 연관되어 함께 맞물려 돌아갈 수밖에 없죠.” 그는 음악가로서의 바람도 드러냈다. “유럽에 가 보면 모두에게 성전을 열어 놓잖아요. 때론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가들의 연습, 연주 소리에 치유를 받기도 하고요. 음악은 종교가 없거나 다른 사람들도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창구라고 생각해요. 성당이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 되고, 성당 내에서의 음악이 더 활성화된다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하는 음악이 청중들에게 감동으로 닿기를, 또 하느님에게 기쁨으로 닿기를 희망해요.”

2025-01-05

새해 신년 음악회 ‘풍성’…조수미·빈 소년 합창단 등 내한 공연

2025년 새해를 맞아 서울시립교향악단, 소프라노 조수미(아기 예수의 데레사), 빈 소년 합창단 등의 다채로운 신년 음악회가 열린다. 특히 올해 음악회에는 가톨릭 신앙이 담긴 프로그램도 마련돼 눈길을 끈다. 9일 서울 신촌동에 위치한 금호아트홀 연세에서는 올해의 ‘상주 음악가’로 활동 예정인 아레테 콰르텟이 하이든의 <현악 사중주를 위한 십자가 위 예수의의 마지막 일곱 말씀>을 연주한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하이든은 수많은 종교 음악을 작곡했는데, 총 7개 악장으로 이뤄진 이 곡은 사복음서에 기록된 예수님의 일곱 가지 말씀을 표현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16~17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말러의 교향곡 2번 <부활>을 연주한다. 총 5악장 구성의 <부활>은 가톨릭으로 개종한 말러가 깊은 관심을 가진 삶과 죽음, 부활에 대한 믿음을 표현한 대곡이다. 곡 후반부의 4~5악장에는 “나는 신으로부터 왔기에 신으로 돌아갈 것이다! 따듯한 나의 신은 나에게 빛을 주실 것이요, 영원하고 행복한 영생을 향해 빛을 밝혀 주실 것이다”, “나는 살기 위해 죽으리라! 부활하리라”라는 가사가 담겼다. 요한 슈트라우스 오케스트라는 요한 슈트라우스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아기 예수의 데레사)와 함께 내한한다. 11일 부산문화회관, 15일 서귀포예술의전당, 16일 노원문화예술회관 등을 찾아 그의 곡 <빈 숲 이야기>, <레몬꽃이 피는 곳 왈츠> 등을 연주한다. 매년 한국을 찾는 빈 소년 합창단의 공연은 올해에도 만날 수 있다. 17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22일 경주예술의전당, 26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멘델스존의 오라토리오 <엘리야> 중 ‘눈을 들어 보아라’, 슈베르트 <시편 23편>, 라인베르거 <주여 내 기도를 들으소서> 등 종교 음악부터 영화 <인어공주>의 사운드트랙 ‘언더 더 씨(Under the Sea)’ 등까지 다양한 하모니를 들려 줄 예정이다. 24일 유앤아이센터 화성아트홀에서 열리는 신년 음악회에는 지휘자 김대진(암브로시오)와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다니엘), 소프라노 강혜정(보나) 등이 출연해 베토벤 <바이올린 로망스>,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봄의 소리 왈츠> 등을 선보인다.

2025-01-05

[이준형의 클래식 순례] 코렐리 <크리스마스 협주곡>

주님 성탄 대축일과 성탄 시기를 상징하는 요소나 사물이 여럿 있습니다. 크리스마스트리나 성탄 구유가 대표적인 경우지요. 음악에서는 이른바 ‘파스토랄레’(Pastorale) 혹은 ‘파스토랄’ 전통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본래 파스토랄레는 이름 그대로 전원적이거나 목가적인 음악을 뜻하지만, 바로크 시대부터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음악으로 널리 사랑 받았습니다. 복음서의 성탄 이야기를 보면 천사와 하늘의 군대가 주님을 찬미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또 아기 예수님이 구유에 누워 목동들의 경배를 받는 장면도 있지요.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이 부분을 음악으로 이해했는데, 천사들은 노래를 부르고 양치는 사람들은 악기를 연주했다고 상상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주님 성탄 대축일에 소박하고 목가적인 ‘파스토랄레’를 연주하는 전통이 생겼지요. 특히 바로크 시대 이탈리아에서는 성탄 무렵에 아브루치(Abruzzi) 지방에 사는 양치기들이 로마를 방문해서 백파이프의 일종인 참포냐(zampogna), 리드가 있는 피리의 일종인 피페로(piffero) 같은 악기를 연주하며 성탄을 축하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작곡가들도 점차 백파이프처럼 저음이 계속 이어지는 드론 베이스(drone bass) 위로 흐르는 부드러운 선율이 있는 파스토랄레를 써서 성탄 시기에 연주하게 되었습니다. 헨델의 <메시아> 1부(1부는 주로 성탄을 주제로 다룹니다)에 있는 ‘피파(Pifa)’나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의 2부 신포니아 등이 그런 작품인데, 가장 유명하고 가장 후세에 많은 영향을 미친 작품은 아르칸젤로 코렐리(Arcangelo Corelli, 1653~1713)의 합주협주곡 G단조(op.6-8)입니다. 코렐리는 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 초반까지 로마 음악계를 이끌었던 탁월한 음악가로,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오케스트라 리더, 작곡가로서 트리오 소나타와 콘체르토 그로소(합주 협주곡), 독주 바이올린 소나타 등 바로크 기악곡의 원리를 집대성해서 모든 후세가 본받고, 모방하고, 비판하게 될 고전적 모범을 제시했습니다. 코렐리는 로마에서 고위 성직자와 왕족, 귀족의 후원을 받으며 활동했는데, 가령 1689년 주님 성탄 대축일에는 피에트로 오토보니 추기경이 명의 본당이었던 산 로렌초(San Lorenzo in Damaso)에서 집전한 장엄한 미사에서 직접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악단을 이끌었습니다. <크리스마스 협주곡>은 이 미사를 위해서 만든 작품이라고 여겨집니다. 악보 머리에는 ‘성탄의 밤을 위하여’(Fatto per la notte di Natale)라는 부제가 있어서 용도를 명확하게 드러내며, 코렐리 특유의 강한 대비감과 유려한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핵심은 마지막 부분인 ‘파스토랄레’로, 여기서 현악 연주자들은 백파이프 연주를 흉내 내며 성탄의 목가적인 정서를 표현합니다. 글 _ 이준형 프란치스코(음악평론가)

2025-01-01

넷플릭스 <마리아>…누구보다 특별한 마리아의 삶 만나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을 앞두고 성모 마리아의 삶을 그린 영화 <마리아>가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노아 코헨이 마리아로, 이도 타코가 요셉으로, 안소니 홉킨스가 헤로데 왕으로 분했고 가톨릭신자인 D. J. 카루소가 메가폰을 잡았다. 카루소 감독은 “마리아는 이 땅을 걸어온 가장 특별한 여성”이라며 “관객들이 성모 마리아를 성스러운 인물일 뿐만 아니라 친구, 어머니, 그리고 가장 위대한 인물로 바라보게 되길 바란다”고 영화를 소개했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그리스도 탄생 이야기를 마리아의 관점으로 따라간다. 영화에서는 서기 1년, 시나이반도의 한 사막에서 요아킴이 자녀를 얻기 위해 40일간 단식하며 기도를 바친다. 그때 요아킴 앞에 나타난 대천사 가브리엘이 곧 딸이 태어날 것이며, 그녀가 이사야 예언(그러므로 주님께서 몸소 여러분에게 표징을 주실 것입니다. 보십시오, 젊은 여인이 잉태하여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할 것입니다(이사 7,14))을 성취하리라는 말을 전한다. 때가 되면 딸을 하느님께 바쳐야 한다는 말과 함께. 시간이 흘러 요아킴과 아내 안나는 약속대로 자신들의 딸을 예루살렘 성전에 봉헌하고, 마리아는 영적 지도를 받으며 가난 이들을 섬기는 사람으로 성장해 나간다. 이후 요셉을 만나 약혼한 마리아는 가브리엘에게 수태고지를 받는다. “너는 하느님의 은혜를 입었다. 너는 어머니가 되고 아들을 낳을 것이다. 네 아들이 다윗의 집을 다스릴 것이니 이름을 예수라고 지어라. 온 세상에 그 이름이 알려질 것이다.” 동정으로 아이를 가졌다는 혼란스러움도 잠시, 결혼도 하지 않은 여성의 잉태 소식이 퍼지면서 마리아와 가족들은 폭도들로부터 위협을 받고 마리아는 아기 예수를 지키기 위한 험난한 여정에 오른다. 위협을 피해 숨어 들어간 베들레헴의 마구간에서 마침내 예수님께서 태어난 순간, 하늘의 별이 세상을 구원할 메시아가 이 땅에 왔음을 온 사람에게 알린다. 한편 로마인들에게 유다의 왕으로 임명된 헤로데의 폭정도 날로 심해져 결국 베들레헴의 모든 사내아이를 죽이라고 명령하기까지 이른다. 헤로데의 군대가 목을 조여 오는 상황에도 마리아는 예수와 함께 예루살렘 성전으로 돌아가고, 영화는 끝을 맺는다. 갖은 위협과 시련 속에서도 끝까지 생명을 지켜 낸 마리아는 자신의 선택과 삶을 통해 우리에게 믿음과 희망,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설파한다. 그리고 혼란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진다. 그것은 사랑이 때로 큰 시련을 주기도 하지만, 결국은 사랑이 세상을 구할 것이라는 희망과 믿음이 아닐까.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12분.

2025-01-01

희망이 반짝반짝…다채롭게 빛나는 성탄 축제

주님 성탄 대축일을 맞아 오는 24~25일 서울 명동대성당 일대에서 다양한 문화 행사가 마련된다. 서울대교구 주최로 열리는 ‘명동, 겨울을 밝히다’ 축제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명동을 찾는 많은 이에게 예수님 탄생의 기쁨을 알리고 나누기 위해 마련된 행사로 올해는 음악극, 야외 공연, 전시, 성탄마켓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 파밀리아 채플에서는 서울가톨릭연극협회가 음악극 <네 번째 동방박사>를 선보인다. 아기 예수를 만나기 위해 여정을 떠난 네 번째 동방박사 알타반 앞에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펼쳐진다. 예수를 만나지도,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못한 알타반은 노인이 되어서야 십자가에 매달린 그리스도를 만난다. 그제야 예수를 따르는 길이 무엇인지 깨닫는다는 이야기로 양일간 세 차례 공연한다(24일 16·19시, 25일 16시). 성모동산에서는 cpbc 소년소녀합창단(24일 18시40분·19시40분)과 퓨전 국악밴드 그라나다(24일 20시40분, 25일 19시40분), 마니피캇 어린이 합창단의 공연(25일 17시40분·18시40분)이 이어진다. 갤러리1898에서는 희년 기념 특별전 ‘희망의 빛’(15~22일)과 서울대교구 가톨릭 청년 미술가회의 정기전 ‘언덕 위에 등대-명동대성당’(24~31일)을 관람할 수 있다. 전시와 연계해 희망의 묵주, 초 만들기 프로그램도 마련되며, 축제 기간 동안 갤러리 복도 공간에는 기도방과 포토존 등이 차려진다. 음악극과 야외 공연, 전시 모두 무료이며, 음악극은 사전 신청을 통해 관람 가능하다. 성탄마켓에서는 ▲17개 공방과 작가들이 참여하는 묵주와 기도초, 성물, 도자기 등을 판매하는 공예품 부스 ▲소시지, 군밤, 뱅쇼 등 먹을거리를 판매하는 사제 부스를 운영하며 ▲기도 카드를 걸 수 있는 희망나무 등이 설치된다. 이번 행사에는 2027년 서울에서 개최되는 ‘세계청년대회’(WYD) 홍보 부스와 함께 WYD를 상징하는 조형물 등이 곳곳에 꾸며진다. 또 지난 11월 말부터 명동대성당을 LED 조명으로 수놓은 장미 정원 빛 축제는 1월 5일까지 감상할 수 있다.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 부국장 이영제(요셉) 신부는 “예수님은 많은 사람에게 희망이라는 빛을 전하기 위해 이 땅에 오셨다. 축제 기간 동안 명동을 찾는 사람들이 아무리 어두운 때라도 분명한 ‘빛’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희망과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24-12-25

‘보로미니와 베르니니’ 두 건축가가 꽃 피운 바로크 성당 건축 이야기

바로크 시대 이탈리아 두 건축가의 삶과 건축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보로미니와 베르니니. 완벽을 위한 도전>이 최근 개봉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영화는 숙명의 라이벌이었던 프란체스코 보로미니(1599~1667)와 잔 로렌초 베르니니(1598~1680)의 일화를 중심으로 이들의 첫 만남부터 건축가로서 어떻게 각자의 예술 세계를 발전시켜 나갔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영화는 서양 건축 예술의 중심지였던 로마에서부터 출발한다. 성당 제도사로 일하던 청년 보로미니는 당시 성 베드로 성당 재건 책임자였던 카를로 마데르노의 눈에 띄어 건축계에 본격적인 발을 내디딘다. 시간이 흘러 건축가로서 높은 명성을 떨치던 베르니니는 연로한 마데르노를 이어 재건 책임자로 임명된다. 베르니니는 초대 교황 베드로의 무덤 위치를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청동 구조물 ‘발다키노’ 제작을 위해 보로미니를 조수로 삼았고, 그의 조언과 도움으로 발다키노를 완성한다. 성격과 환경 등 모든 게 달랐던 둘은 서로 많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로마의 대표 건축가로 성장한다. 하지만 과거 베르니니가 설계한 성 베드로 성당에 생긴 균열은 보로미니와 베르니니의 사이도 벌려 놓았다. 보로미니가 성당 위에 설치된 과중한 무게의 종탑 때문이라며 베르니니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베르니니는 자괴감에 빠지고, 두 건축가는 서로 등을 돌리고 상대를 앞서 나가기 위해 달려 나간다. 극이 흐를수록 증폭되는 두 건축가의 경쟁과 고뇌는 끝내 비극으로 치닫는다. 영화는 미술학자 등 전문가들의 상세한 서술을 통해 두 건축가의 작품과 삶을 추적해 건축, 역사 등 전문 지식이 없는 관객이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보로미니와 베르니니 역을 맡은 두 배우가 재연을 펼쳐 극에 재미와 긴장감을 더했다. 로마를 대표하는 성 베드로 성당을 비롯해 라테라노대성당, 산티보 알라 사피엔차 성당, 나보나 광장의 4대강 분수 등 이제는 걸작이 된 두 건축가의 작품에 숨겨진 얘기를 따라가 보자. 치열한 경쟁으로 꽃 피운 바로크 건축 기행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전체 관람가. 상영시간 105분.

2024-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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