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잃은 고통 속 하느님 향한 애끓는 절규…「한 말씀만 하소서」

참척(慘慽). ‘자손이 부모나 조부모보다 먼저 죽는 일’. 故 박완서(엘리사벳) 작가는 1988년 하나뿐인 아들을 교통사고로 갑작스레 잃는 참척의 고통을 겪는다. 「한 말씀만 하소서」는 다섯 자식 중 하나였지만, 아들로서는 하나밖에 없던 자식을 먼저 보내고 처절하게 쏟아낸 일기다. 훗날 활자가 될 것을 염두에 두거나 누가 읽게 될지도 모른다는 염려 같은 것을 할 만한 처지가 아닌 극한 상황에서 통곡 대신 써 내려간 것이다. “원태야, 원태야, 우리 원태야, 내 아들아. 이 세상에 네가 없다니 그게 정말이냐? 하느님도 너무하십니다. 그 아이는 이 세상에 태어난 지 25년 5개월밖에 안 됐습니다.” (15쪽) 그는 아들의 죽음 후 형언할 수 없는 고통과 절망을 일기에 담았다.하느님에 대한 분노와 원망, 그리고 삶의 무력감 속에서 울음 대신 펜을 들었다. 책에 담긴 일기는 1988년 가장 끔찍했던 여름을 지나 가을·겨울로, 그리고 서울 집에서 부산의 첫째 딸네 집으로, 부산 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 수녀회의 언덕방 등에서 겪은 체험을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딸의 집에 있으며 ‘무슨 잘못을 해서 아들을 데려갔는지’ 신을 향해 이유를 묻고 또 물으며 증오와 울부짖음에 가까운 기도를 토해내던 그는 이해인(클라우디아) 수녀 제안으로 수녀원 언덕방에 머물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이곳에서도 ‘한 말씀만 달라’며 하느님께 애걸복걸했지만 끝내 응답을 얻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수녀들과 방문객들 틈에서 죽음에 대한 갈망 또한 교만이라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다. 또 타인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 궁극적으로는 신과도 고통을 나눌 줄 몰랐던 것이 가장 큰 죄였음을 깨닫는다. “나의 고통까지도. 당신이 내게 이 모든 것을 주셨나이다. 주여, 이 모든 것을 당신께 도로 드리나이다. 모든 것이 당신의 것이오니, 온전히 당신 의향대로 그것들을 처리하소서.”(144쪽) 이번 책은 출간 20주년 특별 개정판으로 나왔다. 수필 ‘언덕방은 내 방’ , 서신 ‘이해인 수녀님과의 손 편지’ 등 20년이 지나 새롭게 추가된 이후의 이야기들이 곁들여졌다. 맏딸 수필가 호원숙(비아) 작가의 시선으로 본 어머니 박완서에 대한 기억도 실렸다. ‘마음이 어렵고 힘들 때마다 집어 드는 책이다’라는 한 독자평처럼, 20년 동안 수많은 독자를 감싸안고 일으켜 주었던 책은 고통의 끝자락에서 천천히 회복되어 나오는 작가의 여정을 나눈다. 그 속에서 우리 삶에는 여전히 희망이 있음을 발견하게 한다.

2025-01-05

“그리스도인에게 종말은 구원 계획의 완성이자 희망”

‘종말’을 떠올리면 대부분 모든 것이 끝이라는 생각에 죽음을 먼저 떠올린다. 그래서 종말은 왠지 무서운 단어이기도 하다. 종말론을 공부하고 가르치는 저자에게도 사람들은 “왜 그렇게 무서운 걸 공부하세요?”, “종말이 오는 날은 언제인가요?” 등 불안한 기색을 보이고 혹은 지구 종말의 날을 알아맞힐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묻는다. 하지만 저자 명형진 신부(시몬·인천가톨릭대 도서관장)는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믿고 따르는 그리스도인에게 종말은 두려움이 아니라 희망이라고 밝힌다. 종말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신앙과 교리를 알고 믿는다면, 종말은 두려운 것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희망을 더 크게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종말 신앙을 통해 우리가 받은 참된 희망을 발견하고 주님께서 약속하신 그 마지막 때를 향해 걸어가자고 한다. 종말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신앙과 교리를 올바로 알고 믿는다면 종말은 파멸, 낭떠러지 끝과 같은 두려운 것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희망을 더 크게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책에서는 잘못된 종말 이론으로 오히려 희망을 빼앗고 두려움을 퍼뜨리는 이들 주장을 살펴보고, 또 그 주장에 맞서 참된 신앙을 지키는 것을 이야기한다. 특별히 ‘천국왕국설'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종말을 빌미로 잘못된 주장을 펼치는 이들이 이른바 천년왕국설을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단 분파 속으로 침투한 천년왕국설이 어떤 오류를 범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그 이론은 언제 어떻게 생겨났고, 어떻게 퍼져 나갔는지, 아울러 교회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고 교회는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살핀다. 왜 전 세계로 번져 지금까지도 그 영향이 남아 있는지도 자세히 알아본다. 명 신부는 “그 실체를 아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그 유혹에서 벗어나 고귀한 신앙을 지키고 참된 희망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십사만 사천 명’이라는 요한묵시록 구절을 숫자에만 집착해 한정된 인원수로 오해한다면, 그 사람의 신앙과 삶의 방향은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말은 종말 신앙에도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책은 우리가 바라는 하느님의 자비와 복이 부와 명예, 건강과 같은 세속적인 것에만 머물지 않았는지도 되돌아보게 하며, 하느님 나라를 준비하는 지금의 삶에서 신앙을 스스로 점검하도록 한다. 또 “'종말'이라고 할 때, 우리는 곧바로 영원한 하느님이신 예수님만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한다. 그리스도교 종말의 중심은 사람이 되시고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하느님, 곧 그리스도이시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가 믿음의 대상을 올바로 알고 믿으면 그 믿음이 희망이 되리라’는 기대에서 출발했다. 명 신부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희망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될 때, 미사 참례나 본당 활동도 기쁘게 할 수 있다”며 “젊은이들, 예비신자, 신앙 봉사자 등이 많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아울러 “책에 담긴 종말에 관한 내용뿐만 아니라, 그것을 이해하기 위한 상식이 되는 내용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하고 “무엇보다 희년을 보내면서 그리스도교 종말 신앙은 곧 희망의 순례자이며, 종말 신앙이 두려움이 아니라 희망이라는 것을 맛보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2025-01-05

[이달의 잡지] 2025년 1월

■ 경향잡지 ‘경향돋보기’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서한 「양성에서 문학의 역할」을 토대로, 우리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서로에게 귀 기울이는 행위가 우리 신앙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다뤘다. ‘교구의 재발견’에서는 수원교구장이자 주교회의 의장인 이용훈(마티아) 주교 인터뷰를 통해, 교구의 존재 이유와 하느님 백성의 사명을 돌아봤다. ‘청년, 어떻게 지내니?’에서는 모두가 이야기하지만 적지 않은 신자들에게 아직 생소한 세계청년대회를 기사화했다.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3900원> ■ 빛 올해부터 2년간 ‘전례의 해’를 보내는 대구대교구의 사목 방향에 발맞춰, 사목교서와 여는 글에서 전례의 해 취지 및 중요성을 설명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강수원(베드로) 신부와 표정훈(요한 사도) 출판평론가가 새 필진으로 연재를 시작했으며, ‘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서는 데레사C 스테인드글라스 조우경(데레사) 대표를 인터뷰했다. <대구대교구/1800원> ■ 생활성서 이번 호 ‘Special Theme’은 ‘복의 재발견’을 주제로 했다. 하느님 축복 속에서 생명의 빛으로 나아가려는 이들의 단상들이 담겼다. 희년 동안 로마의 7대 성당을 지면으로 만나게 될 ‘희망 순례’ 코너가 눈에 띄며,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는 갈곡리성당 종지기 김재석 씨 사연이 실렸다. ‘오늘의 마리아 신학’에서는 박준양(요한 세례자) 신부가 ‘우리에게 방향을 가리켜 주는 아름다운 별’을 주제로 올바른 마리아 신학과 건강한 성모 신심 정립의 필요성을 밝혔다. <생활성서사/4800원> ■ 월간 꿈CUM ‘테마로 읽는 성경’에서는 함원식(이사야) 신부가 ‘위로받을 자격’ 제목 글을 통해 하느님의 위로에 대해 썼다. ‘삶과 영성’에서는 박현민 신부가 ‘왜 사제가 되었나요?’ 주제로 상담 과정에서 느낀 단상을 나눴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 교리 요점 정리’로 성모 마리아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으며, ‘바오로 사도의 발자취를 따라서’에서는 튀르키에, 그리스 성지의 순례 기행을 담았다. ‘건강한 꿈CUM_건강’에서는 매일 아침 실천해야 할 ‘한의사가 추천하는 아침 루틴’이 소개됐다. <월간 꿈CUM/5000원> ■ 참 소중한 당신 ‘희망을 향한 젊은 열정’을 특집으로 했다. 각자의 청춘 시절을 주님께 희망을 두고 살아가며 다양한 곳에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다. 살레시오회 SYM 마고네프렌즈 최준경 씨, 서울대교구 오류동본당 무지개 주일학교 교사 이경선 씨 등을 만나 보았다. ‘인터뷰-깨소금 신앙’에서는 청년 공간 ‘모락모락’ 공간 지기 신광식(알로이시오) 씨를 만나 사랑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뜻한 이야기를 들었다. <미래사목연구소/4000원> ■ 사목정보 ‘젊은 교회를 위한 비전’을 특집으로 했다. 햇살사목센터 소장 조재연(비오) 신부를 만나 작은 모임으로 시작해 설립 30주년을 맞기까지의 여정을 살피며 한국교회가 청년들을 환대하는 교회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살폈다. ‘내가 바라는 세상’에서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씨와 지휘자 사이먼 래틀의 내한 공연 스토리가 소개됐다. 새 코너 ‘The better world’에서는 선하고 올바른 세상을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순서로, 교제 폭력에 관한 내용을 다뤘다. <미래사목연구소/1만 원>

2025-01-01

「모든 위기는 연결되어 있다」…기후 위기, 더 이상 환경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 죽고, 죽고, 또 죽습니다. 위기의 시대, 너도나도 진단과 대책을 내놓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근원을 직시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회피합니다. 우리의 진짜 위기는 문제의 근원을 보지 않으려는 데 있습니다. 출산과 자살, 불평등, 기후와 농사, 전쟁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위기에 대처한다며 바삐 움직이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꼴입니다. 시간은 가고 상황은 나빠집니다.”(7쪽) 예수회 사제로 교단에서, 생태환경 현장에서 쉼 없이 활동해 온 학자이자 활동가 조현철(프란치스코) 신부는 소비와 성장의 증대, 기술 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오늘날의 자본주의 사회는 한계에 도달했다고 역설한다. 대안은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는 삶, 자족하는 삶, 불편한 삶을 사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이상적이고 급진적인 주장으로 들린다. 이런 의견에 대해 저자는 “그것이야말로 지금, 이 시대에서 가장 ‘현실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와 코로나19, 기후위기는 지금의 체제와 방식이 지속 가능하지 않음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지구 환경의 위기는 결국 노동의 위기, 민주주의의 위기, 인간의 위기로 이어진다. 이유는 지구 위 모든 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기도 하지만, 하나의 거대한 체제 속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 현실 앞에서 삶의 변화를 꾀하지 않는다는 것이야말로 비현실적인 것”이라고 강조한다. 책은 지난해 봄 교단에서 물러난 후에도 녹색연합 공동대표, 비정규 노동자 쉼터 ‘꿀잠’ 대표, 예수회 사회정의생태위원회 위원장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조 신부의 생태 산문집이다. 총 2부 10장으로 구성돼 환경과 노동, 생태적 가치관으로의 회심(metanoia)을 주요 주제로 다룬다. 그간 ‘경향신문’과 ‘녹색평론’ 등에 연재 기고해 온 글들을 추리고 수정, 보완했다. ‘세상을 읽는 예리한 공적 시선에 개인적 경험과 관찰이 잘 어우러져 신선한 사회적 에세이가 탄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칼럼 형식이다 보니 어렵지 않게 읽으면서도 있는 그대로의 생태 위기 현주소를 알게 하고, 텃밭을 일구며 적은 ‘텃밭 일지’ 등은 직접 자연의 힘을 체험하려는 소소한 노심(勞心)으로 다가온다. 엮는 과정에서 ‘나는 왜 쓰는가?’라는 물음을 던졌던 조 신부는 ‘그냥 있을 수 없어서 쓴다’는 답을 얻었다. ‘세상이 돌아가는 걸 보면서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그중 하나가 글쓰기였다’고 토로한다. 자기 한 사람이 목소리를 낸다고 세상이 얼마나 바뀔지 회의에 빠지기도 했지만, ‘성경의 선지자들 역시 힘없고, 무명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힘을 냈다고 고백한다. 책은 분열과 파편화의 시대, 생명의 연대를 회복해야 하는 사명이 우리 앞에 놓여 있음을 일깨운다. 놀랍고 신비로운 구원의 비결이 아니라, 그저 현실을 위해서는 우리 행동이 필요함을 힘주어 말한다. 전 제주교구장 강우일(베드로) 주교는 추천의 글에서 “예언자적인 글을 읽으며 그릇된 욕망의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성장 이데올로기에 중독된 현대사회의 오만과 무신경을 새삼 안타깝게 느낀다”고 밝히고 “생명의 존엄과 사랑의 정신을 회복하는 길만이 유일한 대안임을 깨닫는다”고 말했다.

2025-01-01

“어린이 눈높이 맞춘 신앙교육에 도움되기를”

“하느님이 사람이 되셨다고요?”, “예수님은 왜 마구간에서 태어나셨어요?” 등 어린이들이 성탄에 관해 물어 오면 부모나 어른들은 당황하기 일쑤다. 설명할 말이 어렴풋이 떠오르지만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아 “그야 예수님 생일이니까…”라며 얼버무린다. 최근 생활성서사에서 완간한 ‘뭐예요?’ 시리즈는 이런 어린이들 질문에 눈높이를 맞춘 가톨릭 교리 입문서다. 시리즈는 성탄 이야기를 담은 「별빛 마음 예수님 마음: 성탄이 뭐예요?」를 포함 「반항 천사와 충실 천사: 죄가 뭐예요?」와 「하느님 나라는 희망이에요: 비유가 뭐예요?」 등 3종으로 구성됐다. 각 책은 36쪽의 짧은 분량이지만, 아이들이 읽기 쉬운 표현과 편안한 그림으로 알아야 할 기본적인 교리 내용들을 다룬다. 이탈리아에서 출간된 책은 전 광주대교구장 김희중(히지노) 대주교가 회의차 로마에 갔다가 알게 돼 한국에 소개했다. 직접 번역도 맡았다. ‘어린이 신앙교육에 관심이 많은 대주교’라는 역자 소개처럼, 김 대주교는 평소 어린이들을 위한 신앙교육, 교리교육에 늘 시선을 두어왔다. “한국교회에서도 어린이들에게 ‘뭐예요?’ 시리즈 같은 책이 다양하게 제공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출판사에 알리고 번역까지 하게 됐지요. 어린이 신앙교육이나 교리교육 교재 및 관련 보조 자료가 개발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김 대주교는 책에 대해 “우리 어린이들이 신앙의 핵심에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항 천사와 충실 천사: 죄가 뭐예요?」가 인간의 죄와 하느님 자비를 다룬 책이라면, 「하느님 나라는 희망이에요: 비유가 뭐예요?」는 비유 말씀을 풀이해 준다.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교리가 어린이들이 알기 좋도록 구체적인 비유로 쓰인 것이 돋보인다. 예를 들어 ‘죄’에 대해 “죄라는 건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착한 삶이라는 과녁 바깥에 대고 화살을 쏘는 거야”로 얘기하는 식이다. 어린이가 대상이다 보니, 번역에서도 표현에 신경을 많이 써야 했다. 김 대주교는 “유치원생과 더 효과적으로 대화하려면 그 키에 맞춰 무릎을 꿇든지 어린이를 들어 올려 서로의 키를 맞춰야 할 것”이라고 했다. “어린이들은 이성적으로 따지기보다, 마음이 기울게 되거나 감동하면 더욱 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인 김 대주교는 “순한 표현들과 친근한 그림들이 이해를 돕기 때문에, 어쩌면 어린이들이 교리 본래 뜻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리즈를 번역한 소감도 들려줬다. “앞으로 신앙의 신비에 더욱 간단명료하게 다가갈 수 있고 깨달을 수 있는 길을 찾도록 힘쓰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했다”며 “그런 기회가 된 것을 큰 보람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어린이들의 신앙교육과 교리교육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생각하니 기쁘다”는 김 대주교는 “계속해서 어린이들이 신앙의 신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표현과 방법론을 찾고자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뭐예요?’ 시리즈는 아이 혼자 읽도록 권해도 좋지만, ‘우리 가족 교리 책’으로도 본당 주일학교 교재로도 추천된다. 김 대주교는 “설명을 읽기 전에 먼저 그림을 보면서 나름대로 상상해 보고, 다음에 설명을 읽으면 그림과 내용이 더 오래 기억될 것”이라며 “본당에서는 그림 등을 확대해서 시청각 교재로 활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김 대주교는 어린이 신앙교육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듯이, 어렸을 때의 신앙교육이 일생을 좌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감수성이 강한 어린 시기에는 신앙교육 내용의 의미가 더욱 깊게 스며들 것입니다. 어린이 신앙교육의 의미와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교회가 좀 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배려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관련해서 김 대주교는 어린이 신앙교육을 위한 연구소 설립을 제안하며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교재와 신앙교육에 도움이 되는 교재와 여러 가지 교육 보조자료를 개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2024-12-25

2024 가톨릭 출판 결산

2024년 한 해 교계 출판계는 독자들이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을 넘어서 삶에 적용을 위한 실천으로 나서고 또 다른 이들과 이를 함께 나누는 등 능동적인 방향으로 변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책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을 활용한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를 소비하고 자신에게 맞는 신앙 콘텐츠를 찾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출판사들도 이런 요구와 미디어 환경 변화에 발맞춰 여러 기획을 시도하고 다양한 온라인 공간을 활용해 독자들과의 소통을 시도했다. 다채로웠던 올해 교계 출판계를 되돌아본다. 우선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5년 희년을 앞두고 2024년을 ‘기도의 해’(Year of Prayer)로 선포함에 따라 ‘기도’에 관한 책들이 많이 출간됐다. 교계 출판사들은 교황의 사목 노선에 따라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돕는 전례와 기도, 영성 서적을 다양하게 선보였다. 신학과 교부학 부분에서도 의미 있고 무게감 있는 시리즈 책들이 다수 번역돼 독자들을 만났고, 시노달리타스 여정을 계속 걷는 교회 흐름에 응답하며 성령 안에서 식별하는 삶을 살도록 지침을 주는 책들도 소개됐다. 내면과 감정을 바라보며 하느님과 자신을 마주하도록 하는 심리 영성 서적들도 눈에 띄었다. ‘기도의 해’와 관련해서는 교황청 복음화부에서 발간한 「기도 소책자」의 번역본이 주목받았다. 성서와함께 출판사는 전 8권 중 1권 「오늘의 기도: 극복해야 할 도전」, 2권 「시편으로 드리는 기도」, 5권 「기도의 비유」를 출간해, 신자들이 모든 활동의 바탕이 되는 기도에 더 마음을 모을 수 있도록 했다. 이외 분도출판사의 「수행: 교부들에게 배우는 기도생활」은 성경과 교부 전통에 따라 기도하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일상 안에서 깊은 기도 생활을 하도록 안내했다. 바오로딸에서 나온 「상처에서 희망으로 나아가는 기도」, 기도에 대한 다양한 질문과 고민을 단순하고 명쾌하게 풀어준 「궁금해요, 기도」 등도 기도 관련 서적으로 독자들 호평을 받았다. 새로운 신앙 서적 출간과 아울러 가톨릭 고전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노력도 있었다. 「발타사르, 죽음의 신비를 묵상하다」와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와의 첫 만남」 등 신학적 탐구를 담은 고전을 출간한 가톨릭출판사는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가톨릭고전과 함께하는 365일 말씀 달력」 등을 내놓았다. 서울대교구가 하느님의 종 브뤼기에르 주교의 시복시성을 추진하면서 관련 서적 출간도 잇따랐다. 생활성서사는 「브뤼기에르 주교 바로 알기」와 「브뤼기에르 주교 바로 살기」, 「영원히 머물 것처럼 곧 떠날 것처럼」 등을 펴냈으며 한국교회 형성에 밑거름이 된 브뤼기에르 주교 삶을 조명했다. 교부 문헌 출간도 활발했다. 가톨릭대학교출판부의 「교부들의 발자취」를 비롯한 여러 책이 독자들을 찾았는데, 분도출판사가 발행한 「교부들의 가르침」을 비롯한 요한 카시아누스의 「담화집」, 오리게네스의 「켈수스 반박」 등은 독자층이 두텁지 않음에도 호평을 모은 책들이다. 성경 관련 책들의 출간도 꾸준했다. 성경 교재 「지혜 여정」 시리즈를 계속 출간 중인 생활성서사는 「성경의 길을 따른 어린이 여정」 구약성경편 총 4권을 완간했다.

2024-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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