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온 가족이 지적장애로 생활고 겪는 공충구 씨

“집에 보일러가 없으니까 춥고, 겨울에는 더 추워요.” 집안에서도 늘 외투를 입고 생활한다는 서영자(다비다·51) 씨는 차가운 바닥을 매만지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공충구(로렌스·62) 씨와 서 씨는 이제 갓 성인이 된 두 아들과 함께 낡은 목조 한옥에 살고 있다. 1929년에 상량한 이 집은 보일러도 없이 아궁이에 불을 때야 방 정도만 난방이 되는 농가 주택이다. 급한 대로 샌드위치 패널을 두르긴 했지만, 한겨울의 매서운 바람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공 씨 가족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정신지체장애를 지니고 있다. 그래도 장애 정도가 약한 공 씨가 빌린 땅에 농사를 지어 농산물을 팔거나 품팔이를 하며 돈을 벌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생계를 꾸리기엔 부족함이 많다. 그러다 보니 집에 있는 가전도, 가구도 주변 교회나 복지기관에서 얻은 것들이고, 먹거리도 주변의 도움을 받아서 생활해 나가고 있다. 그렇게 근근이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어려움이 더 커졌다. 2024년 3월에 누전으로 화재가 나 창고가 전소했기 때문이다. 이 화재로 생업인 농사에 꼭 필요한 농기구들을 모두 잃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집을 무상으로 빌려줬던 친척이 급히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집을 내놓으면서 새로 집도 구해야 할 상황이 됐다. 서 씨는 “집에도 불이 옮겨붙어서 큰일 날 뻔 했다”며 “(그때를 생각하면) 기절할 것 같고 떨린다”고 화재 당시를 설명했다. 하지만 지적장애 때문에 금전 감각이나 생활력이 약하다 보니 집을 구할 여력이 없었다. 품팔이를 하고도 제 몫을 받지 못하는 일이 부지기수였고,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수확량도 급감해 농약과 비료값도 다 못 갚을 형편이다. 주위의 도움 없이는 집을 구하기는커녕 당장의 생계도 어려운 처지가 됐다. 이런 공 씨 가정의 어려움을 알고 인근 택배회사 사장이 아들이 물류 일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도움을 주고자 돈을 보내주기도 했고, 주변에서 일시적인 후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통장에는 돈이 남아 있지 않았다. 공 씨 모르게 아들이 모두 써버린 탓이었다. 그나마도 도움을 주던 이웃들이 통장을 확인하며 알게 된 사실이었다. 이웃들의 도움으로 아들이 함부로 통장에 손을 대지 못하도록 조치를 했지만, 이미 다 써버린 돈을 되찾을 길은 없었다. 안중본당 아산만구역 이남원(베로니카) 구역장은 “이상기후 때문에 올해는 농사를 잘 짓는 사람들도 수확이 적다는데, (공 씨 가족은) 부족한 상황이다 보니 미질도 안 좋고 수확량도 크게 떨어졌다”면서 “수확량이 적어 ‘속상하다’고는 말하는데 얼마나 손해가 났는지 스스로도 알지 못하다 보니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어려움을 설명했다. ◆ 성금 계좌 -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우리은행 1005-302-975334 국민은행 612901-04-233394 농협 301-0192-4295-51 ◇ 모금기간: 2024년 12월 25일(수) ~ 2025년 1월 14일(화) ◇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기부금 영수증은 입금자명으로 발행됩니다.)

2025-01-01

[송년 특집] 2024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결산

어려운 이웃들의 간절한 기도에 깊이 공감하는 가톨릭신문 독자들은 2024년에도 식을 줄 모르는 이웃 사랑을 보냈다. 2023년 12월 17일부터 올해 12월 8일까지 본지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에 소개된 사연은 총 16건. 현재 모금 중인 태국 출신 파닛씨 부부(12월 8일자) 사연을 제외하고 15명 대상자에게 전해진 성금은 총 6억5073만8890원이다. ‘공감’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진 독자들의 성원은 크나큰 절망 앞에 무력했던 이웃들에게 어떤 극복의 힘을 선사했을까. 격려 속에 이웃들이 되찾은 희망과, 이어지는 힘겨움 속에도 용기를 내 걸어가는 이야기를 그들 근황을 통해 전한다. ■ 아기들과 이주민들에게 희망을 어른조차 버거울 큰 병과 싸우는 아기들에게 올해 성금은 큰 희망을 안겨 줬다. 2024년 1월 14일자로 알려진 극소 저체중아 논타왓 푸딘다엔은 무사히 만 1살이 되어 규칙적으로 의사를 만나며 잘 자라고 있다는 희소식이 들려왔다. 당시 아기는 장기가 덜 발달해 스스로 호흡하지 못했다. 건강보험 혜택도 적용 못 받아 병원비도 기하급수적으로 늘던 형편이었다. 엄마 닛타야 파라위치(27) 씨는 “아들이 이제 발달 단계에 따라 건강하고 활발하게 자라고 있다”며 “아기가 앞으로도 건강하도록 잘 양육하겠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미숙아 쌍둥이를 낳은 엄마 응웬티흐엉(36) 씨와 아빠 황당흥(41) 씨도 3월 31일자로 사연이 전해지며 희망의 빛을 찾았다. 신생아 호흡곤란중후군과 저혈당 등으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던 아기들은 당시 막대한 치료비가 발생했었지만, 성금을 통해 건강히 회복하고 8월 베트남으로 가 할머니의 돌봄을 받고 있다. 응웬 씨 부부는 걱정을 덜고 한국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쌍둥이들을 도왔던 광주이주민지원센터의 센터장 황성호(미카엘) 신부, 허명숙 수녀(발렌티나·미리내 성모 성심 수녀회)는 “독자들이 아기들과 부모님에게 큰 희망과 평화를 안겨 주셨다”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5월 5일자로 보도된, 선천성 심장병을 앓는 아기 인나야도 건강을 많이 되찾았다. 인나야는 현재 우유도 잘 먹고, 잘 웃고, 움직임도 많아졌으며 다리에 힘도 들어가 일어서려는 기미까지 보인다. 부모 올자스(33) 씨·알리마(28) 씨 부부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와 따뜻한 마음 덕분에 필요한 돈을 마련할 수 있었고, 우리 아기에게 온전한 삶을 살 희망을 선물할 수 있었다”고 감사 편지를 보내왔다. 8월 25일자에 사연이 소개됐던 ‘허혈성 뇌병증’으로 고통받는 베트남 아기 팜충기엔(Pham Trung Kien·베드로)은 위기를 무사히 넘기고 집중재활치료를 받으며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부모인 팜반린(Pham Van Linh·안토니오)·응우옌티빅레(Nguyen Thi Bich Le·마리아) 씨 부부는 생명을 포기하려고까지 했던 절망에서 벗어나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부부는 “알지 못하는 많은 독자 여러분의 큰 도움에 감동받았다”며 “성탄의 축복이 여러분께 가득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창원이주민센터 센터장 윤종두(요한 사도) 신부는 “내년 상반기에는 본국으로 돌아가 현지 소아전문병원에서 치료를 계속할 예정”이라며 “독자 여러분의 따뜻한 나눔이 한 생명을 살리고, 그 가족에게 새로운 희망을 심어주셨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정든 고향을 떠나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서 분투하는 이주민들에게도 성금은 버팀목이 됐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폭격으로 집을 잃고 부상한 채 입국한 고려인 박루슬란(67) 씨와 그 가족도 5월 26일자로 이야기가 알려지며 자포자기 상태를 벗어났다. 루슬란 씨는 성금으로 허리 수술비를 치렀고, 큰손녀 발레리아 양은 1월 F-4(재외동포) 비자를 발급받아 학업과 취업에 힘쓸 수 있게 됐고, 막내 손녀딸은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다. 루슬란 씨는 한 달에 한 번 병원 진료를 받고, 당뇨약과 심장약을 복용 중이다. 폭격으로 얻은 어깨 부상은 아직 치료하지 못했다. 하지만 안정을 되찾은 가족 덕에 힘을 내고 있다. 그는 “꾸준히 회복하고 있고, 생활도 점점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밝혔다. ■ 어둠을 헤매던 청년들에게 빛을 꽃피어야 할 나이에도 어둠을 헤매던 청년들도 성금을 통해 삶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었다. 홀로 출산 준비를 하고 갓 두 돌 지난 아이를 홀로 키워야 했던 미혼모 김현주(아가타·37·가명) 씨는 7월 28일자로 사연이 알려지며 독자들의 성원 덕에 힘을 낼 수 있었다. 현재 현주 씨는 독자들이 모아준 성금뿐 아니라 본당(대구대교구 구미 봉곡본당)의 도움으로 어려운 가운데서도 일상을 잘 이겨나가고 있다. 현주 씨는 교구 지원금도 만료되고 정부 지원마저 끊어졌던 당시를 회상하며 “교회 여러분이 함께 펼쳐 보여주신 공감이 지금도 각별하다”며 재차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자기 삶을 온전히 포기하고 의식불명 아버지와 지체장애 어머니를 돌보는 청년 가장 김경태(요한 세례자·39·서울대교구 노원본당) 씨도 2월 4일자로 사연이 알려지며 적잖은 힘을 얻었다. 경태 씨는 하루아침에 식물인간이 된 아버지를 돌보고 지체장애인인 어머니까지 책임지며 당시만 해도 7000만 원이 넘는 빚으로 허덕였다. 지금도 아버지는 식물인간으로 병상에 누워 있고 경태 씨는 계속 불어나는 병원비를 감당하느라 주말에까지 일하며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신자들의 위로를 기억하며 기운을 내고 있다. 경태 씨는 “정신적으로 많이 지쳤을 때 큰 도움을 주셔서 용기를 낼 수 있었다”며 “지금의 어두운 터널이 지나면 밝은 빛이 나는 길이 나오리라”며 힘차게 살아갈 것을 다짐했다. ■ 병마로 힘겨워하던 이들에게 자비를 투병으로 고통 받던 이들도 독자들의 사랑을 통해 하느님의 자비를 느낄 수 있었다. 부부가 암 투병하며 아르바이트만으로 다섯 식구 생계를 이어가던 민영기(요한 보스코)·이선화(세라피나) 부부는 6월 16일자 신문을 통해 모인 성금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고비를 넘겼다. 민 씨는 “무엇보다 아내가 항암치료를 계속 받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항암치료를 받는 중에도 레지오와 성경공부, 제대 봉사를 열심히 하고 있다”며 “하느님 은총으로 큰 도움을 받고 나서 신앙적으로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선천적 중증 지적장애를 앓는 김태윤(토마스모어) 씨는 10월 6일자를 통해 교통사고로 복부 온 근막과 소장과 대장이 파열된 이야기가 전해지며 독자들 성원으로 일상을 되찾을 수 있었다. 현재 김 씨는 병원에서 퇴원해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11월에는 장애인 거주시설 식구들과 2박3일로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김 씨는 2025년 1월 초 장루 복원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김 씨는 “후원해 주신 분들의 관심과 기도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며 “보내주신 사랑에 보답할 수 있도록,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겠다”며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

2024-12-25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합병증 앓는 미숙아 키우는 태국 출신 파닛 씨 부부

갓 태어난 자녀를 처음 안는 순간 가슴에 밀려드는 애틋함을 부모라면 누구나 안다. “오직 사랑만 주기 위해 낳은 너를 우리가 혹시 아프게 하지는 않을까”라는, 간신히 씹어 삼키는 두려움이다. 태국에서 온 아기 엄마 파닛(37) 씨와 아빠 타마롱(46) 씨에게는 그 두려움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파닛 씨는 10월 말 불명의 이유로 31주 채 되지 않은 1.49㎏ 아기를 조산했다.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호흡곤란, 파종성 혈관 내 응고 등 미숙아 증후군들로 고통받으며 신생아 중환자실 인큐베이터 안에서 산소 치료, 각종 약제와 항생제를 투여하는 등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 파종성 혈관 내 응고는 혈관 내 작은 혈전들이 광범위하게 형성되고 비정상적 출혈을 일으키는 병이다. 다른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며 때로는 뇌나 위장관 등에 치명적 출혈, 신부전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안해, 아가. 태어났을 때 온몸으로 안아주지 못해서, 네가 아파하고 있는 인큐베이터 속이 처음으로 엄마 손길을 느끼는 곳이 되게 해서….” 어른에게도 버거운 병을 태어난 지 고작 1달을 넘긴 미숙아가 짊어진다는 건 얼마나 가혹한 일일까. 11월 29일 아기가 있는 순천향대학교 부속 부천병원 신생아 집중치료센터를 찾은 파닛 씨는 이날 위생 장갑을 끼고서야 아기를 처음으로 어루만질 수 있었다. 파닛 씨는 “아기가 ‘엄마가 내 곁에 있구나’ 하고 힘을 내게, 살결을 맞대 줄 수만 있다면 좋겠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2016년 한국에 와 공장 노동자로 성실하게 일해온 부부에게 현실은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먹지 못하는 아기를 위한 위장관 삽관, 중심정맥관 삽입술, 합병증 모니터링과 각종 검사 등 지금까지 발생한 병원비만 1달 만에 눈덩이처럼 불어나 4800만 원에 육박한다. 목재 공장에서 일하는 타마롱 씨의 월급 200만 원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 설상가상 타마롱 씨는 태국에 계신 노쇠한 어머니와 가족을 봉양하느라 매달 100만 원가량을 고향에 보내고 있다. 파닛 씨도 같은 이유로 태국 친정에 매달 40만 원씩 지원해 왔다. 임신 후 일을 그만 둔 파닛 씨가 경제 활동에 나서기는 어렵다. 그는 산후조리도 제대로 못 하고 아기를 먹이기 위해 매일 모유를 짜서 병원에 가져가고 있다. 또 집 월세를 빼면 남는 푼돈으로 병원비와 생활비까지 충당하느라 불면증을 앓고 있다. 아기는 적어도 두 달 이상은 신생아 중환자 치료가 필요하다. 뇌실 주위 백질 연화증처럼 발병할지 모르는 합병증 등 추가 치료 기간을 고려하면 치료비는 지금보다도 감당 불가능할 크기로 늘 것으로 보인다. 노동에 치이듯 살던 외국인 부부가 한국에서 도움을 청할 공동체는 없다. 타마롱 씨는 “밤잠 못 이루고 몰래 혼자 흐느끼는 아내를 볼 때 억장이 무너진다”며 “가장으로서 버텨 보려고 하지만, 몸부림칠수록 늪처럼 감겨드는 현실이 사실 숨 막힌다”고 호소했다. 병원 원목 서상현(헨리코) 신부는 “이런 현실에도 파닛 씨 부부는 아기를 ‘은총’이라는 태명으로 부를 만큼 부처님 자비에 의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립된 상태로 아기 치료와 양육을 해결해야 하는 부부에게 초월적 사랑이 실로 존재함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 성금계좌 -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우리은행 1005-302-975334 국민은행 612901-04-233394 농협 301-0192-4295-51 ◇ 모금기간: 2024년 12월 4일(수) ~ 12월 24일(화) ◇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기부금 영수증은 입금자명으로 발행됩니다.)

2024-12-08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지적장애 자녀 5명 키우는 이원명 씨 가족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다른 아이들과 달랐다. 말이 늦거나 전혀 말을 하지 않기도 했고, 한 가지 습관에 집착을 보이거나 감정 표현이 너무 갑작스럽기도 했다. 병원에서는 ‘자폐’라는 진단을 내렸다. ‘자폐’라는 병이 너무 무겁게 다가왔지만, 어떻게든 잘 키워보겠노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무게는 점점 더 무거워져만 갔다. 첫째에 이어 둘째도, 셋째도, 넷째도, 그리고 막내인 다섯째까지도 정도는 다르지만 자폐에 지적장애를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이 잘못됐을까. 누구를 원망할까. 이 씨의 가슴은 무너졌지만, 정작 누구를 탓하거나 무너져 내릴 틈도 없었다. 지적장애인 아이 하나를 키우는 것도 힘에 벅찬 일인데, 다섯이나 되는 지적장애 아이를 돌보려니 ‘눈코 뜰 새 없다’는 표현이 부족할 지경이었다. 한 아이에게 발생한 문제를 수습하고 있으면 또 한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다. 그저 정신없이 닥치는 대로 수습하고, 수습하고, 또 수습하다가 시간이 흘러버렸다. 하지만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자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가 돼버렸다. 밖에서 놀던 아이가 어디론가 사라져 실종신고를 하고 저녁 늦게까지 눈물을 머금은 채 아이를 찾아 헤매기도 했고, 아이의 폭력적인 성향이 강해져서 가족에게 칼을 휘두르는 일마저 일어났다. 정도가 심했던 넷째는 이웃집 차를 손상시키는 등의 사건으로 1년간 보호감호를 받고 강제 입원치료까지 받기도 했다. 이 씨는 “아이가 실종됐을 때는 너무 걱정되고 기도밖에는 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어느 순간 주님께서 ‘네 자식이기 전에 내 자식’이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고, 그러고 나서 아이를 찾았다”면서 “우리 아이들은 주님께서 주신 보석이고 보물”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서 아이들의 폭력적 성향은 호전됐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아이들이 끼친 피해들을 아직 다 배상하지 못한 상태다. 이 씨 가족의 수입은 아이들의 아빠 대건 안드레아(65) 씨가 택시 운전으로 벌어오는 120만 원 안팎의 수입과 노령연금, 지적장애 1급인 막내에게 나오는 장애연금 40만 원 정도다. 막내도 21살이 된 지금, 성인 7명 가족이 살아가기에는 부족한 금액이다. 아직 아이들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어 생활비와 치료비 모두 도움 없이는 막막할 따름이다. 가장 큰 걱정은 집이다. 현재 월세로 살고 있는 낡은 집은 누전으로 집의 절반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보일러 배관이 낡아 물이 새는 데다, 집 곳곳에, 아이들 방까지도 곰팡이가 슬었다. 또 넷째와 막내가 폭력적 성향을 보일 당시에 창문들을 깨뜨려 창문에 임시로 비닐을 붙여놓았다. 게다가 집주인이 집을 팔려고 내놓은 상황이라 언제 나가야 할지 몰라 불안한 상황이다. 보증금도 없거니와 지적장애 아이들이 있다 보니 받아주는 집을 찾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주위에 지적장애 자녀를 둔 다른 부모님들을 보면 아이를 위해 대단히 많은 활동을 해주는데, 저희는 아주 부족해서 아이들에게 미안해요. 이제 저도 60살이 넘었고, 앞으로 얼마를 더 살지도 모르는데, 그저 아이들이 주님을 믿고 주님 자녀로 살아가길 기도할 따름입니다.” ◆ 성금계좌 -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우리은행 1005-302-975334 국민은행 612901-04-233394 농협 301-0192-4295-51 ◇ 모금기간: 2024년 11월 13일(수) ~ 12월 3일(화) ◇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기부금 영수증은 입금자명으로 발행됩니다.)

2024-11-17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정신 질환으로 고통받는 김가영 씨

김가영(루치아·57·가명) 씨의 하루 일상은 묵주 기도를 비롯한 기도로 거의 채워진다. 매일 오후 3시가 되면 자비의 예수님상 앞에 앉아 하느님의 자비를 구하는 5단 기도를 드린다. 매듭의 푸시는 성모님께 드리는 기도, 프라하의 아기 예수님께 드리는 기도, 소화 데레사 9일 기도 등도 빼놓을 수 없다. 바뇌 성모 액자를 비롯한 여러 성모상과 아기 예수상 등 성물로 가득한 집 내부가 그런 김 씨의 열심한 기도 생활을 대신 말해주는 듯했다. 김 씨가 한결같이 봉헌하는 기도 지향은 안전한 거처를 얻어 딸 은미(가명·아기 예수의 데레사)와 함께 사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정부 전세 대출로 사는 지금 집은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임대 아파트 신청을 하고 싶으나 2000만 원에 이르는 금액이 필요하다. 한 달 70만 원 정도 받는 기초생활보호대상자 수당으로는 생활하기에도 모자라는 실정에서 어떻게 구해야 할지 막막한 돈이다. 그는 ‘양극성 정동장애’라는 정신과 질환을 앓고 있다. 망상과 환청 증상이 있어서 남을 믿지 못하고 말도 안 되는 의심을 하는 경우가 있다. 정서적 상태 조절이 잘 안되어 심하면 자살 충동을 느낀다. 비가 오는 날이면 무조건 집 밖으로 나가는 이유다. 밤에는 약기운으로 잔다. 김 씨는 그러면서 “내 안에 있는 나 자신이 무슨 일을 벌일까 봐 제일 무섭다”고 했다. 거의 30년째 정신과 약을 먹고 있는데, 다섯 달에 한 번씩 주사 치료도 받아야 한다. 비용을 감액받는다 해도 수당으로 살아가는 그에게 부담이 크다. 심한 비만과 당뇨로 식단 관리를 해야 하지만 당뇨 조절을 못해 주기적으로 입원을 한다. 당근처럼 딱딱한 것을 씹지 못해 치과 치료도 받아야 한다. 어릴 적에 친부모에게 버림받고 위탁 가정에서 자란 그는 고3 크리스마스 전야에 성폭행 사고를 당했다. ‘그때 생각이 지금 막 일어난 것처럼 생생하다’고 할 만큼 지금도 큰 충격으로 남아있다. 이후 그 일로 병의 조짐이 나타났고 위탁 가정에서도 외면당해 수도회 시설에서 20년 넘게 살았다. 40대에 사회에 나와 한 남자를 만나 딸 은미를 낳았지만, 남자가 떠나 가면서 쪽방에서 외롭고 힘들게 아이를 키웠다. 친엄마, 위탁가정, 아이를 함께 낳은 남자로부터 계속 버림받은 세월이었다. 은미와는 10여 년 전부터 헤어져 살게 됐다. 아이가 3살 되던 무렵 김 씨가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로 소리를 지르는 통에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가 강제로 정부 아동 시설로 보내졌다. 김 씨는 이때 정신병이 심해져 더 힘들게 지내야 했고, 은미도 어린 나이에 낯선 곳에서 지내며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지금 13살인 은미는 한 수녀회의 그룹홈에서 지낸다. 그는 삶에 대한 의지가 약해질 때마다 “‘언젠가 아이와 함께 살고 싶다'는 소망으로 힘을 낸다”고 했다. “아이를 낳아 놓고도 제 손으로 키우지 못하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길에서 함께 걸어가는 엄마 딸을 보면 너무 부러워서 눈물이 나요.” 김 씨는 “아이를 버리지 않고 끝까지 지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손을 잡아주시면 함께 살 집을 마련하고, 딸이 잘 교육받고 성장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또 도움 주신 만큼 조금이라도 더 어려운 이들을 위한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김 씨를 추천한 서울대교구 삼각지본당 주임 박홍철(다니엘) 신부는 “이 모녀가 꿈꾸는 삶을 위해서 후원과 기도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 성금계좌 - 예금주(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우리은행 1005-302-975334 국민은행 612901-04-233394 농협 301-0192-4295-51 ◇ 모금기간: 2024년 10월 23일(수) ~ 11월 12일(화) ◇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기부금 영수증은 입금자명으로 발행됩니다.)

202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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