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잃은 고통 속 하느님 향한 애끓는 절규…「한 말씀만 하소서」

참척(慘慽). ‘자손이 부모나 조부모보다 먼저 죽는 일’. 故 박완서(엘리사벳) 작가는 1988년 하나뿐인 아들을 교통사고로 갑작스레 잃는 참척의 고통을 겪는다. 「한 말씀만 하소서」는 다섯 자식 중 하나였지만, 아들로서는 하나밖에 없던 자식을 먼저 보내고 처절하게 쏟아낸 일기다. 훗날 활자가 될 것을 염두에 두거나 누가 읽게 될지도 모른다는 염려 같은 것을 할 만한 처지가 아닌 극한 상황에서 통곡 대신 써 내려간 것이다. “원태야, 원태야, 우리 원태야, 내 아들아. 이 세상에 네가 없다니 그게 정말이냐? 하느님도 너무하십니다. 그 아이는 이 세상에 태어난 지 25년 5개월밖에 안 됐습니다.” (15쪽) 그는 아들의 죽음 후 형언할 수 없는 고통과 절망을 일기에 담았다.하느님에 대한 분노와 원망, 그리고 삶의 무력감 속에서 울음 대신 펜을 들었다. 책에 담긴 일기는 1988년 가장 끔찍했던 여름을 지나 가을·겨울로, 그리고 서울 집에서 부산의 첫째 딸네 집으로, 부산 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 수녀회의 언덕방 등에서 겪은 체험을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딸의 집에 있으며 ‘무슨 잘못을 해서 아들을 데려갔는지’ 신을 향해 이유를 묻고 또 물으며 증오와 울부짖음에 가까운 기도를 토해내던 그는 이해인(클라우디아) 수녀 제안으로 수녀원 언덕방에 머물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이곳에서도 ‘한 말씀만 달라’며 하느님께 애걸복걸했지만 끝내 응답을 얻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수녀들과 방문객들 틈에서 죽음에 대한 갈망 또한 교만이라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다. 또 타인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 궁극적으로는 신과도 고통을 나눌 줄 몰랐던 것이 가장 큰 죄였음을 깨닫는다. “나의 고통까지도. 당신이 내게 이 모든 것을 주셨나이다. 주여, 이 모든 것을 당신께 도로 드리나이다. 모든 것이 당신의 것이오니, 온전히 당신 의향대로 그것들을 처리하소서.”(144쪽) 이번 책은 출간 20주년 특별 개정판으로 나왔다. 수필 ‘언덕방은 내 방’ , 서신 ‘이해인 수녀님과의 손 편지’ 등 20년이 지나 새롭게 추가된 이후의 이야기들이 곁들여졌다. 맏딸 수필가 호원숙(비아) 작가의 시선으로 본 어머니 박완서에 대한 기억도 실렸다. ‘마음이 어렵고 힘들 때마다 집어 드는 책이다’라는 한 독자평처럼, 20년 동안 수많은 독자를 감싸안고 일으켜 주었던 책은 고통의 끝자락에서 천천히 회복되어 나오는 작가의 여정을 나눈다. 그 속에서 우리 삶에는 여전히 희망이 있음을 발견하게 한다.

[문화 인터뷰]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박요셉 씨

“전쟁이 만연한 세상에서 음악은 누구에게도 해를 입히지 않아요. 많은 사람의 영혼과 마음을 따스히 위로해 줄 수 있는 데다 음악으로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으니, 음악가로서의 삶이 기쁘고 감사합니다.”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박요셉(요셉) 씨. 사춘기를 지나던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우연히 접한 라디오로 클래식에 입문한 그. 본격적인 음악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 건 베토벤 소나타의 영향이 컸다. 중학교 3학년, 음악을 전공으로 시작하기엔 비교적 늦은 나이였지만 밤낮으로 연습에 매진한 결과 입시에 성공해 음악가로서 본격적인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음악을 더 깊이 공부하기 위해 오른 미국 유학길에서 예상하지 못한 암초를 만났다. 생활비를 아끼려 구매한 저렴한 휴대폰이 화근이 됐다. “통화를 하는데 순간 휴대폰에서 기계음 같은 큰 소리가 울리더니 귀가 들리지 않았어요. 며칠 동안 귀가 아팠는데 그저 괜찮아 질 거라 생각하며 기다렸죠. 하지만 한번 다친 신경은 돌아오지 않더라고요.” 절망에 빠진 그를 잡아 준 것은 신앙이었다. 겨우 마음을 다잡고 음악에 다시 집중하던 때 설상가상으로 건반 위를 자유롭게 유영하던 손가락마저 다쳤다. 통증으로 인해 오른쪽 새끼손가락을 마음대로 쓸 수 없게 됐다. 음악가에게 생명과도 같은 귀와 손가락에 영구적 손상을 입었지만, 그는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연주한다. “왜 이런 시련을 주시느냐고 하느님을 많이 원망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하느님은 제가 원하는 걸 주시기보다 저에게 맞는 것을 주신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 뜻에 따라 살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았죠. 신앙이 없었다면 깊은 절망 속에서 어떻게 헤쳐 나올 수 있었을까 생각해요. 지금은 제 삶에 음악이 계속해서 이어지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음악 속에서 하느님을 계속해서 만나고, 많은 사람에게 나누고 싶으니까요.” 그는 피아노 독주회뿐 아니라 그가 다니는 서울 서초동성당에서 첼룸 챔버 오케스트라&콰이어를 창단해 이끌고 있다. ‘하늘’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첼룸’을 붙여 천상의 아름다움을 음악으로 표현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종교 음악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서양 음악 레퍼토리를 연주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서양 음악의 출발점은 종교 음악이에요. 반드시 종교 음악이 아니더라도 연주하는 곡들에서 모두 하느님을 느낄 수 있는 거죠.” 개인 연습과 더불어 대학교 출강 등으로 바쁜 일상이지만 대부분이 가톨릭 신자로 구성된 30여 명의 단원들과 하느님 안에서 함께하며 다양한 음악을 나눈다. 지금은 단원들과 2월 성남에서 앞두고 있는 공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부족한 실력임에도 어려서부터 성당의 미사 반주를 맡아서 하곤 했어요. 덕분에 언제나 음악 속에서 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 성당과 음악은 저에게서 뗄 수 없는 것들이에요. 모두 제 삶과 깊이 연관되어 함께 맞물려 돌아갈 수밖에 없죠.” 그는 음악가로서의 바람도 드러냈다. “유럽에 가 보면 모두에게 성전을 열어 놓잖아요. 때론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가들의 연습, 연주 소리에 치유를 받기도 하고요. 음악은 종교가 없거나 다른 사람들도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창구라고 생각해요. 성당이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 되고, 성당 내에서의 음악이 더 활성화된다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하는 음악이 청중들에게 감동으로 닿기를, 또 하느님에게 기쁨으로 닿기를 희망해요.”

2025-01-05

“그리스도인에게 종말은 구원 계획의 완성이자 희망”

‘종말’을 떠올리면 대부분 모든 것이 끝이라는 생각에 죽음을 먼저 떠올린다. 그래서 종말은 왠지 무서운 단어이기도 하다. 종말론을 공부하고 가르치는 저자에게도 사람들은 “왜 그렇게 무서운 걸 공부하세요?”, “종말이 오는 날은 언제인가요?” 등 불안한 기색을 보이고 혹은 지구 종말의 날을 알아맞힐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묻는다. 하지만 저자 명형진 신부(시몬·인천가톨릭대 도서관장)는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믿고 따르는 그리스도인에게 종말은 두려움이 아니라 희망이라고 밝힌다. 종말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신앙과 교리를 알고 믿는다면, 종말은 두려운 것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희망을 더 크게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종말 신앙을 통해 우리가 받은 참된 희망을 발견하고 주님께서 약속하신 그 마지막 때를 향해 걸어가자고 한다. 종말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신앙과 교리를 올바로 알고 믿는다면 종말은 파멸, 낭떠러지 끝과 같은 두려운 것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희망을 더 크게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책에서는 잘못된 종말 이론으로 오히려 희망을 빼앗고 두려움을 퍼뜨리는 이들 주장을 살펴보고, 또 그 주장에 맞서 참된 신앙을 지키는 것을 이야기한다. 특별히 ‘천국왕국설'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종말을 빌미로 잘못된 주장을 펼치는 이들이 이른바 천년왕국설을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단 분파 속으로 침투한 천년왕국설이 어떤 오류를 범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그 이론은 언제 어떻게 생겨났고, 어떻게 퍼져 나갔는지, 아울러 교회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고 교회는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살핀다. 왜 전 세계로 번져 지금까지도 그 영향이 남아 있는지도 자세히 알아본다. 명 신부는 “그 실체를 아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그 유혹에서 벗어나 고귀한 신앙을 지키고 참된 희망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십사만 사천 명’이라는 요한묵시록 구절을 숫자에만 집착해 한정된 인원수로 오해한다면, 그 사람의 신앙과 삶의 방향은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말은 종말 신앙에도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책은 우리가 바라는 하느님의 자비와 복이 부와 명예, 건강과 같은 세속적인 것에만 머물지 않았는지도 되돌아보게 하며, 하느님 나라를 준비하는 지금의 삶에서 신앙을 스스로 점검하도록 한다. 또 “'종말'이라고 할 때, 우리는 곧바로 영원한 하느님이신 예수님만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한다. 그리스도교 종말의 중심은 사람이 되시고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하느님, 곧 그리스도이시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가 믿음의 대상을 올바로 알고 믿으면 그 믿음이 희망이 되리라’는 기대에서 출발했다. 명 신부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희망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될 때, 미사 참례나 본당 활동도 기쁘게 할 수 있다”며 “젊은이들, 예비신자, 신앙 봉사자 등이 많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아울러 “책에 담긴 종말에 관한 내용뿐만 아니라, 그것을 이해하기 위한 상식이 되는 내용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하고 “무엇보다 희년을 보내면서 그리스도교 종말 신앙은 곧 희망의 순례자이며, 종말 신앙이 두려움이 아니라 희망이라는 것을 맛보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2025-01-05

새해 신년 음악회 ‘풍성’…조수미·빈 소년 합창단 등 내한 공연

2025년 새해를 맞아 서울시립교향악단, 소프라노 조수미(아기 예수의 데레사), 빈 소년 합창단 등의 다채로운 신년 음악회가 열린다. 특히 올해 음악회에는 가톨릭 신앙이 담긴 프로그램도 마련돼 눈길을 끈다. 9일 서울 신촌동에 위치한 금호아트홀 연세에서는 올해의 ‘상주 음악가’로 활동 예정인 아레테 콰르텟이 하이든의 <현악 사중주를 위한 십자가 위 예수의의 마지막 일곱 말씀>을 연주한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하이든은 수많은 종교 음악을 작곡했는데, 총 7개 악장으로 이뤄진 이 곡은 사복음서에 기록된 예수님의 일곱 가지 말씀을 표현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16~17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말러의 교향곡 2번 <부활>을 연주한다. 총 5악장 구성의 <부활>은 가톨릭으로 개종한 말러가 깊은 관심을 가진 삶과 죽음, 부활에 대한 믿음을 표현한 대곡이다. 곡 후반부의 4~5악장에는 “나는 신으로부터 왔기에 신으로 돌아갈 것이다! 따듯한 나의 신은 나에게 빛을 주실 것이요, 영원하고 행복한 영생을 향해 빛을 밝혀 주실 것이다”, “나는 살기 위해 죽으리라! 부활하리라”라는 가사가 담겼다. 요한 슈트라우스 오케스트라는 요한 슈트라우스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아기 예수의 데레사)와 함께 내한한다. 11일 부산문화회관, 15일 서귀포예술의전당, 16일 노원문화예술회관 등을 찾아 그의 곡 <빈 숲 이야기>, <레몬꽃이 피는 곳 왈츠> 등을 연주한다. 매년 한국을 찾는 빈 소년 합창단의 공연은 올해에도 만날 수 있다. 17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22일 경주예술의전당, 26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멘델스존의 오라토리오 <엘리야> 중 ‘눈을 들어 보아라’, 슈베르트 <시편 23편>, 라인베르거 <주여 내 기도를 들으소서> 등 종교 음악부터 영화 <인어공주>의 사운드트랙 ‘언더 더 씨(Under the Sea)’ 등까지 다양한 하모니를 들려 줄 예정이다. 24일 유앤아이센터 화성아트홀에서 열리는 신년 음악회에는 지휘자 김대진(암브로시오)와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다니엘), 소프라노 강혜정(보나) 등이 출연해 베토벤 <바이올린 로망스>,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봄의 소리 왈츠> 등을 선보인다.

2025-01-05

[이달의 잡지] 2025년 1월

■ 경향잡지 ‘경향돋보기’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서한 「양성에서 문학의 역할」을 토대로, 우리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서로에게 귀 기울이는 행위가 우리 신앙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다뤘다. ‘교구의 재발견’에서는 수원교구장이자 주교회의 의장인 이용훈(마티아) 주교 인터뷰를 통해, 교구의 존재 이유와 하느님 백성의 사명을 돌아봤다. ‘청년, 어떻게 지내니?’에서는 모두가 이야기하지만 적지 않은 신자들에게 아직 생소한 세계청년대회를 기사화했다.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3900원> ■ 빛 올해부터 2년간 ‘전례의 해’를 보내는 대구대교구의 사목 방향에 발맞춰, 사목교서와 여는 글에서 전례의 해 취지 및 중요성을 설명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강수원(베드로) 신부와 표정훈(요한 사도) 출판평론가가 새 필진으로 연재를 시작했으며, ‘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서는 데레사C 스테인드글라스 조우경(데레사) 대표를 인터뷰했다. <대구대교구/1800원> ■ 생활성서 이번 호 ‘Special Theme’은 ‘복의 재발견’을 주제로 했다. 하느님 축복 속에서 생명의 빛으로 나아가려는 이들의 단상들이 담겼다. 희년 동안 로마의 7대 성당을 지면으로 만나게 될 ‘희망 순례’ 코너가 눈에 띄며,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는 갈곡리성당 종지기 김재석 씨 사연이 실렸다. ‘오늘의 마리아 신학’에서는 박준양(요한 세례자) 신부가 ‘우리에게 방향을 가리켜 주는 아름다운 별’을 주제로 올바른 마리아 신학과 건강한 성모 신심 정립의 필요성을 밝혔다. <생활성서사/4800원> ■ 월간 꿈CUM ‘테마로 읽는 성경’에서는 함원식(이사야) 신부가 ‘위로받을 자격’ 제목 글을 통해 하느님의 위로에 대해 썼다. ‘삶과 영성’에서는 박현민 신부가 ‘왜 사제가 되었나요?’ 주제로 상담 과정에서 느낀 단상을 나눴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 교리 요점 정리’로 성모 마리아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으며, ‘바오로 사도의 발자취를 따라서’에서는 튀르키에, 그리스 성지의 순례 기행을 담았다. ‘건강한 꿈CUM_건강’에서는 매일 아침 실천해야 할 ‘한의사가 추천하는 아침 루틴’이 소개됐다. <월간 꿈CUM/5000원> ■ 참 소중한 당신 ‘희망을 향한 젊은 열정’을 특집으로 했다. 각자의 청춘 시절을 주님께 희망을 두고 살아가며 다양한 곳에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다. 살레시오회 SYM 마고네프렌즈 최준경 씨, 서울대교구 오류동본당 무지개 주일학교 교사 이경선 씨 등을 만나 보았다. ‘인터뷰-깨소금 신앙’에서는 청년 공간 ‘모락모락’ 공간 지기 신광식(알로이시오) 씨를 만나 사랑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뜻한 이야기를 들었다. <미래사목연구소/4000원> ■ 사목정보 ‘젊은 교회를 위한 비전’을 특집으로 했다. 햇살사목센터 소장 조재연(비오) 신부를 만나 작은 모임으로 시작해 설립 30주년을 맞기까지의 여정을 살피며 한국교회가 청년들을 환대하는 교회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살폈다. ‘내가 바라는 세상’에서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씨와 지휘자 사이먼 래틀의 내한 공연 스토리가 소개됐다. 새 코너 ‘The better world’에서는 선하고 올바른 세상을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순서로, 교제 폭력에 관한 내용을 다뤘다. <미래사목연구소/1만 원>

2025-01-01

[이준형의 클래식 순례] 코렐리 <크리스마스 협주곡>

주님 성탄 대축일과 성탄 시기를 상징하는 요소나 사물이 여럿 있습니다. 크리스마스트리나 성탄 구유가 대표적인 경우지요. 음악에서는 이른바 ‘파스토랄레’(Pastorale) 혹은 ‘파스토랄’ 전통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본래 파스토랄레는 이름 그대로 전원적이거나 목가적인 음악을 뜻하지만, 바로크 시대부터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음악으로 널리 사랑 받았습니다. 복음서의 성탄 이야기를 보면 천사와 하늘의 군대가 주님을 찬미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또 아기 예수님이 구유에 누워 목동들의 경배를 받는 장면도 있지요.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이 부분을 음악으로 이해했는데, 천사들은 노래를 부르고 양치는 사람들은 악기를 연주했다고 상상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주님 성탄 대축일에 소박하고 목가적인 ‘파스토랄레’를 연주하는 전통이 생겼지요. 특히 바로크 시대 이탈리아에서는 성탄 무렵에 아브루치(Abruzzi) 지방에 사는 양치기들이 로마를 방문해서 백파이프의 일종인 참포냐(zampogna), 리드가 있는 피리의 일종인 피페로(piffero) 같은 악기를 연주하며 성탄을 축하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작곡가들도 점차 백파이프처럼 저음이 계속 이어지는 드론 베이스(drone bass) 위로 흐르는 부드러운 선율이 있는 파스토랄레를 써서 성탄 시기에 연주하게 되었습니다. 헨델의 <메시아> 1부(1부는 주로 성탄을 주제로 다룹니다)에 있는 ‘피파(Pifa)’나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의 2부 신포니아 등이 그런 작품인데, 가장 유명하고 가장 후세에 많은 영향을 미친 작품은 아르칸젤로 코렐리(Arcangelo Corelli, 1653~1713)의 합주협주곡 G단조(op.6-8)입니다. 코렐리는 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 초반까지 로마 음악계를 이끌었던 탁월한 음악가로,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오케스트라 리더, 작곡가로서 트리오 소나타와 콘체르토 그로소(합주 협주곡), 독주 바이올린 소나타 등 바로크 기악곡의 원리를 집대성해서 모든 후세가 본받고, 모방하고, 비판하게 될 고전적 모범을 제시했습니다. 코렐리는 로마에서 고위 성직자와 왕족, 귀족의 후원을 받으며 활동했는데, 가령 1689년 주님 성탄 대축일에는 피에트로 오토보니 추기경이 명의 본당이었던 산 로렌초(San Lorenzo in Damaso)에서 집전한 장엄한 미사에서 직접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악단을 이끌었습니다. <크리스마스 협주곡>은 이 미사를 위해서 만든 작품이라고 여겨집니다. 악보 머리에는 ‘성탄의 밤을 위하여’(Fatto per la notte di Natale)라는 부제가 있어서 용도를 명확하게 드러내며, 코렐리 특유의 강한 대비감과 유려한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핵심은 마지막 부분인 ‘파스토랄레’로, 여기서 현악 연주자들은 백파이프 연주를 흉내 내며 성탄의 목가적인 정서를 표현합니다. 글 _ 이준형 프란치스코(음악평론가)

202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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