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소아암·난치병 환아들에게 희망 전한 이명진 원장

12월 20일 수원 이의동 비엠잉글리쉬 영어교습소(원장 이명진 아녜스)에서는 특별한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렸다.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 24명이 이명진 원장(수원교구 동수원본당)과 함께 소아암·희귀 난치병 환아들의 영상을 시청하고, 환아들을 위한 응원 카드를 만들고 기부금을 전달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서 소아암·희귀 난치병 환아들을 위해 펼친 ‘산타가 되어주세요’ 캠페인에 동참하는 ‘사랑 나눔’의 크리스마스 파티였다. 이 원장은 “사랑으로 오신 예수님의 사랑을 아이들 마음에 심어주고자 올해 학원 파티는 이렇게 나눔의 기회로 열었다”고 말했다. 그는 “학원 식구들끼리 즐기기보다, 이웃과 나누는 더 큰 사랑의 기쁨을 아이들이 듬뿍 느끼도록 인간애 실천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제 교육 철학은 ‘Let your learning benefit not only yourself but the world(너의 배움이 너 자신뿐 아니라 세상을 이롭게 하라)’예요. 워크시트와 학원 문구류 곳곳에 쓰여 있어서 학원 아이들도 이미 다 알고 있죠. 아이들이 영어만 잘하는 걸 넘어, 배운 것을 선하게 쓸 줄 아는 전인적인 사람이 되도록 이끄는 게 가톨릭 교육자의 자세니까요.” 선물이나 스낵 타임에만 관심이 있을 줄 알던 아이들은 아주 진지하게 파티에 임했다. 처음에는 파티 분위기에 잔뜩 들떠 있다가도, 소아암과 투병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접하자 진지해졌다. 뒤에 있을 스낵 타임도 자진해 줄이고 카드 만들기에 공을 들였다. 이 원장은 “‘아픈 친구들은 이번 크리스마스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잖아요’ 하며 어른보다도 도타운 사랑을 보여준 아이들을 보며 뭉클해 그만 울컥했다”고 고백했다. ‘영어나 잘 가르치지’라며 메마른 눈총을 준 사람은 없었다. 이 원장은 “제 교육 철학을 깊이 공감해 주시는 학부모님들 덕에 오히려 힘을 얻었다”며 웃었다. “‘우리도 아이에게 말로만 나눔을 가르쳤지 이렇듯 실천할 기회를 주지는 못했다’고, ‘아이가 친구를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돼서 기쁘다’고, ‘앞으로도 특별한 날이면 아이와 함께 후원을 해보려고 한다’고까지 말씀한 부모님도 있었죠. 다 기록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말씀들을 해주시니, 제가 아닌 주님께서 이번 나눔을 행하셨다는 묵상이 다가왔습니다.” 끝으로 ‘언어는 존재의 집’(Language is the house of Being)이라는 한 철학자의 말을 언급한 이 원장. 그는 “이렇듯 언어는 인간의 내면이 담기기에, 단순히 문제를 풀고 시험을 잘 맞기 위한 게 아니라 서로 다가가고 생각을 공유하는 도구”라며 “유창하면서도 그 안에 선함이 듬뿍 묻어나는 영어를 아이들이 할 수 있도록 가르치겠다”고 전했다. “우리 학원 아이들은 ‘영어를 잘 모르는 반 친구를 도와줬어요’, ‘영어를 잘해서 다른 사람에게 무료로 가르쳐 주고 싶어요’라며 늘 입버릇처럼 말해 온답니다. 그 어진 품성들이 진정 학습에서 빛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교사로서 소명을 다하고 싶어요.”

2025-01-05

“공수 강하의 두려움까지도 장병들과 나누고 싶었죠”

“공수 강하 임무에 투입되는 장병들의 등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그들의 두려움을 곁에서 직접 보듬어 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역량을 갖추고자 훈련에 스스로 지원했습니다.” 군종교구 해병중앙본당 주임 박동진(안드레아) 신부는 이렇듯 “장병들이 감수해야 하는 공수 강하 훈련의 두려움까지도 함께 나누고자” 해병대 군종사제단 처음으로 훈련에 자원해 2024년 11월 18일부터 12월 6일까지 교육 과정을 수료했다. 장병들이 있는 곳 어디든 찾아다니는 군종사제 일과만으로도 힘겹지 않았을까. 박 신부도 장병 위문과 상담, 자살 예방과 회복탄력성 교육으로 매일 긴 시간과 거리를 무릅쓰고 돌아다녀야 하지만, “해병대 장병들과 더 깊이 있게 공감하고 그들의 자부심을 아는 최선의 방법으로 훈련에 직접 함께한다”는 결단을 내렸다. “처음에는 신학생 시절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전역했던 경험만으로 대원들과 충분한 공감대를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해병대 장병들은 공수 강하처럼 가장 어렵고 위험한 임무를 수행한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이 있어요. 같은 마음을 나누고 싶었기에 실천할 용기가 솟았습니다.” 교육마다 진행되는 체력 훈련, 1200피트의 강하 높이, 20㎏ 넘는 군장을 이겨내는 건 힘겨웠다. 박 신부는 “몸이 피곤해지니 마음도 여유를 잃어 장병들에게 한결같이 따뜻하게 다가가기 힘들 때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그는 같은 교육생들에게서 위로자이신 예수님을 발견하며 각오를 다잡았다. “자기보다도 힘겨워하는 동료를 챙기고 위로하는 장병들에게서 배웠어요. 저야말로 예수님이 우리에게 보여주신 면모일 테니까요. 그래서 힘들어도 먼저 웃음을 보이고 따뜻한 말을 건네며 교육생들과 많이 친해지고 더 밀접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오직 사명감만으로 아찔한 높이를 서슴없이 강하하는 장병들과 같은 경험을 나눈다는 건 박 신부의 성소를 새롭게 했다. 박 신부는 “인간적인 두려움마저 결의로써 극복해 내는 이들이 내 동료라는 게 자랑스러웠다”며 “군종사제로서 그들을 위해 내 몸을 기꺼이 내던지겠다는 다짐이 한층 더 단단해졌다”고 역설했다. 장병들과 기꺼이 같은 상황에 뛰어들고 공감하는 사목을 실천으로써 보여준 박 신부. 그는 “2000년 전 지상에 오셨던 예수님께서 이미 우리와 온전히 같아지시고, 같은 것을 느끼시고 이해해 주셨다”면서 “그런 그리스도를 따른 ‘젖어 드는 사목’을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이어나가고자 한다”고 고백했다. “종교가 힘을 잃고 하느님의 부재를 말하는 이 세상에서, 하느님이 여전히 우리와 함께하고 계심을 그저 삶으로 증언해 내고 싶습니다.”

202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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