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성당 스케치] 단테 알리기에리

르네상스 시대를 연 사람들 이야기는 사실 당시의 피렌체 사람들 이야기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중에서 첫 번째는 단연 단테 알리기에리(Dante Alighieri·1265-1321)입니다. 물론 시인 단테가 르네상스 시대의 성당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성당 이야기라면 피렌체 대성당에 돔 지붕을 얹은 피렌체 사람 필립보 브루넬레스키(Filippo Brunelleschi·1377-1446)부터 시작하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보다 100년이나 앞선 단테를 이야기하는 것은 단테가 피렌체에 퍼트려놓은 뭔가 모를 새로움에 대한 희망의 물결이 브루넬레스키가 태어나기 전부터 아르노강을 따라 출렁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시대 사람들에게 단테가 미친 영향은 그의 「신곡」(La Divina Commedia) 안에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당시의 서적들은 귀족이나 지식인들의 전유물과도 같은 라틴어로 써져서, 일반 대중은 읽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신곡」은 모두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토스카나의 피렌체 방언으로 씌었습니다. 그래서 피렌체 사람 대부분이 쉽게 읽을 수 있었고, 글을 몰라도 누군가 읽어주면 금방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용 면에서도 「신곡」은 당시 피렌체 사람들이 가졌던 중세의 그리스도교적 심성과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사람은 죽어서 심판을 받아 천국과 지옥으로 간다는 가톨릭교회의 사말(四末, 죽음, 심판, 천국, 지옥) 교리는 그들에게 매우 익숙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피렌체 사람들이 「신곡」을 읽으면서 손을 놓지 못했던 것은 그것이 내세(來世)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이 살던 그곳 그 시대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입니다. 단테가 지옥과 연옥, 그리고 천국을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 가운데는 그들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동시에 단테는 그리스와 로마의 신화에 나오는 인물들과 함께 이야기를 풀어감으로써 피렌체 사람들이 고전에도 관심을 갖도록 하였습니다. 그리스와 로마의 고전,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고 현세의 삶이 모두 「신곡」 안에서 어우러져 피렌체의 평범한 사람들이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안내하였습니다. 단테가 「신곡」에서 이야기하는 피렌체의 이야기 중에서 오늘날까지도 흔적이 남아 있는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피렌체의 아르노강에는 우피치 미술관과 피치 궁전을 연결하는 ‘폰테 베키오’(Ponte Vecchio)라는 그야말로 오래된 다리가 있습니다. 지금은 보석상들이 즐비한 이 다리에 「신곡」 천국편의 한 글귀가 새겨져 있는 표석이 있습니다. “그렇건만 피렌체가 그 마지막인 성대(聖代, 평화의 시대)에 희생을 드려야 한 것은 다리를 지키고 있는 저 이지러진 돌이어야 했었구나.”(「신곡」 천국편 145-147, 최민순 신부 번역) 1215년 여름 피렌체 근교의 콘타도(contado, 귀족의 별장)에서 피렌체 귀족들의 파티가 열렸습니다. 그러던 중 부온델몬티 가문의 청년과 우르베티 가문의 청년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는데, 다행히 사태가 수습되고 그 표지로 부온델몬티 가문의 청년과 우르베티 가문 소속의 아미데이 가문 처녀를 혼인시키기로 합의하였습니다. 그런데 결혼 하루 전날 부온델몬테는 도나티 가문의 아름다운 여인에 매혹되어 그녀와 혼인하기로 약속하고, 다음날 아미데이 가문이 기다리는 성당이 아닌 도나티 가문으로 가서 그녀와 약혼 서약을 하였습니다. 신랑을 기다리던 아미데이 가문은 이 소식을 듣고 극도의 모멸감에 복수를 결심하고, 어느날 폰테 베키오를 건너고 있는 부온델몬테를 처참하게 죽였습니다. 단테는 「신곡」에서 부온델몬테가 도나티 가문의 꾐에 넘어간 것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아미데이 가문의 살인 때문에 피렌체의 평화가 사라졌다고 노래합니다. 이후 피렌체는 황제당과 교황당으로 분열되어 끝 모를 복수의 소용돌이에 휘말립니다. 1300년 단테는 정치에 입문하여 교황당 백파의 일원으로 시뇨리아의 의원이 됩니다. 그런데 보니파시오 8세 교황이 흑파를 지지하여 백파는 실각하고 단테는 1308년 종신 유배형을 선고받습니다. 그해 단테는 「신곡」을 쓰기 시작했는데, 지옥편 제19곡 제8환 제3낭에서 그는 성직을 매매한 죄인들이 구덩이에 거꾸로 틀어박히고 발은 불에 태워지는 벌을 받는 것을 봅니다. 단테는 거기서 니콜라오 3세 교황을 보고 성직자의 부패를 탄식하며, 니콜라오 3세가 가상 현실로 보니파시오 8세를 보는 장면을 이렇게 전합니다. 저(니콜라오)는 소리치되, “진작부터 너 여기 있었느냐, 보니파시오야, 진작부터 너 여기 섰었느냐, 기록(미래를 예언한 기록)이 나를 속여 몇 해나 틀렸도다.” 단테는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로 지옥과 연옥을, 베아트리체의 안내로 천국을 여행하며 인간의 영혼이 어떻게 정화되고 구원되는지를 그리스도교적 시각에서 성찰합니다. 단테는 천국의 안내자 베아트리체를, 어렸을 때 그녀의 집에서 그리고 성인이 될 즈음 우연히 거리에서, 단 두 번 만납니다. 하지만 단테가 「신곡」의 전작인 「새로운 삶」(La Vita Nuova)에서 말했듯이 그녀는 짧은 만남으로도 그의 사랑을 확정할 수 있었던 여인이었습니다. 그녀는 단테에게 이 혼돈의 세상에서 영원한 고요함과 아름다움 자체였습니다. 피렌체에서 추방되고 여러 도시를 전전한 단테는 1318년 라벤나에 도착하여 구이도 노벨로 다 폴렌타의 궁정에서 머뭅니다. 이곳에서 단테는 「신곡」의 천국편 집필에 집중하였고, 1320년 드디어 지옥과 연옥을 지나 천국에 이르는 12년 동안의 대장정 「신곡」을 완성합니다. 다음 해 단테는 라벤나의 외교 사절이 되어 주변국과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 베네치아를 다녀오게 되었는데, 돌아오는 길에 습지를 지나다 말라리아에 걸려, 1321년 라벤나에서 그가 그리던 천국으로 돌아갔습니다. 단테의 「신곡」은 중세의 신학과 철학, 문학과 과학을 관통하면서 그리스와 로마의 고전을 수용하고, 당대의 혼란한 정치의 풍자에까지 이르는, 단테의 정신이 고스란히 베인 고전 중의 고전입니다. 훗날 피렌체 사람들은 산타 크로체 성당에 그를 기억하는 무덤과 조각상을 남겨 그가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글 _ 강한수 가롤로 신부(의정부교구 건축신학연구소 소장)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후 1998년 사제품을 받았다. 2001~2008년 로마 교황청립 그레고리오 대학교에서 교의신학을 공부했고, 2017년 로마 사피엔자 대학교 건축학과에서 고대·중세 건축사 연수를 했다. 현재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위원, 의정부교구 통합사목국장을 맡고 있다.

달콤한 ‘유혹의 덫’ 끊고, 다부진 ‘희망의 끈’ 동여매다

‘금연하기’, ‘다이어트를 통해 체중 감량 3kg’, ‘금주하기’, ‘책 100권 읽기’ 등... 2025년 희년 새해가 밝았다. 사람들은 1월을 맞아 다시금 새해 결심을 한다. 올해는 특히 ‘희망의 순례자들’이라는 표어에 맞춰 갖가지 희망을 안고 한 해를 시작한다. 그중에서도 모든 악을 끊어 버렸던 세례 때의 결심을 다시금 해보는 사람이 많다. 나는 과연 끊어 버릴 수 있을까? 다양한 중독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일산 카프성모병원(이사장 유경촌 티모테오 주교, 병원장 박우리 안젤라 전문의)을 찾아봤다. 희망으로 끊어내다 “건설 현장에서 수십 년을 일했어요. 그런데 대학을 졸업한 20대 토목기사들이 와서 잘난 체를 하더군요. 현장에 대해선 내가 더 잘 아는데 맞지 않은 주문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스트레스 때문에 술을 많이 마셨죠.” 명상으로 시작된 ‘고위험 상황 분석 및 대처’ 강의 시간. 박진수(가명) 씨는 알코올 중독에 빠지게 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오늘 강의는 중독에 의한 신체적 불편함에 대한 내용이었다. 알코올 중독자는 보통 단주 시 불면증과 우울증, 불안이 온다고 설명한 장은화(아녜스) 교육상담부장은 “교대 근무이거나 긴장감이 높고, 대민 업무를 보는 중장비 기사, 소방수, 경찰 등에도 음주 위험 강의를 나간다”고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런저런 이유는 핑계고 변명거리밖에 안 되는 것 같아요. 모든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들이 여러 중독에 걸리진 않거든요. 운동이라든가 다른 취미 활동을 통해서 스트레스 관리를 많이 하죠. 나 같은 경우 술이 쉬워서 그쪽으로 풀었던 것 같아요.” 김민학(가명) 씨의 날카로운 지적과 자기반성이 이어졌다. 강의실은 농담이 오갈 정도로 분위기가 밝았다. 정의철(가명) 씨는 “병원의 강의 프로그램이 워낙 좋아 중독된 것으로 손이 갈 때마다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며 ‘뇌와 중독’, ‘마음 챙김’, ‘감정 관리’ 등을 추천했다. “얼마 전 12월 25일 성탄 때 세례를 받았어요. 세례명은 임마누엘(가명)이에요.” 치료 중이었음에도 성탄과 관련된 세례명으로 영세를 한 참가자도 있었다. 그들 가운데에서 ‘끊어 버립니다.’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이 피어났다. 중독에서 해방되도록…다양한 중독 예방·치료 프로그램 제공 개원 20주년이 된 일산 카프성모병원은 한국중독연구재단(이사장 유경촌 티모테오 주교)이 설립하고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에서 운영하는 알코올 중독 중점 치료 병원이다. 입원과 외래 치료, 재활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알코올 중독 외에도 담배, 약물, 행위 중독 클리닉도 진행한다. 연간 1만여 명의 환자들이 내원하고 있다. 알코올 중독 입원 치료의 경우 10년 이상의 경험이 축적된 체계화된 프로그램을 10여 종의 교재를 통해 진행된다. 알코올 중독을 이해하기 위한 ‘뇌와 중독’, ‘중독의 이해’ 등의 강의를 들을 수 있으며, 술을 끊기 위한 마음을 키우는 ‘회복을 시작하는 마음’, 다시 술 마시지 않기 위한 준비로 ‘재발 예방 교육 프로그램’, ‘고위험 상황 분석 및 대처’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미술치료, 음악치료, 명상, 요가 등 예술 요법과 대안 요법도 운영하고 있다. 산책이 가능한 테라스와 화초, 사계절 운동이 가능한 강당 등이 있어 답답함을 덜어주며 매주 진행되는 가족교육과 전문가를 통한 가족 상담 또한 가능하다. 매주 봉헌되는 천주교 미사에 신자와 비신자 누구나 자율적으로 참여해 영적 회복을 돕는 것은 물론이다. 중독, 완전한 절제 권해 담배, 술, 음식, 스마트폰, 게임 등은 우리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기에 더욱 중독이 쉽다. 이것을 완전히 끊는 것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바람직할까? 박우리 병원장은 대부분의 문제가 자신이 조절할 수 있다고 믿는 상태에서 발생한다며 완전히 절제할 것을 권한다. 박 병원장은 “자제를 할지, 완전히 끊어낼지에 대해서는 얼마나 많이 마시고 오래 했는지가 아니라, 개인이 자신의 행동에 대한 조절과 절제 능력이 보전되어 있는지 아니면 상실됐는지의 여부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며 “자제 노력은 대부분 원래의 습관대로 돌아가게 되므로 되도록 완전히 끊어버릴 것을 권장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 병원장은 “중독 질환은 가능한 한 빠르게 치료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며 “최근에는 직장 및 가정생활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도 중독의 문제를 겪는, 즉 고도 적응형 환자들의 방문이 증가하고 있으며 젊은 층의 유입도 굉장히 많은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혼을 앞두고 자가 진단을 통해 내원한 20대 후반 한 남성은 일상생활의 어려움은 없지만 조절력에 문제가 있는 듯해 완전한 단주를 결심한 뒤 수년간 잘 지키며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독은 그 사람의 관계나 욕구 등의 문제가 모습을 바꿔 나타난 걸 수 있어요. 다른 누가 대신 해결해 줄 수 없지요. 내 안의 소리,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 변화는 시작될 수 있습니다.”

2025-01-05

‘점’ 보는 가톨릭 신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신년이 되면서 한 해 운세를 점치려는 사람들로 점술 시장이 북적이고 있다. 특별히 탄핵 사태로 정치 경제가 혼란에 빠지는 가운데 그 조사 과정에서도 무속 점사 등과 밀접히 연관된 증거들이 나오며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최근 온라인 점술이 활성화되면서 기계에 익숙한 MZ 세대 등 젊은이들이 SNS, 점술 앱, 운세 서비스에 문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그렇다면 가톨릭신자들 상황은 어떨까. 통계에 따르면 적지 않은 신자들도 사주를 보고 사주, 관상, 타로 등에 돈과 시간을 쏟는다. 신앙을 가진 이들이 점술에 마음을 뺏기는 것은 왜일까? 미래 쉽게 보여준다는 매력에 신자 대부분 별 생각없이 접근 길일이나 손 없는 날 확인 등 무심코 역학에 기대려는 마음 하느님 향한 경외심 배제하고 사탄·마귀에게 의뢰하는 행위 우리 삶에 함께 걷고 계시는 하느님 만나는 노력 우선돼야 신통한 것을 찾아 한 스타트업 분석 업체에 따르면, 앱을 통해 사주나 신점 타로를 보는 이들이 최근 2년 사이 두 배 정도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점술 시장의 호황은 개인 중심적인 라이프 스타일이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강화된 현상으로 지적된다. 일단 사람들이 점술에 빠지는 이유는 ‘신통한 것’을 찾는 종교적 심성과 아울러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분석된다. 인간은 연약한 존재이기에, 불안정하고 알 수 없는 앞날을 보장받고 싶은 심리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한국인이 점이나 사주, 관상, 토정비결 등을 따르는 데에는 오랜 세월 한민족 역사와 함께하며 민간신앙의 핵으로 기층문화를 형성해 온 샤머니즘도 한 배경을 차지한다. 기도와 제사, 점복과 주술로 소원 성취를 빌어준 샤머니즘은 운명 신앙, 주술 신앙 등으로 오랜 세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쳐왔다. 이는 미신 만능과 주술적 기복 신앙 등의 심성을 키웠다.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총무 한민택 신부(바오로·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오늘의 한국 사회에서 점술이나 역술이 유행하는 데에는 거대한 상업 논리가 작용하고 종교성을 소비하도록 상품화되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상업 논리를 통해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사용하기에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점술과 역술에 담긴 논리에 빠지게 된다”고 풀이했다. 생각해 볼 것은 이것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통계적으로도 규칙성이 없기 때문에 신뢰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설득이 어려우며 중독처럼 빠지게 되거나 혹세무민이 될 위험성이 있다. 사회적인 파장도 클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정치 지도자나 권력을 잡은 이들에게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국가 전체를 위험에 빠트릴 만큼 심각한 문제가 양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운세 점술을 가까이하는 신자들 수도권 교구 한 본당에 교적을 두고 있는 30대 A씨는 최근 자주 앱을 통해 전화 타로 상담을 한다. 굳이 타로 가게를 가지 않아도 비대면으로 고민을 털어놓고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것이 편해져 어떤 일이 생길 때마다 전화를 건다. ‘신자로서 잘못된 것이 아닐지’ 생각하면서도, 마음이 답답해질 때 점술 앱을 찾으면 위로를 받기도 하고 속이 시원해지는 것 같아 전화 걸기를 반복한다고 했다. 또 본당 활동을 열심히 하지만, 사주와 역학은 통계이고 학문을 공부하는 차원이라고 생각하는 B씨. 그래서 운세를 보거나 신년 토정비결을 찾아보는 것은 ‘가톨릭 신앙을 거스르는 것은 아니다’고 느낀다. 미리 닥칠 미래 흐름을 알면 준비하거나 조심할 수 있다고 믿는 편이다. 취재 과정에서 알아본 A씨와 B씨 경우가 아니더라도 주변에서는 신자들이 사주를 보고 결혼 ‘길일’을 받거나 이사 때 ‘손 없는 날’ 등을 살펴보는 등 역학 점술에 의지하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가톨릭신문 창간 90주년 기념 「가톨릭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영세 이후 점, 택일이나 작명, 궁합을 본 적이 있다’는 답은 25% 정도를 차지했다. 그중 3.5%는 ‘여러 번 있었다’고 응답했다. 유아세례를 받은 신자가 점술을 ‘한두 번’ 경험한 비율이 자발적으로 입교한 신자보다 높았고,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점술을 체험했다는 경향이 있었다. 2017년 서울대교구 사목국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6.4%가 토정비결이나 사주, 관상, 타로 등을 체험했다고 답했다. B씨의 사례처럼 토정비결이나 사주·궁합 등 민간신앙은 종교성이 없다고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 교회 가르침은 분명하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모든 형태의 점(占)은 물리쳐야 한다’(2116항)고 명시한다. 이유는 ‘우리가 당연히 하느님 한 분께만 드려야 하는, 사랑의 경외심이 포함된 영예와 존경을 거스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점(占)’을 ‘사탄이나 마귀들에게 의뢰하는 것, 죽은 자를 불러내는 것, 미래를 ‘꿰뚫어 본다’고 하는 그릇된 추측 등이 그러한 예’라고 명시한다. 그러면서 “탄생 별자리를 믿는 것, 점성술, 손금, 전조(前兆)와 운명에 대한 해석, 환시 현상, 점쟁이(무당)에게 물어보는 일 등에는 시간과 역사, 나아가서는 인간까지 지배하는 능력을 갖고자 하는 욕망이 감추어져 있으며 신비로운 능력들을 장악하고자 하는 욕망 또한 숨겨져 있다”고 설명한다. 희망을 주는 하느님 알려야 신앙인들이 점술에 흔들리는 것에 대해 교계 전문가들은 “신앙에서 미래를 안다는 것, 지금 일어난 일을 이해한다는 것은 점술이나 역술이 아닌 영적인 식별을 통해 가능하기에 신앙의 식별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한민택 신부는 “신흥종교, 신영성 등 다양한 종교적 요소들이 ‘종교 박물관’처럼 존재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그들과 무엇이 다르며, 신앙은 왜 이 길을 진리라고 인식하고 있는지 일깨우는 ‘백신식’(백신을 통해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형성하는 것처럼) 교리교육이 있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진정한 그리스도 신앙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정체성을 확립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성경이 전하는 인간과 인간 삶 역시 연약하고 불안정하고 불확실했지만, 그런 인간에게 하느님이 구원을 이루셨다는 것을 볼 수 있다”면서 “그렇게 시련 속에 산다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면서 우리 삶의 위기 한가운데 들어오시어 함께 걷고 계시는 하느님을 만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목상담이 현장 사목 안에서 강화될 필요성도 제기됐다. 대형화되고 익명화된 교회 현실에서 사목자와 신자 간 친밀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심신이 나약해져 있을 때 삶의 고민과 아픔을 짚어주고 공감해 주는 점술은 쉽게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해성사 현장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한 한국그리스도교사상연구소 소장 최영균(시몬) 신부는 “판단하고 해결책을 주고, 기준을 제시하기보다 신자들이 지닌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더해져야 한다”고 했다. 또 최 신부는 “성직 수도자로 구성된 사목상담 창구 마련이 절실하며, 고해성사 자체도 치유와 회복의 채널로서 그 역할이 심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25-01-05

[2025 환경정책 톺아보기] 석탄 발전 줄이고 핵 발전 증설?…“탄소중립에 역행”

2025년 대한민국의 환경정책은 녹색산업 지원, 물관리 강화, 무공해(전기·수소)차 확대에 집중될 예정이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그대로 두고 석탄발전 비중 감소분을 원전과 LNG로 대체한다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탄소중립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환경부는 기후위기 대비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물관리·탄소중립·녹색산업에 집중 투자하는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 의결을 통해 확정됐다고 12월 10일 밝혔다. 물관리 예산은 전년 대비 5.7% 증가한 6조4135억 원으로 극한 호우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하천정비 및 지류, 지천 정비와 인공지능(AI) 홍수예보 고도화 예산에 중점 투자한다. 또한 녹조로부터 안전한 먹는물 확보와 수질오염 사고 대응을 위한 투자도 확대한다. 2025년 예산이 가장 큰 폭으로 집중된 분야는 녹색 신산업 사업화 지원이다. 탄소중립 등 녹색 신산업의 창업-사업화-실증화 등 사업화 전 과정 지원을 기존 10개에서 50개로 5배 확대, 125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이는 2024년 대비 400.0% 인상된 금액다. 기업과 지자체의 탄소중립에도 투자한다. 환경부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대상업체가 탄소저감 설비 도입 및 혁신 감축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고,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기업의 환경무역장벽 대응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을 2배 이상 확대한다. 중소기업 상담(컨설팅) 지원도 60개에서 100개사로 늘리고 기업 대응력 제고를 위한 전문인력을 양성(200명)을 신규로 추진한다. 아울러 수원과 충주에 탄소중립 그린도시를 조성하기 위한 본사업에 착수하고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다양한 탄소중립 기술·사업을 도시에 구현하기 위해 신규 탄소중립 도시 조성(2개소)을 추진한다. 친환경차 전환에도 힘을 실을 예정이다. 전기차 충전인프라 안전성 제고를 위해 배터리 상태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스마트 제어 충전기를 기존 2만 3000기에서 9만 5000기로 대폭 확대하고, 완속 일반 충전기 구축 사업은 종료한다. 또한 2030년 450만 대(누적) 보급 목표에 차질이 없도록 전기·수소차 보급물량을 올해 34만 1000대에서 내년에 약 35만 2000대(전기차 33만 9000대, 수소차 1만 3000대)로 확대한다. 다만 전기차 보조금은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전기 승용·화물차 보조금은 승용 기준 40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화물차는 11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줄이되, 배터리 안전관리에 도움이 되는 기능을 탑재했는지 여부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 보다 성능 좋고 안전한 전기차의 보급이 확대되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예산을 확대해 2025년 기후위기에 대비한다는 계획이지만,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가야 할 길은 멀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정부의 기후 관련 재정지출은 2022년 4조8115억 원에서 2025년 3조7538억 원(정부안 기준)으로 3년 만에 22%가량 감소했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신산업 활성화 부문 2025년 예산은 각각 전년보다 1177억 원, 668억 원 줄어들었다. 환경단체들은 재생에너지를 축소하고 원전을 확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12월 17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11차 전기본이 노후핵발전소의 수명연장, 신규 핵발전소 추가 건설과 사용화되지 않은 SMR을 통해 핵발전 비중을 확대하고자 하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한다”며 “11차 전기본 즉각 폐기하고 정의로운 전력계획으로 재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2025-01-05

“혼자선 막연한 생태사목…함께하면 실천할 수 있어요”

하늘과 땅, 물을 살리고자 만들어진 생태사도직 단체 ‘하늘땅물벗’. 전국 89개 하늘땅물벗 중 인천교구 지렁이벗은 그 구성원들이 이색적이다. 본당과 신학교, 노인복지센터, 수도회 지도 등 각자 다른 분야에서 사목하는 사제 7명이 참여하고 있는 것. 평신도가 대부분인 하늘땅물벗에서 지렁이벗은 유일하게 사제들로만 구성됐다. 하늘땅물벗 지도신부에 머물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창조질서 보전에 참여하고자 마음을 모은 것이다. 지난 12월 26일 인천 답동 인천교구 가톨릭사회사목센터에서 열린 지렁이벗의 회합 시간에는 생태환경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공유됐다. 부평1동 본당 주임인 이재학(안티모) 신부는 본당 카페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회칙 「찬미받으소서」 강독회 활성화 노력을 고민하는가 하면 인천가톨릭대학교 영성지도를 맡고 있는 김기현(요한 세례자) 신부는 신학교 텃밭 거름으로 음식물쓰레기를 사용하거나 신학생들의 의식 변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의견을 나눴다. 성모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에서 사목하는 이관희(바오로) 신부는 센터에서 열리는 연수를 비행기 대신 기차를 이용하는 작지만 의미있는 실천을 고민하기도 했다. 이처럼 사목지에서 혼자 실천하기에 막연했던 일들은 같은 고민을 하는 사제들과 공유하는 시간을 통해 구체화되고, 실천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특히 한 달에 한 번, 함께 기도하는 시간은 하느님이 창조하신 피조물을 보호해야 하는 그리스도인의 사명을 되새기며 보다 적극적으로 피조물 보호를 실천하는 한 달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됐다. 지렁이벗 벗님이자 인천교구 생태환경사목위원회 위원장 오병수(스테파노) 신부는 “보다 많은 본당에서 창조질서 보전을 위한 실천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신자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며 “지렁이벗을 통해 창조질서 보전을 위해 실질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고 함께 문헌을 연구하면서 머지않은 미래에 본당에서 생태환경 교육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기현 신부는 “환경보호를 위한 실천을 하면서 예전의 방식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는데 지렁이벗에 함께하고 있는 신부들을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게 되는 것 같다”며 “혼자서는 막연했던 것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구체화되면서 하느님 창조질서 보전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5-01-05

평소 관측되지 않던 현상…베들레헴의 별은 어떤 별이었을까?

성경 속 이야기들은 그 속에 담긴 신앙적, 신학적 의미가 중요하지만 성경에 나오는 자연현상을 과학의 시선으로 해석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그중 아기 예수가 세상의 구원자이자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것을 동방박사에게 드러낸 ‘베들레헴의 별’이 과연 어떤 현상이었는지 연구한 사례도 많다. 물론 지금도 이 별에 대해 과학적으로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다. 예수님 탄생 시기 즈음해 관측됐을 것으로 추측되는 천체 현상, 별의 움직임, 밝기 등을 바탕으로 이 수수께끼 같은 ‘베들레헴의 별’ 후보들을 알아봤다. ‘베들레헴의 별’은 이렇게 달랐다 동방박사들의 아기 예수 방문 이야기, 그리고 그들의 여정을 이끈 신비한 ‘별’ 이야기는 마태오복음(2,1-12 참조)에 나온다. 이 이야기 속 ‘베들레헴의 별’의 특징을 우선 알아볼 필요가 있다. 연구자들이 공통으로 주목한 마태오 복음의 동방박사 이야기와 아기 예수의 탄생 시기를 통해 동방박사들을 아기 예수에게까지 이끈 ‘베들레헴의 별’의 특징은 크게 3가지다. 먼저 평소 관측되지 않던 밝은 별 혹은 현상이라는 점이 있다. 마태오복음 2장에서 동방박사들은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마태 2,2)라고 말했고, 헤로데가 박사들에게서 “별이 나타난 정확한 시각”을 질문했다는 점에서 그렇다.(마태 2,7 참조) 또 베들레헴의 별은 보통의 별과 다르게 이동하다가 멈췄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자 동방에서 본 별이 그들을 앞서가다가, 아기가 있는 곳 위에 이르러 멈추었다”(마태 2,9)는 구절을 보면 알 수 있다. 또 다른 특징은 예수 탄생 시기로 추측되는 기원전 3년에서 8년 사이에 관측됐다는 점이다. 연구자들은 비슷한 시기 고대 문헌들을 비교해 ‘베들레헴의 별’과 유사한 현상을 보였을 만한 천체현상을 찾기도 했다. 긴 꼬리를 달고 밤하늘을 나는 혜성 베들레헴의 별이 태양 궤도를 돌며 태양에 가까워지면 가스로 이뤄진 긴 꼬리가 생기는 혜성이었을 거라는 주장이 있다. 혜성은 ‘움직이는 천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 중 하나라는 점에서 매력적인 후보다. 이탈리아의 화가 조토 디 본도네(Giotto di Bondone·1267-1337)의 그림 「동방박사의 경배」(Adoration of the Magi)에 묘사된 베들레헴의 별도 혜성을 연상시킨다. 조토도 핼리 혜성을 보고 베들레헴의 별을 비슷하게 표현했다고 전해진다. ‘케플러 법칙’으로도 유명한 17세기 독일의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1571-1630)는 ‘베들레헴의 별’에 큰 관심을 보여 알려진 바로는 최초로 과학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케플러는 여러 후보들 중 혜성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베이커스필드 주립대학 천문대의 닉 스트로벨(Nick Strobel) 박사는 그간 여러 학자의 연구 등에 의해 베들레헴의 별의 후보라고 여겨지던 것들을 자신의 블로그에 정리했는데, 혜성도 여기에 포함됐다. 다만 스트로벨은 “예수 탄생 시기 전 세계 어디에도 비슷한 천체 현상을 목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며 가능성을 낮게 봤다. 폭발하는 ‘초신성’ 혹은 죽어가며 밝아지는 ‘신성’ 중국 전한서(前漢書)와 삼국사기 등 아시아 고대 문헌에 기원전 5년경 갑작스럽게 밝게 빛나는 이상한 별이 관측됐다는 내용이 있는데, 천문학자들은 대체적으로 이 이상한 별을 ‘초신성’ 혹은 ‘신성’이었을 것으로 본다. 더불어 초신성(supernova)과 신성(nova)은 베들레헴의 별 후보로 급부상했다. 초신성은 별이 수명을 다해 폭발하며 강한 빛과 에너지를 내뿜는 현상을 말하고, 신성은 죽어가는 별(백색외성)에 수소나 헬륨이 유입되며 유난히 밝아진 별을 말한다. 모두 평소에 없던 현상, 밝게 빛난다는 점, 예수 탄생 시기와 엇비슷할 때 관측된 것으로 추측된다는 점에서 초신성과 신성은 후보로서 매력적이다. 아시아 고대 문헌의 기록과 부합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영국의 여성 천문학자이자 ‘대영제국 철학회’에서 활동했던 에드워드 월터 몬더(E. W. Maunder·1851-1928)는 신성을 베들레헴의 별로 가장 유력하다고 봤다. 다만 동방박사들이 예루살렘에서 헤로데를 만나고 남쪽으로 10km 정도 떨어진 베들레헴으로 떠날 때 별의 움직임을 초신성과 신성으로는 설명하지 못한다는 천문학자들의 의견도 많다. 목성과 토성의 겹침 현상 케플러도 혜성, 신성 모두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목성과 토성의 ‘겹침’ 현상을 가장 유력한 ‘베들레헴의 별’로 봤다. 케플러는 행성 궤도 계산을 통해 기원전 6년에서 7년경 밤하늘 물고기자리 부근에서 목성과 토성이 태양을 공전하는 궤도가 지구에서 바라볼 때 서로 가까워져 하나의 별처럼 더 밝게 보였던 겹침 현상이 일어났다고 밝혀냈다. 겹침 현상은 이 시기 총 세 번에 걸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삼중합 현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수의 개신교 천문학자들은 이 현상을 동방박사의 900여km에 이르는 여정에 대입해 보기도 했다. 이들은 동방박사들이 움직이는 하나의 별을 따라간 것이 아니라, 여정의 특정 시점에서 세 번에 걸쳐 목성과 토성이 겹치며 밝게 빛날 때마다 그 방향을 표징으로 삼았다고 추측했다. 이에 더해 현대 천문학자들은 비슷한 시기 발생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목성 역행 현상’도 든다. 목성 역행 현상은 지구에서 바라볼 때 특정 시점에 가던 방향을 바꿔 반대로 움직이는 듯하게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일부 천문학자는 동방박사들이 예수 탄생 시기 평소엔 없던 여러 천체 현상을 종합적으로 보고 유다 지방에 상서로운 일이 일어날 것을 점쳤다고 보기도 한다. 동방박사들이 별의 움직임으로 시대의 흐름을 읽는 점성술사였다고 추정되는 점은 이 주장을 뒷받침해 준다.

2025-01-05

“부디 그곳에선 행복하길”…눈물로 새해 맞은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가 발생한 지 나흘이 지난 1월 1일 무안국제공항. 공항 전체는 침통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1층에 자리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는 새해 첫 날부터 많은 시민이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일부 추모객들은 분향소에서 눈물을 훔치며 슬픔을 함께 했다. 공항 계단에는 추모객들이 남긴 추모 메모가 가득했다. 카페에는 시민들이 유가족과 봉사자들을 위해 선결제한 내역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세상을 떠난 저희 누나도 누나인데, 여기 힘든 사람들이 진짜 많거든요. 기도 많이 해 주십시오.”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하느님 품으로 간 광주KBS 고(故) 김애린(로사리아·광주대교구 금암본당) 기자의 남동생 김세영(요한 크리소스토모) 씨는 눈물을 참으며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위한 기도를 부탁했다. 이번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김애린 기자와 목포MBC 고(故) 안윤석(리카르도) PD는 촉망받는 언론인 부부였다. 김애린 기자는 2024년 제14회 5·18언론상과 이달의 방송기자상을 받았다. “애린이는 유아세례를 받고 중학교 2학년 때까지 복사를 설 정도로 신앙심이 깊은 아이였어요. 세월호 관련 취재를 갈 때도 저에게 꼭 기도해달라고 부탁하곤 했죠.” 김애린 기자의 어머니 임정임 작가(클라라·광주대교구 금암본당)는 광주대교구 영광성당 십자가의 길 14처를 작업한 조각가다. 남편 김경학(노르베르토) 화가와 함께 교회 봉사활동도 열심히 했다. 이렇게 신심 깊은 임 작가였지만 이번 일로 “하느님이 원망스럽고 내가 잘못 살았나 싶었다”고 애통한 심정을 비추기도 했다. “딸은 ‘이번 성탄에는 그냥 엄마랑 보냈으면 좋겠어’라고 했어요. 하지만 연말이고 그동안 너무 고생한 걸 아니까 부부가 잘 다녀오라고 떠나 보냈는데 이렇게 돼서…. 그때 끝까지 잡았더라면 안 갔을 텐데…” 칠삭둥이인 김애린 기자를 하느님께서 주신 아이로 여겼다는 임 작가는 “하늘에서 둘이 행복하게 잘 지낼 거라 믿는다”며 비통한 마음을 달랬다. 광주대교구 장흥본당 신자들도 이날 공항을 찾았다. 이번 사고로 본당 장평공소 고(故) 김길환(프란치스코) 공소회장이 선종했다. 본당 신자들은 본당과 공소 일에 늘 솔선수범했던 김 회장을 떠나 보낸 것에 안타까워했다. 장흥본당 김안숙(엘리사벳) 사무장은 “본당에서 김장을 할 때면 그 많은 절임 배추를 한 해도 빠짐없이 봉헌해 주셨다”고 고인을 회고했다. 광주대교구가 1월 2일까지 파악한 집계와 본지 취재과정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2024년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일가족 4명을 포함한 신자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국교회 주교단과 광주대교구, 서울대교구 등은 사고 직후 애도 메시지를 발표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미사와 기도를 봉헌하고 있다. 광주대교구장 옥현진 대주교는 2024년 12월 31일 광주 5.18민주광장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와 주교회의 사제단, 수원교구청 사제단 등은 1월 1일 수원역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했다.

2025-01-02

[신임 마산교구장 이성효 주교] 삶과 신앙

제6대 마산교구장에 이성효(리노) 주교가 임명됐다. 2011년 3월 주교품을 받은 이 주교는 수원교구 총대리로 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를 보필해 왔으며, 이번 임명으로 고향인 경남 진주를 관할하는 마산교구 수장을 맡게 됐다. 이 주교의 삶의 여정과 활동 등을 알아본다. ■ 다정한 ‘분위기 메이커’ 이 주교의 이력은 이색적이다. 이 주교는 전자공학도였다. 사제를 꿈꿨지만 가족들의 반대로 아주대학교에 입학해 전자공학을 전공했고, 서울대학교 대학원까지 진학했다. 석사 과정 중이던 1984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방한했고, 이 방한을 계기로 이 주교는 다시 사제의 길을 꿈꾸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가족들을 설득해 1985년 마침내 신학교에 입학했고, 1992년 사제품, 2011년에 주교품을 받았다. 이성효 주교와 6촌인 대구대교구 이정효 신부(예로니모‧대구대교구 월성본당 주임)는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가족이자 동료 사제로 이 주교를 곁에서 지켜봐 왔다. 이 신부는 “분위기 메이커”로 이 주교를 설명했다. 이 신부는 “주교님은 친화력이 있어서 어떤 사람에게든 다가가 웃음을 주고, 수준급의 기타와 색소폰 연주로 어디서든 분위기를 확 이끌어 나간다”면서 “주장을 내세우기보다 상대에게 공감하는 배려 깊은 사람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이 주교의 배려심은 2013년 수원교구 농아선교회 25주년 미사에서도 잘 드러났다. 당시 이 주교는 청각장애인 신자들을 위해 수화통역사의 도움을 받아 수화 강론을 미리 연습했고, 현장에서 수화 강론을 펼쳐 신자들에게 감동을 줬다. 또한 이 주교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아 미사를 봉헌하며 “여러분들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며 유가족에게 일일이 위로를 건네기도 했다. 상대 존중하고 배려하는 성품 고통받는 이웃 보듬어 주며 그들과 함께 살아가고자 노력 노틀담 수녀회 이효민(마리지혜) 수녀는 2001년부터 이 주교와 인연을 이어왔다. 이 주교가 유일하게 주임으로 사목했던 오산본당에서 함께 일했고, 2011년 이 주교가 주교품을 받은 때에 이 수녀 역시 교구청에서 근무 중이었기에 다시 만났다. 이 수녀는 “한결같이 상대를 존중하는 사람”으로 이 주교를 정의했다. 이 수녀는 “본당에서도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다정다감하게 대했고, 10여 년이 지나 교구청에서 뵀을 때도 권위적이지 않은 편한 태도로 직원들을 대했다”면서 “새로운 교구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더라도 한결같이 친절하실 것 같다”고 전했다. ■ 아우구스티누스 닮은 ‘신학자’ 존경하는 인물로 초대교회 대표 교부인 아우구스티누스를 꼽곤 했던 이 주교는, 주교품을 받은 직후 소감을 묻는 이들에게 “이 서품에 감춰진 하느님의 뜻을 찾도록 노력하겠다”는 성인의 고백을 그대로 옮기며 성인을 닮으려는 의지를 표명했었다. 이 주교는 성인의 영성을 따라 ‘학자’로 살아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주교의 후배이자 수원가톨릭대학교 총장을 역임한 곽진상 신부(제르마노‧수원교구 서판교본당 주임)는 “이 주교님은 수원가톨릭대학교에 재직 당시 교수들에게 ‘한국교회 안에서만 신학을 연구해서는 안 되며 보편교회 안에 보탬이 되는 신학을 해야 한다’고 늘 강조하셨다”면서 “곁에서 지켜보면 신학자로서의 정체성을 놓지 않으려 늘 노력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주교는 교구 총대리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꾸준히 저술활동을 이어왔다. 신학자 오리게네스의 대표작 「원리론」(2015)을 공동 번역하고, 「교부들의 성경주해:신약성경 XIII」(2015), 「4차 산업혁명과 인류의 미래」(2019) 등을 집필했다. 가톨릭신문사의 ‘제22회 한국가톨릭학술상’ 수상작인 「신경 편람」(2018)의 공동 번역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주교는 학문의 상아탑에 갇힌 학자형 신학자는 결코 아니었다. 2013년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이 번져갈 때엔 “정의가 없는 국가는 강도떼와 같다”는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의 말을 빌려 당시 상황을 일갈했으며, 2020년에는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3951명의 사제‧수도자 선언문에 이름을 올렸다. 이 주교는 교회 생명운동에도 적극 앞장서 왔다. 2012년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의 첫 본부장을 맡으며 생명 운동에 본격 뛰어든 이 주교는 2017년부터 올 10월까지 7년간 주교회의 가정과 생명위원회 위원장을 역임, ▲낙태 반대 ▲사형제도 폐지 운동 등을 활발히 펼치며 생명 문화 확산에 힘썼다. 신학자로서 정체성 지키고 생명 문화 확산에 적극 앞장 AI 시대 윤리 문제 연구도 이 주교는 2014년부터 11년째 교황청 문화교육부 위원으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과학‧학술 기관과 교황청과의 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문화교육부에서 5년 임기로 활동하는 위원직에 이 주교는 세 차례나 재임명됐다. 최근 이 주교는 새로운 시대 교회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문화교육부 위원으로 ‘AI 시대의 윤리적인 문제’에 관한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며, 2024년 시그니스 아시아 총회에서는 ‘AI와 윤리’를 주제로 강의를 펼치기도 했다. 이 주교의 서품 동기인 서북원 신부(베드로‧수원교구 상현동본당 주임)는 “주교님은 시대적인 흐름을 읽고 그 시대에 맞는 교회 역할에 대한 통찰력이 있는 분”이라며 “새로운 임지에서도 비전을 제시하고 사제단과 교구민을 잘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2025-01-01

‘2025 세계 평화의 날 담화’, 무엇을 담았나

교회는 2025년을 희망의 희년으로 지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월 1일 세계 평화의 날을 맞아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에게 평화를 주소서’라는 제목의 담화를 발표, 세상에 희망과 평화가 찾아오기를 기원했다. 교황은 특히 자비와 해방의 희년 정신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방안으로 가난한 나라의 외채 탕감, 사형 제도의 폐지, 군비의 일부로 기아 근절을 위한 국제기금 설립 등 세 가지를 제안했다. 연대·상호 의존 없이는 불의 생겨 부유국 ‘생태적 빚’ 인정하며 빈국 부채 탕감 노력해야 위기에 놓인 인류의 부르짖음에 귀 기울이기 교황은 올해 세계 평화의 날 담화를 위기에 놓인 인류의 부르짖음에 귀 기울이자는 권고로 시작했다. 이러한 권고는 2025년이 자비와 해방의 해로 지내는 희년이라는 점에서 더욱 적절하다. “오늘날에도 희년은 해방을 가져다 주시는 하느님의 정의를 이 세상에 세우고자 노력하도록 우리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때”이기 때문이다. 담화는 고대 유다 관습에서 유래하는, 희년을 선포하는 숫양 뿔 나팔 소리가 “억압의 숙명을 지니고 이 세상에 태어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빈부를 막론하고 모든 이에게 상기시켜 주었다”며 “같은 하느님 아버지의 자녀요 형제자매인 우리는 모두 주님 뜻에 따라 자유롭게 살기 위하여 태어났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교황은 은총의 희년을 시작하면서 온 세상에 울려 퍼지는 ‘도움을 청하는 절박한 호소’에 귀 기울이자고 권고했다. 하느님께서는 이 모든 호소를 들으신다. 우리는 “지구가 착취 당하고 이웃이 억압 당하는 많은 상황”에 대해서 고발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이러한 불의는 ‘죄의 구조’로 나타나는데, 이는 일부 사람들의 불의에서 비롯되고, ‘공모의 네트워크’를 통해 강화되고 지속된다. 문화적 변화: 우리는 모두 죄인입니다 그래서 교황은 희년인 올 한 해를 시작하면서 고통받는 인류의 부르짖음에 귀 기울임으로써 “우리가 다 함께 그리고 개별적으로도 불의의 사슬을 끊고 하느님의 정의를 선포하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특히 근본적인 변화는 “가끔 어쩌다가 하는 자선 활동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지속적인 변화가 이루어지려면 문화적이며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담화에서 희년의 거행을 통해 우리는 “지상 재화가 소수 특권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이를 위한 것”임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어 예수님 시대의 엘리트들이 가난한 이들의 고통으로 이득을 취했듯이, “오늘날에도 상호 연결된 지구촌에서 국제 체제가 연대와 상호 의존의 정신에서 영감을 받지 않을 때 불의가 생겨나게 된다”며 “이러한 불의는 가난한 국가들을 덫에 빠뜨리는 부패로 더욱 심화된다”고 덧붙였다. 외채 탕감 교황은 이어 모든 이가 “삶의 존엄성을 되찾고 희망의 길을 다시 나서게 할 수 있는” 세 가지 구체적인 방법을 제안했다. 첫째,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호소를 인용해 “여러 국가들의 미래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국제적 부채를 완전히 탕감해 주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실제적으로 감면해 주는 것을” 배려하자고 제안했다. 또한 부유한 나라들은 ‘생태적 빚’을 인정하고 가난한 나라의 부채 탕감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것이 일회적인 자선으로 끝나지 않도록 “새로운 금융 체계가 고안되어 민족들의 연대와 화합에 기초한 ‘세계 금융 헌장’을 만드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금융협회(Institute of International Finance, IIF)의 지난 2월 집계에 따르면, 2023년 현재 국제 부채는 313조 달러에 이른다. 이는 전년 대비 15조 달러 증가한 것인데, 10년 전인 2013년에는 210조 달러에 머물렀었다. 빚진 이들에 대한 착취는 특히 남반구 빈국들의 ‘부채 위기’로 나타난다. 교황은 “외채가 부유한 국가의 정부와 민간 금융 기관들이 단순히 자기 시장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하여 가난한 국가들의 인적 자원과 천연자원을 부도덕하고 무차별적으로 착취하는 통제 수단이 되어 왔다는 사실을 저는 여러 차례 말해 왔다”며 외채로 고통받는 나라들은 나아가 선진국들이 초래한 ‘생태적 빚’의 부담까지 떠안고 있음을 지적했다. 사형제도 폐지 교황은 잉태부터 자연사까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확고한 노력”을 촉구하고 이러한 생명의 문화를 증진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 두 번째로 사형제도 폐지를 제안했다. 사형제도는 “생명의 불가침성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용서와 재활에 대한 모든 인간적 희망을 없애” 버리기 때문이다. 교황은 지난해 12월 8일 미국 사형수들의 생명을 구해달라는 특별 호소를 한 바 있는데, 당시 미국의 가톨릭교회 지도자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사형수 40명의 감형을 요청했다. 현재 사형제도는 미국 27개 주와 전 세계 50여 개 나라에서 존치돼 있고, 전 세계에서 2만 8000여 명이 사형 선고를 받고 집행을 기다리고 있다. 군비의 일부로 기아 근절 위한 국제기금 설립 교황은 세 번째 구체적인 행동으로 “전쟁으로 점철된 이 시대에, 군비에 들어가는 공적 자금의 일정 비율을 국제 기금 설립을 위하여 사용하자”며 “이 기금은 기아 근절 그리고 빈곤국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의 증진과 기후 위기 대처를 목표로 하는 교육 활동 지원을 위하여 사용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젊은이들이 미래를 희망이 없다고 여기거나 사랑하는 이들이 흘린 피에 대한 복수심을 가지게 부추길 만한 모든 단초를 없애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화의 목표 교황은 이러한 제안들을 받아들여 ‘희망의 여정’을 시작하는 이들은 평화가 동트고 있음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 요한 23세 교황의 언급대로 “전쟁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에서 ‘무장 해제’된 마음만이 참평화를 낳을 수 있다”며 모든 사람이 ‘마음의 무장 해제’에 참여함으로써 우리 모두가 평화의 목표에 도달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마음의 무장 해제는 모든 이가 할 일입니다. 첫째부터 꼴찌까지, 큰 이부터 작은 이까지, 부유한 사람부터 가난한 사람까지 모든 사람이 참여하여야 합니다. 때로는 아주 단순한 것들 곧, “미소, 우정의 작은 몸짓, 친절한 눈길, 기꺼이 귀 기울이는 경청, 선행”으로도 족합니다. 우리는 이 크고 작은 몸짓들을 통하여 평화의 목표에 더 가까이 다가갈 것입니다.“

2025-01-01

[신임 마산교구장 이성효 주교] 임명 발표 이모저모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2024년 12월 21일 오후 8시 로마 시간 낮 12시인 지금 수원교구 이성효 리노 보좌 주교를 제6대 마산교구장으로 임명했습니다.” 2024년 12월 21일 오후 8시 수원교구청에서 수원교구 사무처장 윤재익(바르톨로메오) 신부가 임명 발표문을 낭독하자 수원교구와 마산교구 사제단이 박수로 화답했다. 이성효 주교의 신임 마산교구장 임명 소식이 발표되는 순간이었다. 제6대 마산교구장 이성효 주교의 임명 발표의 이모저모를 전한다. ◎…“부족한 제가 마산 교구장 직분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임명 발표를 들은 이성효 주교는 “교황님께서 마산교구 교구장으로 임명하신 이 순간을 함께 하게 돼 참으로 기쁘다”면서 무엇보다 “부족한 저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부탁했다. 또한 “주교 직분을 잘 수행하도록 이끌어주신 공경하올 이용훈 주교님께 감사드린다”고 인사하고 “제가 기쁘게 마산교구장직을 맡을 수 있었던 것은 수원교구 신부님들께서 보여주신 교회에 순명하는 자세 덕분”이라며 “‘예, 여기 있습니다’를 실천하신 모든 신부님들이 저의 진정한 스승”이라고 감사를 전했다. ◎…수원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축사를 통해 “오랜 기다림 끝에 마산교구가 훌륭한 새 교구장 모시게 돼 그 기쁨 충만하시리라 생각한다”며 마산교구 사제단과 교구민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이 주교는 “이성효 주교님을 마산교구로 보내드려야 하는 교구민과 저는 그지없는 섭섭함과 무거운 아쉬움을 갖고 있다”며 “수원교구 위해 헌신하신 주교님의 노고와 수고에 깊은 감사드리며 지난 일들을 길이 오래 간직할 것”이라고 석별의 아쉬움을 비쳤다. 그리고 “마산교구 최고목자로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목하시며 큰 꿈 펼치시길 바란다”고 축복했다. ◎…이성효 주교의 임명 소식은 무엇보다 마산교구의 큰 기쁨이었다. 신임 교구장 임명 발표 소식에 마산교구에서는 사무처장 주용민(리노) 신부, 사회복지국장 최훈(타대오) 신부, 기획관리국장 이정근(요한 사도) 신부가 수원교구청을 방문해 신임 교구장 탄생을 환영하고 기쁨을 나눴다. 마산교구장 서리를 수행해온 신은근(바오로) 신부는 해외출장으로 임명 발표 자리에는 함께하지 못했지만 “새 교구장 주교님이 마산교구 신부님들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을 주님께 감사드린다”면서 “무엇보다 기쁘게 사목생활하시길 기원한다”고 축하의 말을 전했다. 임명 소식을 들은 마산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이한규(안드레아) 회장은 “2년 4개월을 기다리다 교구장 주교님을 맞이한다는 소식을 들은 기쁨과 벅찬 감동을 말로 다하기 어렵다”며 “60주년을 바라보는 마산교구의 토대 위에 앞으로의 교구 발전에 큰 힘이 돼주실 것 같다”고 말했다. ◎…마산교구장 임명 소식은 마산교구에는 큰 기쁨이었지만, 동시에 수원교구에는 아쉬움이기도 했다. 임명 소식을 들은 수원교구민들은 축하하면서도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수원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김우영(안드레아) 회장은 “아버지처럼, 또 큰 형님처럼 따듯하고 푸근하게 신자들을 감싸주시던 주교님을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떠나시더라도 마음으로 항상 함께하면서 받으신 임무를 잘하시도록 기도하겠다”고 전했다. 수원교구 여성연합회 이애경(에스테르) 회장도 “교구장 임명에는 축하드리지만 수원교구민으로서 멀리 가시는 것은 서운하다”며 “마산교구에 가셔서도 건강하게, 또 좋은 사목을 펼치시길 기도드린다”고 말했다.

202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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