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육아가 지옥? 반생명적 인식 부추기는 대중매체 만연

“아내는 평소 무조건 아침 9시가 넘도록 자고 있어요. 아이 등원에 늦는다는 전화가 와 깨우면 ‘그건 네 사정이잖아’라고 하죠. 그것 때문에 매일 싸워요.” 결혼과 육아를 지옥으로 표현하는 TV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독신 생활 혹은 돌싱 라이프를 긍정적으로 다룬 프로그램까지 합하면 약 10개의 결혼과 육아에 부정적인 TV 프로그램이 방영 중이다. 이러한 TV 프로그램들은 대중의 가치관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미디어의 속성에 의해 사람들의 결혼과 육아에 대한 인식에 안 좋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우리나라의 혼인율과 출산율은 모두 하락세이다. 2013년 32.3만 건이었던 혼인 건수는 10년 뒤인 2023년 19.4만 건으로 줄었다. 합계출산율은 2015년 1.24명에서 2023년 0.72명으로 떨어졌으며 기혼여성 중 무자녀 비중은 2010년 4.4%에서 2020년 8.4%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에서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이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부부 갈등 TV 프로그램이 결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은 64%로 긍정적이라는 응답(16%)의 4배에 달했다. 육아 문제를 다룬 TV 프로그램이 출산과 육아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응답도 72%로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응답 9%의 8배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TV 프로그램 축소를 주장하는 의견이 우세했다. 부부 갈등 TV 프로그램은 46%가, 육아 문제 TV 프로그램은 58%가 현재보다 줄어들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이어서’가 38%, ‘과도한 설정이나 편집으로 현실을 왜곡해서’가 31%로 조사됐다. 주교회의 가정과 생명 위원회 총무 진효준(요셉) 신부는 “최근 부부 갈등과 양육의 어두운 면만을 집중 조망하는 TV 프로그램들은 혼인의 이점보다는 문제점만을 부각하여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이 말씀하신 ‘죽음의 문화’를 또 다르게 양산한다”며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시청률 때문에 자극적으로 연출된 것이 다반사이지만 방송을 시청하는 미혼자들과 출산을 준비하는 이들은 이것이 혼인의 현실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진 신부는 이어 “대중매체는 ‘죽음의 문화’가 아닌 ‘생명의 문화’를 확대하며 혼인과 출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프로그램을 제작·방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사랑의 기쁨」 39항에서 제시된 ‘일시적인 문화’를 언급하며 “‘일시적인 문화’를 넘어서는 혼인의 ‘평생 서약’은 함께 나이 들어가며 서로를 돌보고 힘이 되어주며 ‘생명의 문화’를 창조하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2025-01-05

인천교구,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시국기도회’

“앞으로 어떤 대통령도 시민들에게 총부리를 겨누게 해서는 안 되며, 파괴된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함을 대내외에 선포하고, 많은 사람의 노력으로 쌓아 올려진 민주주의가 더 굳건하게 뿌리 내릴 수 있도록 교회가 함께하겠다는 메시지를 이번 시국기도회를 계기로 선포합니다.” 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김지훈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 이하 정평위)와 교구 사제단은 12월 23일 답동주교좌성당에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교구 시국기도회’를 열었다. 교구 정평위와 사제단은 헌법재판소에서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을 촉구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행동을 이어가기 위해 이날 기도회를 열었다. 기도회는 ‘이 땅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를 지향으로 한 묵주기도에 이어 교구 총대리 이용권(베드로) 신부가 주례한 시국미사로 이어졌다. 신자들은 보편지향기도를 통해 ▲교회를 위하여(세상과 함께하는 교회) ▲정의로운 세상을 위하여(헌정질서 파괴자 회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하여(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인용) ▲우리 모두를 위하여(민주주의를 수호한 국민) 한목소리로 기도했다. 교구 사무처장 김일회(빈첸시오) 신부는 시국미사 강론을 통해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탄핵심판 절차가 시작됐음에도 윤석열은 역사 속 권력자들이 그랬듯 다시 돌아오겠다고 호언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을 파괴한 윤석열을 파면하라고 외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희망하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립니다’(로마 8.25)‘라는 말씀을 따라 윤석열 정권 퇴진, 민주주의 회복, 새로운 사회의 시작을 위해 기도하자”고 전했다.

2025-01-05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온 가족이 지적장애로 생활고 겪는 공충구 씨

“집에 보일러가 없으니까 춥고, 겨울에는 더 추워요.” 집안에서도 늘 외투를 입고 생활한다는 서영자(다비다·51) 씨는 차가운 바닥을 매만지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공충구(로렌스·62) 씨와 서 씨는 이제 갓 성인이 된 두 아들과 함께 낡은 목조 한옥에 살고 있다. 1929년에 상량한 이 집은 보일러도 없이 아궁이에 불을 때야 방 정도만 난방이 되는 농가 주택이다. 급한 대로 샌드위치 패널을 두르긴 했지만, 한겨울의 매서운 바람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공 씨 가족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정신지체장애를 지니고 있다. 그래도 장애 정도가 약한 공 씨가 빌린 땅에 농사를 지어 농산물을 팔거나 품팔이를 하며 돈을 벌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생계를 꾸리기엔 부족함이 많다. 그러다 보니 집에 있는 가전도, 가구도 주변 교회나 복지기관에서 얻은 것들이고, 먹거리도 주변의 도움을 받아서 생활해 나가고 있다. 그렇게 근근이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어려움이 더 커졌다. 2024년 3월에 누전으로 화재가 나 창고가 전소했기 때문이다. 이 화재로 생업인 농사에 꼭 필요한 농기구들을 모두 잃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집을 무상으로 빌려줬던 친척이 급히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집을 내놓으면서 새로 집도 구해야 할 상황이 됐다. 서 씨는 “집에도 불이 옮겨붙어서 큰일 날 뻔 했다”며 “(그때를 생각하면) 기절할 것 같고 떨린다”고 화재 당시를 설명했다. 하지만 지적장애 때문에 금전 감각이나 생활력이 약하다 보니 집을 구할 여력이 없었다. 품팔이를 하고도 제 몫을 받지 못하는 일이 부지기수였고,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수확량도 급감해 농약과 비료값도 다 못 갚을 형편이다. 주위의 도움 없이는 집을 구하기는커녕 당장의 생계도 어려운 처지가 됐다. 이런 공 씨 가정의 어려움을 알고 인근 택배회사 사장이 아들이 물류 일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도움을 주고자 돈을 보내주기도 했고, 주변에서 일시적인 후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통장에는 돈이 남아 있지 않았다. 공 씨 모르게 아들이 모두 써버린 탓이었다. 그나마도 도움을 주던 이웃들이 통장을 확인하며 알게 된 사실이었다. 이웃들의 도움으로 아들이 함부로 통장에 손을 대지 못하도록 조치를 했지만, 이미 다 써버린 돈을 되찾을 길은 없었다. 안중본당 아산만구역 이남원(베로니카) 구역장은 “이상기후 때문에 올해는 농사를 잘 짓는 사람들도 수확이 적다는데, (공 씨 가족은) 부족한 상황이다 보니 미질도 안 좋고 수확량도 크게 떨어졌다”면서 “수확량이 적어 ‘속상하다’고는 말하는데 얼마나 손해가 났는지 스스로도 알지 못하다 보니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어려움을 설명했다. ◆ 성금 계좌 -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우리은행 1005-302-975334 국민은행 612901-04-233394 농협 301-0192-4295-51 ◇ 모금기간: 2024년 12월 25일(수) ~ 2025년 1월 14일(화) ◇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기부금 영수증은 입금자명으로 발행됩니다.)

2025-01-01

제1회 ‘김병상 사회정의평화상’에 해병대 박정훈 대령 선정

일명 ‘채 상병 사망사건’을 수사했던 해병대 수사단 전 단장 박정훈(스테파노) 대령이 김병상 몬시뇰 기념사업회(공동회장 오용호 세베리노 신부·이총각 루치아, 이하 기념사업회)의 ‘김병상 사회정의평화상’ 첫 번째 수상자가 됐다. 기념사업회는 12월 16일 인천교구청에서 제1회 김병상 사회정의평화상 시상식을 열고, 박 대령에게 사회정의평화상을 시상했다. 박 대령은 수상 소감에서 “지난해 채 상병 사건의 진실을 알렸을 때 누군가는 망상이라고 했고, 집단 항명의 수괴로 나를 구속하려고 했다”면서 “지금은 누가 망상을 하고 있는지, 누가 수괴인지 국민께서 잘 아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대령은 윤석열 대통령 12·3 비상계엄령 선포 사건과 관련해 “불법적 명령을 누구 한 명 직을 걸고 막은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 안타깝다”며 “국민은 누가 진실을 이야기하는지 알고 있고, 이제 윤석열 정부의 치부가 정의롭게 정리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기념사업회는 박 대령이 상부의 압력으로 인해 범죄자로 낙인찍히는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젊은 해병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불의에 맞서 진실 규명에 힘썼다고 평가했다. 기념사업회는 “채 상병 사건에 대한 박 대령의 수사 의지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의 불씨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사회 정의를 위해 부당한 지시에 맞서 군인으로서 맡은 바 임무를 다한 박 대령의 행보는 고(故) 김병상(필립보) 몬시뇰의 정신과 가깝다”고 말했다. 기념사업회는 1977년 유신헌법 철폐를 요구하는 기도회를 주도하는 등 민주화에 헌신하고 핍박받는 노동자들과 함께했던 김병상 몬시뇰을 기리기 위해 올해 2월 창립됐다. 기념사업회는 한국 사회 여러 곳에서 사회정의와 평화를 위해 양심적 행동을 한 인물들이 여전히 탄압을 받는 현실을 감안, 이들에게 힘을 싣고자 올해 ‘김병상 사회정의평화상’을 제정했다.

2025-01-01

올마이키즈, 캄보디아 어린이들에게 ‘꿈 가득’ 새집 선물

캄보디아 빈곤층 아이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꿈이 가득한 집’ 프로젝트를 펼쳐온 사단법인 올마이키즈(이사장 김영욱 요셉 신부)가 40번째 집을 완공하고 축복식을 열었다. 2024년 11월 26일 푸삿주 수상 마을 깜뽕루엉에서 열린 꿈이 가득한 집 40호 축복식에서 이사장 김영욱 신부(인천교구 중3동본당 주임)는 “변변한 집이 없는 아이들을 위해 크고 작은 정성을 보내주신 분들 덕에 가난한 아이들이 40채나 되는 새집에서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게 됐다”고 감사를 전했다. 열악한 주거환경에 놓인 아이들에게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한 집을 마련해 주는 이 프로젝트는 2023년 8월 중3동본당 신자들의 해외 봉사활동 프로그램이 계기가 됐다. 신자들은 푸삿주 아동·청소년들의 가정방문을 하면서 아이들이 사는 열악한 집을 두 눈으로 마주했다. 아이들은 비가 쉴 새 없이 새는 집에 사느라 우기가 되면 밤에 잠을 자기는커녕 학업에도 집중할 수 없었다. “천장은 구멍이 뚫렸고 바닥은 삐걱거리는 창고 같은 공간에 10명이 사는 집도 있었어요. 아빠는 몸이 아파 누워 있고, 엄마는 태어난 지 한 달 된 아이를 안고 있었죠. 8명의 아이 중 생계를 돕기 위해 16살, 13살짜리 두 소녀가 건축 현장과 식당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아이들이 최소한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은 마련해 줘야 한다는 신자들의 말을 들은 김 신부의 의지로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주요 목적은 현지 어린이들의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었다. 집은 1채 당 300만 원의 후원금을 기반으로 지어졌다. 그리스도 교육 수녀회가 운영하는 방과 후 학교 ‘안나스쿨’ 원장 곽전해(프랑소와즈) 수녀와 함께 지역 종교국, 마을 관계자들의 협조를 받아 도움이 필요한 가정을 선정했다. 그렇게 2023년 8월 깐냐라는 소녀가 첫 번째로 새집을 선물 받으며 프로젝트는 단계적으로 진행됐다. 40채 집을 건축하는 데 1억2000만 원가량이 투입됐다. 올마이키즈 유승호(파스칼) 사무국장은 “본당 200여 명 신자뿐 아니라 후원자들 모두가 함께 이룬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집이 없지만 아이들에게 집을 선물하고 싶다’며 후원금을 보내온 사람도 있어서 실무자 모두가 감동했다”고 고백했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 우리가 우리의 집을 가질 일은 없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리도 큰 선물을 안겨 주시다니요.” 깐냐가 다니는 안나스쿨의 교사이자 프로젝트 현지 담당자인 꼰티어 씨는 “잠들어 꾸는 꿈도 꿀 기회 없던 학생들이 어떻게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도울 수 있을까 늘 고민했는데, 모두가 정성을 모아 주셨다”고 기뻐했다. ‘세상 모든 아이가 웃는 세상’을 모토로 2012년 설립된 올마이키즈는 현재 22개국 46개 지역에서 교구·수도회와 협력해 1대 1 결연사업, 교육 공모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존엄한 삶을 선사해 온 공로로 2023년 제39회 가톨릭대상에서는 사랑생명 부분 수상단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2025-01-01

[송년 특집] 2024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결산

어려운 이웃들의 간절한 기도에 깊이 공감하는 가톨릭신문 독자들은 2024년에도 식을 줄 모르는 이웃 사랑을 보냈다. 2023년 12월 17일부터 올해 12월 8일까지 본지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에 소개된 사연은 총 16건. 현재 모금 중인 태국 출신 파닛씨 부부(12월 8일자) 사연을 제외하고 15명 대상자에게 전해진 성금은 총 6억5073만8890원이다. ‘공감’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진 독자들의 성원은 크나큰 절망 앞에 무력했던 이웃들에게 어떤 극복의 힘을 선사했을까. 격려 속에 이웃들이 되찾은 희망과, 이어지는 힘겨움 속에도 용기를 내 걸어가는 이야기를 그들 근황을 통해 전한다. ■ 아기들과 이주민들에게 희망을 어른조차 버거울 큰 병과 싸우는 아기들에게 올해 성금은 큰 희망을 안겨 줬다. 2024년 1월 14일자로 알려진 극소 저체중아 논타왓 푸딘다엔은 무사히 만 1살이 되어 규칙적으로 의사를 만나며 잘 자라고 있다는 희소식이 들려왔다. 당시 아기는 장기가 덜 발달해 스스로 호흡하지 못했다. 건강보험 혜택도 적용 못 받아 병원비도 기하급수적으로 늘던 형편이었다. 엄마 닛타야 파라위치(27) 씨는 “아들이 이제 발달 단계에 따라 건강하고 활발하게 자라고 있다”며 “아기가 앞으로도 건강하도록 잘 양육하겠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미숙아 쌍둥이를 낳은 엄마 응웬티흐엉(36) 씨와 아빠 황당흥(41) 씨도 3월 31일자로 사연이 전해지며 희망의 빛을 찾았다. 신생아 호흡곤란중후군과 저혈당 등으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던 아기들은 당시 막대한 치료비가 발생했었지만, 성금을 통해 건강히 회복하고 8월 베트남으로 가 할머니의 돌봄을 받고 있다. 응웬 씨 부부는 걱정을 덜고 한국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쌍둥이들을 도왔던 광주이주민지원센터의 센터장 황성호(미카엘) 신부, 허명숙 수녀(발렌티나·미리내 성모 성심 수녀회)는 “독자들이 아기들과 부모님에게 큰 희망과 평화를 안겨 주셨다”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5월 5일자로 보도된, 선천성 심장병을 앓는 아기 인나야도 건강을 많이 되찾았다. 인나야는 현재 우유도 잘 먹고, 잘 웃고, 움직임도 많아졌으며 다리에 힘도 들어가 일어서려는 기미까지 보인다. 부모 올자스(33) 씨·알리마(28) 씨 부부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와 따뜻한 마음 덕분에 필요한 돈을 마련할 수 있었고, 우리 아기에게 온전한 삶을 살 희망을 선물할 수 있었다”고 감사 편지를 보내왔다. 8월 25일자에 사연이 소개됐던 ‘허혈성 뇌병증’으로 고통받는 베트남 아기 팜충기엔(Pham Trung Kien·베드로)은 위기를 무사히 넘기고 집중재활치료를 받으며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부모인 팜반린(Pham Van Linh·안토니오)·응우옌티빅레(Nguyen Thi Bich Le·마리아) 씨 부부는 생명을 포기하려고까지 했던 절망에서 벗어나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부부는 “알지 못하는 많은 독자 여러분의 큰 도움에 감동받았다”며 “성탄의 축복이 여러분께 가득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창원이주민센터 센터장 윤종두(요한 사도) 신부는 “내년 상반기에는 본국으로 돌아가 현지 소아전문병원에서 치료를 계속할 예정”이라며 “독자 여러분의 따뜻한 나눔이 한 생명을 살리고, 그 가족에게 새로운 희망을 심어주셨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정든 고향을 떠나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서 분투하는 이주민들에게도 성금은 버팀목이 됐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폭격으로 집을 잃고 부상한 채 입국한 고려인 박루슬란(67) 씨와 그 가족도 5월 26일자로 이야기가 알려지며 자포자기 상태를 벗어났다. 루슬란 씨는 성금으로 허리 수술비를 치렀고, 큰손녀 발레리아 양은 1월 F-4(재외동포) 비자를 발급받아 학업과 취업에 힘쓸 수 있게 됐고, 막내 손녀딸은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다. 루슬란 씨는 한 달에 한 번 병원 진료를 받고, 당뇨약과 심장약을 복용 중이다. 폭격으로 얻은 어깨 부상은 아직 치료하지 못했다. 하지만 안정을 되찾은 가족 덕에 힘을 내고 있다. 그는 “꾸준히 회복하고 있고, 생활도 점점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밝혔다. ■ 어둠을 헤매던 청년들에게 빛을 꽃피어야 할 나이에도 어둠을 헤매던 청년들도 성금을 통해 삶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었다. 홀로 출산 준비를 하고 갓 두 돌 지난 아이를 홀로 키워야 했던 미혼모 김현주(아가타·37·가명) 씨는 7월 28일자로 사연이 알려지며 독자들의 성원 덕에 힘을 낼 수 있었다. 현재 현주 씨는 독자들이 모아준 성금뿐 아니라 본당(대구대교구 구미 봉곡본당)의 도움으로 어려운 가운데서도 일상을 잘 이겨나가고 있다. 현주 씨는 교구 지원금도 만료되고 정부 지원마저 끊어졌던 당시를 회상하며 “교회 여러분이 함께 펼쳐 보여주신 공감이 지금도 각별하다”며 재차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자기 삶을 온전히 포기하고 의식불명 아버지와 지체장애 어머니를 돌보는 청년 가장 김경태(요한 세례자·39·서울대교구 노원본당) 씨도 2월 4일자로 사연이 알려지며 적잖은 힘을 얻었다. 경태 씨는 하루아침에 식물인간이 된 아버지를 돌보고 지체장애인인 어머니까지 책임지며 당시만 해도 7000만 원이 넘는 빚으로 허덕였다. 지금도 아버지는 식물인간으로 병상에 누워 있고 경태 씨는 계속 불어나는 병원비를 감당하느라 주말에까지 일하며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신자들의 위로를 기억하며 기운을 내고 있다. 경태 씨는 “정신적으로 많이 지쳤을 때 큰 도움을 주셔서 용기를 낼 수 있었다”며 “지금의 어두운 터널이 지나면 밝은 빛이 나는 길이 나오리라”며 힘차게 살아갈 것을 다짐했다. ■ 병마로 힘겨워하던 이들에게 자비를 투병으로 고통 받던 이들도 독자들의 사랑을 통해 하느님의 자비를 느낄 수 있었다. 부부가 암 투병하며 아르바이트만으로 다섯 식구 생계를 이어가던 민영기(요한 보스코)·이선화(세라피나) 부부는 6월 16일자 신문을 통해 모인 성금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고비를 넘겼다. 민 씨는 “무엇보다 아내가 항암치료를 계속 받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항암치료를 받는 중에도 레지오와 성경공부, 제대 봉사를 열심히 하고 있다”며 “하느님 은총으로 큰 도움을 받고 나서 신앙적으로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선천적 중증 지적장애를 앓는 김태윤(토마스모어) 씨는 10월 6일자를 통해 교통사고로 복부 온 근막과 소장과 대장이 파열된 이야기가 전해지며 독자들 성원으로 일상을 되찾을 수 있었다. 현재 김 씨는 병원에서 퇴원해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11월에는 장애인 거주시설 식구들과 2박3일로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김 씨는 2025년 1월 초 장루 복원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김 씨는 “후원해 주신 분들의 관심과 기도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며 “보내주신 사랑에 보답할 수 있도록,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겠다”며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

2024-12-25

‘선뜻’ 나눔 캠페인에 선뜻 나서 볼까요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이사장 유경촌 티모테오 주교, 이하 본부)가 아름다운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한 ‘선뜻’ 캠페인을 시작했다. 8월 기획돼 이달 본격적으로 지속되는 ‘선뜻’ 캠페인은 누구나 나눔에 동참해 모두가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자는 본부 연중 나눔 캠페인의 새로운 정신이자 이름이다. ‘선뜻’이라는 새 이름은 그리스도 성체성사의 정신을 따라 주저하지 않는 나눔의 실천을 강조한다. 망설임 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자는 그 취지는 1988년 본부를 설립한 고(故)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이 밝힌 뜻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1989년 한마음한몸운동 추진결의대회 강론에서 “한마음한몸운동은 우리 사이 존재하는 벽을 허물기 위해 나눔을 실천하는 운동”이라며 “이 벽은 우리 자신이 무엇인가를 내어주지 않으면 무너뜨릴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본부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지구촌 빈곤퇴치 ▲국내 사회복지 지원 ▲국내 환자 치료비 지원 ▲생명나눔운동 ▲자살예방활동 ▲무료급식소 ‘명동밥집’ 운영 등 다양한 활동을 한층 강화해 전개할 예정이다. 나눔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은 본부 홈페이지(obos.or.kr)를 통해 정기후원을 신청하거나 후원 계좌를 통해 일시 후원할 수 있다. 본부 관계자는 “아기 예수님이 오시는 대림 시기, 선뜻 캠페인을 통해 예수님 사랑을 실천하고 세상의 빛이 되어 달라”며 “참된 회개와 기쁨의 의미를 되새기며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웃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달라”고 부탁했다. ※ 후원 계좌 : 신한은행 140-014-449696(예금주 (재)천주교한마음한몸운동본부) ※ 문의 : 02-774-3488 ※ ‘선뜻’ 캠페인 페이지 : obos.or.kr/html/dh/st_main

2024-12-15

“대통령 책임 묻는다” 전국 사제 1466명 시국선언

전국 교구와 수도회·사도생활단 사제 1466명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대통령의 사명을 저버린 책임을 물어 윤석열 대통령에게 파면을 선고하자고 촉구했다. 사제들은 11월 28일 ‘어째서 사람이 이 모양인가!’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사제들은 “숨겨진 것도 감춰진 것도 다 드러나기 마련이라더니 어두운 데서 꾸민 천만 가지 일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며 “이에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무섭게 소용돌이치는 민심의 아우성을 차마 외면할 수 없어 천주교 사제들도 시국선언의 대열에 동참하고자 한다”고 선언문 발표 배경을 밝혔다. 이어 “5000년 피땀으로 이룩한 겨레의 도리와 상식, 홍익인간과 재세이화(在世理化)의 본분을 팽개치고 사람의 사람됨을 부정하고 있으니 한시도 견딜 수 없다”며 “힘없는 사람들을 업신여기고 사회의 기초인 친교를 파괴하면서 궁극적으로 하느님을 조롱하고 하느님 나라를 거부하고 있으니 어떤 이유로도 그를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제들은 또한 “오늘 우리가 드리는 말씀은 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하면 둘 다 구덩이에 빠질 것이니 방관하지 말자는 뜻”이라며 “그러기에 매섭게 꾸짖어 사람의 본분을 회복시켜주는 사랑과 자비를 발휘하자는 것”이라고 전했다. 시국선언문에는 광주대교구장 옥현진(시몬) 대주교와 전주교구장 김선태(요한 사도) 주교, 제주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 춘천교구장 김주영(시몬) 주교, 청주교구장 김종강(시몬) 주교를 비롯해 전국 교구 사제 1330명과 수도회·사도생활단 사제 130명, 오스트레일리아 사제 1명 등 총 1466명이 이름을 올렸다. 아래는 시국선언문 전문. <천주교 사제 1466인 시국선언문> 어째서 사람이 이 모양인가! “사람이 죄를 지었기 때문에 하느님이 주셨던 본래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잃어버렸습니다.”(로마 3,23) 1. 숨겨진 것도 감춰진 것도 다 드러나기 마련이라더니 어둔 데서 꾸민 천만 가지 일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에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무섭게 소용돌이치는 민심의 아우성을 차마 외면할 수 없어 천주교 사제들도 시국선언의 대열에 동참하고자 합니다. 2. 조금 더, 조금만 더 두고 보자며 신중에 신중을 기하던 이들조차 대통령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거두고 있습니다. 사사로운 감정에서 “싫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선공후사의 정신으로 “안 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나머지 임기 절반을 마저 맡겼다가는 사람도 나라도 거덜 나겠기에 “더 이상 그는 안 된다”고 결론을 낸 것입니다. 3. 사제들의 생각도 그렇습니다. 그를 지켜볼수록 “저들이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나 못할 일이 없겠구나.”(창세 11,6) 하는 비탄에 빠지고 맙니다. 그가 어떤 일을 저지른다 해도 별로 놀라지 않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하여 묻습니다. 사람이 어째서 그 모양입니까? 그이에게만 던지는 물음이 아닙니다. “선을 바라면서도 하지 못하고, 악을 바라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하고 마는”(로마 7,19) 인간의 비참한 실상을 두고 가슴 치며 하는 소리입니다. 하느님의 강생이 되어 세상을 살려야 할 존재가 어째서 악의 화신이 되어 만인을 해치고 만물을 상하게 합니까? 금요일 아침마다 낭송하는 참회의 시편이 지금처럼 서글펐던 때는 일찍이 없었습니다. “나는 내 죄를 알고 있사오며 내 죄 항상 내 앞에 있삽나이다 … 보소서 나는 죄 중에 생겨났고 내 어미가 죄 중에 나를 배었나이다.”(시편 51,5.7) 4. 대통령 윤석열 씨의 경우는 그 정도가 지나칩니다. 그는 있는 것도 없다 하고, 없는 것도 있다고 우기는 ‘거짓의 사람’입니다. 꼭 있어야 할 것은 다 없애고, 쳐서 없애야 할 것은 유독 아끼는 ‘어둠의 사람’입니다. 무엇이 모두에게 좋고 무엇이 모두에게 나쁜지조차 가리지 못하고 그저 주먹만 앞세우는 ‘폭력의 사람’입니다. 이어야 할 것을 싹둑 끊어버리고, 하나로 모아야 할 것을 마구 흩어버리는 ‘분열의 사람’입니다. 자기가 무엇하는 누구인지도 모르고 국민이 맡긴 권한을 여자에게 넘겨준 사익의 허수아비요 꼭두각시. 그러잖아도 배부른 극소수만 살찌게, 그 외는 모조리 나락에 빠뜨리는 이상한 지도자입니다. 어디서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파괴와 폭정, 혼돈의 권력자를 성경은 “끔찍하고 무시무시하고 아주 튼튼한 네 번째 짐승”(다니 7,7)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는 통에 독립을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생존과 번영을 위해 몸과 마음과 정성을 다 바친 선열과 선배들의 희생과 수고는 물거품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우리의 양심과 이성은 그가 벌이는 일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5. 그를 진심으로 불쌍하게 여기므로 그를 위해 기도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 마음 안에서 나오는 나쁜 것들”(마르 7,21-22)이 잠시도 쉬지 않고 대한민국을 괴롭히고 더럽히고 망치고 있으니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오천년 피땀으로 이룩한 겨레의 도리와 상식, 홍익인간과 재세이화의 본분을 팽개치고 사람의 사람됨을 부정하고 있으니 한시도 견딜 수 없습니다. 힘없는 사람들을 업신여기고 사회의 기초인 친교를 파괴하면서 궁극적으로 하느님을 조롱하고 하느님 나라를 거부하고 있으니 어떤 이유로도 그를 용납할 수 없습니다. 버젓이 나도 세례 받은 천주교인이오, 드러냈지만 악한 표양만 늘어놓으니 교회로서도 무거운 매를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6. 그가 세운 유일한 공로가 있다면, ‘하나’의 힘으로도 얼마든지 ‘전체’를 살리거나 죽일 수 있음을 입증해 준 것입니다. 숭례문에 불을 지른 것도 정신 나간 어느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하나이기로 말하면 그이나 우리나 마찬가지요, 우리야말로 더 큰 하나가 아닙니까? 지금 대한민국이 그 하나의 방종 때문에 엉망이 됐다면 우리는 ‘나 하나’를 어떻게 할것인지 물어야 합니다. 나로부터 나라를 바로 세웁시다. 아울러 우리는 뽑을 권한뿐 아니라 뽑아버릴 권한도 함께 지닌 주권자이니 늦기 전에 결단합시다. 헌법준수와 국가보위부터 조국의 평화통일과 국민의 복리증진까지 대통령의 사명을 모조리 저버린 책임을 물어 파면을 선고합시다! 7. 오늘 우리가 드리는 말씀은 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하면 둘 다 구덩이에 빠질 것이니 방관하지 말자는 뜻입니다. 아무도 죄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매섭게 꾸짖어 사람의 본분을 회복시켜주는 사랑과 자비를 발휘하자는 것입니다. 2024.11.28. 하느님 나라와 민주주의를 위해 기도하며 천주교 사제 1,466인

2024-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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