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체불, 휴식 미보장, 부당해고, 산업재해…. 아직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노동자들은 고통받고 있다. 특히 산업재해는 생명을 앗아갈 수 있기에 예방뿐만이 아니라 사후 보상도 중요하다. 하지만 책임을 피하는 기업의 농간으로 피해를 인정받지 못해 절망하는 노동자가 많다. 5년 전 부산 경동건설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산재로 숨진 고(故) 정순규(미카엘)씨의 아들 정석채(비오·39·서울 성산동본당)씨도 아버지 죽음의 진상 규명을 위해 사측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정씨 사연을 통해 부당한 대우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전하고, 그들과 동반자로 함께하는 교회의 역할에 대해 알아본다. ■ 비수를 꽂던 것들 2019년 10월, 20년 이상의 건설노동 경력자였던 아버지 정씨는 옹벽을 설치하는 작업 중 비계(임시로 설치한 발판) 위로 올라갔다가 떨어지고 다음 날 숨을 거뒀다. 회사 관계자들은 유가족에게 “정씨가 2미터 높이에서 떨어졌다”고만 전할 뿐, 사고가 어쩌다 일어났는지를 설명하지 않았다. 사측이 최소 8가지 안전 규정을 위반했다는 전문가들 견해대로 경동건설의 잘못임이 확실했다. 아버지 정씨 휴대전화에 담겼던, 사고 1시간 전 현장 사진 속 비계에는 추락 방지 안전망도, 안전난간대도 없는 데다가 옹벽으로부터 45㎝ 가까이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5일 후 유가족이 현장을 찾았을 때는 안전망이 씌워져 있었고 난간대도 설치돼 있었다. ‘추락주의’ 경고판도 붙었다. 은폐 공작은 계속됐다. 피고가 된 사측은 아버지 정씨가 친필 서명했다는 관리감독자 지정서를 법정에 제출했다. 현장 안전 관리자인 아버지 정씨가 본인 사망과 산업재해 피해에 책임이 있음을 주장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유가족이 필적 감정을 맡긴 결과 위조된 서명임이 드러났고, 하청업체 관계자는 “고인의 부탁으로 대신 서명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정의당 강은미(아가타) 국회의원의 국정감사와 여러 시사 프로그램으로 경동건설 측의 조작과 은폐 행적은 알려졌으나 유가족은 계속 싸워야 했다. 아들 정씨는 50번이 넘는 정보공개 청구와 1인 시위 등 모든 수단을 동원했지만, 2심(항소심)까지 진행됐던 형사재판에서 책임자 처벌은 집행유예에서 그쳤다. 하청업체만 검찰에 송치하는 꼬리자르기식 수사도 유가족의 투지를 시험했다. 책임 회피하는 사측 안전장치 미비로 숨진 노동자 정씨 사측은 책임지지 않으려 은폐 공작 급기야 사문서 위조 시도하다 들통 가해는 빙산의 일각이었다. 빈소를 다녀간 하청업체 관계자들이 “유가족이 폭력배를 동원해 폭행, 협박을 했다”고 허위 고소를 했다. “고소를 취하할 테니 아버지 정씨 사건을 종결하자”는 사측의 종용이 이어졌다. 국정감사 후에는 ‘정순규는 술 먹고 자기가 실수해서 죽었다'는 근거 없는 악성 댓글들이 달렸다. 고군분투였다. 노조에 가입돼 있지 않다는 사실이 핑계가 되기도 했고, 경동건설과 수많은 이해관계를 가진 언론사와 시민단체, 종교계에 외면받았다. “살 만큼 산 사람의 죽음을 청년들 죽음에 비교할 수 있냐”는 말은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대기업을 상대로는 안 된다’고,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니 싸움은 그만두고 네 인생을 살라’는 말이 가장 상처가 됐어요.” 아들 정씨는 “가까운 이들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무관심 속에 멀어지는 현실이 가장 가슴 아팠다”고 호소했다. 이어 “잔혹한 산재 사망의 현실이 시민들에게 얼마나 무감각한지 여실히 드러나는 방증”이라고 역설했다. ■ 교회의 동참 교회는 「간추린 사회교리」에서 “교회의 사목적 관심의 중심에는 더욱 시급한 노동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267항)고 언급한다. 우리 사회의 노동문제에 대해 깊은 사목적 관심이 필요하며, 하느님 모상대로 창조된 인간을 소모품처럼 취급하는 노동 현실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되어 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생계를 위해 열악한 조건을 견디는 나쁜 일자리가 느는 현실에서 가톨릭교회는 용기 내어 부당함을 알리고 있다. 가난한 노동자들이 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돕고 그들이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자 “이웃이 되어주는 것”(루카 10,35)은 성경에도 명시된 교회의 역할이다. 가톨릭교회의 동반 노동자도 하느님 모상 닮은 창조물 비정규직 등 노동 현안에 주목하며 아픔 달래주고 부당함 함께 외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위원장 김시몬 시몬 신부)도 그러한 가르침에서 원·하청 구조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불안정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산재 사망사고, 사내 하청 불법 파견, 정리해고, 정부 주도의 노동조합 탄압 등 주요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노동 현안에 주목하고 부당함을 호소했다. 단식 및 고공 농성을 하는 노동자, 산재사망 유가족을 지원하고 돌봄노동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피정을 마련했다. 또 삼성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들의 모임인 ‘반올림’ 농성장 지킴이들, 코로나19를 핑계로 정리해고된 아시아나케이오 항공 노동자들 등 고통받는 노동자들과 꾸준히 연대해 왔다. “교회의 연대는 힘없는 저희에게 가장 큰 방패였어요.” 아들 정씨도 “함께하는 교회가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싸우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당 성가대 단원들은 같은 단원인 정씨를 위해 1주기에 부산까지 내려와 연도를 바쳤다. 다른 교구 성당들까지 발로 뛰어다니며 탄원에 참여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서울대교구의 노력으로, 집행유예로 그쳤던 1심 이후 대검찰청 앞 항소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기도 했다. 2주기부터는 부산교구에서 기일마다 추모미사를 봉헌하게 됐다. 재판이 열릴 때마다 전국에서 사제·수도자들이 달려와 줬고 자필 탄원서도 보내주는 등 힘을 보태줬다. 2022년 5월에는 서울·부산·인천교구 노동사목위원회가 항소심 재판, 정의로운 판결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해 비난받는 가족에게 방패가 되어줬다. 현재 ‘사문서 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 고소로 새로운 대응을 준비하는 정씨는 “특히 연대해 주시는 수도자들 말씀에 큰 격려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예수님도 이해받지 못하고 돌아가셨습니다. 아버님의 죽음도 그와 다르지 않지요. 예수님께서 지금 살아계셨더라면 수도원이 아니라 형제님 옆에서 같이 피켓을 들고 시위하셨을 겁니다. 저희가 응원합니다.” ■ ‘사람’인 노동자를 위하여 교회의 역할은 노동자들은 ‘소모품’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 어떤 경우에도 돈이 인간의 존엄성보다 우위를 차지할 수는 없다는 하느님의 뜻을 끊임없이 전하는 것이다. 김시몬 신부는 “이익만을 추구하면 사람에게도 효율의 잣대를 적용하게 된다”며 “저마다 일터에서 충실히 일하는 모든 이가 나와 같은 하느님의 자녀라는 마음을 갖고 인격적인 존중과 감사한 마음을 갖는 신앙인의 모습을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하여 만들어진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정부과 재계의 무력화 시도를 막고, 원·하청 구조에서 안전과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노조법 2.3조 개정’을 위한 활동도 노동·시민단체와 더불어 개선을 위한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교회의 교적상 신자는 597만 675명이며 전체 신자 대비 주일미사 참례자 비율은 13.5%로 나타났다. 지난해 영세자 수는 5만1307명으로 2022년도 보다 24.0% 증가했다. 주교회의(의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23’을 4월 19일자로 발간했다. 한국 천주교회 통계는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신자들의 현황과 남녀 선교·수도회, 교육기관, 사업기관, 해외 파견 현황을 파악해 사목 정책 수립에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2023년 12월 31일 기준 자료다. 통계에 따르면, 전국 16개 교구 신자 수는 597만675명으로 2022년도에 비해 0.3%(20,813명) 늘었다. 우리나라 총인구(5267만3955명) 대비 신자 비율은 11.3%로 2021년 이후 3년째 같은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신자 성비는 남성 43%(2,564,508명), 여성 57%(3,406,167명)로 전년과 비슷했다. 연령별로는 30~64세의 신자가 56.8%의 비율을 차지했으며, 29세 이하 신자는 17%, 65세 이상 신자(연령 미상은 제외)는 26.1%였다. 주일미사 참례자는 80만5361명이며 주일 미사 참례율은 13.5%였다. 이는 전년(11.8%) 대비 1.7% 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다만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18.3%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다. 춘천교구의 주일미사 참례율이 17.7%로 가장 높았고, 청주교구(15.8%)와 대전교구(15.7%)가 뒤를 이었다. 2023년 세례를 받은 사람(유아, 어른, 임종)은 5만1307명으로 2022년도(41,384명) 대비 24% 증가했다. 신앙 전수의 지표라 할 수 있는 유아 세례자는 1만2832명이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유아 세례 1만7806명의 72%에 해당한다. 영세자의 연령별 비율은 0~4세가 16%로 가장 높았으며, 5~9세(9.7%)와 20~24세(8.1%)가 순차적으로 그 뒤를 이었다. 20~24세 남자 영세자 수는 3441명이며 이 가운데 3060명이 군종교구인 것을 감안하면, 장병 세례가 89% 가량을 차지한다. 성직자는 총 5721명으로 2022년도(5703명)보다 18명 증가했다. 추기경은 2명, 주교 40명, 신부는 5679명(한국인 5,543명, 외국인 136명)이다. 교구 신부는 4715명으로 2022년도보다 29명 증가한 반면, 축성생활회(수도회) 신부는 3명 감소한 823명, 사도생활단(선교회) 신부는 8명 감소한 141명이었다. 2023년도에 사제품을 받은 교구 신부는 75명으로 2022년도(96명)와 비교해 21명 줄었다. ‘한국 천주교회 통계’는 주교회의가 매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전국 16개 교구, 7개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175개 남녀 수도회·선교회·재속회, 신심·사도직 단체(5개), 교구 법원 현황을 전수조사한 자료다. 신자 수와 연령 등은 세례 대장과 교적(敎籍)을 근거로 하므로, 응답자가 스스로 종교를 선택하고 답변하는 방식의 국가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와 다를 수 있다. 전국 교구에서는 교적 정리와 재작성, 세례 누락자 입력, 이중 교적 삭제, 데이터 입력 오류 조정 등을 통해, 주교회의는 통계 지표와 집계 기준의 연구로 ‘한국 천주교회 통계’가 시대 변화와 교회 현실을 좀 더 정확히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한편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담당 옥현진 시몬 대주교, 소장 이철수 스테파노 신부)는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23’을 바탕으로 통계 추세 분석과 사목적 시사점 등을 담은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23 분석 보고서’를 4월 22일 펴냈다.

브뤼기에르 주교(1792~1835)는 이승훈(베드로)이 1784년 중국 북경 북당에서 세례를 받으며 시작된 한국교회가 1831년 9월 9일 조선대목구로 설정될 때 초대 교구장으로 임명된 성직자다. 한국교회 초대 교구장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브뤼기에르 주교는 한국교회 역사에서 초석이 됐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나 브뤼기에르 주교는 그토록 바랐지만 자신이 돌보아야 하는 조선대목구에 발을 디디지 못하고 중국 땅에서 선종했다. 또한 지금의 한국교회 신자들은 브뤼기에르 주교가 한국교회 초대 교구장으로서 남긴 발자취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위원장 구요비 욥 주교)는 4월 16~21일 브뤼기에르 주교가 초대 조선교구장으로 임명된 뒤 조선에 입국하려 거쳐간 발자취와 유해 이송로를 따르는 ‘초대 조선교구장 브뤼기에르 주교님 발자취를 따라서’ 순례를 실시했다. 3회에 걸쳐 순례기를 싣는다. ■ 2000km 넘는 대장정 순례단은 서울 순교자현양위 부위원장 원종현(야고보) 신부와 직원들, 순교자현양회 조화수(바오로) 회장과 이래은(데레사) 부회장, 양두석(토마스) 전 회장 등 전현 회장단, 성지순례 안내 봉사자 등 20여 명으로 구성됐다. 순례단은 프랑스에서 태어난 브뤼기에르 주교가 고향을 떠나 아프리카를 돌아 동남아시아를 거치고 다시 중국대륙을 지나 조선을 향해 걸었던 그 길을 따라 걷고자 했다. 이동 거리는 총 2000km가 넘었다. “조선 선교에 대한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저는 프랑스에 머물러 있었고 그때는 어린 나이였습니다. 그 당시 조선의 신자들이 사제 없이 불쌍하게 버려진 소식은 제게 그들에게 가고자 하는 큰 열망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브뤼기에르 주교가 조선교회에 대한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의 상황에 대해 남긴 글이다. 조선교회에 대한 선교 열망을 이미 지니고 있었지만 어느 길로 가야 할지를 몰랐다. 알려진 길이 없었기에 길을 만들어 내야 했던 시기에 초대 조선대목구장으로 임명된 브뤼기에르 주교가 얼마나 험난한 길을 거쳐 가야 했는지는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순례단은 브뤼기에르 주교가 조선 입국이라는 간절한 염원에서 중국대륙을 지나간 장소 중 1년간 머물며 사목했던 서만자(西灣子), 서만자에 도착하기 전 통과했던 만리장성, 마지막 기착지이자 선종 장소인 마가자(馬架子), 조선 입국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선종한 뒤 유해가 이송된 경로에 위치한 심양(沈陽)과 변문(邊門), 단동(丹東)을 주요 순례지로 정했다. 4월 16일 오전 7시 이제 막 어둠이 걷힌 시각, 순례단은 중국 북경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김포공항에 모였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초석을 놓은 브뤼기에르 주교가 걸었던 길을 따라 걷는다는 생각에 순례단의 얼굴에는 흥분이 감돌고 있었다. 순례단은 16일 오전 11시경 북경공항에 내려 명·청대 천문 기구를 관장하던 흠천감(欽天監)과 예수회 마테오 리치 신부가 세운 남당(南堂)을 둘러본 뒤 한국교회 첫 영세자인 이승훈(베드로)이 1784년에 세례받은 북당(北堂)을 찾았다. 이승훈이 북당에서 세례받음으로써 한국천주교 역사가 공식적으로 시작됐다는 점에서 조선대목구 초대 교구장인 브뤼기에르 주교와도 무관하다고 볼 수 없는 기념비적 공간이기 때문이다. 원종현 신부는 한국천주교 역사가 공식적으로 시작되고 초대 교구장 임명으로 교회의 초석이 놓인 사건의 의미와 관련해 “그리스도교 신앙이 없던 시기에는 신분이 존재를 규정했다면, 그리스도교 신앙을 받아들인 이후에는 의식이 존재를 규정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조선대목구 초대 교구장 브뤼기에르 주교는 교구 설정이라는 교회사적, 제도적 의미에서는 물론 사회사상사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 서만자성당에서 찾은 브뤼기에르 주교의 흔적 순례단은 북경에서 219km 떨어진 장가구(張家口)로 이동해 하루 숙박한 뒤 4월 17일 오전 8시30분 만리장성 제1문이라 불리는 대경문(大境門)을 찾아 버스로 출발해 9시15분경 도착했다. 브뤼기에르 주교가 조선을 향해 이동하던 중 서만자에 도착한 것은 1834년 10월 8일이었다. 서만자에 들어오기 전 만리장성을 넘은 것은 바로 전날이었다. 초대 조선대목구장에 임명된 지 정확히 3년하고도 한 달이 더 지난 시점이었다. 그만큼 앞서간 사람이 없는 길을 만들며 가는 일이 험난했음을 알 수 있다. 순례단에게 만리장성은 세계적인 관광 명소가 아니었다. 끝이 보이지 않게 이어지는 만리장성을 바라보며, 브뤼기에르 주교가 만리장성 어딘가를 통과해 지나갔을 모습을 그려 볼 수 있었다. 순례단이 만리장성 대경문을 출발해 약 30km 떨어진 서만자성당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1시였다. 현재의 서만자성당은 1960년대 문화대혁명 때 건물이 철거되는 수난을 겪은 뒤 2009년에 새로 지어진 것으로 브뤼기에르 주교가 사목하던 당시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다만, 현재 성당 측면 한켠에 과거 성당 건물의 주춧돌이 보존돼 있다. 버스에서 내려 서만자성당을 올려다본 서울 순교자현양회 성지 안내 봉사자 이명애(소피아)씨는 “서만자성당을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나려 한다”며 “한국교회 신자들이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하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서만자성당은 큰 외형에 비해 내부 벽에 걸려 있는 십자가의 길 성화 외에는 성물이라고 할 만한 것이 거의 없는 쓸쓸한 풍경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성당 바로 맞은 편으로 보이는 토굴과 신학교 건물은 브뤼기에르 주교가 서만자에서 사목할 때의 원형을 상당 부분 유지하고 있다. 토굴은 중국 지방 관리가 유럽에서 온 선교사를 체포하려 하자 브뤼기에르 주교가 일시적으로 피신했던 곳이며, 신학교는 브뤼기에르 주교가 그곳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는 명확히 알 수 없지만 서만자성당과 신학교가 지근거리에 위치해 있었던 점으로 미루어 신학교에도 그의 흔적이 남겨졌다고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신학교 뒤편으로 서만자 지역에서 사목했던 성직자 묘역도 조성돼 있다. 순례단을 안타깝게 했던 것은 외형만 겨우 남아 있는 신학교 건물이 언제 철거될지 모르는 위험에 처해 있다는 사실이었다. 순례단이 서만자성당을 방문했던 날에도 신학교 건물 바로 옆에서 굴삭기가 땅을 파는 작업을 하며 모래바람을 심하게 일으키고 있었다. 순례단은 서만자성당에 도착할 때부터 ‘주위의 시선’이 순례단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에서 온 단체 순례단이 서만자성당을 방문했다는 점에 예의주시하는 듯한 시선이었다. 브뤼기에르 주교가 서만자에서 사목할 당시 지방 관리들에게 받은 그 시선이었을지 모른다. 순례단은 서만자를 떠나 브뤼기에르 주교가 중국에서 마지막으로 머물다 선종했던 마가자로 떠날 채비를 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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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교구 ‘연극 복음화’ 나설 단체 세운다

수원교구 가톨릭신자 배우·연출가·작가들의 모임인 수원가톨릭연극인회(가칭, 이하 수원연극인회) 창립을 위한 첫 모임이 마련됐다. 수원교구 홍보국(국장 이철구 요셉 신부)은 4월 20일 오후 3시 수원교구청 2층 강당에서 수원연극인회 창립을 위한 미사를 봉헌했다. 수원교구 교구장대리 문희종(요한 세례자) 주교 주례로 봉헌된 이날 미사에는 수원교구 신자 배우·연출가·작가 10여 명과 서울가톨릭연극협회 회원 20여 명 등이 참석, 수원연극인회 창립을 위해 뜻을 모았다. 이번 창립을 위한 첫 모임은 교구 홍보국과 서울가톨릭연극협회(회장 최주봉 요셉)의 노력을 통해 마련됐다. 홍보국과 서울가톨릭연극협회는 지난해부터 수원교구에서 연극인들이 연극 공연을 통해 복음을 선포하는 활동을 촉진할 수 있도록 수원연극인회 설립을 위해 논의해 왔다. 협회는 국내 유일 가톨릭 연극인 단체로 수원연극인회 설립을 위해 적극 지원하고, 설립 이후로도 한국교회 가톨릭 연극의 활성화를 위해 긴밀하게 연대해 나갈 방침이다. 수원연극인회는 이날 미사를 시작으로 회원 모집과 활동을 하며, 수원교구 사제평의회의 승인을 얻어 정식 창립을 하도록 준비해 나가게 된다. 특히 본당 순회공연(찾아가는 공연)을 비롯해, 가톨릭 정신에 입각한 연극 공연, ‘가톨릭 드라마 아카데미’(가칭) 등을 실시하며 ‘연극 공연을 통해 복음적·사도적 사명을 다하는 것’을 목적으로 활동해 나갈 예정이다. 수원연극인회 회원으로는 연출가 민복기(안드레아), 배우 심우창(세베로) 등 10여 명이 동참하고 있다. 또 수원연극인회는 앞으로 교구 내 신자 배우와 연출가, 작가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회원을 모집할 계획이다. 이날 미사를 주례한 문희종 주교는 “교회는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신자들이 연극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찾을 수 있고, 복음을 발견할 수 있다”며 문화, 특별히 연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여러분들의 활동을 통해서 많은 이들이 인간미를 되찾으며 생명을 발견하고 느낄 수 있도록 열심히 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전했다.

서울 우리농 30주년 맞아 ‘봉헌노트’ 제작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이사장 유경촌 티모테오 주교, 이하 서울우리농)가 우리농 설립 30주년을 맞아 ‘하느님께 드리는 봉헌노트’(이하 봉헌노트)를 제작하고 서울 우리농 생활공동체 활동가들에게 배포했다. 봉헌노트는 지난 2023년 진행된 우리농 생활공동체 활동가 연례 연수 중 서울우리농 이사장 유경촌 주교의 강의 내용을 토대로 제작됐다. 연례 연수 중 유 주교는 “우리가 창조 세계를 돌보고 가꾸는 ‘주님의’ 생태사도이기 위해서는 주님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농민을 위한 기도’와 '말씀 담기와 나의 활동 봉헌‘, ’우리농 활동가의 10가지 기본원칙 소개'로 구성됐다. 우리농 활동가들은 봉헌노트 작성을 통해 활동 안에서 보다 깊게 하느님을 만나고 있음을 깨닫는다. 기도와 말씀담기를 통해 영적 에너지를 충전하고 우리농 활동에 들인 노력과 시간을 돌아보며 생태사도로서의 확신과 소신, 자부심을 얻을 수 있도록 기획됐다. 유경촌 주교는 “땅과 농업, 농촌을 살리며 생태계 건강과 기후위기 극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우리농 활동은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에 있어 중요한 한 축”이라며 “우리농 생활공동체 활동가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찬미받으소서」를 실천하는 일꾼들이며, 주님의 생태사도로서의 역할을 해내는 중요한 사람들”임을 기록을 통해 잊지 않길 당부했다. 서울대교구 우리농 생활공동체 정태옥(율리안나) 회장은 “봉헌노트를 통해 기도의 의미를 기록하고, 우리농 활동과 관련해 묵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활동가들이 봉헌노트를 작성하며 우리농 활동을 보다 열심히 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우리농은 한국교회사연구소(소장 조한건 프란치스코 신부)와 함께 5월 16일과 23일, 30일 오전 10~12시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 501호에서 ‘밥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주제로 생명살림 강좌를 연다. 이번 강좌는 초기 교회 선교사들의 편지와 기록으로 살펴보는 밥상 이야기와 우리 음식 문화를 다룰 예정이다. 강좌에 관심 있는 모든 신자와 우리농 활동가 및 회원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참가자는 5월 10일까지 모집하며 참가비는 3만 원이다. 강좌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우리농 홈페이지(www.wrn.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2-727-2275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전주가톨릭순교현양원 설립 기념 심포지엄

전주가톨릭순교현양원(원장 김광태 야고보 신부)은 4월 20일 전주교구청에서 설립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전주교구 성지 조성 사업의 성찰과 비전’이라는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는 교구장 김선태(요한 사도) 주교, 총대리 김창신(아우구스티노) 신부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김선태 주교는 격려사에서 “물질만능주의와 극심한 개인주의를 순교자들의 신앙으로 극복하기 위해 전주가톨릭순교현양원을 설립했다”면서 “순교성지를 어떻게 보존하고 계승할지, 어떤 관점에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이 심포지엄에서 논의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발제자로 나선 해미 신앙문화연구원 서종태(스테파노) 원장은 ‘전주교구 성지 조성 사업의 성찰과 비전’을 주제로 교회의 성지 조성과 그 방향을 발표하고 전주교구의 성지 조성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서 원장은 “성지를 조성하는 방향이 순교 터와 순교자 묘, 묘 터 중심에서 순교자와 직접 관련이 있는 장소, 순교자와 관련이 없는 장소 등으로 확대되어 나가는 경향을 보인다”며 “교구는 호남교회사연구소를 활성화시켜 교구 성지의 쇄신과 추가 조성에 이바지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강석진 신부(요셉,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는 ‘전주교구 성지 조성 사업의 입체적 조망’이라는 제언을 통해 성지 영성화 작업과 전주교구만의 교회사 이야기의 발굴 및 활성화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전북특별자치도 의회 국주영은(수산나) 의장은 “도내의 성지와 종교문화유적들을 잘 관리하기 위해 장기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도의회의 문화유산과 종무팀을 종교유산팀으로 조직을 확대, 개편해 종교유산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도록 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전주교구의 독자적인 노력과 의지가 중요하고 전북도는 교구의 경제파트너로서 연구작업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주가톨릭순교현양원은 5월 18일 토요일 오후 2시 순교자 현양 미사를 봉헌하고 본당 순교자현양분과 활성화를 위한 워크숍을 개최할 예정이다.

한국교회 주교들, 사목 현장 체험 나선다

한국교회 주교들이 교회 안팎의 중요 사안과 관련된 사목 현장을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현실에 부응하는 사목 방향을 모색하는 ‘2024년 주교 현장 체험’이 4월 30일과 5월 9일 전북 부안 새만금 갯벌과 인천시청소년자립지원관에서 열린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박현동 블라시오 아빠스)가 4월 30일 마련하는 ‘전북 부안 새만금 해창·수라갯벌 탐방’에는 박현동 아빠스, 대구대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 안동교구장 권혁주(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원주교구장 조규만(바실리오) 주교, 전주교구장 김선태(요한 사도) 주교, 춘천교구장 김주영(시몬) 주교, 수원교구 총대리 이성효(리노) 주교가 참가한다. 주교들은 이날 오전 10시30분 해창갯벌, 오후 1시40분 수라갯벌을 찾아 기후 위기 시대 갯벌 보존의 필요성을 살피고 갯벌 생태계 복원을 위한 교회 공동체의 기도와 관심을 촉구할 예정이다. 갯벌 생태계의 붕괴로 많은 갯벌이 사라졌지만, 새만금에 마지막 남은 수라갯벌에는 아직도 전 세계에 2400여 마리만 있다고 알려진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저어새와 황새, 멸종위기종 검은머리갈매기, 큰기러기와 검은머리물떼새, 도요새 등이 찾아오고 있다. 2023년 8월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 부지였던 해창갯벌은 장승갯벌로도 알려져 있다. 새만금살리기공동행동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등이 지난해 8월 장승 10여 개를 세우고 장승문화제를 열며 40여 종의 멸종위기 생명들이 살아 있는 갯벌 원형지 보존을 촉구하고 있다.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위원장 김종강 시몬 주교)가 주관한 가운데 5월 9일 열리는 ‘자립 준비 청년을 위한 인천시청소년자립지원관·자활작업장 방문’은 가정 밖 청소년, 시설 퇴소 청소년 등 ‘위기청소년’들이 청년으로 자립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과 과제를 살펴보고 청소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자 마련됐다. 참가 주교들은 오전 10시30분 인천교구 산곡동성당에서 (재)가톨릭아동청소년재단이 인천광역시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인천시청소년자립지원관의 사업과 청소년복지 현실을 듣고, 인천시청소년자활작업장 아카페에서 청소년과 만난다. 오후 1시에는 인천시청소년자립지원관을 둘러본다. 프로그램에는 김종강 주교와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 인천교구장 정신철(요한 세레자) 주교, 제주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 춘천교구장 김주영(시몬) 주교, 군종교구장 서상범(티토) 주교가 참가한다. 주교회의는 지난 2013년 6월 ‘교회의 세속화와 쇄신’ 주제 주교 연수에서 ‘주교 현장 체험’ 개최를 결의했고, 2014년부터 교회 내 사목현장, 사회복지기관, 환경 현장 등을 찾는 현장 체험을 매년 마련하고 있다.

종합

수원교구 남수단 해외선교지 쉐벳본당 성당 봉헌식

수원교구의 선교사제가 활동하고 있는 남수단 룸벡교구 쉐벳본당(주임 손명준 마르코 신부)이 오랜 기다림 끝에 성당 봉헌식을 거행했다. 수원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4월 17일 남수단 쉐벳성당에서 성당 봉헌식을 주례했다. 이날 봉헌식에는 룸벡교구장 크리스티앙 칼라사레 주교와 교구 사제단, 수도자들이 함께했다. 쉐벳본당은 아강그리알본당의 공소였던 곳으로, 수원교구 해외선교사제들의 선교활동에 힘입어 2013년 공소에서 사제가 상주하는 본당으로 승격됐다. 이후 수원교구가 파견한 건축봉사자들의 노력으로 2016년 400여 명의 신자를 수용할 수 있는 쉐벳본당의 새 성당이 완공됐다. 그러나 남수단 내전이 심화되고, 또 코로나19 팬데믹이 이어짐에 따라 주교 방문이 어려워지면서 봉헌식을 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에 쉐벳성당은 노후화돼 왔다. 이에 기존 벽돌로 된 벽을 철거하고, 건축용 패널을 사용해 대대적인 개보수 공사를 진행, 지난 2월에 완공했다. 10년에 걸친 성당 신축과 개보수 작업은 수원교구와 교구민들의 후원과 봉사를 통해 이뤄질 수 있었다. 교구는 오랜 내전으로 건축 자재를 구할 수 없는 남수단 현지 사정을 해소하기 위해 교구민들의 후원을 바탕으로 건축 자재를 마련해 컨테이너로 남수단까지 수송하는 방식으로 건축자재를 조달하고, 한국에서 파견된 건축봉사자를 통해 성당 건축을 이끌어왔다. 개보수 작업 중 철거한 성당의 벽돌로는 새롭게 단장한 성당의 제대를 만들었다. 또 철거한 벽돌을 현지 학교 신축에 사용해 의미를 더했다. 이용훈 주교는 성당 봉헌 미사 강론을 통해 “수원교구와 교구민들의 후원은 단순히 물질적인 후원만이 아니라, 쉐벳본당의 교우들과 수원교구의 교구민들이 하느님 안에 한 형제, 자매임을 드러내는 표지”라면서 “이 봉헌식을 통해 다시 한번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드리며, 쉐벳 본당의 모든 교우들이 한마음이 되어 이 아름다운 성전에서 하느님께 찬미와 찬양을 드리길 바란다”고 전했다.

서소문 순교성인·복자 약전 읽으며 신심 함양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 기념성당인 서울 중림동약현성당(주임 김경하 베네딕토 신부)이 올해 한국교회 순교자 시성 40주년·시복 10주년을 맞아 ‘서소문 순교성인 44위 복자 27위 약전 읽기 및 필사’ 등 다양한 기념행사를 펼치고 있다. 본당은 지난 4월 1일부터 신자들에게 약전을 발송해 ‘서소문 순교성인 44위 복자 27위 약전 읽기 및 필사’(이하 약전 읽기 및 필사)를 독려 중이다. 매주 월~금요일마다 매일 한 분의 약전을 사목회에서 SNS로 분과·단체장에게 보내면 이 내용이 각 단원에게 다시 공유되는 형식이다. 8월 15일까지 필사를 마무리하고 9월 중 시상식을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특별히 약전 읽기 및 필사는 타본당 신자들의 참여도 가능하다. 아울러 관련 사진 전시회도 준비하고 있다. 4월 28일까지 ▲1984년 여의도에서 열린 103위 시성식 ▲2014년 광화문에서 열린 124위 시복식 ▲서소문 순교성지 현양미사 등 행사 관련 사진을 모아 5월 12일부터 9월 30일까지 전시회를 연다. 이외 ▲순교자 성월 모든 미사 10분 전 ‘순교자성월 호칭기도’ 바치기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 서소문성지 순교자 현양탑 토요 기도 등도 마련한다. 이번 행사는 서소문 성지 언덕에서 순교자들의 신앙과 모범을 계승하고 순교의 얼과 전통을 지키는 본당으로서 순교 정신을 새롭게 하자는 취지다. 주임 김경하 신부가 올해 사목 목표를 통해 이런 배경을 밝힌 가운데 연초부터 사목회와 성지분과 중심으로 구체적인 내용이 기획됐다. 이번에 약전을 처음 읽었다는 황태훈(바오로)씨는 “현대를 사는 우리는 신앙 선조들보다 신앙생활을 편하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여러 묵상을 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본당에서 초 공예를 배우는 몇몇 신자들은 약전을 읽고 묵상한 내용으로 초 작품을 만들어 순교자 성월에 전시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오기도 했다. 약전을 읽는 본당 신자들 모습은 1지구 내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본당은 지구 요청에 따라 각 본당 총회장에게도 약전을 공유하고 있다. 김호영(콘라도) 사목회장은 “약전은 말 그대로 아주 짧아서, 성인이나 복자 1위의 약전을 읽을 때 5분 정도 시간이 소요되지만 읽고 나면 자신의 신앙생활을 되돌아보게 된다”며 “행사를 통해 순교자들의 얼과 전통을 새기며 살아가는 공동체로 순교 정신을 각인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주교좌명동본당, 신자 재교육 과정 열어

‘교리를 잘 모르는 신자’와 ‘냉담 교우’에게 도움이 되는 신자 재교육 과정이 서울주교좌본당에서 마련된다. 서울 주교좌명동본당(주임 조성풍 아우구스티노 신부)은 5월 11일부터 7월 27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5시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에서 신자 재교육 과정을 연다. 모든 가톨릭신자를 대상으로 하며 강의는 주교좌명동본당 사제단이 맡는다. 영세 후 재교육 기회가 부족한 교회 상황에서 주교좌명동본당 신자 재교육은 많은 이가 찾아오는 주교좌성당의 이점을 활용해 모두에게 열린 신자 재교육 장으로 의미가 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신자들의 신앙적 성숙과 성장을 위한 교육 강좌 요청을 받아온 본당은 이번 교육에서 예비신자 교리교육 교재 「하느님을 찾는 사람들」을 바탕으로 좀 더 상세하게 심화한 교리 내용을 나눌 예정이다. 4월 21일까지 현장 신청을 받은 본당은 5월 4일까지 이메일(kwonilhwan@naver.com)로 신청을 받는다. 본당은 상반기 교육 후 평가를 정리 검토해서 다양한 재교육을 계속 준비할 예정이다. 조성풍 신부는 “서울뿐 아니라 전국에서도 찾아오는 주교좌명동성당을 통해 신자들이 교육 기회를 얻게 되고, 또 이런 교육이 확장되면 좋겠다”고 밝히고 “신자들이 영적으로 더 성장하고 하느님과 교회를 더 많이 사랑하게 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지구 지킴이”

성가소비녀회에서 운영하는 무료 병원인 성가복지병원(병원장 김 필리아 수녀, 이하 병원)이 숭곡중학교 환경동아리 ‘파란 나비’와 함께 연대하며 지역 자원순환을 돕고 있어 눈길을 끈다. 병원과 파란 나비는 2022년 ‘푸른 지구 되돌리기’ 축제를 공동 기획하며 인연이 닿았다. 축제는 10·29 이태원 참사로 취소됐지만 파란 나비는 이를 계기로 활동 중이던 두유 팩이나 우유 팩을 회수하는 ‘팩모아 프로젝트’를 병원과 함께하기 시작했다. 병원은 빈 공간을 물색해 ‘팩모아 프로젝트’ 회수 장소로 제공했다. 파란 나비 학생들은 한 달에 약 두 번 카페를 돌며 우유 팩 등을 수거해 병원에 전달한다. 이들은 ‘기후위기 시대’, ‘함께 지구를 구해요’ 등의 피켓을 들고 행사 취지를 담은 전단을 돌리며 활동하고 있다. 회수한 물품은 자원순환 기관에 전달돼 새활용 물품으로 재생산된다. 병원과 환경운동은 선뜻 연관성이 떠오르지 않을 수 있다. 이에 병원 후원·홍보 담당 이 피아체 수녀는 “사람이 아픈 것과 지구가 아픈 건 같은 선상에 있다”며 “미래 주인공인 학생들과 더 나은 지구를 위해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전했다. 파란 나비 공동부장 박강희(16)양은 “우유 팩을 드리고 휴지로 받을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며 “조금이라도 세상을 바꾸고 있는 느낌이 들어 계속 활동 중이다”라고 밝혔다. 파란 나비 공동부장 임예원(16)양은 “1시간 걸리는 거리의 카페에서 수거해 올 때 우유 팩도 무거워 힘이 들기도 했다”며 “그래도 열심히 우유 팩을 들고 갈 때 응원해 주는 분들도 있어 힘이 났다”고 말했다. 아울러 병원은 지난해 3월부터 지역활동가들이 봉사자로 협력하는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자원순환 프로젝트’를 열고 있다. 이들은 둘째 넷째 토요일마다 병원의 무료 밥집 앞에서 투명 페트병, 플라스틱 뚜껑, 폐마스크, 두유 팩, 우유 팩을 회수하고 있다. 무료 밥집을 운영하지 않는 날에는 지역주민들에게 생태 플랫폼으로서 무료 밥집 장소를 개방하기도 한다. 또한 병원은 5월 12일 지역 도서관 달빛마루, 달빛주민넷과 공동 기획으로 지역 생태 네트워크 축제 ‘꿀벌 달빛이의 나들이’를 연다. 병원 로비와 무료 밥집, 병원 뒤뜰 공간을 개방해 지역주민들에게 자원순환과 제로웨이스트, 비건 먹거리 체험을 제공해 지구를 위한 작은 실천들을 알리고 소통한다. 파란 나비도 병원 뒤뜰에서 ‘팩모아 프로젝트 부스’를 운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