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급격한 산업화를 겪은 한국 사회는 특히 농업 분야에서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타결되고 수입 농산물의 유입이 확대되면서 농업 기반은 더욱 흔들렸다. 이후 농산물 가격의 반복적인 폭등과 폭락, 만성적인 적자 농사, 농촌 인구의 이탈과 고령화, 농민 자살의 급증 등 다양한 사회 문제가 이어졌다. 한국교회는 이러한 농민의 위기를 외면하지 않았다. 농업 회생의 기틀을 마련하고자 1994년 우리농촌살리기운동 전국본부를 설립했고 이듬해 농민 주일을 제정했다. 7월 셋째 주일에 농민의 가치를 생각하고 함께 기도하고 실천하기로 마음을 모은 지 30년. 여전히 어려운 농촌과 농민들의 현실 속에서도 농업의 지속 가능성과 생명 중심의 사회를 향한 길을 열어가고 있는 도시·농촌 생명공동체의 연결 고리, ‘우리농 나눔터’를 찾았다. 가톨릭농민, 생태적 삶 위해 생명농업 실천 농민 주일은 교회 내 모든 신자가 농업과 농촌, 그리고 농민의 가치와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함께 기도하며 농민들과 동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찾기 위해 제정되었다. 1995년 제정 당시, 농민들은 수입 농산물 확대에 따른 가격 불안정과 부채 증가 등으로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2025년 농민 주일 제정 30주년을 맞았지만, 농민들의 현실은 여전히 고단하다. 특히 생명농업을 실천하는 가톨릭농민의 삶은 더욱 혹독한 상황이다.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가 2024년 3월 가톨릭농민회 회원 3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우리농운동 30주년 진단을 위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3%는 ‘농민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농촌사회 소멸’을 우리 농업이 직면한 최대 위기로 지목했다. 또한 ‘농업 후계자가 없다’는 응답은 80.2%에 달했다. 연간 농업소득이 2000만 원 미만이라는 응답도 30.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농사 인력 감소는 물론이고 기후위기로 인해 생산물 감소의 어려움까지 가중된 가톨릭농민들에게 화학비료나 제초제를 쓰지 않고 농업을 하는 것은 녹록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톨릭농민의 18.6%가 11~15년간, 18.3%가 21~25년간 생명농업을 실천하고 있었다. 가톨릭농민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생명농업을 실천하는 이유는 신앙적 신념 때문이다. 생명농업을 실천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49.1%가 ‘생태적 삶을 위해 자발적으로’, 17.7%가 ‘가톨릭 농민회원으로서의 결의’라고 답했다. 이들이 생산한 생명농산물의 주요 판로는 우리농본부(32.8%)를 통한 공급이 가장 많았고, 이어 개인 직거래(26.4%), 로컬푸드 및 학교급식(11.8%)이 뒤를 이었다. 본당과 교회 안에서 이뤄지는 직거래는 도시와 농촌이 함께하는 생명공동체를 확대하는 실질적 연결고리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분회 활성화를 위한 우선 과제로 ‘생명농산물 직거래 활동 확산’을 꼽은 응답자가 32%에 달해, 유통 기반 확대와 소비자 참여가 향후 우리농운동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요소로 지목됐다. 우리농산물 이용은 ‘하느님의 길 걷는 것’ 7월 10일, 서울의 우리농 상설나눔터 중 하나인 ‘서초나눔터.’ 뜨거운 햇볕에 몇 걸음만 걸어도 이마에 땀이 맺히는 날씨 속에서도, 우리농 활동가 이병임(루치아) 씨는 평소처럼 나눔터 문을 열었다. 소비자가 이틀 전에 주문한 농산물을 제때 전달하기 위해 매일 들어오는 물량을 꼼꼼히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매장에는 제철을 맞은 옥수수가 진열됐다. 곧바로 들어온 손님이 옥수수를 장바구니에 담자, 이 씨는 “춘천교구 농민이 유기농으로 재배한 옥수수라 알이 크지 않아도 아주 고소하고 맛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 씨는 어떤 농민이 어떤 마음으로 농산물을 재배했는지 친절하게 설명했다. 우리농 나눔터에서는 농산물의 모양과 가격보다 중요하게 공유되는 것이 농산물을 수확한 농민의 땀과 정성이다. 나눔터를 자주 찾는 손님도 익숙하게 이야기를 듣고는 그날 반찬에 쓸 유기농 두부와 콩나물을 함께 장바구니에 담는다. 서울 용산 ‘한강나눔터’는 신자가 아닌 지역 주민들도 자주 찾는다. 매장은 작지만 실속있는 유기농 제품들이 다양하게 구비돼 있다는 소문이 난 덕분에 매출도 높다. 초복을 앞두고 손님 두 명이 생닭을 찾는다. “미리 예약하시면 유기농 밤나무 아래서 자란 토종닭도 가져가실 수 있어요. 작은 우리에서 키우지 않고 밖에서 키운 닭이라 쫄깃하고 맛있답니다.” 항생제를 먹거나 비좁은 케이지가 아닌 건강한 환경에서 자란 토종닭이라는 활동가 오윤경(가브리엘라) 씨의 상품 설명은 일반 마트에서는 접하기 어렵다. 농산물을 생산한 농민이 직접 소비자를 만날 수 없기에, 우리농 활동가들은 곳곳의 나눔터에서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오 씨는 “활동가로서 우리농운동에 대한 교육을 받고 직접 농촌을 찾아 농민들과 만나다 보니 그분들이 어떤 마음으로 농산물을 키우고 있는지 소비자에게 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농 활동가의 역할은 농산물 판매로 국한되지 않는다. 각 본당에 우리농 생활공동체를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농촌을 방문해 농민들과도 꾸준히 교류한다. 환경보호를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 씨는 “농사를 짓지 않는 도시 사람들은 농민들의 어려움을 알 길이 없으니 식재료가 어떻게 우리집 밥상에 오르는지 관심이 없다”며 “저도 쭉 서울에서 살았지만 활동가로 봉사하면서 농민들의 어려움을 듣다 보니 날씨가 덥거나 비가 많이 올 때면 자연스럽게 농민들을 걱정하고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농촌을 잃고 땅을 잃는다는 것은 자신을 잃는 것과 같다는 김수환 추기경님의 말씀을 항상 기억했으면 좋겠다”며 “생명과 땅을 살리는 일, 하느님의 길을 함께 걷는 데 많은 분이 함께해 주시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기후 변화가 초래하는 폭염과 폭우 등 이상기후는 이제 더 이상 예외적 현상이 아닌, 일상의 재난이 되고 있다. 레오 14세 교황은 7월 2일 발표한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9월 1일) 메시지에서 “인간이 초래한 기후 변화로 인해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점점 더 잦아지고 강해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가장 먼저 고통받는 이들은 가난하고 소외되고 배제된 이들”이라고 전했다. 이어 “환경 정의는 추상적인 목표가 아니라 신앙과 인간성의 표현이고, 이제는 행동으로 옮길 때”라고 강조했다. 기후 재난의 최전선에 놓인 쪽방촌. 이곳에서 ‘안녕하지 못한 여름’을 살아가는 주민들과 함께하며 사랑을 실천하는 이들의 연대 현장을 소개한다. “수녀님, 오늘도 나오셨네요. 정말 잘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형제님, 옷 갈아입으셔야겠다. 여기 옷이랑 양말 받아 가세요.” 7월 3일 오후 8시, 서울 영등포역 3번 출구 인근. 수도자들이 노숙인과 인근 쪽방촌 주민들에게 음식과 옷가지 등을 나눠 주고 있었다. 이날 서울은 밤 최저기온이 섭씨 25도를 웃도는 열대야였지만, 이들은 질서 정연하게 줄을 서 먹을 거리와 물품을 받고 있었다. 작은 자매 관상 선교 수녀회(지부장 천복련 사비나 수녀), 한국가톨릭노숙인복지협회(회장 이병훈 요한 세례자 신부, 이하 한가노협),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이사장 구요비 욥 주교)이 마음을 모아 함께하는 ‘여름철 폭염 대비 응급구호 활동’ 현장 모습이다. 여름철, 작지만 꼭 필요한 것들 응급구호 활동은 2022년 시작됐다. 지난해부터는 영등포역 일대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올해도 7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석 달간 계속된다. 수녀회 서울 분원 소속 수도자들과 봉사자들이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직접 찾아가는 ‘아웃리치’(Outreach)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한가노협과 바보의 나눔은 이 활동에 필요한 재정과 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이날 현장에는 아녜스·안젤라 두 명의 수도자가 함께했다. 오후 7시부터 물품들을 준비한 이들은 8시부터 영등포역 일대에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수도자들은 각각 하나의 카트를 맡아 분주히 움직였다. 앞쪽 카트에서는 컵라면, 커피, 쌍화차, 생강차 등을 나눴고, 뒤쪽 카트에서는 라면과 종이컵에 뜨거운 물을 붓고, 필요에 따라 소금빵과 생수, 옷 등을 배분했다. 아녜스 수녀는 “노숙하는 분들에게만 옷과 양말을 드리고 있다”며 “중복 수령을 막기 위해 수령하는 이들의 이름을 따로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원한 생수 또한 집이 없는 이들을 선별해 지급했다. 안젤라 수녀는 “운반할 수 있는 물의 양이 제한돼 있어, 꼭 필요한 분들에게만 드리려고 한다”고 전했다. 5년간 노숙 생활을 한 경험이 있는 길벗사랑공동체 서울역 해피인 이정윤(바오로) 멘토는 “여름철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들에게 생수 지원은 가장 필요한 지원 중 하나”라며 “단순히 더위를 식히는 데 그치지 않고, 장마철에는 수돗물에서 약품 냄새가 나 마시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열대야 속 영등포역 ‘아웃리치’(Outreach) 물품 배급을 마친 수도자들은 이번엔 현장에 나오지 못한 이들을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영등포역 5번 출구 인근 광장에서는 수도자들과 매주 만난다는 노숙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광장 한쪽 구석에서 지내고 있는 박기범(가명) 씨는 “모기가 너무 많아 더워도 긴팔, 긴바지를 입고 잔다”고 했다. 무대 구석에서 잠을 잔다는 김민정(가명) 씨는 왼쪽 다리가 심하게 부어 있었다. 김 씨는 “모기 물린 곳을 계속 긁다가 염증이 생겼다”고 말했다. 수도자들은 모기 기피제와 가려울 때 닦을 수 있는 물티슈 한 통을 건네며, 증상이 심해질 경우 인근 자선의료기관인 요셉의원을 찾아가길 권했다. 수녀들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리를 떴지만, 잠시나마 안부를 나눈 이들의 표정에는 온기가 돌았다. ‘교도소 같은 방에서 사느니 차라리 죽여라!!’ 요셉의원 뒤편 쪽방촌으로 들어서자, 공공주택지구 정비사업에 따라 임시주거시설에 가야할 주민들의 불만을 표하는 현수막들이 눈에 띄었다. 안젤라 수녀는 “정비사업으로 살던 곳에서 쫓겨난 주민들이 많아 근처 노숙인과 주민들이 많이 예민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골목 안은 바깥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거리에는 누워 자는 사람들,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는 이들, 구석에 모여 술판을 벌이는 무리도 보였다. 먹다 남긴 음식, 빈 술병, 천막과 매트로 급조한 집들이 곳곳에 있었다. 낯선 분위기였지만 수도자들이 도착하자 이들은 조용히 줄을 서서 음식을 받았고, 감사 인사를 건네며 미소를 지었다. 단 한 끼일지라도, 이들에게는 생명과 직결된 문제다. 아녜스 수녀는 “노숙인 중에는 음식 없이 술만 마시는 분들이 많아, 여름철에는 수분과 영양을 함께 보충해줘야 한다”며, 잠든 이들 곁에 조심스럽게 빵과 생수를 내려놓았다. 이어 “거동이 불편하거나 외부로 나오는 걸 꺼리는 분들이 많다 보니, 우리가 직접 찾아다니며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 시 병원으로 연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속 가능한 연대를 위해 필요한 것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들은 여름철 폭염에 특히 취약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역대 가장 무더웠던 지난해 여름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를 통해 신고된 온열질환자는 3704명이며, 이 중 65세 이상 고령자는 30.4%를 차지했다. 서울시가 발표한 쪽방 거주민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이 같은 취약성은 드러난다.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 관내 쪽방 주민의 약 70%가 60대 이상으로, 더위에 특히 민감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여름철 응급구호 활동은 결식과 탈수를 예방하고, 상담을 통해 병원이나 복지시설로 연계하는 등의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가노협 조성증(프란치스코) 상임이사는 “홈리스 복지사업은 정부 예산 배정에서 항상 후순위로 밀려 단기 지원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중장기 지원 체계를 만들고 싶어도 예산 문제로 번번이 막힌다”고 말했다. 조 이사는 예산 확대뿐 아니라 정부 정책의 전환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홈리스 복지는 민관이 함께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하는 영역”이라며 “홈리스가 다시 사회의 일원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사업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홈리스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은 관련 사업의 실질적 운영을 지방자치단체에 맡기고 있어, 일관된 정책 추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는 사목 일선에서 은퇴했을 뿐, 사목자라는 정체성에서 물러난 적은 없답니다. 신학대학 교수로서 쌓아온 학식, 세월에 따라 깊어진 지혜를 바탕으로 신자들을 영적 배움의 세계로 초대하고 싶어요.” 인천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20여 년간 교편을 잡았던 은퇴 사제 3명이 각자의 전공을 바탕으로 신자 누구에게나 열린 영성 강좌를 준비했다. 인천교구 성사 전담 이석재(토마스 아퀴나스·73·역사학 전공)·신교선(가브리엘·72·성서학 전공)·김현태(루카·72·철학 전공) 신부는 오는 9월부터 12월까지 매주 목요일, 교구 사회사목센터 4층 대강의실에서 ‘신앙과 구원: 세 사제의 영성 나눔’ 공개 강좌를 연다. 세 사제는 학자로서 국내외에서 연구하고 오랜 시간 신학생들을 가르치며 얻은 지식과 통찰을 일반 신자들과 나누기 위해 강좌를 기획했다. 이들은 소신학교 동기로 함께 신학을 공부했고, 이후 교수로서의 여정도 함께했으며, 지금은 교구 공동사제관의 이웃으로 지내며 돈독한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은퇴가 사목의 끝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신자와 만날 수 있는 기회라는 공감대가 강좌 개설의 큰 동력이었다. 이석재 신부는 “과거 본당 사목을 할 때는 특정 공동체 안에서만 사목이 이뤄졌지만, 이제는 그런 제한 없이 모든 이를 양 떼로 초대할 수 있다”며 웃었다. 강좌에서 세 신부는 각자의 전공 분야인 교회사, 성서학, 철학을 바탕으로 영성에 초점을 맞춘 강의를 펼칠 예정이다. 학문적 배경이 많지 않은 신자들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도록, 신앙인의 삶에서 영적인 보람과 깊이를 느낄 수 있도록 돕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신교선 신부는 ▲(성경을 통해) 어떻게 세대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 ▲우리가 타고난 재능과 축복은 무엇일까? ▲'주님의 기도'의 뿌리를 찾아서 등 친근하면서 호기심 가는 주제들을 두루 준비했다. 신 신부는 “보통은 깊은 이해 없이 외우게 되는 기도문 속 표현을 성경 구절과 연결해 그 의미를 풀어주고, 더 깊이 있는 기도를 위한 아이디어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좌는 교회사의 명암과 철학적 관점을 통해 신자들에게 올바른 사고의 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신학교 수준의 깊이 있는 내용을 쉽고 친절하게 풀어낼 예정이다. 김현태 신부는 “많은 생각보다 올바른 생각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배워야’ 하는 것”이라며 “신자들에게 삶의 길잡이가 될 수 있는 깊이 있는 ‘배움’을 선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석재 신부는 신학생 시절 클래식 기타 동아리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다. 당시 동아리 사제들과 신학생들이 성당에서 열던 연주회는 크게 홍보하지 않아도 늘 많은 신자가 찾아와 함께했다. 이 신부는 “아마 음악보다도, 사제와 신학생들이 사이좋게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신자분들이 따뜻하게 바라봐 주신 것 같다”며 “다가올 강좌 또한 은퇴 후에도 신자들과 함께하고자 마음을 모은 세 사제의 조화로운 모습이 전해지는 ‘음악회 같은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공개강좌 신청은 7월 20일부터 받는다. 등록비는 8만 원. ※문의: 010-3480-8127 신교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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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 최광희 보좌주교 임명] 이모저모·인터뷰

“레오 14세 교황님은 최광희 신부님을 서울대교구의 보좌주교이자 엘레판타리아 디 마우리타니아(Elefantaria di Mauritania)의 명의 주교로 임명하셨습니다. 새 주교님으로 임명되심을 축하하며 새 주교님께 필요한 모든 은총이 풍성히 내리기를 침묵 속에 기도하겠습니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는 7월 8일 오후 7시 서울대교구청에서 신임 보좌주교 임명 소식을 발표하면서, 가장 먼저 최광희(마태오) 주교를 위해 기도하자고 청했다. 기도로 시작된 최 주교의 임명 발표와 이후 모습을 전한다. “4보좌 인사드리겠습니다.” “신학교 시절을 떠올려보면, 본당 규모에 따라서 1보좌, 2보좌 신부님들이 계신 본당이 있었습니다. 아주 큰 본당은 잠시 3보좌 신부님까지 계셨던 기억도 납니다. 네, 서울대교구 4보좌 인사드리겠습니다.” 최광희 주교는 마치 처음 본당 보좌신부 발령은 받은 새 신부가 본당 신자들에게 인사하듯이, 주교로서의 첫인사를 전했다. 최 주교의 재치 있는 인사에 웃음소리와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최 주교는 “새롭게 주교님이 되신 분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항상 준비된 분들이고 꼭 맞는 옷을 입으셨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임명 소식에) 제게 맞지 않는 옷이 눈앞에 놓여 있다는 생각이 가득하다”면서 “아무런 준비 없이 갑자기 벼랑 끝에 몰린 것 같은 저를 위한 기도를 간절히 청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많은 신자분의 어렵고 고통스러운 이야기들, 사회 곳곳의 아픔과 괴로움들을 들을 때마다 예수님의 애달파 하시는 마음과 당신의 눈동자를 떠올린다”며 “교구장님 뜻에 따라 교구가 일치된 모습으로 함께 걸어갈 수 있도록 작은 발걸음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총대리 구요비(욥) 주교는 최 주교의 임명을 축하하며 “교구에 새롭고 젊은 주교님을 보내주신 것에 거듭 감사하면서, 서울대교구가 교구장님을 중심으로 혼연일체가 돼서 이 시대에, 한국 사회에 빛과 소금으로 나아가는 그런 새로운 출발이 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정순택 대주교·염수정 추기경 예방 발표 후 최 주교는 서울대교구청 교구장 접견실을 찾아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를 예방했다. 정 대주교는 최 주교를 맞이하며 “최 주교님을 하느님께서 선택해, 우리 교회를 위해 큰일들을 함께해 나갈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면서 기쁨을 전했다. 또한 “(최 주교가) 준비한 게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준비를 넘어서서 일하시는 분”이라며 “(우리의 역할은) 하느님께 내어 드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격려하고 최 주교에게 「주교예절서」를 선물했다. 최 주교는 주교 임명 다음날인 9일 구요비 주교와 함께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주교관을 찾아 전임교구장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을 예방했다. 염 추기경은 “젊은 주교님이 나오셔서 더욱 기쁘다”며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위해 전 세계 젊은이들이 모였을 때 특히 최 주교님이 희망의 전달자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최 주교의 사제 서품 성구인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탈출 3,12)를 친필로 적은 성경책을 선물하며 “이 말씀처럼 주교님도 ‘세상 끝 날까지’(마태 28,20) 우리와 함께해 달라”고 격려했다. 예방을 마친 최 주교는 가톨릭대 성신교정 대성당으로 이동해 제단 위에 안치된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 유해 앞에서 기도를 바쳤다. ‘2027 서울 WYD’ 준비로 분주 만 47세로 한국 주교단에서 가장 젊은 최 주교는 임명 후에도 ‘2027 서울 WYD’ 준비 일정으로 분주했다. 최 주교는 7월 8일부터 12일까지 한국을 방문한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 대표단과 함께 WYD 특별기획단 회의를 진행했다. 최 주교는 대표단과 함께하는 5박6일 간의 빼곡한 회의 일정에 더해 신임 주교로서의 여러 일정을 동시에 소화하는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동안 교구 문화홍보국장으로서 2027 서울 WYD 준비에 함께해온 최 주교에게 축하를 전하기 위해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 대표단은 주교 임명 발표 현장을 찾기도 했다. 이경상(바오로) 주교는 주교 임명 발표 자리에서 “함께 생활하고 일하면서 곁에서 보면 최 주교님은 항상 주어가 ‘최광희’가 아니라 ‘하느님’으로, 교회와 주님의 영광을 위해서 헌신적으로 일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면서 “후배고, 또 제가 신학교에서 가르친 제자였던 분인데, 마음속으로 든든하게 생각했고, 존경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특히 “중차대한 과제 중 하나인 2027 서울 WYD를 함께 준비하게 돼서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인터뷰] 최광희 주교 - “교회 구성원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성령 움직임 따라 동행할 것” “제 뜻이나 의지가 드러나는 것보다는 교회 구성원의 목소리를 얼마나 담을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들과 만나 듣고, 기도하며 고민하는 가운데 우리가 함께 걸어가야 할 길이 드러날 것이라 믿습니다.” 서울대교구 보좌주교로 임명된 최광희 주교는 주교 임명에 자신은 “합당치 않은 사람”이라며 겸손한 마음을 비쳤다. 그러나 “대주교님과 추기경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준비해서 갈 수 있는 직무도 아니고 오히려 더 청하고, 더 기도하고, 제 부족함을 고백하면서 가는 자리라 생각했다”며 “당신께서 불러주셨으니 당신께서 채워주시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최 주교는 앞으로의 주교 직무에 있어 시노드 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노드 정신은 최 주교가 그동안 사목해 온 방식에도 그대로 배어 있다. 특히 가톨릭청년성서모임에서는 시노드 정신으로 청년들과 함께해 왔고, 그를 통해 말씀을 살아낸 청년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최 주교 자신도 성장해 왔다. 최 주교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강력하게 추진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그것이 제 몫은 아닌 것 같다”면서 “‘성령의 움직임’을 통해 동행하고 함께 성장하는 길에 필요한 지혜와 방향성이 보이게 될 것이고, 그 길에 순종하면서 함께 걸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최 주교는 젊은 세대와 소통을 위한 자세로 ‘인내와 기다림’을 제시했다. 최 주교는 “경험이 많은 사람이 일하는 것이 훨씬 더 빠르고 효율적일 수 있지만, 교회의 모습은 효율적인 것보다는 혹시 늦어지고 무너지고 실패하더라도 동반하면서 성장해 나가길 기다려주는 모습일 것”이라면서 “꼭 젊은 세대만이 아니라 우리가 신앙 안에서 살아가는 공동체라면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심이 되고 기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 주교는 앞으로 주교로서 살아가는 데 있어 함께해 나갈 사제단과 신자들에게 가르침과 기도를 부탁했다. 최 주교는 사제단에 “신부님들이 얼마나 본인을 희생하고 사제로서 충실히 살기 위해 노력하시는지 늘 봐왔다”면서 “그래서 선배 신부님들께 많은 가르침을 청하고, 동료·후배 신부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걸어가고 싶다”고 전했다. “예수님과 함께하는 우리의 삶이 정말 삶의 큰 힘과 기쁨이 되길 바랍니다. 그 길을 신자분들과 함께 걸어가고 싶습니다. 이 부족한 사람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200년 만의 폭우’로 일부 성당 침수

지난 16일과 17일 충청남북도와 전라남도, 광주광역시 등을 중심으로 쏟아진 ‘200년 만의 폭우’로 인해 성당과 교회 기관 등도 피해를 봤다. 각 교구는 응급 복구에 착수하는 한편, 소속 기관과 신자들의 피해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17일 하루 동안 426.2mm의 비가 내린 광주광역시 내 일부 성당은 침수 피해를 입었다. 광주대교구 문흥동성당 지하 전기실과 기계실, 오치동성당 지하 복지관이 폭우로 침수됐다. 두 성당은 신속한 배수 작업으로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인근 하천이 범람하며 유촌동성당 1층 주차장도 물에 잠겼으며 성당 인근에 거주하는 신자 주택과 본당 사목협의회 총무의 차량도 침수 피해를 입었다. 광주대교구는 현재 각 성당과 교구 기관 등을 대상으로 이번 호우 피해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 극한 호우가 쏟아진 충청 지역을 관할하는 대전교구와 청주교구에서도 일부 교회 시설과 성지 등이 피해를 봤다. 청주교구 충주 성심 학교 건물은 낙뢰를 맞아 소방 시스템 일부가 파손됐으나 현재는 복구됐다. 청주교구 양업고등학교는 하천 수위가 오르며 교량이 통제돼 학생과 교직원 155명이 한때 고립됐다. 학교 측은 18일로 예정돼 있던 방학을 하루 앞당긴 17일로 조정했다. 청주교구청도 일부 사무실이 침수됐다. 대전교구 신리성지의 경우, 주변 농지가 완전히 침수된 상황에서도 성지 마당과 경당, 성 다블뤼 주교관, 지하 순교미술관 등은 피해를 피했다. 다만 도로 침수로 성지 진입이 어려워 19일과 20일 성지 방문이 예정된 단체 순례자들에게 인근 다른 성지를 방문해줄 것을 안내하고 있다. 대전교구는 비가 그친 후 각 본당과 성지에 공문을 보내 피해 상황을 본격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서울 마포 예수회센터도 침수 피해를 입어 전화와 강의 문의, 미사 신청, 후원정보 변경 등의 업무가 중단됐다. 센터는 17일 오전 홈페이지를 통해 이같이 알리고, 급한 용무는 후원회 SNS(카카오톡 친구검색 ‘예수회후원회’)를 이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서울평단협, ‘제14회 사랑·생명·가정 전국 사진 공모전’ 수상작 발표

‘제14회 사랑·생명·가정 전국 사진 공모전’ 대상에 새 생명을 기다리는 어린아이의 순수한 순간을 담은 <행복한 기다림>(우은희 作)이 선정됐다.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회장 안재홍 베다, 담당사제 김연범 안토니오)는 7월 10일 서울대교구 가톨릭사진가회가 공동 주최한 ‘제14회 사랑·생명·가정 전국 사진 공모전’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모전에는 하느님의 종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며 생명의 소중함과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작품 120여 점이 출품됐다. 금상에는 <구순 할만의 미소>(김지안), <그리운 엄마>(윤경희), <두근두근 설레이는 첫 아이 목욕시킨 날>(이규현)이 뽑혔다. 이어 은상 6점, 가작 10점, 입선 20점이 선정됐다. 수상작들은 8월 8일부터 17일까지 서울 명동 갤러리1898 제2전시실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안재홍 회장은 "2004년 김수환 추기경님의 사랑과 인간 존중 정신을 이어받아 시작된 사진 공모전을 다시 개최해 감회가 새롭다"며 “내년에도 공모전을 열어 우리 사회에 생명의 신비와 소중함을 일깨우고, 가족의 가치와 친밀성, 따뜻함을 보여주어 건강한 가정과 건전한 사회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

‘제27회 한일주교교류모임’ 11월 일본 히로시마교구에서 개최

‘제27회 한일주교교류모임’이 오는 11월 일본 히로시마교구에서 열린다.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복음화위원회 주최로 11월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열리는 ‘희망의 대순례’에는 주교 7명 등 한국교회 대표단 25명이 참가한다. 주교회의 상임위원회(위원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는 7월 8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주교회의가 7월 10일 발표한 회의 결과에 따르면, 제27회 한일주교교류모임은 11월 18일부터 20일까지 ‘전후 80년의 흉터와 희망: 젊은 세대에 평화를 연결하기 위해’를 주제로 일본 히로시마교구에서 개최된다. 이 자리에서는 ‘조선인의 강제 연행·강제 노동', '한국의 입장·관점에서 본 히로시마 원폭 자료관’,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 진척 상황’에 관한 강의가 마련된다. 한일 주교들은 공식 일정에 앞서 17일부터 이틀간 순례 행사도 갖는다. 11월 27일부터 나흘간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열리는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복음화위원회 주최 ‘희망의 대순례’에는 한국교회 대표단이 파견된다. 대표단은 주교회의 2025년 춘계 정기총회에서 선정한 정신철 주교(요한 세례자·인천교구장), 손삼석 주교(요셉·부산교구장), 문창우 주교(비오·제주교구장), 김주영 주교(시몬·춘천교구장), 서상범 주교(티토·군종교구장), 김종강 주교(시몬·청주교구장), 장신호(요한 보스코·대구대교구) 주교를 비롯해 수도자 6명, 평신도 9명, 주교회의 사무처 3명 등으로 구성된다. 아울러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한 파트너십’과 관련해 8월 5일부터 6일까지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행사에는 정신철 주교, 손희송 주교(베네딕토·의정부교구장), 김주영 주교가 참석한다. 정신철 주교는 행사에서 ‘평화’를 주제로 연설한다. 한국 주교들의 행사 참석과 연설은 히로시마교구 초청으로 이뤄졌다. 나가사키 파트너십으로도 불리는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한 파트너십’은 핵무기와 밀접히 연관된 세계 각국 교구들의 국제연대 증진을 목적으로 2023년 미국과 일본교회 4개 교구를 중심으로 출범했다. 상임위는 이밖에도 한국카리타스협회가 2025년 6월 30일 보건복지부로부터 비영리법인 설립(설립 허가일 2025년 6월 26일)과 정관 허가를 통보받았다는 보고를 받았다. 연 4회 발행하는 주교회의 영문 회보 「CBCK Newsletter」의 인쇄물은 2025년 겨울호까지만 내기로 했다. 내년 봄호부터는 PDF 파일 형태로 발행·제공하기로 했다.

종합

[‘희망의 순례자’ 본당 공동체, 이웃에게 희망을] (5) 서울대교구 행운동본당 ‘작은 도움 행복 나눔’ 사업

서울대교구 행운동본당(주임 김영식 루카 신부)은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회장 정진호 베드로 신부, 이하 복지회)의 지원을 받아 지난 2월부터 독거노인과 중장년 고립 가구 등 지역 내 취약계층을 위한 ‘작은 도움 행복 나눔’ 사업을 펼치고 있다. 본당 사회사목분과(분과장 권진현 스테파니아)와 봉사자들은 대상자들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매달 생필품과 식료품을 전달한다. 설과 추석에는 상차림 비용을 지원하며, 분기별 특식도 제공하고 있다. 권진현 분과장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정서적으로 고립된 이들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참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이에 따라 도배·장판, 전등과 방충망 교체, 대형 이불 세탁 등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봉사도 기획했다”고 밝혔다. 사업은 제도적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의 세세한 삶의 조건까지 개선해 존엄한 삶을 지키는 데 의미가 있다. 또한 단순한 물품 지원을 넘어 대상자들과의 관계 형성을 통해 사회적 고립을 해소하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봉사자들은 물품 전달 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며 신뢰를 쌓고, 손을 잡아주는 따뜻한 접촉을 통해 대상자들이 심리적 안정을 찾도록 돕는다. 투병 중인 이들의 상태를 꾸준히 살피며 고독사를 예방하는 역할도 함께 하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해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의 지원으로 진행된 ‘행복 나눔 실천’ 사업의 연장선에 있다. 당시 봉사자들은 지역 독거노인 50여 명을 매달 하루 성당에 초청해 음식을 대접하고, 영화 관람 등 소규모 외부 활동도 함께했다. 그 과정에서 성당 미사에는 꾸준히 참여했지만 실질적으로 본당 공동체와의 연결을 느끼지 못하던 어르신들도 점차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본당은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앞두고 청년들이 ‘희망의 순례자’가 될 수 있도록 본당과 지역 청년들을 봉사자들로 모집했다. 청년들은 “어렸을 적 성당은 주일학교가 전부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가슴 뛰는 일을 할 수 있는 곳이었음을 이제 알게 됐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 청년은 “이런 활동이 계속 이어진다면 누구나 신자가 되고 싶을 것”이라며 친구들에게도 봉사 참여를 권유하고 있다. 청년 1인 가구와 취업 준비생이 많은 관악구 지역 특성상 저조했던 본당 청년 사목에 긍정적 신호로도 해석된다. 김영식 신부는 “지난해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지원 덕분에 본당 울타리를 넘어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었고, 이제는 주거환경 개선 등 더 도전적인 활동도 용기 있게 시도하고 있다”며 “특히 6명의 청년이 사업 초기부터 꾸준히 참여하고 있듯, 젊은이들에게 신앙과 사랑을 다시 일깨우는 교회의 나눔과 실천이 계속될 수 있도록 봉사자들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회장 정진호 베드로 신부, 이하 복지회)는 지역사회에서 사회복지 활동을 전문적으로 하려는 서울대교구 내 본당들을 발굴해 매년 ‘본당사회복지 공모지원사업’을 열고 지원하고 있다.

서울 광장동본당, “묵주 리폼해 건축 헌금 모아요”

새 성전 건립 건축 기금 마련에 힘쓰고 있는 서울대교구 광장동본당(주임 장혁준 요한 사도 신부)이 신자들이 사용하지 않는 묵주를 정성껏 재가공해 판매하고, 그 수익금을 건축 헌금에 보태는 뜻깊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본당은 지난 6월부터 주보 공지를 통해 사용하지 않는 묵주를 기증받기 시작했다. 신자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한 차례 공지만으로도 수백 개의 묵주가 모였고, 지금도 계속해서 묵주가 도착하고 있다. 묵주들은 재료별로 분류한 뒤, 세척과 정리 과정을 거쳐 새로운 모습의 묵주로 다시 태어난다. 모든 과정은 신자들의 재능 기부를 통해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비록 대량 생산은 어렵지만 ‘세상에 단 하나뿐인 묵주’라는 점에서 신자들의 만족도는 높다. 묵주 제작과 판매를 재능 기부로 맡고 있는 이계선(가타리나) 씨는 “새로 만들어진 묵주에 대한 반응이 좋아 여러 개가 이미 판매됐고, 1차 수익금도 봉헌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묵주 재활용은 사용하지 않는 물품을 다시 고쳐 쓴다는 실용적인 측면과 더불어, 신자들이 각자의 재능을 본당 공동체를 위해 나누는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이 씨 역시 “성전 건립에 기여할 수 있는 내 재능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평소 매듭 묵주를 만들고 녹슨 묵주를 고쳐 선물하던 경험을 떠올리게 됐다”며 재능 기부를 결심한 계기를 밝혔다. 최근에는 함께 묵주를 만들고자 자원하는 봉사자들도 생겨, 제작이 한층 수월해지고 있다. 장혁준 신부는 “개인이 지닌 탤런트를 본당을 위해 내어놓는 모습은 다른 신자들에게도 봉사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공동체 발전의 큰 원동력이 된다”며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늘고 있어, 앞으로도 이 활동이 더욱 의미 있는 봉사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올해 설립 25주년을 맞은 광장동본당은 지난 2017년 성전건립위원회를 구성하며 본격적인 새 성전 건립에 착수했다. 현재 ‘전 신자 묵주기도 1인당 2천 단 바치기’ 등 기도운동과 더불어, 물품판매분과를 중심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건축 기금 마련에 힘쓰고 있다. 오는 9월 20~21일에는 건축 기금 마련을 위한 대규모 바자도 열릴 예정이다. ※문의: 02-3436-8571 서울대교구 광장동본당 사무실

광주 금호동본당, 전국 성지 순례 시작 ‘4년 완주 목표’

광주대교구 금호동본당(주임 박공식 보나벤투라 신부)이 「한국 천주교 성지 순례」에 소개된 전국 167곳의 성지와 사적지, 순례지를 4년간 모두 방문하는 것을 목표로 순례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본당은 7월 8일부터 2박3일 간 중림동 약현성당을 시작으로 서울대교구 내 성지 25곳을 순례했다. 이번 순례에는 43명의 신자가 참여했다. 본당이 전국 성지 순례에 나서게 된 것은 박공식 신부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중국 쑤저우에서 3년 6개월간 사목하던 박 신부는 현지 한국인 신자들과 함께 김대건·최양업 신부의 성지를 순례한 경험이 있다. 그 과정에서 신자들이 순교 성인들의 영성을 직접 체험하는 것의 깊은 의미를 깨달았고, 금호동본당에 부임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새 사목 방향을 세워 ‘순례’에 본당 공동체가 동참해 줄 것을 청했다. 신학생 시절부터 한국교회사연구소 회원으로 활동하며 교회사에 깊은 관심을 가져온 박 신부는 순례에 동행하며 신자들에게 한국 교회사에 관해 직접 강의하고 있다. 신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1차 순례에 이어 이번 순례에도 참여한 본당 교육분과장 신미영(미카엘라) 씨는 “1차 때와 같은 성지를 다시 찾았지만, 하느님께서 또 다른 방식으로 은총을 주셔서 느낌이 전혀 달랐다”며 “성지에 도착하자마자 눈물이 멈추지 않고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고 전했다. 본당은 앞으로 인근 타 본당의 신자들도 순례에 초대해, 이 여정이 지역교회 전체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나아가 순교 영성을 품은 이들이 각 성지에서 신앙의 의미를 전할 수 있도록, 성지순례 해설사 양성도 구상하고 있다. 박 신부는 “순교자들의 굳건한 신앙을 따라 걷는 이 여정을 통해 우리도 흔들림 없는 믿음으로 자라날 수 있다고 믿는다”며 “그 신앙이 삶에 뿌리내릴 때 자연스럽게 신앙의 기쁨이 선교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대교구, ‘돈보스코학교’ 이전 기념 축복식 열어

광주대교구 ‘기쁨과 희망의 돈보스코학교’(교장 김해영 베드로 신부, 이하 돈보스코학교) 이전 기념 축복식이 7월 14일 광주광역시 남구 주월동 돈보스코학교 2층 루아홀에서 열렸다. 축복식에는 재학생과 교직원, 살레시오회 사제와 수도자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환영사에서 김해영 신부는 “이 자리는 단지 건물이 이전된 것을 기념하는 행사가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마음을 다지는 자리”라며 “이 공간을 하느님과 여러분 앞에서 기쁨과 책임의 마음으로 봉헌한다”고 전했다. 광주광역시 내 유일한 위탁형 대안학교인 돈보스코학교는 올해 1월 13일, 광산구 하남동에서 남구 주월동 옛 광주과학고등학교 부지로 이전해 새 둥지를 틀었다. 이번 이전은 광주광역시교육청이 기존 학교 부지에 일반고등학교를 신설함에 따라 이뤄졌으며, 돈보스코학교는 기존 금난교실과 마음보듬센터가 사용하던 공간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9년 광주광역시교육청의 요청으로 설립된 돈보스코학교는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과 학업 중단 위기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대안학교다. 살레시오회가 위탁 운영하며 돈보스코 성인의 예방 교육과 동반자 정신에 따라 학생들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는’ 교육을 실천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