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작업복을 맞춰 입은 이들이 수원역 인근의 낡은 옛 교회 건물에 삼삼오오 모였다. 최근 노숙인쉼터로 개소한 ‘요한의 집’을 쉼터에 알맞게 개조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수하기 위해서다. 누구나 쉬고 싶은 주말, 부슬비를 맞으며 장비를 옮기고 작업 중 떨어지는 먼지를 마셔도 불평 하나 없다. 수원교구 조원동주교좌본당(주임 전삼용 요셉 신부)의 집수리 재능봉사단체 ‘사랑나눔봉사단’(단장 양진규 토마스)이다. 사랑나눔봉사단은 지난해 1월 창단돼 사정이 어려운 본당 교우들을 대상으로 집을 고쳐주고 있다. 동시에 지역사회 전반을 위한 봉사단으로 확장을 꾀하며 외부단체의 집수리 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이번 노숙인쉼터 집수리를 통해 창단 후 처음으로 주체가 되어 지역사회에도 이바지하는 봉사단체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날 봉사는 일반 봉사단체인 ‘나눔인테리어 협의회’와 ‘쟁이들 봉사단’도 참여했다. 사랑나눔봉사단이 SNS를 통해 함께 봉사할 기술자들을 모집했고, 이에 응답한 단체를 합쳐 총 25명이 모였다. 이 중에는 비신자 봉사자도 몇 있었다. 노숙인쉼터와 봉사단을 연결해 준 도시변방위원회 위원장 이준섭(도미니코) 신부도 봉사에 참여했다. 양진규 단장은 지원 나온 단체를 하나하나 소개하며 감사를 전했다. 양 단장이 사전 브리핑에서 유의할 사항을 검토하고 역할을 분배했다. 이어서 이준섭 신부의 기도와 강복으로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됐다. 봉사자 중에는 인테리어나 도배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인원도 많았다. 이날 봉사도 도배, 칠, 전기, 장판, 칸막이 설치 등으로 봉사자들은 각자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쳤다. 먼저 기존의 장판을 들어내고 곰팡이가 핀 벽지를 뜯어낸 뒤, 필요한 부분을 칠하고 도배했다. 한쪽에선 각종 장비로 천장 타일을 뜯어내 전기선을 새로 연결하기도 했다. 동시에 화장실 타일의 묵은 때도 비누칠을 해가며 벗겨냈다. 외부 복도는 물청소로 쌓인 먼지를 씻어내고, 내부와 연결된 문틀의 녹슨 부분과 각종 스티커 자국을 지우는 작업이 이뤄졌다. 작업하는 내내 단원들끼리는 물론이고 처음 만난 봉사자들끼리도 호흡이 척척 맞았다. 기술자가 아닌 봉사자들도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었다. 오후에는 장판을 다시 깔고, 사무실처럼 공간을 분리할 수 있는 칸막이를 설치했다.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과 벽을 청소하고 손이 안 닿는 부분은 호스를 이용해 물로 씻어냈다. 이날 보수한 건물은 현재 ‘노숙인쉼터’로 쓰이고 있다. 수원역에서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밥 나눔 봉사에 참여하던 센터장 박상길(요한)씨는 인근에 방치돼 있던 낡은 교회 건물을 매입해 ‘요한의 집’으로 정하고 3개월 전부터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한 끼에 20여 명의 노숙인이 센터에서 식사를 받아 간다. 박상길 센터장은 “고쳐야 할 부분은 많은데 비용 면에서 엄두를 못 내던 중 교구 도시변방위원회가 봉사단을 소개해 줬다”며 “아직 후원자도, 전담하는 봉사자도 없이 힘든 상황에서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도시변방위원회 이준섭 신부는 “지역 내 비신자 집수리 봉사단체는 주변에 꽤 있지만 본당에 소속된 봉사단체는 처음 본다”면서 “노숙인센터 수리가 필요하다는 소식을 듣고 수소문하던 중 조원동본당에 ‘사랑나눔봉사단’이 있다는 것을 듣고 추천했다”고 말했다. 집수리는 대부분 주말에 이뤄지는 데다가 이날의 경우 몸 쓸 일이 많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작업이라 지치기 쉬웠다. 하지만 봉사자들은 자신이 맡은 부분이 끝나도 빈 곳이 없는지 주변을 꼼꼼하게 살펴봤다. 일하는 중간 농담도 빼놓지 않았다. 봉사자들은 몸은 고돼도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말했다. 김이자(위비나) 부단장은 “처음 봉사를 시작했던 때는 너무 힘들어 작업이 끝나고 한 걸음도 못 뗄 정도였다”며 “그런데 바로 다음 모임 때 웬지 모르게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아 지금까지 계속하게 됐고, 꾸준하게 봉사하는 우리를 보며 동참하고 싶다는 신자들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김 부단장은 이어 “봉사는 물질적이고 일시적인 행복이 아니라 진정한 행복을 찾는 여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활동하는 데에 본당의 도움도 컸다. 봉사단 창단은 신자들의 아이디어였지만 대사회 활동을 장려하는 교구 사목 방침과도 일치해 본당 주임 신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후원금으로 유지하던 초기와 달리 지금은 운영이 어느 정도 안정화됐다. 사랑나눔봉사단은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봉사를 평신도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단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준섭 신부는 “사목 현장에 나가면 곰팡이 문제나 낡은 수도관 등 어르신들 건강과 직결된 문제가 있는 집을 많이 본다”며 “그런 면에서 평신도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가 사회적 필요성을 인식하고 봉사단을 결성한 것이 놀랍기도 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랑나눔봉사단은 집수리가 아니라도 단원들의 다양한 재능을 활용해 본당과 지역사회에 봉사할 예정이다. 또 봉사활동 범위를 다양화해 본당 청소년도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사랑나눔봉사단 봉사 문의 010-5578-5237 양진규 단장 ※ 요한의 집 봉사 및 후원 문의 010-7385-8953 박상길 센터장

주요뉴스

[우리 이웃 이야기] 수원가톨릭연극인회 설립 추진 최주봉 회장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하는 연극은 다른 연극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지닌 힘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주신 힘으로 연극을 하게 되거든요. 교구의 넓은 지역에서 가톨릭 연극에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얼마나 더 풍성해질지 기대됩니다.” 서울가톨릭연극협회(이하 서가연)를 이끌고 있는 최주봉(요셉·78) 회장은 수원가톨릭연극인회(가칭, 이하 수원연극인회) 창립을 준비하는 데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최 회장은 “창립까지는 아직 남았지만, 시작이 반이라 하듯 이미 절반 이상이 진행됐다고 생각한다”며 “수원연극인회의 활동을 기대하셔도 좋을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수원연극인회는 지회가 아니라 서가연과 동등한 입장에서 운영되는 단체가 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서 교구와 서울대교구, 나아가 전국의 많은 가톨릭 연극인들이 유대감을 가지고 함께하길 바랍니다.” 최 회장은 서가연의 회장이고, 수원연극인회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또 수원연극인회의 공식 설립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갈 계획이지만, “수원연극인회는 서가연의 지회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최 회장의 목표는 서가연의 확장이 아니라 한국교회의 가톨릭 연극인들이 연극으로 복음을 전하기 위해 함께하는 장을 열어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서가연 설립 초기부터 전국 어느 교구든지 가톨릭연극인단체 설립을 도우려고 준비해왔다”면서 “지난해 이용훈(마티아) 주교님을 뵙고, 교구 홍보국과 만나면서 교구에 설립할 수 있겠다는 믿음을 가지고 설립을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수원연극인회는 무엇보다 젊은이들이 함께할 수 있는 단체가 되길 희망합니다. 앞으로는 젊은이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해줘야 모든 일이 잘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최 회장은 수원연극인회를 준비하면서 특별히 청소년·청년을 위한 활동에 주목했다. 최 회장은 청소년·청년을 위한 공연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이고, 청년 연극인들이 재능을 펼치고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비쳤다. 최 회장은 “무대에 서고 싶어도 서기 어려운 젊은 연극인들이 많다”면서 “교구에서 젊은 연극인들도 함께할 수 있는 무대를 많이 만들어, 청년들이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앙을 통해 연기하면서 신앙의 신비를 많이 느꼈어요. 같은 물건이라도 더 세련되고 가치 있는 물건이 있듯이, 신앙은 내 가치를 높여줍니다. 앞으로 수원연극인회와 서가연의 연극을 통해 많은 분들도 그 가치를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수원 동수원본당, 새 성당 기공미사

수원교구 동수원본당(주임 김지웅 아우구스티노 신부)은 4월 20일 오전 10시30분 수원시 영통구 창룡대로 267 성당 신축부지에서 새 성당 기공 미사를 총대리 이성효(리노) 주교 주례로 열었다. 신축되는 성당은 대지면적 5851㎡에 성당과 교리실·사제관 건물로 건축된다. 성당은 연면적 1121.26㎡, 지하 1층에서 지상 2층 규모로 지어진다. 교리실·사제관은 지하1층에서 지상 3층 규모로, 연면적 1705.41㎡에 1층 교리실·회의실, 2층 대강당·주방, 3층 사제관·교리실이 자리한다. 본당은 2025년 12월 31일에 새 성당을 완공할 예정이다. 본당은 2000년 1월 25일 설립 이후 최근까지 약 25년 동안, 수원시 이의동 초입에 지은 임시 건물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해 왔다. 본당의 새 성당 건축을 위한 준비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1년 본당 주임으로 부임한 최성환(바오로) 신부는 당시 광교 신도시 입주로 신자 수가 늘어나자 신자의 신앙생활을 위해 성당 신축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이후 지금까지 바자회, 후원물품 판매, 각 단체별 예산 절감 등 기금 확보와 공동체 결집을 위한 음악회, 체육대회 실시 등으로 외적·내적 성당 건립을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 현재 본당은 신축 부지 내 임시 성당에서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본당은 수원시 연무동·우만동·이의동 일부를 관할하며, 현재 신자 수는 3100여 명이다.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음악으로 전한 위로

수원교구는 4월 19일 오후 8시 제2대리구 본오동성당에서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이사 49,15)를 주제로 세월호 참사 10주기 추모 음악회를 열었다. 교구 사회복음화국(국장 유승우 요셉 신부)과 교구 성음악위원회(위원장 김태완 바오로 신부) 주관으로 마련된 음악회에는 교구장 대리 문희종(요한 세례자) 주교를 비롯해 교구 사제단 및 수도자, 평신도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추모 음악회의 1부는 수원가톨릭유스우니따스와 수원가톨릭합창단이 ‘세월호’ 이후 땅에 남아있는 우리가 하늘의 별이 된 천사들에게 보내는 편지와 같은 형식으로 꾸몄다. 이들은 유가족들이 겪는 아픔을 안정과 평화로 승화시키기 위해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간주곡에 이어 드보르작의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노래’와 가브리엘 포레의 레퀴엠 중 ‘자비로운 예수’를 기도하는 분위기로 연주함으로써 영혼들을 위로했다. 2부는 수원가톨릭소년소녀합창단이 두 손에 촛불을 받쳐 들고 콘체르토 안티코가 장중한 슬픔을 자아내는 헨델의 ‘사라방드(라 폴리아)’를 연주하면서 시작됐다. 특히 수원가톨릭소년소녀합창단은 바흐의 미사곡 중 ‘하느님의 어린양’과 ‘못잊어’를 불러 10년 전 비극적인 사건으로 전 세계인의 마음을 아프게 한 세월호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기원했다. 마지막으로 출연한 수원가톨릭청년합창단은 ‘내 영혼 바람 되어’, ‘내 마음에 드는 아들’, ‘아이야’를 노래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이 주님의 품 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얻기를 기원했다. 특히 ‘아이야’ 연주 때에는 관객석 여기저기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거나 울먹이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문희종 주교는 음악회의 주제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를 떨리는 목소리로 되뇌며 “그래서 우리는 기억한다”고 차분하면서도 명료하게 말했다. 또 “10년 전 세월호 참사는 말 그대로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가장 참혹한 사건 중 하나였다”며 “특별히 당시 우리 교구 관내의 단원고 학생들을 구해주지 못해서 죄송하고 허망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 부모님들과 가족들 용기 내시라고 기도드리자”고 신자들에게 요청했다. 추모 음악회에 참석한 김정희(비비안나·제2대리구 대학동본당)씨는 “1부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의 애절함과 슬픔을 담은 노래와 연주 음악을 감상하며 내내 먹먹했다”면서 “2부에서는 세월호 희생자들이 주님 품 안에서 위로받으며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것같은 평화로운 느낌을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성기화 명예기자

보정본당, 부활 맞아 베트남 선교지에 성물 전달

제1대리구 보정본당(주임 양태영 스테파노 신부)이 부활을 맞아 각 가정에서 모은 성물을 베트남 선교지에 전달했다. 본당 사회복지위원회(위원장 김인숙 레아)는 공산화로 선교에 어려움을 겪는 베트남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사순 시기 동안 가정에서 사용하지 않지만, 깨끗한 성물을 모았다. 우리에겐 흔하고 잘 사용하지 않는 성물이 베트남 선교지에서는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나눔의 장을 기획한 것이었다. 본당 사회복지위원회는 3월 31일까지 신자들이 모은 성물을 수거해 깨끗하고 잘 깨지지 않는 성물을 위주로 선별해 예수 마리아 성심 전교 수녀회에 전달했다. 이번 전달된 성물은 약 11박스 분량이다. 본당이 전달한 성물들은 수녀들이 베트남 방문할 때 인편으로 선교지에 전달될 예정이다. 본당 사회복지위원회는 지난해에도 묵주 100개가량을 베트남 선교지에 전달한 바 있다. 본당이 설립된 2004년부터 활동해온 위원회는 12명의 위원들과 함께 앞으로도 본당 관할 안팎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예수님의 사랑으로 정서적·물질적 나눔을 실천해나갈 방침이다. 본당 주임 양태영 신부는 “공산화로 선교의 불모지가 된 베트남에 본당 신자들이 함께 성물을 모아 전달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선교에 동참하고자 마련한 이번 행사는 작은 나눔의 실천 운동이기도 하다”고 취지를 밝혔다.

2024-04-21

[교구에서 만난 한국교회사] 부엉골 : 신학교의 설립

경기 여주 강천면 부평리 581. 부엉이가 많았다고 해서 부엉골이라 불리던 이곳에는 박해 시기 조선인 사제를 양성하려던 선교사들의 열망이 가득했다. 전국 구석구석 교통이 발달한 지금도 포장되지 않은 산길을 걸어야 닿을 수 있는 외진 이곳은 지금은 그 흔적을 찾기 어렵지만, 아직 박해가 끝나지 않은 1885년 신학교가 세워진 곳이다. ■ 신학교 설립을 위한 노력 파리 외방 전교회는 조선대목구가 설정된 이래 꾸준히 조선인 성직자 양성을 첫 번째 목적으로 삼고 활동했다. 조선인 성직자를 양성해 조선인의 힘으로 교회가 유지되는 것이 파리 외방 전교회의 선교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1836년 첫 번째 선교사가 조선에 입국하자마자 성 김대건(안드레아)·가경자 최양업(토마스)·최방제(프란치스코 하비에르)를 선발해 마카오로 유학을 보냈다. 이후로도 신학생 양성을 위한 노력은 이어졌다. 페레올 주교는 1850년 병으로 사목 순방을 다니기 어려운 성 다블뤼 신부에게 신학생을 가르치도록 했다. 그리고 1854년에는 이렇게 국내에서 기초 교육을 받은 3명의 신학생을 말레이시아의 페낭 신학교로 유학을 보냈다. 유학을 통해 사제를 양성하는 것은 당시로서는 조선인 사제를 양성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지만, 여러모로 어려움이 컸다. 어린 신학생들이 유학길을 견뎌야 했을 뿐 아니라 현지 기후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병에 걸리거나 최방제의 경우처럼 목숨을 잃는 일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선교사들은 조선에서 신학생을 양성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조선에서 신학생을 양성하는 일도 쉽지는 않았다. 박해 때문이었다. 성 앵베르 주교도 성 정하상(바오로) 등을 비롯한 신학생을 국내에서 양성했지만, 1839년 기해박해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박해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신학생을 양성하려는 노력은 끊이지 않았다. ■ 성 요셉 신학교 설립 마침내 1855년 메스트르 신부는 배론에 성 요셉 신학교를 설립했다. 성 장주기(요셉)가 배론 교우촌의 3칸짜리 초가집을 봉헌해 신학교 건물로 사용했고, 1856년 입국한 푸르티에 신부가 교장으로 임명됐다. 초기 성 요셉 신학교는 열악하고 위험한 환경이었다. 박해를 피하기 위해 일부 신학생들은 다른 마을에 거주하면서 학교를 오가기도 했고, 비신자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소리 내서 글을 읽는 것도 조심해야 했다. 신학생들이 박해를 피해 안전하도록 밤낮으로 좁은 방안에서 문을 닫아걸고 공부하다 보니 면역력이 약해져 병에 걸리기 일쑤였다. 1865년 푸르티에 신부는 서한을 통해 “빈약하기 짝이 없는 이 신학교의 학생들은 거의 환자로, 이러한 병의 원인은 장소의 협소함보다는 운동과 활동의 부족에 있다”면서 “우리는 가능한 한 가장 작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나의 불쌍한 학생들은 낮이나 밤이나 문을 굳게 닫고, 병에 걸린 상태에서 공부한다”고 전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성 요셉 신학교는 점차 발전해 나가고 있었다. 1861년에는 프티니콜라 신부가 신학교 교사로 합류해 교육체계를 다져나갔다. 신학교육은 라틴어과와 신학과로 나뉘어 있었고, 신학과에서는 수사학, 철학, 신학을 가르쳤다. 신학교 교사를 맡은 두 신부는 신학생들을 교육하면서도 교리서를 번역하고, 또 라틴어-한국어-한문 사전을 편찬하기도 했다. 페낭에서 유학하던 신학생들도 1861년과 1863년에 귀국해 성 요셉 신학교로 편입하면서, 10여 명의 신학생이 이곳에서 교육을 받았다. 1864년에는 배론 교우촌을 방문한 베르뇌 주교가 신학생들에게 삭발례, 소품(小品)을 주는 성과도 있었다. 대품(大品)을 통해, 또 한 명의 조선인 성직자가 탄생하는 것도 머지않은 일처럼 보였지만, 1866년 병인박해가 일어나면서 신학교는 10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문을 닫게 된다. 당시 성 남종삼(요한)을 체포하기 위해 제천에 왔던 서울의 포졸들이 서양 선교사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성 요셉 신학교를 급습했던 것이다. 푸르티에 신부와 프티니콜라 신부는 이때 체포돼 3월 11일 서울 새남터에서 순교했다. ■ 신학교의 부활 병인박해의 피해는 컸지만, 선교사들은 여전히 조선인 사제 양성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제7대 조선대목구장 블랑 주교는 로베르 신부에게 신학교 설립을 지시했고, 마땅한 자리로 찾은 곳이 부엉골이었다. 배론의 신학교처럼 박해로 신학교가 와해되지 않기 위해 안전한 곳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후에 부엉골본당 주임을 맡았던 가밀로(Camile Bouilon) 신부는 “로베르 신부는 오직 호랑이와 부엉이들만이 살고 있는 이 험난한 산속의 마을 부엉골보다 더 나은 장소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1885년 부엉골 교우촌의 신자들이 숲에서 통나무를 베고 진흙 벽돌을 쌓아 초가집을 짓고 신학교를 세웠다. 20년 만에 다시 신학교가 세워진 것이다. 부엉골에 다시 세워진 신학교 교장을 맡은 마라발 신부는 신학교를 ‘예수 성심 신학교’라 명명했다. 페낭 신학교에서 귀국한 신학생 4명과 국내에서 입학한 신학생 3명이 예수 성심 신학교에서 수학했다. 부엉골에 자리했던 신학교는 2년 만에 용산으로 이전했다. 1886년 조불수호통상조약으로 박해가 종식되면서 더 이상 깊은 산골에 숨어있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신학교는 1945년 다시 서울 혜화동으로 자리를 옮겼고, 지금의 가톨릭대학교로 이어오기까지 수많은 한국인 사제를 탄생시키고 있다.

2024-04-21

[우리 이웃 이야기] 최양업 신부 다큐멘터리 제작 박정미 감독

“100년의 박해 동안 뿔뿔이 흩어진 신자들에게 한줄기 등불이 되어 보이지 않는 가치를 실현한 진정한 한국인 최양업 신부님의 시복시성을 기원하면서 제작했습니다.” 4월 15일 수원가톨릭대학교에서 시사회를 연 다큐멘터리 ‘한국인 최양업-사랑으로 길을 걷다’를 연출한 박정미 감독(체칠리아·67·제1대리구 동천동본당)은 “최양업 신부님의 삶과 마음가짐은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롤모델이 아닐까 한다”고 밝혔다. “최양업 신부님의 생애를 따라가면서 한국인의 ‘정’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치명으로 족적을 남기시는 분도 훌륭하지만, 1년 365일을 12년 동안 매일 신자들과 정을 나누며 살아간 최양업 신부님을 조명하고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박 감독이 이번에 제작한 다큐는 가경자 최양업(토마스) 신부의 서한을 따라서 최양업 신부의 생애와 사목을 심도 있게 파고든 작품이다. 특별히 2021년 ‘한국인 김대건’을 연출한 바 있는 박 감독은 이번 다큐에서도 최양업 신부를 통해 한국인만의 고유한 특성을 발견했다.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의 삶이 ‘열정’이었다면, 최양업 신부의 삶은 한국인의 따듯한 ‘정’(情)으로 요약될 수 있었다. 박 감독은 “최양업 신부님은 단 한 사람을 위해서 며칠을 걸어가서 영성체를 주면서도 감사하는 마음을 보이셨다”면서 “정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지만, 이 보이지 않는 가치로 관심을 가지고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너그러운 마음, 그게 예수님의 마음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박 감독에게 이번 작품은 여느 작품보다도 특별하다. 제작기간 3년이라는 시간도 그렇고, 전국 곳곳의 최양업 신부의 흔적을 찾아다닌 것도 그렇고, 수많은 신부, 수녀, 신자들을 만나며 인터뷰를 한 것도 그렇지만, 함께 다큐를 제작하다 선종한 남편 최중설(안드레아)씨의 유작인 점이 가장 그렇다. 박 감독은 “다큐를 준비하면서 남편과 최양업 신부님의 심성이 정말 많이 닮았다는 것을 느꼈고, 남편을 통해서 최양업 신부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면서 “남편의 선종으로 한동안 가라앉아 있었지만,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믿으며 이 작품을 통해서 선물을 받았다”고 전했다. “최양업 신부님은 사목에서부터 순교자 행적 번역, 한글 사용, 천주가사 등 이렇게 많은 일을 해놓고도 내세우지 않고 드러내지 않으셨어요. ‘한국교회가 박해 시기 동안 명맥을 잇게 해준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했을 때, 최양업 신부님의 업적이 신자들 가슴 속에 박혀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최양업 신부님을 통해 ‘일상의 순교가 일상의 기적을 낳는다’고 느낍니다.”

2024-04-21

수원교구 연령회연합회 1차 상장례 실무교육

교구 연령회연합회(회장 김태은 안셀모·영성지도 심재형 예로니모 신부. 이하 연령회연합회)는 4월 6일 양지 영성교육원에서 ‘1차 상장례 실무 교육’을 실시했다. 이날 교육은 주교회의 전례위원회가 편찬한 「상장예식」을 기반으로 연령회 회원들이 상장례 실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실무 중심 교육으로 진행됐다. 제1강의는 ‘장례예식 및 장례미사’에 관해 강대원 신부(즈카르야·대전교구 홍보국장, 한국천주교 연도보존회 영성지도)가, 제2강의는 ‘연령회 활동과 연도’에 관해 김태은 회장이 강의했다. 교육에는 교구 내 221개 본당 연령회 회장과 연합회 임원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강대원 신부는 출관, 장례미사, 고별식 등 장례 예식을 진행하며 혼동하기 쉬운 사항에 대해 문답 형식으로 연령회원들과 소통하며 강의를 진행했다. 강 신부는 “장례는 고인을 가족과 신자들의 공동체에서 떠나보내는 예식”이라며 “고인이 하늘나라에 들고, 남아 있는 이들에게 마지막 날에 부활하게 되리라는 희망의 위로로 복음 정신을 함양하게 하는 일을 한다”면서 장례 예식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또 “주교회의에서 발간한 「상장예식」은 모든 예식마다 예식에 앞서 각 예식의 절차 및 방법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매우 자세하게 해설하고 있다”면서 “연령회원들이 「상장예식」의 해설을 주의 깊게 읽고 이해해 연령회 활동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태은 회장은 연령회장이 취해야 할 자세와 위령기도를 어떻게 해야 할 지에 관해 설명했다. 김 회장은 “연령회장은 권위를 버리고 낮은 자세로, 예의를 갖춘 행동, 언어, 복장과 헌신적인 봉사로 임해야 한다”면서 “연령회장의 삶을 통해 선포되는 모습이 선교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또 위령기도에 관해서는 “노래로서의 위령기도가 아니라 기도로서의 위령기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재형 신부는 교육을 마치며 “우리가 하는 연령회 봉사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교회에만 있는 활동으로, 한국교회에서는 위령기도를 문화재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연령회 활동에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임해 달라”고 말했다.

2024-04-21

「더 높은 기도」 전삼용 신부 북 콘서트

제1대리구 조원동주교좌본당(주임 전삼용 요셉 신부)은 4월 10일 성당에서 「더 높은 기도」 북 콘서트를 열었다. 이날 북 콘서트는 지난 2월 출간한 전삼용 신부의 신간 「더 높은 기도」(전삼용 신부 지음/288쪽/하상출판사/1만4000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로 마련됐다. 「더 높은 기도」는 기도 방법을 단계별로 정리해 하느님의 본성인 ‘사랑’에 도달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책이다. 소리기도, 묵상기도, 관상기도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또 전통적인 영성의 단계인 정화, 조명, 일치를 어떻게 따라야하는 지를 알기 쉽게 정리했다. 북 콘서트 중에는 전 신부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 외에도 이미 책을 읽은 독자들의 소감들을 들으며 소통하는 시간도 보냈다. 또 찬미도 곁들여 함께 노래로 기도하기도 했다. 전 신부는 이날 북 콘서트를 통해 “믿음이 자라면 기도의 방법도 나아가야 하는데, 해오던 기도가 전부인 것처럼 바치는 경우가 많다”면서 “예를 들어 초등학생 때 ‘주님의 기도’를 바칠 때는 기도문을 보면서 읽었다면, 커서는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만으로도 1시간 동안 거기에 잠겨 있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묵상기도를 하다가 새로운 것을 깨달았을 때 느끼는 기쁨을 이루 말할 수 없다”면서 “무엇보다 기도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랑이신 하느님과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회에서 가르치는 기도에 관한 내용을 정리한 이 책을 많은 분들이 읽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24-04-21

‘톡 쏘는 영성 심리'에 막힌 가슴이 뻥 뚫려요

혹시 내 안에도 ‘울고 있는 어린 아이’가 있는 것은 아닐까?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 소장 홍성남(마태오) 신부가 4월 7일 교구청 2층 강당에서 열린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 심리’ 북콘서트에서 가슴이 뻥 뚫리는 ‘진짜 나’를 찾는 여정을 소개했다. 교구 홍보국(국장 이철구 요셉 신부)가 주최하고 생활성서사(대표 윤혜원 유타 수녀)가 주관한 이날 북콘서트는 홍 신부가 집필한 「내 마음이 어때서」(생활성서사)를 중심으로 영성 심리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로 펼쳐졌다. 북콘서트에는 60여 명의 신자들이 함께했다. 「내 마음이 어때서」는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이끄는 신앙과 심리 치유 에세이다. 홍 신부는 심리 상담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마음 안에 ‘울고 있는 아이’를 들여다보게 됐고, 그 ‘울고 있는 아이’를 향한 마음을 담아 이번 책을 썼다. 홍 신부는 북콘서트를 통해 “어린 시절을 돌이켜 봤을 때 떠밀려 오듯이 자랐고, 누군가 길을 알려준 사람이 없었다”면서 “어렸을 때 누군가 나에게 해주길 바랐던 이야기를 내 안에 있는 아이에게 들려주길 바라면서 쓴 책”이라고 「내 마음이 어때서」에 관해 설명했다. 특히 홍 신부는 자신이 성장하면서, 또 사제로 살아오며 겪은 위기의 시간들을 고백하면서, 이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고 스스로를 찾아 나갔는지의 체험을 솔직하게 풀어내 청중의 호응을 얻었다. 홍 신부는 북콘서트에서 단순히 자신의 경험담을 전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영성 심리의 관점에서 자신을 어떻게 찾아 나갈 수 있는지에 관해 설명했다. 아울러 북콘서트 참가자들이 던진 질문에 대해서도 영성 심리의 관점에서 답해주기도 했다. 홍 신부는 “욕망은 내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하느님께서 심어주신 기제로, 과해서는 안 되지만 적절하게 채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에게 사기를 올려주는 식품은 초콜릿”이라면서 “하루하루가 전쟁 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그게 노래방일지, 여행일지 모르겠지만, 피폐해진 순간 행복하게 해주는 나만의 초콜릿이 필요하다”며 조언했다. 북콘서트에 참석한 이지훈(바오로·71·제2대리구 광주본당)씨는 “내 안에 욕구가 많이 있었는데 그동안 너무 억눌러왔고, 그런 것들이 풀리지 않아 ‘한’이 됐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면서 “홍 신부님의 말씀에 많이 공감하면서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2024-04-14

실의에 빠진 유가족 다독이고 약자의 편에서 정의 외치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온 국민을 충격과 슬픔에 빠뜨린 이 사건으로 희생된 이들 가운데 신자들 대부분이 수원교구 관할지역 주민이었다. 수원교구는 지난 10년 동안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유가족들 곁에 함께하며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왔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세월호 곁에 함께해 온 교구의 여정을 돌아본다. ■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다 수원교구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미사를 통해 추모하고 기억하고 기도해 왔다. 교구는 2014년 4월 23일부터 2018년 4월 13일까지 4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해 미사를 봉헌했다. 교구는 아직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위한 정부의 합동분향소가 조성되기 전인 2014년 4월 23일 제2대리구 와동성당에 임시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고 매일 오후 7시30분 미사를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위해 봉헌했다. 안산 화랑유원지에 정부가 마련한 합동분향소가 설치된 이후에는 분향소 옆에 콘테이너 건물로 천주교 부스를 만들어 미사를 이어 나갔다. 다른 종교 부스들은 세월호 참사 100일경에는 모두 퇴거했지만, 교구는 2018년 합동분향소 철거로 천주교 부스를 철거하기 전까지 매일 오후 8시 미사를 봉헌했다. ‘세월호 참사 교구 임시 대책위원회’를 구성한 교구는 매달 천주교 부스의 미사 주례 사제를 정해 미사가 끊이지 않도록 운영해 왔다. 또한 해마다 참사 당일에는 교구 차원의 세월호 참사 합동 추모미사를 거행했다. 교구는 세월호 참사 1주기 안산 화랑유원지 야외음악당에서 거행한 미사를 시작으로, 해마다 세월호 참사일 교구 차원의 미사를 봉헌했다. 또 참사일에 앞서 9일 동안은 모든 교구민들이 9일 기도를 바치며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도록 독려했다. 교구는 10주기는 맞는 올해도 9일 기도와 더불어 4월 12일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이용훈 주교 주례로 추모미사를 마련했다. ■ 유가족 곁에 함께하다 교구는 특별히 유가족 곁에 함께하고자 노력해왔다. 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팽목항과 진도체육관, 그리고 희생자가 가장 많았던 와동본당을 방문하고, 세월호 유가족 대표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총대리 이성효(리노) 주교 역시 세월호 참사 후 첫 주님 부활 대축일인 2014년 4월 20일 진도 실내체육관을 찾아 유가족을 위해 미사를 주례하고, 유가족들을 만나고 위로했다. 교구장대리 문희종(요한 세례자) 주교도 2015년 9월 10일 주교품을 받고 11일 오후 8시 주교로서 신자들을 만나는 첫 일정으로 세월호 합동분향소 천주교 부스 미사를 주례하고 유가족을 만났다. 문 주교는 참사 당시 교구 복음화국장으로 세월호 참사에 관한 교구의 활동을 주관한 바 있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해서도 유가족들과 함께 목소리를 냈다. 참사 당시 주교회의 정의평회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이용훈 주교는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 파행과 특별법 제정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세월호 참사에 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고, 교구 정의평화위원회도 4월 28일 성명을 발표한 이래 수차례에 걸쳐 정부에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해 왔다. 교구 사제단도 세월호 참사 1~3주기 등 참사일에 맞춰 한목소리로 사제단 공동성명을 발표해 세월호 참사 원인을 규명하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 것을 요구했다. 교구는 정의평화위원회 등을 통해 사회·정책적인 목소리를 내는 한편 유가족들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서도 노력했다. 교구는 2014년 12월 20일 생명센터를 개소, 미술활동이나 봉사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유가족들이 마음을 회복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왔다. 무엇보다 미사 때마다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모든 이들과 그 가족과 친구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고 있다. ■ 추모공간으로 기억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고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져 가자 교구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다. 수원가톨릭대학교는 2017년 4월 25일 팽목항에 있던 세월호 십자가를 교정에 이전, 설치했다. 이 십자가는 2015년 8월 3일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우리나라가 안전하고 평화로운 나라, 진실과 정의의 나라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진도 팽목항에 설치됐던 십자가다. 세월호 인양 후 팽목항 정비 작업으로 십자가를 철거하게 되자 수원가대가 받아들인 것이다. 또 2018년에는 안산대리구와 수원가대가 함께 합동분향소 철거로 갈 곳을 잃은 임마누엘경당을 수원가대 교정으로 옮겼다. 임마누엘경당은 예비신학생이었던 세월호 희생자 고(故) 박성호(임마누엘)군의 꿈을 대신 이뤄주고자 시민들이 힘을 모아 만든 목조 건물이다. 수원가대는 10주기를 맞아 낡은 경당을 대대적으로 보수해 경당이 더 오랜 보존될 수 있도록 했다. 수원가대는 신학생들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나아가 고통 받는 이들 곁에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 임마누엘경당과 세월호 십자가를 교정에 두고 추모공간을 조성했다. 추모공간은 신학교의 특성상 늘 개방되지는 않지만 사전에 수원가대에 문의하면 누구나 방문할 수 있다.

2024-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