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사목

노동사목, 변화 환경 발맞춘 사목적 접근 필요

민경화
입력일 2024-04-22 수정일 2024-04-28 발행일 2024-04-28 제 3390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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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구조 변화·기술 발전 등으로 전통적인 노동자 개념 변화·확장
제도권 보호 받지 못하는 소외 노동자 찾아 동반해야

가톨릭교회 노동사목은 1891년 발표된 레오 13세 교황의 회칙 「새로운 사태」로 시작됐다. 산업혁명으로 자본주의가 자리 잡으면서 노동자들에 대한 기업인의 착취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기 때문이다. 레오 13세 교황은 회칙을 통해 가난하고 약한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분배정의를 실천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한국교회의 노동자에 대한 관심도 산업화와 연결된다. 수출주도형 경제개발에 따른 저임금 정책과 외국인 투자 기업을 위한 특례법 제정 등으로 노동자가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자 한국 주교단은 「우리의 사회 신조」(1967)를 발표하고 노동문제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밝혔다.

이후 교회가 노동사목이라는 명칭으로 전담사제를 두고 노동자와 동행을 시작한 것은 1984년이다. 당시 교회가 만난 노동자는 경제적 빈곤에 놓인 육체노동자였다. 그들의 복음화를 위해 힘쓰고, 노동 현실을 분석하고 올바른 노동관을 교육하며 40년을 보낸 사이 한국의 노동시장은 급격하게 변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의 산업별 취업자를 살펴보면, 1985년 선두에 있었던 농림어업과 광공업은 17년이 지난 2002년 도소매음식숙박업과 개인·사업·공공서비스업에 자리를 내줬다. 1989년 이후 광공업 취업자 비중이 줄어드는 탈산업화가 진행됐고,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기업이 유연한 조직을 추구함에 따라 임시일용직 고용 비중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이는 심각한 고용불안 문제를 야기했다.

기술 발전으로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도 등장했다.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플랫폼 종사자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크게 증가해, 2022년에 약 292만 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1990년대 이후 유입된 이주노동자, 고령화로 인한 60세 이상 노인 노동자 증가도 한국 노동시장의 현주소다.

이는 생산직에 국한했던 노동자의 개념을 확장시켜 40년 전과 다른 사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시장이 변하면서 제도적으로 보호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교구 노동사목위원회가 지난해 6월 마련한 이동노동자 쉼터는 이 시대 소외된 노동자와 함께 걷고자 하는 교회의 관심과 노력을 보여준다.

쉼터 개소 당시 노동사목위원장이었던 양성일 신부(시메온·인천 마니산본당 주임)는 “코로나 시기에 늘어난 이동노동자들을 위해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 쉼터를 기획하게 됐다”며 “어떤 노동 형태든지 인간의 존엄함을 해치는 환경이라면 교회는 이를 개선할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의 초기 노동자에 대한 관심이 육체노동의 존엄성에서 비롯됐다면 훗날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인간 노동의 가치를 결정하는 근본은 우선적으로 노동의 종류가 어떤 것이냐에 있지 않고 노동을 하는 사람이 하나의 인격체라는 사실에 있다”(「노동하는 인간」 6항)며 보다 폭넓은 의미로 해석했다.

이는 교회가 사목해야 할 대상이 생산활동을 하는 사회 구성원 전체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40년 넘게 노동자와 함께하고 있는 서울대교구 주수욱(베드로) 신부는 “노동사목이 결코 특수 사목의 한 형태가 아니라 보편적 사목이라는 교회 구성원들의 인식 전환과 함께 교회의 노동관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며 “교회는 지금의 현실을 똑바로 보고 소외된 노동자들과 복음적 가치를 나누며 사도적 공동체를 넓히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