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데스크칼럼] '식물 인간' 정부 / 이주연

이주연(인천지사장)
입력일 2001-05-06 수정일 2001-05-06 발행일 2001-05-06 제 2248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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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6일 치러진 「4·6 재보궐 선거」결과가 민주당의 참패로 결론지어지면서 여권 정치인들이 등돌린 민심의 모습을 심각하게 체험, 몸낮추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특히 대선을 겨냥하고 있는 인사들이 「대권타령」에만 빠져있다는 정치권 내외 비판을 의식해 대선 행보를 멈추고 잠시 조신한 모습으로 때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패인 분석대로 현재 정부는 의약분업에 따른 적절한 조치가 없었고 공교육 문제로 걱정시켰고 대우차 노조 과잉진압 등으로 국민과 고통분담을 하기 위한 신뢰를 상실하고 있다.

「좋아질 것」이라는 대 국민 전망도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처럼 이젠 국민들에게 더 이상 동의를 얻어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의식이 회복돼 깨어나기 만을 기다리는 식물인간처럼 회복불능 상태의 정부라는 지겨움과 안타까움이 있을 뿐이다.

일자리를 얻기위해 거리를 떠도는 젊은이만도 100만명이 넘는 사회, IMF를 거치며 잘살고 못사는 이들간의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이 더욱 확고하게 굳어져 가고 있는 사회, 정리해고로 노동자들이 노동할 권리마저 잃은 채 공장밖으로 내몰리는 사회, 내 아이를 안심하고 학교에 맡길 수 없어 이민을 결심하게 만드는 사회에서 국민들의 희망찾기는 정말 희망사항이 되고 있고 정치적 무관심과 냉소는 커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외국 금융연구소들에 의해 경제위기가 다시금 찾아올 수 있다는 위험성을 경고받고 있다. 정치적 불안과 경제 위기와의 관계성 때문이다.

연구소들은 「경제위기를 경험한 국가들의 가장 큰 공통점이 정권교체기를 앞둔 상황에서의 정치적 불안과 혼란이었다」면서 최근 경제 위기를 경험한 브라질 멕시코는 모두 대선을 1년 1년반 앞둔 시점에서 위기의 시작을 안고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정치적 불안이 경제위기로 직접 이어질 수 있는 이유는 글로벌 경제체제 하에서 국가 자본이 일시에 빠질 위험성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대외적 여건은 97년 IMF가 오기전 상황보다 더 안좋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경제가 언제 어느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을 지 가늠하기 어렵고 일본 경제 역시 위기에 노출돼 있고 유럽도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 안에서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자본이동은 더욱 큰 규모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같은 경제적 외풍이 염려되는 상황임에도 또한 여러 국가적 현안이 산적해 있음에도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를 의식한 정치논리의 전횡이 우려되고 있다. 조금 있으면 고정 레퍼토리처럼 「새천년 새정치」「거듭나는 정치」「국민과 함께 하는 정치」등의 입바른 구호 슬로건이 난무하게 될 것 임이 불을 보듯 훤하다.

현 대통령을 비롯 야당 총재까지 가톨릭 정치인들은 「정치공동체는 공동선을 위해 존재한다」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사목헌장 문헌 (74항)이나 사회교리의 정치 경제 이론들을 얼마나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인지. 그야말로 도탄에 빠져있는 국민들의 민생 현안 문제들을 외면한채 대권싸움만 벌이고 있는 모습으로 신자 정치인임을 내세우며 신자들의 지지와 형제애를 호소하기가 민망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김수환 추기경의 당부처럼 국민의 신뢰는 정치인들이 마음을 비우고 국민을 봉사할 때 생겨날 수 있을 것이다. 그 일을 솔선하는데 대통령 이하 신자 정치인들이 한몫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이주연(인천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