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그라피티 뒤에 감춰진 오염수…'반인권·반생태' 그늘 짙었다

주한 미군 반환부지를 정비해 시민에게 공개한 서울 용산어린이정원. 6만6000㎡, 약 2만 평에 달하는 용산어린이정원은 서울 도심에서 푸르른 신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줄곧 ‘아이와 가볼 만한 곳’으로 추천되고 있다. 개방 1년 만에 21만 명이 다녀간 용산어린이정원이 다크투어, 즉 재난이나 역사적 비극이 일어난 장소를 찾아가는 투어의 대상이 됐다.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어놀며 동심을 키워갈 정원이 비극적인 장소로 지목된 이유가 무엇일까? 녹색연합의 용산다크투어에 동행했다. ■ 미군의 유류 유출, 용산에 괴물을 키우다 한강과 접해있어 선박을 통한 물류 운송이 용이했던 용산은 조선시대부터 물류 교역의 중심지였고, 이런 장점 때문에 조선군의 병참기지가 있었다. 이후 일본이 청일전쟁, 러일전쟁에서 승리하면서 일본군을 한반도에 진주시키기도 했는데 이 중 20사단이 용산에 주둔했다. 1945년 일본이 패망하면서 용산기지는 미군에게 돌아갔다. 1949년 병력을 철수했던 미군은 6·25전쟁이 끝난 후인 1953년 8월 15일 용산에 주둔했고 이후 60년간 용산에 머물렀다. ‘서울 속의 작은 미국’이라 불리며 반세기 넘게 금단의 구역이었던 용산 미군기지. 그 안에서 벌어졌던 잔혹한 일들은 그들이 용산을 떠난 뒤 시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며 보이지 않는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녹색연합 등 시민단체가 2017년 미국의 정보자유법(FOIA)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30년간 용산 미군기지 내에서 발생한 유류 유출 사고는 84건이다. 2001년에는 녹사평역 지하철 공사 중 지하수 유류 오염이 됐는데, 당시 미군은 휘발유 성분 유출은 인정했으나 등유 성분 유출은 인정하지 않았다. 2006년 녹사평역 지하수를 조사하자 5개 조사 지점에서 기준치의 수백 배가 넘는 1급 발암물질 벤젠이 발견됐고, 여전히 기지 바깥으로 기름이 새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의 군수품 공급지 역할을 했던 한강로 1가 1-1번지 캠프킴 자리에서도 2006년 다량의 유류가 퍼져있는 것을 한국전력 직원이 발견했다. 기름의 종류가 미군에서 사용하는 JP-8 항공유로 확인됐으나 미군은 공동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정부는 기름이 유출된 상태의 땅을 반환받았고 땅값만 4조 원으로 알려진 금싸라기 땅에는 ‘사람이 살’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용산어린이정원은 캠프킴에서 700m가량 떨어져 있다. 2000년 미군의 독극물 방류 사건도 화제가 됐다. 미 군무원이 시체방부처리용 포드말린 용액 470병을 영안실 싱크대에 쏟아부어 독성물질이 한강으로 흘러든 이 사건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의 모티브가 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3년 6월 기준 녹사평역, 캠프킴 주변 등 기름 유출로 오염이 확인된 대지의 면적은 최소 1만2235㎡(약 3700평)에 달하고, 오염을 정화하는데 58억 원가량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 오염된 공간으로 초대받는 어린이 용산다크투어는 녹사평역에서 출발해 용산기지 담벼락길, 캠프킴, 용산어린이정원으로 이어졌다. 녹사평역 3번 출구를 나와 몇 걸음 걷자, 발아래로 이어진 집수정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염된 지하수를 관리하고자 녹사평역 인근에는 40여 개의 집수정이 있다는 게 투어 가이드인 녹색연합 박상욱 활동가의 설명이다. 곧이어 도착한 이태원광장에는 스케이트보드를 즐기는 청년들이 모여 있었다. 청년들 뒤로 보이는 그라피티가 그려진 철제 구조물은 젊음을 상징하는 이태원과 잘 어울리는 듯 보였다. 구조물 앞에 멈춰 선 가이드는 “미군기지에서 흘러나온 오염수를 모아둔 곳”이라며 “도시경관사업의 일환으로 몇 년 전 구조물에 그라피티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구조물 뒤로 넘어가자 그라피티에 가려져 있었던 더러운 집수정의 원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인체에 위험한 물질이 보관돼 있는 집수정은 화려한 그라피티에 가려져 바닥에 적힌 접근금지 표시를 발견할 수 없게 만들었다. 투어 참가자들은 “이렇게 기름 냄새가 진동하는데 겉모습만 바꾼다고 오염 문제를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건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삼각지역 인근 캠프킴 주변은 고층빌딩이 빼곡했다. 한눈에 봐도 금싸라기 땅임을 알 수 있는 현장을 바라보며 가이드는 “2006년 기름유출 사고 이후 여전히 캠프킴 지하수 주변으로 다이옥신과 비산 등 1급 발암물질이 검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84번의 유류 유출 사고가 있었던 용산 미군기지 땅에는 사람이 안전하게 머물 곳이 없어 보였다. 그 땅에 조성된 용산어린이정원이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은 당연했다. 한국환경공단의 ‘(용산 미군기지)사우스포스트 환경조사 보고서’(2022)에 따르면 전체면적의 66.1%인 10만8920㎡에서 석유계총탄화수소(TPH)는 기준치 500㎎/㎏ 대비 36배, 비소는 9.4배, 납은 5.2배 등 여러 항목에서 기준치를 초과했다. 석유계총탄화수소에는 암 유발물질인 폴리아로메틱 하이드로카본 등의 물질이 들어있다. 환경단체들이 용산어린이정원 개방을 우려하자 2022년 5월 정부는 “임시 개방에 따른 노출시간, 노출량 등을 고려할 때 인체에 위해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어린이는 행동, 식습관, 대사 및 생리적 특성으로 인해 일부 환경오염 물질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다”며 정원 개방을 반대했다. 하지만 용산어린이정원은 2023년 5월 4일 임시 개방됐다. 토양환경보전법, 국토계획법 등에서 도시공원 또는 어떠한 토지이용시설의 임시 개방에 관한 정의나 절차, 요건에 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용산어린이정원 ‘임시 개방’ 이면에는 시민들의 목숨값이 담보되고 있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도록 아름답게 꾸며놓은 정원에서 투어 참가자들은 웃고 즐길 수 없었다. 참가자 채경미씨는 “시민들을 위한 공간에 이렇게 위험 요소가 많은데 덮고 가리는 데만 급급한 정부의 모습을 체험하게 돼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며 “아이에게 좋은 것을 보여 주기 위해 온 정원이 아이를 위험에 빠뜨리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성씨도 “입장하면서부터 정원 관계자가 감시하고 따라붙는 상황을 겪으면서 국가의 감시와 통제를 피부로 느낀 시간이었다”며 “반인권적이며 반생태적인 이곳이 과연 국민들을 위한 장소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2024-05-19

패배자만 존재하는 전쟁, 멈추지 않으면 생명·환경 모두 잃어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키는 원인에는 여러 요인이 지목된다. 쉽게 소비하고 버리는 개인 삶의 변화도 필요하지만, 전쟁이 없는 평화를 지키는 일도 지구온난화를 막는 방법이다. 군사 활동이 막대한 탄소를 배출할 뿐 아니라 기후위기 대처에 필요한 자원의 낭비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공동의 집 지구를 위해 평화를 생각해 봐야 할 때다. 전쟁과 지구온난화 전쟁은 환경파괴의 원흉으로 지목된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2022년 발표한 전쟁으로 인한 환경영향 발표에 따르면, 화학산업이나 오염물질을 다루는 시설이 밀집한 공업도시에서 군사작전이 이뤄지며 주변 지역의 수질과 토양, 대기 오염 피해가 심각하다. 경작지의 40%, 토지 3분의 1이 농업에 사용될 수 없거나 잠재적 위험 상태라고 발표했다. 게다가 전쟁으로 생태계 관리가 어려워지자 희귀 동물에 대한 밀렵, 불법 벌목이 늘어났다. 또 유럽의 녹색 심장이라 불렸던 우크라이나의 삼림보호구역은 군사기지나 난민들의 피난처로 사용되면서 생태계 파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같은 해 11월 우크라이나 환경부 등이 군사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계한 결과, 전쟁 7개월 동안 배출된 온실가스는 약 1억 톤CO²eq(이산화탄소 환산량)에 달했다. 이는 네덜란드와 같은 국가가 같은 기간 동안 배출한 온실가스와 유사한 수준이다. 2022년 ‘국제적 책임을 위한 과학자들’(Scientists for Global Responsibility)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군사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27억5000만 톤CO²eq로 전 세계 배출량의 5.5%를 차지한다. 이는 민간 분야의 항공(1.9%), 해운(1.7%), 철도(0.4%), 파이프라인(0.3%)을 합한 것보다 많다. 이처럼 군사 활동 과정에서 탄소배출이 많이 나오는 이유는 군용기, 함정, 전투차량 등 주요 무기와 장비가 대부분 다량의 화석 연료로 기동되고 연비도 매우 떨어지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연비는 30mpg(휘발유 1갤런 당 운행할 수 있는 마일) 정도인데 반해 전투용 지프차는 자동차의 5분의 1 수준인 6mpg, F-35 전투기는 50분의 1인 0.6mpg, B-2 전략폭격기는 100분의 1인 0.3mpg에 불과하다. 다량의 연료 소비와 낮은 연비는 탄소배출로 연결된다. 1회 작전 임무 수행시, 전투용 지프차는 260kgCO²eq, F-35는 2만7800kgCO2e, B-2는 25만1400kgCO2e를 배출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폭등하는 군사비는 기후위기 대처에 필요한 자원의 낭비를 야기한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2023년에 전 세계가 지출한 군사비는 전년 대비 6.8% 증가한 2조4430억 달러(약 3373조 원)로 역대 최대 규모다. 이는 2009년 이후 가장 가파른 증가로,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및 중동 지역에서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국의 2023년 군사비 지출은 전 세계 11위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군사비는 2.8%로, 우크라이나,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미국에 이어 5번째로 높다. 이에 따라 제27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에서 군사 활동이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을 국제규범 안에서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군사 활동이 노출될 것을 우려해 기밀로 처리해야 한다는 반대에 부딪혀 국제적 배출량 보고를 의무화하지 않고 있다. 군비경쟁의 악순환을 우려하며 2021년 12월 세계 각국의 노벨상 수상자 50여 명은 전 세계를 상대로 향후 5년간 군비를 2%씩 감축할 것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다른 나라들이 군비를 늘리면 옆에 있는 나라도 군비를 늘리는 군비경쟁의 악순환이 이어진다”며 “군비 감축액의 절반을 유엔에 보내 전염병 대유행과 기후변화, 빈곤 문제 해결에 쓰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군비 지출, 이산화탄소 배출량 높은 한국 세계 군비경쟁에서 호황을 누리고 있는 나라 중 하나가 한국이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방위산업 수출 수주액이 2020년까지 연평균 30억 달러를 유지하다가 2021년 72.5억 달러로 증가했고, 2022년에는 역대 최고 수준인 170억 달러를 달성했다. 방위사업청은 “방산 수출의 성과는 방위산업을 미래 경쟁력 성장을 촉진할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윤석열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바탕이 되었다고 발표했다. 한국의 2020년 군사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388만 톤CO²eq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의 공공부문 전체 배출량 370만 톤CO²eq 보다 많은 양이다. 우리나라는 군비 지출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세계 10위를 기록하고 있다. 저먼워치와 기후연구단체인 뉴클라이밋 연구소가 발표한 ‘2022 기후변화대응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63개국의 기후변화 대응 능력을 평가한 이 지수에서 최하위권인 60위를 기록했다. 우리보다 못하는 국가는 카자흐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이다. 상황이 이러하자 시민사회단체들은 군비 지출을 줄이고 생명과 일상을 위협하는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 재원을 사용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멸종반란가톨릭 등이 포함된 시민사회단체는 4월 22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2024 세계군축행동의 날 기자회견을 열고 “'1분에 64억 원, 1초에 1억 원’이 군비로 사라지고 있다”며 “우리가 가진 예산과 자원 사용의 우선순위를 ‘군사 안보’가 아닌 ‘인간 안보’, 전쟁과 파괴가 아닌 모든 생명의 공존을 위해 재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2024-05-05

뜨거워진 한반도, 서울에서도 감귤이 자란다

‘나주 배, 대구 사과, 제주 감귤.’ 지역 특산물로 오랫동안 즐겨먹던 과일들이 사라지고 있다. 아울러 한반도에서 볼 수 없었던 올리브, 망고와 같은 아열대 작물재배는 점차 확산되고 있다. 온난화로 뜨거워진 지구가 한반도의 과일 지도를 바꿔놓은 것이다. 기온과 먹을거리의 변화는 곧 우리 삶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다가올 변화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 과일 재배지 북상 중 지구온난화로 인해 우리나라 주요 과일 재배지가 북상하고 있다. 기온과 재배지가 달라지면서 과일의 맛도 달라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전남 지역의 배 재배지는 2020년 1734㏊로, 2010년(3297㏊)보다 47.4%나 줄었다. 줄어든 배 밭은 경기도까지 북상, 안성에서만 20%가량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도 특산물인 감귤도 내륙을 넘어 수도권까지 올라왔다. 같은 기간 제주도의 노지 감귤 재배 면적은 소폭 감소했고 전남의 노지 감귤 재배지는 3배로 늘었다. 나아가 경기 지역을 넘어 서울에서도 노지 감귤 농사가 시작됐다. 통계청의 기후변화에 따른 주요 농산물 주산지 이동현황을 보면, 사과의 재배지가 경북에서 정선·영월·양구 등 강원 산간 지역으로 확대됐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경북 지역의 사과 재배지는 16.7% 감소한 반면 강원도의 사과 재배지는 164.3%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복숭아 역시 충북과 강원 지역 재배가 늘어났으며, 포도 주산지는 경북 김천에서 충북 영동과 강원 영월로 올라오고 있다. 반면 아열대 작물 재배는 남쪽에서부터 증가하고 있다. 2001년 제주에서 첫 재배를 시작한 망고는 이제 ‘제주 망고’라는 이름을 달고 식탁 위에 오르고 있다. ‘지중해 특산물’로 잘 알려진 올리브 역시 2016년 시험 재배를 시작해 2020년 기준 제주와 전남, 경남 등에서 총 20.86.ha 규모로 재배되고 있다. 올리브 나무는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면 자랄 수 없지만, 지구온난화 영향 등으로 제주의 겨울철 평년 기온이 높아지면서 별도의 난방 시설 없이도 바깥에서 재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2090년 맛있는 사과 사라져 농촌진흥청은 연평균 기온이 1℃ 오를 때 농작물 재배 가능 지역은 81km 북상하고, 해발고도는 154m 상승한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여름철(6~8월) 평균 기온은 2022년 24.5℃로 2002년(22.9℃)보다 1.6℃ 높아졌다. 지난 20년간 농작물 적정 재배지의 위도는 129.6km 북상하고, 해발고도는 246.4m 높아진 셈이다. 게다가 사과의 경우 기온과 이산화탄소 농도가 상승하면 정상 기후 때보다 크기도 작고 당도도 떨어진다. 붉은색을 내는 안토시안 함량도 낮아져 품질도 떨어진다. 2022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반영한 6대 과일 재배지 변동을 예측한 결과, 사과는 2070년대에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되며 배와 복숭아는 2090년대에 이르러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지금과 같은 맛을 내는 고품질 사과와 배는 2090년대에는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2090년대에는 복숭아도 전 국토의 5.2%만 기후적으로 재배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2024-04-21

「찬미받으소서」 배우고 실천해요

자연을 지배 대상으로 여긴 인간의 탐욕으로 파괴된 지구. 그로 인해 발생한 기후위기는 인간의 삶을 똑같이 파괴해 나갔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반포했다. 교황은 지구가 누구의 소유가 아닌 ‘공동의 집’임을 밝히며 피조물을 바라보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지구 생태계를 살리는데 특별히 노력을 기울이고자 2020년 시작된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그 반환점을 돈 2024년, 한국교회의 「찬미받으소서」 실천 노력을 살펴본다. ■ 「찬미받으소서」 배우기 교회 최초의 생태회칙이 반포되자 교구와 본당 곳곳에서 「찬미받으소서」를 공부하려는 노력이 이어졌다. 코로나19로 대면 강의가 주춤했지만 곧 일상을 회복한 신자들은 「찬미받으소서」 강독 모임, 생태 피정, 생태영성학교 등을 통해 환경문제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사명을 배우기 시작했다. 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양기석 스테파노 신부)는 3월 한달간 4회에 걸쳐 생태영성학교를 운영했다. 「찬미받으소서」 후속 문헌으로 발표된 「하느님을 찬미하여라」의 각 항에 담긴 의미를 배우고, 후쿠시마 핵 오염수 문제, 기후 정의, 그리스도인의 사명 등을 함께 공부했다.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오충윤 야고보, 담당 김태정 베드로 신부)도 3월 4일부터 5월 27일까지 ‘2024년 제6기 틀낭학교(생태영성학교)’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교구 선교사목위원회 위원장 김태정(베드로) 신부의 ‘「찬미받으소서」 핵심내용 요약 및 전달’ 강의를 시작으로 제주의 환경 문제, 기후변화의 위험성 등을 강의를 통해 공유했다.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는 올해 처음 찾아가는 생태영성학교를 열었다. 보다 많은 신자들이 「찬미받으소서」의 가르침을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구파발성당과 명일동성당에서 생태영성학교를 진행한다. 4월 2일부터 5월 7일까지 구파발성당에서 매주 화요일 오후 7시30분에 열리는 생태영성학교에서는 통합생태론, 창조의 복음, 생태교육과 영성 등을 강의한다. 같은 기간 동안 명동 가톨릭회관 1층 강당에서 화요일 오후 2시에 같은 주제로 강의가 진행된다. 이재돈 신부는 “예전에는 지구환경이 변하지 않으니 배울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지만 새롭게 맞닥뜨린 위기의 상황에 대해 우리는 배울 필요가 있다"며 “변한 시대에 따라 신앙이 강조하는 내용이 바뀐 만큼 하느님과 가까워지기 위해 「찬미받으소서」를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 「찬미받으소서」 실천하기 회칙 공부와 함께 중요한 것은 일상 속 실천이다. 주임 신부의 열정적인 환경 강의를 듣고 12개의 하늘땅물벗이 만들어진 인천 영종본당(주임 정성일 요한 세례자 신부)은 쓰레기 줍기, 삼베 수세미 만들기, 망가진 우산 천으로 앞치마 만들기 등 다채로운 환경보호 실천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신사동본당(주임 오인섭 토마스 신부)도 환경사목 실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환경 사목에 관심이 있던 오인섭 신부는 2022년 2월 신사동본당 주임으로 부임한 뒤 환경친화적 본당 만들기에 힘썼다. 지난 2월 ‘찬미받으소서와 함께하는 생태영성’을 주제로 사순 특강을 진행한 뒤, 그리스도인이 생태적 회심을 해야 하는 이유를 신자들과 공유했다. 이후 성당에 설치한 카페 로사리오를 친환경 공간으로 꾸며 일회용컵을 쓰지 않고, 원두에서 나오는 커피 찌꺼기 재활용 방법을 공유하고 필요한 신자들에게 나눔을 진행했다. 올해는 특별한 부활 선물도 제작했다. 재활용이 가능한 뜨개질 바구니로 달걀을 포장한 것이다. 또한 달걀에 멸종 위기 동물의 그림을 그려 넣어 기후위기에 대해 생각하며 부활 시기를 보낼 수 있도록 했다. 본당 생태환경분과에서는 매월 친환경 캠페인을 추진, 신자들이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가르침을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오인섭 신부는 “환경 사목을 통해 남녀노소 함께 참여하는 협업 사례들을 발굴해 자원 순환체계를 구축하고 교황님의 뜻에 따라 생태적 회개를 통해서 자연과 친교를 이루고 이를 통해서 하느님 안에서 새로워지는 것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본당 안에서 진정성 있는 친환경 활동들을 확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24-04-07

7개 정당, 원전 신설과 노후 원전 수명 연장 반대

더불어민주당과 녹색정의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노동당, 녹색당, 새진보연합 등 7개 정당이 신규 핵발전소 추가건설 금지법 제정,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 금지법 제정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종교환경회의와 탈핵시민행동, 핵발전소지역대책위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10개 정당에 탈핵 관련 정책제안서를 보낸 결과, 7개 정당이 이같이 답했고 국민의힘·새로운미래·개혁신당은 회신하지 않았다. 정책제안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노후 핵발전소 폐쇄 정책과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위한 정책 제안에 7개 정당 모두 동의했다. 다만 일본을 국제해양재판소에 회부하자는 하위항목에 대해 조국혁신당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과 기본계획 폐기에 대해서 더불어민주당은 ‘반대’, 조국혁신당은 ‘논의 필요’, 나머지 5개 정당은 ‘찬성한다’고 답했다. 핵발전 규제 강화 정책에 대해서 7개 정당 대부분 동의했으나, ‘지역의 재가동 동의권 부여 법제화’에 대해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정책제안서를 보낸 종교·시민단체들은 “여당인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가 ‘원전 진흥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대다수의 정당 및 국민들의 입장과 배치된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국회와 정치권은 총선 이후 이 문제를 국회와 정치의 공간에서 특별하게 논의하고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4-04-07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기후 총선’으로 현명한 선택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는 우리 사회 약자들이 모두 모여 있다. 사회적 참사로 자식을 잃은 억울함을 풀 수 있는 열쇠가, 망가져 가는 환경을 살려낼 수 있는 돌파구가 국회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을 결정하는 국회의원들에게 몇몇의 작은 목소리는 울림을 전하지 못했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 훼손된 자연의 울부짖음은 국회의원이라는 직함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늘도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소외된 자들은 자신의 말을 들어달라며 피켓을 들고 국회의사당 앞에 서 있다. 아프다고 말을 하지 못하는 자연을 대신해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온 그리스도인들. 하느님이 창조한 지구를 지켜야 하는 사명에는 개인의 실천과 함께 그에 걸맞은 정치인을 선택하는 일도 포함된다.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 왜 ‘기후 총선’인가? 2022년 9월 탈석탄법 제정 청원이 국민 5만 명의 동의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회부됐지만 청원 10개월이 지나도록 입법 발의가 시작되지 못했다. 300명의 국회의원 중, 불과 10명도 동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는 시민사회와 함께 탈석탄법 제정을 지속적으로 촉구했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박현동 블라시오 아빠스)는 환경의 날 담화를 통해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탈석탄법을 제정하여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와 노후 발전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탈석탄법 제정 청원 참여를 독려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8월 17일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더불어민주당 의원 11명의 참여로 탈석탄법이 공동발의 됐지만 결국 제정되지 못하고 다음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국민 5만 명의 목소리를 들어준 국회의원이 11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탈석탄법 발의에 참여한 정의당은 현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방향에 따라가는 여당의 반대, 환경문제를 경제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국회의원들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운 점이 법 제정의 걸림돌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핵진흥 정책에 따라 노후핵발전소 수명 연장,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21대 국회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고준위 특별법) 제정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사용후 핵연료를 처리하지 못하게 되면 국내 핵발전소 절반 이상 가동이 중지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핵발전소 지역 시민단체는 ‘원전 부지 내 폐기물 저장시설 설치’라는 조항이 지역 주민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독소조항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가톨릭기후행동이 포함된 종교환경회의도 기자회견을 통해 “핵발전소 인근 주민의 안전과 생명이 무시되고 핵발전 확대 도구로 전락시키는 법안”이라며 폐지를 요구했다. 아울러 “고준위핵폐기물 처분을 논하기 위해서는 먼저 핵폐기물을 계속 발생시키는 노후핵발전소 수명 연장을 취소하고 신규핵발전소 건설 추진을 중단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지금 남아있는 것조차 잃어버릴 수 있기에 정치인의 결정은 신중해야 한다. 그리스도인이 자연을 보호하고 인간의 안전을 고려한 정치를 할 수 있는 정치인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한 선택 탈핵시민행동은 3월 14일 총선 토론회 ‘기후위기대응, 핵진흥으로 가능한가’를 개최, 현 정부의 핵진흥 정책이 기후위기 대응에 갖는 의미를 살펴보고 총선을 통해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으로 향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1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11기의 핵발전소 폐쇄 계획을 삭제하고 신한울 3·4호기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30년 우리나라 핵발전 비중은 23.9%에서 32.4%로 증가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30.2%에서 21.6%로 대폭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정책위원은 “정부는 핵발전을 통한 탄소중립 실현을 외치고 있으나 현실 계획에서는 대폭적인 탈석탄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고 좌초자산이 될 것이 분명한 LNG 발전량이 증가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회가 있었던 14일 기준, 각 당의 총선 공약에서 국민의 힘을 제외하고는 핵발전에 대한 언급이 부재했다. 국민의 힘은 “원전·재생 에너지를 균형적으로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이 정책위원은 “대통령이 ‘원전이 곧 민생’이라고 입장을 강력히 밝힌 상황에서 핵발전에 대한 무대응은 하나의 전략이라기보다는 사실상 동의에 가까운 모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22대 국회에서는 철저히 밀실 위주로 진행된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한 논의 전면 재검토, 지역 주민의 알 권리가 빠진 핵발전소 수명연장법 제도 개선, 고준위핵폐기물 문제 해결을 위해 핵발전소 가동 기간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각 정당별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 유일하게 참여한 녹색정의당 조천호 비례대표는 탈핵문제를 정책적 결과로 만들수 있는 방안을 묻는 질문에 “선거에서 기후의제는 큰 관심을 두는 주제가 아니기에 시민의 연대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연대를 통해 탈핵문제를 고민하고, 이 과정을 통해 합의된 내용을 꾸준히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2024-03-24

대구 주교좌계산본당, 연도실 다회용품 도입 효과 ‘톡톡’

2월 28일 대구 주교좌계산성당 연도실에 조문객들을 위한 식사(2인상)가 다회용기로 차려져 있다. 장례식장에 대량으로 쓰이는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을 줄여 환경을 지키자는 운동이 확산되면서 교회 내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대구 주교좌계산본당(주임 이기수 비오 신부, 이하 계산본당)은 연도실(장례식장)에 쓰이던 일회용품을 전격 퇴출하고, 여러 차례 사용 가능한 다회용품 사용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켜 교회 및 지역 사회의 모범이 되고 있다. 계산본당 연도실은 환경보호를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연도실을 이용하는 각 상가(喪家)에 일회용품 대신 친환경 소재로 된 다회용품을 제공하고 있다. 연도실 사용 계약 단계에서부터 상주(喪主)에게 다회용품 제공 사실을 알리며, 그에 따른 비용은 전액 본당이 부담한다. 비용은 연도실 전체 한 달 평균 400여 만 원으로 연간 수천만 원에 달하는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환경보호와 위생 효과 등을 따져볼 때 당연히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 본당 측의 설명이다. 친환경 특수 소재로 만들어진 접시와 그릇 등 다회용기들은 사용 후 사회적기업 ‘에코워싱’으로 보내 고온소독과 살균건조 등을 거쳐 위생적으로 세척한 뒤 재사용한다. 다회용품을 제공하면서 연도실의 쓰레기 배출량은 예전과 비교해 거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다회용품 도입 이전에는 3일장을 기준으로 각 상가에서 조문객 식사 등을 위해 쓰이는 일회용품이 평균적으로 접시 800여 개, 그릇·숟가락·젓가락·일회용 컵 등 각각 300여 개에 달했다. 장례가 끝나면 한 상가 당 100리터 쓰레기봉투 기준으로 6개가 넘는 양의 폐기물이 발생하곤 했다. 그러던 것이 다회용품 도입 이후에는 75리터 1개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다회용품 도입으로 음식물 쓰레기도 덩달아 줄어드는 효과도 생겼다. 계상수(요한) 연도실장은 “음식을 담는데 정갈한 다회용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조문객들이 일회용품보다는 좀 더 정성스럽다는 느낌을 받는 것 같다”며 “그 때문에 음식을 많이 남기는 사례도 크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 장례식장에서 발생하는 일회용품 폐기물은 연간 2000톤 이상이다. 이는 전 국민이 사용하고 버린 전체 일회용품 폐기물의 20%에 달하는 양이다. 일회용품 사용을 당연시하던 장례문화를 바꿔 환경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임 이기수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강조하시는 생태·환경을 위한 운동에 본당 차원에서도 적극 나서야겠다는 생각으로 연도실 다회용품 제공을 추진하게 됐다”며 “교회 내 다른 장례시설에서도 선도적으로 환경친화적인 장례문화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2024-03-10

환경을 생각하는 주님 부활 대축일 준비

주님 부활 대축일에 달걀을 나누는 역사는 17세기 수도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순 시기 동안 금육을 지켰던 수도자들이 주님 부활 대축일 아침에 세레머니의 하나로 달걀을 나눠 먹은 것이다. 이후 예수님께서 부활한 동굴을 닮은 달걀에 생명과 재탄생의 의미가 더해져 달걀은 주님 부활 대축일을 기념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자연 친화적인 환경에서 자란 닭에게서 나온 과거의 달걀과 달리 지금은 좁은 우리에서 혹사당한 닭에게서 대량 생산된 달걀이 우리의 식탁에 올라온다. 인간에 의해 지구 환경이 달라진 지금, 예전과 같이 달걀을 알록달록한 포장지에 담아 나누던 주님 부활 대축일 문화를 바꿔야 할지 모른다. 예수님의 부활을 기억하며 다시 지구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서 말이다. 25% 증가하는 달걀 소비, 온실가스 배출↑ 전 세계 육류 생산량은 1961년 7057만 톤에서 2020년 3억3718만 톤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세계식량농업기구는 2050년에는 육류 수요가 2배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인이 즐겨 먹는 고기는 닭을 비롯한 가금류가 39%로 가장 많고 돼지고기(32%), 쇠고기(22%)가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 육류소비량도 세계적 추세와 비슷하다. 우리나라 1인당 육류소비량은 2000년 32.9kg에서 2021년 56.1kg으로 1.7배 상승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23년 기준 1억7000만 마리의 가금류(닭, 오리 등)를 키우고 있다. 가축의 소요가 늘어난 만큼 분뇨 발생량도 늘어났다. 2020년 5194톤으로 2010년 대비 11.6% 증가했다. 문제는 가축 분뇨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다. 농축산업 온실가스 발생량 중에서 축산업은 46.2%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전 세계 인위적인 온실가스 중 15%가 축산 부문에서 배출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달걀의 대량생산을 위해 건강하지 못한 환경에서 사육되는 동물복지 문제도 우리가 소비할 때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국내 달걀 생산량은 2022년 12월 기준 4646만 개로, 전년 대비 4.9% 증가했다. 아울러 주님 부활 대축일을 앞둔 열흘 동안은 달걀 소비량이 25%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 영종본당 신자들이 부활을 준비하며 만들고 있는 삼베 수세미. 영종본당 제공 가정3동성당 신자들이 만든 달걀 바구니. 가정3동본당 제공 달걀 대신 친환경 제품들로 건강한 부활 대축일 준비 주님 부활 대축일 전, 성당에 모여 큰 통에 달걀을 삶고 그림을 그려 포장지와 바구니에 담는 모습은 한국교회에서 익숙한 풍경이다. 주님 부활의 기쁨을 나누기 위해 달걀에 정성을 들였다면, 이제는 지구를 위해 달걀 대신 대안을 찾아 기쁨을 나누려는 본당들이 늘어나고 있다. 삼베 수세미와 옥수수전분 수세미로 특별한 부활을 준비하고 있는 인천 영종본당. 생태환경 분야에서 오랫동안 사목했던 주임 정성일(요한 세례자) 신부는 영종본당에서 맞는 첫 부활에 신자들과 녹색 순교를 실천키로 했다. 거칠지만 미세 플라스틱이 나오지 않는 삼베 수세미는 신자들이 직접 만들어 예쁘게 수를 놓았다. 친환경 분해가 되는 옥수수전분 수세미와 세트로 이번 주님 부활 대축일에 신자들에게 나눠줄 예정이다. 정 신부는 “소박한 선물이지만, 평소와 다른 부활 선물을 받고 알을 낳기 위해 혹사되는 닭들, 우리가 사는 지구의 아픔을 기억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서울 구파발본당(주임 김주영 루카 신부) 주일학교도 작년과 다른 부활 선물을 만들 예정이다. 주일학교 아이들이 모여 달걀에 그림을 그리고 비닐이나 바구니에 담아서 나눴던 지난해 주님 부활 대축일. 올해는 유년부 아이들 30명이 달걀 대신 초콜릿을 준비해 종이로 바구니를 만들어 신자들에게 나눠줄 예정이다. 교사 최윤정(베아트리체)씨는 “예수님의 부활을 동물들도 행복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인식을 바꾸고 아이들에게 생태적 감수성을 키워주자는 취지에서 새로운 부활 선물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인천 가정3동본당(주임 송찬 요셉 신부)은 달걀을 담는 포장에 친환경 멋을 더했다. 생태적 회개를 실천하기 위해 집에 남아있는 실로 달걀 주머니와 바구니를 뜨기로 한 것. 뜨개질에 소질이 있는 신자 5명이 모여 각자 개성이 담긴 주머니와 바구니 600개를 만들어 달걀을 담아 신자들에게 나눠줄 예정이다. 완성된 주머니는 묵주나 동전을 담는 주머니로 재활용할 수 있다. 뜨개질 포장 아이디어를 낸 최향숙(실비아)씨는 “달걀을 장식하는 포장지와 끈, 장식용품이 쓰레기로 남는 것에 항상 마음이 안 좋았는데 모양도 예쁘고 재활용도 가능한 뜨개질 주머니와 함께 올해는 좀 더 행복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주님 부활 대축일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24-03-10

생태운동, 우리 교구는?

제주 독자봉 쉼터에서 황태종 신부(오른쪽), 오병수 신부가 제주의 생태환경 보전을 기원하는 합동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제공 2024년에도 교회는 생태적 회개를 강조했다. 안동교구장 권혁주(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는 2024년 사목교서의 주제를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로 정하고 교구민들에게 “우리 어머니인 지구를 지키기 위한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에 기도와 실천으로 함께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밖에 광주대교구, 춘천교구, 대전교구, 수원교구도 지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생태적 회개를 실천하며 한 해를 보낼 것을 제안했다. 각 교구는 생태환경위원회, 혹은 환경농촌사목위원회, 가정생명환경위원회 등의 이름으로 위원회를 두고 공동의 집을 지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적극적인 생태적 회개가 요구되는 2024년, 우리 교구에서 하고 있는 생태환경 사목을 알고 참여해보자. 생태운동, 본당·개인으로 확산 구호나 캠페인에 그치지 않고 개인의 실천이 동반될 때 환경문제는 개선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로 생태적 회개의 중요성을 인식한 교회는 본당과 개인이 실천할 방법을 고민했다. 그 결과가 하늘땅물벗이다. 하늘과 땅, 물을 살리는 벗이 되자는 뜻의 하늘땅물벗은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산하 평신도 사도직 단체로 2016년 10월 창립했다. 단체는 한티벗, 누리보듬벗, 반석벗 등 각 본당의 특색에 맞는 이름 안에서 신자들은 벗님으로 활동한다. 구체적인 활동은 각 본당 벗이 결정한다. 탄소포인트제에 가입하거나 우유팩·냉동팩 수거, 「찬미받으소서」 스터디 등 신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다. 2019년 7개에 불과했던 서울대교구 벗은 5년 만에 17개로 증가했고 인천교구와 제주교구로도 활동이 확산됐다. 제주교구는 2023년 10월 틀낭벗이라는 이름의 교구벗을 창립했다. 인천교구도 일찌감치 하늘땅물벗 활동에 동참, 2022년 기준 24개 벗이 활동 중이다. 영종본당은 지난 1월 12개 벗을 발족해 가장 많은 벗이 활동하는 본당이 됐다. 광주대교구에서는 플라스틱과 일회용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숍’(Zero Waste Shop)이 운영 중이다.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대구관구에서 운영하고 있는 바오로 가게는 비누와 치약·수세미 등 다양한 친환경 생활용품과 유기농 과자, 세제, 차 등도 소분해 판매하고 있다. 바오로 가게를 통해 윤리적 소비를 경험한 신자들은 생태환경을 위한 각자의 실천을 고민해 볼 수 있다. 부산교구도 지난 대림과 사순 시기에 탄소 단식 챌린지로 교구민들의 실천을 독려했다. 거절하기(Refuse), 고쳐쓰기(Repurpose), 다시 쓰기(Reuse), 아껴쓰기(Reduce), 재고하기(Rethink), 재생하기(Recycle)를 뜻하는 ‘6R 탄소 단식 챌린지’는 각자 정한 도전 항목을 교구 홈페이지에 기록해 나의 실천 내용과 순위를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대전교구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이 지난해 7월 천안월랑성당에 설치한 불휘햇빛 7호 발전소. 대전교구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 제공 에너지 절약 여정 함께하는 교회 교구가 본당에서 체계적으로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안도 제안하고 있다. 대전교구 생태위원회는 2019년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을 창립하고 본당과 교회 기관의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산시키고 있다. 2019년 8월 갈마동성당 한얼관에 1호 발전소 건립을 시작으로 지난해 9월 기준 15개 본당이 협동조합을 통해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했다. 대전교구청, 대전가톨릭대학교, 성모초등학교 등 교회 기관도 동참하고 있다. 2021년 9월, 수원교구는 2030년까지 교구 및 본당 공동체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고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룰 것을 천명하며 생태적 회개를 위한 새로운 길에 나섰다. 같은 해 12월 공동의집에너지협동조합을 창립하고 태양광발전소 운영을 시작한 수원교구는 교구 내 시설들에서 소비되는 전력량을 약 2만2000㎾(킬로와트)로 추산하고, 2030년까지 2만2000㎾ 규모의 신재생에너지발전을 운용할 수 있도록 에너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마산교구 평신사도직협의회가 주최한 ‘수산종자 방류 사업’에 참가한 신자와 수도자들이 치어를 바다에 방류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지역 환경보호 앞장 각 교구들도 지역의 아름다운 자연환경 보존을 위해 애쓰고 있다. 교회가 지역의 환경지킴이가 된 것이다. 대구대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희귀 야생동물과 식물들의 서식처인 대구 팔현습지를 지키고자 지난 1월 27일 팔현습지 왕버들숲 앞에서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했다. 대구 3대 습지 중 하나인 팔현습지는 교량형 도보교 건설 계획이 발표되면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에 대구 생태환경위원회는 팔현습지를 지키고자 매월 1회 정기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마산교구도 평신도사도직협의회 생태환경분과 차원에서 지역의 해양 생태 환경 보전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6월 ‘해양 생태 환경 및 자원회복을 위한 수산종자 방류 사업’ 을 진행한 마산교구는 전남 고흥과 여수, 경남 남해, 통영, 거제 등 10여 곳에서 정성껏 키운 치어 15만 마리를 방류했다. 이를 통해 해양 오염 실태와 수산 자원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기여했다. 제주 생태환경의 가장 큰 이슈는 제주 제2공항 건설이다. 뿐만 아니라 하논분화구 호수개발 등 여러 문제가 산재한 제주도에서 제주교구는 ‘제주다움’을 지킬 수 있도록 생태운동에 뛰어들었다. ‘제주의 생태환경 보전’을 기원하는 미사 봉헌과 함께 틀낭학교를 통해 생태영성활동가 양성에도 주력하고 있다. 틀낭학교는 제주도 지역과 관련된 환경문제와 실천방법을 공유하면서 활동가를 양성하고 제주 내 환경단체와의 연대를 통해 신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생태적 회개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2024-02-25

일회용 플라스틱, 얼마나 쓰고 버리나요

배달용기와 커피숍 일회용컵, 비닐봉지 등 우리는 하루에 한 번은 새로운 플라스틱을 소비한다. 일회용 플라스틱 비율은 전 세계 산업별 플라스틱 생산량의 약 36%를 차지한다. 유럽의 일회용 플라스틱 비율이 40%인데 반해 국내는 46.5% 수치를 나타낸다. 건강을 위협하고 생태계 파괴와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플라스틱을 줄이는 노력은 개인뿐 아니라 기업도 동참해야 한다. 국제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는 1월 24일 플라스틱 배출기업 조사보고서를 통해 어떤 기업이 가장 많은 일회용 플라스틱을 생산하고 판매하는지 발표했다. 또한 일회용 플라스틱이 많이 배출되는 제품군에서 바람직한 해결책이 무엇인지 제안했다. 환경을 살리는 우리의 현명한 선택에 길잡이가 돼줄 것이다. ■ 식품포장재 사용 가장 많아 7월 23일부터 29일까지 총 2084명이 응답한 그린피스의 조사에서는 참여자들이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 정보를 ‘플콕조사 앱’을 통해 입력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플콕’은 ‘플라스틱 콕 집어내’라는 뜻으로, 그린피스는 이 앱을 통해 참여자들에게 일주일간 사용하고 버린 플라스틱을 기록하게 했다. 주요 응답 내용에는 참여자가 사용한 일회용품 플라스틱 제품의 제조사, 제품군, 플라스틱 종류, 수량 등이 포함됐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참여자 2084명이 일주일 동안 사용한 일회용 플라스틱은 8만6055개, 한 사람이 약 41.3개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출량이 가장 많았던 제품군은 식품포장재(78.3%)였고, 비닐봉투와 비닐포장재, 개인위생품류는 각각 8.5%에 불과했다. 일회용 플라스틱 배출량 중 식품포장재가 차지하는 비율은 2020년(71.8%)부터 매년 70%를 상회했다. 그린피스는 “식품포장재의 비율이 매년 70%를 넘는 것으로 보아, 식품 제조사가 플라스틱 오염 해결을 위한 열쇠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부적으로는 생수를 포함한 음료류 포장재가 전체 플라스틱 배출량의 37.6%로 가장 높았다. 과자나 사탕 등을 포장하는 간식류 포장재가 15.3%, 즉석밥과 밀키트 등 가정간편식류가 14.3%로 뒤를 이었다. 음료류는 2020년부터 꾸준히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재활용이 가능하지 않은 일회용 플라스틱 문제도 제기됐다. 전체 일회용 플라스틱 중 재활용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단일 재질 및 구조 플라스틱(PET, PP, PS, HDPE, LDPE) 비율은 52.2%에 불과했다. 단일 재질의 플라스틱이 전부 재활용 된다고 해도 나머지 절반 가까이 되는 플라스틱은 재활용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린피스와 충남대학교 장용철 교수팀이 연구 조사한 물질 재활용률은 2021년 기준 전체 플라스틱의 약 27%이다. 일회용 플라스틱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생활계 폐기물의 물질 재활용률은 16.4%에 머물렀다. 의왕시재활용센터 재활용선별실 작업자들이 컨베이어 벨트에 쏟아진 재활용품 쓰레기를 종류별로 분류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기업들 노력 소극적 조사에서 집계된 제조사는 총 4524개로, 이중 상위 10개 식품 제조사가 발생시키는 일회용 플라스틱 배출량은 전체의 22.1%를 차지했다. 롯데칠성음료가 4.6%로 1위를 차지했고, 농심과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가 각각 2531개, 2517개로 뒤를 이었다. 2020년부터 4년 동안 상위 10개 기업의 구성이 큰 변화가 없다는 내용을 근거로 그린피스는 “이들 기업이 플라스틱의 대량 소비와 일회용 문화를 유지하고 확산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시민의 꾸준한 변화 요구에도 기업은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음을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플라스틱 배출량이 가장 많은 생수 및 음료류에서 롯데칠성음료,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코카콜라, 쿠팡(PB상품 탐사수), 동아오츠카 등 상위 5개 기업이 배출한 쓰레기는 9964개로 전체(3만2373개)의 30.8%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그린피스는 “경량화와 무라벨을 통해 많은 양의 플라스틱을 절감하고 있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지만, 실상은 절감한 양보다 더 많은 양의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들의 소극적인 기후위기 대응도 지적됐다. 생수 및 음료류의 주요 5개 제조사 중 탄소중립을 위해 실질적인 목표를 세우고 그 내용을 공개한 제조사는 5곳 중 2곳에 불과했다. 코카콜라와 네슬레와 같은 글로벌기업에서는 재사용병 등을 활용한 재사용 포장재를 확대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지적됐다. 그린피스는 “일회용 플라스틱 대부분이 식음료에서 배출되고 있고 음료기업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오염에서 벗어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기업은 일회용 플라스틱의 실제 사용량부터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며 정부는 2030년까지 재사용 목표 50% 설정 및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의 단계적 퇴출을 위한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2024-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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