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에 축성생활의 기쁨이 넘치길 바란다

‘한국교회 축성생활의 해’가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된 폐막미사로 마무리됐다. 감사의 기도 속에 드러난 가장 큰 열매는 ‘함께’였다. 남녀 수도자들이 다양한 위원회를 이루어 기도와 학술, 홍보, 행사 등 다방면에서 협력했고, 그 과정에서 축성생활의 의미가 교회와 사회 안에 더 또렷이 비쳤다. 이제 과제는 분명하다. 일련의 행사들이 일회성을 넘어, 공통의 경험을 제도와 상설 프로그램으로 굳히는 일이다. 우선, 남녀 상임위원회가 합의한 대로 수도자 쇄신과 성소 계발을 위한 공동 교육 체계를 상시화해야 할 것이다. 청년과 더 넓게 동행하고, 가난한 이들과 공동의 집 지구를 돌보는 사명에 구체적 실천으로 나설 필요도 있다. 또한 공적 책임성에 걸맞은 투명한 소통과 자료 축적을 통해, 이번 여정의 성찰이 각 수도회의 내적 규범과 연례 사목계획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는 그 시험대가 될 것이다. 축성생활이 왜 ‘세상 한가운데의 봉헌’인지, 기쁨과 단순함으로 증언해야 한다. 올해의 열매를 내일의 표준으로, 협력의 문화로 남기는 수도자들이 되길 기대한다. 축성생활의 해 폐막은 끝이 아니라 출발이다. 최근 남녀 수도자들이 함께한 종합 평가는 그 출발선이다. 각 위원회가 남긴 자료와 네트워크를 보존·공유하고, 교구와 본당을 가로지르는 연대 구조를 가볍고 민첩하게 유지하자. 지역·세대·문화의 경계를 넘어서는 현장성이야말로 수도자의 경쟁력이다. 시노달리타스의 정신으로 사제·평신도 단체와 일상에서 협업할 때, 성소는 다시 피어나고 사회는 복음의 빛을 체험할 것이다. 축성생활의 기쁨이 한국교회와 세상 가운데 계속 열매 맺길 기도한다.

발행일 2025-11-09 제3465호 23면

평신도는 시노드 교회의 주역

2025년 평신도 주일을 맞으며 우리는 교회 안에서 평신도의 소명과 책임을 새롭게 성찰하게 된다. 교회는 세례를 통해 모두가 하느님 백성으로 부름받은 공동체이며, 그 안에서 평신도는 단순한 협조자가 아니라 복음 선포의 ‘주체’로서 세상 속에서 하느님 나라를 증거하는 살아 있는 교회의 얼굴이다. 지난 2021년부터 3년에 걸쳐 열린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는 교회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의 표징이었다. ‘시노달리타스’를 주제로 열린 이번 시노드는 하느님 백성 전체가 함께 걷는 교회의 본질을 다시 일깨우는 신앙의 여정이었다. 특히 시노드 여정이 남긴 많은 과제 가운데서도 우리는 평신도의 소명과 역할 강화에 대해 더욱 깊이 성찰해야 한다. 평신도는 더 이상 교회의 변두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가정과 직장, 사회의 현장에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거하고, 동시에 교회 안에서는 적극적으로 발언하며 책임지는 참여자가 되어야 한다. 본당과 교구의 사목 의사결정 과정에서 평신도의 목소리가 존중받고, 여성과 청년 그리고 다양한 사회적 약자들이 교회의 미래를 함께 식별하는 자리가 확대되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시노달리타스가 지향하는 진정한 ‘하느님 백성의 여정’이다. 평신도의 참여가 단순한 도움이나 협조가 아니라 책임 있는 동반으로 자리할 때, 교회는 비로소 살아 있는 공동체로 새로워질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평신도의 양성과 성숙이 필수적이다. 평신도의 신학적 성찰과 사회적 경험이 교회 운영의 일부로 통합되어야 하며, 신앙교육과 영성훈련, 평신도 사도직 단체의 활성화는 이러한 여정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토대가 될 것이다.

발행일 2025-11-09 제3465호 23면

교황 방북을 다시 희망한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교황청을 방문해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을 예방하고, 레오 14세 교황에게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계기로 북한을 방문해 달라는 취지의 서한을 전달했다. 남북 관계의 긴장 국면 속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교황 방북은 쉬운 일이 아니다. 초청 형식, 북한의 종교 자유 보장, 국제정치적 역학관계 등 여러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하는 어려운 과제다. 그동안 여러 차례 교황 방북에 대한 희망 섞인 전망이 있었지만 실제 방문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현실적 고려를 넘어, 교황 방북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희망을 놓쳐서는 안 된다. 교황 방북은 한반도 전쟁 종식과 화해의 상징적 사건이 될 수 있다. 냉전 이후 교황의 분단·갈등 지역 방문은 평화를 위한 대화의 공간을 넓혀 왔다. 특히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교황 방북이 서울 WYD와 연계될 경우, 청년 세대가 주역이 되는 평화 담론을 촉발할 수 있다. 이는 한반도 문제를 안보의 영역에서 인권·인도·생태·세대 정의를 포괄하는 통합적 평화 의제로 확장시키는 계기가 된다. 비록 정치적으로는 성사가 어려운 일일지라도, 남과 북의 평화에 대한 의지가 모아진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기도가 절실하다고 믿는다. 우리는 이미 교황과 교황청의 한반도 평화에 대한 깊은 관심과 지지를 잘 알고 있으며, 교황 방북에 대한 희망의 불씨가 여전히 꺼지지 않았다고 믿는다. 이번 방북 요청을 시작으로 한국교회가 우리 민족 전체와 함께, 교황 방북을 통한 한반도 평화의 여정을 본격적으로 걸어 나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발행일 2025-11-02 제3464호 23면

철저한 준비와 투명한 운영, 성공적인 세계청년대회 열쇠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기본계획이 발표됐다. 전 세계 청년들이 찾을 서울 WYD는 단순한 종교 행사가 아니다. 분단국가이자 그리스도교가 다수 종교가 아닌 국가에서 처음 치러지는 이번 대회는, 한반도의 현실 속에서 평화와 희망을 선포하는 역사적 시험대다. 한국교회와 사회 전체가 쌓아 온 역량을 세계 앞에 증명할 기회이기도 하다. 서울 WYD는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를 주제로 진리·사랑·평화의 가치를 내세운다. 거짓을 이기는 진리,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사랑의 문화, 폭력을 넘어서는 평화는 선언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준비 단계부터 운영, 행사 이후 교회의 사목활동에서 이 가치가 관통해야 한다. 성공의 관건은 안전과 품격이다. 폭염과 최대 100만 명 규모의 참가자에 대비해 의료, 숙식, 교통, 통신에 대한 준비를 튼튼히 해야 한다. 혼잡을 분산하며 취약계층의 접근성, 다언어 안내, 재난 대응에도 빈틈이 없어야 한다. 3만여 명의 자원봉사자와 서울대교구 233개 본당의 역할은 결정적이다. 본당은 권역별로 홈스테이와 공공시설 숙박의 위생과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 더불어 WYD 특별법 제정, 정부·지자체와의 유기적 협력, 예산의 투명한 공개와 사후 평가로 국민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일회용품 감축과 대중교통 확대 등의 친환경 운영과 지역 상생도 빠질 수 없다. 서울 WYD는 세계교회와의 연대를 통해 한국 사회의 관용과 창의력, 기술력을 비추는 무대가 될 것이다. 철저한 준비와 투명한 운영으로 이번 대회가 하느님의 은총 속에 열매 맺는 축제가 되며, 진리와 사랑, 평화의 가치라는 지속 가능한 유산을 남기길 기대한다.

발행일 2025-11-02 제3464호 23면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위한 묵주기도 운동에 적극 참여하자

2027년 서울에서 열릴 세계청년대회를 앞두고, 주교회의가 이번 추계 정기총회를 통해 ‘묵주기도 10억 단 바치기 운동’을 전 교회적으로 전개하기로 했다. 묵주기도 10억 단 바치기 운동은 단순한 기도운동을 넘어, 청년 세대와 함께 걷는 교회의 신앙 결속과 영적 쇄신의 여정을 상징한다. 그동안 서울대교구 차원에서 진행되던 이 운동이 전국 모든 교구로 확대된 것은, 한국교회 전체가 한마음으로 청년과 교회를 위해 기도하며 세계교회와의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세계청년대회는 젊은이들이 하느님 안에서 희망을 찾고, 신앙의 기쁨을 체험하는 은총의 장이다. 그러나 행사의 외형적 준비만으로는 그 결실을 온전히 보기 어렵다. 청년들이 교회의 품 안에서 자신들의 신앙을 새롭게 발견하도록 돕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도와 영적 준비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묵주기도 10억 단 바치기 운동’은 바로 이러한 내적 준비의 출발점이자, 한국교회의 믿음과 사랑을 하나로 엮는 영적 다리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가 강조했듯, 교회가 어떤 일을 계획할 때 성모 마리아께 의지하는 것은 가톨릭 신앙의 뿌리 깊은 전통이다. 묵주의 한 알 한 알에 담긴 신자들의 정성과 사랑이 모여 10억 단의 기도로 완성될 때, 그것은 단순한 숫자를 넘어 하느님께 드려지는 한국교회의 공동 고백이자, 세계청년대회의 가장 든든한 토대가 될 것이다. 묵주기도 성월이 얼마 남지 않았다. 묵주기도를 통해 마음을 모으는 이 영적 운동에 우리 모두가 적극 참여할 때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향한 여정에 하느님의 은총과 성모님의 보호가 함께하길 기도하자.

발행일 2025-10-26 제3463호 23면

교회 학문은 신앙의 등불이자 시대의 길잡이다

제29회 한국가톨릭학술상에 선정된 영예의 수상자들에게 진심으로 축하와 감사를 드린다. 이들은 여전히 척박한 한국교회의 학문적 풍토 속에서도 하느님의 진리 탐구에 헌신함으로써, 교회 학문 연구와 이 땅의 복음화에 크게 기여해 왔다. 이들의 노고는 개인의 영예에 그치지 않고, 교회 학문이 시대의 어둠 속에서 진리의 빛으로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유용함’과 ‘효율성’의 이름으로 참된 진리에 대한 열망을 잊어가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삶을 바로 세우고 과학과 기술을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는 것은 다름 아닌 신학과 철학, 인문학의 깊은 성찰이다. 교회 학문은 하느님의 뜻을 탐구하며, 인간과 세상의 근원을 묻는 고귀한 사명을 수행한다. 올해 본상 수상작 「성 토마스 소사전」은 토마스 사상의 유산을 한국 교회에 심화시킨 귀한 결실이며, 연구상과 번역상 수상작 역시 하느님과 인간, 교회와 사회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했다. 공로상 수상자 하성수 박사의 평생 연구는 신학이 단지 학문이 아니라 봉사의 길임을 증언한다. 교회는 더욱 적극적으로 신학과 인문학, 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진리 탐구의 장을 넓혀야 한다. 교회 학문이 단지 교회 안의 연구로 머물지 않고, 세상의 고통과 인간의 물음에 응답하는 살아 있는 복음의 목소리가 되도록 지원과 관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하느님께서 학문을 통해 진리를 탐구하는 모든 이에게 지혜와 은총을 주시고, 그들의 연구가 교회의 미래와 인류의 구원을 밝히는 등불이 되기를 기도한다. 다시 한번 수상자들에게 진심으로 축하와 감사를 전한다.

발행일 2025-10-26 제3463호 23면

노동과 인간은 존엄하다

눈부신 경제 성장 속에서 여전히 수많은 노동자가 불평등과 위험 속에 내몰려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안정적 고용에서 배제되고, 하청 노동자가 산업재해의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는다. 매년 수백 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생명을 잃고, 정당한 권리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해고되는 현실은 뼈아프다. 이윤을 위해 안전을 희생하는 기업, 효율을 위해 사람을 잘라내는 구조조정은 이미 사회적 죄의 구조다. 교회는 이러한 불의를 고발하고, 인간 존엄의 회복을 위한 연대에 앞장서야 한다. 노동 현장의 안전 확보, 정당한 임금, 안정된 고용, 노동조합 활동의 보장은 선택이 아니라 정의의 요구다. 교회의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은 연민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의 정의가 구현되어야 한다는 신앙의 요청이다. 특히 교회는 회칙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 이래로 노동의 존엄을 선언하며, 노동자를 단순한 생산 수단이 아닌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인격체’로 가르쳐 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간의 존엄을 외면하는 신자유주의의 폭력을 비판, “경제가 사람을 배제하고, 돈이 지배하는 사회는 죽음의 문화”라고 지적하며, 이윤이 인간 위에 군림하는 현실을 고발했다. 오늘날 교회가 노동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억압받는 노동자들과 연대할 때 이를 정치적 행위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고 불의한 구조에 맞서는 일은 인간 존엄을 지키려는 신앙의 행위다. 그래서, 노동과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연대는 신앙인의 의무다. 일터에서 누구도 다치지 않고, 누구도 부당하게 해고되지 않는 세상이 복음이 말하는 정의의 첫걸음이며,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세상의 모습이다.

발행일 2025-10-19 제3462호 23면

그리스도의 희망을 온 세상에 전하자

올해 전교 주일을 맞이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 작성한 담화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모든 민족을 위한 희망의 선교사”가 되자고 초대했다. 교황이 강조한 희망은 막연한 낙관이 아니라, 부활하신 그리스도 안에서 주어지는 살아 있는 확신이다. 그리스도께서는 고통과 절망의 한가운데에서도 아버지께 자신을 온전히 맡겨, 인류를 위한 희망의 근원이 되었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제자인 우리 역시 그분의 발자취를 따라 세상 속에서 희망을 증언해야 한다. 오늘날 세계는 전쟁과 분열, 경제적 불평등, 인간관계의 단절로 인해 깊은 상처를 입고 있다. 사람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진정한 관계를 맺지 못한 채 외로움 속에 살아간다. 이런 시대일수록 그리스도인의 사명은 더욱 분명해진다.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으로부터 비롯된 희망을 나누는 사람, 낙담한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교황은 특히 가난하고 약한 이들, 병자와 노인,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다가가라고 요청했다. 친밀함과 연민, 온유함으로 그들의 삶을 함께하며 하느님 사랑의 얼굴을 보여 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복음 선포이다. 희망은 말로만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랑의 행위 안에서 드러난다는 것도 잊지 말자. 올해 희년을 지내는 교회는 “정적인 교회가 아니라, 세상과 함께 걸어가는 교회”로 나아가야 한다. 각자 삶의 자리에서 우리는 작은 말과 행동으로 복음의 희망을 전할 수 있다. 용서와 이해, 나눔과 연대의 삶이 곧 선교의 길이다. 모두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희망의 증인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우리의 삶이 절망에 빠진 세상에 희망의 등불이 되기를 기도한다.

발행일 2025-10-19 제3462호 23면

군 사목에 헌신하는 군종사제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올해로 58번째 군인 주일을 맞아, 국토 방위에 헌신하는 모든 장병과 그 곁을 지키는 군종사제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특히 엄격한 군 생활 속에서 장병들의 영적·정신적 안정을 위해 애쓰는 사제와 수도자들 그리고 묵묵히 기도와 후원으로 동행해 온 신자들의 노고는 교회 공동체의 큰 자산이다. 1968년 주교회의에서 군인 주일을 제정할 당시, 군종신부단 총재였던 고(故) 지학순(다니엘) 주교가 강조했듯, 군 사목은 결코 외롭고 힘든 자리만이 아니다. 한 명의 사제가 헌신할 때 수많은 장병에게 신앙과 희망이 퍼져나간다. 실제로 군대 안에서 신앙을 받아들인 수많은 청년이 지금은 한국교회의 든든한 주춧돌로 성장했다. 이는 하느님께서 군 사목을 통해 맺어주신 귀한 열매다. 오늘날 종교에 대한 무관심과 신앙의 약화라는 현실적 어려움 속에서도 군종사제들은 언제나 병사들의 곁에 머물고 있다. 때로는 사제로, 때로는 형이나 오빠 같은 이웃으로 다가가 환대와 공감으로 함께하는 모습은 바로 ‘야전병원’ 교회의 참모습이다. 올해 열린 군종교구 청년대회 역시 신앙의 기쁨을 체험하고 미래를 다짐하는 소중한 결실이었다. 군 복무 중 맺은 신앙의 경험이 장병들의 삶에 오래도록 남을 수 있도록, 우리 교회는 군 사목에 대한 관심과 기도를 더욱 아끼지 말아야 한다. 군인 주일은 우리 모두가 군 사목의 가치를 새기고, 감사와 격려로 함께하는 날이다. 군 장병과 군종사제들의 헌신 위에 하느님의 은총과 평화가 가득하기를 기도한다.

발행일 2025-10-05 제3461호 23면

해외 선교, 한국교회의 소명

주교회의 해외선교·교포사목위원회(위원장 한정현 주교)는 매년 한국교회의 해외 선교 활동을 점검하고, 더 열정적인 선교 전망을 모색하기 위해 ‘해외 선교의 날’을 개최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해외 선교를 목적으로 설립된 한국외방선교회가 50주년을 맞은 뜻깊은 해다. 한국교회는 지금까지 보편교회의 사랑과 지원에 힘입어 ‘받는 교회’에서 ‘나누는 교회’로 성장했다. 순교자의 피 위에 세워진 한국교회는 뜨거운 순교정신을 바탕으로 당당히 보편교회의 일원이 되었고, 한반도를 넘어 온 세상에 복음을 전하는 선교의 사명을 부여받고 있다. 한국교회는 이러한 소명을 일찍부터 자각하고, 지난 수십 년간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남미 등 복음이 충분히 전해지지 못한 지역을 중심으로 교회를 세우고, 의료·교육·사회복지 활동을 통해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섬겨 왔다. 이는 단순한 말의 선포를 넘어 신앙의 삶과 이웃 사랑을 증거하는 모범적 실천이었다. 오늘날 세상은 복음의 증거를 더욱 절실히 요청하고 있다. 기후 위기, 이주민과 난민 문제, 지역 분쟁, 경제적 불평등과 인간 소외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말로만이 아니라 정의와 사랑의 구체적 실천으로 드러내기를 요구한다. 올해 제15차 해외 선교의 날은 ‘한국 가톨릭 교회, 평신도 선교사를 말한다’를 주제로 열려, 평신도 선교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선교는 성직자나 수도자, 전문 선교사만의 몫이 아니다. 복음 선포는 그리스도의 모든 제자에게 주어진 신앙적 소명이다. 이번 해외 선교의 날이 모든 평신도가 제자로서 선교의 의미와 중요성을 새롭게 체득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발행일 2025-10-05 제3461호 23면

이주민, 우리 사회의 새로운 희망

전쟁과 폭력, 기후 위기, 경제적 불안정은 오늘날 전 세계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특히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은 삶을 이어가기 위해 고향을 떠나야 하고, 그렇게 이주민과 난민이 된다. 한국 사회 또한 저출산과 고령화, 청년 세대의 불안정한 미래로 인해 점차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우리는 이주민과 난민의 존재를 두려움이나 부담이 아니라, 새로운 희망의 상징으로 이해해야 한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희망을 하느님께서 인간 마음에 주신 선물이라고 말한다.(1818항 참조) 낯선 땅에서 새로운 삶을 일구려는 이주민들의 용기와 인내는 단순한 생존의 몸부림이 아니라, 인류 모두가 향하는 행복에 대한 갈망이다. 나아가 그들의 용기와 인내는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신뢰와 용기를 되새기게 한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 이주민과 난민은 종종 배척당하고 차별받는다. 사회 불안과 자원 부족의 두려움 속에서, 사람들은 타인을 밀어내기 쉽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오병이어의 기적을 통해, 나눔에서 참된 풍요가 시작됨을 몸소 가르쳐 주셨다. 이주민을 환대하는 것은 곧 우리 자신을 위한 희망의 길이 된다. 이주민과 난민의 희망은 그들만의 힘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 우리 사회가 이들을 동반자로 받아들이고 함께 성장하고자 노력할 때, 희망은 비로소 열매를 맺는다. 한국 사회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려면 새로운 활력이 필요하다. 이주민과 난민은 그 자체로 힘과 희망의 원천이다. 이주민을 배척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새롭게 일으킬 희망의 선교사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발행일 2025-09-28 제3460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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