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등한 존엄성 지닌 인간 권리 수호에 앞장서야

교회는 대림 제2주일을 인권 주일로 지낸다. 전례력으로 새해를 맞이하며, 인권(人權)을 삶의 모든 영역에서 수호하고, 공정하고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어야 할 사명이 신앙인에게 있음을 상기시킨다.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된(창세 1,27 참조) 모든 인간은 누구나 동등한 존엄성을 지닌다.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권리, 즉 인권이 모든 이에게 보장돼야 함은 변함없이 이어져 온 교회의 가르침이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김선태 주교는 올해 인권 주일과 사회 교리 주간 담화에서 특별히 이주 노동자의 인권 수호를 강조했다. 18명의 이주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아리셀 공장 참사를 언급하며, 주님 안에서 ‘서로 다른 지체이지만 한 몸’을 이루는, 그럼에도 여전히 ‘소모품’처럼 외면받는 우리 사회 이주 노동자들을 기억하자고 청했다. 이주 노동자들 또한 우리 사회를 이루는 하나의 구성원이자 하느님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으로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 인권 주일을 맞이하며 인재(人災)의 위험에 노출된 채 홀대받는 이주 노동자의 현실을 한 번쯤 새겨 성찰해야 한다. 이주 노동자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는 장애인과 성소수자, 비정규직 노동자, 소외된 노인과 아동 등 인권의 사각지대에 처한 이들이 많다. 그들 또한 주님의 형제들이자 우리의 형제들이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마태 25,40 참조)임을 기억해야 한다. 사람답게 대접받지 못한 채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힘쓰며 인간 존중에 바탕을 둔 인권 수호에 누구보다 앞장서는 일은 그리스도인의 사명이다.

2024-12-08

평신도 신학운동 30년을 지지한다

평신도들의 우리신학 연구를 표방한 우리신학연구소의 30년에 대해 치하하고 지지한다. 우리신학연구소(이하 우신연)가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아 11월 30일 감사미사를 봉헌했다. 신학 연구를 하기에 척박한 우리나라에서, 평신도들이 신앙을 바탕으로 평생의 소명으로 함께 일군 우신연의 30년 여정에 대해 우리는 높이 평가하고 격려하고자 한다. 우신연의 설립 취지는 먼저 평신도 신학운동이었다. 그 소명의 바탕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제시한, 현대 세계와 교회의 나아갈 바에 대한 가르침이었고, 이는 지난 10월 막을 내린 세계주교시노드에서 논의한 시노달리타스 정신과 다르지 않다. 비록 저변이 충분하게 확장되지 못했다는 자체적인 성찰이 있지만, 우신연은 시대를 앞서 평신도의 정체성을 밝히고 역량을 키우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또한 명칭이 분명하게 드러내듯이, ‘우리신학’을 표방한다. 역사와 전통은 중요하지만, 전통에 대한 존중이 경직된 사고와 구태의 답습, 혹은 창의성과 현실성의 상실로 이어지기도 한다. 서구 신학의 풍요한 자산을 바탕으로 우리 전통과 문화, 작금의 사회 현실 안에서 복음의 진리를 발견하고 실천하려는 노력은 본질적인 과제다. 때마침 시노달리타스를 주제로 한 세계주교시노드가 끝나고 이제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가 가르치고 초대교회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됐으며,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촉구한 시노드적인 교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이제 새로 시작한 그 여정에서 평신도들의 소명과 역할은 더욱 강조될 것이고, 여기에서 우신연이 기여할 바는 무궁할 것이다.

2024-12-08

서울 세계청년대회 준비 본격화

한국교회가 11월 24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세계청년대회(WYD) 상징물인 WYD 십자가와 ‘로마 백성의 구원자’ 성모 이콘을 포르투갈 젊은이들로부터 전달받음으로써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 준비가 본격화됐다. 십자가는 그리스도인의 신앙 정체성을 드러내는 표지다. 신앙인에게 십자가는 인류 구원을 위해 자신을 십자가상 희생 제물로 바치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평생 지고 가겠다는 헌신과 희생의 표지이자 구원이 선포됐다는 복음의 기쁜 소식을 드러내는 고백이기도 하다. 그래서 특별히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가는 오늘의 청년들에게 십자가는 두려움 없는 희망의 원천이다. 이제 한국교회는 서울 세계청년대회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젊은이들 모두에게 그리스도의 희망을 선사하는 기쁨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한국교회가 이 자리를 그저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참된 나눔과 기쁨의 장이 되도록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세계청년대회 개최 결정 후 교회 각계각층에서 이어지는 각종 세미나와 포럼 등이 그러한 고민을 보여준다. 때마침 국회에서 대규모 행사를 원활하게 치르기 위한 범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배려를 위한 특별법이 발의됐다. 이 행사는 교회만의 것이 아니다. 이 땅 위에서 살아가는 모든 젊은이들, 나아가 전세계의 모든 젊은이들을 위한 것이다. 한국교회는 그 뜻이 충분히 실현되도록 교회 공동체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과 함께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2024-12-01

복음의 기쁨을 선포하는 새해가 돼야

전국 각 교구에서 새해 사목 방향을 담은 사목교서를 발표했다. 새해는 은총의 해인 희년이자 축성생활의 해이고,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준비가 본격화되는 시기다. 아울러 3년여의 시노드 여정이 마무리된 후 처음 맞는 새로운 해다. 사목교서들은 ‘복음의 기쁨’을 더 깊이 체험하고 삶으로 증거하고 선포하는 한 해가 되기를 희망했다. 희년은 이러한 희망에 더없이 적절한 때이다. 또한 우리 삶과 신앙의 터전인 가정의 복음화에 사목적 역량을 집중할 것임을 밝혔다. 오늘날 세계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함께 끝없는 정치적, 군사적 긴장과 분쟁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중동 지역 분쟁은 국제사회를 불안에 떨게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수십 만명의 희생자를 내고 있다. 현재와 미래에 대한 불안과 불확실성은 우리나라도 역시 마찬가지다. 남북 관계는 악화일로에 있고, 정치권은 국민들의 삶에는 관심없이 정쟁만 일삼고 있으며, 경제는 침체되고 사회적 불안 요소들은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없다. 나라 전체가 양극화돼 계층과 성별, 연령에 따라 갈등과 긴장 속에 대립하는 모습을 보인다. 사목교서들은 이러한 한국 사회의 현실 속에서 신앙인들이 참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담고 있다. 희년을 맞은 신앙인들이 예수 그리스도와의 참 만남을 통해 스스로 복음의 기쁨을 체험하고 이를 선포하기를 권고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특별히 지난 10월에 폐막된 세계주교시노드의 결실을 기억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시노드는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2024-12-01

삶과 신앙의 지혜를 성경에서 찾자

올해 제40회를 맞은 성서 주간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성경을 가까이 하고 성경 안에 담긴 하느님 말씀을 우리 삶과 신앙의 지침으로 삼고자 하는 마음을 다지기 위한 것이다. 다행히 예전에 비해 성경 필사나 성경 공부 모임 등 성경 말씀을 새기고자 하는 노력이 다양한 형태로 이뤄져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주님의 말씀을 배우고 익히려는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무엇인가를 삶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그에 대해 배우고 익혀야 한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치신 바는 교회의 거룩한 전통과 함께 성경 속에 담겨 있다. 열심한 전례와 성사 참여, 다양한 사도직 활동, 이웃 사랑의 실천 등 신앙 생활의 기본적인 의무이자 은사에 참여함과 함께 주님의 말씀을 더 잘 배우려는 구체적인 노력이 항상 필요하다. 나아가 성경을 다만 지적 연구의 대상으로만 여기지 않아야 한다. 오늘날 성경 말씀에 대한 막대한 정보가 다양한 방식으로 풍부하게 제공되고 있다. 특히 첨단 과학 기술이 집약된 인공지능을 활용할 때, 우리는 이전에는 많은 노고를 들여야 했던 성경 관련 정보와 지식들을 쉽게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성경 말씀은 읽고 기도하고 묵상함을 통해 실천으로 이어져야 하는 하느님 말씀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오늘날 복잡다단한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우리 삶과 신앙, 사회와 세상의 올바른 길을 찾아가는 데 혼란을 겪곤 한다. 성경 속에 담긴 주님의 말씀은 우리 삶과 신앙생활의 밝은 빛이요 지혜의 원천이다. 성서 주간을 맞아 성경을 지혜의 보고로 삼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하자.

2024-11-24

한일 양국 교회의 더욱 폭넓은 교류를 기대하며

제26회 한일주교교류모임이 광주대교구 일원에서 열렸다. 1996년 한국과 일본의 주교들이 도쿄에서 ‘한일 교과서 문제 간담회’를 연 것으로 시작된 한일주교교류모임은 공동의 역사 인식을 통해 양국 관계를 바르게 이끌기 위한 것이었다. 이후 이어진 모임은 동북아 평화, 정의평화, 생태환경, 선교사목 등으로 주제를 확대해 왔다. 올해 모임에서는 한국교회가 일본에 파견하는 선교 사제의 현황과 과제를 논의했다. 현재 일본에는 50여 명의 한국인 사제가 있으며, 이들은 문화와 언어의 한계는 있지만 일본교회에 활력을 주고 있다. 그동안 꾸준히 이어진 이 모임이 뿌린 씨앗이 열매를 맺고 있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한일 주교들은 주교들만의 모임에서 더 확대해 사제 교류 모임 등 한일 양국의 교류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도 타진했다. 특히 2027년 열리는 서울 WYD도 한일 양국 교회가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일본 주교회의 부의장 우메무라 마사히로 주교는 일본교회도 어떤 방식으로든 힘을 보태고 싶어한다면서 서울 WYD는 한국교회뿐만 아니라 일본교회도 활력을 얻고 활기차게 성장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가깝고도 먼 나라.’ 우리가 흔히 일본을 부르는 말이다. 이웃 나라이지만 과거의 역사에 대해 아직 화해를 이뤄내지 못했기에 감정적으로 멀리 있는 나라 일본. 이러한 역사적 상처에 대해 한국과 일본의 주교들은 양국이 어떻게 역사를 인식하고 화해하며 교류해야 하는지에 대한 길을 보여주고 있다. 한일주교교류모임이 보여주는 모범에 따라 양국의 교회와 사회가 화해를 바탕으로 친교를 확대하길 기대한다.

2024-11-24

국가의 임무는 국민의 안전 보장이다

남북 관계가 경색 국면을 넘어서 대치 국면에 이르렀다. 직접적으로 상대를 무기로 공격하는 지경까지 이르지는 않았지만 서로를 적대하는 전단과 오물 풍선, 확성기를 동원한 밤낮 없는 비방, 전쟁까지 불사할 수 있다는 정치 지도자들의 무책임한 발언들은 민족 모두를 무력 충돌의 언저리까지 몰아가고 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주교특별위원회가 11월 5일 한반도 긴장 고조에 대한 호소문을 발표하고 힘의 논리보다는 상호 간에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내자고 호소했다. 호소문은 특히 남북 지도자와 정치인, 정책 결정자들을 향해 “국가의 첫 번째 임무는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일”이라며 “지도자들은 전쟁의 참극이 일으키는 고통을 자기 자신의 일로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 대소사는 모든 국민이 함께 책임져야 하지만, 의사 결정과 실행에 있어서의 결정적인 책임은 정부를 포함한 정치 지도자들의 몫이다. 호소문이 상기시키고 있듯이, 남북 정치 지도자들이 과연 남북 관계에 있어서도 국민의 안전과 평화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는지 의아스럽다. 대규모 파괴와 대량 살상으로 이어지는 현대전은 아무리 작은 규모라도 엄청난 결과를 자아낸다. 한쪽이 이기고 지는 싸움이 아니라 모두가 패배한다. 그러니 정치 지도자들은 민족 간에 무력 충돌도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도 말아야 한다. 비오 12세 교황이 말했듯이 “평화로는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지만 전쟁으로는 모든 것을 잃어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평화에 대한 희망을 찾기 어려울 때일수록 우리는 더욱 평화를 희망해야 한다.

2024-11-17

연대와 동반의 청소년 사목 필요하다

교회의 미래를 가늠할 청소년·청년 복음화의 책무는 당사자인 젊은이와 담당 사목자만의 몫이 아니다. 교회 구성원, 특히 부모 세대가 복음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주체적으로 참여하며 신앙 전수를 위한 의식을 높여야 한다. 지난 8일 열린 주교회의 복음선교위원회 2024년 세미나에서 나온 제언의 골자다. 물론 갈 길이 멀다. 우선 교회는 과거와는 판이한 사회 환경의 변화를 살피고 교회 내 각 세대별 특성을 분석해 이에 걸맞은 방향으로 사목 방식을 혁신해야 한다. 가정 따로 교회 따로, 주일학교 따로 청년회 따로의 주체별로 분절된 사목 형태에서 벗어나 연대와 동반의 사목을 펼쳐야 한다. 인천교구 은계본당은 영유아분과를 신설하고 부모가 어린 자녀와 함께 어떤 미사에 나와도 환영하는 본당 분위기를 구현하고 있다. 교회 공동체 모두가 가정과 더불어 어린 세대 신앙인에게 믿음을 전수하는 이 같은 모범사례가 보다 확산돼야 한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교회는 지난 2021년 「한국 천주교 청소년 사목 지침서」를 펴내며 청소년 사목의 큰 방향을 ‘동반자 사목’이라고 표현했다. 교회가 줄곧 강조해 오고 있는 ‘시노달리타스’와도 맥을 같이 한다. 신자들 또한 물질주의와 세속주의의 팽배라는 환경의 변화만을 탓할 수 없다. 신앙 선조들로부터 이어받은 신앙의 유산을 자녀들에게 이어줘야 할 사명을 깊이 인식하고 자녀에게 모범이 되는 신앙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힘써야 한다. 어머니 고 우르술라가 있었기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복자 이성례 마리아의 기도에 힘입어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가 부르심에 응답할 수 있었다

2024-11-17

교회 출판 문화의 새로운 도약을 희망한다

한국교회 출판 역사의 산 증인인 분도출판사가 62주년을 맞아 뜻깊은 자리를 마련했다. 분도출판사는 11월 1일 신학 토착화의 초석을 놓아왔던 지난 역사를 돌아보며 시대와 역사가 요청하는 신학과 교회 출판의 소명에 대해 성찰하는 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발제 및 토론자들은 지난 60여 년 동안 우리 사회와 교회, 시대가 필요로 하는 신학과 인문서들을 일관성 있게 펴낸 분도출판사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며, 우리 교회 출판계가 시대적 징표에 민감하게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인쇄 출판물은 쇠퇴의 길을 가고 있다고 평가된다. 인터넷과 PC, 정보 통신 수단의 발달은 인류 문명의 새로운 장을 열었고, 디지털 문화는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편리를 제공했다. 하지만 동시에 깊은 사색과 성찰을 요구하는 출판 문화는 쇠퇴일로의 길을 걸어왔고, 그나마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은 가벼운 실용서와 처세, 경제 관련 서적들뿐이다. 때마침 한국 작가 최초로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해 문학과 인문서뿐만 아니라 인쇄 출판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모아진 것은 큰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교회 출판계 역시 이러한 절호의 기회를 교회 출판 문화의 진흥과 새로운 도약을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가톨릭 신학과 철학은 오랜 역사 속에서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풍요로운 출판 콘텐츠를 품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시대적 과제들을 헤쳐나가기 위해서 필요한 모든 지혜를 가톨리시즘은 담고 있다. 교회 출판은 신앙의 지혜와 교회가 쌓아온 지식의 보고를 현대의 언어로 전해야 한다. 여전히 출판의 미래는 밝다.

2024-11-10

‘말하고 이끄는 교회’로 살아가자

올해로 57회째를 맞이하는 평신도 주일이다. 평신도들이 그리스도인으로서 사명과 역할을 되새기며 각자 삶의 자리에서, 곧 세상 속에서 복음적인 삶을 살도록 격려하고 함께 기도하는 날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의헌장」 33항은 “평신도는 하느님의 구원 계획이 모든 시대의 모든 사람에게 널리 가 닿도록 노력하여야 할 빛나는 짐을 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평신도의 역할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부터 크게 부각되면서 평신도를 통해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신자들이 삶의 자리에서 성실한 신앙생활을 이어가며 저마다의 소명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주일미사에만 성실히 참례할 뿐, 그 이상의 활동에는 나서지 않는 소극적인 이들도 적지 않다. 여전히 교회가 성직자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평신도들이 언제까지나 수동적인 ‘듣고 따르는 교회’로만 남아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깨어 있는 평신도, 주체적이고 자발적인 평신도의 모습이 필요하다. 교회가 더 이상 생기를 잃지 않도록 각자의 신앙과 삶을 점검하고 복음을 적극 실천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는 평신도 주일을 맞아 ‘그리스도인의 삶으로 선교하는 평신도-희망을 전하는 선교사가 됩시다’라는 제목의 강론 자료를 배포하고, “온 세상에 복음을 선포하는 살아 있는 도구이며 증인이라는 사실을 되새기자”고 당부했다. 더 이상 수동적인 모습이 아닌 ‘말하고 이끄는 교회’로 살아가는 능동적인 교회의 주체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2024-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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