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드교회, ‘승리주의 이단’에서 벗어나야

세속화된 시대에 가톨릭교회가 시노드적 교회가 되고 복음화 사명을 더 잘 수행할 수 있기 위해서는 ‘승리주의 이단’(heresy of triumphalism)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체코의 저명한 신학자이자 영성가인 토마시 할리크 몬시뇰이 말했다. 할리크 몬시뇰은 5월 2일 가톨릭 독립언론 NCR(National Catholic Reporter)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지적하고, “우리는 오만하게도 스스로를 ‘완전한 사회’(societes perfecta)로 여긴다”고 꼬집었다. 그는 4월 29일부터 5월 2일까지 로마에서 열린 ‘시노드를 위한 본당 사제 국제모임’을 이끌었다. 성직주의와 승리주의 할리크 몬시뇰은 사제들이 자신을 평신도들보다 우월한 존재로 간주하는 성직주의를 뿌리 뽑으려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시노드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세상으로부터 유리된 가톨리시즘의 자만심에 가득 찬 ‘교회 승리주의’를 지적했다. 이번 사제 국제모임에 참석한 성직자들을 향한 강연에서 그는 “세상의 급격한 변화에 두려움을 느낀 일부 그리스도인들은 교회를 변함없는 확실성의 섬으로 만들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본당 사제는 자신을 자기 본당의 교황으로 여긴다”고 꼬집고 “교회는 무류성의 은총을 오직 한 사람(교황)에게만, 그것도 매우 엄격하게 제한된 조건 아래에서 부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황조차도 어떤 결정을 하기 전에 자신을 돕는 자문기구에 귀 기울이는데, 하물며 본당 사제는 자신이 봉사하는 하느님 백성에게 얼마나 더 많이 귀를 기울여야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쇄신 여정은 단계적이고 다중적 할리크 몬시뇰은 나흘 동안 이어진 사제 국제모임에서의 솔직하고 열린 대화에 크게 고무됐지만, 시노드 교회를 향한 발걸음은 지역과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나라는 급격한 개혁에 잘 준비돼 있지만 다른 곳은 그렇지 못하다”며 이는 “문화적 여건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성소수자, 기혼 사제, 여성 부제 등을 포함한 다양한 주제들이 논의되고 있지만 이러한 주제들에 대한 입장은 “대륙별로, 심지어 한 나라 안에서도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긴장과 갈등을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교회 내 권위의 더 광범위한 분권화(decentralization), 그리고 영적이고 구조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신뢰의 위기, 보편성의 확대 할리크 몬시뇰은 포스트모던 시대에 교회는 ‘신뢰의 위기’에 직면해 있고, 그것은 교회가 자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노달리타스는 교회가 미래를 향한 예언자적 소명을 수행하게 해주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며, 교회는 제도종교에 속하진 않지만 영적 가치를 추구하는 이들에게 다가감으로써 보편성(catholicity)을 더 폭넓게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속적 사회를 멀리해야 한다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그것은 ‘반-가톨릭적 사고방식’이고 ‘분파주의’라며 “가톨리시즘은 개방성과 보편성”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폐쇄적 가톨리시즘은 항상 전체주의와 권위주의 체제와 유사하다”며 이는 교회가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의 교회 내 지도력 할리크 몬시뇰은 나흘 동안 진행된 사제 국제모임에서, 사제들 간에 현격한 의견 차이가 여전하지만 동시에 놀라울 만큼 선의와 개방성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교회 내 여성의 권리 확대에 대한 시노드의 긴급한 요청에 대해 그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 사제와 여성 부제에 대한 반대에 대해서는 “신학적 이유보다는 심리적 이유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수님이 남성만을 선택하셨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며 “이는 예수가 유다인만을 선택했다고 이탈리아인, 미국인, 일본인을 서품할 권리가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의 복음 선포 카리스마를 수용하지 않는 것은 성령을 거스르는 죄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변화는 시작됐다 할리크 몬시뇰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작한 시노드의 여정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것이라며 “그는 진보적 신학자가 아니라 매우 현명한 사목자”라고 말했다. 이어 교황은 “공감과 유머, 열린 마음을, 하나씩 단계적으로 나아가는 예수회의 전략과 결합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교회의 발걸음을 바꾸기를 원하며 새로운 교황을 기다리는 이들이 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우리는 ‘바꿀 수 없는 변화’(changes that are unchangeable)의 흐름에 들어섰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시노드를 위한 본당 사제 국제모임’ 참석한 김영식 신부

“로마에서 열린 ‘시노드를 위한 본당 사제 국제모임’에 참석해 마지막 날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알현했을 때, 교황님께서 사제들 한 사람 한 사람 전부 손을 잡아 주시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김영식 신부(루카·서울 행운동본당 주임)는 4월 29일~5월 2일 로마 외곽 사크로파노에서 열린 ‘시노드를 위한 본당 사제 국제모임’에 김종수 신부(요한 사도·서울 잠실7동본당 주임), 박찬홍 신부(가브리엘·수원교구 은행동본당 주임), 최문석 신부(안드레아·청주교구 선교사목국장), 박용욱 신부(미카엘·대구대교구 사목연구소장), 노우재 신부(미카엘·부산 서동본당 주임)와 함께 참석해 5월 2일 교황청 시노드홀에서 교황을 알현했다. 이 자리에서 시노드에 대한 교황의 의지를 확인했다. 김영식 신부는 “휠체어를 타고 교황청 시노드홀에 들어오시는 교황님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먹먹했다”며 “교황님께서 ‘전 세계의 본당 신부들에게 보내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편지’에 서명하신 뒤 사제들에게 이야기하실 때 처음에는 목소리가 약했지만 점점 생기가 돌았고, 사제들을 위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님께서는 특히 ‘투티’(Tutti, 모두)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하시면서 시노달리타스가 교회 안에 실현되려면 모든 이의 참여가 필요하고 누구도 소외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셨다”면서 “우리가 ‘모두’라고 말은 하면서도 소외시키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 난민이나 성소수자, 연로한 노인 등 모두의 의견을 듣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김 신부는 “교황님께서 ‘투티’를 강조하시는 모습에서 하느님 뜻과는 멀어진 교회의 모습도 느꼈다”며 “시노드란 우리끼리 모여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식별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 교회 공동체가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이 교회 쇄신과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교황님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교황님이 즉위 직후부터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는 시노달리타스가 교회 안에서는 물론 가정과 세상에도 도움이 된다”면서 “표현의 자유를 격려하는 경청은 타인의 논리와 의견을 배제하고 무익하게 시간을 허비하지 않게 도와 준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시노달리타스는 교황님이 바뀌는 것과 무관하게 지속돼야 하는 교회의 과제라는 점을 이번 시노드를 위한 본당 사제 모임에서 확인할 수 있었고, 하느님 백성에게는 하느님 뜻을 식별해 내기 위한 시노달리타스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신부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라자로) 추기경이 시노드를 위한 본당 사제 모임 마지막 날에 한국 사제단과 만나 성 베드로 대성당과 바티칸 정원 등을 안내하고 한식으로 오찬을 마련해 주셔서 감사했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2024-05-19

시노드 모임 재개한 서울대교구 각 본당들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본회의 제2회기가 올해 10월 교황청에서 열리기에 앞서 서울대교구 각 본당들이 시노드 모임을 재개하며 시노달리타스 실현이라는 이번 세계주교시노드 취지에 동참하고 있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는 전례력으로 새해를 시작하는 지난 대림 첫 주를 맞아 발표한 2024년 사목교서에서 “시노드 교회를 향해 계속 걸어가자”고 호소하면서 본당 차원에서 이뤄지는 시노드 모임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서울대교구 각 본당들은 교구장 사목 방침에 부응해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본회의 제1회기가 끝나며 공개된 「종합보고서」 내용을 바탕으로 대화와 경청, 성찰을 주안점으로 하는 시노드 모임을 진행 중에 있다. 서울대교구 본당들의 시노드 모임 재개 상황을 살펴본다. ■ 서울대교구 본당 시노드 모임 책자 발간 서울대교구는 신자들에게 시노드와 시노달리타스라는 개념이 아직 낯설다는 점을 고려해 본당 시노드 모임 안내 책자 역할을 할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를 바탕으로 한 서울대교구 ‘성령 안에서의 대화’와 논의 주제들」(이하 서울대교구 시노드 교재)을 발간해 3월 10일자 주보와 함께 배송했다. 책자 발송 전 2월 28일에는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제2회기 준비를 위한 심화 성찰 안내’라는 제목의 공문을 각 본당에 보내 서울대교구 시노드 교재를 활용한 모임에서 이뤄지는 신자들의 성찰과 의견 제시가 서울대교구는 물론 보편교회가 시노드 교회를 향해 나아가는 데 소중한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이 책자는 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가 2023년 12월 11일 각국 주교회의에 보낸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본회의 제2회기 준비를 위한 지침 ‘2024년 10월을 향하여’의 요청에 부응한 것이다.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는 ‘2024년 10월을 향하여’에서 본회의 제1회기 「종합보고서」의 여러 측면을 각 교구가 깊이 있게 성찰하고 의견을 모아 제출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가 개막된 2021년 10월 이후 2년 동안 하느님 백성 모두를 포함한 시노달리타스의 역동성을 유지하고 되살아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계주교대의원회의는 ‘2024년 10월을 향하여’에서 각국 주교회의에 지역교회 안에서의 시노드 모임이 본회의 제2회기 개막을 앞두고 지속돼야 할 필요성을 제시하면서 “지역 교회는 「종합보고서」 전체를 살펴보고 자신들의 상황과 가장 일치하는 요청 사항들을 취합해 이를 바탕으로 하느님 백성이 포함되는 교육 활동, 시노드 방식의 거행, 빈곤과 사회적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에 대한 경청 등을 진행할 수 있다고 독려했다. 지역 교회는 이와 같은 활동을 수행한 간략한 증언을 주교회의에 제출함으로써 역동적인 시노달리타스의 성장을 위해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사례들을 공유하며, 주교회의는 지역 교회가 제출한 증언들을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에 오는 5월 15일까지 제출하게 된다.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는 다시 이 내용들을 본회의 제2회기에 참석하는 대의원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서울대교구 시노드 교재 내용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서울대교구 각 본당의 시노드 모임은 그곳에서 나온 신자들의 목소리가 보편교회 안에서 시노달리타스의 모범 사례로 논의될 수 있다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 경청의 깊이를 더하는 자리 서울대교구 각 본당들이 현재 진행 중에 있는 시노드 모임은 2021년 10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가 개막하고 2022년 8월 한국교회 「종합의견서」가 작성되기 전까지 이뤄진 본당 시노드 모임을 보다 심화하는 성격을 지닌다. 서울대교구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본회의 제1회기 「종합보고서」에 담긴 전체 20개 항목 중 ▲‘신앙 공동체 안에 들어가기: 그리스도교 입문’(제3항) ▲‘가난한 이들, 교회 여정의 주역들’(제4항) ▲‘교회는 선교(사명)다. 디지털 환경에서의 선교’(제8항) ▲‘교회의 삶과 선교(사명) 안에서 여성’(제9항) ▲‘축성 생활, 교회 내 참여 조직과 평신도 단체’(제10항) ▲‘성직자’(제11~13항) ▲‘교회적 식별과 열린 문제들, 경청하고 동반하는 교회를 위하여’(제15~16항) 등 7개 항을 논의 주제로 선정하고 각 논의 주제별로 질문 3개씩(‘교회의 삶과 선교(사명) 안에서 여성’은 2개)을 제시하고 있다. ‘성령 안에서의 대화’라고 이름 붙여진 본당 시노드 모임 진행 순서에서 특징적인 부분은 경청과 나눔이라는 시노달라티스의 본질을 체험할 수 있도록 듣기와 침묵, 기도가 순서 중간 중간에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서울 행운동본당(주임 김영식 루카 신부)의 경우, 3월 27일 본당 구역 회합부터 시노드 모임을 시작했고, 4월 1일에는 김영식 신부와 사목위원들이 대전으로 부활 엠마오를 떠나 서울대교구 시노드 안내 책자에 정해진 순서대로 시노드 모임을 진행했다. 4월 24일에도 본당 시노드 모임을 계획하고 있으며, 5월 15일 시노드 모임에 대한 증언이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에 제출된 이후에도 10월까지는 꾸준히 시노드 모임 방식으로 구역과 단체 회합을 이어가기로 했다. 김 신부는 “교회사를 전공한 사제로서 교회사 안에서 시노달리타스의 의미를 평소 연구하고 관심을 기울여 왔다”며 “본당 단위에서 시노드 모임을 활성화하려는 교구장님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사제가 결정하던 것을 신자들과 상의해서 결정해야 하나’라는 본당 사목자들의 인식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수의 본당에서 시노드 모임이 제대로 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서울대교구 시노드 안내 책자에 소개된 논의 주제들과 질문들이 평신도 스스로 읽고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신자들이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시노드 모임에 참석한 뒤 ‘시노달리타스가 이런 것이구나’라고 체험하는 것만으로도 시노드 모임의 필요성은 크다”고 밝혔다. 행운동본당 박소연(체칠리아) 홍보 및 역사분과 위원도 “본당 사목위원들과 시노드 모임을 해 보니, 2021~2022년에 본당 첫 시노드 모임을 할 때도 어려웠지만 지금도 낯설고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라며 “첫 시노드 모임에는 경험을 목적으로 참석했다면 지금은 시노드적인 문화를 본당 안에 정착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시노드 모임을 하면서 신자로서 얼마나 열린 마음을 갖고 있는지, 공동체 안에서 그리고 다른 공동체에도 열린 마음으로 신자들을 대했는지를 생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영식 신부는 “시노드 모임 참석자는 옆의 신자가 성령을 통해 말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온전히 경청해야 하고, 참석자 모두에게 짧은 침묵의 시간을 가지라고 요청하는 것도 경청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화곡동본당(주임 정월기 프란치스코 신부)도 본당 내 각 단체와 소공동체 모임을 4월 7일부터 시노드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고, 잠실7동본당(주임 김종수 요한 사도 신부)은 서울대교구 시노드 교재에 선정된 논의 주제들을 구역별로 배정한 뒤 4월 14일까지 시노드 모임 결과 보고서를 제출받았다. 인헌동본당(주임 곽희태 스테파노 신부)은 자체적으로 ‘우리 교회는 세상에서 말하는 비복음적 상황(노동차별, 환경파괴, 인격모독 등)에 맞서 정치적 의사 결정자들 및 책임자들에게 예수님께서 하셨던 것과 같은 복음적 기준을 바탕으로 어떠한 예언자적 소명을 감당해야 하는지’라는 질문을 정해 본당 단체원들 모임에서 나눔을 하고 그 결과를 4월 30일까지 제출받을 예정이다.

2024-04-21

시노드적 교회 실현 위한 10가지 방안 놓고 심층 논의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노달리타스’를 오늘날 가톨릭교회가 실현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목 과제로 설정하고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본회의 제2회기 일정이 10월 2일부터 27일까지 교황청에서 열리는 것으로 확정된 가운데 전 세계 가톨릭교회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을 주제로 하는 시노드 여정을 지금도 걷고 있다. 교황은 본회의 제2회기 개막에 앞서 10개의 연구 그룹(Study Group)에게 각각 한 가지씩 모두 10가지 주제를 사전에 검토하라는 과제를 맡겼다. 10가지 주제는 지난해 10월 28일 본회의 제1회기 폐막 때 승인된 「종합보고서」를 바탕으로 선정됐으며, 3월 14일 교황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책임보고관 장-클로드 올러리슈 추기경과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총장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이 발표했다. 본회의 제2회기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질 사안으로 교황이 검토를 지시한 10가지 주제와 연구 그룹들의 역할을 알아본다. ■ ‘10가지 주제’ 무엇인가 교황은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진행과 관련된 모든 상황을 고려해 연구 그룹들이 본회의 제1회기 「종합보고서」 내용에 비춰 10가지 주제를 다루라고 요청했다. 교황은 각각의 주제가 서술된 「종합보고서」 항목도 언급했다. 10가지 주제는 다음과 같다. ▲동방 가톨릭교회와 라틴 교회의 관계에 대한 몇 가지 측면(「종합보고서」 제6항) ▲가난한 이들의 외침에 귀 기울이기(「종합보고서」 4항과 16항) ▲디지털 환경에서의 선교(「종합보고서」 17항) ▲선교적인 시노드 관점에서 「사제 양성 기본 지침」 개정(「종합보고서」 11항) ▲특정 선교 형태에 관련된 신학적이고 교회법적인 문제들(「종합보고서」 8항과 9항) ▲시노드적으로 선교하는 관점에서 주교, 축성생활, 교회 단체들 사이의 관계성을 다루는 문서들 개정(「종합보고서」 10항) ▲선교하는 시노드 관점에서 주교의 인품과 사목에 관한 몇 가지 측면, 주교 후보자 선정 기준, 주교의 법적인 역할, 사도좌 정기방문의 성격과 과정(「종합보고서」 12항과 13항) ▲선교하는 시노드 관점에서 교황청 대표부(교황대사)의 역할(「종합보고서」 13항) ▲논란이 되는 교리적, 사목적, 윤리적 사안들의 공동 식별을 위한 신학적인 기준과 시노드적 방법론(「종합보고서」 15항) ▲교회의 실천 안에서 교회일치 여정의 결실 받아들이기(「종합보고서」 7항). 이상의 10가지 주제는 모두 시노달리타스라는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으며, 10가지 주제에 명시적으로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서 연구 그룹들이 검토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올러리슈 추기경과 그레크 추기경은 3월 14일 기자회견에서 “교회 안에서의 여성의 역할, 의사 결정 과정과 공동체 리더십에 여성들의 참여, 교구장 주교와 해당 교구 내에서 활동하는 수도회의 관계 등도 연구 그룹이 다룰 주요 주제”라고 소개했다. 또한 교황은 10가지 검토 주제를 승인하면서 본회의 제2회기에 4개 이웃 그리스도교 교회와 공동체를 추가로 초청할 것을 결정했다. 이 또한 10가지 주제 가운데 하나인 교회일치 정신을 살리려는 모습으로 이해할 수 있다. ■ 연구 그룹들 어떤 활동하나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는 교황의 지시를 바탕으로 연구 그룹들이 맡게 될 소임을 안내하는 문서를 준비할 예정이다. 연구 그룹들은 10가지 주제와 관련된 교황청 각 부서와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가 협의해 구성하며, 조정 권한은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가 위임받았다. 교황이 연구 그룹들이 검토할 10가지 주제를 본회의 제2회기에 앞서 선정한 것은 26일 동안 진행되는 본회의 기간 중에는 각각의 주제들을 충분히 논의하고 검토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 아울러 그레크 추기경은 “교황이 본회의 제2회기가 끝난 뒤에 연구 그룹들을 구성하지 않은 것은 교황이 그만큼 경청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며, 교황은 먼저 듣고 행동하고 계시다”고 말했다. 연구 그룹들은 올해 10월 27일 본회의 제2회기 종료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가 폐막된 이후에도 연구작업을 이어간다. 세계주교시노드 폐막과 관계 없이 시노달리타스 실현의 과제는 계속 교회에 남겨지기 때문이다. 교황은 10개 연구 그룹들에게 각각 담당한 주제에 대한 사전 보고서(preliminary report)를 본회의 제2회기에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연구 그룹들이 작성하게 되는 최종 보고서(final report)는 2025년 6월까지 교황에게 제출된다. 연구 그룹들은 10가지 주제와는 별도로 가톨릭교회 안에서 논란이 되는 사안들도 검토해 교황에게 그 결과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교황청 신앙교리부 산하 국제신학위원회 사무총장 피에로 코다 몬시뇰은 “연구 그룹들은 여성 부제 임명 가능성, 주교 선출 과정에 평신도들의 관여, 성소수자(LGBTQ+) 가톨릭 신자들에 대한 보다 폭넓은 수용 등도 분명하게 토론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그룹들이 제출하는 사전 보고서는 올해 10월 교황청에서 열리는 본회의 제2회기 대의원들이 자신들에게 주어지는 ‘전체 주제’(general theme)를 보다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 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교황은 “지금으로서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본회의 제2회기 전체 주제는 ‘선교에 있어서 어떻게 시노드적인 교회가 될 수 있는가?’(How to be a synodal Church in misson?)라는 질문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그룹들이 심도 있게 논의할 10가지 주제가 발표된 뒤 전 세계 사제 300명이 자신들의 사목 체험을 공유하기 위해 4월 28일부터 5월 2일까지 교황청에서 시노드 미팅을 연다. 교황청 시노드 미팅 참석자로 선발된 미국교회 사제 5명 중 1명인 리틀록교구 조셉 프렌드 신부는 “내가 미국교회 사제단 대표로 교황청 시노드 미팅에 참석하게 된 사실을 알고 놀랐다”면서도 “본당 신자들과 사목 대상이 되는 사람들, 그리고 동료 사제들을 대표해 우리의 생각을 다른 참석자들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신학연구소 경동현(안드레아) 연구실장은 연구 그룹들이 다룰 10가지 주제가 공개된 뒤 “교황은 이전까지의 세계주교시노드 흐름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이번 제16차 정기총회를 출발했을 것이지만 이전과는 다른 시노드 정신을 실현하는 일이 과연 한국교회에서 가능한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경 실장은 “실제 한국교회는 본회의 제1회기 폐막으로 이미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가 끝난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고, 올해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에서도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면서 “시노달리타스의 중요성을 체험한 이들과 함께 시노달리타스가 교회의 희망일 수 있음을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4-04-07

한국교회 신자들이 이해하는 ‘시노달리타스’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본회의 마지막 회기인 제2회기가 올해 10월 교황청에서 열린다. 제2회기 개막을 기다리는 현재 시점은 세계주교시노드가 중지된 상태가 아니라 보다 충실한 시노드가 되기 위한 준비 기간이다. 그럼에도 한국교회에서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주제인 ‘시노달리타스’를 구현하려는 움직임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아직 한국교회에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세계주교시노드 각 교구 담당 사제들이 이해하는 시노달리타스란 무엇이고, 교회와 신자들에게 시노달리타스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 시노드 담당 사제들이 이해하는 ‘시노달리타스’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주제인 ‘시노달리타스’(Synodalitas)는 2021년 10월 9일 개막 당시에는 ‘공동합의성’이라는 우리말 번역어로 사용되다가 같은 해 10월 11~14일 열린 주교회의 2021년 추계 정기총회에서 공동합의성을 원어 그대로 ‘시노달리타스’로 표기하기로 결정했다. “번역 용어로는 원어의 뜻을 충분하게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이 결정의 이유였다. 그렇다면 각 교구 시노드 담당 사제들이 이해하는 시노달리타스의 본질은 무엇일까. 부산교구 노우재 신부(미카엘·서동본당 주임)는 시노달리타스라는 용어나 개념이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를 진행하면서 나온 것이 아니라 교회의 오랜 전통에서 나온 용어라는 점을 우선 지적했다. 시노달리타스의 어원인 그리스어 ‘시노두스’(synodus)는 ‘하느님 백성이 함께 걸어가야 할 여정’, 즉 함께 움직이고 함께 만난다는 뜻이고 이것은 다름 아닌 부르심 받은 모임인 교회 공동체 자체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춘천교구 김도형 신부(스테파노·만천본당 주임) 역시 “시노달리타스를 새로운 교회의 비전을 제시하는 차원이나 ‘슬로건’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며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교회의 자기 성찰을 통해 ‘원천’으로 돌아가자고 했다면, 그 이후의 가장 큰 교회사적 사건이라 할 수 있는 이번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는 교회가 자신의 원천을 삶으로 살아가자는 것이고 이것이 시노달리타스”라고 말했다. 이어 “늘 새로운 것을 창조해 가는 인간 세상에서 오히려 시노달리타스는 교회의 본모습으로 회귀하자는 외침이고, 교회가 진리를 추구하는 공동체라는 점을 보여 준다”면서 “시노달리타스가 추구하는 교회의 원형은 사도행전에 그려진, 누구나 평등하고 차별이 없는 ‘초대교회’라고 볼 수 있다”고 제시했다. 대구대교구 사목연구소장 박용욱(미카엘) 신부는 한국교회가 ‘시노달리타스’를 원어 그대로 사용하는 것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박용욱 신부는 “한국 신자들이 쉽게 발음하기조차 힘든 라틴어 ‘시노달리타스’를 원어 그대로 사용하면서 많은 신자들은 물론 수도자들도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에 관심을 갖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박 신부는 “시노달리타스를 신자들이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용어로 대체하려는 한국교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 시노달리타스, 한국교회 정착 쉽지 않은 이유는 각 교구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담당 사제들은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과 보편교회가 일관되게 추구하는 시노달리타스가 한국교회에 쉽게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 일치된 견해를 보였다. 2021년 10월 이후 진행된 교구단계 시노드가 끝나고 대륙단계로 넘어간 뒤로는 소수 교구를 제외하면 한국교회에서 세계주교시노드 관련 활동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현상에도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박용욱 신부는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교황청과 한국교회 시각 사이에 큰 간격이 존재하는 원인을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주제가 왜 시노달리타스로 정해졌는지 그 배경에서 찾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교황은 현대 가톨릭교회 사제들의 권한 남용, 부당한 재정 집행, 성직자중심주의, 서구 교회의 성 착취 등을 심각한 위기로 받아들이고 이를 치유, 쇄신하기 위해 시노달리타스를 세계주교시노드 주제로 정했다. 박 신부는 “실제 세계주교시노드가 진행되면서 단계별로 나왔던 교황청 문서에는 이런 문제들이 심도 있게 서술돼 있지만 한국교회는 사제들의 성직자중심주의나 집중된 권한 행사, 재정 집행 문제 등에 대해 제대로 된 논의를 하지 않아 한국교회 신자들이 시노드 진행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서구교회에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들이 한국교회에서도 같은 형태나 같은 정도로 심각하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문제가 있는 것만큼은 사실임에도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가 시작되는 단계부터 한국교회 현실을 사실대로 논의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도형 신부는 한국교회 안에 성직자중심주의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성직자중심주의가 한국교회 사제 전체의 문제라고 일반화시켜서 보기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김 신부는 “사제들도 연령대에 따라 원로급에서는 성직자중심주의를 자연스런 교회 문화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지만, 요즘 젊은 사제들은 단지 사제라는 이유만으로 권위를 내세우는 문화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또한 “성직자중심주의는 사제들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제만 바라보고 사제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강한 한국교회 평신도들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평신도 내부에서도 직분에 따라 간격이 존재한다”며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방해하는 요소는 사제와 평신도 모두에게 있는 만큼 교회 구성원 모두가 노력할 때 시노달리타스는 우리에게 가까워진다”고 말했다. 노우재 신부는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고, 개별 교회든 보편교회든 시노달리타스 여정을 끊임없이 밟아갈 때라야 시노달리타스를 살아갈 수 있다”며 “시노달리타스는 새로운 제도를 만든다든가 안 하던 행사를 한다고 해서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노달리타스를 방해하는 가장 두드러진 현상을 ‘교회의 세속성’이라고 꼽았다. 노 신부는 “교회 안에 세속성이 너무 깊이 침투해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사제, 수도자의 권위주의는 복음 정신에 반하는 것이고, 평신도들의 아집이나 세력 다툼 역시 세속성의 표현이며, 사목회 등 본당 기구가 교회 정신에 따라 운용되지 못하는 것도 세속성에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김도형 신부는 “로마에서 교회법을 배울 때 교수님으로부터 시노달리타스 실현에는 70년을 바라보고 가야 할 만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며 “시노달리타스 실현은 기간을 정해 놓고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2024-03-24

서울 신대방동본당의 시노드 여정

시노달리타스를 주제로 하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본회의 제2회기가 올해 10월 교황청에서 열린다. 지난해 10월에는 본회의 제1회기가 끝났다.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가 시작된 것은 2021년 10월로, 본당 단위 시노드 모임을 포함하는 교구단계는 2022년 6월 말에 마무리됐다. 이에 앞서 전국 각 교구는 본당들로부터 시노드 모임 결과 보고서를 제출받아 2022년 6월 중순을 전후해 교구 보고서를 주교회의에 제출했다. 교구에 시노드 모임 결과 보고서를 제출한 이후로 대부분 본당들은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에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올해 본당 사목표어를 ‘시노드 교회를 위하여 계속 걸어갑시다!’로 정한 본당이 있어 눈길을 모은다. 서울 신대방동본당(주임 박근태 베네딕토 신부)이다. ‘계속 걸어갑시다!’라는 표현은 시노드 교회를 위해 지금까지 걸어왔고 앞으로도 걸어가겠다는 의미다. 신대방동본당이 걷고 있는 시노드 여정을 살펴본다. 서울 신대방동본당 사목회가 2022년 12월 3~4일 강화도 그레이스힐 연수원에서 마련한 ‘제13대 사목회 출발 워크숍’. 서울 신대방동본당 제공 ■ ‘2024년 신대방동성당 미션’ 신대방동본당 신자들은 올해를 맞이하며 명함 크기로 만들어진 ‘2024년 신대방동성당 미션’이란 인쇄물을 하나씩 받았다. 뒷면에는 본당 신자들이 시노달리타스를 신앙과 삶 안에서 살아가기 위해 실천해야 하는 10가지 항목이 적혀 있다. ▲하느님 이름 부르기 ▲아침·저녁 기도하기 ▲거룩한 미사 봉헌과 주일 지내기 ▲성경을 읽고 묵상하기 ▲교회 가르침(사회교리) 공부하기 ▲구역 및 단체 활동 참여하기 ▲이웃에게 봉사하기 ▲보속의 삶(단식과 극기) 살기 ▲가족과 함께하는 삶 살기 ▲환경보호와 분리수거 하기 등이다. 실천사항들을 보면 신자들이 당연히 실천해야 할 일들뿐, 시노달리타스 실현이나 시노드 교회와 직접적 연관성은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신대방동본당은 ‘시노드’의 본래 의미부터 찾았다. ‘함께 걸어간다’는 것이다.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 모두가 함께 걸어가기 위해서는 신자들이 처해 있는 구체적 현실을 파악하고 신앙의 본래 의미를 되찾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는 인식의 결과가 ‘2024년 신대방동성당 미션’이다. 아직까지도 시노드나 시노달리타스의 의미가 한국교회 신자들에게 익숙하게 자리 잡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언론에 상징적으로 보도된, 프란치스코 교황과 추기경들, 주교와 사제들, 수도자, 여성을 포함한 평신도들이 둥근 테이블에 앉아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시노달리타스라고 생각하기 쉽다. 이에 대해 신대방동본당 주임 박근태 신부는 “교황님이 일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관되게 시노달리타스를 가톨릭교회 안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매우 존경스런 모습”이라며 “시노달리타스가 가톨릭교회의 나아갈 길임은 분명하지만, 현실적으로 지역교회 주교들과 본당 사목자들 그리고 신자들이 시노달리타스를 어느 정도까지 수용할 수 있는지를 정확히 알고 그에 적합하게 시노달리타스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신부는 “독일교회가 자체적으로 급진적인 시노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독일교회와 교황청 사이에 갈등이 생기고, 독일교회 내부에서도 찬반 대립이 생겨 분열이 생기고 있다”면서 “사제와 신자들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막연히 ‘시노달리타스는 교회에 필요하고 좋은 것이니 해보자’는 방식으로는 오히려 교회와 본당 안에 혼란과 반발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박 신부는 “2021년에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가 개막한 뒤 본당별로 시노드를 진행한 결과를 2022년 교구에 보고한 후로는 대부분의 사제와 신자들이 본당으로서 시노드는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상황을 전했다. 아울러 “성직주의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본당 사목자에게 일정 권위와 결정권은 있어야 하고, 한국교회 현실에서 교황님과 사제, 수도자, 평신도가 둥근 테이블에 함께 앉아 대화하듯이 본당 안에서 논의 자리를 마련해 주면 참여하는 평신도보다 불편해하고 기피하는 평신도가 더 많다”고도 덧붙였다. 신대방동본당은 ‘시노드 교회를 위하여 계속 걸어갑시다!’라는 올해 사목목표를 구현하기 위해 기존에 없던 행사를 열거나, 다른 형태의 회의 자리를 만든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신자들의 신앙 형태가 과거와 어떤 면에서 달라졌는지, 신자들이 교회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했다. 신자들이 처한 현실을 알아가는 노력이 함께 걸어가는 시노드 교회를 향한 첫걸음이었다. 서울 신대방동본당 주임 박근태 신부가 2월 28일 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왼쪽 벽에 걸린 시노드 여정을 위한 사목표어가 눈에 띈다. 서울 신대방동본당 제공 ■ 시노드 여정은 계속된다 신대방동본당이 올해 사목목표를 ‘시노드 교회를 위하여 계속 걸어갑시다!’라고 정하기까지 거쳐 간 과정은 본당 사제와 사목회가 신자들 모두와 함께 걷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현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본당은 2022년 본당 시노드 모임 결과 보고서를 교구에 제출한 직후부터 새로운 시노드 여정에 들어섰다. 2022년 12월 3~4일 강화도 그레이스힐 연수원에서 제13대 사목회(총회장 윤석붕 빈첸시오) 출발 워크숍을 열고 본당에 젊은 신자들이 줄어드는 이유, 신앙보다 사회적 기준과 이해관계가 우선되는 이유 등을 고민하고 본당 신자들의 신앙생활 전반을 파악할 필요성을 공유했다. 바로 이어진 조치가 지난해 3월에 실시한 ‘신대방동성당 신자들의 신앙생활 및 사목적 필요를 위한 설문’이다. 설문지는 인적사항 문항부터 세례받은 동기, 세례 이후 신앙적 보살핌을 받은 여부, 주일미사 참례 이유, 참례하지 못하는 이유, 기도 지향, 신앙생활 중 받는 유혹과 회의감, 냉담 이유와 기간, 본당 사목자에 대한 요청사항, 본당의 당면 과제에 이르기까지 36개 문항으로 구성됐다. 본당 사목회는 본당 교적상 신자 1941명 가운데 204명이 응답, 제출한 설문지를 회수해 지난해 6월부터 분석에 들어갔다. 그 결과 열심인 신자와 그렇지 못한 신자가 양분돼 있었으며, 본당의 사목과제로는 냉담교우와 노년층 증가에 대한 대응, 청년·청소년사목에 대한 배려, 예비신자 인도 등이 제시됐다. 이후 본당은 사목회장단 6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해 8월 19~20일 1박2일간 대전가톨릭대학교에서 냉담교우 찾기 워크숍을 열고 본당에 적용할 방안을 토의하고 고민했다. 9월 16일 예수회센터에서는 다시 사목위원, 남녀 구역장, 단체장 등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목회 워크숍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본당 공동체의 새로운 출발을 위한 청소년사목 활성화, 고령화 현상 수용과 승화 방안을 찾았다. 본당 사목회는 박근태 신부와 거듭된 논의를 거쳐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한 82가지 사목과제를 점차 추려가며 최종 10가지를 정하기에 이르렀다. 박 신부는 올해 본당 사목표어 ‘시노드 교회를 위하여 계속 걸어갑시다!’ 실현을 목표로 매 주일미사 강론에서 10가지 실천사항의 의미와 구체적 내용을 신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여성구역에서는 냉담교우 가정을 꾸준히 방문하고, 오랜만에 미사에 참례한 교우를 미사 중에 소개하고 환영하는 시간도 갖고 있다. 박 신부는 “신대방동본당의 10가지 미션이 좁은 의미의 시노드와는 관계가 없는 듯이 보일 수도 있겠지만 ‘함께 걸어간다’는 본래 의미의 시노드와는 부합한다”며 “시노드는 구체적인 현실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4-03-10

[시노드] 10월 세계주교시노드 제2회기,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교황청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의 두 번째이자 최종 회기를 10월 2~27일 개최한다고 2월 17일 발표했다. 전 세계에서 모인 주교들과 함께, 투표권이 부여된 남녀 평신도들을 포함한 총 365명의 대의원들은 지난해 첫 회기에 이어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건설하기 위한 긴 여정을 이어간다. 세계주교시노드 대의원들이 2023년 10월 18일 교황청 바오로 6세 홀에서 제1회기 모임을 하고 있다. CNS 자료사진 프란치스코 교황은 두 번째 회기 소집 일정을 발표한 날, 제1회기에서 제안된 다양한 주제들을 더 깊이 연구할 스터디 그룹을 설치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연구 과제와 연구진들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제1회기 「종합 보고서」의 81개 항목들을 고려할 때 다음과 같은 주제들이 유력하다. 바로 여성 부제를 포함한 교회 내 여성의 역할과 위치, 사제 양성, 교구와 본당에서 시노달리타스의 구조, 교회법 개정, 교황청 기구와 시노달리타스다. 5월 15일까지 지역교회 피드백 요청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는 지난해 10월 제1회기를 마친 뒤 12월 11일 ‘2024년 10월을 향하여’라는 제목의 지침을 발표했다.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는 지침에서 제1회기 「종합 보고서」를 심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당부하고, 제2회기는 교회 안의 모든 수준에서 시노달리타스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질 것임을 강조했다. 이러한 전망 속에서 각 지역교회들이 어떻게 선교적인 동시에 시노드적인 면모를 갖출 수 있는지를 논의하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로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른 두 가지 요청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각 주교회의는 방법과 기간을 정해 각 교구 의견서를 취합하고 취합된 의견들을 종합해 최대 8매 분량의 문서로 작성해 5월 15일까지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로 제출해야 한다. 이렇게 각국 주교회의에서 모인 자료들을 바탕으로 제2회기 의안집이 마련된다. 둘째, 각 교구는 교구별 시노드 관련 수행 작업과 경험들에 대한 간략한 증언(최대 2매)을 작성해 주교회의에 제출하고, 주교회의는 각 교구별 증언들을 취합(분량 규정 없음)해 같은 날인 5월 15일까지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로 제출한다. 이에 따라 한국 주교회의 역시 이상의 두 가지 자료들을 각 교구에 요청할 계획이다. 2023년 10월 10일 세계주교시노드 제1회기에 참석한 한 대의원이 기도하고 있다. CNS 자료사진 시노드에 대한 실망과 희망 2021~2024년 시노드 과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올해 10월 열리는 제2회기 및 이어지는 교황 문헌 발표로 시노드는 마무리되지만 이는 마침이기보다는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다. 제2회기를 앞둔 현시점에서 시노드의 분명한 성과를 논하기는 어렵고, 실망과 희망의 전망이 동시에 제시되고 있다. 한국교회 안에서 시노드에 대한 회의 섞인 시선은 개막 초기에 두드러졌다. 구체적 변화로 이어지지 못했던 이전의 교회 회의들에 대한 실망은 이번 시노드 경청과 대화 모임 역시 실제적인 쇄신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구심으로 나타났다. 보편교회 안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끄는 시노드의 질적 변화에 대한 노골적인 저항, 즉 교회의 관습과 전통을 훼손함으로써 정통 가르침에서 어긋나고 분열을 조장한다는 극렬한 반대가 나타나기도 했다. 시노드를 통한 교회의 변화와 쇄신에 대한 교황의 의지는 강력하지만 오히려 지역교회에서의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시노드 여정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가 미진한 면도 드러났다. 이는 한국교회 안에서의 시노드 경청과 대화 모임, 이어진 식별의 과정에서도 나타났다. 전 의정부교구 통합사목국장 김영욱(블라시오) 신부는 “주교 시노드에서 제시하는 문제의식을 따라가는데 있어서 한국교회는 많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시노드적 교회 전망의 구현이 장기적 과제라는 점에서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인천교구 복음화사목국장 정병덕(라파엘) 신부는 “경청과 상호 존중이라는 시노드 정신을 사목 현장에 구현하는 것은 짧은 시일에 되는 것이 아니기에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한국교회 안에서의 시노드에 대한 관심과 참여 열기가 미진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시노드 여정을 통해 변화의 조짐을 발견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김영욱 신부는 “성직자와 평신도 모두, 서로에게 경청하고자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은 분명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교구 단계에서의 경청과 대화의 체험이 시노드 교회의 원형을 부분적이나마 체득하게 했다는 의견이다. 제1회기 「종합 보고서」에는 시노드 여정의 다양한 성과가 제시됐다. 의정부교구 통합사목국 경동현(안드레아) 연구원은 “「종합 보고서」에 추상적이고 모호한 부분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현 상황에 대한 솔직한 고백과 열린 질문들을 담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시노달리타스의 역동성 살려야 우리신학연구소 이미영(발비나) 소장은 “한국교회 안에서 시노드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듯하지만 시노드의 중요성에 주목하는 이들은 시노드 교회의 이상에서 활력을 잃어가는 한국교회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시노드에 대한 희망을 내비쳤다. 이 소장은 다만 제1회기의 성찰을 지역교회 안에서 다시 논의하도록 한 현재 피드백의 과정이 한국교회 안에서 얼마나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시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연구자는 “시노달리타스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 신자는 열심한 축에 속한다”며 “한국교회는 어찌 보면 시노달리타스에 냉담하고 무관심하다”고 말했다. 그는 “교구 단계 경청 모임이 끝나면서 할 일을 다 한 듯 시노드와 관련해서 손을 놓아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경동현 연구원도 같은 맥락에서 “보편교회의 시노드와 일선 본당 및 신자들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다”며 “제2회기가 시작되기까지 이 간극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시노드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시노드의 전 과정에서 풀뿌리 하느님 백성의 의견, 특히 소외된 이들을 포함한 모든 이들의 의견을 풍부하게 수렴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경청과 대화, 식별의 과정을 거쳐 정리된 의견들이 다시금 지역교회 하느님 백성에게 전달되고 다시금 피드백의 과정을 되풀이하는 순환 과정이 강조됐다. 따라서, 제1회기를 마치고 제2회기를 준비하는 시노드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1회기의 성과인 「종합 보고서」의 제안들을 중심으로 시노드 교회의 구현을 위한 지역교회들의 실천을 다각도로 시도하고 그 사례와 체험들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는 지침 ‘2024년 10월을 향하여’가 강조하는, “지난 2년 동안 하느님 백성 모두를 포함한 시노달리타스 역동성을 유지하고 되살아나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024-02-25

[시노드] 시노달리타스 실현 본격 나선 의정부교구

의정부교구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을 주제로 진행되고 있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에 보편교회와 보조를 맞춰 긴 호흡으로 참여하고 있다. 시노달리타스라는 용어가 한국교회 신자들에게 생소한 것이 현실이고 시노드 정신이 일회성 행사나 이벤트로 실현되는 것이 아닌 만큼 교구 내에 시노달리타스를 뿌리 내리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교구는 세계주교시노드 진행 과정에서 발표되는 문헌들을 모든 신자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면 시노달리타스는 실현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에서 세계주교시노드 문헌들을 면밀히 분석하고 신자들에게 이해시키는 작업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의정부교구 통합사목국이 지난해 5월 신앙교육원 본원에서 개최한 ‘시노달리타스 실천을 위한 사목위원 연수’ 후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의정부교구 통합사목국 제공 특별한 의정부교구 시노달리타스위원회 의정부교구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가 2021년 10월 9일 교황청에서 개막하기에 앞서 같은 해 6월 1일 세계주교시노드 교구 담당자로 김영욱 신부(블라시오·교구 통합사목국장)를 선정하면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에 첫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의정부교구 시노드 여정의 특징과 본질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요소가 2022년 8월 25일 구성된 교구 ‘시노달리타스위원회’다. 2인 공동위원장에 김영욱 신부와 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고진철(라우렌시오) 회장이 임명됐다. ‘함께 걷는다’라는 시노달리타스 의미에 충실하게 사제와 평신도가 공동위원장을 맡았다는 것은 조직에서부터 시노드 정신을 살리겠다는 교구의 의지와 시노드에 대한 이해가 그 바탕이 됐다고 볼 수 있다. 김 신부는 교구 시노달리타스위원회의 지향점에 대해 “‘가르치는 성직자, 배우는 평신도’라는 도식을 극복하고 모두가 서로에게 배우는 교회 공동체를 구현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진철 회장 또한 “교구 모든 활동에 시노달리타스 정신이 자리 잡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 “교구 시노달리타스위원회가 구성됐지만 시노드 과정은 교구 모든 부서와 하느님 백성 전체가 동반하고 협력하는 여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의정부교구 시노드 진행 과정 중 지난해 10월 교구 사목연구소(소장 변승식 요한 보스코 신부)에서 「성직주의 성찰과 나눔」을 발간했다. 의미가 큰 발간물이다. ‘사목자료 시리즈’ 첫 권으로 펴낸 「성직주의 성찰과 나눔」은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핵심 논의 주제인 성직주의를 정면에서 다룬다. 의정부교구 통합사목국 연구원 겸 평협 기획분과위원장 경동현(안드레아) 박사는 “한국교회에서 성직주의를 다룬 논문이나 학문적 연구는 찾아보기 힘들어 의정부교구에서 성직주의의 개념과 원인이 무엇인지 고민한 문헌을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성직주의 성찰과 나눔」은 성직주의를 ‘교회의 가장 해로운 병폐’, ‘시노달리타스 실현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표현하면서 성직주의가 무엇인지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함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자고 제안한다. 교구 시노달리타스위원회 공동위원장에 사제와 평신도를 임명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성직주의 성찰과 나눔」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위해 성직주의를 극복하는 노력이 요청되지만 성직주의는 성직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대목이다. “2000년 동안 이어져 온 교회의 가장 큰 문제로 비단 성직자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 자체의 본질적 문제이다”, “성직주의는 성직자와 평신도 모두에게 죄가 될 수 있다” 등 교구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성직주의 성찰과 나눔」에서 볼 수 있다. 지난해 6월 평신도 신학자들의 참여로 교구 평협 교육연구분과가 발간한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시노달리타스 안내서」(이하 안내서)도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여정에 충실히 동참하려는 의정부교구 평신도들의 열의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한국교회 대표적 평신도 신학자들인 노주현(비비안나)·박문수(프란치스코) 교구 사목연구소 초빙연구원, 엄재중(요셉)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연구원, 주원준(토마스 아퀴나스)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이 집필했다. 안내서에는 역사 속 시노달리타스, 시노달리타스 신학, 시노달리타스를 향한 회심 등을 알기 쉽게 풀이하면서 용어 해설을 싣고 있다. 아울러 지난 12월에는 교구 사목연구소에서 「교회와 함께 걷는, 평신도를 만나다-세계 평신도 직무자 모임의 울림」을 발간해 시노드 여정에서의 공동책임,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위한 성직주의 극복, 이를 위한 평신도와 여성들의 교회 직무 참여를 강조하고 있는 점이 이목을 끈다. 의정부교구가 이번 세계주교시노드 과정에서 발간한 일련의 출판물들은 공통적으로 시노달리타스 실현에는 교구민 모두가, 그중에서도 평신도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시노드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 의정부교구는 시노달리타스 정신을 신자들에게 스며들게 하기 위한 책자 발간과 병행해 다양한 방식으로 경청 모임을 진행해 왔다. 문서 작업과 경청 모임은 별개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 과정이다. 2022년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교구 단계에서는 2~4월 본당 경청 모임과 동시에 민족화해분과, 이주사목위원회, 정의평화위원회 등 위원회별 경청모임을 진행했다. 이것은 교구장 이기헌(베드로) 주교가 2022년 1월 23일 ‘세계주교시노드 본당 경청 과정을 시작하며’라는 서한에서 “삶의 현장에서 신앙의 길을 걷는 형제자매들의 목소리가 본당은 물론 의정부교구와 한국교회, 전 세계 가톨릭교회와 함께 걸어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한 데에 따른 움직임이었다. 경청 모임을 통해 교구민들은 물론이고 교회를 떠난 이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이주민과 난민, 이웃종교와 시민단체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만남과 대화를 가질 수 있었다. 의정부교구 통합사목국은 향후에 본당 사목평의회가 자체적으로 경청과 존중을 기본으로 시노달리타스적인 논의 방법을 실행할 수 있도록 지난해 5월 14일 교구청 신앙교육원 본원, 5월 21일 백석동성당에서 ‘시노달리타스 실천을 위한 사목위원 연수’를 실시했다. 본래 5월에만 예정했던 이 연수는 참석한 사목위원들의 호응도가 높아 지난해 11월 18일과 25일 신앙교육원 본원에서 두 차례 더 개최됐다. 경동현 박사는 이에 대해 “시노달리타스는 효율성과는 다르다”며 “근대정신은 빠르게 결정하는 효율성을 추구하지만 시노달리타스는 대화와 경청의 자세를 중시하기 때문에 본당 사목회의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의정부교구 시노달리타스위원회는 1월 10일 교구청에서 기획·연구·양성·홍보분과 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시노달리타스 정신을 교구 내 각 본당에서 구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 아직 세부적인 계획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3월 31일 주님 부활 대축일 이후부터는 본당별로 신자들이 참여하는 시노달리타스 활동을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김영욱 신부는 “의정부교구 시노드 여정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2024-01-21

[시노드] 인천교구 ‘순환을 위한 시노드 경청모임’

세계청년대회 참가 청소년 등이 자리를 함께한 제6차 ‘순환을 위한 시노드 경청모임’. 인천교구 복음화사목국 제공 요즘 인천교구청에서 제일 바쁜 부서 중 하나는 복음화사목국(국장 정병덕 라파엘 신부)이다.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에 보조를 맞춰 인천교구가 진행하고 있는 ‘순환을 위한 시노드 경청모임’이 새해에는 보다 많은 교구민들이 참여함으로써 뿌리내리도록 ‘2024년 순환을 위한 시노드 경청모임 심화 계획’이 이번 달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인천교구 복음화사목국은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교구 단계가 마무리되고 2022년 10월 「한국교회 종합의견서」가 나올 무렵 ‘순환을 위한 시노드 경청모임’(이하 경청모임)을 시작했다. 지금은 지난 1년여 간의 경청모임을 평가하면서 교구 내 모든 본당과 단체에 경청모임이 정착되는 것을 목표로 3년차 경청모임 진행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왜 ‘순환을 위한 시노드 경청모임’인가 경청모임 명칭에서부터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에 담겨진 시노달리타스 정신을 사목 현장과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접목시키려는 인천교구장 정신철(요한 세례자) 주교의 의지가 뚜렷하게 담겨 있다. 교황청에 제출된 「한국교회 종합의견서」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가 함께 걸어가야 할 여정의 동반자가 누구인지와 그들을 향한 교회의 자세를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성찰의 시간을 통해 하느님 백성인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가 서로에게 온전한 동반자가 되지 못했음을 고백했다. 그러면서 “하느님 백성은 ‘공통’의 사명과 책임 속에서 시노드 여정의 활력과 기쁨을 느낀다”고 밝혀 시노드 여정에는 하느님 백성 모두가 참여해야 하고 ‘경청’해야 한다는 덕목을 강조했다. 인천교구가 2022년 12월 5일 인천교구청에서 제1차 경청모임을 열었던 것은 시노드가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교구 내 모든 구성원들이 순환적으로 동참하는 자리로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는 지향점을 드러낸 것이었다. 정병덕 신부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교구단계부터 시작해 대륙별 단계를 거쳐 2023년 10월 본회의 제1회기가 끝날 때까지 나온 문헌들이 문헌으로만 남는다면 의미가 없는 것”이라며 “보편교회가 추구하는 시노달리타스 정신이 일선 본당과 구역반, 기관단체에까지 스며들도록 매개가 되는 자리가 바로 경청모임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청모임 어떻게 진행됐나 인천교구 경청모임은 2022년 12월 교구청에서 첫 모임을 가진 이래 평균 2개월마다 열려 2023년 11월 23일까지 총 7차례 진행됐다. 각 본당과 기관단체들도 교구 지침에 따라 경청모임을 열었다. 정 주교는 교구 내 모든 본당들이 경청모임을 가질 것을 권고했지만 본당마다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이해도가 다르고 사목자들의 의지에도 차이가 있어 아직까지는 경청모임을 갖는 본당 비율이 높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신자들에게 시노달리타스의 의미가 친숙해지기까지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인천교구는 복음화사목국을 중심으로 경청모임 안내 책자 배포와 사제 평의회 자리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경청모임 확산을 위해 힘을 기울이고 있다. 교구청에서 진행된 경청모임 회차별 참여자를 보면 정 주교로부터 사제, 수도자, 신학생, 평신도, 청년까지 교구 내 구성원들이 고르게 안배돼 각자의 교회 내 위치와 역할에서 겪고 느끼는 것들을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귀를 기울이는 소통의 자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경청모임을 시작하기 전에 15분 동안 모든 참여자들이 성체조배를 먼저 하는 이유도 성체 안에 계신 예수님 앞에서 수직적 위계 구조를 수평적 관계로 개선해야 한다는 공동책임을 묵상하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모든 이의 목자였던 예수님의 삶을 시노드 과정의 롤모델로 받아들여 생각에만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다. 본당별 경청모임은 주임사제의 시노달리타스 실현에 대한 이해와 의지에 따라 활성화 정도가 좌우되는 경향이 있지만 모래내·주안1동본당 등이 경청모임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경험을 하면서 본당 차원에서 시노달리타스 정착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교구 내 기관단체별 경청모임에서는 특히 매리지 엔카운터(ME) 인천협의회 회원들이 “경청모임을 하고 나면 단기 피정을 다녀온 것 같다”며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정 신부는 “교구장 주교님께서는 경청모임이 교구 내 모든 본당에 자리잡을 때까지 꾸준히 노력하자고 독려하고 계시다”며 “올해는 교구 사제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를 택해 시노달리타스의 의미를 공유하는 자리를 가지려고 한다”고 밝혔다. 경청모임 심화 도모하는 인천교구 인천교구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본회의 제1회기가 끝난 2023년 10월부터 제2회기가 시작되는 올해 10월 사이를 매우 중요한 시간으로 보고 있다. 제2회기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라 제1회기까지 논의된 내용이 집대성된 「종합보고서」를 ‘실천’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10월 29일 제1회기 폐막미사 강론에서 “오늘 온전한 열매를 보지 못하겠지만 우리의 좁은 시야를 넓혀 우리 앞에 펼쳐진 지평을 바라보자”며 “주님께서 우리를 더 시노드적이고 선교적인 교회로 이끌어 모든 이에게 복음의 기쁨을 전하게 할 것”이라고 말한 것에도 제1회기 폐막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인천교구가 올해에 경청모임을 더욱 강화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 주교가 2024년 사목교서 ‘희망을 향해 함께 걸어가는 해’에서 “비록 첫걸음이지만 경청모임을 통해 신앙의 기쁨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게 됐고, 우리 교구는 2024년에 시노드를 더욱 구체적으로 실천하면서 새롭고 신선한 신앙의 활력을 느끼자”고 당부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인천교구는 그동안 경청모임을 진행하면서 복음화사목국에서 매월 본당 시노드 모임 교육용으로 발행했던 소책자를 올해에도 계속 발간하는 것은 물론 구역반 경청모임 교재로 2023년 1월 미래사목연구소에서 발간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우리 공동체」를 보다 폭넓게 활용할 계획이다. 새해 경청모임도 곧바로 이어진다. 정 주교가 참석한 가운데 1월 25일 오후 4시 산곡동본당 전 신자와 함께, 1월 26일 오후 4시에는 모래내본당 전 신자와 함께하는 경청모임이 진행되며, 2월 29일 오후 7시에는 교구청 대회의실에서 경청모임을 갖는다. 이뿐 아니라 지구별 각 본당 구역장들을 위한 시노드 경청모임도 3~7월, 10월 셋째 주 화요일 오전 10시에 교구청 복자 이안나 홀에서 마련된다.

2024-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