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나눌수록 커집니다] 노숙인 요양시설에 살고 있는 유채운·교영의 씨

서울특별시립 은평의마을(원장 장경환)은 1961년 개원한 대표적인 성인 남성 노숙인 요양 시설로 약 700명이 생활하고 있다. 대만 국적의 외국인인 유채운(마르티노·68)·교영의(74) 씨는 1996년과 2008년 각각 이곳에 왔다. 입소 후 조사를 통해 대만대사관에 문의했으나, 연고자가 없는 상황이라며 ‘한국에서 잘 모셔달라’는 회신이 왔다. 외국인등록증이나 출입국 기록 같은 공적 기록도 찾을 수 없다. 대한민국에서도, 대만에서도 존재하지 않는 사실상 무국적 상태다. 유 씨는 서울 가락시장에서 노숙하는 모습을 보고 인근 주민이 신고해 은평의 마을과 연을 맺었다. 교 씨는 1960년대에 한국에 와서 일정한 주거지와 가족 없이 독신으로 지냈다. 그러다 행려자로 도티병원에 입원했지만, 연고자가 없어 건강 허약 상태로 입소했다. 가족과는 연락이 두절돼 행방조차 알 수 없다. 유 씨와 교 씨는 각각 조현병과 심각한 여러 기저 질환을 앓고 있지만, 의료보험 적용을 못 받고 국민기초생활수급자 혜택도 받지 못해 적극적인 검사와 치료가 여의치 않다. 원내 내과와 정신과에서 기본적인 처치만 받을 뿐이다. 치아가 좋지 않아 음식물 섭취도 어렵다. 교 씨는 이빨이 단 하나 뿐이다. 유 씨는 고혈압, 당뇨, 간염, 뇌경색 후유증, 조현병이 있다. 또 만성 폐쇄성 질환을 앓고 있어 경과 관찰을 위한 폐기능검사, 폐 CT와 같은 지속적인 검사가 필요함에도, 병원 진료나 투약 때 큰 비용이 발생해 전문적인 치료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 과거에는 원내 작업 요법(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해 근로 활동을 했으나 현재는 건강 악화로 그마저도 포기했다. 약 100만 원가량 모은 통장이 전 재산인데, 의료비를 감당 못 해 병원에 갈 때마다 불안해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2013년 세례를 받고 매 주일 5층 강당에서 봉헌되는 미사에 참례하고 있다. 교 씨의 경우 과거부터 조현병, 전립선 비대, 폐결핵 후유증상을 안고 산다. 특히 결핵 후유증이 있어서 폐렴과 같은 급성 호흡기 질환에 유의해야 하지만, 전문적인 병원 진료와 관찰이 힘든 상황이다. 지난해 1월에는 폐렴이 발병해 입원했으나 의료비 부담으로 중도 퇴원할 수밖에 없었다. 비타민 B12 및 엽산 결핍성 빈혈 치료도 필요한 실정이다. 두 사람 모두 고령으로 근로 활동이 어려워 현재 원내에서만 생활하고 있다. 노인성 질환과 정신과 질환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상황이어서, 언제라도 응급 수술 등 긴급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은평의마을 측은 그들의 일상생활을 예의주시하고 관찰하고 있다. 요즘과 같은 동절기는 낙상 사고 방지를 위해 더 조심해서 일과를 살피고 있다. 은평의마을 측은 “이들에게 시급한 것은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라며 “도움을 주시면 현재 필요한 검사 및 치료 시 발생하는 비용을 납부할 예정이며 추후 응급이나 수술 등에 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성요양과 송소민 대리는 “정부와 서울시 지원으로 운영되는 시설이어서, 외국인의 경우에는 의식주와 의료서비스 혜택이 제한돼 안타깝다”며 “오랜 시간 은평의마을이 집이고, 동료가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지금처럼 동료들과 안정되게 여생을 보내실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송 대리는 “노숙인 대부분이 고향도 가족도 없는 소외된 이들이지만, 함께 살아가야 할 우리의 이웃”이라며 “편견을 갖지 말고, 이들에게 절실한 따뜻한 손길과 관심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 성금계좌 -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우리은행 1005-302-975334 국민은행 612901-04-233394 농협 301-0192-4295-51 ◇ 모금기간: 2025년 2월 5일(수) ~ 2025년 2월 25일(화) ◇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기부금 영수증은 입금자명으로 발행됩니다.)

2025-02-09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미숙아 합병증 앓는 아기 키우는 누엔타홍다오 씨

“아가야, 엄마 보고 싶었지? 아프고 힘들겠지만 조금만 더 힘내주렴. 나중에 엄마가 품에 꼭 안아줄게. 우리 행복한 가족이 되자. 엄마가 정말 미안해, 미안해….” 애써 눈물을 참으며 건넨 엄마의 기도와 진심이 아기에게 전해졌을까. 미숙아로 태어나 인큐베이터에 누워있던 가냘픈 남자 아기는 힘겨운 모습이었지만 고개를 돌려 엄마의 눈을 쳐다보며 생긋 웃어 보이기도 했다. 1월 9일 부산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자신의 아기를 면회한 엄마 누엔타홍다오(35) 씨는 “그저 제 탓인 것만 같아 아기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뿐이에요”라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베트남 출신인 누엔 씨의 아기 ‘누엔득만’은 지난해 9월 경남 창원의 병원에서 임신 34주 4일, 체중 1.34kg의 미숙아로 태어났다. 태어난 지 8일째 되던 날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발열과 피부 발진, 혈소판 감소 증상을 보여 경남 양산의 대학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괴사성 장결장염’ 진단을 받게 됐고 급속하게 온몸의 상태가 악화됐다. 지난해 10월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응급실로 옮겨진 아기는 ‘회장루수술’, ‘공장간연결술’ 등 고난이도의 수술을 받은 끝에 현재 위기를 넘겼지만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계속 치료받고 있다. 엄마 누엔 씨는 지난 2015년 베트남에서 결혼 소개 업체를 통해 한국인 남성과 결혼해 경기도 양주시에서 신혼 생활을 했다. 하지만 사랑 없이 결혼한 결과였을까? 자신을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정도로만 여기는 남편과 시댁의 정서적 학대 속에 행복할 수 없었고, 결국 2018년 이혼했다. 이후 비자가 연장되지 않아 미등록 외국인이 된 그녀는 경남 창원의 한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에서 일을 하게 됐다. 그러던 중 베트남 출신 남성을 만나 아기까지 가지게 됐지만, 임신 사실을 알리자 남성은 연락을 완전히 끊어버린 채 자취를 감췄다. 마음의 상처가 깊어진 누엔 씨는 결국 아기를 혼자 낳기로 결심했고, 공장에서 일을 계속하다 출산을 앞두고 퇴직했다. 누엔 씨는 고향 베트남에서 심장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와 다른 가족들을 위해 자신의 월급 중 100만 원 이상을 고향으로 꼬박꼬박 송금했다. 그랬던 그녀였지만 아기의 치료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어려운 지경에 빠졌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노력했지만,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못하는 아기의 치료비는 누적 1억 원을 넘어섰다. 딱한 사정을 전해 들은 지인과 몇몇 단체에서 일부 치료비를 지원했지만 태부족인 상태다. 그래도 누엔 씨는 아기를 위해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갈 것을 다짐한다. “그동안 저를 위해 도와주신 분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 거예요. 아기를 위해 열심히 기도하고, 아기가 다 나으면 집에 빨리 데려가서 안아주고 싶어요. 베트남 가족들도 한국으로 와서 함께 웃으며 살 수 있을 그날이 오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 성금 계좌 -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우리은행 1005-302-975334 국민은행 612901-04-233394 농협 301-0192-4295-51 ◇ 모금기간: 2025년 1월 15일(수) ~ 2025년 2월 4일(화) ◇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기부금 영수증은 입금자명으로 발행됩니다.)

2025-01-19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온 가족이 지적장애로 생활고 겪는 공충구 씨

“집에 보일러가 없으니까 춥고, 겨울에는 더 추워요.” 집안에서도 늘 외투를 입고 생활한다는 서영자(다비다·51) 씨는 차가운 바닥을 매만지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공충구(로렌스·62) 씨와 서 씨는 이제 갓 성인이 된 두 아들과 함께 낡은 목조 한옥에 살고 있다. 1929년에 상량한 이 집은 보일러도 없이 아궁이에 불을 때야 방 정도만 난방이 되는 농가 주택이다. 급한 대로 샌드위치 패널을 두르긴 했지만, 한겨울의 매서운 바람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공 씨 가족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정신지체장애를 지니고 있다. 그래도 장애 정도가 약한 공 씨가 빌린 땅에 농사를 지어 농산물을 팔거나 품팔이를 하며 돈을 벌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생계를 꾸리기엔 부족함이 많다. 그러다 보니 집에 있는 가전도, 가구도 주변 교회나 복지기관에서 얻은 것들이고, 먹거리도 주변의 도움을 받아서 생활해 나가고 있다. 그렇게 근근이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어려움이 더 커졌다. 2024년 3월에 누전으로 화재가 나 창고가 전소했기 때문이다. 이 화재로 생업인 농사에 꼭 필요한 농기구들을 모두 잃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집을 무상으로 빌려줬던 친척이 급히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집을 내놓으면서 새로 집도 구해야 할 상황이 됐다. 서 씨는 “집에도 불이 옮겨붙어서 큰일 날 뻔 했다”며 “(그때를 생각하면) 기절할 것 같고 떨린다”고 화재 당시를 설명했다. 하지만 지적장애 때문에 금전 감각이나 생활력이 약하다 보니 집을 구할 여력이 없었다. 품팔이를 하고도 제 몫을 받지 못하는 일이 부지기수였고,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수확량도 급감해 농약과 비료값도 다 못 갚을 형편이다. 주위의 도움 없이는 집을 구하기는커녕 당장의 생계도 어려운 처지가 됐다. 이런 공 씨 가정의 어려움을 알고 인근 택배회사 사장이 아들이 물류 일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도움을 주고자 돈을 보내주기도 했고, 주변에서 일시적인 후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통장에는 돈이 남아 있지 않았다. 공 씨 모르게 아들이 모두 써버린 탓이었다. 그나마도 도움을 주던 이웃들이 통장을 확인하며 알게 된 사실이었다. 이웃들의 도움으로 아들이 함부로 통장에 손을 대지 못하도록 조치를 했지만, 이미 다 써버린 돈을 되찾을 길은 없었다. 안중본당 아산만구역 이남원(베로니카) 구역장은 “이상기후 때문에 올해는 농사를 잘 짓는 사람들도 수확이 적다는데, (공 씨 가족은) 부족한 상황이다 보니 미질도 안 좋고 수확량도 크게 떨어졌다”면서 “수확량이 적어 ‘속상하다’고는 말하는데 얼마나 손해가 났는지 스스로도 알지 못하다 보니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어려움을 설명했다. ◆ 성금 계좌 -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우리은행 1005-302-975334 국민은행 612901-04-233394 농협 301-0192-4295-51 ◇ 모금기간: 2024년 12월 25일(수) ~ 2025년 1월 14일(화) ◇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기부금 영수증은 입금자명으로 발행됩니다.)

2025-01-01

[송년 특집] 2024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결산

어려운 이웃들의 간절한 기도에 깊이 공감하는 가톨릭신문 독자들은 2024년에도 식을 줄 모르는 이웃 사랑을 보냈다. 2023년 12월 17일부터 올해 12월 8일까지 본지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에 소개된 사연은 총 16건. 현재 모금 중인 태국 출신 파닛씨 부부(12월 8일자) 사연을 제외하고 15명 대상자에게 전해진 성금은 총 6억5073만8890원이다. ‘공감’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진 독자들의 성원은 크나큰 절망 앞에 무력했던 이웃들에게 어떤 극복의 힘을 선사했을까. 격려 속에 이웃들이 되찾은 희망과, 이어지는 힘겨움 속에도 용기를 내 걸어가는 이야기를 그들 근황을 통해 전한다. ■ 아기들과 이주민들에게 희망을 어른조차 버거울 큰 병과 싸우는 아기들에게 올해 성금은 큰 희망을 안겨 줬다. 2024년 1월 14일자로 알려진 극소 저체중아 논타왓 푸딘다엔은 무사히 만 1살이 되어 규칙적으로 의사를 만나며 잘 자라고 있다는 희소식이 들려왔다. 당시 아기는 장기가 덜 발달해 스스로 호흡하지 못했다. 건강보험 혜택도 적용 못 받아 병원비도 기하급수적으로 늘던 형편이었다. 엄마 닛타야 파라위치(27) 씨는 “아들이 이제 발달 단계에 따라 건강하고 활발하게 자라고 있다”며 “아기가 앞으로도 건강하도록 잘 양육하겠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미숙아 쌍둥이를 낳은 엄마 응웬티흐엉(36) 씨와 아빠 황당흥(41) 씨도 3월 31일자로 사연이 전해지며 희망의 빛을 찾았다. 신생아 호흡곤란중후군과 저혈당 등으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던 아기들은 당시 막대한 치료비가 발생했었지만, 성금을 통해 건강히 회복하고 8월 베트남으로 가 할머니의 돌봄을 받고 있다. 응웬 씨 부부는 걱정을 덜고 한국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쌍둥이들을 도왔던 광주이주민지원센터의 센터장 황성호(미카엘) 신부, 허명숙 수녀(발렌티나·미리내 성모 성심 수녀회)는 “독자들이 아기들과 부모님에게 큰 희망과 평화를 안겨 주셨다”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5월 5일자로 보도된, 선천성 심장병을 앓는 아기 인나야도 건강을 많이 되찾았다. 인나야는 현재 우유도 잘 먹고, 잘 웃고, 움직임도 많아졌으며 다리에 힘도 들어가 일어서려는 기미까지 보인다. 부모 올자스(33) 씨·알리마(28) 씨 부부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와 따뜻한 마음 덕분에 필요한 돈을 마련할 수 있었고, 우리 아기에게 온전한 삶을 살 희망을 선물할 수 있었다”고 감사 편지를 보내왔다. 8월 25일자에 사연이 소개됐던 ‘허혈성 뇌병증’으로 고통받는 베트남 아기 팜충기엔(Pham Trung Kien·베드로)은 위기를 무사히 넘기고 집중재활치료를 받으며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부모인 팜반린(Pham Van Linh·안토니오)·응우옌티빅레(Nguyen Thi Bich Le·마리아) 씨 부부는 생명을 포기하려고까지 했던 절망에서 벗어나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부부는 “알지 못하는 많은 독자 여러분의 큰 도움에 감동받았다”며 “성탄의 축복이 여러분께 가득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창원이주민센터 센터장 윤종두(요한 사도) 신부는 “내년 상반기에는 본국으로 돌아가 현지 소아전문병원에서 치료를 계속할 예정”이라며 “독자 여러분의 따뜻한 나눔이 한 생명을 살리고, 그 가족에게 새로운 희망을 심어주셨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정든 고향을 떠나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서 분투하는 이주민들에게도 성금은 버팀목이 됐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폭격으로 집을 잃고 부상한 채 입국한 고려인 박루슬란(67) 씨와 그 가족도 5월 26일자로 이야기가 알려지며 자포자기 상태를 벗어났다. 루슬란 씨는 성금으로 허리 수술비를 치렀고, 큰손녀 발레리아 양은 1월 F-4(재외동포) 비자를 발급받아 학업과 취업에 힘쓸 수 있게 됐고, 막내 손녀딸은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다. 루슬란 씨는 한 달에 한 번 병원 진료를 받고, 당뇨약과 심장약을 복용 중이다. 폭격으로 얻은 어깨 부상은 아직 치료하지 못했다. 하지만 안정을 되찾은 가족 덕에 힘을 내고 있다. 그는 “꾸준히 회복하고 있고, 생활도 점점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밝혔다. ■ 어둠을 헤매던 청년들에게 빛을 꽃피어야 할 나이에도 어둠을 헤매던 청년들도 성금을 통해 삶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었다. 홀로 출산 준비를 하고 갓 두 돌 지난 아이를 홀로 키워야 했던 미혼모 김현주(아가타·37·가명) 씨는 7월 28일자로 사연이 알려지며 독자들의 성원 덕에 힘을 낼 수 있었다. 현재 현주 씨는 독자들이 모아준 성금뿐 아니라 본당(대구대교구 구미 봉곡본당)의 도움으로 어려운 가운데서도 일상을 잘 이겨나가고 있다. 현주 씨는 교구 지원금도 만료되고 정부 지원마저 끊어졌던 당시를 회상하며 “교회 여러분이 함께 펼쳐 보여주신 공감이 지금도 각별하다”며 재차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자기 삶을 온전히 포기하고 의식불명 아버지와 지체장애 어머니를 돌보는 청년 가장 김경태(요한 세례자·39·서울대교구 노원본당) 씨도 2월 4일자로 사연이 알려지며 적잖은 힘을 얻었다. 경태 씨는 하루아침에 식물인간이 된 아버지를 돌보고 지체장애인인 어머니까지 책임지며 당시만 해도 7000만 원이 넘는 빚으로 허덕였다. 지금도 아버지는 식물인간으로 병상에 누워 있고 경태 씨는 계속 불어나는 병원비를 감당하느라 주말에까지 일하며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신자들의 위로를 기억하며 기운을 내고 있다. 경태 씨는 “정신적으로 많이 지쳤을 때 큰 도움을 주셔서 용기를 낼 수 있었다”며 “지금의 어두운 터널이 지나면 밝은 빛이 나는 길이 나오리라”며 힘차게 살아갈 것을 다짐했다. ■ 병마로 힘겨워하던 이들에게 자비를 투병으로 고통 받던 이들도 독자들의 사랑을 통해 하느님의 자비를 느낄 수 있었다. 부부가 암 투병하며 아르바이트만으로 다섯 식구 생계를 이어가던 민영기(요한 보스코)·이선화(세라피나) 부부는 6월 16일자 신문을 통해 모인 성금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고비를 넘겼다. 민 씨는 “무엇보다 아내가 항암치료를 계속 받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항암치료를 받는 중에도 레지오와 성경공부, 제대 봉사를 열심히 하고 있다”며 “하느님 은총으로 큰 도움을 받고 나서 신앙적으로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선천적 중증 지적장애를 앓는 김태윤(토마스모어) 씨는 10월 6일자를 통해 교통사고로 복부 온 근막과 소장과 대장이 파열된 이야기가 전해지며 독자들 성원으로 일상을 되찾을 수 있었다. 현재 김 씨는 병원에서 퇴원해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11월에는 장애인 거주시설 식구들과 2박3일로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김 씨는 2025년 1월 초 장루 복원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김 씨는 “후원해 주신 분들의 관심과 기도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며 “보내주신 사랑에 보답할 수 있도록,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겠다”며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

2024-12-25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합병증 앓는 미숙아 키우는 태국 출신 파닛 씨 부부

갓 태어난 자녀를 처음 안는 순간 가슴에 밀려드는 애틋함을 부모라면 누구나 안다. “오직 사랑만 주기 위해 낳은 너를 우리가 혹시 아프게 하지는 않을까”라는, 간신히 씹어 삼키는 두려움이다. 태국에서 온 아기 엄마 파닛(37) 씨와 아빠 타마롱(46) 씨에게는 그 두려움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파닛 씨는 10월 말 불명의 이유로 31주 채 되지 않은 1.49㎏ 아기를 조산했다.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호흡곤란, 파종성 혈관 내 응고 등 미숙아 증후군들로 고통받으며 신생아 중환자실 인큐베이터 안에서 산소 치료, 각종 약제와 항생제를 투여하는 등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 파종성 혈관 내 응고는 혈관 내 작은 혈전들이 광범위하게 형성되고 비정상적 출혈을 일으키는 병이다. 다른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며 때로는 뇌나 위장관 등에 치명적 출혈, 신부전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안해, 아가. 태어났을 때 온몸으로 안아주지 못해서, 네가 아파하고 있는 인큐베이터 속이 처음으로 엄마 손길을 느끼는 곳이 되게 해서….” 어른에게도 버거운 병을 태어난 지 고작 1달을 넘긴 미숙아가 짊어진다는 건 얼마나 가혹한 일일까. 11월 29일 아기가 있는 순천향대학교 부속 부천병원 신생아 집중치료센터를 찾은 파닛 씨는 이날 위생 장갑을 끼고서야 아기를 처음으로 어루만질 수 있었다. 파닛 씨는 “아기가 ‘엄마가 내 곁에 있구나’ 하고 힘을 내게, 살결을 맞대 줄 수만 있다면 좋겠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2016년 한국에 와 공장 노동자로 성실하게 일해온 부부에게 현실은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먹지 못하는 아기를 위한 위장관 삽관, 중심정맥관 삽입술, 합병증 모니터링과 각종 검사 등 지금까지 발생한 병원비만 1달 만에 눈덩이처럼 불어나 4800만 원에 육박한다. 목재 공장에서 일하는 타마롱 씨의 월급 200만 원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 설상가상 타마롱 씨는 태국에 계신 노쇠한 어머니와 가족을 봉양하느라 매달 100만 원가량을 고향에 보내고 있다. 파닛 씨도 같은 이유로 태국 친정에 매달 40만 원씩 지원해 왔다. 임신 후 일을 그만 둔 파닛 씨가 경제 활동에 나서기는 어렵다. 그는 산후조리도 제대로 못 하고 아기를 먹이기 위해 매일 모유를 짜서 병원에 가져가고 있다. 또 집 월세를 빼면 남는 푼돈으로 병원비와 생활비까지 충당하느라 불면증을 앓고 있다. 아기는 적어도 두 달 이상은 신생아 중환자 치료가 필요하다. 뇌실 주위 백질 연화증처럼 발병할지 모르는 합병증 등 추가 치료 기간을 고려하면 치료비는 지금보다도 감당 불가능할 크기로 늘 것으로 보인다. 노동에 치이듯 살던 외국인 부부가 한국에서 도움을 청할 공동체는 없다. 타마롱 씨는 “밤잠 못 이루고 몰래 혼자 흐느끼는 아내를 볼 때 억장이 무너진다”며 “가장으로서 버텨 보려고 하지만, 몸부림칠수록 늪처럼 감겨드는 현실이 사실 숨 막힌다”고 호소했다. 병원 원목 서상현(헨리코) 신부는 “이런 현실에도 파닛 씨 부부는 아기를 ‘은총’이라는 태명으로 부를 만큼 부처님 자비에 의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립된 상태로 아기 치료와 양육을 해결해야 하는 부부에게 초월적 사랑이 실로 존재함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 성금계좌 -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우리은행 1005-302-975334 국민은행 612901-04-233394 농협 301-0192-4295-51 ◇ 모금기간: 2024년 12월 4일(수) ~ 12월 24일(화) ◇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기부금 영수증은 입금자명으로 발행됩니다.)

2024-12-08
기사 더보기더보기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