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칵~” 어르신 장수사진 찍어드려요

“어르신들 선종하실 때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남겨 드리는 봉사잖아요. 가치 있는 일에 각자 재능을 모아 함께하는 순간순간이 저희에게도 은혜였어요.” 7월 20일 오전 인천 고잔성당(주임 유승학 마티아 신부) 1층 홀과 미디어실이 본당 어르신 인생사진(장수사진) 촬영에 나선 봉사자들로 분주하다. 봉사자 15명은 최고의 모습을 담고자 메이크업, 헤어 세팅, 액세서리 코디, 안마, ‘분위기 메이킹’(웃게 해 드리기)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촬영 환경을 가꿨다. 그들은 “우리의 작은 도움으로 어르신들의 선한 인생이 사진에 더 듬뿍 묻어날 수 있다는 게 보람차다”며 웃었다. 본당은 어르신 100여 명에게 ‘하느님께 선물받은 삶을 기쁘게 살아갔다’는 환희 가득한 모습의 영정사진을 남겨 드리고자 7일과 20일 이틀에 걸쳐 인생사진을 찍었다. 소성당에 납골당(몽은당)이 있어 늘 삶과 죽음을 가까이하며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하게 되는 본당 특성을 생각한 사목이다. 홍명숙(아녜스) 선교분과장은 “선종 어르신 영정이 너무 어두워 장례식장 분위기가 무거울 때가 많았다”며 “유가족과 조문객에게 ‘저 환한 모습으로 하느님께 가셨구나’ 하는 부활의 희망을 전해 주려는 마음에서 공동체가 하나가 됐다”고 밝혔다. 신자들은 자진해 재능기부를 할 만큼 적극적으로 함께했다. 사진가로 8년째 활동 중인 교우, 메이크업 및 눈썹 관리 전문 자격이 있는 교우, ‘누군가를 웃게 하는 것만큼은 자신 있다’는 교우 등 각자 다양한 탤런트를 봉헌했다. 두 사진가가 각각 홀에서 자연스러운 연출의 스냅사진을, 미디어실에서 밝고 차분한 장수사진을 촬영했다. 또 익살맞은 닭 인형을 들고 “웃어 보셔요~” 하는 분위기 메이킹 봉사자의 아낌없는 헌신에는 평소 무뚝뚝했던 어르신도 씩 웃으며 따뜻한 내면을 표정에 띄워 올렸다. 메이크업 봉사자 신옥(안젤라)씨는 “머리만 가볍게 드라이해 드려도 어르신들이 긴장이 풀리며 ‘덕분에 오늘 너무 예쁘게 나올 것 같아~’ 하시던 말씀이 가슴에 오래 남았다”며 미소 지었다. 8년 경력 사진가 이재영(세실리아)씨는 “취미 삼아 배운 사진이 이렇듯 누군가를 사랑으로 섬기는 데 쓰인다는 게 얼마나 가슴 뛰는지 모른다”고 고백했다. 본당 주임 유승학 신부는 “교회는 지역 주민 센터 프로그램과 달리 어르신들이 교회 안에서 영성을 바탕으로 기쁘게 죽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며 “노인들의 정체성과 삶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해 주는 사목에 신자들과 늘 한마음으로 고민할 것”이라고 전했다.

2024-07-28

광주 치평동본당, 심폐소생술·소방안전교육 마련

광주 치평동본당(주임 이정화 가비노 신부)은 7월 13일 서부 소방서 주관으로 심폐소생술·소방안전교육을 실시했다. 약 130명의 신자가 참여한 이번 교육에서는 심폐소생술 응급처치 순서 및 방법과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 방법, 소방 안전 등을 배우고 실습했다. 교육은 고령자가 많은 본당 특성에 맞춰 이뤄졌다. 자동 가스 차단기가 없는 상태에서 가스레인지 위에 음식을 놓고 외출했을 때는 119에 신고할 것과 아파트 화재가 났을 경우 옥상이 아닌 지상으로 대피할 것 등의 강의가 진행됐다. 특히 영유아 마네킹을 활용한 심폐소생술 실습 시간에는 손자들을 돌보는 경우가 많은 어르신들의 호응도가 높았다. 이날 교육을 담당한 강윤정 소방교는 “자녀들과 떨어져 사는 어르신들에게 안전 교육이 더욱 필요할 것 같아서 본당과 연계한 교육을 처음으로 진행하게 됐다”며 “본당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 응급 상황도 언제든 발생할 수 있기에 신고와 응급처치 요령을 알려드리는 좋은 기회였다”고 밝혔다. 교육에 참여한 옥정호(바오로) 사목회장은 “실제로 2년 전쯤 미사 중에 갑자기 한 분이 쓰러져서 신자들이 119에 신고를 해 응급처치를 받은 적이 있다”며 “또 여름철이라 물놀이 사고도 일어날 수 있어 응급 상황 대처법을 배워두고 싶어서 참가했다”고 말했다. 교육을 기획한 주임 이정화 신부는 “요즘 화재나 심장마비 같은 사건 사고가 뉴스에 많이 나오는데 우리 본당의 절반 정도가 어르신인 만큼 예방이 필요할 것 같아 교육 시간을 준비했다”며 “신자들 반응이 좋아서 앞으로 심화 교육 과정도 마련하고 본당에 자동심장충격기 같은 응급 장비도 구비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2024-07-21

대구 성요셉본당, 학생들이 ‘복음 가치’ 실천하도록 가르쳐요

“여기 와서 구경해보세요. 저희가 직접 만든 제품이에요.” 7월 14일 오전, 대구 성요셉본당(주임 이찬우 타대오 신부) 주일학교 학생들이 신자들에게 제품을 판매했다. 설거지 비누, 과일청, 모기기피제 등 종류도 다양했다. 한쪽에는 학생들이 안 쓰는 학용품과 전자제품 등을 직접 내놓고 판매했다. 성인들도 하기 힘든 바자를 이렇게 학생들이 직접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성요셉본당은 올해 주일학교를 대구 본동종합사회복지관(관장 신현목 레오)과 연계한 ‘보시니 좋았다’(창세 1,10)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의 자아·영적 성장과 생태환경문화 조성을 목표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1학기 주제는 ‘환경을 위한 나눔’이었다. 기후위기, 쓰레기 문제와 올바른 분리배출,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 위기 등에 대해 공부했다. 천연 화장품 만들기와 업사이클 물품 만들기 등 체험활동도 진행해 청소년들이 스스로 생태환경문화를 조성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바자에서 학생들이 판매한 제품들도 체험활동 중 직접 제작한 것들이었다. 바자 수익금은 지역사회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주일학교 학생 이슬(율리아나·17)양은 “일상을 살아가며 환경에 대해 소홀하게 생각하는 것이 현시대 사람들에게 익숙해져 있다”며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가치를 성당에서 이렇게 활동을 통해 알아가니, 환경에 대해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2학기에는 ‘이웃’과 ‘나’를 주제로 나눔의 의미를 되새기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성요셉본당 주일학교를 담당하는 협력사제 김덕우(안토니오) 신부는 본동종합사회복지관과의 연계 프로그램이 복음의 가치를 실제로 아이들이 구현해 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교리는 복음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학생들에게는 이번 프로그램이 ‘복음의 가치가 이렇게 도움이 되고, 우리가 살아낼 수 있는 것이구나’라고 깨닫도록 돕는 좋은 기회”라고 밝혔다.

2024-07-21

[이런 사목 어때요] 몸 신학으로 본당 활성화, 서울 오금성요셉본당

“상선벌악의 무서운 하느님만 알았는데, 나와 남편이 모두 선물이라는 걸 알고 난 후 기쁜 신앙생활을 할 수 있게 됐어요. 덕분에 남편도 변화돼 기도를 열심히 하고 있고요.” 이희자(젬마)씨는 ‘하느님 계획 안에 있는 인간사랑’(이하 몸 신학)을 배운 소감을 웃으며 말했다. 몸 신학 가르침으로 코로나19 이후 위축된 본당 사목을 활성화시키고 있는 본당이 있다. 서울 오금성요셉본당(주임 박성철 요셉 신부)은 전 신자를 대상으로 몸 신학과 관련한 부부 다시 세우기 교육, 강독 모임, 피정, 성교육 등을 하고 있다. 몸 신학이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1979년 9월 5일부터 1984년 11월 28일까지 5년여 동안 129회에 걸쳐 수요 일반알현에서 전 세계에서 찾아온 순례자들에게 가르친 보편 교회의 교리이다. ‘나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지, 나는 하느님과 어떤 관계이며 누구인지’에 대한 기억에서 출발해 마침내 완전한 충만에 이르는 인간 전체를 다루는 거대한 내용이다. 본당은 2022년부터 몸 신학 공부를 시작했다. 본당의 미사 참례 신자 수 300여 명 중 40명이 등록해 23명이 2년 과정을 마쳤다. 한 83세 어르신은 1년 과정을 마친 뒤 재수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또 몸 신학 공부는 기도라는 강대남(마리아 막달레나·75)씨는 “몸 신학을 공부하는 동안 가족과 친척 18명이 세례를 받거나 냉담을 풀게 됐다”고 전했다. “배우자를 바꾸려 하지 말고, 자신이 상대방을 바라보는 시선을 하느님이 자신을 바라보듯 바꿔야 해요.” 김혜숙(막시마) 선교사의 강의에 많은 부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7월 13일 본당의 초중고·청년과 부모가 함께 하는 가정 미사에서 6주간 진행됐던 특별 강론 ‘부부 다시 세우기’의 마지막 시간이 진행됐다. 성인, 중고등부, 초등부는 각각 장소를 나눠 시노달리타스에서 강조하는 방법에 따라 50분 동안 강의를 듣거나 강사들과 질의응답 하는 시간 등을 보냈다. 지난해에 이어 참가했다는 박채원(안나·41)씨는 “이론적으로만 알던 배우자 존중·사랑에 대한 가르침에 종교의 힘이 더해져서 실제로 행동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주임 박성철 신부는 2015년경 대전가톨릭대 혼인과 가정 대학 신학원에서 몸 신학을 공부했다. 박 신부는 “하느님을 부모로 모시는 ‘하느님의 가정’은 초기 교회인 가정교회로의 회귀를 지향하는, 교회가 나아가야 할 궁극적인 길”이라며 “2027년 WYD에 모여든 전 세계인이 우리나라의 저출생 문제에 대해 물을 때 몸 신학 공부·기도·신자 교육·양성이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4-07-21

[이런 사목 어때요] ‘어르신 기도사진’ 선물하는 서울 용산본당

“하느님 자녀다운 내 모습을 남길 수 있어서 기뻐요. '참 신앙인’으로 사람들 기억에 남는다는 것도 기쁘고, 훗날 주님 곁으로 갈 마음 편한 준비도 된 것 같아요.” 서울 용산본당(주임 황응천 스테파노 신부) 신자 이명희(데레사·85) 어르신은 기도하는 모습의 ‘인생사진’을 촬영하고자 7월 4일 성당에 차려져 있는 스튜디오를 찾았다. 이씨는 카메라 미리보기 이미지 속, 미사포를 쓰고 묵주를 꼭 쥔 자신을 마주하며 “누가 찍어줄 일 없는 나의 신앙인다운 면모라 각별히 다가온다”며 “완성될 사진이 기다려진다”고 웃었다. 본당은 5월부터 ‘인생사진을 찍어 드립니다’ 프로그램을 열어 본당 어르신들에게 장수사진(영정사진)의 개념을 변용한 인생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어르신들의 평범한 모습도 찍지만, 미사포를 쓰거나 묵주, 성경을 들고 진지하게 기도하는 모습을 찍어주면서 그들의 영적인 진면모를 기록해 주자는 취지다. 신앙으로 노년을 거룩히 보내는 성령 충만한 내면…. 그를 이해할 리 없이 메마른 영정사진만 찍는 성당 밖 사진관과 달리 스스로 성화하는 어르신들의 참된 아름다움을 담아낸다. 완성된 사진을 받는 어르신들은 “내가 기도하는 모습이 이렇게나 거룩하고 보기 좋았구나” 하며 감탄한다. 처음에는 “벌써부터 영정사진을 찍냐”며 볼멘소리하던 자녀들도 막상 사진을 보면 집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공간에 걸어 둔다. ‘하느님을 닮은 우리 멋진 엄마 아빠’라는 글귀까지 적는 자녀들도 있다. 돌아가신 어르신에게는 그가 살아생전 얼마나 주님을 믿고 의지했는지 보여주는 훌륭한 영정사진이 된다. 올해 초 한 신자의 장례식에서는 유가족의 뜻대로 그의 기도하는 모습 사진이 영정으로 내걸렸다. 숙연한 평온함으로 손님들을 맞는 어르신을 마주한 비신자 조문객들은 “나도 어르신처럼 선종(善終)의 길을 걷고 싶다”며 가톨릭 신앙에 관심을 표현한다. 냉담을 떨쳐낸 조문객도 많다. 사진들은 개인에게 안겨지기 전 성당 1층 ‘만남의 방’에서 1주일간 ‘기도의 힘’이라는 주제로 전시된다. 신자들은 일면식뿐이던 교우들의 모습을 보며 “나처럼 하느님 없이 못 사는 분이구나” 하는 공감대로 묶인다. 가슴 한구석에서 미워하던 교우들에게는 화해의 마음이 싹튼다. “저 교우도 하느님을 닮은 사람인데, 내가 너무 미워했었나” 하며 반성하는 신자도 있다. 이날 사진을 찍은 심정보(안드레아·66)씨는 “오직 믿는 이들만이 표현할 수 있는 모습을 기록했다는 데서 뜻깊은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손주들이 사진을 보며 할아버지가 하느님 제자였음을 기억하고, 똑같이 독실한 신앙인으로 살아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 미니 인터뷰 - 정영길 사진작가 “하느님 닮은 아름다움 사진에 담아내고 싶어요” 본당에 ‘인생사진을 찍어 드립니다’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촬영을 전담해 온 정영길 사진작가(타대오·69). 매주 목요일이면 성당에 그가 손수 차린 촬영 전용 스튜디오에서 종일 20명 넘는 어르신들을 찍어드리는 투혼을 펼친다. 사진 수백 장 중 최고의 사진을 엄선하고 밤을 지새우는 보정 작업도 혼자 맡는다. 코로나19 전에는 액자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본당 사목위원들에게 장수사진을 찍어주며 찬조금을 모금해 비축했다. 올해 5월 인생사진 촬영을 하며 바빠졌지만, 매달 한 번 명동밥집을 찾아 노숙인들에게 장수사진을 찍어주는 봉사도 게을리하는 법이 없다. 그는 지난 3월부터 명동밥집에서 사진촬영 봉사를 하고 있다. 은퇴 후 전문 사진작가로 활동한 지 12년째, 이렇듯 재능기부에 자신을 내던지다시피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정 작가는 “어르신들 본인도 마주한 적 없는, 인생 최고로 아름다운 모습을 남겨 드리려는 열정으로 절로 몸이 움직여진다”고 밝혔다. 정 작가는 “인생의 주인공으로서 최고로 멋진 모습은 참된 내면의 모습이기에 기도 모습을 찍어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옷, 머리, 장신구처럼 외적인 것에 시선이 가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묵상하는 모습, 성경과 묵주 등의 상징물이 어우러진다면 영적 자유라는 참된 아름다움을 담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발상이었죠.” 촬영하는 어르신들에게는 실제로 눈을 감고 기도하길 부탁드린다. 눈을 지긋이 감은 채 속으로 ‘예수님, 성모님’을 되뇌며 내면에 집중하는 어르신…. 여러 각도에서 찍어서 “이토록 하느님을 닮으셨습니다” 하며 보여드리면 순식간에 활짝 웃는 어르신들의 미소는 정 작가를 언제나 가슴 뛰게 한다. “자신의 참모습을 떠올리며 닮아가는 ‘이미지’의 힘이 곧 ‘기도’의 힘”이라는 정 작가. 그는 “어르신들에게 내적으로 충만했던 생전의 아름다운 모습을 안겨드리고, 사후에는 모두에게 그렇게 기억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사진을 찍어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2024-07-14

의정부교구 마두동본당, 지역사회 후원가정 도시락 나눔

약 20년 간 본당 관할구역 후원가정에 꾸준히 도시락 나눔 활동을 하며 지역사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본당이 있어 눈길을 끈다. 의정부교구 마두동본당(주임 상지종 베르나르도 신부) 사회복지분과 소속 재가복지팀은 지난 7월 3일 여느 수요일과 같이 직접 요리한 음식들을 도시락에 담아 지역 어르신이나 가난한 가정 등 본당이 직접 선정한 후원가정에 전달했다. 도시락 나눔은 오후 4시부터였지만 한참 전에 도착한 ‘조리담당’ 봉사자들과 본당 수녀는 앞치마를 둘러매고 일사불란하게 음식을 만들었다. 도시락이 완성될 때쯤 분배를 맡은 이들도 속속 도착했다. 봉사자들은 각자 맡은 구역으로 흩어져 후원가정에 갓 완성된 따끈따끈한 도시락을 전달했다. 본당이 후원하는 가정은 신자 비신자를 가리지 않고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주 대상으로 한다. 단 몇 가지 요건을 갖추지 못해 복지정책이 닿지 못하는 주민들도 많기 때문이다. 본당은 도시락을 전달할 후보가정을 선정하기 위해 체크리스트와 기준표를 바탕으로 꼼꼼하게 지역사회의 가정을 살핀다. 더불어 지자체와 꾸준히 소통하며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들을 추천받기도 한다. 나눔 활동이 각자의 일과가 한창인 평일에 이뤄지다 보니 본당 교우들을 대상으로 봉사자 모집도 꾸준히 해야 한다. 그래도 이날 24명의 봉사자가 참여했다. 재가복지팀 기인종(마테르노) 팀장은 “봉사하는 분들 중 직장인도 많은데, 봉사 시간대가 평일 오후인데다 음식도 직접 조리하다 보니 쉽지 않을 텐데도 많은 분이 시간을 쪼개가며 즐겁게 도시락 나눔에 참여하고 있다”며 “20여 년 전 계시던 주임 신부님께서 만드신 나눔 활동이 교우들의 열정 덕에 지금까지도 잘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봉사자들이 일주일에 한 번 후원가정을 직접 찾아가는 것은 1인 가정이 급증하는 시대에 그 자체로 중요하다. 특히 어르신의 경우 주변과 소통이 없어 외롭게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면에서 본당의 도시락 나눔은 지역사회 복지에도 보탬이 되고 있다. 본당 사회복지분과 장미순(엘리사벳·57) 분과장은 “지역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대접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도시락 나눔을 통해 정서적으로 외롭고 고립된 분들과 정기적으로 소통하고 또 돌봐드리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자들만 대상으로 한 사목에 머물지 않고 지역사회에 깊숙이 이바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마두동본당의 도시락 나눔은 큰 의미를 가진다. 주임 상지종 신부는 “교구 부서뿐 아니라 현장을 직접 보고 듣는 본당도 지역 어르신·빈민의 요청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체계를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다른 본당 몇몇도 비슷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겠지만, 사실 ‘모든’ 본당이 각자의 방식대로 지역사회에 찾아가는 사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2024-07-14

공동체 화합을 위하여~! ‘호프 데이’는 ‘Hope Day’

“우리 구역 발전을 위하여!” “본당 발전을 위하여!” 지난 7월 6일 오후 7시 서울 응암동성당(주임 한재석 안드레아 신부) 마르타 홀에서는 여기저기서 힘찬 건배사가 이어졌다. 구역과 지역별로 신자들이 모여 앉아 생맥주나 음료수 잔을 부딪치며 함께한 ‘호프 데이’ 자리였다. 신자들은 여성구역에서 마련한 국수와 안주를 벗 삼아 본당에서 제공한 생맥주를 즐기고 지역별 노래자랑 등을 통해 친교를 다졌다. 모금통이 마련돼 즉석에서 기부도 이뤄졌다. 모인 기금은 청소년분과 주일학교 여름 캠프 후원금으로 사용된다. 본당별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맥주 한잔을 곁들이며 허심탄회하게 소통과 화합 나눔의 장을 마련하는 모습이 활발하다. 앞서 수원 정자동주교좌본당(주임 이병문 야고보)은 6월 15일 성당 마당에서 ‘형제들의 날-바베큐 & 호프 데이’ 행사를, 서울 홍은2동본당(주임 강재홍 요셉 신부)도 6월 29일 성당 로비에서 ‘전신자 맥주 파티’를 열었다. 이런 ‘호프 데이’ 행사는 코로나19 이후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목적이 크다. 응암동본당은 2022년 5월과 6월, 각각 남성 여성 신자 대상으로 이번과 같은 친교의 날 행사를 연 바 있다. 코로나19로 위축된 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해 준비됐던 자리는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었고, 냉담 교우들을 찾고 봉사자들을 다수 발굴하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 호프 데이는 그 분위기를 이어서 당시 참여하지 못했던 이들도 함께 초대해서 친교를 나누는 시간으로 준비됐다. 본당은 이날 12개 구역 4개 지역별로 노래자랑 무대를 마련하고 초대 가수 공연도 열면서 참석 신자들의 흥을 돋웠다. 그간 냉담하다 지난해부터 성당에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는 한 신자는 “호프 데이 공지를 보고 와보고 싶었다”며 “구역 신자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고 서로 돕는 기회가 생겨 너무 기분 좋고 기쁘다”고 했다. 응암동본당 김경태(프란치스코) 총회장은 “소공동체를 활성화하고 친교와 소통을 통해 전 교회가 함께 걷고 있는 시노달리타스 여정에 동참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를 밝혔다. 수원 정자동주교좌본당의 경우 남성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회복하고 화합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졌다. 형제 구역 모임을 재건하고 소공동체 활성화와 냉담 중인 남성 신자들의 회두 권면의 기회로 기획됐다. 본당 관계자들은 ”친교는 물론 본당 행사에 소극적인 남성 신자들이 중심이 되는 행사로 의미가 있었고, 공석 중인 구역의 봉사자도 찾는 등의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신앙 여정에서 친교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 이병문 신부는 “본당 활동과 소공동체 형제 모임 증진에 활력소, 응원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신앙과 친교 안에서 부담 없이 본당과 가까워지고 신자들과도 친밀해져서 소공동체와 개인 신앙생활에 활력을 회복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2024-07-14

인천교구 서창동본당, ‘줍깅’하며 환경 살리고 선교 효과 ‘톡톡’

7월 7일 주일미사를 마친 인천 서창동본당(주임 서철원 다니엘 신부) 신자들이 쓰레기가 여기저기 흩어진 동네 외곽 3.2㎞를 걸으며 ‘줍깅’(쓰레기를 줍는 조깅) 활동을 펼쳤다. 습도 높은 장마철 더위, 신자들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도로 곳곳에 물에 젖어 썩어가는 생활 쓰레기, 꽁초, 음식물 쓰레기, 찢어진 상자를 거두며 “예수님이 가르치신 그대로 모범을 보이고 싶을 뿐”이라며 말했다. 본당은 사목회를 중심으로 녹색 순교의 일환으로 지난 3월 말 1차 줍깅을 펼쳤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먼저 지역사회를 섬기고, 생태적 가르침을 행동에 옮기는 실천적 가톨릭 신앙을 이웃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자연스럽게 선교하자는 취지였다. 이날 열린 2차 줍깅에는 신자 67명이 줍깅과 분리수거 등에 적극 나섰다. 주일미사 참례자가 450여 명 남짓한 작은 본당에 비해 많은 신자가 녹색 순교, 실천하는 선교 정신에 한마음이 됐다. 그런 만큼 보여주기식이 아닌 진심이 담긴 활동이 되고 있다. 이날만 해도 50ℓ 쓰레기봉투로 7봉지에 달하는 양을 수거했다. 무단 폐기된 쓰레기 더미 틈으로 구정물이 흐르는 곳, 쓰레기통 주변에 방치된 자잘한 찌꺼기처럼 다들 보고도 못 본 척할 만한 악취 나는 곳에도 서슴없이 장갑 낀 손과 집게를 뻗었다. 쓰레기를 한데 모아 종류별로 선별하는 노력도 빼놓지 않았다. 신자들은 “이러한 공동선이 더욱 크게 실현되길 바란다”는 마음에서 본당 홍보 팸플릿도 만들어 줍깅을 펼치는 틈틈이 행인들에게 배포했다. 행인들은 서로 떠넘기기 바쁠 궂은일에 나서는 신자들에게 호기심을 보여 먼저 말을 걸거나, 거부하는 일 없이 팸플릿을 받아 갔다. 줍깅에 가장 많이 참여한 65세 이상 노년층 신자들은 ‘섬기는 신앙의 모범을 보이는 뿌듯함’을 고백했다. 레지오 마리애 단원인 김정환(대건 안드레아·74)씨는 “더운 날일수록 일손이 모자랄 것을 알기에, 작은 희생으로 공헌하겠다는 결심으로 이날 나왔다”며 “젊은 신자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영감을 줄 수 있어 오히려 기쁘다”며 웃었다. 신철민(베드로) 사목회장은 “변화는 남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주체가 돼 가져오는 것”이라는 믿음을 고백했다. 그러면서 “주변에 그리스도인의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것이 진정한 선교”라면서 “줍깅이 3차, 4차, 5차까지도 이어질 만큼 더욱 활성화해 우리 본당 나름의 선교 문화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2024-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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