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목 어때요] 인천교구 모래내본당 ‘슬기로운 장년생활’

“본당 노인사목에 앞장서시는 교우분들이 우리(노인)를 위한 교실을 열어주셨어요. 수업도 즐겁고 성당 친구들과도 어울리니까 요즘은 외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노인대학이 있는 본당이 하나도 부럽지 않답니다!” 11월 22일 인천교구 모래내성당(주임 이용현 베드로 신부) 4층 교리실에는 여느 금요일처럼 본당 노인들을 위한 노인 교실 ‘슬기로운 장년생활’ 프로그램이 열렸다. 이날 출석한 20여 명 어르신은 지난 수업에서 자기 손을 석고로 본뜬 것을 예쁘게 꾸미느라 여념이 없었다. 긴 세월 고생한 자신을 위로해 주자는 11월(위령 성월) 수업 목표대로 각자 석고 손을 색칠하고 알록달록한 네일팁(인조 손톱), 스티커, 리본으로 장식했다. 어르신들은 한목소리로 “이렇게 다 같이 웃음꽃을 피우는 시간이 즐겁다”면서 “우리 본당에는 노인대학 못지않은 노인 교실이 있다”고 엄지손을 추켜세웠다. 본당은 올해 2월부터 12월까지 매주 금요일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본당 노인대학이 코로나19와 고령화 때문에 2019년 12월부터 쭉 문닫은 상황에서 마련된 사목적 대안이다. 팬데믹이 끝난 지금도 평일 미사 참례자 평균 연령이 76.5세에 달할 만큼 고령화는 여전해 봉사자를 구하기도 어려워 노인대학은 열리지 못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함께 놀고 배우며 식사까지 하면서 성당에 오래 머물 수 있게 하려는 주임 이용현 신부 등 사목자들의 배려가 깃들었다. 특히 독거노인들이 미사 후 귀가하면 잠을 자거나 텔레비전만 보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게 되고 식사마저 소홀하게 되기 쉽다는 점에서 노인 교실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렇게 노인대학 학장이었던 사목회장, 노인사목분과장, 총무가 이 신부와 의기투합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슬기로운 장년생활’이라는 이름도, 어르신들이 노년을 두 번째 장년처럼 활기차게 보내길 바란다는 그들의 진심이 묻어났다. 건강 체조, 색칠 공부 그림책을 활용한 성경 교실, 만들기 등 소소한 수업들이 펼쳐져 어르신들을 매주 기대하게 만든다. 심성 수련 자료를 활용해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 작업,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는 숨은그림찾기 등 정서를 함양하는 활동도 놓치지 않았다. 이렇듯 충실한 노인 교실이 있기에 어르신들은 노인대학에 다니듯 즐거워한다. 박이자(데레사·78) 씨도 “생전에 이렇게 재미난 것은 처음 해 본다”며 웃었다. 지금까지도 식당을 운영하는 박 씨는 노인대학이 있었던 시절에는 생계에 치여 다니지 못했다. 박 씨는 “적적했던 가슴이 요즘은 촛불 켠 기도실처럼 환해졌다”면서 “그래서 금요일은 식당에 안 가고 성당에 온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 신부는 “앞으로 우리가 마주해야 할 교회는 고령의 교회일 것”이라며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어도 공동체 안에서 누구나 하느님을 체험한다면 그곳이 살아있는 교회”라고 역설했다. 이어 “‘젊음이 상이 아니듯 나이 듦이 벌이 아니다’라는 말처럼, 연로한 이들이 교회로 들어올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앞으로 교회가 성장하게 될 길"이라고 전했다.

2024-12-15

그리스도교적 관점에서 바라본 죽음

홍콩 한인본당(주임 김종호 요셉 신부)은 12월 1일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오석준(레오) 신부를 초청해 ‘우리가 생각하는 생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까요?’를 주제로 대림 피정을 열었다. 오 신부는 ‘생의 말기와 연명의료’를 주제로 한 강의에서 “존엄한 죽음이란 안락사도 아니고 치료 집착도 아닌, 생의 말기 환자가 평화롭게 죽음을 맞이할 생명권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했으며, 이어진 ‘영적 돌봄’ 강의에서 “단순한 의료행위를 넘어 인간적·영적·사회적 연대를 통해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돌봄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본당 신자 정미숙(레지나) 씨는 피정을 통해 세간에서 ‘존엄사’라고 왜곡해 부르는 안락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 씨는 “안락사가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강의를 듣고 진정한 신앙인이라면 하느님의 모상으로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언제나 주님께 의탁해야 함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김은희(클라라) 씨는 “평소 아무래도 해외에서 거주하면서 느끼게 되는 생의 말기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 있었는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영적 돌봄의 중요성에 대해 나와 같은 상황인 본당 신자들과 나눔 시간에 진솔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김종호 신부는 “대림은 한 해를 시작하는 시기이자 예수님의 탄생과 재림을 기다리는 시기”라며 “죽음을 기피하고 두려워하기보다 날마다 새로이 죽음을 직면하고, 그리스도교적인 종말론의 의미를 새롭게 살아갈 수 있는 신앙인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번 피정을 준비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본당은 지난 4월 생명 교육 일환으로 주일학교 교사 대상 한국틴스타 주관 성교육을 마련했다.

2024-12-08

제주교구 신제주본당, 동티모르 선교지에 후원 성금 전달

제주교구 신제주본당(주임 고병수 요한 신부)이 동티모르 선교 지역에 후원 성금 1000만 원을 전달했다. 신제주본당은 11월 28일 한국 순교 복자 수녀회가 선교하고 있는 동티모르 파히소이 분원에 성금을 전달했다. 파히소이 분원에서 활동하는 최 데레사 수녀는 3년간 신제주본당에서 소임했다. 고병수 신부는 “신자들이 열악한 환경에 놓인 동티모르 선교 지역을 위해 마음을 한데 모았다”며 “앞으로도 우리 신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선교 지역에 계신 신부님, 수녀님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관심을 가지는 신앙인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교회가 과거엔 선교사를 받는 등 도움 받는 입장이었지만 이제는 신자들의 작은 정성을 모아 가난한 곳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교회가 됐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본당은 성금을 모으기 위해 여성연합회 주관으로 직접 만든 생강청을 비롯해 달걀, 초, 견과류 등을 판매했다. 본당에 따르면, 본당 신자뿐 아니라 모금 소식을 들은 비신자들도 동참해 힘을 보탰다. 이렇게 모인 성금 1000만 원은 우기로 축대가 무너져 현지 아이들을 돌볼 공간을 잃는 어려움에 처한 파히소이 분원 유치원을 복구하는 데에 쓰일 예정이다. 성금을 대리 수령한 한국 순교 복자 수녀회 대전관구장 김영숙(안나) 수녀는 “최 데레사 수녀님이 소임했던 본당에서 큰 후원을 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며 “또 무엇보다도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이 성금에 힘입어 수녀들이 소임지에서 더 열심히 선교하리라 생각한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국 순교 복자 수녀회는 2017년부터 동티모르 파히소이 분원 등에 수녀를 파견해 현지에서 유치원과 여학생 기숙사 등을 운영하고 있다. 파히소이 분원이 이번 우기로 큰 피해를 입자 복구를 돕던 수녀회 소속 수녀가 발가락 골절 부상을 입기도 했다.

2024-12-08

‘뚝딱뚝딱’ 고쳐 쓰면 ‘싱글벙글’ 지구가 웃어요

생활필수품 중 하나인 우산은 철과 알루미늄, 플라스틱, 합성 섬유 등의 다양한 재질로 만들어져 분리배출도 재활용도 어려운 물건이다. 하지만 살이 부러지거나 하면 그냥 폐기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1년에 버려지는 우산 살대는 파리 에펠탑 23개를 쌓을 수 있는 양이다. 우리나라만 생각할 때도 연간 4000만 개 우산이 소비되는데, 그냥 버리면 이산화탄소 유해가스가 276만8000톤 배출된다. 환경 문제를 생각해서 잘 고쳐 쓸 방법은 없을까. 11월 24일 서울대교구 구파발성당(주임 차동욱 시몬 신부) 대강의실에서는 ‘고장 난 우산, 셀프 수리 기초' 강좌가 열렸다. 11월 한 달 동안 매 주일 본당이 마련한 ‘수리수리 캠페인’의 일환이었다. ‘구멍 난 옷 수선을 위한 다닝 스티치’(11월 3일)과 ‘마우스, 키보드, 이어폰, 선풍기 등 소형 가전 분해 청소 수리법’(11월 10일), ‘안 쓰는 액세서리를 활용한 소품 만들기’(11월 17일)에 이어 마련된 강좌에는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15여 명이 함께했다. 강의를 듣고 실제 우산 수리에 나선 참석자들은 “가정에서 직접 고치고 쓸 수 있는 것들을 배워서 실생활에 매우 쓸모가 있는 시간”이라고 입을 모았다. 본당 하늘땅물벗이 주관한 캠페인은 소비자들이 물건을 수리할 권리와 수리하며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시작됐다. 물건이 고장나면 새로 사는 것이 더 저렴한 시대에서 경제적 비용이 아니라 환경적 비용을 고려하는 올바른 ‘선택’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신자들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이날 우산 수선 프로그램은 가장 빨리 신청이 마감된 경우다. 하늘땅물벗은 “대부분 고장 난 우산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버린 경험이 많은 것 같다"고 밝혔다. 안 쓰는 액세서리 활용 강의는 기대 이상으로 뜨거웠다. 창고에 버려졌던 명품 의류 장신구를 재활용해 목걸이를 만들고, 쓰지 않는 넥타이로 허리띠와 초커를 제작해 보는 경험은 참가자들 눈길을 사로잡았다. 행사를 기획한 최윤정(베아트리스) 씨는 “쉽게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어떻게든 고쳐서 사용하려던 과거 어르신들 모습은 이제 우리와 지구의 생존을 위해 더욱 중요한 실천임을 돌아보게 한다”며 “이번 캠페인이 그런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구파발본당은 2022년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는 등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차동욱 신부는 “지구가 병들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기후와 환경은 가장 먼저 돌보고 실천해야 할 복음 활동으로 생각한다”며 “평소에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직접 배우는 자리를 통해 환경 문제를 기억하고 소중하게 다루는 의식을 지니게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2024-12-08

13년간 카페 수익금 소외 이웃에 기부

13년간 카페 운영 수익금 약 2억 원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해온 본당이 있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서울대교구 신천동본당(주임 김준철 토마스아퀴나스 신부)은 본당 카페 ‘카페나루’의 수익금 1000만 원을 11월 11일 한마음한몸운동본부 명동밥집에 기부했다. 2011년 문을 연 카페나루는 그동안 노비따스 어린이 합창단,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등에 누적 총 1억 8600만 원을 기부해왔다. 김준철 신부는 “가까이 있는 이웃들의 어려움을 발견하고 고통을 함께 나누기를 바라는 신자들의 마음을 모아 명동밥집 기부를 결정했다”며 “춥고 힘든 시기이지만 함께 기도하고 나누는 우리가 있다는 점을 알리며 용기와 희망을 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카페 수익금 기부는 카페 봉사자들의 활동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 근 10년째 봉사를 하고 있는 카페나루 오혜미(세라피나) 회장은 “하느님께서 이어주신 끈끈한 공동체에서 오랜 기간 봉사하며 신앙심도 깊어졌다”며 “모아진 작은 정성이 뜻깊게 쓰여 보람있다” 말했다. 카페나루 윤현중(아폴로니아) 총무는 “신자분들께 맛있는 음료를 드리는 봉사만으로도 기쁜데 수익금이 좋은 곳에 쓰이니 더 힘이 나서 활동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웃 돕기로 이어지는 카페 이용에 대해 신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평소 카페나루를 자주 이용한다는 윤수년(아녜스) 씨는 “개인적으로는 기부할 기회가 적은데 공동으로 기부하니 정말 뿌듯하다”며 “명동밥집을 방문하시는 분들이 포근한 겨울을 보내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임명희(데레사) 씨는 “신자들과 친교하고 기부까지 하게 돼 일석이조라 카페나루에 자주 온다”며 “우리의 기본 정신인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기회라서 정말 좋다”고 말했다.

2024-12-01

‘천원'으로 이룬 오병이어의 기적

“명동성당 신자분들이 모금으로 지원해 주신 노트북과 모니터, 정말 소중히 사용하겠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으로 대학교를 졸업해 우리 아이와 함께 씩씩하게 잘 생활하도록 하겠습니다.” 11월 24일 자 「서울주보」 주교좌명동대성당(주임 조성풍 아우구스티노 신부) 소식 코너에는 목포 성모의 집에서 아기를 키우며 대학에 다니는 한 엄마의 사연이 실렸다. 본당의 ‘천원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천사가 되자’(이하 ‘천원의 사랑 실천’) 프로젝트 지원을 받고 보내온 감사 편지였다. 이날 주보에는 11월 자오나 학교 후원에 고마움을 전하는 편지도 소개됐다. 지원금 덕분에 기숙사 컴퓨터를 최신식으로 바꿀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본당이 사회적 약자를 돕는 취지로 올해 2월부터 시작한 ‘천원의 사랑 실천’ 프로젝트가 10개월 동안 23곳에 사랑을 전하는 ‘오병이어의 기적’을 이뤘다. 본당은 11월 23일 오후부터 성당 마당에 설치된 게시판을 통해 천원의 사랑 실천 후원금이 전해진 곳을 표시하고 각각 얼마의 성금이 기부됐는지 공유했다. 매달 마지막 주일, 당월 모금 내용과 봉헌 사항을 공지해 왔지만, 그동안 신자들이 전한 전체 후원금 규모를 알리고 내년 희년 한 해 동안 이웃 돕기 노력을 더 열심히 해보자는 취지다. 천원의 사랑 실천 프로젝트는 매달 첫째 주일 미사에 참례한 신자들이 자율적으로 1000원을 ‘천사 바구니’에 봉헌하면, 본당은 봉헌금의 10%를 추가한 성금으로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명동 밥집 후원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23개 시설·단체에 정성이 전해졌다. 신자들이 십시일반 모은 성금은 9934만원. 여기에 본당 지원액 10%와 기타 금액을 합친 총 1억1956만4300원이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에 쓰였다. 별도의 ‘천사가 되어주세요 위원회'(위원장 서범석 바오로)를 구성해 후원 대상과 선정 작업을 진행했던 본당은 직접 후보 기관을 방문해 상황을 살펴본 뒤 위원회 전체 회의로 지원을 확정했다. 지원도 대상자가 필요로 하는 물품 또는 그에 상응하는 현금을 지정 기탁하는 형식으로 해서 한 발 더 어려운 이웃 사정에 다가가려 노력했다. 신자들의 호응도 컸다. 시작한 지 5회째인 6월부터 모금액은 매달 천만 원을 넘어섰고 11월에는 1300여만 원이 모였다. 요즘은 기금을 모으는 ‘천사 바구니’에 1만 원권, 5만 원권도 다수 놓인다. 천원의 사랑 실천이 신자들에게 사랑 나눔과 복음 실천의 자긍심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조성풍 신부는 “프로젝트가 시작되며 처음에는 500여만 원이었던 모금액이 점점 커지는 모습을 보면서 작은 숯불이 모여 커다란 숯불을 이루는 것을 체험했다”며 “모두의 관심과 참여 덕분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예수님 사랑 실천과 이웃 사랑 실천이라는 면에서 더 많은 참여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24-12-01

“묵상하고 글 써보니 제 신앙이 또렷이 보였어요”

“영혼 깊은 곳까지 위로하시는 세례의 물방울은 신의 손길이 닿은 위로였을까…. 세례받던 그날의 눈물은 지금도 신비로움으로 가득하다.” 11월 15일 인천교구 서운동성당(주임 정인화 야고보 신부) 도서관 ‘빈숲’에서 열린 ‘내 마음 한 문장 쓰기’ 모임. ‘세례받던 날’을 주제로 한 모임에서 안명숙(마리아·인천교구 중3동본당) 씨는 30년 전 입교했던 당시를 회상하는 묵상으로 신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여의고 힘겨웠던 안 씨가 “돌이켜보면 ‘사랑하는 딸아’ 하며 품어 주신 그분의 뜨거운 사랑에 그토록 눈물이 났었구나” 하고 고백하자, 신자들은 “자매님 덕에 우리를 부르신 하느님 숨결이 새롭게 다가온다”며 은혜로움을 표했다. ‘내 마음 한 문장 쓰기’ 모임은 신자들이 삶에서 발견한 하느님 신비를 글로 나누며 영적 힘을 주고받는 자리다. 2022년 3월부터 꾸준히 가져온 책 읽기 모임에 이어, 올해 10월 25일부터 매주 금요일 열리고 있다. 함께하신 하느님을 독서로만 어렴풋이 생각하는 걸 넘어 글로 고백함으로써 신앙 체험을 더욱 깊이 완성해 나가는 취지다. 신앙을 중심에 두지 않은 나눔과는 무엇이 다를까. 피상적 경험으로만 남겨질 수 있던 일화들에 하느님 현존을 덧입히는 ‘묵상’으로 나아간다는 데 있다. 빈숲 담당 조정옥(크리스티나, 필명 조연수) 시인은 “하느님이 빠진 상태로 자신을 돌아보면 기쁜 일에는 그에 대한 감사밖에, 고통에서는 아픔만 읽어내기 마련”이라며 “관계 안에서 신비를 찾고, 고통 안에서까지 우리에게 말을 걸어 오신 하느님을 발견할 때 비로소 극복의 믿음을 갖게 됨을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라고 전했다. 신자들은 어렴풋한 감상이 글을 통해 보다 명확해진다는 것, 그리고 서로 나누며 신앙을 견고하게 다진다는 것이 여느 모임과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신부님의 찰고(察考) 때 틀리면 세례를 못 받을까 봐 걱정 반, 두려움 반, 떨림 반…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한 설렘 한 스푼.” 초등학생 때 입교한 백경하(데레사) 씨는 “세례받은 기억을 글로 표현하면서 그분을 향한 ‘설렘’에 집중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백 씨는 “그분을 잘 알기 전부터 뛰던 가슴을 묵상하자 신앙인이 된 건 그저 우연이 아님을 알았다”며 “이렇게 깊은 묵상을 할 수 있는 것을 보면 글은 하느님께서 당신을 만나라고 주신 선물인 것 같다”며 전했다. ◆ 미니 인터뷰 - 본당 도서관 ‘빈숲’ 담당 조정옥 시인 “책 읽는 공간 넘어 신앙 나눔 장소로" 조정옥 시인은 2007년 10월 도서관 ‘빈숲’이 개관한 이래 꾸준히 도서관을 지켜왔다. 그는 “사람들이 독서뿐 아니라 내면의 이야기를 나누며 삶 속 하느님 숨결을 찾아주는 공간이 성당에 있다는 것이 정말 소중하다”고 했다. 조 시인은 주중에는 지역 도서관, 학교 등의 글쓰기 강사로 출강하고 있다. 「아마, 토마토」, 「가시가 자라는 방식」, 「침묵을 대하는 방식」 등 시집도 꾸준히 출간하고 있다. 바쁜 일정에도 ‘빈숲지기’ 역할에 열정적인 이유에 대해 조 시인은 “글은 우리가 신앙을 깊이 있게 나누는 매개체가 되고, 도서관은 우리가 그런 글을 읽을뿐더러 쓸 기회를 주는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누구나 관계의 상처, 상실의 아픔을 떠안고 살잖아요. 글을 쓰는 사람은 그런 소회를 자연스럽게 성찰하고 솔직히 고백하게 되죠. ‘속생각’이나, 정돈되지 않은 감상만 내뱉게 되는 ‘말’과는 다를 수밖에 없어요.” 운영 및 관리 비용 문제로 빈숲이 문을 닫을 뻔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도서관이 ‘나눔의 공간’임에 공감하는 신부들과 신자들의 도움으로 빈숲을 지켜올 수 있었다. 덕분에 종교, 인문, 고전 등 8000여 권의 다양한 분야 도서를 소장할 수 있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 「작별하지 않는다」 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인기있는 코믹북 「흔한남매」 시리즈 등 신간도 꾸준히 들어온다. 이러한 나눔의 연장선에서 ‘내 마음 한 문장 써보기’ 등의 모임을 열어온 조 시인은 “모임에서 나눈 글을 회보처럼 만들어 주보 간지를 통해 전하기를 희망한다”며 “이웃의 신앙 고백인 만큼 다른 신자들에게도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는 더 큰 나눔이 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2024-12-01

버려진 공간에 ‘숨’ 불어넣어 지역민 쉼터로

지역의 슬럼화된 공간이 본당 공동체와 만나 밝은 빛을 되찾고 소통의 공간으로 거듭났다. 서울대교구 서초동본당(주임 박성우 요한 사도 신부)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공간에 ‘서리풀정원’을 조성하고 지난 11월 10일 축복식을 가졌다. 성당 동편에 자리한 2400㎡ 면적의 녹지. 서리풀정원이 들어서기 전 벤치 몇 개가 놓여 있던 이곳은 성당 벽과 경부고속도로 방음벽에 가로막혀 밤에는 청소년들이 종종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버려진 쓰레기가 쌓여있기 일쑤였다. 본당은 지난 5월 21일 서울 서초구와의 녹지입양 협약식을 통해 서울시 1호 녹지입양 기관이 됐다. 녹지입양은 녹지에서 가까운 기관이나 단체에 관리 권한을 부여하고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 본당은 협약에 따라 5년간 이 공간을 관리한다. 본당은 서초구의 지원으로 아름다운 꽃과 나무가 자리한 정원에 ‘십자가의 길’을 조성했다. 신자가 아닌 주민들도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종교적인 색채를 절제한 14처 조각을 세우고, 신자들에게는 십자가의 길에 대한 해설집을 제공해 만족도를 높였다. 그동안 성당 안에서 십자가의 길을 바쳤던 신자들은 푸른 신록을 바라보며 기도하는 시간을 통해 하느님과 보다 깊은 교감을 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공간을 본당 공동체가 함께 관리해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은 교회가 지향하는 연대성 실현에 한걸음 나아가는 계기가 됐다. 본당은 서리풀정원에서 시화전과 음악회 등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문화 행사를 열 계획이다. 박성우 신부는 “누구에게나 문을 열어 주셨던 예수님처럼 성당의 공간도 누구나 와서 기도하거나 소통할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서리풀정원은 신자가 아닌 누구나 오셔서 쉬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2024-12-01

서울대교구 태릉본당, ‘품격있는 폰사진 강좌’ 열어

“스마트폰 갤러리에 아무 사진이나 클릭한 다음, 화면 가운데 아래 ‘AI생성’을 눌러보세요~” 스마트폰 촬영 비법을 알려주는 강좌를 마련한 본당이 있어 눈길을 끈다. 서울대교구 태릉본당(주임 이철학 바오로 신부)은 11월 한 달 동안 매주 수요일 오전 ‘품격있는 폰사진 강좌 촬영편,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다’(창세1,10 참조)를 열었다. 본당은 신자들이 모여 화합하고 유대관계를 다지는 것을 넘어 무언가 배우고 얻어갈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강좌를 마련했다. 본당 신자인 사진가 정기섭(미카엘) 작가가 본당의 강좌 개설 제안을 흔쾌히 수락하고 재능기부에 나섰다. 강좌에 참여한 신자들은 배우면 쉽지만 사용해보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치법 한 스마트폰 촬영 기능들을 하나하나 배워 나갔다. 세 번째 강좌가 있던 11월 20일에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꽃과 같은 피사체나 풍경, 파노라마와 야간모드 촬영 방법을 배우고 야외 실습도 했다. 사진을 편집하거나 수평·수직 방향으로 사진을 조정하는 등 후보정 방법을 배우고 사진 편집을 위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들을 소개받았다. 성당 마당의 성모상 앞과 벤치 등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직접 본인의 스마트폰을 이용해 촬영했다. 정 작가는 “하느님께서 빛으로 그리신 자연과 창조물인 우리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함으로써 하느님의 신비와 영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특별히 어르신 신자들이 자연은 물론 가족들의 모습도 스마트폰으로 예쁘게 찍어 소소한 행복을 누리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2024-12-01

제주 중앙주교좌본당, 설립 125주년 희년 폐막미사 봉헌

제주교구 중앙주교좌본당(주임 김석주 베드로 신부)은 11월 24일 설립 125주년 희년 폐막미사를 봉헌했다. 미사는 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가 주례하고 김석주 신부와 천주교 사도직회(팔로티회) 한국지부장 야렉 카미엔스키 신부 등이 공동 집전했다. 문 주교는 미사에서 교황청 내사원으로부터 수여된 본당 125주년 특별 전대사와 교황 강복을 참례자들에게 전달했다. 특별 전대사는 김석주 신부가 교구장 승인을 받고 교황청에 제출한 청원이 받아들여져 성사됐다. 125주년 개막미사가 봉헌된 2023년 12월 8일부터 폐막미사가 봉헌된 이 날까지가 전대사 유효 기간이었다. 김석주 신부는 감사 인사에서 “125주년 희년 폐막미사를 봉헌하며, 더불어 2025년 희년을 앞두고 주교좌본당이라는 이름의 엄청난 무게를 다시 한번 실감한다”면서 “외국의 많은 구도심의 중심이 주교좌본당이듯 우리 본당도 사람들이 기도하는 공간이자 동시에 제주시 ‘올드타운’의 중심이 돼야 하고 이를 위해 우리 신자들이 먼저 그에 걸맞은 모습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당은 대한제국 시기인 1899년 4월 22일 설립됐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등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겪었다. 2000년에 는 제주 선교100주년 기념성당을 봉헌했으며 2018년에는 본당 120년사를 발간했다. 2023년 12월 8일 125주년 희년 개막미사와 함께 새 제대 축성과 독서대 축복식을 가졌다. 본당은 125년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중앙주교좌본당 125주년 화보집’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2024-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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