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엽 신부의 성경 속 인물] 무적 장사(壯士) 삼손

중학교 시절 단체 관람으로 친구들과 함께 영화 ‘삼손과 들릴라’를 보았다. 솔직히 지금 생각나는 장면은 삼손이 사자를 맨손으로 죽이는 것과 소경이 된 그가 기둥을 무너뜨려 사람들과 함께 죽는 것만 기억난다. 나중에 성경을 읽으면서 들릴라가 필리스티아인들의 계략으로 삼손에게 일부러 접근한 스파이인 것을 알게 되었다. 미인계는 일반적으로 예쁜 여자가 남자를 유혹하여 조종하는 작전을 의미한다. 현대의 가장 유명한 미인계 첩보전은 누구나 한 번쯤 들었을 만한 ‘마타 하리’ 사건이다. 네덜란드 출신인 마타 하리는 아름다운 미모와 춤 실력을 이용해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정보기관에 포섭되어 연합군 고위 장교들을 유혹해 군사 기밀을 빼돌렸다. 그녀는 스파이 활동이 발각되어 1917년 10월 15일 프랑스 정부에 의해 총살형을 받았다. 마타 하리는 배짱이 좋아 총살을 당할 때도 눈가리개도 거부하고 군인들에게 ‘총을 계속 들고 있는 것도 힘들 테니 어서 쏘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스라엘이 하느님의 마음에 거슬리는 생활을 하자 필리스티아인들의 지배를 받게 했다. 단 지파의 마노아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아내는 아기를 낳지 못했다. 하루는 하느님의 천사가 그 여인에게 나타나, 이제 곧 임신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니 몸을 조심하여 포도주나 소주를 마시지 말고 부정한 것을 일절 먹지 말라고 당부했다. 천사는 또 한 가지 특별한 명령을 내렸다. 아들을 낳으면 그의 머리카락에 면도칼을 대지 말라며 모태에서부터 이미 하느님께 바쳐진 나지르인으로 이스라엘을 필리스티아인들에게 구원할 것이라 전했다. 마노아의 아내는 천사의 말대로 아들을 출산했고 삼손이라 이름을 지었다. 삼손은 엄청난 힘을 가진 장사였다. 삼손은 당나귀의 턱뼈를 들어서 필리스티아인 1000명을 때려죽일 정도로 힘으로는 그를 상대할 수 없었다. 필리스티아 사람들은 꾀를 내어 미모가 출중한 들릴라를 포섭해 삼손에게 접근했다. 들릴라는 그의 힘이 근원이 머리카락임을 알게 되었다. 들릴라는 삼손이 깊은 잠에 빠져 있을 때 그의 머리카락을 잘라버렸다. 머리카락이 잘린 삼손은 힘이 빠져 필리스티아 군인들에게 잡혀갔다. 필리스티아인들은 삼손의 눈을 빼어 소경으로 만들고 노예로 부리며 재주를 피우게 하며 복수하고 농락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삼손의 머리카락이 자라났다. 삼손은 축제가 있던 날에 한 소년의 도움을 받아 집의 기둥을 무너뜨려 많은 필리스티아인들과 함께 최후를 마쳤다. 삼손은 큰 힘을 발휘하며 승승장구했다. 삼손이 경각심을 잃고 방심한 것이 그의 죽음을 초래했다. 삼손의 괴력은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 하느님이 주신 힘이었다. 우리가 가진 탈렌트는 모두 하느님께서 주신 무상의 선물이다. 이것을 망각하고 교만해질 때 오히려 우리의 탈렌트가 오히려 독이 되어 멸망케 한다는 것을 늘 기억해야 한다. 글 _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

2024-05-19

[허영엽 신부의 성경 속 인물] 유리천장을 깨트렸던, 드보라 판관

미국 최초 여성 대통령을 꿈꿨던 힐러리 클린턴은 선거 유세 내내 유리천장을 깨뜨릴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대선에서 낙선한 후 “언젠가 누군가는 그 유리천장을 깨뜨릴 것이다”라며 의미 있는 메세지를 전했다. 유리천장(glass ceiling)은 충분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 직장 내 성 차별이나 인종 차별 등의 이유로 고위직을 맡지 못하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경제학 용어이다. 유리천장이란 말은 우선 ‘성’(gender)과 관련된 것으로 생각되기 쉽다. 대신학교 1학년 학보사 기자 시절 학보인쇄를 위해 하루 종일 어느 작은 출판사와 인쇄소에서 머무른 적이 있었다. 여직원은 경리를 맡은 한 사람이 있었고 나머지는 남직원들이었다. 남직원들이 여직원을 대하는 것을 보며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도 현재 법적 차원에서는 모두 성추행 등 위법행위가 될 말과 행동이 수없이 자연스럽게 행해졌다. 더 큰 문제는 여직원을 같은 동료가 아니고 다른 차원의 사람으로 차별을 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유리천장은 존재한다고 느낀다. 이스라엘의 지도자 여호수아가 죽은 뒤 왕정시대에 들어가기 전까지 이스라엘은 판관시대를 맞게 된다. 판관이란 왕은 아니지만 민족을 지도하는 통치자로서 사법과 행정을 관할하는 직분을 맡은 사람이다. 판관은 이스라엘의 역사에서 위급한 국가위기 상황에서 군인들의 총사령관 역할도 담당했다. 이스라엘의 판관 중 드보라는 유일한 여성이다. 여성이 사회적 불평등을 당하던 당시에 여자 판관은 아주 예외적인 일이다. 여자 예언자 드보라는 이스라엘 백성을 통치하면서 재판을 주관했다. 그런데 당시 이스라엘 주변의 정세는 가나안 왕이 이스라엘을 억압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드보라는 만 명의 군인을 출동시키면서 자신도 함께 전선에 참여했다. 가나안 군이 상상할 수 없는 무기로 공격해 오는 것을 보고도 드보라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스라엘군에게도 계속 공격을 명령했다. 패배감에 젖어있는 이스라엘 군인에게 하느님께서 우리들 앞에서 전진하니 꼭 승리할 것이라 확신과 용기를 주었다. 결국 이스라엘 군인의 높은 기세에 눌려 적군은 도망쳤고 이스라엘은 승리를 쟁취한다.(판관기 4장 참조) 드보라는 지혜와 용기, 신앙을 겸비한 여성 정치가였다. 그녀는 용기 있는 결단으로 민족을 구한 이스라엘의 국모(國母)로 추앙받은 인물이다. 능력이나 역할의 차이는 있지만 인간성의 차이는 존재하지 않고 누구나 평등하다. 신앙인에게는 어떠한 인종, 문화, 사회적이나 성적 차별이 존재해선 안 된다. 무엇보다 생각과 의식이 변화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서 차별의 선입견이 존재하지는 않는지 늘 반성해야 한다. 글 _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

2024-05-12

[허영엽 신부의 성경 속 인물] 믿음과 용기로 위기를 기회로 바꾼, 칼렙

1950년, 갑작스러운 북한의 남침으로 일어난 6·25전쟁에서 아군은 순식간에 낙동강 전선까지 밀렸다. 인천상륙작전을 계기로 전세를 뒤집었지만, 엄청난 규모의 중공군 참전으로 유엔군은 패퇴를 거듭했다. 하지만 유엔군은 지평리 전투에서 중공군의 인해전술(人海戰術)에 처음으로 승리하면서 자신감과 사기를 되찾는다. 작은 지역의 전투였지만 전쟁 후반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었다. 양평면 지평리는 교통과 전략의 요충지였다. 미군 23연대 전투단이 지평리를 사수했다. 사흘 동안 7000명이 안 되는 병사들이 중공군 10만여 명을 상대로 포위된 채 3일 동안 그야말로 사투(死鬪)를 벌였다. 이 전투에는 프랑스대대의 몽클레르 중령 휘하에 한국군 180여 명도 참여했다. 특히 환갑에 가까웠던 몽클레르 중령은 아픈 다리를 이끌고 전장을 오가며 지휘했다. 꽹과리, 북을 치며 공격하는 중공군의 인해전술 공격은 칠흑 같은 밤중에 보이지 않고 소리만 들려 상대에게는 공포 그 자체였다. 한 한국군 병사가 온몸을 떨고 있었는데 프랑스 병사가 엷은 미소를 지으며 어깨에 손을 얹어 안심시켰다. 언어는 통하지 않지만 마치 큰 형님이 ‘걱정하지 마. 내가 있으니까’라는 신호 같았다. 전투 중에도 자신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사기를 북돋웠다 한다. (이정환 저 「지평리를 사수하라」에서 발췌) 어느 날 하느님은 모세에게 이스라엘 각 지파에서 가나안 땅을 정탐할 사람들을 보내라고 명령했다. 모세는 공정하게 각 지파의 대표 12명을 뽑아 가나안땅을 수색하게 했다.(민수기 13장 참조) 수색은 적진 깊숙이 들어가 사실 목숨을 걸고 해야 하는 위험한 작전이다. 12명의 수색대는 가나안 땅을 정탐하고 40일 만에 돌아왔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정탐한 사실을 알리는데 대원들의 의견이 서로 갈렸다. 일부는 강한 부족이 자리 잡고 있어 전쟁을 치르면 크게 패배할 것이라 미리 패배를 예상했다. 전쟁을 치르기도 전에 사람들을 패배감에 젖게 만든 것이다. 그때 유다 지파를 대표해 뽑혔던 칼렙이 나서며 이스라엘이 꼭 승리할 것이라 장담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여론이 갈라지면서 갈팡질팡했다. 심지어 이집트로 돌아가자는 여론이 팽배해졌다. 그때 옷을 찢으며 죽음을 무릅쓰고 가나안 정복을 호소했던 이들이 여호수아와 칼렙이었다. 가나안 땅은 하느님이 선조에게 약속하신 축복의 땅이라 승리할 수 있다고 두 사람은 확신했다. 지도자는 늘 고독하게 결단해야 하고 결과와 책임도 감당해야 한다. 칼렙과 여호수아의 가나안 진격은 이스라엘 역사의 흐름을 바꾸었다. 평화 때보다 위기가 닥쳤을 때 지도자의 역량이 잘 나타난다. 칼렙의 승리를 확신했던 근거는 하느님의 약속에 대한 믿음이었다. 칼렙은 노령에도 계속 전의를 불태우는 역전의 용사였다. 여호수아에겐 칼렙과 같은 충직하고 용기 있는 전사가 큰 도움이 되었다. 위기의 순간에 능력 있는 지도자는 솔선수범하고 올바른 판단으로 부하들의 사기와 용기를 북돋워 주어야 한다. 글 _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

2024-05-05

[허영엽 신부의 성경 속 인물] 힘과 용기의 지도자, 여호수아

이스라엘 역사에서 안타까운 장면 중 하나는 모세가 가나안을 지척에 두고 숨을 거둔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에서 탈출시키고 광야에서 갖은 고생을 하며 동고동락했던 사람들과 이별했다. 광야에서 자신들을 이끌었던 지도자 모세가 세상을 떠나자, 이스라엘 민족은 큰 시름에 빠졌을 것이다. 그러나 여호수아가 모세의 뒤를 이어 전사로서 용맹하게 가나안의 각지에서 계속 싸우며 결국 가나안을 정복하고 그곳에 정착한다. 여호수아는 가나안을 정찰하고 전략을 세워 전투를 벌여 이스라엘 민족에게 승리를 안겨주었다. 희세지웅(希世之雄)이란 사자성어는 난세에 보기 드문 영웅이 나타난다는 말이다. 역사에서 보면, 때에 맞는 지도자가 나타나 활약하는 것은 그 나라나 민족을 위해서는 큰 행운이다.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탄생시킨 지도자라고 하면 여호수아는 실제 전투에서 큰 활약을 했던 전사(戰士)형 리더였다. 이미 오래전에 터를 잡아 살고 있는 가나안 주민들을 공격하는 것은 여러 가지로 불리한 점이 많았지만, 여호수아는 이를 극복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다한다. 가나안 땅을 점령하고 실제로 국가를 세운 사람은 모세의 후계자 여호수아였다. 모세는 그를 무척 신임하고 일찍부터 후계자로 생각했다. 여호수아는 실제 전투에서 많은 공을 쌓았고 실전 경험을 터득했다. 여호수아는 모세의 측근으로 이집트 탈출을 하면서 광야 생활 내내 큰 공로를 세운 충직한 인물이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정작 가나안 땅 가까이에 도착했을 때 그동안의 광야 생활에 지친 사람들은 모세에 대해 반란이라도 할 기세였다. 게다가 이들이 맞이한 가나안에는 만만하지 않은 적들이 버티고 있었다. 가나안에 있는 민족과 전쟁을 치러야 하는데 이스라엘의 군사력은 보잘것없었다. 싸우기도 전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적의 기세에 눌려 전전긍긍했다. 전투에서 전의(戰意)를 상실하면 싸움은 해보나 마나 필패이다. 이때 여호수아가 가나안 땅을 정찰하고 돌아와서는 옷을 찢으며 이스라엘 백성을 향해 외치며 사기를 진작시켰다. “우리는 젖과 꿀이 흐르는 낙원과 같은 땅에 들어갈 수 있소. 적들을 두려워하지 마시오. 하느님이 우리 편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스라엘 백성이 모세를 반대하고 이집트로 돌아갈 궁리만 하고 있던 차였다. 그런 환경에서 여호수아의 외침이 제대로 먹힐리 없었다. 오히려 전투를 독려하는 여호수아는 목숨을 위협받는 지경에 빠졌다. 그러나 여호수아는 죽음을 무릅쓰고 소신있게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위기에서 포기해 버리고 모험에 나서지 않는 지도자는 리더로서 자격이 없다. 여호수아의 용기 있는 행동은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바꾼다. 그는 무엇보다 힘과 용기를 가지라고 하며 함께하겠다는 하느님의 약속을 믿었다. 여호수아는 전투에서는 맨 앞장서서 싸우는 힘과 용기가 있는 유능한 지도자이면서 동시에 믿음이 강한 인물이었다. 글 _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

2024-04-28

[허영엽 신부의 성경 속 인물] 명예와 재물에 빠져 타락한 예언자 발라암

예전에 사목했던 본당 중에 주변에 무속인들이 유난히 많았던 곳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여성 무속인이 예비자 교리에 등록했다. 그는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교리를 들었고 시간이 흘러 세례식을 앞두고 있었다. 개인 면담 시간에 그는 “그동안 너무 심한 어지러움과 두통과 구토에 시달렸”면서 “그런데 열심히 기도하고 특히 주변의 신자들이 함께 기도해 주어서 다행히 오늘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어 “신자들도 열심히 기도하지만 무속인들도 정말 무섭게 열심히 기도한다”며 알듯 모를듯한 이야기를 했다. 무속인을 찾은 사람에게 예언을 해주면 그 예언이 이루어지도록 무속인도 산속에 올라가 며칠씩 잠을 자지 않고 금식하면서 자신이 모시는 신(神)에게 기도를 바친다고 한다. 점술이 맞지 않으면 밥줄(?)이 끊긴다고 하면서 웃었다. 그분은 세례를 받고 모든 고통에서 깔끔하게 벗어나 열심히 신앙생활과 봉사활동을 하고 계신다.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에서 탈출하여 요르단 건너편 모압 평야에 진을 쳤는데, 모압 왕인 발락의 눈에 이스라엘 백성의 기세가 등등했다. 그 숫자도 너무 많아 겁에 질릴 정도였다. 모압 왕은 당시 명성이 자자한 점쟁이 발라암을 불렀다. 그러나 처음엔 발라암이 순순히 왕의 초대에 응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그들을 따라가지 마라. 이스라엘 백성을 저주하면 안 된다”고 단단히 이르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왕의 끈질기게 부르자 결국 발라암은 왕이 보낸 관리들을 따라나섰다. 왕은 발라암에게 이스라엘 백성들을 저주해 주면 무엇이든 상으로 주겠다고 약속했다. 발라암은 제단을 쌓고 황소와 숫양을 제물로 바쳤다. 그런데 발라암이 왕에게 점술 내용을 밝혔다. 재미있는 것은 왕의 소원과는 정반대로 이스라엘을 축복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상심한 왕은 발라암에게 세 번씩이나 장소를 옮겨 이스라엘을 저주하도록 제사를 지내게 했지만 역시 뜻대로 되지 않았다. 발라암은 계속해서 제사를 지냈지만 하느님께서 함께 계시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어떠한 재앙도 어떠한 불행도 내릴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왕은 할 수 없이 아무런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발라암에게 돌아갈 것을 분부했다. 그러자 발라암은 왕에게 이스라엘 사람들을 부패시키는 비법을 가르쳐주었다. 우상에게 바쳤던 제물을 먹게 하고, 예쁜 모압 여자로 유혹해 죄를 짓게 하라는 것이었다. 발라암의 비법이 통해 이스라엘 백성들이 죄를 짓게 되어 수만 명이 생명을 잃었다. 그러나 발라암도 결국 칼에 맞아 비참한 최후를 마쳤다. 발라암은 다른 예언자 못지않게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했지만 결국 명예와 재물의 유혹에 빠져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예전에는 사람들 사이에서 더 많이 점술이 발달하고 번성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미래를 알고 싶어하고 닥쳐올 화근을 없애줄 방법을 찾으려는 본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간의 근본 성향 때문에 지금도 사람들은 점술에 여전히 매력을 느낀다. 글 _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

2024-04-21

[허영엽 신부의 성경 속 인물] 모세의 대변인 아론

게티즈버그 연설(Gettysburg Address)은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에이브러햄 링컨의 연설이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이라는 대목은 미국 역사에서도 가장 많이 인용되고 가장 위대한 연설로 평가된다. 명연설은 세상의 흐름을 바꾸기도 하고 국민을 마음을 하나로 만드는 힘이 있다. 2004년 7월 미국 보스턴에서 3박4일 동안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치인들은 당원을 대상으로 연설을 했다. 보통 정치가들의 연설은 지루한데 정치신인 버락 오바마의 연설에는 기립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오고 단 몇 분 만에 무명에 가까웠던 오바마는 벼락스타가 되었고 후에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모세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았을 때 거절할 이유로 자신은 입이 둔하고 말을 잘하지 못한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하느님은 형인 아론을 협조자로 보냈다. 아론은 말을 아주 잘하는 연설가였다. 아론의 출중한 연설 실력과 여유는 파라오에 대항해 이스라엘 민족을 탈출시킬 때 유감없이 잘 드러났다. 그래서 말을 잘 못하는 모세에게 아론은 모세의 최고 대변인이었다. 아론은 동생 모세를 대할 때도 거들먹거리거나 교만하지 않고 지도자라고 부르면서 겸손한 자세를 가졌다. 아론은 순종적이고 온유한 성격을 지녔는데 이러한 마음 좋은 사람의 단점은 다른 이의 말에 잘 휘둘리고 우유부단한 모습을 지닐 때도 많다는 것이다. 모세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계명을 받기 위해 시나이산으로 들어갔을 때 정치 공백을 아론이 맡게 되었다. 광야 생활에 지친 백성들이 모세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내려오지 않자 자연히 불평불만이 대단했다. 많은 백성이 아론에게 몰려왔고 백성을 지도할 신을 만들자며 우상인 금송아지를 만들었다. 성경에는 아론이 백성들의 요구에 쉽게 응답하여 금송아지를 만드는 데 협조한 이유가 잘 나오지 않는다. 인간적으로 상상을 해보면 모세가 없는 틈에 백성들의 불평을 들으며 혹시 권력을 탐한 것은 아닐까? 모세가 산에서 내려와 금송아지 사건을 보고 크게 화를 낼 때 아론은 자신이 져야 할 책임을 백성에게 전가했다. 사실 그에게는 화난 백성의 요구를 거절할 용기도 애초에 없었다. 어떤 사람의 참다운 모습은 책임을 져야 할 때 나타난다. 특별히 정치지도자에게 책임은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모세와 아론은 형제이면서도 성격에서 차이점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실제로 오랫동안 두 사람은 서로 대립관계에 있었다. 모세는 형 아론에게 제사장직을 맡기면서 두 사람의 관계를 봉합하고 공동목표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인간은 모두가 십인십색이다. 그러면서도 공존하려면 타협과 양보가 필요하다. 나와 다른 타인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공존은 시작된다. 다른 이가 나와 성격과 사고방식, 가치관 생각이 다른 것을 너무 적대시해선 안 된다. 공동선을 향해 함께 나가야 하는 공동체의 같은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글 _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

2024-04-14

[허영엽 신부의 성경 속 인물] 이스라엘의 위대한 지도자 모세

중고등부 시절 소풍과 단체 영화관람은 가장 신나는 시간이었다. 당시 대작들로 꼽히는 유명한 작품들을 단체 영화관람으로 많이 보았다. 여학교에서 같은 시간에 관람 계획이 잡히면 어떻게 소문을 들었는지 온 학교가 술렁거리기도 했다. 찰턴 헤스턴이 모세로 출연한 영화 ‘십계’도 보았지만, 사실 그때는 성경의 배경을 잘 모르니 어떤 영화였는지 이해가 쉽지 않았다. 다만 흰 수염이 긴 모세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홍해가 갈라져 이스라엘 백성들이 물기둥 사이로 탈출하는 장면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집트에서 노예 생활을 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모세가 지도자가 되어 이집트에서 탈출시켜 이스라엘로 돌아오는 내용이다. 모세는 지금도 이스라엘 백성에게 민족의 구원자로 추앙받는 위대한 인물이다. 성경 공부를 하면서 탈출기의 중요성을 깨닫고 그 역사 한가운데 있는 모세를 묵상하면서 이스라엘의 백성을 처음으로 세계사에서 탄생시킨 장본인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탈출기 전반을 읽어보면 이집트에 내려간 야곱의 일가는 평화롭게 생활했지만, 시간이 흘러 요셉을 모르는 새 파라오가 등장하자 상황은 급변했다. 우선 이집트로 내려온 이스라엘 사람들의 숫자가 시간이 흐르면서 늘어나자 파라오는 위협을 느꼈다. 이스라엘인을 박해하고 남자아이들마저 학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모세의 어머니는 아들을 바구니에 넣어 강물에 띄워 보냈고 마침 강가에 나온 파라오 딸의 눈에 띄어 모세가 이스라엘 사람인데도 자신의 양자로 삼았다. 모세는 약 35년간 이집트 궁정에서 왕손으로 지내게 되었다. 그러나 모세는 어디까지나 이스라엘 사람이었다. 무시무시한 공포가 이집트 자체를 뒤덮었다. 모세는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에서 최악의 상태로 박해를 받고 있을 때 태어났다. 어떤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모세는 자신이 이집트인이 아니라 이스라엘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모세는 파라오 람세스의 신임을 쌓고 지냈다. 어느 날 동족인 노예들을 박해하는 이집트 경비병과 시비가 붙어 그를 죽였다. 졸지에 모세는 광야로 피신해 도망자 신세가 된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역사를 뒤바꾸는 엄청난 사건의 시작이었다. 광야에서의 인생 여정은 모세가 히브리 민족의 지도자가 되는 특급 수업 과정이 되었다. 광야에서 하느님은 모세에게 히브리 백성들을 구출하여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데려가도록 계시를 내린다. 모세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라 펄쩍 뛰며 거절했다. 그러자 하느님은 “내가 네 힘이 되어주겠다”라며 모세에게 이스라엘 백성의 이집트 땅 탈출이라는 ‘임파서블’한 명령을 내렸다. 모세는 진정으로 자신이 하느님의 부르심에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인간의 생각과 하느님의 생각은 다르다. 하느님은 인간의 결점까지도 이용하시어 당신의 뜻을 이루시는 분이다. 글 _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

2024-04-07

[허영엽 신부의 성경 속 인물] 하느님에 대한 믿음으로 고난 이겨낸 요셉

좋은 일에는 방해되는 일이 많다는 '호사다마‘(好事多魔), 재앙이 바뀌어 오히려 좋은 일이 생긴다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은 우리 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사자성어(四子成語)이다. 인생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은 변화가 많아 예측하기 어렵다는 새옹지마(塞翁之馬)도 자주 쓴다. 그 유래는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변방 노인의 말(馬)에서 나온 말이다. 전쟁이 자주 일어나던 중국 북쪽 변방에 한 노인이 살고 있었다. 그가 기르던 말 한 마리가 어느 날 도망가 버렸다. “말이 도망가서 얼마나 상심이 크십니까?”라며 위로했다. 노인은 “이 일이 복이 될지 어찌 알겠소”라며 오히려 담담했다. 얼마 뒤 도망갔던 말이 많은 야생마들을 끌고 노인에게로 돌아왔다. 사람들은 놀라며 부러워했지만, 노인은 이 일이 재앙이 될지도 모른다며 기뻐하지 않았다. 그런데 노인의 아들이 말을 타다 다리를 크게 다쳐 절름발이가 되었다. 주변 사람들은 걱정했지만 이번에도 노인은 복이 될지 어찌 알겠냐며 대답했다. 그 후 전쟁이 일어나 마을 젊은이들이 모두 징집되었는데, 장애를 지닌 노인의 아들은 전쟁터에 나가지 않아 오히려 목숨을 지키게 되었다는 고사(古事)이다. 성경에서 이런 고사성어들이 잘 맞는 인물은 야곱의 아들, 요셉이라 생각한다. 그는 한마디로 드라마같은 우여곡절의 삶을 살았다. 야곱은 사랑했던 라헬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요셉을 드러내놓고 편애했다. 당연히 다른 아들들은 요셉을 질투하고 미워했다.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한 결과가 결국 요셉에게는 고통과 고난의 계기가 되었다. 어느 날 다른 형제들은 기회를 잡아 요셉을 이집트 땅에 노예로 팔았다. 그러나 요셉에게는 오히려 좋게 작용하여 결국에는 이집트의 총리에 올랐다. 요셉의 형제들이 기근 때문에 식량을 구하러 이집트에 내려왔다가 첩자로 몰려 문초를 당하는 자리에서 형제들은 요셉을 재회했지만 알아보지 못했다. 결국 형들이 고향으로 가서 베냐민을 데리고 왔을 때 요셉은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서로 끌어안고 울면서 화해했다. 그의 인생역정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끝은 모두 좋았다. 요셉은 어떤 과정에서도 실망하거나 하느님을 원망하지 않고 믿음을 지켰다. 요셉은 사람이 일을 아무리 잘 계획해도 이를 이루시는 분은 하느님이라는 사실을 잘 깨닫고 있었다. 그의 삶에 펼쳐진 고난과 절망 속에서도 지탱해준 가장 큰 힘은 믿음이었다. 그 믿음은 선조에게 물려받은 위대한 유산이었다. 신앙인의 삶을 보면 우연이라 할 수 없는 많은 요소들이 존재한다. 우리의 삶을 계획하고 이끄시는 분은 하느님이시다. 하느님은 고난과 실패, 죄까지도 선용하셔서 좋은 열매를 맺는 분이시다. 우리도 요셉의 믿음을 배운다면, 매일 일희일비하지 않고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지키면 결국 좋은 열매를 맺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든 상황에서 어떤 고통과 어려움이 오더라도 하느님께 대한 믿음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성경을 읽어보면 요셉을 왜 구약성경에서 가장 착하고 훌륭한 믿음의 인물이라 하는가를 이해할 수 있다. 글 _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

2024-03-31

[허영엽 신부의 성경 속 인물] 인내하며 하느님을 찬미한 레아

오래전 일이다. 어느 겨울 몹시 추운 날 자전거를 타고 가는 초등학생 형제가 있었다. 뒤에 귀마개와 장갑을 낀 동생이 털모자도 없이 낑낑대며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돌리는 형의 양쪽 귀를 잡고 있었다. 나는 차 안에서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면서도 목이 메었다. 나도 형과 동생에게 저렇게 따듯던 적이 있나 자연히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어느 저녁 형과 영화를 보러 갔다. 막상 극장에 도착했는데 두 사람의 푯값에서 딱 10원이 모자라 영화를 보지 못했다. 풀이 죽은 내가 측은했는지 형은 나를 청계천의 중고 서점으로 데려가 책을 골라주었다. 그때 처음 본 소설이 삼국지였는데 며칠 동안 열심히 보았던 기억이 난다. 여러 연구에 의하면 형제자매 사이는 무척 친하면서도 경쟁심을 갖고 있는 존재로 파악한다고 한다. 그래서 형제자매 사이의 어린 시절의 관계는 평생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특히 부모가 자식을 편애하면 그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며 어른이 되어서도 나타난다고 한다. 성경에서는 예쁘고 아름다운 동생 라헬에 비해 레아는 눈에 생기가 없었다고 표현한다. 시력이 약하다는 것은 무엇을 볼 때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리거나 이마에 힘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는 당시 근동 지방의 미적 기준의 큰 결점이 되었다. 야곱이 라헬을 선택하는 순간 레아에게 열등감과 질투심이 생겼을 것이다. 그러나 레아는 야곱의 편애에도 불구하고 가정을 위해 최선을 다한 여성이었다.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 한 레아는 평생을 동생 라헬에게 마음을 빼앗긴 남편 야곱을 지켜보아야 했다. 레아는 인내심이 강하고 인성이 좋은 여성이었다. 레아의 아들들의 이름에도 남편에 대한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첫아들을 르우벤이라 부르며 이제는 남편이 자신을 사랑하게 될 것이라 희망했다. 레아는 하느님께서 자신의 억울한 심정을 살펴주셔서 아들을 낳아준 자신을 야곱이 사랑해 줄 것이라 기대했다. 둘째는 하느님께서 자신을 불쌍히 여겼고 호소를 들어주었다며 시메온이라 불렀다. 셋째는 레위였다. 아들을 셋이나 낳았는데도 남편의 마음은 여전히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레아는 넷째 아들을 출산하여 이제야말로 내가 주님을 찬송하리라는 뜻의 유다라고 이름을 붙였다. 레아는 소극적이거나 주저하지 않고 끊임없이 묵묵히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레아는 삶이 힘들었어도 절대로 굴복하지 않았고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도 잊지 않았다. 아버지 라반의 이기적인 행동과 남편의 냉대, 라헬에 대한 열등감에도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았던 레아를 하느님은 잊지 않았다. “주님께서는 레아가 사랑받지 못하는 것을 보시고, 그의 태를 열어 주셨다.”(창세 29,3) 하느님은 레아의 마음을 알아주셨고 은총을 내려주셨다. 마태오복음서 1장에 나오는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를 보면 예수 그리스도는 다윗의 자손이며, 그 다윗은 레아의 아들인 유다의 후손이다. 결국 레아는 세상을 구할 영광스러운 메시아의 선조가 되었다. 글 _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

2024-03-24

[허영엽 신부의 성경 속 인물] (12)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여성, 라헬

라헬에 관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가 떠오른다. 스칼렛 오하라는 아름답고 예쁜 여성이지만 아주 강인하고 용감해 서슴없이 자신에게 다가온 역경을 피하지 않고 극복하는 매력 있는 인물이다. 소설의 인물인 스칼렛 오하라를 배우인 비비안 리가 잘 표현했다고 당시 비평가들은 칭찬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 독백하는 비비안 리의 마지막 대사는 오늘날까지 유명하게 회자되고 있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야.”(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 이 대사는 미국영화연구소(AFI)가 뽑은 명대사 100개 중 1위라고 한다. 야곱은 라반의 두 딸, 레아와 라헬 중에서 라헬을 더 사랑했다. 라헬은 곱고 아리따운 자태를 지닌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시대를 초월해 남자가 예쁜 여성을 좋아하는 것은 어쩌면 만고(萬古)의 진리인가 보다. 라헬은 활발하고 적극적이며 자신감이 넘쳐흐르는 열정적인 성격을 지녔다. 어쩌면 시어머니 레베카와도 닮은 점이 많아 야곱이 매력을 느꼈다는 생각도 든다. 야곱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도 단 한 가지 자녀운(子女運)은 없었다. 언니인 레아가 자녀들을 계속 갖게 되자 질투심에 불타 자신의 몸종을 통해서 야곱의 아들을 낳았을 정도이다. 절치부심(切齒腐心)하며 노력한 끝에 라헬도 드디어 아들을 낳았다. 그녀는 환호했고 기뻐하며 아들을 더 가지려고 노력했다. 어느 날 레아의 큰아들이 합환채를 밭에서 가져왔다. 아랍인들은 합환채가 정욕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고 뿌리는 독성이 강한데 약간의 마약 성분이 들어있어 임신촉진제로 알고 있었다. 중동지역에서는 수태력 증진 효과가 있다고 믿었던 식물이었다. 라헬은 레아의 큰아들이 가져온 합환채에 눈독을 들여 결국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그녀의 당돌하고 적극적인 행동은 훗날 야곱과 언니 레아 등 모든 식구가 아버지 라반의 집에서 몰래 도망칠 때 나타났다. 야곱도 모르게 집에서 수호신 상을 훔친 것이다. 사흘 만에 야곱 식구들이 도망갔다는 소식을 듣고 화가 난 라반은 야곱 일행을 쫓아가 잡고는 왜 집에 있는 수호신 상까지 훔쳤냐고 화를 냈다. 라반은 야곱 일행의 숙소와 짐을 샅샅이 뒤졌지만 결국 수호신 상을 찾아내지 못했다. 맹랑한 라헬이 낙타 안장 속에 집어넣고 자신이 깔고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수호신 상은 보통 나무나 은으로 만들었고 점을 치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고대 세계에서 이 가정의 수호신 상은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그런데 라헬은 자신은 지금 월경 중이어서 낙타에서 내리지 못한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처럼 라헬은 자신이 원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행동하는 성격이었다. 라헬은 여정 중에 막내아들 베냐민을 낳다가 그만 죽고 말았다. 질투심이 강했고 욕심과 집착도 심했던 라헬은 가족 묘지가 아닌 베들레헴으로 가는 길가에 외롭게 묻혔다.

202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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