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칠곡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성 베네딕도 문화영성센터’는 한국관광공사가 올해 7월 테마로 선정한 ‘불편한 여행지’다. 디지털 기기와 분주한 일상에서 잠시 떨어져 고요와 침묵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주목받은 것이다. ‘불편함’이라기보다 익숙한 자극을 내려놓고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마련해 주는 장소라는 의미다. 2024년 5월 문을 연 센터는 수도원 고유의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신축 시설을 갖춰 현대인들이 머물기에 쾌적하면서도,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낸 절제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머무름과 침묵, 기도 속에서 마음의 쉼과 영적 양식을 전하고 있는 센터를 찾았다. 고전과 현대, 세상과 성소의 경계 왜관역에서 10분쯤 걸어 수도원에 다다르면 성스러운 작은 마을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수도원 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센터는 건축계 거장인 승효상 건축가가 설계한 노출콘크리트 건물이다. 1928년 세워진 옛 왜관성당 곁에 자리해 예스러움과 현대의 미가 대비되며 서로를 더 돋보이게 한다. 수도원에는 1968년 우리나라 최초로 세워진 피정의 집이 있었지만, 건물이 낡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시설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숲이었던 부지에 건물을 신축하기 위해 8년간의 구상과 회의가 이어졌다. 그러던 중 때마침 승효상 건축가가 천주교 시설을 짓고자 하는 원의를 갖고 있음을 알았고, 많은 설계도를 제작한 끝에 완성된 디자인으로 2년에 걸쳐 건축이 진행됐다. 센터는 ‘선’이라는 기본 개념을 가진 ‘경계 위의 집’이다. 이 집을 통해 하느님 나라로 간다는 뜻이다. 승효상 건축가는 이곳을, 세상의 경계 밖에 있는 수도원을 동경해 찾아온 사람들이 힘을 얻는 장소로서 철저한 고독과 깊은 묵상의 삶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특히 큰길과 맞닿은 서측에 100m 넘는 길이의 콘크리트 벽을 세워 물리적으로 세상과 분리했다. 벽에 난 좁고 기다란 틈으로는 햇빛과 세상 풍경이 새어 들어온다. 건물을 통해 바깥을 누리다 서측 콘크리트 벽과 건물 사이에는 중정 ‘하늘정원’이 자리하고 있다. 센터의 모든 층에서 유리 벽을 통해 정원을 바라볼 수 있다. 정원에는 붉은 열매를 맺는 팥배나무를 심어 새들과 공간을 공유한다. 그 뜻을 아는지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이 정원 가득하다. 바닥에 난 정돈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하얀 성모자상이 은은한 기쁨에 잠겨 있는 듯한 표정으로 서 있다.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크리스티나 수녀의 작품이다. 하늘정원부터 4층 하늘성당까지 이어지는 외부 계단은 성 베네딕도의 계단이다. 끝에는 낭떠러지와 난간만이 존재한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표현한 것이다. 2~4층 계단에는 기도소로 가는 다리가 있다. 삼각 모자를 쓴 기도소 나무문에 가느다란 스테인드글라스 조각이 박혀 있다. 내부는 한 평 남짓이지만, 높은 천장 때문에 좁은 느낌이 경감된다. 하늘성당에는 제대도 감실도 없지만 공간 자체에서 거룩함이 느껴진다. 수도원의 다른 십자가와 달리 하늘성당 첨탑 십자가는 왜관 시내를 향한다. 고깔 모양 첨탑 안을 들여다보니, 베네딕도의 별이라 명명된 빛살들이 긴 꼬리를 사방으로 뽐내며 빛나고 있다. 수도원에 들어오면서부터 까마귀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했는데, 실제로 첨탑 십자가가 세워진 뒤부터 까마귀가 자주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까마귀와 성 베네딕토(480?~547)에 얽힌 일화가 떠오른다. 성인을 시기한 누군가의 음모로 독이 든 빵을 먹을뻔했을 때, 까마귀가 빵을 물고 가버려 성인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베네딕토 성인의 이콘과 그림 속에 까마귀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다. 거룩한 향기 가득한 내부 1층 하늘정원에서 경당으로 향하는 길. ‘선’과 ‘빛’, ‘그림자’의 조화를 꾀했던 건축가의 의도대로 우측 창틀이 만든 그림자의 선들이 경사로를 장식한다. 아래로 향하는 경사로는 지하무덤으로 내려가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설계했다. 창밖으로는 추모벽이 보인다. 수도원에 머물다 세상을 떠나게 될 분들의 이름을 새길 곳이다. 아프리카에서 구해 제작한 육중한 나무문을 당기자 12m의 높은 천장 끝까지 거룩한 향기가 가득한 공간이 나타난다. 경당이다. 제대 오른쪽 십자고상은 최종태(요셉) 작가의 작품이다. 그 주위로 열두 사도를 뜻하는 사각형의 붉은 빛들이 세상으로 퍼져나가 예수님을 섬기고 있다. 고상 아래 감실을 둘러싼 붉은빛은 그리스도께서 성혈로서 늘 존재하심을 상징한다. 돌아온 탕자가 새겨진 감실은 수도원 금속공예실 작품이다. 왜관수도원 유리화 공예실에서 만든, ‘선’을 강조한 은은한 빛깔의 스테인드글라스가 경당 분위기와 잘 어우러진다. 나무 제대와 의자 등은 수도원 목공소에서 제작했다. 센터 내 대부분의 가구는 수도원 목공소에서 만든 것이다. 파이프 오르간은 독일에서 기증한 연습용 악기로 마치 경당의 구조에 맞춰 만들어진 것처럼 공간과 조화롭게 들어서 있다. 센터 1층에는 벽면 가득 망치가 전시된 ‘망치실’도 있다. 한 환경 운동가가 모아 기증한 것인데, 수도회의 ‘기도하고 일하라’는 모토와 잘 어울린다. 센터 와 하늘다리로 연결된 마오로관은 1957년 지어진 건물을 센터 건축 때 함께 리모델링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천장을 뜯어내니 지붕의 잘 짜여진 목재 구조가 나와 그대로 보존하고 노출했다. 피정 강의가 주로 이뤄지는 마오로관 대강당은 수도원의 은인 고(故) 구상(요한 세례자) 시인과 그의 친형 하느님의 종 구대준(가브리엘) 신부의 이름을 따 ‘구상·구대준 홀’로 불린다. 센터 곳곳에 자리한 하삼두(스테파노) 화백의 작품은 수도자들의 기도 준비 모습이나 성 베네딕토의 「수도 규칙」이 묘사하는 장면을 담았다. 그림 속 수도자들은 2차원의 경계 안에 있지만, 실제로 수도원 대성당에서 만난 수도자들과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일하고 기도하는 그들의 모습은 모두 경건하며, 현실과 그림 사이의 경계마저 흐려진다. 그렇게 모든 경계가 허물어지고 하나가 되는 그날, ‘마지막 때’를 묵상하며 나는 경계 위의 집을 나선다. ■ 성 베네딕도 문화영성센터 피정 안내 성 베네딕도 문화영성센터는 기도 안에서 쉼과 영적 풍요를 선사하는 다양한 피정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그리스도교 영성 배우기 피정’을 비롯해 성모승천·성탄·부활 등 전례 시기 맞춤 ‘전례피정’도 열린다. 5~11월에는 ‘한Ti 가는 길’, ‘군위 사유원과 함께하는 문화 피정’, ‘가을 문화 피정’도 마련된다. 여름에는 ‘수도 생활 배움 피정’이 열리며, 6~9월에는 평화의 참된 의미를 배우는 ‘평화 학교’가 열린다. 이 외에도 본당이나 각 단체에서 위탁이나 자체 피정을 진행할 수 있고, 휴식형 개인 피정도 가능하다. 숙소는 1인실과 2인실이 있다. 피정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순례 길잡이 - 주소: 경북 칠곡군 왜관읍 관문로 61 - 문의: 010-6791-0071 센터 사무실 - 홈페이지: http://osb.or.kr

한국교회 통계에 따르면 전체 신자 중 57%가 여성이다. 실제로 교회 내 기관·단체나 본당에서 활동하는 신자들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교회를 이끄는 주요 역할은 여전히 남성 중심이라는 인상이 강한 것도 현실이다. 하지만 최근 그 흐름에 변화가 감지된다. 교회 안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는 평신도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것이다. 평신도 주일을 맞아 사제 양성, 본당 사목회 활동,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준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세 명의 평신도 여성을 만났다. ■ 광주가톨릭대학교 전임교원 김명숙 교수, 다양성 안에서 사제 양성 지평 넓혀 “사제를 양성하는 신학교에서 평신도 여성 전임교원은 존재 자체로 과제와 의미를 던지는 상징 아닐까요? ‘양 냄새 나는 사제’ 양성에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김명숙(소피아) 교수는 2024년 2월 광주가톨릭대학교 전임교원에 임명됐다. 한국교회에서 평신도가, 그것도 신학교 전임교원에 임용되는 것은 드문 일이다. 특히 평신도 여성 전임교원은 김 교수가 유일하다. “현재 광주가톨릭대 전임교원에는 사제, 수도자, 남녀 평신도가 다 있습니다. 이런 다양성 속에서 신학생들이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임용 당시 학교 측이 제안한 조건은 ‘신학교 상주’였다. 김 교수는 신학생들과 강의만이 아니라 매일 교정에서 만나며 함께 식사하고, 또 체육대회나 수학여행에도 동행하면서 동고동락하고 있다. 김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그야말로 “식구”다. 그 안에서 김 교수는 ‘교수님’으로 불린다는 점이 특별하다. 교수를 교수라 부르는 것이 왜 특별한가 할 수 있지만, 신학생들에게 사제인 교수는 ‘신부님’, 수도자인 교수는 ‘수녀님’이기 때문이다. 신학생들은 김 교수에게 성서학을 배우지만, 동시에 성직자가 아닌 평신도, 남성이 아닌 여성에게 배우는 경험을 쌓고 있다. 일반 대학에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신학교에서는 새로운 경험이다. 김 교수는 “지금 교회가 추구하는 시노달리타스의 상징적인 모습으로 평신도 여성을 전임교원으로 초대해 주신 것이라 본다”며 “신학생들은 앞으로 사제로서 가르치는 자리에 서겠지만, 평신도 교수에게 배운 경험을 통해 ‘평신도에게 배울 수 있고, 배워야 한다’는 점을 체득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학교는 ‘교회의 심장’이라 불립니다. 평신도 여성이 전임교원이 됐다는 상징적인 일로, 교회 안에서 남녀의 역할이 구분된 것이 아니라 개인적 특성과 역량에 따라 활동하는 분위기가 심장에서 혈액이 퍼져나가듯 퍼지지 않을까 합니다.” 김 교수의 임용에 신선함을 느끼는 것은 신학교 교수들도 마찬가지였다. 김 교수는 전국 신학교 사제양성자들이 모이는 전국 가톨릭대학교 교수협의회에서 유일한 여성이다. 다른 교구의 신학교 교수 신부들도 신학교에서의 김 교수의 임용과 사제 양성에서의 역할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이런 관심 속에서 김 교수는 11월 6일 열린 ‘사제 양성에서 여성의 역할’ 주제 광주가톨릭대학교 신학연구소 학술발표회 사회를 맡기도 했다. 김 교수는 “광주가톨릭대에서 물꼬를 텄으니 변화의 바람이 있지 않을까 한다”며 “이런 변화를 위해 교회 차원에서 평신도 신학자 양성에 더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전주교구 중앙주교좌본당 이정희 총회장, 세심하고 따뜻한 ‘엄마’ 마음으로 순명 “2016년에 본당 신부님께서 몇 달간 성당 뒤편에 함을 두고 신자들에게 총회장 추천을 받았어요. 그때 제가 80% 이상 추천을 받아 본당 첫 여성 총회장이 됐죠.” 전주교구 중앙주교좌본당 이정희(마리아) 총회장은 어느덧 재임 10년 차다. 신자들이 임명 당시 본당 부회장이었던 그를 총회장으로 추천한 이유는 바로 ‘하느님과 신부님께 순명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이 총회장은 순명하는 자세는 ‘세례명’ 덕분이라며 “교회에서 봉사를 할수록 내 세례명이 마리아라서 하느님과 예수님께 순명하고 그 뜻을 가슴에 깊이 새기신 성모님을 닮아가나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고 밝혔다. 5대째 교우 집안인 외가의 신앙 교육도 컸다. 외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젊은 보좌 신부와 이야기 나눌 때도 꼭 도포를 갖춰 입고 무릎 꿇고 말씀하셨다고 가르쳤다. 이 총회장은 여성으로서 지닌 강점을 살려 자신의 역할에 임했다. “세심하고 따뜻한 엄마의 마음으로 사목의 큰 줄기를 이루는 신부님을 도왔다”며 “또 부드러운 모습으로 권위의식 없이 친근하게 다가가니, 낯을 가리던 남성 임원들이나 어르신 신자들도 편하게 대해 주신다”고 말했다. 이 총회장은 본당 사제관 바로 옆에 있던 자신의 집을 본당에 기증해, 11월 준공되는 새 사제관 마련을 돕고 있다. 대지는 남동생 명의였고 건물은 형제들 것이었는데, 모두 함께 뜻을 모았다. 이러한 ‘봉헌’에는 부모님의 역할이 컸다. 사업을 하던 선친은 익산 작은 자매의 집 성당과 완주 천호성지 부활 성당 신축금을 기부하는 등 교회에 헌신했고, 사제관 옆집에 살던 어머니는 생전 ‘이 집은 본당의 것이 돼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주교좌본당이라 더욱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큰일들을 많이 치렀는데, 그중에서도 본당의 ‘번지’를 찾은 일이 가장 큰 보람이었다. 이 총회장은 “1947년 설립된 본당은 당시 등기 없이 성당을 세웠다”며 “문화재 등록을 위해 여러 노력 끝에 등기를 설정하여 2023년 전라북도문화재 제9호로 등록될 수 있었고, 현재는 국가등록문화유산 심의 절차를 밟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대사들을 갑자기 맡게 된 것은 아니다. 하느님은 이 총회장을 본당 전례단원으로 시작해 전례부장, 여성부장, 본당 부회장, 교구 여성연합부회장과 회장 등으로 차근차근 불러주시며 신심과 친교, 실무 역량을 다져주셨다. 이제 이 총회장은 하느님을 뵙는 날까지 본당을 위해 살아가겠다고 다짐한다. “우리는 성별을 떠나 ‘영원한 생명’이라는 한 곳을 향해 가는 한 형제자매예요. 기도와 협력으로 함께해 주시는 본당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재단법인 2027 서울 WYD 조직위원회 김수지 이사,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통화 조화 ‘다리’ 역할 “WYD는 단순한 청년 행사가 아니라 세대와 문화, 언어를 아우르는 신앙의 축제입니다. 청년과 평신도의 시선이 존중되고, 교회 안의 다양한 목소리가 어우러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2024년 7월, 재단법인 2027 서울 WYD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가 창립되며 WYD를 향한 발걸음이 본격화됐다. 김수지(가브리엘라) 이사는 조직위 이사 중 유일한 청년이자, 유일한 평신도 여성이다. 조직위 이사회의는 그야말로 치열하다. 2027 서울 WYD를 이끄는 주요 기구로서 국내 모든 WYD 관련 행사에 대한 지원 관리를 총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행사까지도 지원, 관리하기 때문이다. 이사회는 WYD 관련 사업 계획부터 예산에 이르기까지 검토, 의결한다. WYD 준비단계 봉사자로도 활동하는 김 이사는 “주로 청년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며 “성별이나 세대를 떠나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고 신앙 안에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고 이사로서의 활동 소감을 전했다. WYD 서울 개최가 결정되기 전 ‘WYD 유치준비위원회’에서도 활동해 온 김 이사는 외국의 젊은이 사목 담당자들과도 소통할 기회가 많았다. 그리고 많은 나라에서 여성 평신도들이 청소년·청년 사목을 책임지는 리더로 활약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여성의 강점을 살려 소통하며 이끄는 평신도들의 모습에 감명도 받았다. 김 이사는 “청년 대표라는 인식에 머물렀지만, 평신도 여성으로서도 이 자리에서 할 일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지금은 한국교회에서 평신도 여성 리더가 적은 것 같지만 앞으로 더 확대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앙 안에서 누군가를 이끈다는 것은 눈에 띄는 역할을 맡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필요한 일을 묵묵히 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이사는 “교회 안에서의 리더십은 앞에 서는 힘이 아니라, 함께 걸어가도록 손을 내미는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특히 WYD를 통해서 그동안 당연시되거나 보이지 않았던 구성원들의 역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희망하고 있다. WYD는 비단 몇몇 교회 기관이나 청년들만이 아니라, 한국교회의 모든 구성원의 힘을 모아야 성사될 수 있는 큰 대회이기 때문이다. 김 이사는 “우리는 모두 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서, 때로는 마르타처럼 일하고, 때로는 마리아처럼 기도하며, 누군가는 앞에서,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하느님 나라를 만들어 나간다”며 “WYD를 계기로 그 다양한 모습들이 서로 존중받으며, 보이지 않는 헌신에도 감사할 줄 아는 공동체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4일 발표한 공지 ‘충실한 백성의 어머니(가칭, The Mother of the Faithful People)’를 통해 성모 마리아를 ‘공동 구속자(Co-redemptrix)’로 보는 해석을 공식적으로 부인하며, 예수 그리스도만이 구원의 유일한 주체임을 재확인했다. 신앙교리부 장관 빅토르 마누엘 페르난데스 추기경이 로마 예수회 본부에서 발표한 공지는 발표에 앞서 10월 7일 레오 14세 교황의 승인을 받았다. 공동 구속자라는 칭호는 10세기경부터 일부 신학자와 신자들 사이에서 나타났지만 공식적인 교의로 선포된 적은 없었다. 이번 공지는 그리스도의 유일한 구속자 역할을 훼손할 수 있다는 신학적 우려를 공식적인 교도권의 판단으로 명확히 한 것이다. 오랫동안 논란의 여지가 있던 용어에 대해 교회의 공식적인 입장을 확정지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구원의 유일한 주체는 그리스도” 신앙교리부는 “공동 구속자라는 칭호는 구원의 유일한 주체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배타적 역할을 흐리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또 “마리아는 먼저 구원받은 존재로서 자신이 받은 은총의 중재자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하며, “‘공동 중재자(Co-Mediatrix)’라는 표현은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한 중재자적 지위를 의심케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상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페르난데스 추기경은 “모든 것은 그리스도로부터 비롯되며 에페소서와 콜로새서가 말하듯, 마리아 또한 그분을 통해 모든 것을 받았다”며 “공동 구속자라는 말은 이러한 근원을 가리게 된다”는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발언을 인용했다. “공동 구속자 교의 선포, 신학적으로 성숙하지 않아” 신앙교리부는 “지난 30여 년 동안 일부 주교와 신학자들이 공동 구속자와 공동 중재자의 교의 선포를 요청해 왔으나, 해당 용어의 신학적 성숙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과거 일곱 차례 이상 공동 구속자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당시 신앙교리성(현 신앙교리부) 장관이던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베네딕토 16세 교황)과 협의 후 공식 선언을 보류했다고 밝혔다. 라칭거 추기경은 생전 “이 칭호들의 의미는 아직 명확하지 않으며, 신학적으로 미성숙한 상태”라고 언급한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2021년 일반알현에서 “예수님은 마리아를 인류에게 어머니로 맡기셨지, 여신이나 공동 구속자로 맡기신 것이 아니다”라며, “사랑의 표현으로 마리아를 공동 구속자라 부르기도 하지만, 때로는 사랑이 과장으로 흐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마리아의 역할은 협력과 전구 안에서 이해해야” 공지는 “공동 구속자라는 칭호는 오히려 그리스도의 구원 사명을 흐리게 하고 신앙 진리의 조화를 깨뜨릴 수 있다”며, “올바른 의미로 해석하기 위해 계속 설명이 필요한 표현이라면, 그것은 신자들의 신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또 “공동 중재자라는 표현은 협력이나 전구(Intercession)의 의미로는 사용할 수 있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한 중재자적 역할을 모호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공지문은 “그리스도께서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유일한 중재자이지만, 그분과의 친교 안에서 신자들도 서로를 위해 하느님의 도우심에 협력할 수 있다”며 “그 의미에서 마리아의 협력은 다른 어떤 피조물보다도 탁월하고 독보적”이라고 강조했다. “마리아, 주님의 자비 드러내는 모성의 표징” 교회는 천상에 있는 성인들이 지상 신자들을 위해 전구할 수 있다고 믿으며, 그리스도와 함께 영화롭게 된 이들 가운데 “가장 으뜸은 그분의 어머니 마리아”라고 고백한다. 신앙교리부는 “마리아는 교회 안에서 그리스도께서 이루시는 구원 사업에 독특하게 협력했다”며 “그 전구로 인해 마리아는 주님의 자비를 드러내는 모성적 표징이 된다”고 밝혔다. < 공동 구속자는> ‘공동 구속자'라고 번역되기도 하는 라틴 말 ‘Co-redemptrix’는 결코 마리아를 예수 그리스도와 구원에 있어서 동렬에 놓는 것이 아니다. 마리아께서 인류 구원에 있어 그리스도께 협력한 사실을 ‘교회 헌장’이 잘 표현하고 있다. “영원으로부터 하느님 말씀의 강생과 함께 천주의 성모로 예정되셨던 복되신 동정녀께서는 하느님 섭리의 계획에 따라 이 세상에서 하느님이신 구세주의 거룩하신 어머니이시고 그 누구보다 각별히 헌신적인 동반자이셨으며, 또 주님의 겸손한 종이셨다. 그리스도를 잉태하시고 낳으시고 기르시고 성전에서 하느님 아버지께 봉헌하시고 십자가에서 운명하시는 당신 아드님과 함께 수난하시고, 순종과 믿음과 바람과 불타는 사랑으로 영혼들의 초자연적 생명을 회복시키고자 온전히 독특한 방법으로 구세주의 활동에 협력하셨다.”(61항) 무엇보다 그분의 모성은 주님 탄생의 예고에 대한 믿음의 동의에서부터 영원한 완성에 이르기까지 지속되며, 하늘에 올림을 받으신 지금도 그 구원의 임무를 그치지 않고 계속하시어 당신의 전구로 우리에게 영원한 구원의 은혜를 얻어 주신다. “그 때문에 복되신 동정녀께서는 교회 안에서 변호자, 원조자, 협조자, 중개자라는 칭호로 불리신다,”(62항) 여기서 ‘공동 구속자’라는 표현은 인류 구원의 협조자라는 표현을 잘못 번역하거나 강조한 것에 불과하다. -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올바른 성모 신심」 제2장 성모 마리아에 관한 교의 7번 각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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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교구, 최양업 신부 공식 표준 초상화 제작

가경자 최양업(토마스) 신부의 시복시성을 위한 공식 초상화가 제작된다. 원주교구는 11월 3일 최양업 신부의 실제 얼굴과 체형을 바탕으로 한 전신 입상 형태의 유화(油畫) 초상화를 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세중 작가(빈첸시오·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겸임교수)가 작업하는 초상화는 최양업 신부의 서품 177주년 기념일인 2026년 4월 15일 봉헌될 예정이다. 초상화 제작은 교황청의 최양업 신부 무덤 개묘 허가와 개묘를 통한 교구의 유해 진정성 확인, 교구장 조규만(바실리오) 주교의 유해 진정성에 대한 교령 선포 등의 교회법 절차를 마치며 추진됐다. 교구는 2019년 6월 11일 배론성지 내 최양업 신부 묘소를 개장해 유해 진위를 확인했다. 당시 묘에서 ‘학생경주최공지구(學生慶州崔公之柩)’라 적힌 명정과 함께 삭은 녹색 제의, 영대, 수대, 띠 등이 발견됐다. 교구는 같은 해 6월 17일 합당한 보존에 필요한 추가 검사 후 유해를 분리나 손상·이동 없이 발굴 당시 그대로 본 묘지에 다시 안치했다. 조규만 주교는 “최양업 신부님의 실제 얼굴과 모습을 가지고 있는 교구가 시복시성을 준비하며 공식 표준 초상화를 제작하는 것은 영광이자 의무”라며 배론성지 내 교구 문화영성연구소(소장 신우식 토마스 신부)가 전반적인 제작 업무를 맡도록 했다. 이어 교구는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 교실과 응용해부연구소,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중앙법의학센터와 공동으로 진행한 얼굴 복원과 인류학 분석 작업을 통해 최 신부의 전신과 얼굴의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했다. 초상화는 이를 토대로 그려진다. 초상화 작업을 맡은 김세중 작가는 제25회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단원미술대전 특선, 제2회 가톨릭미술공모전 우수상, 단원미술제 단원선정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작품은 뉴욕 RYC Center, 단원 미술관,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절두산 순교성지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 국방부 등에 소장돼 있다.

이성효 주교 “인공지능, 전 인류 위한 ‘공동선’ 추구해야”

주교회의 사회홍보위원장 이성효 주교(리노, 교황청 문화평의회 위원·마산교구장)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은 일부 사람에게만 유익한 선(善)이 아니라 인류 전체를 위한 ‘공동선’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주교는 11월 5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서울신문 주최로 열린 ‘제10회 서울미래컨퍼런스’에서 ‘AI 시대, 사회적 약자의 존엄과 참여’를 주제로 발제하며, 경제적으로 가난한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인류가 AI 시대의 사회적 약자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AI 윤리에 대해 제언했다. 이 주교는 100년 전 독일 신학자 로마노 과르디니의 통찰을 빌려 AI 시대의 사회적 약자를 규정했다. 과르디니는 ‘기술 문명 속 새로운 인간’에 대해 성찰하며, 기술 문명이 인간 내면을 파괴하고 형태 없는 존재로 만들 때 인간은 자연·세계·이웃과 단절되며 새로운 형태의 약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 주교는 “기계를 중심으로 자신을 재형성한 인간은 하느님 존재에 대한 믿음을 상실한 채 더 이상 자신이 하느님의 피조물임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며 “새로운 기술 문명 앞에서 인류는 깊은 정신력과 내면의 힘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교황청 신앙교리부·문화교육부가 발표한 AI와 인간 지성에 관한 문헌 「옛것과 새것」을 통해 AI의 양면성에 대해 진단했다. 「옛것과 새것」은 ‘AI 시스템의 설계·실행·사용은 언제나 인간과 공동선에 봉사해야 하며, 가장 소외되고 취약한 이들을 어떻게 포함시키는가가 우리의 인간성을 가늠하는 잣대’라고 못박는다. 이 주교는 “문헌은 AI의 발전에 따라 사회적 약자의 존엄이 가장 먼저 위협을 받을 것으로 예측한다”며 “데이터 기반 사회에서 AI가 ‘능력’ 중심으로 인간을 평가하고, 의료·교육·노동 영역에서 부유한 계층에 상대적으로 더 유리하게 작동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동시에 “AI는 맞춤형 학습 도구로 학습 장벽을 낮추고, 노인과 장애인 등을 위한 조기 진단과 원격 돌봄 등에서 놀라운 기회로 기능할 수 있다”며 AI의 가능성을 짚었다. 이 주교는 AI 시대 사회적 약자를 위한 교회의 과제를 강조했다. 이 주교는 “참여 없는 존엄은 공허하고, 존엄 없는 참여는 불가능할 것”이라며 “교회는 더 통합적이고 포괄적인 시선으로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프랑스 추기경 앙리 드 뤼박의 말을 인용해 “인간의 행복은 미래에서 추구될 수 있지만, 인간의 존엄성은 현재에서만 존중받을 수 있다”며 “존엄이 배제된 행복은 결코 진정한 행복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컨퍼런스에서는 ‘인류와 손잡은 휴머노이드: 기술과 감성의 접점’, ‘AI 국가의 지능, 기술사회 정책의 뉴프레임’, ‘인간 중심 AX의 미래 비전’ 등 세션이 마련됐다. 발제에는 하정우 대통령실 AI 수석, 린이빙 전 대만 과학기술부 차관, 오가타 데쓰야 일본 AI로봇협회장, 천선란 SF 작가 등이 참여했다.

“세상 한가운데서 축성생활의 기쁨 증거”

“축성생활의 해 동안 저희가 세상 한가운데에서 주님의 길을 걷게 하심에 깊은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남녀 수도자들이 10월 28일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한국교회 축성생활의 해’ 폐막미사를 봉헌하며 1년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남녀 수도자들은 이 기간 축성생활을 교회와 세상에 알리기 위해 합심해 펼쳤던 사업과 행사 경험을 토대로 새 시대의 사명에 맞춰 수도자 쇄신과 성소 계발 등에 힘쓸 예정이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와 제주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 수원교구 총대리 문희종(요한 세례자) 주교,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장 박현동(블라시오) 아빠스, 한국 남자 수도회 사도 생활단 장상 협의회장 유덕현(야고보) 아빠스가 공동집전한 미사에는 남녀 수도자 1000여 명이 참례했다. 이용훈 주교는 강론에서 “오늘날 교회는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 안에서 새로운 복음화의 길을 요구받고 있다”며 “젊은이들에게 신앙의 기쁨을 전하는 일은 물론이고 가난한 이들을 돕고 공동의 집 지구를 살리며 평화를 수호하는 이 모든 것이 축성생활자들의 새로운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또 “머지않아 열리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에서 축성생활과 봉헌의 의미를 온 세상에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미사 중에는 남녀 수도자들이 ‘전례무(舞)’를 봉헌하며 축성생활의 의미를 표현했다. 축성생활의 해를 위해 봉사했던 각 준비위원회 임원은 전례무를 공연하는 수도자 사이로 행렬하며 위원회별 ‘결과 상징물’을 봉헌했다. 청년위원회는 청년들의 기도와 소망이 담긴 희망나무, 수도생활위원회는 수도생활 속 신앙이 담긴 작품인 질그릇과 촛대를 봉헌했다. 홍보위원회는 홍보활동을 상징하는 스마트폰과 디지털카메라 상징물, 행사위원회는 평화순례를 상징하는 한반도기와 ‘수도자 큰잔치 참가 수도회 이름 두루마리’ 등을, 학술위원회는 학술 심포지엄 자료집 등을 봉헌했다. 미사 중 유덕현 아빠스와 한국 천주교 여자 수도회 장상 연합회 회장 나현오(현오 레지나) 수녀도 한 해 여정을 마무리하는 소감을 전했다. 유 아빠스는 “100여 명으로 구성된 준비위원회 봉사 수도자들을 비롯한 모두의 노력으로 축성생활의 해 동안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었다”며 “이러한 협력과 활동 속에 하느님께서 분명히 함께하셨다고 확신하고 남녀 수도회가 나아간다면 앞으로 못 할 것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나현오 수녀는 “축성생활의 해를 위해 주교회의를 비롯해 여러 교회 구성원이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셨다”며 “7개 위원회 봉사 수도자들을 비롯해 축성생활이라는 길을 함께 걸으며 기쁨과 어려움을 나누고 하느님의 사랑을 일깨워 준 모든 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한편, 남녀 수도자들은 10월 22일 수원교구 성라자로마을 아론의 집에서 남녀 장상 전체 모임을 열고, 축성생활의 해를 종합 평가했다. 이 자리에서 남녀 수도자들은 위원회별로 진행한 관련 사업들을 바탕으로 향후 남녀 상임위원회가 수도자들의 쇄신과 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을 공동 개발하고 지속적으로 운영해 나가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수원교구 청년들 “오늘은 우리도 성인 성녀”

모든 성인 대축일인 11월 1일, 순교자의 숨결이 깃든 성지에 모인 청년들이 신앙과 문화를 아우른 축제를 통해 성인(聖人)의 삶을 체험하고, 일상에서 그 정신을 살아낼 것을 다짐했다. 수원교구가톨릭문화원(이사장 문희종 요한 세례자 주교)과 2027 WYD 수원교구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문희종 요한 세례자 주교, 사무국장 현정수 요한 사도 신부)는 11월 1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화성순교성지에서 ‘제1회 홀리스타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홀리스타 페스티벌은 청년들이 성인을 주제로 한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통해 “나도 성인이 될 수 있다”는 신앙의 가능성을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행사는 코스프레 대회, 패션 유튜버 ‘밀라논나’(장명숙 안젤라 메리치)의 토크 콘서트, 미사 그리고 수원 화성행궁까지 이어지는 행렬 등으로 이어졌다. 신자뿐 아니라 비신자들도 참여한 코스프레 대회에서는 고통의 성모 마리아, 성 김효주 아녜스, 복자 유중철 요한·이순이 루갈다 부부 등 성인들을 비롯해 게임 <원신>의 캐릭터인 카에데하라 카즈하까지 다양한 인물이 무대에 등장했다. 총 14개 팀이 저마다의 해석으로 인물들을 표현했다. 현장에서는 관람객들도 직접 준비한 의상이나 한복을 대여해 입고 페스티벌에 동참했다. 참가자들은 복자 유중철 요한·이순이 루갈다 부부의 순결한 사랑과 동정 서약, 녹색 잎을 들고 무대에 선 성녀 김효주 아녜스의 신앙적 상징을 통해 성인들의 삶과 정신을 새롭게 되새겼다. 가족이 함께 팀을 이룬 ‘뽀실리아’ 팀은 자녀의 세례명인 성 체칠리아를 주제로 무대에 올랐다. 피아노와 악보를 활용한 연주 퍼포먼스를 통해 교회 음악의 수호성인을 재치 있게 표현해 큰 호응을 얻었다. 성인을 표현하는 과정은 청년들에게 치유와 회복의 계기이기도 했다. 갑상선암을 이겨내고 고통의 성모로 분장해 무대에 오른 정민영(데레사·의정부교구 다산본당) 씨는 “고통을 인내하고 이겨내 천상모후의 관을 쓰신 성모님을 생각하며 각자의 어려움을 가지고 살아가는 청년들이 하느님을 잊지 않는다면 희망이 찾을 수 있다고 믿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탄의 머리를 망치로 내려치는 성녀 마르가리타를 코스프레한 염수정(아델라·수원교구 신갈본당) 씨는 “대인기피증과 공황장애가 심해 그동안 성당에 갈 수가 없었는데, 사탄의 머리를 내리친 마르가리타 코스프레를 준비하면서 내 안에 있던 두려움을 조금씩 깨 나갈 수 있었다”며 “솔직한 내 이야기를 꺼내놓을 수 있어서 너무나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토크 콘서트에 밀라논나 장명숙 씨는 청년들의 삶과 신앙에 대한 고민을 경청한 뒤, “남과 비교하지 말고, 본인이 행복한 삶을 선택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페스티벌은 코스프레한 성인들과 관람객들이 함께 모여 성지 밖, 즉 세상 밖으로 나가는 행렬로 마무리됐다. 성인들의 이름이 적힌 깃발을 앞세운 청년들은 수원 화성행궁까지 걸으며, 성인들을 세상에 알리고 복음을 전하는 여정에 동참했다. 2027 WYD 수원교구대회 조직위원회 사무국 부국장 양두영(레오) 신부는 “오늘 성인들의 모습으로 함께 행렬한 이 여정은, 우리의 삶이 천국을 향한 순례길임을 다시금 일깨워준다”며 “그 길을 친구들과 그리고 성인들과 함께 걷고 있음을 깨닫는 체험이 되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종합

대구가톨릭대 안중근연구소, K-문화 전성시대 속 ‘안중근 현상’ 진단

한국 문화가 세계 곳곳에 확산되면서, 안중근(토마스·1879~1910) 의사를 재조명하는 문화 콘텐츠도 활발히 생산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안중근연구소(소장 김효신 체칠리아)와 안중근의사기념관(관장 유영렬)이 10월 31일 공동 주최한 ‘동아시아 문화 속에 나타나는 안중근 현상’ 주제 열 번째 학술대회는 안 의사 관련 문화에 내포된 의미를 밝히는 자리로 관심을 끌었다. 김윤미 계명대학교 교수는 ‘소설 「하얼빈」과 영화 <하얼빈>의 시간 구조 연구’ 주제 발표에서 두 작품의 시간 구조를 비교함으로써, 하얼빈 의거가 개인의 죽음과 공동체의 기억이 만나는 ‘시간의 윤리적 지평’으로 확장됨을 드러내고자 했다. 김 교수는 먼저 “두 작품은 하얼빈 의거를 감행한 젊은 안중근의 고뇌를 집중적으로 부각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모두 안중근 개인의 의식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작품에서 하얼빈 의거의 의미는 ‘그때 거기’의 과거로 고정하지 않고 ‘지금 여기’의 윤리적 질문으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미학적·정치적 함의를 갖는다”며 “여기서 시간은 재현의 배경이 아니라 주체의 형성과 공동체적 기억을 산출하는 형식적·윤리적 장치”라고 말했다. 김경남 경북대학교 역사문화아카이브연구센터장은 ‘안중근 기록의 최전선 출처주의(Provenance)에 따른 대한국인의 삶과 기록’ 주제 기조강연에서, 기존 연구에 간과됐던 기록의 공백과 단절을 확인하고, 안중근 기록 연구의 최전선을 제시해 향후 연구의 방향을 모색하고자 했다. 김 센터장은 “일제의 안중근 기록 은폐로 인해 여전히 공백과 단절이 존재한다”며 “미확인된 국채보상운동 관련 1차 사료를 발굴하고, 일본 외무성, 도쿄재판소 등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은폐된 유해 매장 기록, 최고 결정자 등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리우미 유타카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최근 일본 내 이토 히로부미의 긍정적 재평가 움직임을 지적했다. 도리우미 교수는 이토 히로부미의 재평가가 오히려 역사적 평가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봤으며, 한국인 입장에서 ‘영웅’ 안중근이 ‘악의 상징’ 이토 히로부미를 제거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도 학술대회에서는 문종명 공주대학교 명예교수가 ‘안중근 의사의 유묵에 나타난 서법(書法)의식’, 조순 안중근연구소 연구교수가 ‘한·중·일의 동양평화론에 대한 인식’에 대해 발표했다.

‘창립 10년’ 오더 오브 몰타 코리아, 가난한 이들 향한 헌신 되새겨

오더 오브 몰타 코리아(Order of Malta Korea, 회장 임성균 프란치스코, 담당 박기석 요한 사도 신부, 이하 OMK)는 11월 1일 서울대교구 사제평생교육원에서 OMK 채플린(Chaplain, 영적 지도·성사 동반 성직자)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 주례로 새 회원 4명의 임관미사를 봉헌하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창립 10주년 축하 만찬을 열었다. 염수정 추기경은 강론에서 “예수님처럼 자신을 낮춰 멸시받는 이들과 같은 위치에서 사랑하며 고유 사명인 ‘믿음의 수호’와 ‘가난한 이들에 대한 봉사’ 실천으로 하느님의 초대에 응답해 달라”고 전했다. 축하 만찬에서 참석자들은 OMK의 10년 여정을 담은 영상을 시청하며 앞으로의 비전을 공유했다. 영상에서는 ▲도시 노숙인을 찾아다니며 외투를 제공했던 ‘생명의 재킷(Jacket for Life)’ ▲서울 동자동 쪽방촌 주민에게 도시락을 조리·배달한 ‘런치박스(LUNCHBOX)’ ▲결식 위험에 노출된 이들에게 빵을 나눈 ‘브레드 포 위켄드’(Bread for Weekend) ▲취약계층에 구호품을 전달한 ‘코로나19 구호 키트(COVID19 Relief Kit)’ 등 OMK의 프로젝트가 소개됐다. 아울러 오더 오브 몰타 오스트레일리아 존 머피(John Murphy) 회장은 공동 사명과 우정의 상징으로 오더 오브 몰타의 수호자인 필레르모의 성모(Our Lady of Philermos) 이콘을 박기석 신부에게 선물했다. 존 머피 회장은 “짧은 시간에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역동적인 공동체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OMK에 깊은 존경을 표한다”며 “한국인 특유의 겸손함, 깊은 신앙과 목적의식, 열정적 헌신으로 여정을 이어가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