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이해인 수녀 ‘가을 편지 콘서트’

일생을 수도자로 살며 세상에 감사와 위안을 전해 온 이해인(클라우디아) 수녀가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 발간 이후 약 50년 동안 받아온 사랑에 대한 감사를 전하는 ‘이해인 수녀 가을 편지 콘서트’가 마련된다. 한국가곡방송이 주최하는 공연에서는 이 수녀가 삶에 대한 감사와 그리움을 표현한 연작시 ‘가을편지’ 18편에 박경규(스테파노) 작곡가가 곡을 붙인 연가곡집 「편지」 전곡이 연주된다. 연가곡집 ‘편지’는 유럽의 대표 가곡인 독일의 리트, 프랑스의 멜로디, 이태리의 칸초네 등과 달리 우리 가곡과 가요의 중간인 대중가곡 형태로 작곡돼 한국적인 정서를 지니고 있다. 이날 공연에선 편지 이외에도 <강>(이해인 시, 박은회 곡)과 <대관령>(신봉승 시, 박경규 곡)도 들을 수 있다. 소프라노 강혜정(보나)와 바리톤 송기창(미카엘)·김성길, 피아니스트 이성하 씨가 출연해 아름다운 선율을 수놓을 예정이며, 공연의 사회는 방송인 안현모(리디아) 씨가 맡는다. 또한 이 수녀가 직접 참여하는 토크 시간도 마련돼 수도 생활 60년을 회고하며 수도 생활 가운데 만난 뜻깊은 인연과 영성 메시지를 전한다. 관객과의 즉문즉답을 통해 관객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아름답고 행복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해인 수녀 가을 편지 콘서트’는 오는 11월 30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영산아트홀에서 열린다.

2024-11-24

구원 간절함 담긴 ‘착한 사마리아인’ 만나볼까

반 고흐의 최고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 <착한 사마리아인>(들라크루아 원작)을 눈앞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불멸의 화가 반 고흐’ 전이 12년 만에 열리는 것. 이번 전시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과 함께 고흐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것으로 알려진 오테를로의 크륄러 뮐러 미술관 단일 컬렉션으로 이뤄진다. 크륄러 뮐러 미술관의 소장 작품 가운데 선별된 원화 76점을 전시하며, 작품의 총평가액은 1조 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극적인 색채 대비와 강한 터치가 특징인 <착한 사마리아인>이다. 고흐는 1890년 5월 생레미 정신병원에 입원한 시절, 프랑스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의 <착한 사마리아인>을 보고 이 그림을 모작했다. 깊은 정신적 고통에서도 창작을 이어 간 고흐는 그림을 통해 구원과 영혼의 평화를 갈망하는 마음을 담아냈다. ‘누가 우리 이웃입니까?’라고 묻는 율법학자의 질문에 예수님께서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루카 10,29-37)를 들었다. 고흐의 그림 가운데 사마리아인이 다친 이를 힘겹게 말에 태우는 역동적인 모습이 자리하고 있다. 사마리아인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으며, 다친 이는 옷이 벗겨진 채 기진맥진한 표정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뒤로는 아픈 이를 등진 채 길을 떠나는 레위인과 제사장의 모습이 보인다. 전시에서는 <착한 사마리아인> 외에도 고흐의 작품 연대에 따른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네덜란드 시기(1881~1885년), 파리 시기(1886~1888년), 아를 시기(1888~1889년), 생레미 시기(1889~1890년), 오베르 쉬르 우아즈 시기(1890년) 5개의 테마로 구성됐다. 고흐가 그림 수업을 배우며 첫 유화를 완성한 시기의 작품 <밀짚모자가 있는 정물화>, <감자 먹는 사람들> 등부터 <자화상>, <슬픔에 잠긴 노인>(영원의 문에서), <석고상이 있는 정물화>, <생트 마리 드 라 메르의 전경>, <씨 뿌리는 사람>, <꽃이 핀 밤나무>, <젊은 여인의 초상> 등 대표작들이 걸린다. 고흐가 예술가로서 10년간 남긴 불후의 명작들을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11월 29일부터 내년 3월 16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최된다.

2024-11-24

전쟁과 평화에 대한 시대를 초월한 깊은 성찰

가톨릭 신앙 안에서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과 구도(求道)적 시각으로 문학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한 구상 시인(요한 세례자·1919~2004). 그의 20주기를 맞아 (사)구상선생기념사업회(회장 이상국)가 20주기 추모 시선집 「적군묘지 앞에서」(구상 지음 / 136쪽 / 1만3000원 / 나무와숲)를 펴냈다. 구상 시인이 남긴 작품들 가운데 전쟁과 평화를 주제로 쓴 시 43편을 담았다. 대립의 암울함이 뒤덮은 오늘날 한반도에 시인의 작품들은 시대를 뛰어넘어 전쟁과 평화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전한다. 구상 시인은 1919년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2000년대 문화 융성기를 살다 떠났다. 그의 형 구대준 신부(가브리엘·1912~1949?)가 성 베네딕도회 덕원수도원 소속 사제였고, 그 역시 한때 사제를 꿈꿨던 신학생이었을 만큼, 가톨릭 신앙은 그의 삶에 문화적으로 또 영성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구상 시인도 동족상잔의 디아스포라(διασπορά·박해를 피해 민족이 흩어짐) 피해자였다. 1946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합동 시집 「응향」(凝香)이 북한정권으로부터 제재를 받으면서, 이에 연루된 구상 시인은 황급히 월남했다. 시인은 그때 생이별한 어머니와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 구대준 신부도 1949년 공산정권에 잡혀가 결국 순교했다. 구상 시인의 작품에 전쟁과 평화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많은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초토의 시> 연작, <모과 옹두리에도 사연이> 연작, <그리스도 폴의 강> 연작 등 이번 책에 실린 그의 시작들에는 전쟁으로 인한 상처가 곳곳에 드러난다. “어제까지 너희의 목숨을 겨눠/ 방아쇠를 당기던 우리의 그 손으로/ 썩어 문드러진 살덩이와 뼈를 추려/ 그래도 양지바른 두메를 골라/ 고이 파묻어 떼마저 입혔거니/ 죽음은 이렇듯 미움보다도 사랑보다도/ 더욱 신비스러운 것이로다.” -<초토의 시·8 – 적군묘지 앞에서> 제2연 민족 수난으로 겪은 고통스러운 개인사 속에서 그는 자연스럽게 작품 안에 반전과 평화 사상을 녹여냈다. 그러나 체제 옹호나 비판 같은 대립적 자세는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전쟁의 고통을 초월해 구원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그의 영성적 씨앗이라고 할 수 있는 베네딕토 성인의 중용(中庸) 정신이 일관된 시인의 자세이자 가치관이었다. 그의 시작들은 이념을 뛰어넘어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과 사랑을 바탕으로 평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문학평론가 김재홍(요한 사도) 시인은 시집 속 작품해설에서 “모든 것을 상실한 절망의 시대로부터 모든 것이 가능한 희망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구상 시인은 일관된 생성과 긍정의 시적 사유를 통해 비대립적 시 세계를 물려주었다”며 “(이번 시선집으로) 독자들은 한 세대 가운데에서 구상이 차지하는 문학사적 성취가 자기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2024-11-24

예수님 시대 유다인, 성경 어떻게 이해했나

한님성서연구소(소장 정태현 갈리스도 신부)가 최근 「아람어 성경 타르굼 창세기」과 「랍비들의 성경 주해 창세기 미드라시」 등 두 권의 신간 도서를 펴냈다. 책들은 예수님 시대에 유다인들이 어떻게 구약성경을 이해했는지, 또 유다교의 성경 해석 전통 등을 알 수 있게 한다. 예수님 시대의 일상어는 아람어였다. 그때 유다인들은 회당 전례에서 히브리어 성경을 ‘아람어’로 통역해서 듣고 이해했다. 학교에서는 성경 입문 과정으로 아람어 성경인 ‘타르굼’을 가르쳤다. 히브리어 본문을 문자 그대로 번역한 본문도 있고, 의역과 이야기를 덧붙인 긴 타르굼도 있다. 문화나 종교에서 아람인들이 고대 근동의 다른 민족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나, ‘아람어’와 문자는 배우기 쉽고 사용하기 쉬운 이점으로 널리 확산했다. 유다인들 언어가 히브리어에서 아람어로 완전히 전환된 시점은 알 수 없으나 바빌론으로 유배를 간 유다인 디아스포라 공동체는 아람어에 적응해야 했고, 페르시아 시대가 끝나기 전에는 유다인 대다수가 아람어를 사용할 줄 알았을 법하다. 다니엘서 절반이 아람어로 쓰인 것은 기원전 2세기 중반 아람어가 문어로 사용됐음을 알게 한다. 신약성경 시대에 팔레스티나 사람들이 사용한 언어는 주로 아람어였다. 이런 배경에서 「아람어 성경 타르굼 창세기」는 창세기 문맥 뒤에 숨겨진 다양한 이야기를 접하게 한다. 이를 통해 예수님이 생활한 당시와 그 이후의 유다인들이 구약성경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였는지 배울 수 있다. 「랍비들의 성경 주해 창세기 미드라시」를 통해서는 유다인과 그리스도인 모두를 성장시킨 예수님 시대의 유다교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리스도교의 역사적 기원은 유다교에 뿌리를 두고 있다. 예수님은 유다 민족의 후손이고, 유다교적 환경에서 자라셨고 그 전통에 익숙했다. 예수님 삶에 큰 영향을 미쳤을 법하다. 제자들도 마찬가지로 유다 민족 전통에 따라 일상의 삶을 살았다. 때문에 예수님과 제자들의 가르침은 유다인의 시각과 이스라엘의 살아 있는 전통의 맥락을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 어렵다. 유다인과 그리스도인 모두를 성장시킨 예수님 시대 유다교를 이해하기 위해서 랍비 문헌 도움이 필요한 이유다. 그리스도교 ‘교부들의 성경 해석’과 유다교의 ‘랍비들의 성경 해석’(미드라시) 모두 하느님 뜻과 말씀을 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목적이다. 미드라시는 유다교의 성경 해석 전통과 탈무드 시대의 랍비들이 몰두하고 지켜온 하느님 말씀에 대한 열정과 말씀 공경, 또 다양한 해석 방법들을 접하게 한다.

2024-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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