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아캘리아카데미 설립 5주년 회원전 등…갤러리1898 전시

서울 명동 갤러리1898(관장 이영제 요셉 신부)이 12월 4일부터 12일까지 김연행(미카엘라) 작가, 글아캘리아카데미, 김태희(마리아) 작가의 전시회를 개최한다. 김연행 작가는 ‘Blessing’(축복)을 주제로 그린 20여 작품을 1전시실에서 전시한다. 김 작가는 성서 속 비유와 상징을 바탕으로 작업했으며, 그중 축복을 상징하는 거룩한 식물 ‘석류’를 주요 모티브로 삼았다. 성서 속 말씀을 씨앗으로 형상화한 <말씀이 모여 하느님을 만나다>를 포함해 20여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2전시실에서는 글아캘리아카데미(대표 유임봉 스테파노)의 설립 5주년 기념 회원전 ‘처음와 같이’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캘리그라피를 통해 모인 작가들이 수묵, 민화, 전각, 사진 등 다양한 예술 작품으로 주님을 마주하는 여정을 공개하는 자리다. 세 명의 사제, 네 명의 수도자를 포함해 27명의 회원의 60여 작품을 전시한다. 김태희 작가는 ‘메리's 그림 노트’ 전시를 통해 자신의 브런치에 매주 연재 중인 그림을 직접 선보인다. 김 작가는 산 뒤로 지는 노을을 담은 <억겁과 찰나의 만남>에 직장인이자 화가로서 사는 삶과 자신의 꿈에 대한 고민을 빗대어 그렸다. 김 작가의 그림 이야기는 3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다.

놀랍기만 한 하느님 섭리의 경험들…「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시간」

전 안동교구장 두봉 주교를 비롯한 성직자와 수도자 11명의 하느님 체험 에세이 모음집이다. 하느님께서 한 사람 한 사람을 다양한 방식으로 당신 사람으로 이끄시는 모습이 신비롭고 절절하다. 한 번뿐인 삶의 길에서 각자의 성소를 식별하고 결단을 내리는 과정들이 감명 깊다. 1953년 사제 수품을 받고 한국에 파견됐던 두봉 주교는 최근 방송 ‘유퀴즈’ 출연 후 전국 각지에서 오는 다양한 이들을 만난다. 사고로 하루아침에 아들을 떠나보낸 어머니가 오기도 하고 비신자들이 방문하기도 한다. ‘두봉 천주교회’ 문패가 있는 경북 의성의 보금자리에서 두봉 주교는 주님께서 허락하신 만남 속에서 언제 어디서나 누가 찾아와도 기쁜 마음으로 함께 시간을 보낸다. 두봉 주교는 “주님께 맡긴다는 것은 주님의 은총을 받아들이고 주님의 도움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여러 결정할 일들 속에서 할 일은 해야 하지만, “ ‘무엇보다 주님께서 이끌어 주시는 대로 산다, 그래서 고맙다’는 그 마음을 가져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교회 두 번째 장애인 사제인 작은 예수 수도회 봉하령(요셉) 신부는 어릴 적에 사고로 왼팔을 잃고 장애인으로 살면서 수도회에 입회한 후, 33세의 나이에 신학교에 입학한 과정을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2008년 부제품을 받고 2023년 7월에 사제로 서품된 봉 신부는 긴 시간 동안 끝없이 좌절하고 쓰러지기를 반복하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힘은 오직 하나 ‘기도’ 밖에 없었다고 토로한다. 또 “고통이 없었다면, 아픔이 없었다면 좌절이 없었다면 그토록 애절하게 아버지를 찾을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본다”고 한다. 구독자 4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내 안에 머물러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는 김재덕(베드로) 신부는 사제가 되려는 의도가 처음에는 아주 ‘불순’했다. ‘신부가 되면 자동차를 사 주겠다’는 본당 신부의 말에 신학교 입학을 결정했다. 면접에서 ‘신학교 떨어지면 학교 운동장에 텐트를 치고, 받아 주실 때까지 살겠다’고 답하고는 떨어진 줄 알았으나, 오히려 그 말이 ‘성소가 있는 것 같다'는 의견으로 모아져 사제의 길을 걷게 됐다. 신학교 성적도 좋지 않았고, 믿음이 컸던 것도 아니었으며 특별한 부르심을 받은 것도 아닌 부족한 자신을 당신의 도구로 변화시킨 모습에 김 신부는 이렇게 말한다. “때로는 누군가로부터 받은 상처를 통해, 때로는 기다림을 통해, 때로는 동기 신부들과 달랐던 신학교 생활을 통해 … 당시에는 아프고 힘든 일이었지만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뤘던 것이다.”(88쪽)

2024-12-08

노트르담대성당 재개관…역사적 가치와 복원 의미는?

지난 2019년 4월 불에 탄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대성당(이하 대성당)이 다시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온다. 약 5년 8개월의 복원 작업을 거친 대성당은 12월 7일 재개관식과 8일 미사를 봉헌하고 일반에 공개된다. 화재 당시 빠른 대처로 그리스도의 희생을 상징하는 ‘가시면류관’ 등 주요 성물과 스테인드글라스 창은 화를 피했지만, 96m의 첨탑이 무너지고 목조로 만들어진 지붕 대부분이 전소됐다. 이후 프랑스 정부가 2000여 명의 전문가를 투입해 복원에 매진한 결과, 대성당은 이전의 모습을 되찾게 됐다. 세계적 문화유산인 대성당의 재개관을 앞두고 수많은 시선이 파리로 쏠린 가운데 의정부교구 통합사목국장 겸 건축신학연구소장 강한수(가롤로) 신부와 대성당이 지닌 건축적, 역사적 가치와 복원의 의미 등을 살펴봤다. 높은 천장·뾰족한 첨탑 두드러진 초기 고딕 건축 기법 집약체 대성당의 상징 스테인드글라스 ‘오순절 성령 강림’ 의미 담은 현대 작품으로 일부 교체 예정 초기 고딕 양식의 정수 1163년 짓기 시작해 1345년 완성된 대성당은 초기 고딕 양식의 정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작은 창문과 두꺼운 벽이 특징인 로마네스크 양식에서 높은 천장과 뾰족한 첨탑이 두드러진 고딕 양식으로 변화한 가운데 높이 35m, 폭 38m, 길이 122m 규모의 대성당은 건축 기법의 비약적인 발전을 보여준다. 이는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다수 성당의 약 1.5배에 달하는 크기다. 당시 성당은 벽이 무너지지 않도록 외부 벽면에 ‘버팀벽’(buttress, 버트레스)을 덧대 벽의 하중을 지탱했는데, 대성당은 일반적인 버트레스가 아닌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아치 모양의 ‘공중 버팀벽’(flying buttress, 플라잉 버트레스)을 설계해 벽을 더 높이 쌓았다. 공중 버팀벽으로 벽면의 무게를 줄이는 동시에 벽을 높이 올릴 수 있게 되자 커다란 유리창을 내는 것도 가능해졌다. 벽에 그리는 프레스코화에서 유리창에 그림을 그리는 스테인드글라스가 발전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강 신부는 “대성당은 초기 고딕의 모든 건축 기법이 집약된 건축물”이라며 “대성당을 지으면서 이룬 건축적 성과 덕분에 고딕 양식이 더욱 발전해 이후 전성기·후기 고딕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톨릭국가 프랑스의 중심 대성당은 역사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녔다. 과거 영국과의 백년전쟁 중이던 1431년 헨리 6세의 즉위식과 이후 1456년 잔다르크의 명예 회복을 위한 재판도 대성당에서 열렸다. 하지만 대성당은 1789년 프랑스대혁명 등을 겪으며 크게 훼손됐고, 대성당의 의미와 가치도 추락하고 말았다. 심한 파손으로 대성당이 헐릴 위기에까지 처하자 이를 안타까워한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대성당을 배경으로 한 <노틀담의 꼽추(원제: 파리의 노트르담)>를 펴냈다. 소설이 인기를 끌고 성당 복구에 대한 여론이 이어지면서 1845년 건축가 외젠 비올레르뒤크의 주도로 복원 작업이 시작됐다. 우리가 기억하는 대성당의 모습은 이때 완성된 것. 이후 대성당은 가톨릭국가인 프랑스의 상징이자 세계적인 성당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때문에 대성당의 화재는 프랑스인뿐 아니라 전 세계에 충격으로 다가왔다. 수많은 전문가가 복원에 매달려 무너진 첨탑과 지붕을 다시 세우며 이전 모습을 되찾았지만, 복원은 2026년까지 계속된다. 앞마당과 정원 등을 비롯해 일부 복원 작업이 남았으며, 특히 스테인드글라스의 교체가 예정돼 있다. 완전 복원은 2026년까지…일부 스테인드글라스 교체 예정 특히 복원 과정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것도 대성당의 상징과도 같은 스테인드글라스를 교체하는 것이었다. 파리대교구장 로랑 울리히 대주교가 스테인드글라스 일부를 현대 작품으로 교체하고, 기존 작품은 향후 건설될 박물관에 전시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를 마크롱 대통령이 받아들이자 ‘문화유산을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프랑스 정부는 복원 계획을 그대로 고수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스테인드글라스 재설치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했으며, 2026년까지 교체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외신 등을 종합한 결과, 교체 대상은 대성당 남측 경당 7개 중 6개의 스테인드글라스다. 현재 남측의 성 요셉, 성 토마스 아퀴나스, 성 클로틸다, 성 빈센트 드 폴, 성녀 제네비브, 성 디오니시오, 성 폴 첸 등 7개 경당에서 형상이 묘사된 작품이 설치된 곳은 토마스 아퀴나스 경당이 유일하며, 6개 경당에는 장식용 패턴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이 설치돼 있다. 토마스 아퀴나스 경당엔 ‘이사이의 그루터기’를 담은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는데, 바로 이를 중심으로 오순절 성령 강림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6개 경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새롭게 꾸민다는 것이다. 강 신부는 이에 “경당이 봉헌된 성인들은 그리스도의 탄생을 예고하는 이사야의 예언(이사 11,1-4)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예언에 나오는 주님을 경외하는 것과 지혜, 슬기, 용맹 등 은사를 나타내는 작품들이 스테인드글라스를 채우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강 신부는 “성모 마리아를 지칭하는 ‘노트르담’ 성당이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에 맞춰 재개관을 한다고 하니 기쁜 마음”이라며 “스테인드글라스 교체를 두고 여러 말들이 오가지만, 큰 의미가 없던 장식용 작품들을 성경 속 성령 강림을 나타내는 연속된 작품들로 채우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확한 판단은 작품이 완성된 후에 할 수 있겠지만 기존의 것과 조화로운 새로운 작품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최근 공개된 노트르담대성당 내부 모습 : https://www.instagram.com/reel/DC9WFotsUNc/?utm_source=ig_web_copy_link

2024-12-08

그림책으로 마주하는 生의 마지막…어떻게 받아들일까

초고령사회가 다가오면서 잘 살아감, 즉 웰빙(Well-being)을 넘어서 잘 나이 듦 ‘웰에이징’(Well-aging)과 ‘웰다잉’(Well-dying)의 의미가 더욱 부각되는 현실이다. 생명을 가진 존재는 유한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대부분 사람은 나와 주변 가족의 죽음과 상실, 이별을 떠올리는 일이 늘 두렵고 난감하다. 그런 면에서 웰다잉은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존엄을 잃지 않고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자는 개념이다. 개별 인간의 고유한 삶을 인정하고, 회피하고 싶고 두렵기만 한 죽음을 다른 시선으로 이해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뒤의 상실과 비탄, 애도 후 다시 살아감의 과정을 긍정하며 삶의 의미를 찾게 한다. 책은 이런 방대한 웰다잉 의미를 그림책과 연결해 표현했다. 오랫동안 그림책으로 웰다잉 강의를 진행해 온 저자 손희정(마리아) 씨는 노화와 죽음, 이별, 상실, 애도, 다시 살아감이라는 웰다잉의 모든 주제를 그림책 세계 안에서 펼친다. 그리고 늘 우리 곁에 있는 죽음을 통해 각자의 삶에서 더 성장하도록 격려하면서, “죽음을 배우고 공론의 장으로 끌어낼 때, 지나치게 두려워하거나 외면하지 않게 된다”고 들려준다. 간결한 글과 압축적인 그림이 특징인 그림책은 영유아부터 어르신까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에게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 그림책 속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생과 사의 다양한 모습을 감상하는 동안 선뜻 쉽게 꺼내기 쉽지 않은 죽음이라는 주제가 부담 없이 다가온다. 책은 총 6부로 구성됐다. 1부 ‘죽음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은 죽음이 무엇이길래 우리는 이토록 무서워하고 두려워하는 것인지 그 뿌리를 살핀다. 2부는 ‘노화와 죽음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한 것이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다양한 그림책 주인공들을 만나볼 수 있다. 3부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마지막 선물’에서는 떠나고 난 뒤 남은 이들에게 전하는 소박한 인사와 선물을 공개한다. 이어서 4부에서는 ‘상실과 애도’가, 5부에서는 ‘삶과 죽음의 여러 얼굴’이 다뤄진다. 여기서는 가족 지인을 떠나보낸 후 남은 이들이 울음을 털어내고 어떻게 텅 빈 마음을 채우는지, 잘 애도하는 일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며 삶과 죽음을 미리 겪은 그림책 주인공들도 따라가 볼 수 있다. 마지막 6부 ‘긍정하기와 다시 살아가기’는 생을 긍정하며 씩씩하게 죽음을 인정하고 살아가는 이야기다. 웰다잉과 관련한 활동도 간략하게 소개돼 있다. 저자는 ‘오늘을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는 일이 바로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다’고 알려준다. 그림책 속에서 죽음과 관련된 여러 장면을 마주하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면 가족, 친구, 지인 심지어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언젠가 내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죽음의 존재를 생각해 보게 된다. 인생사의 다양한 모습을 그림책으로 미리 만나보는 가운데 우리의 아름다운 엔딩도 상상하며 그려보게 한다.

2024-12-08

[이준형의 클래식 순례] 레스피기의 <주님의 탄생을 위한 찬가>

어느덧 12월이 찾아왔습니다. 슬슬 2024년을 마무리해야 할 때지만, 교회력으로는 오늘부터 대림 시기가 시작되니 새로운 해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예부터 지금까지, 여러 작곡가가 대림과 성탄을 기다리는 마음을 담은 음악을 썼지요. 오늘은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매우 아름다운 작품을 한 곡 소개해드립니다. 20세기 이탈리아 작곡가 오토리노 레스피기(Ottorino Respighi)의 칸타타 <주님의 탄생을 위한 찬가(Lauda per la Natività del Signore)>입니다. 20세기 초반, 이탈리아에서는 지나치게 오페라에 쏠려있던 19세기 전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음악을 탐구하는 작곡가들이 등장했습니다. 카셀라, 말리피에로, 피체티 같은 이들인데, 대부분 1880년 무렵에 태어났기에 ‘80년대 세대(Generazione dell’Ottanta)’라고 불렸습니다. 레스피기는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작곡가로, 모더니즘과 아방가르드 음악에서는 한발 물러서 옛 음악과 낭만주의 음악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화한 작품을 썼습니다. 특히 삶의 터전이었던 로마에 대한 애정을 담아낸 <로마의 분수>, <로마의 소나무>, <로마의 축제> 등 이른바 ‘로마 시리즈’는 지금도 널리 사랑받는 작품입니다. 레스피기는 신앙심이 깊은 음악가였는데, 의외로 종교음악은 단 한 곡만 썼습니다. 바로 <주님의 탄생을 위한 찬가>입니다. 작곡가는 1928년 시에나의 한 유서 깊은 저택에서 열렸던 반다 란도프스카의 리사이틀에 참석했습니다. 란도프스카는 옛 건반 악기인 하프시코드를 현대에 되살린 선구자였는데, 악기와 음악에 깊은 인상을 받은 레스피기는 옛 음악의 요소를 활용한 칸타타를 쓰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로마로 돌아와 적당한 대본을 조사하던 중 13세기 프란치스코회 수사이자 ‘스타바트 마테르(Stabat Mater)’를 쓴 것으로 유명한 야코포네 다 토디(Jacopone da Todi)가 쓴 성탄 찬가를 발견했고, 이를 토대로 칸타타를 썼습니다. 1930년 초연된 이 작품은 천사, 목동, 성모님의 시점에서 바라본 성탄을 그립니다. 목동들은 구세주가 태어나셨다는 천사의 말을 듣고 그를 따라 아기 예수가 나신 마구간을 찾습니다. 목동들은 구유에 누워계신 아기 예수님께 자기들 옷을 벗어 덮어드린 뒤 성모님의 허락을 받아 안고, 다 함께 기쁨의 찬가를 부릅니다. 레스피기는 후기 낭만주의풍 음악과 그레고리오 성가, 마드리갈, 인상주의 음악 등 다양한 음악 양식을 적절하게 섞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는데, 플루트와 오보에, 잉글리시 호른, 바순 등 목관 앙상블이 만드는 목가적인 분위기나 긴 호흡의 합창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노년에 접어든 작곡가가 표현한 성탄의 내밀한 기쁨과 소박한 정경이 잔잔하게 펼쳐지는 작품입니다. 글 _ 이준형 프란치스코(음악평론가)

2024-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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