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령기도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여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안나) 여사가 5월 11일 선종했다. 향년 97세. 경기 광주 나눔의 집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해 3월부터 성남의 한 요양병원에서 지내다 건강 악화로 세상을 떠났다. 빈소는 용인 쉴낙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5월 14일이다. 생전 고인의 뜻에 따라 유해는 인천 앞바다에 뿌려진다. 1928년 부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14살 때 중국에 있는 일본군 비행 부대로 끌려가 3년간 일본군 위안부로 고초를 겪었다. 고인의 손과 발에는 위안부 시절 일본군 도검에 찔린 흉터가 남아있다. 가혹했던 구타의 후유증으로 치아가 빠지고 청력이 떨어져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었다. 고인은 광복 후에도 귀국하지 못한 채 중국에 머물다 2000년 6월 58년 만에 고향에 돌아와 국적을 회복했다. 귀국 후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 회복과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촉구하는 활동에 뛰어들었다. 2002년 미국 브라운대 강연을 시작으로 20년 가까이 일본군 위안부 참상을 전 세계에 알렸다. 2013년에는 미국, 독일, 일본 3개국 12개 도시를 오가는 강행군을 소화했다. 신앙생활에도 모범을 보였다. 1970년 중국에서 세례를 받은 고인은 해외 일정 중에도 반드시 주일미사에 참례했다. 2019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영혼의 구원을 믿으니까, 천국 가고 싶어서 성당에 열심히 다닌다”고 밝혔다. 이 여사의 선종으로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40명 중 생존자는 6명으로 줄었다.

발행일 2025-05-18 제3442호 25면

[인터뷰] 신생아들 태명으로 매달 기부한 이미선 원장

목동라테라산후조리원(원장 이미선 체칠리아)은 입소한 신생아들의 태명으로 2021년 2월부터 매달 한마음한몸운동본부(본부장 오승원 이냐시오 신부, 이하 한마음한몸)에 기부를 이어오고 있는 나눔 기업이다. 이미선 원장은 “‘내가 태어나 맨 처음 한 일이 이웃 사랑일 만큼, 나는 충만하게 사랑받는 존재이자 또 그만큼 사랑할 줄 아는 존재구나!’라는 뿌듯함을 아기에게 안겨주기 위해서”라고 꾸준한 기부 동기를 밝혔다. 생명이 깃든 아기들은, 생명이 꺼져가는 아픔을 겪는 이들에게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올해 5월까지 총 2550만 원의 후원금이 백혈병, 난치병 등으로 고통받는 국내 환자들의 치료비로 전해졌다. 기부를 이어온 3년여 기간 운영난 등의 어려움도 있었지만 한 번도 기부를 빠뜨린 적이 없다. 삶의 고비마다 하느님의 도우심을 받은 만큼 나도 그 사랑을 돌려드려야겠다는 마음에서다. “산모와 신생아는 면역력이 약하기 때문에 세심한 관리가 필수입니다. 엄마와 아기가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소독·예방부터 하나하나 신경 쓰고 있습니다. 조리원을 운영하며 힘든 일이 있을 때 하느님은 도움을 청하는 제 기도를 늘 들어주셨죠. 덕분에 제가 26년 동안 산후조리원을 운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한마음한몸에서는 기부에 참여한 아기의 태명을 담은 감사장을 산후조리원에 매달 보내고 있다. 이 원장은 감사장을 산후조리원 안에 게시해 모두와 기쁨을 나눈다. 이 원장은 “특히 어머니들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선물이 될 것”이라며 “아기가 자라 행복한 삶을 살면서도 이웃과의 나눔을 잊지 않고 어려움 속에도 선한 사람이길 포기하지 않는 내면의 힘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가 ‘탄생’을 기뻐하는 이유는 그 생명이 다른 생명과 더불어 나누며 살아갈 이웃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을 마음으로 간직한다면 우리 사회도 서로 나누는 ‘가정’ 같은 공동체가 될 수 있겠지요.” 산모들이 마주하는 육아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산후조리원에는 모유 수유 전문가와 부모들의 아기 목욕 교육을 전담하는 간호사가 상주한다.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에 대해 이 원장은 “생명만이 누릴 수 있는, 사랑받고 또 사랑하는 기쁨을 아기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답한다. “엄마 뱃속도 좋았지만, 이 세상도 따뜻하고 좋은 곳임을 아기가 느끼게 해 주셔서 고마웠어요." 이 원장은 한 산모가 남긴 인사를 전하며 "같은 감동을 우리 산후조리원을 다녀가는 모든 아기와 산모님이 간직할 수 있도록 저는 제 소명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발행일 2025-05-18 제3442호 25면

[인터뷰] 미얀마 파견 김태향 수녀, ‘지진 피해 도움 호소’

“밤이 되면 아직도 여진이 계속돼 성당 차고에서 사람들과 불안 속에 잠을 청해요. 5월이 되며 무료 식사를 제공하던 단체들도 철수해 어려움이 더 커졌죠.” 성 골롬반 외방 선교 수녀회 김태향(데레사) 수녀는 2009년부터 미얀마 만달레이 대성당 수녀원에 머물며 소임 중이었다. 지진은 3월 28일 만달레이 서북서쪽 17km 지역에서 규모 7.7 규모로 발생했다. 지진으로 사망자 3800명과 부상자 5100명, 실종자 160여 명이 발생했으며, 2000명 이상이 집을 잃고 거리나 성당, 사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김 수녀가 거주하던 수녀원도 천장이 내려앉고 집기들이 부서지는 등 피해를 입어 복구가 필요했다. 만달레이 상황은 심각하다. 전기나 식수 공급은 지진 직후보다는 나아져 어느 정도 되고 있지만, 체감 온도 40℃가 넘는 무더위 속에 시신에서 나는 악취와 오염된 상하수도로 사람들은 전염병 위험에 노출돼있다. 여전히 이어지는 여진뿐 아니라 예상치 않게 내리는 폭우도 이재민들을 괴롭힌다. 김 수녀는 “함께 지내는 이들이 여진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가, 비 때문에 한밤중에 잠자리를 옮기는 등 고된 밤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무료 급식 봉사를 하던 단체들은 장기간의 피로와 여러 어려움으로 5월이 되며 지원을 중단했다. 힌두교 사원은 자체적으로 식사를 준비해 제공하고, 성당은 직접 조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등 도움에 나서고 있지만, 이재민들의 끼니 해결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얼마 전 지진 트라우마를 겪은 아이들의 심리 치료도 시작했어요.” 육체적 돌봄뿐 아니라 정서적 지원도 시급하다. 아동심리학을 전공한 김 수녀는 이전까지 군부의 쿠테타로 난민이 된 아이들의 특수아동치료를 담당하고 있었다. 김 수녀는 이에 더해 지진이라는 큰 사건을 경험한 5~17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1시간 30분가량의 아동 심리 치료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참여한 60여 명은 명상과 당시 상황 회상, 감정 인식과 다독임 등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되찾는 연습을 했다. 지진 현장에서 가장 힘든 점으로 김 수녀는 원조 전달 시스템의 미비를 꼽았다. “많은 분이 도움의 손길을 보내주고 있지만, 현재 미얀마 상황 속에서는 제때 온전히 전달받기 어려운 현실이라 안타깝다”고 말한 김 수녀는 자체적으로 힌두교, 이슬람교 등 여러 종교 여성 리더들과 협력하며 구호 물품 전달이나 이재민 면담 등을 하고 있다. 함께하는 여성들이 자신의 주위에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찾아 알리면 김 수녀가 그들에게 생필품이나 약품 비용 등을 지원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정서적 안정까지 돌본다. 김 수녀는 길거리에서 당장 오늘을 살아가야 하는 수많은 이재민을 걱정하며, 깊은 상처를 잎은 미얀마에 대한 관심과 기도를 청했다. “어려운 시간이지만 이 안에서 서로 돕고자 애쓰는 이들과, 힘들어도 미소를 잃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봅니다.” ※ 후원 계좌 국민 016701-04-028749 (재)천주교성골롬반외방선교수녀회(미얀마선교)

발행일 2025-05-18 제3442호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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