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과 친해지면 말씀에 주님 사랑 느낄 수 있어요”

“이제 이웃에게 가서 전하라.” 17년여 전, 수원교구 제2대리구 성경교육봉사자회 김인희(안나·분당성요한본당) 회장은 어느 날 미사 참례 중 들은 신부님 강론이 하느님께서 직접 그에게 이야기하신 것처럼 들렸다. 세례 후 봉사와 기도, 성경 공부를 하며 나름 열심히 신앙생활을 한다고 여겼던 날들이 하느님이 아닌 인간의 생각으로 살았던 것이라는 깨달음으로 밀려왔다. 그날로 성경교육봉사자회 문을 두드렸고, 지금 양성 기간을 포함하면 17년째 ‘말씀’에 빠져 성경교육 현장에서 신자들에게 말씀을 나르고 있다. “삶이 혼란스럽고 복잡하다고 생각했는데 질서를 잡아주시고 다듬어주시고 다독여주시는 것 같아 감사합니다. 그저 ‘사건’들로 여겼던 삶의 부분이 말씀으로 해석돼 은총과 섭리의 영역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요.” 성경 교육 봉사를 통해 김 회장이 느끼게 된 삶의 전환이다. “여전히 과정 중에 있지만 가정과 교회, 사회와 사람들 안에서 나와 이웃의 변화가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본당에 파견 나가서 학기를 시작할 때 그는 ‘셀카’, 수강생들이 각자 자신의 얼굴을 찍게 한다. 그리고 학기 마칠 때 다시 한번 찍어보도록 한다. 말씀을 경험하기 전과 후, ‘비포 앤 애프터’를 확인을 위해서다. “짧은 기간 안에 바뀌는 분도 있고 느리게 서서히 표가 나는 분도 있지만, 많은 분이 표정 변화가 생기는데 그것은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제일 많이 바뀐 사람은 나 자신”이라고 덧붙였다. “성경 묵상 나눔을 통해, 표정으로 변화가 드러날 때 말씀이 역사하시는 힘에 다시 감사드리게 되고 사람들이 변모하는 모습이 보람”이라는 그는 “교실에 들어갈 때마다 떨리는 마음으로 들어가는데, 그 시간에 하느님이 일하고 계심을 매번 체험하며 고개를 숙이게 된다”고 말했다. 성경 교육 봉사자로서 가장 큰 기쁨은 수업을 통해 함께 했던 이들이 말씀으로 하느님으로부터 사랑받고 있음을 깨닫고 하느님 자녀로서의 자존감과 세상에 대해 담대함을 회복할 때다. 그는 “수강생들에게 말씀을 선포한다고 하지만 그 시간의 최대 수혜자는 봉사자”라며 “여러 어려움과 상황들이 있지만, 그런데도 계속 신자들을 만나 말씀을 전할 힘은 그런 감사함과 함께 선포한 말씀을 살아내야 한다는 책임감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성경 읽기에 도전하려는 이들에게 김 회장은 일단 ‘성경을 먼저 펼쳐 놓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한 절씩 짧게 읽기로 출발하는 것도 좋고, 읽는 것이 부담스러우면 듣기를 먼저 해도 좋을 듯하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본당 등 교회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 참여를 권유했다. 여럿이 함께 읽고 공부하면 좀 더 지속해서 성경을 가까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말씀, 한 주의 말씀, 이달의 말씀, 올해의 말씀, 우리 가정의 말씀 등으로 짧은 성경 구절을 현관, 차량 내부, 식탁 등 손이 닿는 장소에 준비해 놓는 것도 늘 말씀을 가까이하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급변하는 세상에 성경이 더욱 필요한 만큼, 말씀을 느끼는 시간을 하느님께 더 내어드렸으면 한다”는 김 회장은 “성경은 사랑으로 구원하시어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섭리의 하느님 말씀이기에, 보다 많은 이들이 하느님 말씀에 친숙해져 그분 사랑을 느끼면 좋겠다”고 성서 주간의 변을 밝혔다.

2024-11-24

“지역 공동체에 신앙 원동력 되니 기쁨 두 배”

대전교구 배나드리 성지 인근에 있는 한 묘지는 오래전부터 천주교를 믿다 순교한 분의 무덤이라는 말이 동네에서 전해 내려오고 있었다. 구전으로 전해진 이야기였지만 그 지역 신자들은 용동리에 살다 해미에서 순교한 복자 인언민 마르티노의 묘지라 믿었고 그의 순교정신을 따르며 신앙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지난 11월 1일 대전교구장 김종수(아우구스티노) 주교는 교령을 통해 “충남 예산군 삽교읍 용동리 산 9-6번지에서 발굴된 유해가 복자 인언민 마르티노의 유해라고 선언하며 이에 반대되는 모든 것을 배척한다”고 밝혔다. 신자들의 믿음과 순교자 현양을 위한 삽교본당 주임 신부의 노력이 더해져 구전되던 이야기는 구체적인 현실이 될 수 있었다. 삽교본당 주임 최일현(루카) 신부는 “오랫동안 용동리에 사신 신자분들이 무명의 묘지에서 복자 인언민 마르티노의 흔적을 찾길 간절히 원하셨고, 그 증거를 찾는 과정에서 하느님의 인도하심을 느낄 수 있었던 영광스러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충청도 덕산 주래(현 삽교읍 용동리) 양반집 출신 인언민(1737-1800)은 한양에서 주문모 신부에게 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에 전념하기 위해 공주로 이주했다. 그러나 1737년 정사박해 때 붙잡혀 해미에서 돌에 맞아 순교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63세였다. 이후 그의 시신이 해미에 묻혔을거라 추정했으나 용동리 마을에서는 교동 인씨 선영의 무덤 중 하나가 복자의 것이라는 말이 전해지고 있었다. “성당 어르신들이 어렸을 때 무덤가에서 놀고 있으면 어른들이 ‘천주교를 믿다 돌에 맞아 돌아가신 분의 무덤이니 함부로 올라가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셨어요. 유난히 봉분이 컸다고 기억하셨죠. 여러분들이 같은 증언을 하시니 그 무덤이 진짜 복자의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최 신부는 신자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 팀을 꾸려 체계적으로 자료 조사에 나섰다. 마을에 오래 산 신자들 덕분에 교동 인씨 문중과 접촉이 가능했고, 족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무덤을 관리하던 후손의 자녀에게서 무덤에 대한 증언도 들을 수 있었다. “족보에서 선영에 인언민 복자가 매장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실제 무덤 위치와 족보상의 위치가 일치한 것도 확인했죠. 주민과 후손들의 증언을 모아 교구 교회사연구소에 자문을 구했고,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교구장 주교님께 묘소 발굴을 청원했습니다.” 발굴을 진행한 결과, 유골의 토양화 진행 정도가 심해 유전자 분석을 통한 개인식별 정보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였으나 무덤 위치, 매장 방향, 구전증언, 목관의 연륜 연대 등을 토대로 재판관 한정현(스테파노) 주교는 “발굴된 유해가 복자 인언민 마르티노라는 진정성이 입증됐음”을 선언했다. 이번 판결은 한국 교회사적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삽교본당 공동체에도 전환점이 됐다. “삽교본당 신자는 고령이신 분들이 대부분이세요. 몸이 힘드니 편하게 신앙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죠. 63세에 순교한 복자 인언민은 고령이신 신자들에게 신앙생활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느님을 만나러 가는 날까지 하느님을 잘 섬기며 신앙인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원동력을 이번 판결을 통해 얻게 된 것 같아 기쁩니다.”

2024-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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