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밖 볼 줄 아는 의사 되고 싶습니다”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에서 치매 환자를 진료하는 신경과 의사 구본대 교수(마태오·서울 개포동본당)는 3월 9일 제23회 한미수필문학상에서 지역사회 치매 돌봄터에서 환자들과 함께하며 느낀 감동을 담은 수필 ‘우리들의 블루스’를 출품해 장려상을 받았다. 한미수필문학상은 환자와 의사의 돈독한 관계와 신뢰 회복을 취지로 한다. 수필을 쓴 계기에 대해 구 교수는 “치매 돌봄터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료실 밖에서 마주한 환자들에게서 받은 비교할 수 없는 감동을 나누고 싶었다”고 밝혔다. 병원 진료와 강의로도 빠듯한 스케줄이지만, 구 교수는 매주 인천 지역 치매 돌봄터와 치매안심센터 4곳에서 치매 환자와 보호자 면담, 진료 등 활동을 하고 있다. 진료실에서의 관계에만 충실할 수 있음에도 환자들과 진료실 너머의 동반을 펼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구 교수는 “환자이기 전에 사람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게 되는 것이 가장 큰 차이”라고 역설했다. “30년 전 의사가 된 후 늘 환자를 진료하는 현장에만 있어야 했어요. 지난 3년간 치매 돌봄터에서의 경험은 치매라는 질병을 진료실에서와는 다른 관점에서 돌아보게 했습니다.” 구 교수는 “진료실에서는 환자를 진료 대상으로만 바라보게 된다”고 말했다. 여러 환자를 봐야 해 초진 경우 15~20분, 재진은 5분이라는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진료가 이뤄진다. 또 진료실에서는 원인 질환을 감별하기 위한 검사를 시행하고 약제를 처방하는 데 중점을 두게 된다. 증상에 대해 환자나 보호자의 호소가 있으면 행동 조절 약제를 추가해서 처방하는 정도다. 환자들 또한 이야기를 꺼내는 일이 없다. “돌봄터에서의 경험은 환자에게서 마음과 마음으로 이어진 어르신의 모습을 바라보게끔 했다”고 구 교수는 밝혔다. 노래 부르기 등 돌봄터 활동 삼매경 중에도 구 교수가 나타나면 먼저 나와서 반갑게 손잡고 인사하는 어르신도 있다. 구 교수는 “잠깐 머물다 가는데도 늘 환대하는 어르신들 진심은 진료실에서는 볼 수 없는 뭉클한 온기이자 의사의 보람”이라고 전했다. “검사와 처방 위주 진료의 한계를 극복할 수도 있어요. 자세히 면담하면 여러 가지를 알게 돼 더 나은 치료를 할 수 있죠.” 수필 내용이 되기도 한 지난해 연말 돌봄터에서 열린 치매 안심 노래자랑은 구 교수에게 “영혼이 정화되는 감동”으로 다가왔다. 환자인 어머니 기억을 되살리고자 가사와 관련된 소품을 준비한 딸, 초로기 치매 환자인 아내 손을 꼭 잡고 ‘사랑해’ 하며 노래를 부르던 남편, 가사를 까먹어 눈물을 못 감추는 환자인 어머니를 위해 함께 노래 불러주던 가족들…. 구 교수는 “이렇듯 하느님 모상의 면모를 보여주는 환자들과 인간적 신뢰를 맺는 영적 치유도 의료인의 사명임을 되새겼다”고 말했다. “물질 너머 영적인 것을 상상할 줄 아는 것이 가톨릭신자다운 삶”이라는 그의 고백대로다. “감동이 더 많은 이에게 퍼지길” 희망하며 상금 전액 300만 원을 바보의나눔에 기부한 구 교수. 그는 끝으로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믿음”이라며 “신뢰 위에 돌봄터 활동을 계속해 갈 것”이라고 전했다. “의사가 내게 가장 좋은 처방을 했다는 환자의 믿음이 있어야 그다음 만남이 이뤄집니다. 환자에게서 사람을 발견하는, 진료실 밖을 볼 줄 아는 의사로 소임하고 싶습니다.”

2024-05-19

교황청 전교기구 한국지부장에 정용진 신부

주교회의(의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는 교황청 복음화부가 주교회의 관리국장 정용진 신부(요셉·청주교구)를 교황청 전교기구 한국지부장에 임명했다고 5월 8일 발표했다. 임기는 4월 18일부터 2029년 4월 17일까지 5년이다. 신임 한국지부장 정용진 신부는 1997년 사제품을 받고 청주교구 감곡·사창동본당 보좌를 지냈으며, 교황청립 우르바노 대학교에서 선교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교황청립 그레고리오 대학교에서 성서신학을 전공했다. 이후 괴산본당 주임, 청주교구 연수원장, 가경동본당 주임, 새터본당 주임, 청주교구 복음화연구소 소장 겸 청주교구 성서사도직을 역임했으며 2023년 12월부터 주교회의 관리국장을 맡고 있다. 교황청 전교기구는 비그리스도교 지역의 선교를 위해 교황청에서 설립한 기구로 전 세계에 지부가 설치돼 있다. 가난한 교회의 복음화를 위한 원조와 성직자 양성을 위한 신학교 지원 활동을 한다. 산하에 교황청 전교회, 교황청 베드로사도회, 교황청 어린이전교회, 교황청 전교연맹 등 4개 기구를 두고 있다. 교황청 전교기구 한국지부는 1957년 조직됐으나 활동이 저조하다가 1965년 재발족돼 윤공희 주교가 지부장으로 임명되면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한국지부 전교연맹은 1965년, 어린이전교회는 1974년, 베드로사도회는 1990년 각각 설립됐다.

2024-05-19

“평신도 입장 대변·역량 강화 위해 노력합니다”

1994년 평신도 신학운동을 지향하는 이들이 힘을 모은 가톨릭 평신도 연구소, ‘우리신학연구소’(이하 우신연)가 설립됐다. 평신도 신학자로 양성되고 활동하려는 가톨릭 청년 연구자들 중심으로 이들의 활동을 지지하는 평신도와 사제, 수도회와 단체 등이 조합 방식으로 함께한 결과였다. 당시 창립 회원 대부분은 1970~80년대 천주교 사회 운동에 어떤 형태로든 몸담은 이력을 지니고 있었다. 때문에 교회 쇄신과 사회 변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데 관심이 많았다. 특별히 현장 운동을 지원하는 학술 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우신연 출범은 이런 배경 속에서 평신도가 시작한 한국교회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이어가는 것도 중요한 동기로 작용했다. 지난 2월 말 우신연 총회에서 새 소장으로 선출된 박문수(프란치스코) 박사는 “30년의 세월은 창립 목적을 실현하는 과정이었지만 자원이 빈약한 연구소로서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최대의 성과와 보람은 그 시간을 버텨내며 경제적 어려움, 교회 내 반대 진영의 방해에도 평신도 신학 연구소로 우뚝 선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에서 우신연 역할의 가장 큰 의미를 “평신도 입장을 대변하고 평신도가 교회와 세상에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는 것”으로 꼽은 그는 또 “시대의 징표를 먼저 읽고 교회가 관심 기울이지 못한 영역에 있는 이들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소장은 “종교, 교회 모두 어려움에 직면한 때에 소장에 취임하게 돼 마음이 무거우면서도 각오가 새롭다”고 취임 소감을 말하며 “종교와 교회가 모두 본래 역할을 다함으로써 다시 활력을 찾고, 그 일에 우신연이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창립 때 회원들은 경제적 안정보다 생각의 자유를 선택하자고 결의했고, 이에 따라 교회와 다른 목소리를 내야 할 때가 많다 보니 비판과 견제도 많았습니다. 평신도 목소리를 대신하는 것이 때로 성직자를 공격하는 것으로 비칠 때도 있었습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교회론과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시노달리타스를 교회가 실현해야 할 모습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박 소장은 “이를 거스르는 흐름과는 앞으로도 단호히 맞설 것이고 그러면서도 우신연이 이를 사는 모범이 되려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우신연은 시작부터 미래를 내다보는 연구 주제를 선정하고 이를 통해 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왔다. 이런 측면에서 박 소장은 “연구소가 현재 우선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 ‘가속화하는 탈교회 현상을 멈추는 것'과 떠났던 신자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매력 있는 교회’를 만드는 방안을 제안하는 것”이라며 “여러 연구 단체와 연대하는 가운데 그 해결책을 조사하고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우신연은 올가을 3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다음 30년의 방향과 과제를 논의하는 회원 대상 세미나를 여러 차례 열 예정이다.

2024-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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