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기만 한 하느님 섭리의 경험들…「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시간」

전 안동교구장 두봉 주교를 비롯한 성직자와 수도자 11명의 하느님 체험 에세이 모음집이다. 하느님께서 한 사람 한 사람을 다양한 방식으로 당신 사람으로 이끄시는 모습이 신비롭고 절절하다. 한 번뿐인 삶의 길에서 각자의 성소를 식별하고 결단을 내리는 과정들이 감명 깊다. 1953년 사제 수품을 받고 한국에 파견됐던 두봉 주교는 최근 방송 ‘유퀴즈’ 출연 후 전국 각지에서 오는 다양한 이들을 만난다. 사고로 하루아침에 아들을 떠나보낸 어머니가 오기도 하고 비신자들이 방문하기도 한다. ‘두봉 천주교회’ 문패가 있는 경북 의성의 보금자리에서 두봉 주교는 주님께서 허락하신 만남 속에서 언제 어디서나 누가 찾아와도 기쁜 마음으로 함께 시간을 보낸다. 두봉 주교는 “주님께 맡긴다는 것은 주님의 은총을 받아들이고 주님의 도움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여러 결정할 일들 속에서 할 일은 해야 하지만, “ ‘무엇보다 주님께서 이끌어 주시는 대로 산다, 그래서 고맙다’는 그 마음을 가져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교회 두 번째 장애인 사제인 작은 예수 수도회 봉하령(요셉) 신부는 어릴 적에 사고로 왼팔을 잃고 장애인으로 살면서 수도회에 입회한 후, 33세의 나이에 신학교에 입학한 과정을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2008년 부제품을 받고 2023년 7월에 사제로 서품된 봉 신부는 긴 시간 동안 끝없이 좌절하고 쓰러지기를 반복하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힘은 오직 하나 ‘기도’ 밖에 없었다고 토로한다. 또 “고통이 없었다면, 아픔이 없었다면 좌절이 없었다면 그토록 애절하게 아버지를 찾을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본다”고 한다. 구독자 4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내 안에 머물러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는 김재덕(베드로) 신부는 사제가 되려는 의도가 처음에는 아주 ‘불순’했다. ‘신부가 되면 자동차를 사 주겠다’는 본당 신부의 말에 신학교 입학을 결정했다. 면접에서 ‘신학교 떨어지면 학교 운동장에 텐트를 치고, 받아 주실 때까지 살겠다’고 답하고는 떨어진 줄 알았으나, 오히려 그 말이 ‘성소가 있는 것 같다'는 의견으로 모아져 사제의 길을 걷게 됐다. 신학교 성적도 좋지 않았고, 믿음이 컸던 것도 아니었으며 특별한 부르심을 받은 것도 아닌 부족한 자신을 당신의 도구로 변화시킨 모습에 김 신부는 이렇게 말한다. “때로는 누군가로부터 받은 상처를 통해, 때로는 기다림을 통해, 때로는 동기 신부들과 달랐던 신학교 생활을 통해 … 당시에는 아프고 힘든 일이었지만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뤘던 것이다.”(88쪽)

2024-12-08

그림책으로 마주하는 生의 마지막…어떻게 받아들일까

초고령사회가 다가오면서 잘 살아감, 즉 웰빙(Well-being)을 넘어서 잘 나이 듦 ‘웰에이징’(Well-aging)과 ‘웰다잉’(Well-dying)의 의미가 더욱 부각되는 현실이다. 생명을 가진 존재는 유한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대부분 사람은 나와 주변 가족의 죽음과 상실, 이별을 떠올리는 일이 늘 두렵고 난감하다. 그런 면에서 웰다잉은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존엄을 잃지 않고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자는 개념이다. 개별 인간의 고유한 삶을 인정하고, 회피하고 싶고 두렵기만 한 죽음을 다른 시선으로 이해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뒤의 상실과 비탄, 애도 후 다시 살아감의 과정을 긍정하며 삶의 의미를 찾게 한다. 책은 이런 방대한 웰다잉 의미를 그림책과 연결해 표현했다. 오랫동안 그림책으로 웰다잉 강의를 진행해 온 저자 손희정(마리아) 씨는 노화와 죽음, 이별, 상실, 애도, 다시 살아감이라는 웰다잉의 모든 주제를 그림책 세계 안에서 펼친다. 그리고 늘 우리 곁에 있는 죽음을 통해 각자의 삶에서 더 성장하도록 격려하면서, “죽음을 배우고 공론의 장으로 끌어낼 때, 지나치게 두려워하거나 외면하지 않게 된다”고 들려준다. 간결한 글과 압축적인 그림이 특징인 그림책은 영유아부터 어르신까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에게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 그림책 속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생과 사의 다양한 모습을 감상하는 동안 선뜻 쉽게 꺼내기 쉽지 않은 죽음이라는 주제가 부담 없이 다가온다. 책은 총 6부로 구성됐다. 1부 ‘죽음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은 죽음이 무엇이길래 우리는 이토록 무서워하고 두려워하는 것인지 그 뿌리를 살핀다. 2부는 ‘노화와 죽음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한 것이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다양한 그림책 주인공들을 만나볼 수 있다. 3부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마지막 선물’에서는 떠나고 난 뒤 남은 이들에게 전하는 소박한 인사와 선물을 공개한다. 이어서 4부에서는 ‘상실과 애도’가, 5부에서는 ‘삶과 죽음의 여러 얼굴’이 다뤄진다. 여기서는 가족 지인을 떠나보낸 후 남은 이들이 울음을 털어내고 어떻게 텅 빈 마음을 채우는지, 잘 애도하는 일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며 삶과 죽음을 미리 겪은 그림책 주인공들도 따라가 볼 수 있다. 마지막 6부 ‘긍정하기와 다시 살아가기’는 생을 긍정하며 씩씩하게 죽음을 인정하고 살아가는 이야기다. 웰다잉과 관련한 활동도 간략하게 소개돼 있다. 저자는 ‘오늘을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는 일이 바로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다’고 알려준다. 그림책 속에서 죽음과 관련된 여러 장면을 마주하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면 가족, 친구, 지인 심지어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언젠가 내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죽음의 존재를 생각해 보게 된다. 인생사의 다양한 모습을 그림책으로 미리 만나보는 가운데 우리의 아름다운 엔딩도 상상하며 그려보게 한다.

2024-12-08

[이달의 잡지] 2024년 12월

■ 경향잡지 ‘경향 돋보기’ 는 ‘베들레헴의 아기들’ 주제로 성탄 팔일 축제 중 ‘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을 지내는 뜻을 되새기며, 이 시대의 아기 순교자들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을 살펴본다. ‘이달에 만난 사람’ 에서는 1950년 12월 25일 흥남 철수 피난민들을 실은 메러디스 빅토리호에서 태어난 손양영(에릭) 이북5도위원회 함경남도지사의 삶과 신앙을 들어본다. ‘함께하는 교회’는 세계청년대회 준비 3년 여정을 시작하는 춘천교구 청년 찬양 성시간 PEACE 현장을 찾았다.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3900원> ■ 빛 이번 호는 통권 500호 기념으로 꾸며졌다. 편집주간 겸 대구대교구 문화홍보국장 박병규(요한 보스코) 신부는 ‘여는 글’에서 1983년 5월 창간한 월간 「빛」의 지난 41년 이야기를 들려준다. 대구대교구장조환길(타대오) 대주교와 제1대 편집주간 최홍길(레오) 신부 등의 축하 메시지가 실렸다.특별 기고로중국 상하이 김형수(로마노) 신부와 감삼본당신혜정(아녜스) 씨의 글도 게재됐다. <대구대교구/1800원> ■ 생활성서 ‘Special Theme’에서는 ‘마라나타’를 특집으로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는 대림 시기에 대한 단상들을 나눴다. 아보리스트이자 정원가인 김정두씨가 구상나무와 크리스마스트리에 대해서 들려주고, 송봉모 신부는 2025년 희년에 관해 이야기한다. 정구평 신부는 넷째왕의 전설을 통해 성탄의 참 의미를 되새겨본다. ‘윤세영 감독의 작은 영화관’에서는 프랑스 카르투시오 수도원을 담은 영화 ‘위대한 침묵’이 소개된다. <생활성서사/4800원> ■ 꿈CUM ‘위로’를 주제로 한 ‘테마로 읽는 성경’에서는 함원식 신부가 계약의 하느님에 대해 밝히며 ‘하느님의 위로는 공허한 말이 아니다’라는 이사야의 논리를 설명해 준다. ‘꿈CUM 가정'은 ‘외모에 목숨을 거는 아이와 속 타는 부모’ 제목으로 스마트폰을 손에서 내려놓지 않고 외모에만 신경 쓰는 청소년들에 대한 부모 세대의 심정을 그렸다. ‘편안한 꿈CUM’은 ‘땡큐! 베토벤’ 이름으로 베토벤 교향곡 9번에 대해 풀이한다. <월간 꿈CUM/5000원> ■ 참 소중한 당신 ‘선한 불쏘시개’를 특집 주제로 노숙인의 자립을 돕는 이무성 씨, 바보의 나눔 모금 홍보팀 이영화 씨 등 자선 사업에 연관된 이들의 다양한 사연을 담았다. ‘인터뷰-깨소금 신앙’은 빵을 만들어 홀몸 노인과 취약계층 가정에 빵을 기부하는 까사 드 선주 대표 신선주씨를 만났다. ‘지금 바로 행동해야 합니다’에서는 영광 한빛 1·2호기 수명 연장 문제를 다룬다. <미래사목연구소/4000원>

2024-12-01
기사 더보기더보기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