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풋함 넘치는 찬양 열정, 공동체 ‘세대 공감’ 이끌다

“젊은 친구들과 우리 어른들이 서로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함께 주님을 찬양할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아요. 늘 차분하게 바치던 교중미사에 청년들만의 ‘활기’라는 빛깔이 더해졌달까요.” 주일인 7월 14일, 언제나처럼 오전 10시 인천 도화동본당(주임 양주용 바오로 신부) 교중미사에 참례한 윤경옥(사비나·64)씨는 “청년들이 전례에 동참하고 노래 찬양을 한 오늘 주일미사 덕분에 ‘다시 젊어진 마음으로 하느님을 찾는 열정’을 선물 받았다”며 미소 지었다. 이날 교중미사는 청년 전례단과 밴드가 해설, 독서, 보편지향기도와 찬양을 맡는 ‘찬양미사’로 봉헌됐다. 정형화한 일반 교중미사 전례와 다른 청년들의 활기찬 찬양법이 분심을 일으키지는 않았을까. 우려와 달리 윤씨 등 참례자들은 “오히려 청년들과 덩달아 뜨겁게 하느님을 찬양하고 한마음을 나누는 시간이었다”며 웃어 보였다. 본당은 이렇듯 ‘젊은이다운 뜨거움으로 하느님을 찬양하는’ 청년들의 미사를 더 많은 신자와 나누고자 이날 교중미사 노래 찬양에 청년들을 동참시켰다. 저녁 6시에 따로 청년미사를 봉헌하는 그들이 단절을 넘어 어른들과 신앙 안에 소통을 이루게 하는 취지다. “고령화하는 교회에서 가려져 있는 청년들에게 우리(어른)들이 얼마나 응원하는지 진심을 보여주는 것이 세대 간 단절 봉합의 첫걸음”이라는 주임 양주용 신부의 뜻대로다. ‘교중미사는 엄숙해야 한다’는 일각의 편견에도, 본당은 공동체의 화합을 위해 청년들과 어른들이 만나는 미사를 준비했다. 공동체 화합에는 청년들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 5월 26일 교중미사는 엄마와 딸이 반주를 하고 아빠와 아들이 복사를 하는 ‘가족 미사’로 봉헌했다. 그날 교중미사를 찾은 많은 신자가 “성가정의 훈훈한 사랑을 통해 본당 교우들의 소중함도 되새기게 되고, 오히려 상투적인 미사 참례 습관을 떨쳐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하늘의 태양은 못 돼도, 밤하늘 달은 못 돼도, 주위를 환하게 비춰주는 작은 등불 되리라.”(생활성가 ‘하늘의 태양은 못 되더라도’) 청년들은 세대와 무관하게 많이 알려진 곡들로 찬양 노래들을 선곡했다. 배민우(노엘) 청년회장은 “우리가 얼마나 간절하게 하느님을 찾는지 어른들께서 잘 이해하실 수 있는 메시지가 내포된 곡들”이라고 밝혔다. 화답송은 기도문 낭독이 아니라 “내가 너와 함께 항상 있단다, 두려움에 떨지 마라”하는 가사의 생활성가 ‘임마누엘’을 불렀다. 영성체 후 묵상곡으로는 갓등중창단의 ‘눈물이 흘러도’를 불렀다. 파견 성가 뒤에는 특별히 퇴장 성가로 “어느 곳에 있든지 나는 주를 향하리라”는 가사의 ‘주만 바라볼찌라’가 울려 펴졌다. 성당을 나서던 신자들은 발걸음을 멈춘 채 찬양에 집중하고 환호 섞인 박수를 보냈다. 포용해 주기보다 분심부터 호소하는 어른들에 대한 경험은 청년들을 주눅들게도 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전에는 드럼, 키보드, 기타가 곁들여진 청년 밴드의 소리가 미사에 맞지 않다는 볼멘소리도 있었다. 배민우 청년회장은 “이번 미사를 준비하면서도 ‘혹시라도 역효과를 가져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지지해 주는 어른들이 더 많다는 걸 알기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몇 년 만의 교중미사 준비로 부담을 느끼는 청년들에게 본당 분과장들은 “늘 보여주던 그대로도 충분하다”고, “청년들의 찬양은 언제나 기대된다”고 도닥였다. 김상수(요한 사도) 청년부회장은 “청년미사 후 신부님께서 ‘어떤 어른께서 너희를 도와주셨다’면서 ‘끝나고 저녁이라도 사 먹으라’고 쌈짓돈을 건네주시기도 했다”며 “액수가 아니라 그 마음에서 늘 묵직한 감사를 느낀다”고 말했다. 양 신부는 “조부모가 손주들의 재롱을 좋아하듯, 갈라진 세대들이 하나가 되는 우리 본당의 미사는 오히려 어르신 신자들에게 큰 기쁨을 선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들이 특별히 준비하는 율동 찬양처럼 새로운 형태의 세대 공감 미사도 펼쳐질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2024-07-21

[가톨릭 청년 단체를 찾아서(9)]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청년부 생활성가 밴드 ‘유빌라떼’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청년부 생활성가 밴드 ‘유빌라떼’(단장 이인호 미카엘·지도 홍웅기 아우구스티노 신부)는 그 이름대로 ‘찬양’(Jubilate)을 통해 하느님을 전하고자 1998년 결성됐다. 보컬, 기타, 베이스, 건반, 드럼을 맡은 청년 단원 7명은 바쁜 일상에도 한자리에 모여 청년부 주최 행사, 지구 연합 미사, 본당 미사 등 찬양이 필요한 어디든 찾아가 아름다운 음악으로 말씀을 전달하고 있다. 주로 청년 생활성가집 수록곡들을 선곡하지만 유빌라떼만의 스타일로 편곡한다. 매해 연말은 직접 콘서트를 기획하고 펼친다. 음악을 직업으로 하는 전공자들, 취미로 하는 비전공자들이 하느님 찬양이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모여 서로 존중·배려하는 분위기는 유빌라떼만의 강점이다. 전공자들은 답답한 점을 지적하기보다 자상하게 가르쳐 주고 비전공자들은 그 진심에 힘입어 배움의 자세를 잃지 않는다. 또 오히려 전공자들이 영감을 받을 때도 있다. 음악 전공자인 건반 담당 이예나(로사) 단원은 “통통 튀는 반주, 매력적 음색을 가진 보컬들의 하모니에 신선한 충격을 받고 있고, 소름 돋을 만큼 매력적인 음악이 만들어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또 “전공과 상관없이 뛰어난 음악적 감각을 갖추고 우리만의 특별한 음악을 만들고자 서로 경청하는 단원들이 너무 멋지다”며 웃었다. “음악만을 연주하는 게 아닌, 주님의 말씀을 전하는 유빌라떼”라는 활동 정신은 단원들의 신앙을 더욱 두텁게 한다. 보컬 담당 천송이(안나 로사) 단원은 “늘 성호경으로 시작하는 수요일 저녁 8시 합주처럼, 각자 본업을 마치고 돌아와 하나가 되는 소소한 기도의 순간들이 깊이를 알 수 없는 위로로 메아리쳐 돌아온다”고 고백했다. 올해로 27년째를 맞이한 유빌라떼는 악보대로 반주하기보다 신선한 코드 진행, 장르 전환으로 성가에 새로운 느낌을 주는 밴드로 성장했다. 단원들은 이를 바탕으로 생활성가 보편화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이인호 단장은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생활성가로 청년들에게 성가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감동, 위안을 주는 단체로 나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홍웅기 지도신부는 “유빌라떼는 오랫동안 청년 성가 공연, 연구 등 활동으로 더 기쁘고 새롭게 생활성가로 주님께 나아가는 밴드”라고 말했다. 이어 “미사와 공연 안에서 2배의 기도를 하는 단원들은 언제나 그 기쁨을 나누고 싶어 한다”며 많은 청년의 관심을 부탁했다.

2024-07-21

“습관처럼 이어 온 신앙, 배울수록 깊이 와닿아요”

“습관처럼 다니는 성당 너머로 신앙에 대해 알고 싶은 게 많았어요. 그 궁금증을 달래주는 청년 주일학교가 본당에 있다는 건 행운 같아요.” 6월 22일 서울 이문동성당(주임 이준호 미카엘 신부)에서는 ‘포센티 청년주일학교’(이하 청년학교) 제3기 종강미사가 열렸다. 부슬비 내리는 주말 저녁에도 삼삼오오 모인 청년들은 부주임 이준혁(바오로) 신부로부터 수료증을 받으며 기뻐했다. 4개월간의 교육을 마친 그들은 “호기심은 많은데 배울 길이 없었던 신앙 주제들을 청년학교 덕에 배울 수 있었다”면서 “4기에는 다른 청년들도 데려오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청년학교는 “청년들을 위한 교리·신앙 배움터가 필요하다”는 이준혁 신부의 판단으로 지난해 5월부터 열려왔다. 중·고등부 주일학교를 졸업한 청년들은 이후 스스로 정보를 모으거나 멀리까지 찾아다니지 않는 한 교리에 대해 배울 기회가 잘 마련되지 않기 때문이다. 배움 기회 적은 청년층 신앙적 갈증 달래는 교육 마련 젊은이들 주목하는 주제, 교회 가르침 따른 사회교리 강의 새 신자 청년들에게도 큰 도움 본당 청년 사목을 두루 맡으며 청년들 목소리에 귀 기울여온 이 신부는 “정의와 평등에 민감한 요즘 청년들이라 사회교리 등 교회의 가르침에 특히 관심이 깊다”고 말했다. 이어 “직장, 학업, 취업 생활에 쫓겨 여유가 없는 청년들이 가까운 본당에서 신앙적 갈증을 달랠 수 있도록 동반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교육 내용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청년들이 주목하는 주제들로 채워진다. 지난해는 윤리신학, 사형제도, 낙태, 한반도 평화, 핵발전소 등을 폭넓게 배웠다. ‘인간 생명은 어떻게 존엄한가’, ‘인간은 같은 하느님 자녀인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가장 가까운 이웃인 북한과 어떻게 화해할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청년들이 주제를 추천했다. 그에 따라 이 신부가 초빙한 각 분야 전문가 사제·수도자들이 특강을 펼쳤다. 청년학교는 자칫 타성에 젖은 신앙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고 내실을 채우는 시간이었다. 올해 3기 과정에서는 전례와 성음악을 주제로 한 특강이 큰 호응을 받았다. 청년학교 대표 임효현(안젤라·26)씨는 “그냥 당연히 참례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던 미사에 있어서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그 속에 어떤 아름다운 의미가 담겨 있는지 눈을 뜬 계기였다”고 말했다. 청년학교가 지향하는 가치는 틀에 박힌 이론 중심의 교육이 아니라 청년들에게 와닿는 교육이다. 4월에는 서울 아현동 한국정교회 성 니콜라스 대성당을 방문하는 현장 체험도 이뤄졌다. 청년들은 “막상 가볼 일 없는 이웃 교회를 방문한 덕분에 그들의 신앙 전통에서 좋은 것을 배워갈 수 있었다”는 후기를 전했다. 이렇듯 청년들이 진정 궁금해하는 것들을 알려주는 배움터의 존재는 신앙을 깊이 있게 접한 적 없는 새 신자 청년들에게도 좋은 인도자 역할을 한다. 이성적 이해가 중요한 젊은이들이 무턱대고 수용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교회적 가르침과 신비를 ‘내 것처럼’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청년학교 3기 수료생이자 예비신자인 이연호(36)씨는 “단순 지식에서 그칠 수 있었던 교리와 다양한 궁금증을 쉽게 이해하고 배울 수 있었다”고 전했다. 3월부터 성당에 다니기 시작한 이씨는 “앉았다가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미사 전례나 하루 세 번 바치는 삼종기도처럼 예비신자 입장에서는 많은 것이 낯설고 복잡한 형식으로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와 달리 내가 선택한 신앙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감사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가짐이 싹텄다”고 전했다.

2024-07-07

[가톨릭 청년 단체를 찾아서(8)] 광주대교구 청소년사목국 찬양율동팀 ‘MRI’

광주대교구 청소년사목국 찬양율동팀 ‘MRI’(팀장 김희민 마리아, 지도 이창훈 베드로 신부)는 교구 각 본당 청소년들이 율동 찬양으로 더욱 신나는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몸으로’(M) ‘뢀리(난리)치는’(R) ‘아이들’(I)이라는 이름대로, 8개 본당 8명 팀원이 “춤추듯 신나게 찬양할 수 있는 율동만의 매력을 전파하고자” 하는 취지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MRI는 교구 행사마다 율동 찬양을 펼치고 해마다 율동을 제작하는 등, 교구 전담 율동 찬양 사도단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본당 교리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율동을 가르칠 수 있도록 교사 연수에 참석해 설명하기도 한다. 연수에 부득이 불참한 본당도 율동을 익힐 수 있도록 청소년사목국 유튜브에 율동 영상을 올리고 있다. 가사를 재치 있게 표현할 동작, 유치부부터 고등부까지 연령에 맞는 안무 아이디어를 모으고자 팀원들은 언제든 의기투합한다. 행사 준비 기간에는 수시로 함께 모여 연습하고 피드백하는 것이 필수다. 팀원들은 발랄하게 움직이는 율동만이 가능케 하는 즐거운 신앙생활의 매력에 흠뻑 빠졌기에 늘 열정적으로 봉사한다. 김희민 팀장은 “신앙생활을 지루하게 느끼는 친구들이 우리를 따라 움직이며 ‘신바람’이 들길 바란다”고 전했다. 팀원들도 타성적이었던 신앙생활에 즐기는 마음이 싹트는 활력을 체험한다. 정보경 팀원(알비나·광주 두암동본당)은 “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미사에 가고 성가를 불렀지만 이제는 미사 참례가 즐겁다”며 “팀에 들어오길 정말 잘했다”며 웃었다. 하느님과의 관계도 돈독해졌다. 김민우 팀원(빅토리오·광주 운남동본당)은 “단순히 기도와 성가뿐이던 신앙생활을 넘어 주님께 한 걸음 더 나아간 느낌”이라고 말했다. “율동이 처음에는 쑥스럽지만 하다 보면 익숙해지듯, 삶에서 어느덧 친근해지신 주님을 마주하는 기쁨이 크다”는 고백대로다. 앞으로 더 다양한 연령층이 따라 출 수 있는 율동을 만드는 것이 MRI의 꿈이다. 박시하 팀원(바오로·광주 오치동본당)은 “율동으로도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창훈 신부는 “팀원들은 율동 봉사만 하는 게 아니라 팀 모임에서 청년성서 공부와 나눔을 통해 신앙적으로도 성숙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율동의 즐거움으로 주님 사랑을 전하는 팀원들에게 많은 응원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2024-07-07

배고픈 청춘 없도록 든든한 한 끼로 용기 북돋워

‘혼자’가 일상이 돼버린 시대, 1인 가구 청년들은 즉석식품으로 끼니를 때우거나 그마저도 거르기 일쑤다. “귀찮아서”라는 괜찮은 척과 달리 곧 “세 끼 모두 잘 챙겨 먹을 만큼 여유가 없어서”라고 말해 온다. 치솟는 물가에 기성세대가 한숨을 내쉴 때 사회초년생,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생활자, 구직자인 청년 세대는 체념을 내쉰다. 건강에 나쁜 줄 아는데 별수 없이 즉석식품으로 손을 뻗으며 “집밥을 먹고 싶어도 혼자 먹자고 한 끼 차리는 데 드는 품과 비용이 얼마나 큰지” 이해를 바랄 뿐이다. 평신도 공동체 한국 CLC(Christian Life Community)를 중심으로 한마음인 사람들이 세운 사회복지법인 ‘사랑의힘’(이사장 김연경 마리안나)은 주말일수록 부실하게 식사하는 청년들에게 따뜻한 밥을 먹이고자 지난해 6월 청년 주말 식당 ‘청년공간 모락모락’(공간지기 신광식 알로이시오, 이하 청년공간)을 열었다. 8일 청년공간 첫 생일을 맞아, 청년들을 있는 그대로 환대하는 무료 식사 나눔 현장을 찾아갔다. ■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환대 서울 곳곳에 시도 때도 없이 소나기가 내리던 8일 정오 무렵. 초여름 불청객 비가 말리는 주말 외출이지만 청년공간은 점심을 먹으러 온 청년들로 가득 찼다. 설거지, 반찬 채워넣기, 테이블 닦기로 여념이 없는 봉사자들은 “1시간도 채 안 돼 벌써 60명 넘게 다녀갔어요”라며 구슬땀을 흘리면서도 만면엔 미소가 넘쳤다. “늘 맛난 집밥이지만 오늘은 더더욱 풍성하고 맛있었어요!” 메뉴는 언제나처럼 김치찌개 백반이지만 이날은 청년공간의 생일인 만큼 정성 담긴 반찬들이 곁들여졌다. 청년들은 김치찌개의 단짝 계란말이, 잔치날 빠질 수 없는 잡채, 열무, 오이, 무, 양파가 골고루 들어간 비타민 가득한 장아찌를 담아 가며 연신 “맛있어요”라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봉사자들은 “많이 준비했으니 눈치 볼 것 없이 얼마든지 가져가세요”라며 환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후식으로 마련된 한입 크기 수박은 청년들이 여름을 반갑게 맞게 해주는 세심한 배려가 깃들었다. 봉사자들이 직접 구운 바나나 초콜릿 머핀도 잊지 않고 하나씩 챙겨줬다. 이렇듯 청년공간은 그 이름대로 환대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자리다. 따스하고 든든한 밥으로 사랑이 피어나는 즐거운 자리, 청년들 마음 안에 일어나는 좋은 생각들이 세상으로 ‘모락모락’ 퍼지길 바라는 진심이 가득 담겼다. 한국 CLC 회원들과 ‘사랑의힘’이 청년들과 동반하고자 3000원 김치찌개 식당을 연 것은 늘어나는 1인 가구 청년들이 마주한 식사의 어려움에 깊이 공감해서다. 2020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은 끼니 당 평균 8537.1원, 독립 가구의 경우 9238원을 지출했다. 올해 적용 최저임금(9860원)을 고려하면 하루 3끼를 제대로 갖춰 먹기 위해 매일 3시간치 급여를 소모하는 셈이기에, 청년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봉사자들은 “청년들이 밥을 굶는 일은 없더라도 다양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같은 조사에서는 음식의 양과 질에서 충분하지 못하다고 응답한 청년들이 50.3%를 차지했다. 물가 상승 때문에 식비 지출을 줄이고자 저렴한 구내식당, 편의점 간편식을 이용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가격이 몇백 원씩 올랐다. 주말은 특히 구내식당이 문을 닫을뿐더러 청년들이 함께 식사할 동료가 없어 더더욱 식사를 거르게 된다. 봉사자들은 이렇듯 절박한 식사 문제에서 청년들이 미안해하거나 고마워하지 않길 바라며 토요일과 주일 점심•저녁 4끼 ‘환대’의 문을 열고 있다. 신광식 공간지기는 “식사가 가지고 있는 원초적 위로의 힘이 있다”며 “청년들이 마음 편히 와서 따뜻한 밥을 통해 위로받고 어려운 조건들을 이겨갈 힘이 돼주고 싶다”고 전했다. ■ 교류할 수 있는 공간 청년공간의 취지는 단순한 주말 밥집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관계망을 맺는 거점이 되는 것이다. 1인 가구 청년들이 고시원, 원룸 등 고립된 공간을 벗어나 사람의 온기를 나눌 수 있도록 청년프로그램 ‘집밥클래쓰’, 자원 재순환 코너 ‘당근코너’를 열고 있다. 집밥클래쓰는 청년들이 직접 요리에 참여하고 함께 대화하는 프로그램이다. 전문강사의 시연 후 청년들은 3인 1조로 함께 요리하고 식사하며 대화를 나눈다. 돼지고기 토마토스튜와 두부 카프레제(카프리풍 샐러드), 가지덮밥과 가지새싹말이처럼 건강하면서 일상적이고 세련되기까지 한 요리를 가르쳐 준다. 청년들은 ‘나는 이렇듯 존중하고 대접할 만한 소중한 사람’임을 느끼고 생활에서 쉽게 영양 균형을 챙기면서 동시에 소통하고 나누게 된다. 집밥클래쓰 1기에 참가했던 정정은(34)씨는 “건강하고 정성 담긴 요리를 배우는 것도 즐겁지만, 얼굴만 알던 단골 청년들과 말꼬를 트니 ‘혼자’를 수월히 극복해 낸 기분”이라며 “무기력하게 보내기 쉽던 주말이 즐거움으로 가득해졌다”며 웃어 보였다. 평신도 공동체 주축으로 뜻모아 고물가에 식비 부담 덜어주고자 인근 구내식당 문닫는 주말에 운영 요리 함께 배우며 소통하는 시간도 청년들만의 공유공간으로도 활용 당근코너는 청년들이 집에서 쓰지 않는 물건을 가지고 와 필요한 물건으로 교환해 가는 코너다. 치약, 비누 등 생활용품, 햇반과 통조림 등 식재료처럼 여러 개로 묶어서만 팔아 1인 가구 입장에서는 곤란한 물품을 서로 나누면서 청년들은 “‘혼자’인 줄만 알았던 자신들이 얼마나 존재만으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우리’였는지” 눈뜨게 된다. 김진희(베로니카) 총괄 매니저는 “주말에 진행되는 청년 프로그램은 적고 식사 관련 프로그램은 더욱 없다”며 “주말마다 상시 운영하는 청년공간은 이러한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 청년공간 모락모락은 서울 시흥동에 있는 청년 주말 식당 및 공유공간 ‘청년공간 모락모락’은 여느 청년식당처럼 고기, 두부가 들어간 김치찌개 단품 메뉴를 재료 값에 준하는 최소 비용 3000원에 제공하고 있다. 콩나물무침과 계절 반찬으로 이뤄진 밑반찬 2개가 곁들여지고 공기밥은 무한 리필이다. 토·일요일 점심(오전 11시~오후 2시30분)과 저녁(오후 5시~8시30분) 총 네 끼를 제공한다.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청년들은 카페 등 공유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청년공간은 청년들의 욕구 파악에 중점을 두고 ‘테마가 있는 식사’와 밑반찬 만들기 강좌, 도시 텃밭 가꾸기 등 청년들이 관심을 갖는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을 계획 중이다. 또 생태가 청년에게 갖는 의미와 가치를 공유하고 그들이 지역학교, 지자체, 복지기관 등에 강사로 파견될 수도 있는 ‘청년 생태환경 강사 양성과정’ 등 다양한 생태 청년 관련 양성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 후원 계좌 국민 752601-04-336102 예금주 사회복지법인사랑의힘 (후원회)

2024-06-23

미래 이끌 신앙인 위한 열정·친교·희망 자리…'3色'으로 물들다

언젠가부터 성당은 청소년·청년들에게 마음 편히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장소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저 환대받는 분위기를 원할 뿐인데, 어른들은 자꾸 무슨 일을 시키려고 한다”며 발길을 끊은 젊은이는 팬데믹 전부터 많았다. 그런 젊은이들이 머물 수 있도록 교회는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교구들은 그들이 일상적으로 찾아와 신앙문화를 만들고 확산시킬 ‘공간’을 제공할 필요를 느꼈다. 공간은 ‘경험’이 일어나는 장(場)이자, 젊은이들이 아무 부담 없이 쉬며 신앙의 의미를 발견해 갈 수 있는 바탕이 된다는 통찰에서다. 그렇게 마련된 한국교회의 청년 사목 공간들은 어떻게 청년들 신앙에 일상성을 확보해 주고 있을까. 젊은이가 가장 붐비는 수도권 교회(서울·의정부·인천교구) 청년 사목 공간들을 통해 알아본다. ■ 공감하며 신앙 열정발산하고 - 서울대교구 ‘청년문화공간JU’ 공연기반 청년복합문화공간 ‘JU콘서트’ 등 프로그램 다양 재단법인 서울가톨릭청소년회 청년문화공간JU(관장 피승윤 바울리노 신부, 이하 JU)는 2010년 청년들의 주 활동 장소인 홍대(동교동)에 만들어졌다. 청년들이 끊임없이 드나들며 신앙의 활력과 좋은 만남을 체험해 그 에너지를 본당에서 발산할 수 있도록 많은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다. 매년 두 차례 진행되는 핸드메이드 성물 프리마켓은 기존 성물방에서 만날 기회가 없던 가톨릭 청년작가들의 핸드메이드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다. 청년 누구나 창작자로 참여할 수 있으며, 참여 작가들 판매 금액의 10%는 취약 계층 청소년 가정에 기부된다. 매달 첫째 주 토요일 음악피정과 마지막 주 목요일 성가 콘서트로 열리는 ‘JU콘서트’는 현실에 지친 청년들이 나’를 격려하며 ‘너’에 공감하는 연대를 통해 ‘우리’가 되는 세상을 희망하는 위로의 공연이 된다. “성당에 갈 틈이 없어도 목요일 퇴근길에 꼭 콘서트를 가서 힘을 얻는다”는 청년이 많다. JU는 공연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청년복합문화공간으로서 젊은이들이 신앙 안에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한다. 다리소극장에서는 매년 서울청소년가톨릭연극제가 열린다. 소극장에서 청소년들은 공동체적 삶과 예술을 나누는 과정 중심의 연극제를 통해, 성당·학교에서는 나누지 못했던 진솔한 이야기를 펼친다. 또 ‘청소년문화공간JU’는 청소년들이 마음껏 책도 읽고 쉴 수 있는 공간이다.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해 한국사자격증, 바리스타, 토론·글쓰기, 코딩, 원어민 영어 대화 등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신앙이 없거나 성당에 가게 되지 않는 청소년·청년들은 이렇듯 JU에서 신앙과 꿈을 키우고 있다. 관장 피승윤 신부는 “언제나 열렸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된 JU에서 많은 친구들이 신앙을 일상처럼 받아들이고 활기를 얻어 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 기도와 쉼으로 친교나누며 - 의정부교구 청년센터 ‘에피파니아’ 청년 일상과 신앙 공간 조화 카페 느낌 라운지 등 마련 의정부교구 청소년사목국(국장 홍석정 가시미로 신부)이 운영하는 청년센터 에피파니아는 ‘청년을 환대하는 공간, 청년이 세상을 환대하는 공간’으로 2021년 일산 호수공원 로데오거리에 개관했다. ‘Epiphania’(라틴어로 그리스도의 공현이라는 뜻)라는 이름대로, 신앙의 깊이가 서로 다른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머물면서 삶의 메시아를 만날 기회를 제공한다. 넓은 지역에 비해 교통수단이 취약해 한곳에 모이기 힘든 교구 특성상 교회가 청년들을 찾아가 환영한다는 상징도 품었다. 센터는 청년들이 언제든 편하게 머무르며 휴식하고 친교를 나눌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카페 같은 분위기의 라운지는 미사, 강의, 그룹 모임, 피정, 공연장, 오픈마켓 등 온갖 용도에 맞춰 변신한다. 청년의 일상 공간과 신앙 공간을 연결해 주려는 개관 취지대로다. 음료가 제조·제공되는 바(Bar)는 이용 청년과 사제, 스태프 간 편안한 대화가 오가는 장소다. 가벼운 일상 대화로 시작하지만 늘 깊은 대화로 나아간다. 후속 면담과 고해성사를 요청하는 청년도 많다. 센터 상주 사제와 실무자도 운영 중 대부분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며 청년들을 맞이하고 환대한다. 만나 바스켓(Manna Basket)은 청년을 위한 다양한 쉼과 기도의 도구가 마련된 공간이다. 신앙·인문 도서, 기도 및 대화 카드 등 셰어링(Sharing) 도구, 보드게임도 비치됐다. 자유롭게 들러 도구를 고르는 청년들은 마치 본당에 있듯 편히 쉬며 자기도 모르게 신앙에 젖는다. 균형 있는 프로그램들은 청소년·청년의 건강한 일상과 신앙생활을 함께 돕는다. 퇴근길 미사, 작은 떼제 모임은 청년들이 영성을 일상처럼 실천하는 기회가 된다. 사회교리, 성경, 신학 등 신앙 클래스와 인문학 살롱, 비폭력대화 등을 주제로 한 성찰 클럽은 삶과 신앙이 일치되는 교육의 장이다. 개인 상담, 집단 심리 상담, 미술·음악 치료로 마음의 건강도 챙기고 영상 제작, 밴드 활동, 청년 문인회 등 활동 욕구도 채운다. 홍석정 신부는 “센터는 청년들이 자신들만의 언어로 신앙생활을 하는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이어 “본당에서 청년들이 안 보일지라도 그들의 신앙이 죽은 것은 아니”라며 “센터를 찾으며 본당에서도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청년이 대부분”이라고 강조했다. ■ 소통과 나눔으로 희망찾아요 - 인천교구 청년공간 ‘엘피스’ 교구와 본당 연결하는 모임 생활 속 ‘친근한 공간’ 제공 인천교구 시흥·안산지구 청년공간 엘피스(센터장 정희채 안셀모 신부)는 그리스어로 ‘희망’이라는 그 이름처럼, 청년들에게 일상적 쉼과 위로가 돼주는 공간을 목표로 지난해 11월 경기 시흥 대야동에 개관했다. 엘피스는 지구 중심의 청년 사목을 목표로 둔 교구의 의지에 따라 지구 사목의 거점으로 역할을 한다. 청년 사목을 교구 중심으로 펼치면 소통 부재, 물리적 거리감으로 청년들이 오히려 고립되며, 개별 본당 중심으로 펼치면 청년들이 적은 인원으로 봉사에 허덕이느라 신앙의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센터는 교구와 본당을 연결하는 교두보인 지구 청년들의 모임을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는 시설들을 갖췄다. 홀은 청년들의 필요에 따라 카페, 독서실, 보드게임장, 찬양 무대, 강의실, 성당으로 탈바꿈한다. 교구 청년성서모임을 위한 공간도 함께 마련돼 있어 매달 한 번 성경 특강이 펼쳐진다. 청년들이 평일 저녁에 모이는 시간이 많음을 고려해 ‘나눔식당’도 만들어졌다. 그간 청년들은 회의와 봉사를 위해 저녁을 굶고 모임에 참석해야 했다. 누구나 쉽게 요리하고 밥을 먹는 공간인 식당을 통해 청년들은 식사 중 나눔을 한다. 신앙 안에서 친교를 맺는 일은 센터를 찾는 청년들에게 생활의 일부로 녹아들었다. 개관한 지 1년 채 안 돼 본격적 시설 활용은 아직이지만, 실무자들은 교회를 언젠가부터 낯설어하는 청년들에게 또 다른 집이자 놀이터와 같은 공간으로 다가가고자 한다. 청년들을 다시 교회로 초대하는 하루 피정, 청년 반주팀 양성 프로그램, 사제와 청년들의 대화 식사 프로그램인 ‘사제의 식탁’도 계획 중이다. 옥상도 청년들이 원하는 공간으로 조성해 주고자 디자인 공모전을 펼쳤다. 출퇴근길에 들르는 청년도 점점 늘고 있다. 정희채 신부는 “사람은 장소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다”며 “교회의 ‘아침’인 청년들이 필요로 하는 공간을 내어주는 배려가 청년들을 다시 불러 모을 수 있다”고 전했다.

2024-06-09

“아이들은 인류의 희망, 차별 없는 세상에서 자립할 역량 키워요”

학교에 다니고 사춘기를 겪는 평범한 우리 주변 청소년에 다들 익숙해졌다. 하지만 가깝게는 아시아, 멀게는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로 가면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고통받는 아동·청소년들이 있다. 교육조차 못 받는 아이들은 자기 상황을 개선하지도 못하고 속수무책이다. 한국교회는 그런 지구촌 아동·청소년들을 어떻게 돕고 있을까.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이사장 유경촌 티모테오 주교) 국제협력센터는 올해 중점 사업 분야로 교육을 내세운다. 다양한 원인으로 충분히 배우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교육에 초점을 맞췄다. 센터의 아동 및 청소년 교육 분야 개발협력사업은 아프리카 및 아시아 최빈국과 개발도상국에서 펼쳐지고 있다. 청소년 주일을 맞아 존엄을 잃은 지구촌 청소년들에게 스스로 ‘해방’할 역량을 심어주는 센터의 활동을 알아본다. ■ 교육 소외의 원인 빈곤과 재해·재난은 아이들을 교육에서 소외시키는 대표적 원인이다. 마다가스카르 피아나란초아주에서는 빈부격차가 뚜렷하고 가뭄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 라우라 바꾸냐 학교 학생들은 지역에서도 최빈곤 가정의 자녀들이다. 대부분 영양실조를 앓고 고아와 장애 아동도 많은 현실에서 학습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지속적 교육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케냐에서 물 부족이 가장 심각한 이시올로주도 마찬가지다. 만성적 빈곤, 높은 실업률, 부실한 지역 기반 시설로 인해 주민 71%가 극빈층이다. 이런 상황에 지속되는 가뭄은 식량 위기를 가중시킨다. 탄자니아 이링가주에서는 청년이 전체 인구 75%를 차지하며 인구 70%가 국제 빈곤선 이하 수준의 수입(하루 약 1.25달러)으로 생활한다. 대다수 주민의 생계 수단은 농업이지만, 기후변화로 농업 생산량이 급감하고 있다. 배움은 꿈도 못 꾼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우기마다 농업이 타격을 받아 사람들은 생계의 위협을 받는다. 캄보디아 푸삿주는 58%가 숲이고 다수 주민이 농민이다. 매년 되풀이되는 경제적 불안정에서 아이들 학습에 우호적 환경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학습권, 성평등, 신체적 다름에 대한 인식 부족은 지구촌 아이들의 교육을 더욱 방해한다. 스리랑카 푸탈람구·라트나푸라구 차농장 및 해안 지역의 학부모들은 자녀에게 학교에 가지 말고 노동해 생계비를 벌도록 강권한다. 오랜 내전으로 전쟁 과부, 미혼모가 많은 우간다 오모로구에서는 여성 문맹률이 특히 높다. 여성들은 어린 나이에 일찍 결혼하고 4~7명의 자녀를 키우며 가사와 농사를 병행한다. 읽고 쓰지 못해 교육 기회는 더 제한돼 자립적인 삶을 꾸리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탄자니아 므완자주 알비노 아이들은 신체적 다름 때문에 교육 기회를 뺏긴다. ‘선천성 색소결핍증’으로 알려진 알비노는 피부와 머리 색이 유독 밝아 아프리카 사람들 가운데 눈에 띈다. 아프리카에서 알비노가 가장 많은 탄자니아에서는 알비노의 신체 일부를 지니고 있으면 부와 행운이 찾아온다는 미신이 존재한다. 알비노 아이들은 늘 외상이나 폭행 위험에 노출돼 있어 정상적 학교생활이 불가능하다. ■ ‘해방’의 역량을 위하여 “한 자루의 연필, 한 권의 책, 그리고 헌신적인 교사가 한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습니다.” 아동·청소년기에 경험하는 성장 환경과 교육 수준은 삶의 방향을 결정한다. 그러나 개발도상국과 최빈국 아이들은 대물림되는 가난과 제한된 교육 기회로 인해 ‘한계지어진 삶’을 살아간다. 센터는 그들에게 변화를 만들어 갈 역량을 키울 기초를 마련해 주고자 교육사업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교육은 가난한 아동과 청소년이 전인적 발전을 이뤄 대물림되는 사슬을 끊고, 자신과 자기 공동체의 삶을 해방할 수 있는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먼저 학생들에게 안정적인 학습 환경을 마련하고, 체감하는 경제적 불평등을 줄여주는 것이 목표다.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살레시오 수녀회와 협력해 라우라 비꾸냐 학교 빈곤층 학생들에게 급식과 학비를 지원한다.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이 급식으로 건강을 회복하고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돈이 없어 학업을 지속하지 못하는 취약계층 학생 130명에게는 1년치 학비를 지원한다. 케냐에서는 케냐 카리타스와 협력해 이시올로주 3개 농촌 초등학교에 교실 증축, 교실 내 개인 사물함 및 의자 구비, 학생 90명의 교복 구입을 위한 자금을 지원한다. 탄자니아 이링가주에서는 살레시오회와 협력해 돈보스코 직업 기술 학교(DBYTC, Don Bosco Youth Training Centre)를 통해 지역 청년 대상 농업 기술 교육을 제공한다. 학교에서는 농업 기술뿐 아니라 인쇄, 재봉, 전기공학, 용접 등 기술 교육도 이뤄진다. 농업 및 기술 교육을 받은 청년들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캄보디아 푸삿주에서는 그리스도의 교육 수녀회와 협력해 ‘안나스쿨’ 교직원 급여, 학생들의 급식 및 간식 구입비, 예체능 교육비, 문화 체험 활동비, 도서 구입비 등을 지원한다. 안나스쿨은 수녀회가 2013년부터 지역 성당에서 아이들의 방과 후 제공하는 학교다. 그 부근 깜뽕루엉 수상마을 언어학교에서는 아이들을 위해 크메르어(캄보디아 국어)와 베트남어 수업이 진행된다. 도농 격차가 큰 스리랑카에서는 착한 목자 수녀회와 협력해 푸탈람구·라트나푸라구 차농장 및 해안 지역 소외계층 어린이들을 위해 안전하고 교육적인 가정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한다. 아이들에게는 학습 동기 부여 프로그램과 리더십 강화 활동을 제공, 학부모에게는 인식 개선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성 불평등으로 제약받는 우간다 여성들도 존엄하고 자유로운 삶의 실현할 수 있도록 센터의 도움을 받는다. 센터는 올해부터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와 협력해 오모로 지역 여성들에게 문해·기술·위생 교육을 지원한다. 더 많은 여성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수녀회가 운영하는 여성센터의 시설 확장 공사 자금도 지원한다. 지역 여성들은 이곳에서 아촐리어(부족어)를 배우고 재봉, 미용, 요리와 같은 실용적인 기술을 익혀 경제적 자립 기반을 마련한다. 센터는 탄자니아에서는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과 폭력이 만연하는 현지 상황을 고려해, 지역 주민과 아동 및 청소년의 ‘인식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알비노 인식 개선과 알비노 관련 미신의 타파가 핵심 목표다. 북동부 아루샤와 킬리만자로 지역에서는 아동 청소년들에게 알비노 인식 개선 교육을 펼치고, 정부 및 지역 행정 기관과 함께 ‘국제 알비노 인식 개선의 날’ 행사를 개최한다. 므완자주에서는 아프리카 선교회(Society of African Missions, SMA)와 협력해 주민 인식 개선뿐 아니라 알비노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준다. 선교회가 설립한 알비노 보호 시설 ‘탕가 하우스’의 교육 장비 구입 및 기숙사 내부 시설 구축, 알비노 아동 및 청소년 교육과 정기 건강 검진·치료 등을 지원한다. 센터 실무자 김다해(아녜스)씨는 “우리는 생각하지 못한 수많은 어려움을 가진 아동 청소년이 지구촌에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 가려진 청소년들 또한 인류의 희망이기에, 그들이 교육을 통해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기억해 달라”고 전했다.

2024-05-26

기회 간절했던 청년들, 짐바브웨에 ‘희망’ 선물

‘기회’를 박탈당한 시대에 청년들은 가장 어려움을 겪는 세대로 손꼽힌다. 언론에서는 ‘N포세대’ 등 동정 어린 키워드로 청년들의 메마른 현실을 조명하고, 사회에서는 각종 지원 제도와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에 따라 청년을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불쌍한 수혜자’로만 바라보는 시선이 정착하고 말았다. 그 편견을 깨부수고자 청년문간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이문수 가브리엘 신부, 이하 청년문간)은 지난해 ‘무카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13명의 서포터즈를 모집, 올해 4월 16일~25일 짐바브웨에서 청년들의 손으로 희망을 전했다. 자립은커녕 생계유지조차 어려워하는 지구촌 이웃에게 청년의 고유한 아름다움으로 희망을 안겨주고 돌아온 ‘무카나 서포터즈’의 현지 활동 이야기를 들어본다. ■ 기회를 선물할 기회 청년문간은 청년들이 짐바브웨 고퀘 지역 주민에게 ‘무카나’(짐바브웨 공용어인 쇼나어로 ‘기회’)를 선물할 기회를 주고자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지속적으로 노동할 수 있는 기반 없이 하루 두 끼, 옥수수죽으로 배고픔만 달래며 주저앉은 주민들이 자립의 희망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청년들은 현지에서 손수 미싱기, 태양광 패널, 각종 부자재를 구매해 봉제 시설(가칭 ‘희망 팩토리’) 설비를 지원했다. 또 현지 활동이 시작되기 전에는 사업비 마련을 위한 모금 및 크라우드펀딩도 청년들이 스스로 기획·실행했다. “그분들이 그냥 밥만 먹고 사는 것을 넘어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 주고 싶었어요.” 청년들이 주민들에게 선물하려던 것은 피상적인 연민이 아니라 존엄한 인간의 삶이었다. 그들의 자립에 기여할 수 있는 도움을 주는 것뿐이 아니라, 동료 인간으로서 함께 누렸으면 하는 소소한 가치들을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한 청년 비영리봉사단체로부터는 선글라스 100여 개를 기부받아 주민들에게 나눠주었다. 자외선이 강한 아프리카에 꼭 필요한 물건이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일생 가난에 내몰려 스스로 꾸며볼 기회조차 없었을 주민들의 사정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잘사는 나라 사람들의 전유물인 사치품이 아니라, 사람 누구나 자신을 보다 소중히 생각할 수 있는 선물로 마련했다. 또 평소 사진 찍기를 좋아하던 청년들은 주민 200여 명에게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서 선물하기도 했다. 그곳 주민들은 살면서 자기 모습을 사진으로 간직해 본 적이 없다는 말에 출국 전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챙겼다. ‘인생샷’(살면서 가장 잘 찍은 사진) 한 장씩 선사해 ‘아무리 힘든 삶이면 뭐 어때, 나는 이미 충분히 멋진 사람인걸’ 하는 긍지를 심어주려는 마음이었다. 듬뿍 담긴 진심과는 달리 어려움도 따랐다. ‘희망 팩토리’ 설비 지원을 위해 수도 하라레에서 물건을 사서 공장이 있는 고퀘까지 이동하려면 차로만 9시간가량 걸렸다. 길도 거의 비포장도로라 많이 흔들리고 험했다. 선글라스를 챙겨 출국할 때는 공항에서 예상 못 한 관세 문제로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하지만 기회 없이 놓인 이웃에게 기회를 선사하는 기쁨은 그 모든 힘겨움을 상쇄했다. 즉석에서 나온 폴라로이드 사진에 신기해하면서도 사진 속 자기 모습에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기뻐하던 주민들, 한순간 피어나는 꽃처럼 얼굴에 드리웠던 무기력함을 거둬버리는 웃음은 잔잔한 감동을 남겼다. 특히 살면서 처음 써보는 선글라스에 대해서도 주민들 호응은 예상외로 높았다. 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곳곳에 있는 주민들 무리마다 적어도 2명씩은 선글라스를 낀 채 포즈를 취하며 웃고 있는 모습은 청년들에게 영화 속 명장면처럼 남았다. “저희도 소중한 기회를 선물 받은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희망을 안겨줄 기회 말이에요.” 청년들은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을 내면에도 크나큰 긍지가 차올랐다”고 입을 모았다. “얼마나 가졌고 성취했느냐와 상관없이, 또 도움의 크기가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나도 누군가에게 웃음을 줄 수 있구나” 하는 기쁨을 체득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에게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준 박재근(28·마티아)씨와 한은진(23)씨는 “우리가 가진 능력이 대단하지는 않더라도 누군가를 활짝 웃게 해줄 수 있다는 체험은 지금도 가슴 벅찬 기억으로 남았다”며 “나아가 스스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 메아리쳐 돌아온 희망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했어요. 마음도 잘 돌볼 여유가 없었고, 내면의 이야기에도 귀를 닫고 있었죠.” 갈피가 잡히지 않는 진로, 거듭되는 실패, 그에 따라 커져만 가는 불안…. 서포터즈도 여느 청년들처럼 자립 성장통을 겪고 있다. “배운 것이 명확하게 없는 것 같고, 지금까지 닦아 온 스펙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는 공통된 호소대로다. 간절히 원하는 정답은 야속하게도 단서조차 보이지 않고,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내 잘못이구나” 하는 자책의 늪으로만 깊이 빠져든다. “나는 도움받기만 하는 무력한 존재인가 봐” 하며 자신의 가치에조차 회의적이 되는 청년들에게 서포터즈 활동은 ‘나는 청년인 것만으로도 충분하고 이미 아름답다’는 것을 확인시켜 줬다. 영화인을 꿈꾸는 권나영(26)씨는 짐바브웨 백수와 한국 백수가 만났을 때 어떤 대화를 나눌지를 초점으로 현지에서 다큐멘터리를 촬영했다. 권씨는 “과정이 행복하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연기 오디션 100회에 지원했을 때 한두 번 연락이 돌아오기도 힘든 현실에 떠밀렸던 권씨는 그간 결과에만 집착했다. 그런 그는 “짐바브웨 사람들을 피사체로 담고, 그들과 소통하는 과정 자체에서 치유를 받았다”고 고백했다. “나의 작은 재능으로 누군가 좋은 경험을 하고, 행복해하고, 서로 섬기고 섬김받는 그 과정 자체가 소중한 선물이었다”는 깨달음이다. “쓸 수 있는 글이 ‘영찍영’(영화 찍는 영화)에 갇혀 있는 것 같아 늘 고민이었다”는 영화감독 지망생 오승현(24)씨는 “새로운 시나리오를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청년들 내면에 잠재된, 외연을 넓혀 나가는 사랑에 눈떴다”는 오씨는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자체를 궁금해해야 하는 영화감독의 미래로 한 걸음 나아간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이문수 신부(글라렛 선교 수도회)는 “청년들이 소유, 성취 등 조건과 상관없이 지닌 고유한 아름다움과 능력을 표현하고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무카나 프로젝트의 뼈대”라고 전했다. 이어 “수혜의 대상처럼만 인식되는 청년 세대들이 사실은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하고 스스로도 자립 성장통을 이겨나가는 멋진 잠재력이 있음에 모두가 감탄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4-05-12

[가톨릭 청년 단체를 찾아서(7)] 부산가톨릭청년합창단 ‘첼레스티스’

부산가톨릭청년합창단 ‘첼레스티스’(단장 박수현 가브리엘라, 지도 이원용 빅토리노 신부)는 부산교구를 대표하는 청년 합창단이다. 2022년 10월 첫 오디션을 진행한 이후 교구 젊은이의 날(Busan Youth Day, BYD) 등 행사 무대에 서며 꾸준히 인지도를 높인 끝에 지난해 12월 창단미사를 봉헌하며 데뷔했다. 20개 본당 23명의 단원들이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 저녁 모여 연습하는 등 꾸준한 노력 외에도 실력 향상을 위해 외부 강사를 초빙한 워크숍을 개최한다. 지금은 교구 및 교회 행사에 주로 참여하고 있지만 복지시설, 병원 등 기관을 찾아가 공연을 펼치는 꿈을 위해 열정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낮은 자리에서 사랑하는 태도는 단원들이 공유하는 마음가짐이다. 연습 중 간식을 먹을 때는 누가 말하기도 전에 쓰레기를 치우고 설거지하는 등 드러나지 않게 봉사한다. 장애인 단원도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장난을 친다. “네가 없는 합창단이 상상이 안 된다”는 애정 표현 속 단원들의 우정은 돈독해진다. 십자가를 바라보며 주님께 나아가는 신앙심은 단원들이 바쁜 일상에도 활동할 힘을 준다. 창단미사를 준비할 때, 연습이 끝나는 늦은 밤도 예외 없이 100일간 매일 묵주기도, 미사 봉헌, 희생 봉사를 돌아가며 바쳤다. 박수현 단장은 “십자가에 매달리던 그 순간까지 하느님께 온전히 의탁했던 예수님처럼 기도와 희생을 생활화하는 단원들 덕분”이라고 전했다. 이렇듯 사랑과 신앙으로 뭉친 공동체기에 단원들은 첼레스티스가 지친 일상의 ‘힐링’(치유)이라고 입을 모은다. 오새빛 단원(안드레아·토현본당)은 “함께 노래하다 보면 어느덧 웃음이 난다"며 “너무나 행복하고 소중한 회복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오수민 단원(마리아·양정본당)은 ”무너진 나를 일으켜주는 사람을 생각하며 노래하다가 옆 단원을 보며 함께 눈물 흘렸던 기억이 너무나 소중하다"고 밝혔다. 같은 하느님을 바라보며 노래하는 기쁨은 단원들의 일상을 변화시킨다. 김미라 단원(세라피나·주교좌남천본당)은 “함께 성가를 부를 때 ‘주님께서 곁에 계시는구나’ 하고 실감한다”며 “하는 일에 용기가 생긴다”고 고백했다. 이상윤 단원(안드레아·모라성요한본당)은 “일상에서 나도 모르게 성가를 흥얼거리고 가사 뜻을 생각하는 가운데 신앙도 더더욱 자라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첼레스티스를 지도하는 이원용 신부는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음악으로 세상 복음화를 향해 나아가고 싶은 청년들 누구나 환영한다”며 “돌멩이처럼 한참 다듬어지고 있는 첼레스티스의 ‘조약돌의 여정’에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2024-04-28

청년의 열정 모아 ‘물 흐르듯’ 생태 영성 실천해요

인천교구 대야동본당(주임 한덕훈 스테파노 신부) 청년 하늘땅물벗 ‘도란도란벗’(반석벗 최진아 안젤라, 담당 한덕훈 신부)이 4월 7일 선서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의 시작을 알렸다. ‘개울물이 잇따라 흘러가는 소리 또는 모양’이라는 뜻대로, 본당 청년·환경분과 회원 17명이 본디 ‘도란도란’ 모여 함께 신앙생활을 하자는 의미와 함께 환경 움직임에 물 흐르듯 일상적이면서도 적극적으로 임하고자 올해 1월부터 벗님(회원)들로 활동을 시작했다. 청년들은 하느님의 뜻 안에 하나 되어 생태환경을 지키고자 하늘땅물벗으로 발족했다. 일반 생태주의 단체가 아닌 평신도 생태 사도직 단체이기에, 본당 인근 환경 정화 활동 등 평범한 일상에서 창조 질서 수호를 실천할 방안들이 무엇이 있을지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 손수 지으신 아름다운 자연…. 그것이 인간의 이기심으로 망가지는 생태 현장을 마주했을 때 끓어오른 사명감이 활동 계기가 됐다. 지난해 지구 청년들과 다녀온 대부도 플로깅에서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쓰레기들이 봉투에 가득 찼다.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환경을 오염시키는 사람들에게 화가 났어요.” 벗님들은 “그날처럼 우리의 계속되는 작은 움직임으로 자연이 점점 정화된다면 공동의 집을 지켜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도란도란벗의 존재는 본당의 젊은 세대들에게 생태적 회심을 퍼뜨리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청년뿐 아니라 주일학교 교사회 간부들도 도움벗(협력회원)으로 함께하기 때문이다. 교리교사들은 벗으로 활동한 내용을 바탕으로 주일학교 학생들에게도 환경에 대한 교리를 접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갖게 하고 있다. 도란도란벗 활동은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환경에 책임감을 지니고 조그마한 노력부터 실천에서 나설 수 있는 기회이기에 벗님들에게 호응이 높다. 김지유(스텔라) 벗님은 “주님께서 지어주신 환경 속에서 위로를 받고, 살아갈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또 “혼자라면 작심삼일로 끝날 수 있는 생태적 회심이지만, 함께이기에 일상에서도 계속해서 지켜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함께하는 작은 실천들 속, 벗님들은 자신의 편리만을 추구하던 지난날을 반성하며 환경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이동찬(델피노) 벗님은 “하느님께서 인간을 만드시고, 손수 만드신 이 땅의 모든 것을 돌보라고 말씀하신 창세기 속뜻을 알게 됐다”며 “하늘땅물벗 활동을 통해 하느님께서 내게 주신 생태적인 말씀을 새길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들이기에 직장, 학업에 집중하느라 주일 외에는 시간을 맞춰 활동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같은 본당 하늘땅물벗이기에 높은 단합력은 그를 극복할 원동력이 된다. 최진아 반석벗(회장)은 “현시점에서 필요한 활동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는 본당의 공동체이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보여주기식이나 억지 활동이 아닌, 청년 스스로가 생태 영성의 중요성을 자각한 작은 발돋움이기에 본당 사목자들은 지지를 높은 지지를 보낸다. 주임 한덕훈 신부는 “청년들이 꾸준히 작은 결심과 실천을 통해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던’ 창조의 모습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 주면 좋겠다”면서 “이들의 활동이 기성 신자들이나 비신자에게도 알려질 수 있도록 함께하겠다”고 전했다.

2024-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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