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형 클래식 순례] 칼다라 <그리스도 발밑의 막달레나>

7월 22일은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축일입니다. 성경은 성녀가 ‘자기들의 재산으로 예수님의 일행에게 시중을 들었고’ 주님의 수난과 매장, 부활을 직접 목격한 증인이었음을 증언합니다. 마리아 막달레나 성녀에 대한 공경은 아주 유서 깊은 전통으로, 중세 후기 성녀의 삶에 관한 여러 가지 전설이 퍼질 정도로 유럽 전역에서 ‘막달레나 컬트’가 크게 유행했습니다. 특히 루카 복음에 나오는 ‘죄 많은 여자’를 성녀와 동일시하면서 성녀는 ‘회개한 죄인’의 상징이 되었고, 이를 표현한 수많은 예술 작품이 만들어졌습니다. 르네상스 시대 이후 교회 미술이나 음악 작품은 성녀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았지요. 중세 시대 찬가부터 르네상스 대가들의 모테트와 미사곡을 거쳐 19세기 작곡가 쥘 마스네가 쓴 <마리아 막달레나>까지, 마리아 막달레나 성녀를 소재로 한 음악 작품은 대단히 많습니다. 하지만 성녀를 주제로 한 가장 인상적인 작품들은 역시 바로크 시대에 만들어졌습니다. 당대 오라토리오 작품은 수잔나, 유디트, 에스터 등 강렬한 개성을 지닌 여주인공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았는데, 마리아 막달레나 성녀는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소재였기 때문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작품은 안토니오 칼다라(Antonio Caldara)의 <그리스도 발밑의 막달레나(Maddalena ai piedi di Cristo)>입니다. 칼다라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출신으로, 베네치아를 비롯해 만토바와 바르셀로나, 로마 등 유럽 각지에서 궁정 악장과 인기 있는 오페라 작곡가로 활동을 펼친 후 1716년부터 빈의 황실 악장이 되어 세상을 떠날 때까지 머물며 오페라와 오라토리오 작곡가로 전 유럽에 명성을 떨쳤습니다. 소실된 작품을 포함해 그는 40여 편의 오라토리오를 썼는데, 작품 수로 보나 높은 수준으로 보나 알레산드로 스카를라티나 헨델과 더불어 후기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오라토리오 작곡가라고 할 만합니다. <그리스도 발밑의 막달레나>는 칼다라의 초기작으로, 1697년에서 1700년 무렵 고향인 베네치아에서 초연된 듯합니다. 음악은 마리아 막달레나가 ‘지상의 사랑’과 ‘천상의 사랑’ 사이에서 겪는 내적 갈등을 다룹니다. 대본은 풍부한 상상력으로 성녀의 내면을 묘사합니다. 심지어 예수님도 등장해서 바리사이를 꾸짖고 마리아 막달레나를 격려하는 멋진 노래를 부르죠. 칼다라는 서로 다른 음악 형식을 적절하게 조합하고 가사에 색을 입혔으며, 가수들의 뛰어난 기교를 강조하는 동시에 강렬한 감정을 담아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상의 사랑’이 마리아를 달래며 잠재우는 노래에 등장하는 최면적인 베이스 음형, 마리아의 내면적 고뇌를 묘사하며 계속 되풀이되는 16분 음표, 그녀의 눈물을 상징하는 모티브, 세속적인 즐거움을 상징하는 가보트 리듬은 마치 음악으로 그린 그림 같다는 느낌입니다. 글 _ 이준형 프란치스코(음악평론가)

발행일 2025-07-13 제3450호 14면

세계에 ‘조선교회’ 알린 물품들…100년 만에 공개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관장 원종현 야고보 신부)이 1925년 바티칸 선교박람회 100주년을 기념해 특별기획전 ‘Anima Mundi(아니마 문디), 세상의 영혼들’을 연다. 이번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 후원으로 마련됐으며, 9월 14일까지 이어진다. 바티칸 선교박람회는 비오 11세 교황(재위 1922~1939)이 1925년을 성년으로 선포하며 개최됐다.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교회의 노력이 담긴 대회로, 세계 각국 교회의 모습을 선보임으로써 다양한 문화에 대해 상호 이해와 존중을 갖자는 취지였다. 일제강점기를 보내며 기해박해, 병오박해 순교자들의 시복식을 염원하던 한국교회도 박람회에 참가했다. 당시 일본교회에 소속되기를 거부하고 별도의 ‘조선주교회의’를 구성한 서울대목구 뮈텔 주교와 드브레드 보좌주교, 대구대목구 드망즈 주교, 원산대목구 사우어 주교는 박람회를 통해 100여 년 동안 지속된 박해와 순교의 역사를 지닌 조선의 신앙 공동체를 세계에 알리기로 했다. 박람회 개최 선포 이후 주교들은 1년여에 걸쳐 역할을 나눠 박람회를 준비했으며, 신자들은 한마음으로 출품할 물품들을 기증했다. 나라를 빼앗긴 아픔이 담긴 1000여 개의 출품작은 바티칸으로 향했고, 한국교회는 ‘조선관’이라는 이름으로 바티칸 선교박람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은 박람회 출품 목록을 토대로 국내 16곳의 박물관, 수도원과 바티칸 민족학 박물관에서 유물을 대여해 ‘조선관’을 재현했다. 전시에서는 원산대목구 성 베네딕도 수도회가 운영한 숭공학교에서 만든 기와집 모형, 드망즈 주교의 사진기와 그가 촬영하고 인쇄한 사진들, 천주성교예규와 천주성교공과, 성교요리문답 한글 목판본의 책판 등 270여 점이 공개된다. 또한 한국교회사연구소가 소장 중인 박람회 기부자 명단인 ‘라마박람회 조선출품자 물품금품씨명부’ 등이 처음 공개되며, 한국 최초 남자 수도원인 서울 백동 베네딕도 수도원에 선교사로 파견된 독일인 카니시우스 퀴겔겐(한국명 구걸근, 1884~1964) 신부가 지은 양봉 교육 교재 「양봉요지」 원본도 전시된다. 원종현 신부는 “이번 전시가 단순히 100년 전 바티칸 선교박람회에 출품됐던 유물과 예술품을 관람하는 자리가 아닌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깃든 ‘만남과 대화의 장’이 되길 바란다”며 “식민지에서 세계에서 손꼽히는 문화 강국으로 성장해 온 우리나라의 100년 여정을 돌아보고, 앞으로 우리가 국제사회 안에서 무엇을 나눌 수 있을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5-07-13 제3450호 14면

하느님 바라는 청년작가들의 ‘2027 서울 WYD’ 묵상전 개최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개최를 앞두고 대회의 주제 성구를 함께 묵상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2027 서울 WYD 조직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 이하 조직위)는 7월 4일부터 13일까지 서울 명동 갤러리1898 제2전시실에서 ‘겨자씨 닮은 용기로: 2027 서울 WYD 주제 성구 묵상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청년들의 신앙과 예술적 시선을 통해 오늘날의 사회 문제를 성찰하고, WYD 주제 성구가 담고 있는 ‘진리’, ‘사랑’, ‘평화’의 가치를 시각예술로 표현하고자 기획됐다. 2021~2024년 ‘갤러리1898 성미술 청년작가 공모전’ 수상 작가인 김미소진·김민정·김용덕·김유경·김태희·김하현·김현진·박은혜·박해나·배요한·배진희·서예희·이산하·임성연·정소희·정은정·홍눈솔 작가 등 총 17명이 참여해 서양화, 한국화, 일러스트, 조형, 스테인드글라스 등 다양한 현대 성미술 작품 23점을 선보인다. 김미소진(마리아·31·수원교구 분당성요한본당) 작가는 다양한 하느님의 피조물이 서로를 소중히 여기며 함께 나아가는 모습을 <함께, 더 멀리!> 등에 담았다. <부르심의 흔적> 등을 작업한 박은혜(로사·41·서울대교구 용마산본당) 작가는 “예수님은 작은 겨자씨는 자라서 큰 나무가 되고, 그 가지에는 하늘의 새들이 깃든다고 말씀하셨다”며 “그 말씀처럼 작고 미약해 보이는 신앙의 응답도 하느님 안에서 자라 열매를 맺는다는 믿음을 담았다”고 전했다. 개막식은 7월 5일 오후 2시에 열리며, 전시 기간 중에는 청년작가들에게 직접 작품에 관해 들을 수 있는 ‘성미술 청년작가와의 만남’, ‘나무에 용기 메시지 적기’ 등의 참여 프로그램과 함께 2027 서울 WYD 홍보 부스 운영 등 부대 행사도 마련된다. 정순택 대주교는 “2027 서울 WYD는 우리가 이루려는 진정한 화해와 평화의 의미, 그리고 그리스도를 통해 선포된 하느님의 사랑이 비그리스도교 문화 안에서도 여전히 참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증거하는 기회”라며 “이번 전시는 젊은이들이 교회와 세상을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는 WYD의 구체적인 여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직위 사무총장 양주열(베드로)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전하신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는다’(로마 5,5)는 말씀처럼 2027 서울 WYD의 영성적 주제인 진리, 사랑, 평화에 대한 희망은 젊은이들을 부끄럽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작품으로 전하는 청년 17명의 고백이 온 세상에 전달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주제 성구는 생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선택한 구절로,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고 분단 현실을 안고 있는 한국교회, 그리고 오늘날의 청년들이 처한 상황을 깊이 이해하고 위로하는 뜻이 담겨 있다.

발행일 2025-07-06 제3449호 14면

경북 칠곡서 7월 11~13일 가톨릭 축제 ‘홀리 페스티벌’ 열린다

경북 칠곡군(군수 김재욱)이 주최하는 가톨릭 문화축제 ‘홀리 페스티벌’이 7월 11일부터 13일까지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수도원장 박현동 블라시오 아빠스) 일대에서 열린다. 홀리 페스티벌은 칠곡 지역의 풍부한 가톨릭 문화유산과 관광을 연계한 축제로, 명칭 역시 휴일을 뜻하는 ‘홀리데이’(Holiday)와 ‘신성한’을 의미하는‘홀리’(Holy)를 결합한 중의적 표현에서 착안했다. 관광객들에게 신성한 안식과 재미를 동시에 제공하는 행사로 기획됐다. 신성한 안식과 즐거움을 동시에 제공하는 이 축제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왜관 수도원과 가톨릭 고유 문화를 새로운 세대에 소개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페스티벌은 구 왜관성당을 ‘빛의 성당’으로 구현하는 미디어 파사드(Media Facade) 공연, 공동체의 삶이 깃든 공간을 수도자와 함께 둘러보는 수도원 투어, 미사 체험, 파이프오르간 연주, 테라스 음악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 이밖에도 보이는 라디오, 감성 버스킹, 왜관스테이 ‘갓생살기’, RPG 형식의 ‘피정의 집의 비밀’, 가수 소향과 DK의 축하 공연도 예정돼 있다. 특히 페스티벌 마지막 날인 13일 오후 8시에는 구(舊) 왜관성당에서 ‘이해인(클라우디아) 수녀의 홀리한 토크콘서트’가 열린다. 이 자리에는 생활성가 가수 김정식(로제리오) 씨와 테너 송봉섭(요한) 씨도 함께해 아름다운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또한 구 왜관성당 앞마당에서는 수도복 입어보기 체험, 십자가 휴대전화 거치대 만들기, DIY 오르골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부스와 먹거리 잔치도 마련된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이번 페스티벌은 종교를 넘어 칠곡의 독특한 문화적 정체성을 담은 행사로, 앞으로 지역 고유의 브랜드 자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발행일 2025-07-06 제3449호 14면

한국교회 기초 세운 민족운동가 ‘서상돈’, 전시로 만난다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상임대표 이명식)는 민족운동가이자 대구대교구 기초 마련에 지대한 공을 세운 서상돈(아우구스티노·1850~1913) 선생의 정신을 되새기는 ‘서상돈과 아우스딩 젤마나 종(鐘) – 울림, 나눔, 나라사랑’ 기획특별전을 연다. 서상돈 선생 112주기 서거일인 6월 30일부터 10월 27일까지 대구 동인동2가 국채보상운동기록전시관 1층에서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서상돈 선생의 신앙, 그리고 사회적 연대를 통해 보여준 책임과 나눔 정신을 ‘아우스딩 젤마나 종’이라는 상징을 중심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국채보상운동기록물과 함께 펼쳐나간다. 전시의 주요 소재인 아우스딩 젤마나 종은 2023년 새 종을 축복하기 전까지 대구대교구 주교좌계산대성당에 120년 동안 설치돼 있던 종으로 알려져 있다. 제8대 조선대목구장 뮈텔 주교의 기록에는 대구본당(현 주교좌계산본당)이 기존 한옥식 성당을 화재로 잃은 뒤 1903년 뮈텔 주교 주례로 새 성당을 봉헌하면서 아우스딩 젤마나 종도 함께 축복했다고 나온다. 종은 노후화로 파손된 부분을 복원하는 작업을 거쳐 7월초부터 관람객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전시는 이외에도 ▲서상돈 선생이 보부상에서 시민 실천가로 변화하는 과정 ▲대한민국 근대사의 중요한 이정표이자 전국으로 퍼져갔던 국채보상운동의 연대 움직임 등을 보여 준다. 아울러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각자가 어떤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콘텐츠에도 참여할 수 있다. 관람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토요일과 주일은 오후 5시까지 가능하다. 입장료는 무료. ※ 문의 053-257-0221 국채보상운동기록전시관

발행일 2025-07-06 제3449호 14면

소프라노 임선혜와 함께하는 2025 희망나눔콘서트 개최

세계적인 소프라노 임선혜(아녜스)와 국내외에서 활동 중인 클래식 음악가들을 만날 수 있는 나눔의 음악회가 열린다. ‘2025 희망나눔콘서트(이하 희나콘)’가 7월 3일 춘천교구 임당동성당·강릉 갈바리의원, 7월 6일 서울대교구 가회동성당에서 각각 개최된다. 희나콘은 ‘아시아의 종달새’로 불리는 임선혜 소프라노와 신자 클래식 음악가들이 모여 사랑 안에서 재능을 나누는 뜻깊은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는 음악감독 정유리(마리아), 피아니스트 원재연(베드로), 바이올리니스트 조민창(바르틀로메오), 비올리스트 문정민(스테파노), 첼리스트 이호찬(요한 사도) 등이 참여한다. 공연을 기획한 임선혜 소프라노는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독일 카를스루에 국립음악대학 등을 거쳐 뉴욕필하모닉, 뮌헨필하모닉 등과 함께하며 26년째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임 소프라노는 “희나콘을 매개로 하느님 덕분에 쌓은 성취를 더 많은 이에게 전하고, 아름다운 음악으로 삶의 희망을 전하고자 한다”고 희나콘 개최 취지를 밝혔다. 2009년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처음 열린 희나콘은 2013년부터 수원교구 사회복지회 둘다섯해누리, 수원교구 광남동성당, 가톨릭대학교 등으로 무대를 넓히며 나눔을 실천해 왔다. 주최 측의 초대로 이뤄지는 ‘희망공연’으로 수익금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연을 접하기 어려운 사회복지기관과 지방 본당 등을 찾아가는 ‘나눔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입력일 2025-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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