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주보성인 ‘평화의 모후’는?

수원교구는 지난 6월 5일 공문을 통해 올해부터 매년 7월 9일에 교구 주보 성인 ‘평화의 모후’ 대축일 미사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교구의 주보 성인인 ‘평화의 모후’에 대해 알아본다. ■ 평화의 모후이신 마리아 우리가 하루 3번 삼종기도를 통해 되새기듯이 성모 마리아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을 낳으리라는 잉태 예고를 받았을 때,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고 응답해 예수님의 어머니가 됐다. 성모 마리아는 온전한 마음으로 하느님의 구원 의지를 받아들임으로써 ‘온 인류를 위한 구원의 원인’이 된 것이다. 그래서 교회는 성모 마리아가 하느님의 어머니이며, 평생 동정이고, 원죄 없이 잉태됐으며, 하늘로 불림을 받았음을 믿으며 특별히 공경한다. 이런 믿음은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우리 신앙을 밝혀주는 등불 같은 역할을 한다. 성모 마리아가 ‘평화의 모후’라 불리는 것도 마리아가 ‘평화의 왕’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의 어머니가 됐기 때문이다.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권고 「마리아 공경」을 통해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이기도 한 1월 1일이 ‘세계 평화의 날’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날은 갓 태어나신 평화의 왕을 경배하고, 천사가 전해 준 기쁜 소식을 다시 한번 들으며, 평화의 모후를 통해 하느님께 평화의 고귀한 선물을 청하는 좋은 기회가 된다.” 바로 교회가 성모 마리아를 평화의 모후로 여기는 이유다.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님은 “평화가 너희와 함께!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요한 20,21)라고 하시며 우리가 평화의 사도가 되어 주님의 평화를 선포하도록 했다. 성모 마리아는 평화의 왕인 예수님을 잉태해 낳음으로써 세상에 그리스도의 평화가 올 수 있도록 했을 뿐 아니라 예수님이 온 인류의 구원을 위해 자신을 희생 제물로 바치신 십자가 아래 서 있었고, 스스로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 평화의 사도로 살아갔다. 그래서 제1차 세계대전이 가져온 혼란과 폐허를 딛고 평화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던 베네딕토 15세 교황은 성모호칭기도에 ‘평화의 모후여’를 추가해 신자들이 평화의 모후에게 전구를 청하며 기도하도록 하기도 했다. 성모 마리아는 승천 이후에도 세계 여러 곳에 발현해 ‘평화의 모후’로서 사람들을 가르쳤다. 특히 1917년 포르투갈 파티마에 발현한 성모 마리아는 ‘평화의 모후’로서 사람들에게 세계 평화를 위해 기도하라고 요청했다. 성모 마리아는 5~10월 6차례에 걸쳐 발현하면서 세계 평화를 위해 매일 묵주기도를 바치고, 죄인을 위해 희생하며, 성모성심을 공경하라고 전했다. ■ 교구의 주보 성인인 평화의 모후 교구는 1977년 5월 18일 조원동주교좌성당을 신축·봉헌하면서 교구의 주보를 평화의 모후로 정했다. 당시 교황청 인류복음화성(현 교황청 복음화부) 장관 아넬로 로씨 추기경은 7월 9일 평화의 모후 축일에 「수원교구 새 주교좌 및 준주교좌성당 인준 포고문」을 발표,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 마리아를 수호자로 모신 새 성당에 주교좌를 두도록” 인준했다. 교구 새 주교좌의 주보 성인을 ‘평화의 모후’로 삼으면서 교구의 주보도 ‘평화의 모후’로 정해졌다. 1969년 2월 14일 「전례력의 보편규범과 세계 교회의 새 축일표」를 승인하는 성 바오로 6세 교황의 자의교서에서 평화의 모후 축일은 사라졌지만, 교구는 7월 9일을 공식적인 교구 주보 축일로 지내왔다. 교구는 정자동주교좌성당을 새 주교좌로 삼고, 조원동주교좌성당을 공동주교좌성당으로 정하면서도 ‘평화의 모후’ 대축일 미사를 조원동주교좌성당에서 거행해 왔다. 교구는 1990년 시행공문을 통해 “수원교구의 수호자이시며 조원동공동주교좌성당의 주보이신 평화의 모후 축제를 조원동공동주교좌성당에서 이날을 대축일로, 이 외의 수원교구 각 본당과 수도회 및 기관에서 축일로 지내기로” 했다. 또한 교구는 2006년 5월 1일 심순화(가타리나) 작가의 작품 ‘평화의 모후’(2006·수원교구 소장)를 교구 주보인 ‘평화의 모후’의 성화상으로 공식 인준하기도 했다. 현재 교구청 2층에 걸려있는 작품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심으로 얻은 부활의 생명으로 평화를 표현했다. 성화 속에 둥글게 그려진 십자나무는 그리스도의 죽음으로 새 생명(평화)이 태어나고 하늘과 땅이 하나 됐음을 강조했다. ‘평화의 모후’인 성모 마리아는 이 평화와 새 생명을 인류에게 전하고 호소하는 역할로 묘사된다. 성모 마리아의 좌우로 자리하고 있는 12천사는 12사도를 의미하며, 동시에 십자가에서 흘러나온,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를 상징한다. 또한 기도하는 천사와 아이들은 평화를 염원하는 전 인류의 심정을 표현한다. 교구는 해마다 7월 9일에 교구 주보이신 ‘평화의 모후’ 대축일 미사를 봉헌해 왔지만, 2014년부터 7월 9일의 대축일 미사를 중단했다. 대신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이자 평화의 날인 1월 1일에 ‘평화의 모후’의 의미를 담아 미사를 거행했다. 따라서 이번 재개된 평화의 모후 대축일 미사는 10년 만에 열리는 교구 주보 ‘평화의 모후’를 기념하는 축제다. 교구는 ‘평화의 모후’ 미사를 올해부터 교구 내 전체 본당에서 7월 9일 당일에 봉헌하기로 결정했다. ‘전례력과 축일표에 관한 규범’에 따르면 ‘교구 수호자(주보)의 축제’는 ‘대축일’로 지낼 수 있다.(전례력 규범 52항, 59항 참조; 전례일의 등급순위 4항, 8항 참조)

2024-07-07

[2023 교구 통계 분석] 신자 수 늘었지만 젊은 층 비율 낮고 냉담교우 증가

「2023 수원교구 통계」가 6월 5일 교구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됐다. 교구 통계에는 2023년 한 해 동안 신자 수와 성사사목 등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알 수 있는 통계들이 담겼다. 「2023 교구 통계」 내용을 살펴본다. ▶ 2023 수원교구 통계 바로보기 ■ 교구 개황 2023년 교구 신자 수는 95만3150명으로 집계됐다. 신자 수는 전년에 비해 8343명 증가했지만, 인구 대비 신자비율은 10.75%로 전년보다 0.24%p 감소했다. 교구 성직자 수는 주교 4명, 교구 소속 신부 573명, 봉헌생활회 소속 신부 77명, 사도생활단 소속 신부 3명이다. 수도자는 수사는 69명, 수녀는 1185명이다. 교구 내 본당은 222곳, 공소는 18곳이다. ■ 신자 수 교구 신자 수는 50~60대가 가장 두터운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30대 미만 청소년·청년층은 여전히 그 수가 적었다. 5세 단위로 연령별 신자를 살폈을 때 수가 가장 많은 세대는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60~64세(8만8051명)였다. 그 다음으로 50~54세(8만6360명), 55~59세(8만3637명)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40~44세가 7만9095명, 45~49세가 7만4178명으로 수가 많아 50~60대 다음으로는 40대가 많았다. 반면 0~4세 신자 수는 90~94세 신자 수(9229명)의 절반 수준인 4525명으로, 80세 미만 신자 중에서 신자 수가 가장 적었다. 0~4세 다음으로는 5~9세(1만5436명), 10~14세(2만7189명), 15~19세(3만2696명)가 차례로 적은 수를 보였다. 증감면에서는 80세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전년도에 비해 전반적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단 이 수치는 「2022 교구 통계」에서 생긴 연령 오차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2 교구 통계」에서는 차세대 본당양업시스템 도입에 따른 전산상 오류로 ‘신자 구분’에서 신자들이 연령이 한 살씩 증가하는 오차가 발생한 바 있다. 성별에 따른 신자 수는 여성 신자가 54만1022명이고, 남성 신자가 41만2128명이었다. 교구 성직자의 경우 40~44세(87명), 30~34세(83명), 45~49세(69명), 35~39세(68명)으로 30~40대의 수가 많았다. ■ 성사 2023년 세례성사를 받은 이는 8190명으로 전년도보다 1470명 늘었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1만296명에 비하면 적은 수다. 세례자를 연령별로 봤을 때 2613명이 유아세례를 받으면서, 0~4세(1486명), 5~9세(1117명)가 가장 수가 많았고, 일부가 유아세례자에 해당하는 10~14세(552명)가 뒤를 이었다. 어린이를 제외한 세대에서는 40~44세(473명), 50~54세(466명), 55~59세(433명) 순으로 세례자 수가 많았다. 혼인은 성사혼이 603건, 관면혼이 1170건으로 전체 혼인은 지난해(1520건)보다 253건 증가했다. 그러나 관면혼율이 65.99%에 달했다. 관면혼율은 2020년 62.85%에서 2021년 63.14%, 2022년 63.52%로 꾸준히 늘어나다, 지난해 크게 늘었다. 견진성사는 5207명, 병자성사는 2855명, 첫영성체는 3241명를 받아 전반적으로 성사 인원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견진성사의 경우 팬데믹 이전인 2019년(9945명)의 절반을 조금 넘어선 수준이었다. 주일미사 참례자 수는 평균 14만970명으로 마찬가지로 전년도(11만8059명)보다 증가했다. 주일미사 참례율은 11.80%다. 그러나 2019년 주일미사 참례자 평균(18만5981명)에 비하면 63%정도에 그쳤다. 한 해 동안 영성체를 한 신자의 연인원은 991만3555명이고, 고해성사를 한 신자의 연인원은 54만8173명이었다. 판공성사는 부활에 13만1954명, 성탄에 13만1387명으로 집계됐다. 판공성사 대상자에 대한 참여 비율은 각각 부활 22.69%, 성탄 23.23%다. 전년도 부활 10만2591명(19.95%), 성탄 11만477명(21.32%)보다 회복되고 있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2019년 판공성사 참여 비율은 부활 33.80%, 성탄 31.67%였다. 냉담 교우의 수는 주소 확인 23만4998명, 거주 미상 32만9967명이었다. 신자 총수에 비하면 각각 25.33%, 36.26%다. 여러 성사 참례자 수가 늘어나는 모습이 보이는 것과는 달리, 냉담 교우의 수는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 신자 단체·주일학교·사업 교구 내 단체 현황은 레지오 마리애가 4만458명, 마리아사업회 207명, 성빈첸시오아바오로회 482명, 성령쇄신봉사자협의회 850명, 지속적인성체조배회 1637명으로 집계됐다. 또 꾸르실료에는 321명, 성령쇄신운동 연수에는 1628명, 성서사도직에는 3만3057명이, 교구나 공식기관이 운영한 신앙강좌에는 5만2794명이, 피정에는 1만8344명이, 혼인강좌에는 1384명이, 매리지엔카운터에는 242명이 참여했고, 교회 기관에서 주최한 강연·연수·심포지엄 등에는 6만5331명이 참석했다. 교구 내 본당에서 주일학교에 등록한 청소년은 초등부 1만1830명, 중등부 3905명, 고등부 1992명이었다. 주일학교 등록인원은 팬데믹이 시작돼 등록인원이 급감한 2020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왔으나, 2023년은 전년도(초등부 1만1681명, 중등부 4043명, 고등부 2495명)에 비해 중등부와 고등부 등록인원이 감소했다. 주일학교 교사 수는 초등부 1389명, 중등부 575명, 고등부 335명이었다. 지난 한 해 동안 교구 내 3곳의 병·의원과 1곳의 종합병원에서는 91만2760명의 환자를 치료했고, 9개 상담소에서는 3639명의 상담이 진행됐다. 교구 내 37개 본당이 운영하는 노인대학에는 2395명이 참여했다. 또 교구 내 139개 사회복지시설 생활자 및 이용자는 85만9145명이었다.

2024-06-23

땀의 순교자 발자취 따라 가경자 시복 시성 기원

6월 15일은 가경자 최양업(토마스) 신부의 선종 163주기이다. 주교회의(의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는 올해부터 최양업 신부의 선종일을 ‘전구 기도의 날’로 지내기로 정하고,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시복 시성을 위해 전구 기도를 바치자고 권고했다. 전구 기도의 날을 맞아 최양업 신부를 기억할 수 있는 순례지들을 방문해 보면 어떨까. 교구 내 최양업 신부 관련 순례지들을 소개한다. ■ 수리산성지 - 아버지 최경환 성인이 만든 교우촌 수리산성지는 최양업 신부의 아버지 최경환(프란치스코) 성인이 이주해 교우촌을 형성한 곳이자, 최경환의 묘소가 있는 곳이다. 충남 청양군 농암리 다락골에 살던 최경환의 가족은 신자들이 많이 살고 있어 신앙생활을 하기 좋은 서울 벙거지골로 이주했다. 그러나 박해가 심해지자, 강원도와 경기도 내 곳곳을 전전하다 최양업 신부가 신학생으로 선발돼 유학길에 오를 무렵, 수리산에 정착했다. 최경환이 이곳에 정착하자 여러 신자들도 함께 수리산에 모이기 시작하면서 교우촌이 형성됐다. 최경환은 교우촌 회장을 맡으면서 신자들과 함께 담배를 재배하며 생계를 꾸리고, 활발한 선교활동과 신앙생활을 이어 나갔다. 최양업 신부의 서한에 따르면 최경환은 흉년이 들면 주변에 사는 가난한 이들을 백방으로 도와주고, 과일을 추수할 때가 되면 가장 좋은 것을 골라 이웃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눴다. 뿐만 아니라 남들이 탄복할 만큼 형제들과 화목하게 살았고, 어머니에 대해서는 가장 다정한 효도로 섬겼으며, 아랫사람들에 대해서도 자상하게 보살펴 주었으며, 매일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아무리 바쁜 날이라도 신심 독서를 중단하지 않았고, 아침·저녁기도를 가족 모두와 함께했다고 한다. 1839년 기해박해가 일어나자, 포졸들이 수리산을 찾아 40여 명의 신자들을 체포했다. 당시 최경환의 아내 복자 이성례(마리아)는 포졸들에게 줄 밥상을 차리고 최경환은 포졸들을 반갑게 맞이했다고 한다. 붙잡힌 최경환은 모진 고문 끝에 1839년 9월 12일 옥사로, 이성례는 1840년 1월 31일 당고개에서 참수로 순교했다. 사제품을 받고 조선에 입국한 최양업 신부는 수리산을 방문할 때마다 최경환의 묘소에서 기도했다고 전해진다. ☞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병목안로 408 ■ 손골성지 - 선교사들과 공감하며 긴밀히 친교 손골성지는 박해시기 교우촌이 있던 곳으로 서양 선교사들이 우리나라의 언어와 풍습을 익히던 성지로, 최양업 신부도 선교사들과 함께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다. 손골에 교우촌이 형성된 것은 1839년 기해박해 무렵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 교우촌은 당시 조선에 파견되던 파리 외방 전교회 선교사들이 조선의 문화와 환경에 적응하고 선교준비를 하도록 돕는 역할을 했다. 성 다블뤼 주교를 비롯해 성 도리 헨리코 신부, 성 오메트르 베드로 신부 등 많은 선교사들이 손골을 거쳤다. 선교사들이 상주하고 있던 만큼, 사목의 중심지기도 했다. 성 베르뇌 주교는 오메트르 신부에게 “손골과 가까운 고을 4곳을 사목하라”고 명했고, 오메트르 신부는 손골을 중심으로 미리내, 무량골, 소내실 등 교우촌을 사목했다. 손골은 파리 외방 전교회 선교사들과 긴밀한 친교를 이루던 최양업 신부도 머물던 곳이다. 최양업 신부는 조선 입국 후 손골에 묵고 있던 페롱 신부를 만나 조선에서 사목활동을 펼치는 데 따르는 어려움과 외로움에 대해 서로 공감했다. 최양업 신부는 1857년 9월 14일 르그레즈와 신부에게 보낸 편지에서 “저는 두 번이나 페롱 신부님을 찾아가서 여러 날 묵었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신부님이 미리 알려주신 덕분으로 페롱 신부님을 잘 알고 있었고, 페롱 신부님도 저의 외로운 처지를 잘 알고 있었으므로 서로 우정을 느꼈다”며 “또 우리가 인연으로 함께 묶여있음을 미리 맛보고 있는 터였기에 우리는 주님 안에서 기쁨을 함께 나눴다”고 손골에서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손골은 30년 가까이 신자들과 선교사들의 터전이 된 곳이었지만 1866년 병인박해로 스러지고 만다. 병인박해 당시 손골을 사목하던 도리 신부는 교우촌 신자들을 모두 떠나게 한 뒤 홀로 손골에 남아있다 체포돼 순고했다. ☞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동천로437번길 67 ■ 한덕골 사적지 - 형제들과 해후하고 성사 집전한 장소 한덕골 사적지는 인근에 자리한 미리내성지, 은이성지 등과 마찬가지로 박해를 피해 산속으로 숨어든 신자들이 모여 만든 교우촌이었다. 한덕골은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가 은이공소에 정착하기 전에 머물렀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솔뫼에 살던 김대건 신부의 가족은 정해박해 당시 박해를 피해 서울 청파동으로 갔다가 한덕골에 머물렀다고 한다. 김대건 신부 일가의 족보에 따르면 김대건 신부의 조부 김택현과 숙부 김제철의 묘가 한덕동에 있다고 기록돼있다. 또한 한덕골 교우촌은 최양업 신부가 머무르며 형제들과 해후한 곳이기도 하다. 최양업 신부의 둘째 큰아버지인 최영겸(베드로)은 가족들과 함께 1837년부터 정착해 살았다. 기해박해로 최양업 신부의 부모인 최경환과 이성례가 순교하자 최양업 신부의 막냇동생 최신정은 큰아버지가 살고 있는 이 한덕골로 와서 생활했다. 1849년 사제품을 받고 이듬해 귀국한 최양업 신부는 한덕골을 찾아 동생과 상봉하고, 이후에도 이곳에 들러 성사를 집전하곤 했다고 전해진다.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묵리 619-1

2024-06-09

마음껏 뛰놀며 말씀 매력에 푹 빠진 ‘축제’

수원교구는 5월 19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경기도 평택시 송탄로 51 효명중학교 교정에서 ‘아이들아 와서 내 말을 들어라’(시편 34,12)를 주제로 제3회 어린이 성경 페스티벌을 열었다. 어린이 성경 페스티벌의 이모저모를 전한다. 38개 본당 어린이 1100여명 참가 역대 가장 큰 규모로 축제 진행 세계 어린이의 날 함께 기념하며 다양한 체험 학습장·놀이시설 운영 ■ 역대 가장 큰 축제 이번 어린이 성경 페스티벌은 그동안 열린 어린이 성경 행사 중에서 가장 크고 성대한 축제였다. 어린이 성경 페스티벌은 2019년 6월 제1회 어린이 성경 잔치로 시작됐다. 제1회는 제2대리구 차원에서 열린 행사로 제2대리구 관할 본당인 21개 본당에서 400여 명의 어린이들이 함께한 자리였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2020~2022년은 어린이 성경 잔치를 열지 못했다. 거리두기가 완화되자 교구는 교구설정 60주년을 맞아 제2회 어린이 성경 잔치를 교구 차원으로 확대해 진행했다. 참가 어린이도 2배 이상인 900명으로 늘었다. 특별히 올해 어린이 성경 페스티벌은 보편교회의 제1회 세계 어린이 날을 함께 기념하는 축제로 마련됐다. 세계 어린이 날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복음의 기쁨을 어린이들과 나누기 위해 제정했다. 교황청은 5월 25~26일 로마에서 열리는 대회에 세계 많은 어린이들이 참여하길 바라는 한편, 각 교구 차원에서도 세계 어린이 날을 거행하길 요청한 바 있다. 세계 어린이 날을 기념하는 만큼, 어린이들의 호응도 역대 최대로 컸다. 이번 어린이 성경 페스티벌에는 38개 본당에서 참가 어린이 수만 1100여 명이었다. 축제 장소의 공간적 제약으로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다 보니 참가하고 싶었지만 아쉽게 참가하지 못한 본당들도 있었다. ■ 성경공부에 열정적인 어린이들 이번 어린이 성경 페스티벌에서는 성경공부를 향한 어린이들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그동안 공부한 성경에 관해 실력을 뽐내는 성경골든벨의 열기가 뜨거웠다. 교구 청소년국은 어린이 성경 페스티벌을 앞두고 지난 3월부터 예상문제집을 공유하고 어린이들이 성경을 공부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올해 성경공부 범위는 마르코복음과 요한복음으로 각 본당에서 치러진 예선을 통해 444명의 어린이들이 성경골든벨 현장 예선에 참여했다. 현장 예선에서는 OX퀴즈로 진행, 본선에 진출할 91명의 어린이를 선발했다. 성경골든벨은 예상문제집에 실린 200여 문제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의 성경공부 수준이 높아 어린이 성경 페스티벌을 주관한 제2대리구 청소년2국장 조성경(프란치스코) 신부는 “아이들이 성경을 통으로 외운 것 같아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깜짝 놀랐다”면서 “우리 아이들 공부 좀 적당히 시키라”며 농담 섞인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성경골든벨 결과 이윤호(유스티노·10·제1대리구 영통영덕본당)군이 1등을, 윤채령(에스테르·12·제1대리구 동탄반송동본당)양이 2등을, 이준성(요한 사도·12·제1대리구 매탄동본당)군이 3등을 차지했다. 성경골든벨 1등을 차지한 이윤호군은 “엄마와 함께 성경을 공부한 덕분에 성경골든벨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면서 “앞으로도 하느님 말씀을 소중하게 보물처럼 생각하고, 성경을 늘 곁에 두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 자유롭게 체험하고 즐기는 어린이들의 잔치 어린이 성경 페스티벌은 다채로운 체험 학습장을 마련해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원하는 체험 학습장을 방문하며 즐길 수 있도록 구성돼, 어린이들의 호응을 얻었다. 어린이 성경 페스티벌에 참가한 어린이들은 체험 학습장에 참여하면서 ‘탈렌트’를 얻고, 이 ‘탈렌트’로 놀이시설과 먹거리를 이용할 수 있었다. 체험학습장에는 기도 체험과 말씀 체험을 비롯해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의 생애가 담긴 ‘김대건 카드 놀이’, 미니골든벨 등 신앙 공부를 위한 프로그램 이외에도 이웃을 생각하고 사랑 실천을 고민할 수 있도록 장애 공감, 노인 체험, 생태환경 체험 프로그램 등도 운영됐다. 또 레트로 감성 놀이 체험, 흡연 예방 카드 놀이, 스포츠 체험 등의 프로그램도 운영됐다. 체험학습장에서 ‘탈렌트’를 획득한 어린이들은 다양한 즐길 거리를 통해 신나는 시간을 보냈다. 교구 청소년국은 어린이들을 위해 바이킹, 회전그네, 다람쥐통, 트램블린 등 놀이기구를 준비했을 뿐 아니라 뽑기, 미니 은총잔치를 통해 어린이들이 원하는 선물을 받아갈 수 있도록 했다. 또 어린이 성경 페스티벌의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인생4컷, 페이스페인팅 등도 운영했다. 그리고 먹거리 차량에서는 슬러시, 아이스크림, 소떡소떡, 닭꼬치, 닭강정, 음료 등을 받을 수 있었다. 조성경 신부는 “어린이 성경 페스티벌은 교구 어린이들이 성경을 주제로 즐기면서 배우고, 또 신앙생활 안에서 놀 수 있도록 마련한 자리”라면서 “이 시간을 통해 우리 어린이들이 예수님의 말씀에 아주 푹 젖어들 수 있는 그런 경험이 될 수 있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피드백을 통해 내년에는 더 풍성하고 풍요로운, 더 유익한 시간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2024-05-26

활기찬 사목현장 격려하고 현지 언어로 미사 봉헌 감동

수원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가 아프리카 남수단과 잠비아의 교구 선교지를 사목방문하고 5월 1일 귀국했다. 남수단 룸벡교구, 잠비아 솔웨지교구·은돌라교구 등지에서 이뤄진 사목방문의 모습을 전한다. ■ 남수단 룸벡교구 방문, 쉐벳본당 성당 봉헌식 거행 4월 13일 출국한 이 주교는 15~19일 남수단 룸벡교구 아강그리알본당과 쉐벳본당을 방문했다. 아강그리알과 쉐벳은 2008년 교구가 처음으로 피데이 도눔 선교사제를 파견한 선교지다. 특히 교구 선교사제들의 활동으로 2013년 본당으로 승격된 쉐벳본당은 4월 17일 이 주교 주례로 성당 봉헌식을 거행했다. 쉐벳본당은 설립 이후 교구 선교사제와 한국에서 파견된 봉사자들의 노력으로 2016년 400여 명의 신자를 수용할 수 있는 새 성당을 마련했다. 그러나 본당은 남수단 내전과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주교가 방문할 수 없는 시기가 이어지면서 봉헌식을 하지 못한 채 성당을 사용해왔다. 본당은 성당이 노후됨에 따라 성당 벽면을 벽돌에서 건축용 패널로 교체하는 개보수 공사를 진행해 지난 2월 완공했다. 이 주교 주례로 봉헌된 미사에는 룸벡교구장 크리스티안 칼라사레 주교를 비롯해 남수단 사제단이, 교구에서는 선교사제로 파견 중인 김기성(미카엘)·손명준(마르코) 신부와 이 주교와 동행한 해외선교실장 김동우(바오로) 신부, 교구 비서실장 문석훈(베드로) 신부가 함께했다. 이 주교는 아강그리알본당과 쉐벳본당 신자들뿐 아니라, 룸벡교구 사제단과 수도자들을 만나고, 관할지역 내 학교 학생들과도 만났다. 또 쉐벳 지역에 새롭게 건축되고 있는 성 유스티나 초등학교 공사 현장도 방문해 선교지의 교육사업을 독려하기도 했다. ■ 잠비아 마냐마본당 방문 미사 주례…솔웨이지교구장 등 만나 친교 다져 이 주교는 4월 26일 잠비아 솔웨지교구 마냐마본당을 방문, 마냐마본당이 운영하는 학교를 둘러보고 마냐마성당에서 미사를 주례했다. 현지 신자들은 평일 미사임에도 불구하고 600여 명이 미사에 참례해 성당을 가득 채웠다. 본당 신자들은 미사 중 염소, 닭 등 가축과 파인애플, 바나나 등 과일과 곡식을 봉헌하는 등 이 주교를 환영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이 주교는 미사 후 본당이 마냐마 지역의 위생을 위해 새로 지은 수세식 화장실 축복식을 집전하기도 했다. 마냐마본당은 원로사목자인 한상호(마르코) 신부의 선교를 계기로 2013년부터 피데이 도눔 선교사제를 파견한 선교지다. 현재 신동호(다윗) 신부가 선교하고 있다. 이어 이 주교는 솔웨지교구청에서 솔웨지교구장 찰스 조셉 삼파 카손데 주교를, 은돌라교구청에서 은돌라교구장 벤자민 피리 주교를 만나 교구 간의 친교를 더욱 돈독하게 했다. 또 은돌라교구 카사리아 생태 마을에서는 생태마을에 조성된 베네딕토 신학교를 비롯해 세인트존 공소, 도서관, 에코마을의 도움으로 건축된 도미닉병원 등에서 사목방문이 이뤄졌다. 카사리아 생태 마을은 성필립보생태마을(관장 황창연 베네딕토 신부)을 통해 ‘생태 마을 프로젝트’ 이뤄지는 곳으로, 교구는 2022년부터 선교사제를 파견해 카사리아 생태 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이 주교는 카사리아 생태마을에 건립된 베네딕토 신학교를 방문해 현지 신학생들을 격려하고, 생태마을에서 진행되는 무료급식 현장도 찾아 직접 현지 어린이들에게 식사를 나눠주기도 했다. 또 이 주교는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지만, 교육여건이 좋지 않아 영어로 소통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현지 신자들을 위해 세인트 존 공소에서 집전한 미사에서 현지인들이 사용하는 벰바어로 미사를 봉헌해 신자들에게 감동을 전하기도 했다. 잠비아 은돌라교구에는 천세영(임마누엘)·신종태(라우렌시오) 신부가 피데이 도눔 선교사제로 활동하고 있다. 이 주교는 “선교활동을 통해 많은 일들이 진행되고 있고, 아무 것도 없는 황무지였던 이곳에 또 하나의 기적이 이뤄지는 모습을 봤다”면서 “오히려 제가 많이 배우고 감사하고 은혜로운 시간이었다”고 이번 사목방문의 소감을 전했다. 또 이 주교는 “해외선교지에는 해야 할 일이 많이 있어 도움이 필요한데 “해외선교지를 사랑해 주시는 여러 은인과 후원자들께 너무 감사하다”며 해외선교에 영적·물적으로 함께하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 후원 계좌: 신협 03227-12-004926(예금주 (재)천주교수원교구유지재단) ※ 문의: 031-268-2310(수원교구 사무처 해외선교실)

2024-05-12

'쓱싹쓱싹' 소외된 보금자리 쓰다듬고 주님 사랑 함께 나눠요

이른 아침 작업복을 맞춰 입은 이들이 수원역 인근의 낡은 옛 교회 건물에 삼삼오오 모였다. 최근 노숙인쉼터로 개소한 ‘요한의 집’을 쉼터에 알맞게 개조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수하기 위해서다. 누구나 쉬고 싶은 주말, 부슬비를 맞으며 장비를 옮기고 작업 중 떨어지는 먼지를 마셔도 불평 하나 없다. 수원교구 조원동주교좌본당(주임 전삼용 요셉 신부)의 집수리 재능봉사단체 ‘사랑나눔봉사단’(단장 양진규 토마스)이다. 사랑나눔봉사단은 지난해 1월 창단돼 사정이 어려운 본당 교우들을 대상으로 집을 고쳐주고 있다. 동시에 지역사회 전반을 위한 봉사단으로 확장을 꾀하며 외부단체의 집수리 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이번 노숙인쉼터 집수리를 통해 창단 후 처음으로 주체가 되어 지역사회에도 이바지하는 봉사단체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날 봉사는 일반 봉사단체인 ‘나눔인테리어 협의회’와 ‘쟁이들 봉사단’도 참여했다. 사랑나눔봉사단이 SNS를 통해 함께 봉사할 기술자들을 모집했고, 이에 응답한 단체를 합쳐 총 25명이 모였다. 이 중에는 비신자 봉사자도 몇 있었다. 노숙인쉼터와 봉사단을 연결해 준 도시변방위원회 위원장 이준섭(도미니코) 신부도 봉사에 참여했다. 양진규 단장은 지원 나온 단체를 하나하나 소개하며 감사를 전했다. 양 단장이 사전 브리핑에서 유의할 사항을 검토하고 역할을 분배했다. 이어서 이준섭 신부의 기도와 강복으로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됐다. 봉사자 중에는 인테리어나 도배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인원도 많았다. 이날 봉사도 도배, 칠, 전기, 장판, 칸막이 설치 등으로 봉사자들은 각자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쳤다. 먼저 기존의 장판을 들어내고 곰팡이가 핀 벽지를 뜯어낸 뒤, 필요한 부분을 칠하고 도배했다. 한쪽에선 각종 장비로 천장 타일을 뜯어내 전기선을 새로 연결하기도 했다. 동시에 화장실 타일의 묵은 때도 비누칠을 해가며 벗겨냈다. 외부 복도는 물청소로 쌓인 먼지를 씻어내고, 내부와 연결된 문틀의 녹슨 부분과 각종 스티커 자국을 지우는 작업이 이뤄졌다. 작업하는 내내 단원들끼리는 물론이고 처음 만난 봉사자들끼리도 호흡이 척척 맞았다. 기술자가 아닌 봉사자들도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었다. 오후에는 장판을 다시 깔고, 사무실처럼 공간을 분리할 수 있는 칸막이를 설치했다.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과 벽을 청소하고 손이 안 닿는 부분은 호스를 이용해 물로 씻어냈다. 이날 보수한 건물은 현재 ‘노숙인쉼터’로 쓰이고 있다. 수원역에서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밥 나눔 봉사에 참여하던 센터장 박상길(요한)씨는 인근에 방치돼 있던 낡은 교회 건물을 매입해 ‘요한의 집’으로 정하고 3개월 전부터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한 끼에 20여 명의 노숙인이 센터에서 식사를 받아 간다. 박상길 센터장은 “고쳐야 할 부분은 많은데 비용 면에서 엄두를 못 내던 중 교구 도시변방위원회가 봉사단을 소개해 줬다”며 “아직 후원자도, 전담하는 봉사자도 없이 힘든 상황에서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도시변방위원회 이준섭 신부는 “지역 내 비신자 집수리 봉사단체는 주변에 꽤 있지만 본당에 소속된 봉사단체는 처음 본다”면서 “노숙인센터 수리가 필요하다는 소식을 듣고 수소문하던 중 조원동본당에 ‘사랑나눔봉사단’이 있다는 것을 듣고 추천했다”고 말했다. 집수리는 대부분 주말에 이뤄지는 데다가 이날의 경우 몸 쓸 일이 많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작업이라 지치기 쉬웠다. 하지만 봉사자들은 자신이 맡은 부분이 끝나도 빈 곳이 없는지 주변을 꼼꼼하게 살펴봤다. 일하는 중간 농담도 빼놓지 않았다. 봉사자들은 몸은 고돼도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말했다. 김이자(위비나) 부단장은 “처음 봉사를 시작했던 때는 너무 힘들어 작업이 끝나고 한 걸음도 못 뗄 정도였다”며 “그런데 바로 다음 모임 때 웬지 모르게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아 지금까지 계속하게 됐고, 꾸준하게 봉사하는 우리를 보며 동참하고 싶다는 신자들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김 부단장은 이어 “봉사는 물질적이고 일시적인 행복이 아니라 진정한 행복을 찾는 여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활동하는 데에 본당의 도움도 컸다. 봉사단 창단은 신자들의 아이디어였지만 대사회 활동을 장려하는 교구 사목 방침과도 일치해 본당 주임 신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후원금으로 유지하던 초기와 달리 지금은 운영이 어느 정도 안정화됐다. 사랑나눔봉사단은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봉사를 평신도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단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준섭 신부는 “사목 현장에 나가면 곰팡이 문제나 낡은 수도관 등 어르신들 건강과 직결된 문제가 있는 집을 많이 본다”며 “그런 면에서 평신도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가 사회적 필요성을 인식하고 봉사단을 결성한 것이 놀랍기도 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랑나눔봉사단은 집수리가 아니라도 단원들의 다양한 재능을 활용해 본당과 지역사회에 봉사할 예정이다. 또 봉사활동 범위를 다양화해 본당 청소년도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사랑나눔봉사단 봉사 문의 010-5578-5237 양진규 단장 ※ 요한의 집 봉사 및 후원 문의 010-7385-8953 박상길 센터장

2024-04-28

실의에 빠진 유가족 다독이고 약자의 편에서 정의 외치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온 국민을 충격과 슬픔에 빠뜨린 이 사건으로 희생된 이들 가운데 신자들 대부분이 수원교구 관할지역 주민이었다. 수원교구는 지난 10년 동안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유가족들 곁에 함께하며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왔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세월호 곁에 함께해 온 교구의 여정을 돌아본다. ■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다 수원교구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미사를 통해 추모하고 기억하고 기도해 왔다. 교구는 2014년 4월 23일부터 2018년 4월 13일까지 4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해 미사를 봉헌했다. 교구는 아직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위한 정부의 합동분향소가 조성되기 전인 2014년 4월 23일 제2대리구 와동성당에 임시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고 매일 오후 7시30분 미사를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위해 봉헌했다. 안산 화랑유원지에 정부가 마련한 합동분향소가 설치된 이후에는 분향소 옆에 콘테이너 건물로 천주교 부스를 만들어 미사를 이어 나갔다. 다른 종교 부스들은 세월호 참사 100일경에는 모두 퇴거했지만, 교구는 2018년 합동분향소 철거로 천주교 부스를 철거하기 전까지 매일 오후 8시 미사를 봉헌했다. ‘세월호 참사 교구 임시 대책위원회’를 구성한 교구는 매달 천주교 부스의 미사 주례 사제를 정해 미사가 끊이지 않도록 운영해 왔다. 또한 해마다 참사 당일에는 교구 차원의 세월호 참사 합동 추모미사를 거행했다. 교구는 세월호 참사 1주기 안산 화랑유원지 야외음악당에서 거행한 미사를 시작으로, 해마다 세월호 참사일 교구 차원의 미사를 봉헌했다. 또 참사일에 앞서 9일 동안은 모든 교구민들이 9일 기도를 바치며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도록 독려했다. 교구는 10주기는 맞는 올해도 9일 기도와 더불어 4월 12일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이용훈 주교 주례로 추모미사를 마련했다. ■ 유가족 곁에 함께하다 교구는 특별히 유가족 곁에 함께하고자 노력해왔다. 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팽목항과 진도체육관, 그리고 희생자가 가장 많았던 와동본당을 방문하고, 세월호 유가족 대표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총대리 이성효(리노) 주교 역시 세월호 참사 후 첫 주님 부활 대축일인 2014년 4월 20일 진도 실내체육관을 찾아 유가족을 위해 미사를 주례하고, 유가족들을 만나고 위로했다. 교구장대리 문희종(요한 세례자) 주교도 2015년 9월 10일 주교품을 받고 11일 오후 8시 주교로서 신자들을 만나는 첫 일정으로 세월호 합동분향소 천주교 부스 미사를 주례하고 유가족을 만났다. 문 주교는 참사 당시 교구 복음화국장으로 세월호 참사에 관한 교구의 활동을 주관한 바 있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해서도 유가족들과 함께 목소리를 냈다. 참사 당시 주교회의 정의평회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이용훈 주교는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 파행과 특별법 제정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세월호 참사에 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고, 교구 정의평화위원회도 4월 28일 성명을 발표한 이래 수차례에 걸쳐 정부에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해 왔다. 교구 사제단도 세월호 참사 1~3주기 등 참사일에 맞춰 한목소리로 사제단 공동성명을 발표해 세월호 참사 원인을 규명하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 것을 요구했다. 교구는 정의평화위원회 등을 통해 사회·정책적인 목소리를 내는 한편 유가족들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서도 노력했다. 교구는 2014년 12월 20일 생명센터를 개소, 미술활동이나 봉사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유가족들이 마음을 회복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왔다. 무엇보다 미사 때마다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모든 이들과 그 가족과 친구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고 있다. ■ 추모공간으로 기억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고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져 가자 교구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다. 수원가톨릭대학교는 2017년 4월 25일 팽목항에 있던 세월호 십자가를 교정에 이전, 설치했다. 이 십자가는 2015년 8월 3일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우리나라가 안전하고 평화로운 나라, 진실과 정의의 나라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진도 팽목항에 설치됐던 십자가다. 세월호 인양 후 팽목항 정비 작업으로 십자가를 철거하게 되자 수원가대가 받아들인 것이다. 또 2018년에는 안산대리구와 수원가대가 함께 합동분향소 철거로 갈 곳을 잃은 임마누엘경당을 수원가대 교정으로 옮겼다. 임마누엘경당은 예비신학생이었던 세월호 희생자 고(故) 박성호(임마누엘)군의 꿈을 대신 이뤄주고자 시민들이 힘을 모아 만든 목조 건물이다. 수원가대는 10주기를 맞아 낡은 경당을 대대적으로 보수해 경당이 더 오랜 보존될 수 있도록 했다. 수원가대는 신학생들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나아가 고통 받는 이들 곁에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 임마누엘경당과 세월호 십자가를 교정에 두고 추모공간을 조성했다. 추모공간은 신학교의 특성상 늘 개방되지는 않지만 사전에 수원가대에 문의하면 누구나 방문할 수 있다.

2024-04-14

시니어합창단 ‘베아띠’, 성음악으로 부활의 기쁨 만끽

“Kyrie, Kyrie eleison!”(키리에, 키리에 엘레이손!) 3월 20일 제2대리구청 지하 강당. 합창단의 장엄한 노랫소리가 울려 퍼진다. 미사곡 중 자비송이었다. 강당 문 너머로도 선명하게 들릴 정도의 성량과 목소리에 담긴 에너지에 한 번 놀란다. 그리고 문을 열어 노래를 부른 합창단의 모습에 한 번 더 놀란다. 평균나이 72세. 시니어들이 모여 만든 합창단 ‘베아띠’(지휘자 정애란 베로니카, 영성지도 김우정 베드로 신부)의 연습실 풍경이다. ■ 합창단으로 부활한 시니어 교회의 많은 봉사가 그렇지만, ‘성가대’는 시니어가 되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은퇴하게 되곤 한다. 성가를 부르는데 체력이 필요로 하다 보니, 젊은 세대들에 비해 성량 등이 약해지기도 하거니와 젊은 세대가 활동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도 받는다. 그래서 시니어 성가대를 구성하는 본당도 있지만, 시니어 성가대가 없는 본당에서는 수년에서 수십 년을 성가로 봉사하던 신자들은 봉사를 내려놓아야 한다. 교회 안에서 봉사의 주역이었던 시니어들은 ‘미사만 다니는 사람’ 혹은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됐다는 것에 소외감을 느끼기도 한다. 시니어합창단 베아띠가 창단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시니어가 교회에서 도움을 받아야 하고, 교회에 무엇을 해주길 바라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교회에 도움이 되는 역량 있는 봉사자들이라는 생각을 널리 퍼뜨리고자 시니어들이 모여 구성된 합창단이다. 2022년 11월 창단한 베아띠는 초기에 10여 명으로 시작해 현재 42명이 함께하고 있다. 베아띠는 ‘복된 사람들’이라는 뜻의 라틴어다. 도움을 받는 시니어가 아니라, 원숙한 경험으로 교회에 도움을 주는 시니어를 지향하는 베아띠. 그러다 보니 베아띠는 단순히 복지 차원에서, 혹은 친목 도모 차원에서 활동하는 합창단이 아니다. 입단비와 회비를 내는 것은 물론이고, 의상비, 공연장 대관료에 이르기까지 그 단원들이 직접 합창단을 위해 기부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베아띠 설립 초기부터 활동해 온 백봉희(루치아·79·제2대리구 분당이매동본당)씨는 “베아띠가 교회 안에서 봉사 기회를 주는 것 같아서 좋다”면서 “봉사하고 싶지만 나이 때문에 단체를 나가야 하는 분들이 많이 계신데, 베아띠 활동을 통해 나이가 많은 사람도 열심히 자기 삶을 가꾸는구나 하는 인식을 주고 싶고, 노래를 좋아하고 노래로 봉사하고 싶어 하는 시니어 분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 부활의 기쁨으로 노래하다 베아띠는 오는 9월 창단연주회를 열고자 준비하고 있다. 창단연주회에서 연주하게 될 주요 노래는 요제프 하이든이 작곡한 ‘불안한 시대를 위한 미사’(Missa in Angustiis, Hob.Ⅹ /11), 일명 ‘넬슨 미사곡’으로 불리는 노래다. 베아띠는 창단연주회 1부를 40여 분 동안 쉬는 시간 없이 크레도(Credo, 신경)를 제외한 미사곡 전곡을 연주할 계획이다. ‘넬슨 미사곡’은 곡 자체도 어려울 뿐 아니라 오케스트라의 반주와 함께 노래하는 곡이다 보니 합창단의 성량도 상당히 필요해, 기술과 체력을 모두 요구하는 고난이도의 곡이다. 젊은 사람들도 소화하기 어렵다 보니 보통 전례용보다도 연주용으로 많이 선택하는 곡이기도 하다. 베아띠는 창단연주회에 이 곡을 선보임으로써 시니어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시니어의 위상을 보여주고자 한다. 또 ‘넬슨 미사곡’은 작곡자 하이든 역시 시니어가 된 66세에 작곡한 곡이기도 해 의미를 더한다. 하이든은 화려하고 웅대할 뿐 아니라 긴장감 있는 이 미사곡을 선보이면서 노인의 작품이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젊고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베아띠는 창단연주회에서 1부에서는 ‘넬슨 미사곡’을 2부에서는 여러 종교음악과 대중에게 친숙한 가곡 8곡가량을 연주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에는 2박3일로 합숙도 진행했다.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연습하는 강행군이었지만, 단원들은 오히려 “젊어진 느낌이 든다”며 더 열정적으로 연습에 매진했다. 창단연주회 전 5월과 8월에도 합숙을 실시해 연주회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나갈 계획이다. 베아띠 단원 노준용(보나파시오·79·제2대리구 평촌본당)씨는 “단원분들이 기본적으로 오랜 기간 성가대에서 활동하셔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음악적 수준이 높다”면서 “베아띠에서 연습하면서 많이 배우고 지금도 하루가 다르게 제 실력이 높아지는 것을 느끼고 있어 연습할 때마다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창단연주회만이 아니다. 베아띠는 10월에는 이탈리아를 방문해 현지 여러 성당에서 버스킹 공연을 펼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밖에도 힘이 닿는 만큼 교회 내 곳곳에서 성가를 통해 봉사하면서 시니어의 역량을 보여주는 단체로 나아가고자 지향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정애란(베로니카·66·제2대리구 분당성마태오본당) 지휘자는 “합창단을 통해 좋은 노래를 들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교회 안에서 스스로 일어서는 바람직한 시니어 합창단의 모습을 보여 시니어에 대한 시선을 변화시키고 싶다”며 “늙었다고 해서 하느님을 멀리하는 게 아니고, 또 우리에게 부활의 신앙이 있듯이 부활의 기쁨으로 하느님을 찬미 찬송하고 싶다”고 전했다.

2024-03-31

[특집] 디딤길팀 이덕종 팀장 인터뷰

“저는 도보순례를 ‘발걸음기도’라고 부릅니다. 성지를 순례하며 걷는 것만으로도 기도가 되고 피정이 됩니다.” 디딤길팀 이덕종 팀장(알베르토·62·제1대리구 오산본당)은 “디딤길 도보순례는 복잡한 삶 한가운데서 치유를 얻고 힘을 얻는 피정”이라고 소개했다. 이 팀장이 디딤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2021년 코로나19로 많은 신앙활동이 중단된 상황 속이었다. 처음에는 장거리를 걷는 것이 힘들었지만, 어느샌가 디딤길의 매력에 푹 빠진 스스로를 발견했다. 무엇보다 디딤길을 걷는 일이 신앙생활뿐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힘을 주는 활동이 됐다. 특히 이 팀장은 “산티아고보다도 디딤길을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는 보통 특별한 기간을 정해 그 안에 완주하는 방식으로 순례한다. 그러나 디딤길은 일상 중에 시간을 내서 차근차근 순례를 이어나간다. 이렇게 조금씩 순교자들과 함께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 삶도 함께 변화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분들이 안전하게 도보순례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매월 2회 운영하는 도보순례도 이런 활동의 일환입니다.” 디딤길팀은 초창기에는 디딤길을 새로 개발하는 역할을 했지만, 현재는 지금 있는 코스를 잘 관리하고 개선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답사를 다니며 디딤길을 표시하는 안내 리본을 묶기도 하고, 길이 바뀌거나 주변 환경에 따라 기존코스를 수정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신자들을 초대해 함께 도보순례를 하고 있다. 더 많은 이들이 디딤길에 함께하길 바라서다. “많은 분들이 디딤길을 통해서 우리 교구를 살아간 순교자들의 신앙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2024-03-03

[하느님의 말씀 주일 특집] 성경 쓰는 본당들

조원솔대본당 성경필사방에서 신자들이 본당 설립 25주년 기념 전 신자 성경쓰기에 참여하고 있다. 조원솔대본당 제공 교구 내 본당들이 새해를 맞아 성경을 필사하며 하느님 말씀을 통해 본당과 가정의 성화를 이루고자 노력하고 있다. 교구 내 본당들은 어떻게 성경 필사를 펼치고 있을까. 가정 성화 위해 복음서 필사하는 본당들 올해도 많은 본당들이 성경필사를 펼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족 성경필사로 가정성화를 도모하는 본당들이 눈길을 끈다. 제1대리구 기안본당(주임 윤범진 도미니코 신부)은 새해를 맞아 ‘전반기 가족 성경필사’를 진행하고 있다. 본당은 가장 작은 교회인 가정 신앙의 기초를 튼튼히 하고자하는 취지로, 1월 1일부터 6월 16일까지 마태오·마르코·루카·요한복음에 이르는 4대 복음서를 가족이 함께 필사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특히 본당은 지난해 SNS를 활용, 묵상을 나누는 성경통독을 운영하는 등 지속적으로 하느님 말씀과 가까이하는 사목을 이어오고 있어, 새해와 함께 성경필사에 도전해보고 싶어 하는 가정들의 호응이 좋다. 제1대리구 보라동본당(주임 방상만 베드로 신부)도 지난 대림 시기부터 ‘우리 가족 사복음서’를 주제로 성경필사를 이어오고 있다. 본당은 가족과 함께 필사하며 ‘말씀으로 사는 가정’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성경필사에 동참하는 가정에 성경필사용지 30장을 제공하는 등 참여를 이끌고 있다. 기안본당 가정분과 장동주(율리아) 분과장은 “저도 가족 성경필사를 시작했는데, 직장을 다니고 있어 쉽지는 않지만, 가족과 함께 성경을 쓰면서 어디까지 썼는지, 무슨 내용을 썼는지 서로 물으며 하느님 말씀을 주제로 가족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기회를 통해 아이들이 말씀을 한 번이라도 적어보고, 또 부모님이 하느님과 가까워지기 위해 이런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분당성마태오성당에서 열린 본당 성경필사 전시회 모습. 분당성마태오본당 제공 다양한 성경필사 전개하는 본당들 제2대리구 분당성마태오본당(주임 최중혁 마티아 신부)은 올해를 성경필사 5개년 계획 중 3년 차로 보내고 있다. 본당은 2024년 성경필사 범위를 욥기에서 집회서에 이르는 ‘시서와 지혜서’로 삼았다. 본당은 필사를 완료한 신자들의 필사본을 제본해주고 해마다 12월 완성된 필사본들을 전시하며 성경필사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제1대리구 삼가동본당(주임 현영민 루도비코 신부)도 올해 1~11월 성경필사를 진행하고 있다. 본당은 ▲오경 ▲역사서 ▲시서·지혜서·예언서 ▲신약 등으로 단계를 구분해 각 단계마다 필사완료자들에게 축복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제1대리구 발안본당(주임 조영준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은 2024년 주일복음쓰기를 진행하고 있고, 제2대리구 성남고등동본당(주임 신윤섭 안셀모 신부)도 본당 주임신부 사목권고로 신약성경 필사를 권장하는 등 성경필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분당성마태오본당 교육분과 성나영(헬레나) 분과장은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을 위해 댁에 방문해서 필사본을 가져온 적이 있는데, 침대맡이나 책상에 항상 성경이 펼쳐져 있었다”면서 “늘 말씀과 가까이하는 모습을 봤고, 성경필사와 통독을 함께 하는 분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본당에서 3년째 성경필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신자분들이 처음에는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마음이 컸지만, 성경을 필사해 나갈수록 점점 더 겸손해지게 되는 것 같다는 소감을 말씀하신다”고 전했다. 2013년 10월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교구 설정 50주년 신앙대회 및 감사미사 중 186개 본당 신자들이 함께 쓴 대형성경필사본이 봉헌되는 모습.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공동체가 함께하는 성경필사 이렇게 많은 본당들이 성경필사에 열기를 띠는 것은 교구가 꾸준히 전개해온 성경필사 운동의 영향이 크다. 교구는 1994년부터 교구 차원의 성경필사 운동을 전개해왔다. 특히 1996년 신구약 완필자 65명에게 교구장 축복장을 수여한 이래, 해마다 교구 성경잔치에서 필사 성경을 전시하며 완필자들에게 교구장 축복장을 전달하고 있다. 교구 성경필사 운동은 개인 필사뿐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이어 쓰는 필사로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13년 교구 설정 50주년에는 교구 내 모든 본당 신자들이 함께 대형성경필사본을 봉헌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후로도 교구 내 본당들은 본당 설립 기념 등 공동체에 의미 있는 시기에 전 신자가 함께 성경쓰기를 실시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도 본당 설립을 기념하면서 전 신자 성경쓰기를 진행하는 본당들이 있다. 제1대리구 조원솔대본당(주임 유해원 다니엘 신부)은 본당 설립 25주년을 준비하면서 전 신자 성경필사를 진행하고 있다. 본당 교리실을 성경필사방으로 꾸미고 2024년 1년 동안 신자들이 자유롭게 방문하며 성경을 필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본당 성경필사방은 최대 6명이 각자 자기가 원하는 성경 부분을 필사할 수 있도록 조성됐다. 또 제1대리구 비전동본당(정연혁 베드로니오 신부)과 제2대리구 월피동본당(주임 이건복 바오로 신부)은 본당 설립 30주년을 기념하면서 전 신자가 함께 필사를 통해 본당의 성경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조원솔대본당 신미숙(데레사) 총무는 “소공동체별로 나눠서 쓰면 더 빨리 쓸 수 있겠지만, 성당 모든 신자들이 함께했으면 하는 취지로 본당 차원에서 성경필사방을 조성했다”며 “일부러 찾아와 필사하시는 분부터 성체조배, 미사로 성당을 왔다가 쓰고 가는 분들도 있고, 주일학교 어린이들도 참여하고 있어 신자들의 호응이 높다”고 밝혔다.

2024-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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