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오전동본당 재능기부팀 “한 땀 한 땀 기도로 만든 성물, 신앙에 도움 되길”

수원교구 제1대리구 오전동성당 성물방에는 손뜨개로 만든 성모님과 묵주, 퀼트 책커버 등 예쁜 소품들이 진열돼 있다. 평일 오전 미사가 끝나고 성물방에 들어온 한 신자는 “조카가 첫영성체를 하는데 아이에게 어울리는 묵주팔찌를 만들어 주실 수 있냐”고 주문한다. 여느 성물방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본당에 손재주가 좋은 신자 6명이 모인 재능기부팀이 있기에 가능하다. 하느님이 주신 재능을 나누고자 모인 이들의 손끝에서, 신자들의 신앙생활도 조금씩 더 아름답게 빚어지고 있다. 기도로 만든 성물, 신자들 신앙에 활력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신자들이 떠난 성당에는 온기가 사라졌다. 신자들의 발길이 끊긴 것은 성물방도 마찬가지였다. 2022년 무렵, 본당 성물방장이었던 홍영(루치아) 씨는 성물방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수세미 등 일상용품을 만들어 판매했다. 그리고 주변에 손재주가 좋다는 신자를 섭외해 함께 성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성물뿐 아니라 손으로 만든 예쁜 일상용품이 있으면 신자들이 성물방을 찾아주실 것 같아 혼자 수세미를 떠 판매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손뜨개, 캘리그라피, 퀼트 등 손재주가 좋은 신자들을 알게 돼 함께 해보자고 제안했죠.” 재능기부팀에서 손뜨개를 담당하는 장영애(루치아) 씨는 홍 씨의 제안을 받고 기쁜 마음으로 합류했다. “오랫동안 냉담하다 다시 성당에 돌아와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싶어 혼자서 손뜨개로 묵주를 만들었어요. 홍영 자매님이 제가 직접 만든 가방이나 주머니를 보더니 재능기부팀을 만들어 보려는데 함께해 보자 하셨죠. 더 많은 신자에게 제가 만든 성물을 선물하고 싶어 팀에 합류했습니다.” 온라인에서 퀼트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최윤정(율리아) 씨는 퀼트로 만든 가방이나 휴대전화 주머니, 책 커버 등을 성물방에 내놓고 있다. “온라인 판매용 제품을 더 많이 만들면 이익을 더 얻을 수 있겠지만, 값을 적게 받더라도 성물을 만들 때 마음이 더 행복합니다. 기도할 때 쓰는 물건을 만들기 때문에 저도 늘 기도하면서 제품을 만들어요. 하느님이 주신 재능을 좋은 곳에 쓸 수 있다는 것이 큰 기쁨입니다.” 성물방 한쪽에는 재능기부팀이 만든 제품을 판매하는 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다. 캘리그라피, 뜨개, 퀼트, 자수를 담당하는 팀원 6명이 만든 제품들은 기성품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기도와 함께한 정성이 성물 안에 담겨 있다. 미사 때, 혹은 소공동체 활동을 하며 얼굴을 아는 신자들이 쓸 성물이기에 재능기부팀이 성물을 만드는 손끝에는 정성이 더해진다. 물건의 판매 수익금 10%는 본당에 기부한다. 성당 곳곳에 아름다움 불어넣어 지난 어버이날에는 특별한 카네이션이 본당 어르신 가슴에 달렸다. 홍영 씨가 손뜨개로 만든 꽃 모양 브로치를 선물한 것이다. 홍 씨는 “손뜨개나 캘리그라피 등으로 만들 수 있는 기념품이 다양하기 때문에 성당에 행사가 있을 때 늘 재능기부를 한다”며 “첫영성체를 하는 분들, 새로 전입한 신자에게 이니셜 묵주를 만들어 선물해 드리거나 세례식 때 성경 말씀을 캘리그라피로 적어 드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장 씨는 2년간 성당에서 뜨개방을 운영했다. “신자와 비신자 모두를 대상으로 뜨개방을 운영하면서 뜨개질뿐만 아니라 신앙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며 “그렇게 2년간 뜨개방을 운영하며 3명이 세례를 받으셨다”고 말했다. 재능기부팀원들의 손길은 성물방뿐 아니라 성당 곳곳에 깃들어 있다. 장 씨는 “재능기부팀뿐 아니라 제대회 봉사를 하면서 제대를 덮는 레이스보도 만들고 감실에 들어가는 성합 커버도 만들었다”며 “제가 만든 것들을 미사 때 사용하는 것을 보면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최 씨는 “퀼트로 신부님의 제의 가방이나 미사 전례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소품 가방을 직접 만들었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만들었을 뿐인데 제 노력을 알아봐 주시고 저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성당 건물 앞, 작은 컨테이너에 자리한 성물방은 재능기부팀의 손길 덕분에 화사함을 되찾았다. 창문에는 장 씨가 만든 성모님이 새겨진 뜨개 장식이 걸려 있고, 반대편 커튼에는 홍 씨가 꽃 모양 자수를 놓았다. 재능기부팀의 손재주가 알려지자 묵주를 만들고 싶다는 신자들이 모였고, 재능기부팀과 별개로 6명의 신자가 모여 묵주병원도 운영하고 있다. 홍 씨는 “재능기부팀 활동을 하면서 묵주 재료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보니 고장 난 묵주를 수리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누군가의 오랜 기도가 담겨 있는 묵주를 수리해 드릴 수 있어 보람된 마음으로 묵주병원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능기부팀이 기도하는 마음으로 예쁘게 만든 성물은 본당 신자들의 신앙도 더욱 예쁘게 빚어 가고 있었다. 재능기부팀원들은 “신자들이 한 땀 한 땀 기도로 완성한 재능기부팀의 성물과 함께 예쁘게 신앙생활을 이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6-06-14 제3495호 4면

[수원교구사 한 페이지] (12) ‘대리구제도’ 시행

1990년대 한국교회에서 두 번째로 큰 교구로 성장한 수원교구는 외적 성장의 이면에서 여러 과제를 안고 있었다. 본당 공동체의 친교 약화, 신자의 익명화, 선교율과 주일미사 참여율 감소, 쉬는 교우 증가, 청소년 신앙생활 약화 등이 대표적이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구는 조직과 체제 개혁을 추진했다. 특히 2006년 9월 26일부터 시행된 대리구제는 이후 복음화를 위한 교구의 사목활동 전반을 보다 활발하게 이끄는 동력이 됐다. 활기찬 교구 위한 조직 개편 논의 교구는 시노두스 의제였던 ‘소공동체 활성화’와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를 실현하기 위해, 비대해진 교구 조직과 체제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규모가 커진 교구 체제로는 사제와 신자들의 다양한 사목적 요구를 충분히 충족하기 어려웠고, 더 많은 평신도가 참여하는 ‘함께하는 교회’를 이루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제를 풀어가기 위해 교구장 최덕기(바오로) 주교는 사제들과 동반자로서 통합사목을 추구하고, 평신도의 역할과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을 모색했다. 교구는 2000년 12월 사제연수에서 ‘교구장 지구 대리구제도’, 곧 ‘대리구제’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 이어 2001년 5월 사제연수에서 최 주교는 교구 사제들에게 거대한 교구의 조직과 체계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물었다. 교구 사제들은 기존 지구 조직을 유지하기보다 대리구제를 시행하는 방향을 원했다. 이에 따라 교구는 사제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당시 서울대교구와 대구대교구에서 시행되던 대리구제도를 검토하고, 수원교구 현실에 맞는 제도를 준비하기로 했다. 2005년 11월 30일에는 교구장 최덕기 주교와 총대리 이용훈(마티아) 주교 등 12명의 성직자로 구성된 대리구 준비위원회가 꾸려졌다. 준비위원회는 2006년 수원교구 대리구제 시안을 마련하기로 결의했다. 아울러 각 대리구를 담당할 대리구장을 임명하고, 최 주교의 교령을 통해 대리구제 전면 시행을 발포하기로 했다. 6개 대리구 분할, 각 대리구장 임명 대리구 준비위원회는 거주민 수와 신자 수, 도시와 농촌, 대도시와 중소도시 등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6개 대리구 분할안을 발표했다. 기존 17개 지구, 168개 본당을 재편해 관할하는 6개 대리구는 수원대리구(28개 본당), 안양대리구(23개 본당), 평택대리구(35개 본당), 용인대리구(31개 본당), 성남대리구(25개 본당), 안산대리구(26개 본당)로 결정됐다. 교구는 2006년 5월 22일부로 대리구장을 임명했다. 새로 임명된 대리구장들은 대리구 준비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관할 지구 사제들과 만나며 대리구제 시행에 필요한 준비를 이어갔다. 6월 1일에는 총대리 이용훈 주교가 교회법에 따라 교구청장으로 임명돼, 교구청 주관자로서 교구청의 제반 업무를 총괄하게 됐다. 7월 14일에는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천주교 수원교구 대리구제도에 관한 교령 반포 및 대리구장 서임 미사’가 거행됐다. 미사에서 최 주교는 대리구제 설정을 공포하고 시행지침을 알리는 교령을 발표했다. 6명의 대리구장에게는 교구장 대리로서의 권한을 부여하고 임명장을 수여했다. ‘천주교 수원교구 대리구제도에 관한 교령을 발표하며’ 제목의 담화에서 최 주교는 “주교와 사제단이 더욱 성화·일치하고 교구민과 함께 연대해 주님을 찬미하고 세상을 복음화하는 교구 공동체를 염두에 두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들어 교구 대리구제를 구상했다”며 “이는 한두 명의 주교에 의해 기계적이며 경직된 모습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 주인의식을 갖고 연대해 자발적이고 활기찬 교구 공동체를 이룩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대리구제는 기존 지구제와 규모 면에서 차이가 있었다. 지구가 대체로 7~15개 본당이 연합한 결합체라면, 대리구는 이러한 지구 2~4개가 연합한 조직으로 평균 30개 이상의 본당을 아우르는 체제였다. 대리구장은 사목방문과 견진성사 등 주요 행사를 주관했다. 또 대리구 운영지침에 따라 대리구 사제평의회를 구성하고, 사제들과 대리구 직원들의 협조를 받아 대리구청에 상주하며 임무를 수행했다. 대리구는 기존 지구를 세분화하거나 통합함으로써 더욱 전문화된 교육과 행사를 실시하고, 고유한 지역적 특성을 살려 작은 교구로서 지역사회 복음화에 힘쓸 수 있게 됐다. 또한 청소년의 교회 활동이 지구 단위에서 활발히 이뤄져 온 점을 고려해, 대리구 차원에서 청소년 활동을 강화하는 방안도 모색할 수 있었다. 대리구제 시행으로 교구청 업무 변화 대리구제가 시행되면서 교구청의 1처 5국 체제는 유지됐지만, 기능이 조정됨에 따라 업무와 직원 구조도 일부 개편됐다. 사무처와 관리국, 성소국은 기존 업무와 큰 차이가 없었으나, 복음화국과 청소년국, 사회복음화국은 상당수 업무를 대리구로 이관했다. 특히 복음화국과 청소년국의 교육·행사 중심 업무는 전문적인 기획·연구 중심 업무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교구청은 정책을 연구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역할을 맡고, 대리구는 이를 바탕으로 본당과 연계해 교육과 행사 중심의 공동체 사목을 펼치는 형태가 됐다. 기존 지구는 대리구와 본당 사이의 중간 역할을 담당하되, 행정 업무보다 지구 사제단 모임을 통해 본당 연합 사목이 이뤄지도록 돕는 데 중점을 두게 됐다. 대리구장은 대리구청에 근무하는 복음화국장, 청소년국장과 함께 대리구 전반의 사목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주관했다. 복음화국장은 사회복음화 업무를 겸임했고, 청소년국장은 성소 업무를 겸임했다. 대리구제 실시 이후 교구는 2007년 교구장 사목교서를 통해 교구 차원의 새로운 사목 목표를 발표했다. 중점 목표는 시노두스 의제였던 ‘소공동체 활성화’와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였으며, 표어는 ‘함께 하자 대리구제! 신앙의 유산을 자녀에게!’로 정했다. 구체적인 실천 목표로는 ‘대리구제 활성화’와 ‘가정의 성화’를 제시했다.

발행일 2026-06-07 제3494호 4면

‘2025 수원교구 통계’ 발표…“신자 수 증가했지만 증가폭은 둔화”

5월 14일 발표된 「2025 수원교구 통계」는 교구가 마주한 두 가지 흐름을 함께 보여준다. 교구 신자 수는 전년보다 소폭 늘었지만, 관할 지역 인구 증가 속도에는 미치지 못했다. 반면 주일미사 참여율과 성서사도직, 피정 등 일부 신앙활동 지표는 회복세를 보였다. 신자 늘었지만 청년층 감소 뚜렷 2025년 교구 총신자는 96만5805명으로, 전년보다 3658명 증가했다. 증가율은 0.38%다. 2024년 증가 수 8997명과 비교하면 40.7% 수준이었다. 교구 관할 지역 인구는 2024년 883만9988명에서 2025년 901만2748명으로 약 2% 늘었다. 같은 기간 신자 증가율은 0.38%에 그치면서 인구 대비 신자 비율은 10.88%에서 10.72%로 0.16%p 하락했다. 본당은 222곳, 공소는 11곳으로 집계됐다. 본당 가운데 시 단위 본당은 217곳, 군 단위 본당은 5곳이었다. 연령별로는 고령 신자 비중이 커지는 흐름이 뚜렷했다. 65세 이상 신자는 24만9432명으로 전체 신자의 25.8%를 차지했다. 특히 70~74세 신자는 전년보다 6612명 늘어 전 연령대 가운데 증가 폭이 가장 컸다. 95~99세 신자도 4976명으로 전년 대비 12.38% 증가했다. 반면 청소년·청년층 감소는 계속됐다. 10~19세 신자는 5만8183명에서 5만6738명으로 1445명 줄었다. 15~19세 신자는 전년보다 156명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20대에 들어서면서 감소 폭이 크게 나타났다. 20~24세 신자는 3만7142명으로 전년보다 3100명 줄었고, 25~29세 신자는 5만5908명으로 3174명 감소했다. 20대 전체로는 9만9324명에서 9만3050명으로 6274명 줄었다. 청소년기 이후 청년 초입에서 신자 수 감소 폭이 커지는 것은, 신앙생활과 교회 공동체의 연결이 약해지는 흐름을 보여준다. 고령 신자 비중이 커지는 가운데 청년층 감소가 이어지면서, 세대 간 신앙 전승과 청년 사목의 과제도 함께 커지고 있다. 사제 고령화, 신학생 수 감소 교구 성직자 수는 주교 3명, 교구 신부 586명이다. 봉헌생활회 소속 신부는 80명(외국인 9명), 사도생활단 소속 신부는 8명(외국인 3명)이다. 수도자는 수사 62명(외국인 6명), 수녀 1221명(외국인 42명)이다. 교구 신부 수는 전년보다 13명 늘었지만, 교구는 여전히 신부 1인당 신자 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다. 주교회의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25」에 따르면, 군종교구를 제외한 교구 신부 1인당 평균 신자 수는 수원교구가 1648명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대교구는 1543명, 제주교구는 1514명, 인천교구는 1498명이었다. 사제 고령화도 이어지고 있다. 65세 이상 교구 신부는 86명으로 전체의 14.7%를 차지해 전년보다 12명 늘었다. 다만 한국교회 전체 교구 신부의 65세 이상 비율 19.7%보다는 낮았다. 39세 이하 교구 신부는 167명으로 전체의 28.5%를 차지해, 전국 평균 18.3%보다 높았다. 교구 사제단은 고령화 흐름 속에서도 전국 평균보다 상대적으로 젊은 구조를 보였다. 교구·수도회 소속 신학생 재적 총수는 2024년 171명에서 2025년 163명으로 줄었다. 교구 소속 신학생은 136명이며, 2025년 교구 소속 입학생은 13명으로 전년보다 4명 감소했다. 주일학교 지표에서는 주목할 만한 변화도 나타났다. 교구 10~19세 신자는 5만8183명에서 5만6738명으로 1445명 줄었지만, 중·고등부 주일학교 학생 수는 오히려 늘었다. 중등부 학생은 4147명에서 4367명으로 220명 증가했고, 고등부 학생은 2076명에서 2459명으로 383명 늘었다. 중·고등부를 합치면 1년 사이 603명 증가했다. 청소년 연령대 전체 신자 수가 줄어드는 가운데 실제 주일학교에 참여하는 중·고등부 학생이 늘어난 것은 청소년 사목의 접점이 일부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일미사 참여는 회복, 신앙교육은 분야별 차이 나타나 주일미사 참여자는 평균 15만9202명으로, 전년(14만9307명)보다 9895명 늘었다. 참여율은 전년 15.52%에서 16.48%로 상승했다. 한국교회 전체 주일미사 참여율 15.5%보다 높은 수치다. 교구는 서울대교구 다음으로 신자 수가 많은 대형 교구다. 주일미사 참여율이 한국교회 평균을 웃돈 것은, 교구 안에 활동 신자 기반이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볼 수 있다. 냉담 교우 지표는 일부 개선됐다. 주소가 확인된 냉담 교우는 2024년 27만9286명에서 2025년 26만7681명으로 1만1605명 줄었다. 전체 신자 대비 비율도 29.03%에서 27.72%로 1.31%p 낮아졌다. 다만 거주 미상 냉담 교우는 35만8972명으로 전체 신자의 37.17%에 달했다. 「2025 수원교구 통계」는 냉담 교우를 3년 이상 판공성사를 받지 않은 신자로 집계한다. 주소가 확인된 냉담 교우는 줄었지만, 쉬는 교우와 다시 접점을 만들고 교적을 정비하는 일은 여전히 교구의 주요 과제로 남았다. 신앙활동 지표는 분야별로 엇갈렸다. 성령쇄신운동 첫 연수 이수자는 1032명에서 2038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성서사도직 참여자도 4만1009명에서 5만3472명으로 1만2463명 증가했다. 피정 참여자는 2만5915명, 혼인강좌 이수자도 1324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신앙강좌 참여자는 3만9722명으로 전년보다 줄었다. 교회 기관이 주최한 강연회, 연수회, 세미나, 연구발표회, 심포지엄, 특강 등 기타교육 참여자도 8만1291명으로 감소했다. 신앙교육 전체가 고르게 확대됐다기보다는, 말씀·피정·성령쇄신운동 등 일부 분야에서 회복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본당 노인대학은 37곳에서 44곳으로 늘었다. 참여자는 2986명으로 집계됐다. 고령 신자 비중이 커지는 상황에서 노년층 신앙교육과 공동체 돌봄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5년 수원교구 통계는 수도권 대형 교구의 과제를 압축해 보여준다. 신자 수는 늘었지만 지역 인구 증가에는 미치지 못했고, 청년층과 신학생 감소도 계속됐다. 동시에 주일미사 참여율과 성서사도직, 피정 참여 증가는 교구 안에 여전히 살아 있는 신앙 기반이 있음을 보여준다. 청소년에서 청년으로 이어지는 시기의 신앙 연결, 쉬는 교우와의 재연결, 대형 교구에 맞는 사목 체계, 고령 신자 돌봄과 신앙교육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발행일 2026-05-31 제3493호 4면

[수원교구사 한 페이지] (11) 피데이 도눔 선교사제 파견

수원교구가 ‘받는 교구에서 나누는 교구’로 변화하는 중심에는 해외 선교사제의 파견이 있었다. 특히 피데이 도눔 선교사제를 파견하기 시작하면서 더욱 본격적인 해외 선교가 이뤄질 수 있었다. 피데이 도눔 선교사제를 통한 교구의 해외 선교는 어떻게 진행됐을까. 나누는 교회로 변모하다 1988년 제2대 교구장 김남수(안젤로) 주교가 교구 설정 25주년 기념미사에서 ‘받는 교구’에서 ‘주는 교구’로의 변모를 천명한 이래, 교구는 외국 교구와 선교지를 향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교구의 관심은 단순히 가난한 나라의 빈곤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현지 교구와 연계하고 성직자를 파견하는 받는 교구와 주는 교구가 함께 복음화되는 ‘나누는 교회’를 지향했다. 그 대표적인 활동이 한국외방선교회 창설이었다. 김 주교는 한국 외방 선교회 창설에 참여하고 제2대 총재로 해외 선교사 양성과 지원에 기여했다. 이어 제3대 교구장 최덕기(바오로) 주교 역시 제3대 총재를 역임하며 해외선교 활동을 이끌었다. 2004년 10월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를 통해 한국 외방 선교회 총재직을 서울대교구장이 당연직으로 맡기로 결정되기까지 교구는 한국 외방 선교회를 통한 해외선교에 기여했다. 비단 한국 외방 선교회를 통한 활동만이 아니었다. 2001년에는 교구 사제를 파리 외방 전교회를 통해 일본 선교지에 파견하기도 했다. 2004년 4월 최 주교는 아프리카 남수단을 방문하고 당시 룸벡교구 톤즈에서 사목하던 고(故) 이태석(요한 세례자) 신부에게 후원금을 전달하고 해외 선교지 사정을 살폈다. 그때 룸벡교구장에게 선교사제 파견을 제안받은 최 주교는 교구의 새로운 해외선교를 준비했다. 바로 피데이 도눔 선교사제 파견이다. 신앙의 선물 싹 틔우다 피데이 도눔은 한 교구에 소속된 사제를 일정 기간 선교 지역 교구에서 현지 교구 사제로서 사목활동을 하도록 돕는 제도를 뜻한다. 라틴어로 ‘신앙의 선물(Fidei Donum)’이라는 뜻을 지닌 이 제도는 비오 12세 교황이 1957년 발표한 회칙 「피데이 도눔」에서 유래했다. 교구는 2005년부터 해외선교를 진행할 수 있도록 선교사제 양성에서부터 해외 선교를 뒷받침한 여러 조직을 구성했다. 2008년 ‘바오로의 해’에는 교구 복음화국 내에 ‘해외선교사목부’를 신설해 교구 내 각 선교지역을 관리·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해외선교사목부 산하에 중국선교위원회와 아프리카 수단선교위원회를 신설했다. 마침내 2008년 4월 3일자로 파견된 첫 피데이 도눔 선교사제들은 룸벡교구 내 아강그리알과 쉐벳에서 사목을 펼쳤다. 선교지에서는 단순히 성사 집전만이 아니라 다양한 활동이 이뤄졌다. 특히 의료 봉사, 학교 건립 등은 단순히 물적 지원에 머물지 않고 남수단 현지인들의 자립을 돕고 현지인들의 이웃으로 살아가는 활동이 됐다. 피데이 도눔 선교사제가 파견된 선교지를 중심으로 교구민들의 나눔도 더욱 확산됐다. 교구 내 여러 단체, 본당은 물론이고 어린이들의 작은 손길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의 물적·영적 후원이 선교 활동의 원동력이 됐다. 뻗어나가는 교구의 해외선교 교구 해외선교는 남수단 룸벡교구와의 피데이 도눔을 계기로 크게 탄력을 받고 활성화됐다. 2009년 이용훈(마티아) 주교가 교구장에 착좌한 이후, 교구의 해외 선교는 크게 확장하며 보편교회와 함께 가는 교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 피데이 도눔 선교사제가 파견된 곳은 잠비아다. 잠비아 피데이 도눔은 한상호(마르코) 신부의 선교를 통해 이뤄졌다. 한 신부가 2009년 일선에서 물러난 뒤 잠비아 솔웨지교구의 승인을 얻어 마냐마 지역을 사목한 것이 선교의 발판이 된 것이다. 교구는 2013년 솔웨지교구와 피데이 도눔을 체결하고 선교사제를 파견했다. 2014년 4월에는 남아메리카 페루 시쿠아니교구의 요청에 따라 피데이 도눔 선교사제를 파견했다. 같은 해 6월에는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를 통해 칠레 산티아고대교구에 선교사제를 파견하고 2017년 산티아고대교구와 정식으로 피데이 도눔을 맺어 선교사제를 파견하고 있다. 2020년대에 들어서도 해외의 여러 교구들과 피데이 도눔을 체결하고 있다. 교구는 2020년에는 칠레 안토파가스타대교구와, 2022년에는 잠비아 은돌라대교구와 피데이 도눔을 맺고 선교사제를 파견했다. 또 2025년에도 일본 사이타마교구와 나고야교구에 선교사제를 보내 선교를 펼치고 있다. 교구는 현재 아프리카 남수단 룸벡교구, 잠비아 솔웨지교구와 은돌라대교구, 남아메리카 페루 시쿠아니교구, 칠레 산티아고·안토파가스타대교구, 그리고 일본 나고야·사이타마교구 등에 10여 명의 선교사제를 파견하고 있다. 2026년 2월 해외 선교사제 파견미사에서 이용훈 주교는 “해외 선교사제 파견은 교회가 안정적인 교구 울타리 안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온 세상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일”이라며 “이제 교구는 도움을 받던 시기를 넘어 인적 자산과 실천적 사랑을 나누는 교구로 성장했다”고 해외 파견의 의미를 전했다.

발행일 2026-05-24 제3492호 4면

[홍보 주일 특집] SNS에 ‘로그인’한 수원교구…신자들 일상에 ‘성큼’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5년 정기 희년 선포 칙서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에서 “교회의 사명은 ‘우리의 희망’(1티모 1,1)이신 주 예수님을 언제 어디서나 모든 이에게 선포하는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5월 17일 홍보 주일을 맞아 복음의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신자들과 소통하는 수원교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소개한다. SNS로 더 가까워지는 신앙 교구 공식 유튜브 채널(@casuwonmedia)은 2012년 개설됐다. 초기에는 행사 보도와 교구장 메시지, 강의 영상이 주를 이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교회의 다양한 소식을 전하는 소통 창구로 자리 잡았다. 특히 주교와 사제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는 신자들이 신앙을 더 친근하게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가 군에서 제대한 신학생을 만나는 모습을 유쾌하게 담은 영상 <주교님께서 훔쳐간 배꼽 찾습니다>, 성소 주일을 맞아 이 주교의 성소 이야기를 소개한 <주교님의 첫사랑>은 평소 쉽게 만나기 어려운 교구장 주교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 주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장예원(스콜라스티카)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토크쇼 <썸톡: 나는 사제다>는 사제들의 신앙뿐 아니라 인간적인 모습을 전하며 사제직의 의미를 새롭게 성찰하도록 돕고 있다. 신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마련된 이용훈 주교 편에서는 ‘주교님은 신부님 이야기를 다룬 콘텐츠를 보시나요?’, ‘주교님도 당근을 하시나요?’ 등 일상적인 질문을 통해 신자들이 주교를 더욱 친근하게 만날 수 있도록 했다. 2025년 11월 30일 공개된 <썸톡: 나는 사제다> 조남구 신부 편은 조회수 8만6000회를 넘어서며, 현재 채널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는 콘텐츠 가운데 하나다. 교구 홍보국장 이철구(요셉) 신부는 기획 의도에 대해 “이 영상이 궁극적으로 신자들에게는 사제직에 대한 깊은 공감과 이해를, 청소년들에게는 새로운 시선과 도전적인 영감을 전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짧은 영상 콘텐츠인 쇼츠도 화제다. 교구 총대리를 지낸 이성효 주교(리노·마산교구장)가 등장하는 20초 남짓한 쇼츠 영상은 조회수 35만 회를 넘어섰다. 강의 시간이 끝났음에도 “더 해 달라”는 신자들의 요청에 당황하는 이 주교의 모습을 담은 이 영상은 신자들과 인간적으로 소통하는 ‘귀여운 주교님’의 모습으로 사랑받고 있다. 유튜브는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신앙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며 청년들에게도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2023년 공개된 <노답신앙>은 ‘답 없는(No 답)’ 신앙생활에 대해 청년들과 사제들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며, 시청자들이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Know 답)’ 기획된 콘텐츠다. ‘성체를 씹어 먹거나 접어도 되나요?’, ‘성당에 츄리닝을 입고 가도 되나요?’ 등 청년들이 신앙생활 안에서 품을 법한 질문을 유쾌하게 다루며, 신앙의 본질을 자연스럽게 생각해 보도록 이끈다. 교구는 유튜브 채널뿐 아니라 공식 인스타그램(@suwon.catholic)을 통해서도 교구의 다양한 소식과 행사, 신앙 콘텐츠를 전하고 있다. 청년들과 소통하는 ‘하늘다리’와 ‘모여라 가톨릭’ 2027 WYD 수원 교구대회 조직위원회는 ‘하늘다리’(https://heavenbridge.net)를 통해 청년들과 소통하고 있다. ‘하늘과 땅을 잇는 다리’라는 뜻의 하늘다리는 교구대회를 준비하며 청년들과 만나는 온라인 소통 창구다. 홈페이지에는 WYD에 대한 기본 설명을 비롯해 관련 행사 기록과 안내, ‘영성운동 참여하기’ 코너 등이 마련돼 있다. ‘후원&봉사’ 코너에서는 봉사자 신청과 함께 홈스테이 봉사 신청도 할 수 있다. 조직위원회는 웹진 「하늘다리 매거진」도 매월 발행하며 교구대회 준비 현황과 향후 일정을 소개하고 있다. 하늘다리 유튜브 채널(@heaven_bridge)에는 WYD 상징물 순례 영상 등 교구대회를 준비하는 여정이 영상으로 공개되고 있다. 특히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와 하느님의 종 이벽(요한 세례자) 등 교구를 상징하는 인물을 뮤직비디오 형식으로 소개하는 콘텐츠는 청년들의 관심을 높이고 있다.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뮤직비디오 시리즈는 청년 이민식(빈첸시오)이 김대건 신부의 유해를 찾기 위해 용기를 내 나아간 여정을 현대무용으로 표현했다. 향후 청년 이벽을 주제로 한 영상도 제작될 예정이다. 각 대리구도 SNS를 통해 교구 소식을 전하고 있다. 제1대리구 유튜브 채널(@천주교수원교구제1대)은 초등부 견진성사, 성경잔치, 장애아주일학교 행사 등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하는 한편, 강의와 교육 콘텐츠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제1대리구는 유튜브에 흩어져 있는 가톨릭 영상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플랫폼 ‘모카’(https://mocatholic.or.kr)를 통해 영상 콘텐츠에 관심 있는 신자들과 만나고 있다. ‘모여라 가톨릭’을 줄인 모카는 교구와 교회 단체들이 운영하는 채널을 한곳에서 볼 수 있도록 만든 플랫폼이다. 이용자들은 ▲교리/성경 ▲성가 ▲교양 ▲기도 ▲미사/전례 ▲WYD 등 카테고리별로 원하는 영상을 찾아볼 수 있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정보를 더 많이 찾는 청년들에게 모카는 가톨릭 신앙과 교회 소식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창구가 되고 있다. 신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매월 ‘업로드왕’을 선정해 모바일 상품권도 증정하고 있다. 제2대리구도 유튜브 채널(@천주교수원교구제2대)을 통해 실시간 강의 중계와 복음 묵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신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발행일 2026-05-17 제3491호 4면

‘낡은 집을 천국으로’…수원교구 비전동본당 집수리 봉사단

5월 2일 오전, 수원교구 제2대리구 비전동성당(주임 정연혁 베드로니오 신부) 마당. 낡은 작업복 차림의 신자들이 사다리와 각종 공구를 챙겨 트럭에 올랐다. 노동절부터 이어진 황금연휴도 이들의 발걸음을 막지 못했다. 이들이 향한 곳은 경기 평택시 오성면 안화리에 있는 한 노후 주택이었다. 네 시간여 뒤, 먼지를 뒤집어쓴 채 집수리를 마치고 나온 신자들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15년째 복음을 삶으로 실천하며 이웃의 행복을 찾아 나서고 있는 ‘비전동본당 집수리 봉사단’의 봉사 현장을 찾았다. ‘십시일반’ 손 모아…낡은 집을 새집으로 성당에 모인 신자들의 차림은 미사드릴 때와 사뭇 달랐다. 모자를 눌러쓰고, ‘소공동체 집수리 봉사단’이라고 적힌 파란색 조끼를 입었다. 기도를 바친 뒤 주임 신부의 강복을 받고 성당을 나서는 봉사자들의 표정에는 설렘이 묻어났다. 각종 공구와 생수를 챙겨 도착한 집은 마당과 텃밭이 잘 가꿔진 이웃집들과 달리 낡고 황량했다. 87세 이이화 할머니가 홀로 사는 이 집은 지은 지 100년이 넘었다. 17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혼자 지내 온 이 할머니는 집을 수리할 여력이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얼마 전 넘어져 다리를 다친 뒤로는 청소조차 쉽지 않았다. 이 할머니는 집에 들어선 신자들에게 “집이 너무 지저분해 미안해서 어떡하냐”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이 정도면 너무 관리를 잘하셨는데요. 저희가 더 깔끔하게 수리해 드릴게요.” 집수리 경력 10년이 넘는 봉사자들은 이 할머니를 안심시키며 곧바로 작업을 시작했다. 이날 맡은 일은 도배와 장판 교체, 청소였다. 28평 남짓한 집에 23명의 봉사자가 모이자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오랫동안 함께 봉사하며 손발을 맞춰 온 봉사자들은 각자 맡은 자리로 흩어져 지체 없이 움직였다. 가구를 밖으로 옮기고, 서너 명이 거실 벽지 작업에 들어갔다. 벽지를 붙이는 동안 생기는 쓰레기를 정리하는 담당도 있어 작업 뒤 뒷정리 시간을 줄였다. 주방 한쪽에서는 여성 봉사자들이 싱크대 청소를 시작했다. 거동이 불편한 탓에 오랫동안 손길이 닿지 못했던 화장실도 세면대부터 바닥, 변기까지 말끔하게 닦았다. 밖으로 옮겨 둔 가구를 닦는 일도 봉사자들의 몫이었다. 봉사단은 집수리 전 사전 답사를 통해 필요한 부분을 미리 확인했다. 이날도 가스경보기를 설치하고, 낡은 분전함 커버를 새것으로 교체했다. 작업이 늘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벽지를 뜯어내고 보니 시멘트로 지은 오래된 집이라 벽면이 고르지 않아 도배가 쉽지 않았다. 박석균(야고보) 단장은 현장에서 집 상태를 살핀 뒤 벽면에 맞는 벽지를 새로 구해 왔다. 이날 처음 봉사에 참여한 한 신자는 청소를 마친 뒤 이 할머니의 다리와 어깨를 주물러 드리며 말동무가 돼 주기도 했다. 봉사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힘을 보탠 덕분에 낡은 집은 네 시간 만에 한결 깨끗하고 환한 공간으로 바뀌었다. 나의 것을 아낌없이 나누는 하루 15년 전, 본당 형제회 몇몇 신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신자 가정을 돕기 위해 집수리 봉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봉사자가 서너 명에 불과했다. 인원이 적다 보니 아침 일찍 시작한 집수리가 늦은 저녁에야 끝나곤 했다. 박 단장은 “신자 가정을 방문하면서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분들을 보게 됐고, 그분들을 돕고 싶어 집수리 봉사를 시작했다”며 “처음에는 형제회 일부 회원만 참여했는데, 주임 신부님께서 어려운 상황을 보시고 남성소공동체 차원에서 봉사단을 운영해 보자고 제안해 주셔서 지금의 봉사단이 꾸려졌다”고 말했다. 초창기 봉사는 본당 예산 지원을 받아 경제적으로 어려운 신자 가정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후 대상자를 찾는 데 어려움이 생기자 본당은 2015년 평택시자원봉사센터에 재능 기부 활동 단체로 등록했다. 이를 계기로 봉사도 더 체계화됐다. 평택시자원봉사센터가 매달 집수리 대상 가구를 선정하면 봉사단은 사전 답사를 통해 필요한 수리 내용을 확인하고 자재와 인력 규모를 정한다. 보통 15~25명의 봉사자가 참여하며, 자원봉사센터가 도배사 등 전문가를 지원하기도 한다. 대상은 주로 독거노인,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이다. 집수리 봉사단은 한여름과 한겨울을 제외하고 해마다 6~8차례 봉사에 나선다. 15년 동안 수리한 집만 100여 곳에 이른다. 박 단장은 “바퀴벌레와 쥐 배설물로 가득해 사람이 살기 어려운 집을 수리해 드린 적도 있다”며 “경제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들어 자신을 돌보기 어려운 분들을 도울 수 있다는 뿌듯함이 오랫동안 집수리 봉사를 이어 온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이날 봉사에 함께한 박은희(마리아) 씨는 “저희가 돌아간 뒤에도 어르신이 불편하지 않게 생활하실 수 있도록 손이 닿지 않는 곳까지 구석구석 청소하려 했다”며 “집을 치워 드린 것뿐인데 연신 감사하다고 하시며 좋아하시는 어르신을 보니 하루의 피로가 모두 사라졌다”고 말했다. 조현실(마리아) 씨도 “좋은 일을 신자들과 함께하니 기쁨이 더 컸다”며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누고자 했던 오늘 봉사는 예수님께서 함께 계신 것처럼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6-05-10 제3490호 4면

[수원교구사 한 페이지] (10) 교구 시노두스

‘시노두스(Synodus)’는 성직자와 평신도가 함께 모여 수원교구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여정을 뜻한다. 1996년 제2대 교구장 김남수(안젤로) 주교는 사목교서를 통해, 2000년 대희년을 잘 준비하고 21세기의 변화하는 세상에 부응하는 교구로 거듭나기 위해 ‘제1차 교구 시노두스’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1999년 7월 17일 개막해 2년간 이어진 교구의 시노두스 여정은 공동체 모두가 참여한 가운데 새로운 복음화의 길을 모색하는 계기가 됐다. 전 신자 시노두스 교육으로 ‘준비하다’ 김남수 주교의 뒤를 이어 교구장을 승계한 제3대 교구장 최덕기(바오로) 주교는 1997년 10월 9일 성직자·수도자·평신도 합동총회를 열고, 교구 시노두스 개최를 공식적으로 반포했다. 시노두스 준비에 본격 착수한 교구는 1998년 2월 24일 교구 시노두스위원회 위원을 임명했다. 위원장 겸 사무국장에는 윤민구(도미니코) 신부, 총무에는 김길민(크리스토폴) 신부가 각각 임명됐으며, 위원으로는 성직자·수도자·평신도 대표들이 선임됐다. 교구는 공동체 전체에서 선발된 대표들이 모여 교구 전체의 방향을 잡아가는 모임이 교구 시노두스임을 전제하고 각 본당과 지구, 단체, 수도회, 신학교, 수녀연합회가 시노두스 의제를 선정해 제출토록 했다. 또 교구 공동체와 교구민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사제평의회를 거친 뒤, 최덕기 주교의 결정에 따라 ‘교회의 기초공동체’와 ‘젊은이의 신앙생활’을 시노두스 의제로 확정했다. 1998년 7월에는 시노두스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위원회는 전 신자를 대상으로 시노두스 교육을 진행하며, 시노두스의 의미와 두 의제의 취지를 설명해 나갔다. 시노두스 여정 ‘개막’…‘구역·반 공동체’,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 일련의 교육과 준비 과정을 거친 뒤, 교구는 1999년 7월 17일 교구 시노두스 개막미사를 봉헌했다. 이어 열린 1차 총회에서는 각 본당이 제시한 시노두스 초안에 대한 의견을 종합하고, 기초공동체와 청소년분과의 주요 쟁점에 대해 찬반 토론과 약정 토론을 진행했다. 같은 해 9월부터는 ‘본당 시노두스’, ‘성직자 시노두스’, ‘수도자 시노두스’가 차례로 열렸다. 전 신자가 참여한 본당 시노두스에서는 주제별로 찬성과 반대 발표자를 선정해 토론을 벌였고, 종합 토론 뒤 찬반 의견을 조사해 시노두스 사무국에 결과를 보고했다. 2000년 8월 30일에는 1차 본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는 이후 논의의 기초 자료가 될 준비초안집을 배포하고, 관련 회칙과 조직, 일정을 확정했다. 아울러 의제였던 ‘교회의 기초공동체’의 명칭을 ‘구역·반 공동체 활성화’로 변경했다. 이어 2차 본회의는 ‘구역·반 공동체 활성화’를, 3차 본회의는 ‘청소년, 그리스도의 영원한 사랑’을 주제로 각각 열렸다. 특히 3차 본회의에서는 초·중·고등부와 청년의 전례, 교육, 조직과 운영, 고등부의 문화·인권, 청년 선교, 가톨릭 청년문화 등 청소년 공동의 과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이 회의는 2차 본회의와 달리 모든 조항에 대해 토의와 표결을 진행한 뒤 그 결과를 일괄 발표하는 방식을 취했다. 교구는 2001년 10월 11일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교구 시노두스 폐막미사와 최종문헌 반포식을 거행했다. 최종문헌은 ‘구역·반 공동체’와 ‘청소년 신앙생활’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시행세칙도 함께 제정했다. 최종문헌 ‘실행’ 통해 소공동체 중심 본당 재편 교구는 시노두스 폐막 뒤 최종문헌의 방향을 교구 운영과 사목 현장에서 구체화하는 데 힘을 쏟았다. 이에 따라 2002년 교구 목표를 ‘구역·반 공동체 및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로, 표어를 ‘일어나 가자!’(요한 14,31)로 정했다. 또 본당의 조직적 행정 수행과 사무 능률 향상을 위해 2002년 1월 1일부로 교구청과 본당 직원 관련 각종 규정을 공포했고, 1월 29일에는 교구청 편제를 1처 3국에서 1처 5국으로 개편했다. 재편된 복음화국과 각 지구·본당은 구역·반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전 본당의 구역·반 공동체 조직화와 의식화 교육을 추진했다. 2002년 10월 3일에는 시노두스 시행세칙에 따라 교구 소공동체 봉사자 전원을 대상으로 ‘교구 소공동체 봉사자 대회’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었다. 이어 2002년 12월부터는 소공동체 학교를 개설해 7개월 과정으로 전문 봉사자를 양성했다. 청소년국도 시노두스 시행세칙을 실현하기 위한 후속 조치에 나섰다. 지구 청소년 복음화 담당 신부 임명, 청소년분과 분리 운영, 전례 안에서 다양한 악기 사용, 청소년을 위한 문화 공간 마련, 장애 청소년에 대한 배려, 본당 주임의 청소년 사목 책임 강화, 청소년 사목을 위한 수도공동체의 협조, 지구 차원의 청소년·청년 분과장 조직 구성 등을 실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교육과 홍보를 이어갔다. 청소년 사도직 단체 활성화에도 힘을 쏟았다. 청소년국 청년사목부는 2002년 10월 20일 수원 청소년문화센터에서 ‘제1회 수원교구 예술제’를 열어 비신자들도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또 ‘젊은이 기도모임’은 청년 재복음화와 미사 활성화를 목표로 ‘토요기도모임’, ‘젊은이 성령 안에서 새 생활 피정’, ‘청소년 세미나’, ‘고3 피정’, ‘밤샘기도모임’을 주관했고, 2004년부터는 젊은이 떼제미사를 봉헌했다. 2002년 사목교서와 교구 목표는 2006년까지 교구 복음화 사업의 지침으로 이어졌다. 2006년 대리구제가 실시된 뒤에는 2007년부터 최덕기 주교가 퇴임한 2009년까지, 교구의 중점 목표였던 구역·반 공동체와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에 더해 실천 목표인 대리구 활성화와 가정의 성화가 함께 추진됐다. 이 같은 교구 차원의 노력 속에 본당은 단체 중심에서 소공동체 중심으로 서서히 재편됐고, 소공동체 봉사자 양성 교육도 교구 전반으로 확산됐다. 교구민 전체의 의견을 모아 미래 교구의 성숙과 발전을 위해 개최된 시노두스의 실현목표는 최덕기 주교의 후임인 제4대 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 시기에도 중단 없이 추진됐다.

발행일 2026-05-03 제3489호 4면

[수원교구사 한 페이지] (9) 최덕기 주교 착좌

수원교구 제3대 교구장 최덕기(바오로) 주교는 교구의 내적 성숙과 새로운 도약을 일군 교구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1997년 정자동 교구청 시대 개막과 함께 탄생한 새 교구장의 첫걸음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최덕기 부교구장 주교 임명 1992년 제2대 교구장 김남수(안젤로) 주교가 만 70세가 됨에 따라 교구는 사제평의회에서 부교구장 주교 임명 필요성에 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 논의는 김 주교의 교구장 착좌 20주년이던 1994년 본격화됐고, 마침내 1995년 1월 25일 최덕기 신부가 부교구장 주교에 임명됐다. 최 주교 임명으로 교구는 설립 이래 처음으로 두 명의 주교가 함께 사목하는 교구로 거듭났다. 부교구장 주교는 교구 사목 활동을 원활히 하기 위해 임명된 교구장 후계권을 지닌 주교다. 최 주교 임명 당시에는 ‘부주교’라는 명칭으로도 불렸다. 보좌주교의 경우 교구장을 계승할 권한이 없지만, 부교구장 주교는 교구장 퇴임 시 교구장으로 임명된다.교구는 1996년 2월 4일 「수원주보」를 통해 최 주교의 부교구장 주교 임명 소식을 알리며, 최 주교에게 “급속히 성장해 가는 교구의 활성화와 2000년대 복음화를 기해 바람직한 소공동체로의 전환”이라는 과제가 주어졌음을 시사했다. 같은 해 2월 22일 주교로 서품된 최 주교는 교구 총대리를 맡으며 교구 사목에 뛰어들었다. 특히 주교 임명 당시 교구청 직제 개편과 정자동 신교구청사 마련이라는 교구의 큰 사업이 진행 중이었던 만큼, 최 주교는 교구장을 보필하며 교구 체계를 다져나갔다. 교구 체계를 다지면서 최 주교가 관심을 기울인 것은 교구청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는 작업이었다. 최 주교는 ‘좋은 생각 창안제도’ 등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면서 직원들의 분위기를 쇄신했고, 교구청의 활성화를 위해 관심을 기울였다. 1997년 1월 교구청의 정자동 이전과 함께 ‘소공동체 기도모임’도 시행했다. 최 주교는 교구청 직원들이 매주 국별로 소공동체 기도모임을 실시하며 서로 삶과 신앙을 나누고, 일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교구의 심장이라고도 할 수 있는 교구청에서 소공동체 기도모임을 활성화시킨 것으로, 향후 전개될 소공동체 운동을 효과적으로 보급하기 위한 기초 작업이기도 했다. 제3대 교구장 착좌 최 주교가 부교구장 주교로 활동한 것은 1년 4개월 정도에 불과했다. 김 주교의 교구장 사임 청원이 1997년 6월 7일 교황청에서 수락된 것이다. 이에 따라 최 주교는 제3대 교구장으로 교구장직을 계승했다. 최 주교는 주교 서품 당시 사목표어를 ‘그리스도와 함께’로 정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 세상을 위한 교회, 교회 구성원 모두 함께하는 교회가 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는 의미를 담은 성구다. 주교 문장 역시 그리스도를 따라 사목함으로써 그리스도와 함께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어 세상 구원을 위해 봉사하고자 하는 뜻을 담아 만들었다. 같은 해 9월 25일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열린 교구장 이취임식에는 하느님의 종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 초대교구장 윤공희(빅토리노) 대주교 등 한국 주교단과 주한 교황대사 조반니 바티스타 모란디니 대주교를 비롯해 사제단, 수도자, 평신도 등 4000여 명이 참석했다. 최 주교는 교구장으로 취임하면서 내적으로 소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교구 공동체, 외적으로는 사랑·정의·평화를 사회에서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전례의 활성화 ▲간부 교육 ▲소공동체 활성화 ▲복음선포 ▲사회복음화 등의 실천 방안을 제시했다. 최 주교는 자신이 설정한 사목 목표와 실천 방안을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하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교구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경청하고자 했다. 그 대표적인 모습이 ‘성직자·수도자·평신도 합동 총회’다. 성직자·수도자·평신도 합동 총회는 교구장의 결정을 교구민에게 공표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전 교구민의 의견을 수렴해 공동 목표를 설정하는 자리였다. 교구민들이 능동적으로 복음화 목표를 세우고 실천을 다짐함으로써 목표를 더 강하게 추진할 힘을 얻고, 또한 교구 구성원들이 일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1997년 10월 9일 열린 합동총회에는 최 주교를 비롯해 교구 내 사제, 수도자, 평신도 대표 등 7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합동총회를 통해 교구는 1998년 교구 공동 실천 목표를 ▲성령의 힘으로 소공동체를 활성화하자 ▲성경 말씀을 읽고 쓰고 묵상하자 ▲성령의 힘으로 복음화에 앞장서자 등으로 정했다. 합동총회는 교구 역사상 최초로 사제, 수도자, 평신도가 교구장의 사목 목표와 실천 방안을 함께 논의하고 수립한 자리였다. 교구 내 각계각층의 구성원들이 복음화를 위해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고 함께 식별하는 오늘날 ‘시노달리타스’라 부르는 정신을 이미 구현해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최 주교는 후에 이 합동총회에 관해 “하느님을 향한 하나의 사랑으로 일치한 우리들의 다짐은 더욱 뜨거운 내·외적 선교 열정이었다”며 “특히 전 교구민들이 능동적으로 복음화 목표를 세우고 실천을 다짐한 것은, 교구의 공동복음화 목표 설정을 더욱 쉽게 해줬을 뿐 아니라 강력하게 추진하는 힘이 됐다”고 회고했다.

발행일 2026-04-26 제3488호 4면

[장애인의 날 특집] 장애인청소년합창단 ‘에반젤리’…“오선지에 불가능 대신 희망의 음표 그려요”

“저한테 하나밖에 없는 거예요.” 장애인청소년합창단 에반젤리 단원 박소영(26) 씨에게 에반젤리는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다. 서로 눈을 맞추고, 상대의 소리를 들으며, 한 방향을 바라보고 만들어내는 목소리. 발달장애인에게는 어렵거나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일들을 에반젤리 단원들은 현실로 이뤄냈다. 세상의 편견을 견디며 하루하루 조금씩 자라난 발달장애인들의 화음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울림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렸다. 오랫동안 함께 만들어낸 값진 노래 4월 8일 경기도 과천시민회관 에반젤리 연습실. 오후 6시가 되자 단원들이 하나둘 연습실로 들어섰다. 10대부터 3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이뤄진 이들은 학교 수업이나 직장 일을 마친 뒤 매주 수요일 저녁 이곳에 모인다. 학업과 업무로 지칠 법도 했지만, 피아노 반주가 흐르고 지휘자가 손을 들자 24명의 단원은 흐트러짐 없이 한곳에 시선을 모았다.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 등이 포함되는 발달장애는 눈 맞춤이나 호명에 대한 반응이 약하고, 오랜 시간 집중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지휘자의 눈을 바라보며 신호에 맞춰 집중을 이어가고, 다른 이의 소리를 들으며 호흡을 맞춰 노래하는 합창은 발달장애인에게 거의 불가능한 일로 여겨져 왔다. “이 부분에서는 소리를 줄였다가 점점 키우는 거예요. 옆 사람 소리를 들으면서 목소리가 튀지 않게 불러봐요.” 새로운 노래를 처음 배우는 날. 지휘자의 지시에 단원들은 정신을 집중해 한 구절씩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소리가 작아졌다 커지기도 하고 발음의 강약을 조절해 가며 한 구절을 부르는 데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한창 연습 중에 남자 파트에서 다소 도드라진 소리가 흘러나왔다. 지휘자가 “다른 사람과 소리가 잘 어울리도록 소리를 줄여서 불러 보세요”라고 조언하자, 곧바로 음량을 낮춰 다시 불렀다. 노래가 절정에 이르자 신이 난 한 단원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했다. 자칫 흐름이 흔들릴 수도 있었지만, 다른 단원들은 끝까지 지휘자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렇게 세 시간의 연습 끝에 한 곡이 완성됐다. 일반 합창단처럼 화려한 화성을 쌓는 일은 아직 쉽지 않지만, 에반젤리의 한 곡은 여느 합창단 못지않은 땀과 인내 속에서 탄생한다. 단원들은 노래할 때 “행복하고 편안하다”고 입을 모았다. 유지원(다니엘·28·수원교구 제1대리구 신봉동본당) 씨는 “에반젤리에서 많은 친구를 만나 여러 경험을 할 수 있어 좋다”며 “함께 노래를 부르며 목소리가 하나로 어우러질 때 가장 즐겁다”고 전했다. 발달장애인과 그 부모들, 교사들, 봉사자들까지 수많은 이가 오랜 시간 함께해 왔기에 에반젤리의 노래는 어떤 유명 가수의 무대보다도 값지다. 발달장애인의 합창, 희망을 전하다 “발달장애인 합창단이 없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어요.” 2003년 발달장애인 어린이들로 구성된 에반젤리 창단을 준비했을 때, 주변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장애로 드러나는 특성이 제각각이어서 여러 명이 호흡을 맞춰 한목소리를 내는 일은 사실상 어렵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창진 신부(요한 보스코·제2대리구 석수동본당 주임)는 발달장애인의 가능성을 믿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만든 희망의 소리를 세상에 전하고자 2003년 에반젤리를 창단했다. 합창단 이름은 ‘좋은 소식’, ‘복음’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따왔다. 창단 멤버인 신혜정(소피아) 국장은 “일반 아이들이 학원에 가는 시간에 발달장애인 아이들도 취미를 갖고 사회생활을 경험할 기회를 만들고 싶어 10~15세 발달장애인 어린이 합창단으로 출발했다”며 “그 아이들이 청소년과 성인이 된 뒤에도 계속 노래하고 싶어 했고, 에반젤리를 너무 좋아해 2013년 장애인청소년합창단으로 전환해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노래 한 곡을 합창으로 완성하는 데 1년이 걸렸다. 그러나 이제는 몇 달간 연습하면 한 곡을 익힐 만큼 성장했다. 박수련 지휘자는 “발달장애인은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에반젤리를 지휘하며 꾸준히 연습하면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했다”며 “연습실 불을 끄고 돌아다니느라 집중하지 못하거나, 목소리가 너무 커서 합창이 어려울 것 같던 아이들도 이제는 세 시간 동안 제 지시에 맞춰 집중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고 말했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완성한 노래가 누군가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성취감은 발달장애인 청소년들을 한층 더 자라게 했다. 신 국장은 “한 친구가 공연이 끝나고 나서 ‘선생님, 사람들이 우리가 노래를 부르면 손뼉을 치면서 다 울어요’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라며 “본인들이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존재라는 것을 공연을 통해 경험하면서 더 열심히 노래를 부르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에반젤리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청소년과 청년들이 모여 있을 뿐 아니라 장애 유형도 폭넓다. 그만큼 더 넓은 사회적 관계를 배우고 경험할 수 있다. 단원의 어머니 박우정(헬레나) 씨는 “복지관에서는 주로 두세 명씩 비슷한 장애 유형의 아이들이 만나지만, 이곳은 서로 다른 아이들이 함께하기 때문에 부모가 가르쳐줄 수 없는 사회성을 익힐 수 있다”며 “발달장애인들은 청년이 된 뒤에도 사회생활을 경험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에반젤리는 선후배 관계를 배우고 여러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법을 익힐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후원 계좌 국민 231401-04-046850 사단법인 마음은행

발행일 2026-04-19 제3487호 4면

[수원교구사 한 페이지] (8) 수도회 진출과 사회복지 사목 전개

수원교구 2대 교구장 김남수(안젤로) 주교는 “수도자야말로 교회의 뼈대인 성직자를 보완하고 둘러싼 살(근육)이므로, 교회가 건강한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는 뼈대인 성직자와 살인 수도자가 많아야 한다”며 “교회 발전의 가능성은 건전한 수도회가 얼마만큼 존재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김남수 주교 사제서품 50주년 기념 회고록 「모두 하나가 되게 하소서」 중) 이에 따라 교구는 전교와 사회 활동을 추진하기 위해 해외 수도회 영입과 교구 수도회 설립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수도자 양성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교구 진출 수도회 증가는 사회복음화가 확산되는 자양분이 됐다. 지역의 사회복지 토대를 일군 교구의 역사를 살펴본다. 1970년대 이후 수도회 진출 확대, 사회복음화 토대 다져 1970~1980년대 경제 성장과 인구 집중으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은 도시화가 크게 진전됐지만 이와 동시에 빈부 격차로 도시빈민과 소외계층도 증가했다. 이 시기 농촌 교구에서 도농 복합 교구로 변화하고 있던 교구는 선교사업과 함께 복지사업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나 인적·물적 자원의 부족으로 교구 차원에서 사회복지 사업에 힘을 기울이지 못했고 대신 복지관이나 수도회를 교구에 유치하거나 정착시키는 노력에 관심을 기울였다. 교구에 수도회가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다. 1972년 노틀담 수녀회를 시작으로 미야사끼 까리따스 수녀회(현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 미리내 천주 성삼 성직 수도회, 미리내 성모 성심 수녀회, 포교 성 베네딕도 수녀회(현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서울수녀원), 성 원선시오의 애덕 자매회(현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사랑의 딸회), 파티마의 성모 프란치스코 수녀회 등이 교구에 진출해 교육사업, 의료사업, 사회복지사업을 전개했다. 1980년대 후반에도 많은 수녀회가 교구에 자리를 잡았다. 이 중 1985년에 교구에 진출한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는 1990년 수녀원과 양로원 ‘평화의 모후원’을 준공했다. 천사의 모후 수녀회는 교구 초청으로 한국에 진출해 1991년 한국 분원을 수원 율전동에 설립하고 소외된 노인들과 함께 생활하기 시작했다. 1989년 교구에 진출한 예수 마리아 성심 전교 수녀회도 1996년 경기도 화성 향남읍에 본원을 세우고 성심어린이집을 개원해 청소년과 어린이들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성 안드레아 수녀회는 교구에서 설립된 수도회다. 1988년 정음전(마리안나), 김화숙(율리안나), 김정희(젤마나) 씨는 낙태를 예방하고 미혼모를 돕고자 새싹의 집을 열었다. 생명수호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김남수 주교는 이들의 뜻에 공감하고 1991년 11월 수도 공동체 설립을 인가했다. 경기도 안성에 본원을 둔 성 안드레아 수녀회는 현재 경기도 군포에 한부모 가정 양육시설 새싹들의 집을 운영하고 있다. 1990년대 들어서는 남자 수도회의 진출이 활발했다. 1992년 오블라띠 선교 수도회는 성남에 자리를 잡고 도시빈민 사목을 전개했다. 1998년에는 노숙인급식소 ‘안나의집’을 열고 현재까지 노숙인들에게 무료 급식과 자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1994년 교구에 진출한 예수의 작은 형제회도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에 자리를 잡고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사목을 펼치고 있다. 교구의 수도회는 1974년 7개 수녀회, 2개 수도회에서 1997년 33개 수녀회, 14개 수도회로 크게 확대됐다. 1997년 당시 수도자 수는 수사 58명, 수녀 766명이었다. 1994년 사회복지회 설립…지역의 소외된 이와 동행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교구는 사회사목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사회복지법인인 수원교구 사회복지회를 설립하고 1994년 5월 10일 경기도로부터 인가를 받았다. 이를 토대로 다양한 사회복지사업이 교구 관할 지역에서 전개됐다. 특히 교구 관할 지역사회에는 의탁할 데 없는 노인들을 보호하는 양로시설이 필요했는데 수도회나 개인, 본당, 단체들이 노인복지 사업을 맡아 운영했다.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 ‘평화의 모후원’,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 수녀회 ‘글라라의 집’, 수원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 ‘성녀 루이제의 집’, 천사의 모후 수녀회 ‘아녜스의 집’ 등이 설립돼 현재까지 노인복지 활동에 힘쓰고 있다. 개인이나 본당에서 시작한 시설 중에는 복지법인으로 발전하거나 교구·수도회에 이관된 경우도 있었다. 복지사업을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다. 1989년 서종선(토마스) 신부가 무의탁 노인 보호를 위해 설립한 ‘애덕가정’은 1992년 천주의 섭리 수녀회가 인수해 노인 주거 복지시설로 운영하고 있다. 1991년 제1대리구 사강본당에서 시작한 양로시설 ‘사강 보금자리’는 교구 사회복지회로 이관돼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당시 도척본당 주임 방구들장(대건 안드레아) 신부는 사랑의 씨튼 수녀회 수녀들과 함께 무의탁 노인 보호사업을 시작했다. 1994년 4월에는 사회복지재단 오로지종합복지관을 만들었고 그해 11월 양로원 ‘작은 안나의 집’을 건립했다. 장애인 복지시설도 확충됐다. 인보 성체 수도회는 1990년 사회복지법인 천주교인보회를 설립하고 노인과 장애인 복지사업을 추진했다. 1991년부터 경기도 용인시 포곡읍에 시설을 마련했고, 1994년 중증장애인을 위한 요양시설인 ‘요한의 집’을 개원했다. 또한 교구 사회복지회는 중증장애인의 직업 자활을 위해 1994년 3월 수원 원천동에 ‘복지 개미사업’을 설립했다. 이후 ‘해피해누리작업장’으로 이름을 바꿔 장애인의 자립을 돕고 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도 1997년 3월 ‘해동일터’를 열고 장애인이 직업을 갖고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발행일 2026-04-12 제3486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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