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차려입은 시니어들, 이탈리아에 은총의 하모니 수놓다

“서라벌 옛 터전에 연꽃이 이울어라. 선비네 흰옷자락 어둠에 짙어 갈 제 진리의 찬란한 빛 그 몸에 담뿍 안고 한 떨기 무궁화로 피어난 님이시여.” 10월 12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어르신들이 성당 벽감에 자리한 김대건(안드레아) 신부 성인상 앞에 다소곳이 섰다. 이내 아름다운 선율이 펼쳐졌다. 바로 「가톨릭 성가」 287번 <성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의 노래>였다. 세계 곳곳에서 성 베드로 대성당을 찾은 순례자들은 김대건 성인상 앞에서 펼쳐지는 김대건 성인을 위한 공연에 연신 찬사를 보냈다. 수원교구 시니어합창단 베아띠(지휘자 정애란 베로니카, 영성지도 김우정 베드로 신부)의 로마 버스킹 현장의 모습이었다. 성 베드로 대성당 김대건 성인상 등 이탈리아 주요 순례지 버스킹 투어 성가 외에도 가곡 등 한국문화 알려…세계 무대로 성음악 봉사 ‘감격’ 김대건 성인상 앞에서 노래한 ‘복된 사람들’(Beati) 김대건 성인상이 성 베드로 대성당에 세워진 지 1주년을 맞는 시점에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버스킹은 단원들에게도 공연을 마주한 순례자들에게도 잊지 못할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사실 베아띠는 김대건 성인상 앞에서 공연을 염두에 두고 이번 버스킹을 기획하면서도, 김대건 성인상 앞에서 버스킹이 성사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성 베드로 대성당이 세계 각국에서 순례자들이 모여드는 순례지인 만큼, 특정 단체의 공연이 열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버스킹 형태로 이뤄지는 공연이기에 성 베드로 대성당 측의 허가가 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단원들은 김대건 성인상 앞에서 공연이 불가능하게 될 지라도 김대건 성인을 현양하는 마음 하나로 공연을 준비해 왔다. 로마에서 성 베드로 대성당과 연락을 취하는 과정에서도 현지 관계자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추진했다. 결과 성 베드로 대성당 측에서 버스킹을 허가했고, 또 공연을 위해 특별입장까지도 배려받을 수 있었다. 한복을 차려입은 25명의 베아띠 단원들은 대기 없이 성 베드로 대성당으로 입장해 공연을 펼치기 시작했다. 김대건 성인상 앞에서 가장 어울리는 노래, <성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의 노래>를 시작으로 김대건 성인이 공경하던 성모님을 기억하며 <아베 마리아>를 부르고, 또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희년의 주제인 “당신은 천주교인이오?”에 대한 응답을 담아 <나는 천주교인이오>를 부르기도 했다. 베아띠 이애랑 단장(안젤라·65·제2대리구 분당성마태오본당)은 “버스킹을 준비하면서 벅참과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면서 “주님께서 마지막까지 함께해주셨고, 정말 은총의 나날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소프라노 파트를 맡은 김경자(제노베파·75·제1대리구 죽전본당) 씨도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준비하시고, 모든 것은 주님께서 하시는 일임을 깨닫게 됐다”면서 “순례 내내 가슴 벅차고 기뻤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곳곳에서 펼쳐진 버스킹 김대건 성인상 앞에서만이 아니었다. 베아띠는 10월 5일부터 15일까지 로마를 비롯해, 시에나, 아시시, 산조반니 등 이탈리아 내 여러 도시를 순례하면서 순례지를 방문한 세계 여러 나라의 순례자들을 위해 성음악 공연을 선보였다. 이번 버스킹 투어를 준비한 것은 성황리에 마무리한 지난 9월 21일 창단연주회에 이어 세계를 무대에서 성음악을 통해 봉사하고자하는 마음에서다. 베아띠는 그동안 교구 내에서 수준 있는 공연을 선보이며 시니어가 교회에서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교회를 위해 활동하는 역량 있는 봉사자라는 것을 보여줘 왔다. 지금까지는 갖춰진 무대에서 공연을 펼쳐왔다면 이번에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거리에서 공연하는 버스킹을 펼치면서 순례자들에게 성음악을 통한 기쁨을 선사하고자 했다. 쉬운 일정은 아니었다. 베아띠 단원들의 평균 나이는 70세가량. 단원들에게 버스킹이라는 공연 형식도 낯설거니와 체력적인 어려움도 따를 수 있는 일정이었다. 그러나 단원들은 3차례에 걸친 버스킹, 그리고 로마 한인본당에서 미사 중 성가봉사까지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역량을 보였다. 10월 7일 시에나 캄포 광장 열린 첫 버스킹 중에는 비까지 내렸지만, 오히려 우천 중에도 관중이 모여 환호를 들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베아띠 단원들은 모든 버스킹에 한복을 입고 노래하고, 또 <아베 마리아>처럼 서양인들에게도 친숙한 노래를 비롯해 한국어 성가와 한국 가곡 등도 선보여 한국의 문화를 서양인들과 나누기도 했다. 또 단원들에게는 나이와 국적을 떠나 노래를 통해 세계의 모든 이들과 얼마든지 소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우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알토 파트를 맡은 이정은(안나·77·제1대리구 권선동본당) 씨는 “버스킹은 젊은 사람들이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버스킹을 한다고 듣는 순간 가슴이 뛰고 저에게 이런 큰 선물이 주어졌다는 것에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다”면서 “이동 시간만 10시간이 넘는 긴 여행이었지만 단원 모두가 힘들어하는 기색 없이 밝고 행복했다”고 전했다. 이번 이탈리아 버스킹 투어를 추진하고 동행한 정애란 지휘자는 “단원들이 연세가 있으셔서 염려도 있었지만 다들 너무 건강하게 계획했던 모든 공연을 마치고 올 수 있었다”면서 “정말 이번 버스킹 일정을 함께하면서 이 연세가 되실 때까지 열심히 살았고, 헌신적으로 봉사하신 이분들의 삶의 노고를 보시고 길을 열어주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니어 합창단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을 다 이루고 온 것 같다”고 말했다.

2024-11-10

“누군가에게 희망 된다면 기쁘게 봉사활동 이어가야죠”

코로나19를 거치며 끊이지 않는 분쟁, 사회의 양극화, 갈수록 어두워지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이지만, 그리스도를 따르는 우리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그리고 그 희망을 나누며 살아간다. 그래서 교회는 2025년 희년을 ‘희망의 순례자’라는 표어 안에서 준비해 나간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 창간 17주년을 맞아 우리 ‘희망의 순례자’들의 희망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치매 어르신과 함께한 다큐로 희망을 나누는 김태은 군 “누군가에게 희망 된다면 기쁘게 봉사활동 이어가야죠” 중학교 때부터 다양한 봉사활동 치매에 대한 관심 높이려 영상도 제작 세상에 희망 퍼뜨리는 봉사 의지 재조명 “저의 작은 활동이 누군가에게는 작은 희망이 된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면서 정말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한 발짝이라도 내딛으려고 노력한다면 그 누군가의 희망은 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김태은(루치아노·18·수원교구 제1대리구 신봉동본당) 군은 지난여름, 용인외대부고 동아리 ‘몽실몽실’ 부원들과 함께 치매 환자 요양원에서 봉사를 진행, 그 과정을 영상에 담아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치매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지만 어둡거나 부정적인 느낌은 없다. 청소년들과 함께 소통하고, 밝게 웃는 어르신들의 모습, 그런 어르신들을 만나면서 청소년들이 지니고 있던 치매에 대한 무관심과 오해, 편견을 깨나가는 모습이 담겼다. 김 군은 “봉사하기 전에는 치매를 앓는 분들은 소통도 잘 안되고 폭력적이시지 않을까하는 이미지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만나보니 많이 웃기도 하시고,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하시는 그냥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셨다”고 말했다. 김 군과 ‘몽실몽실’ 부원들은 이런 마음을 다큐멘터리에 담아 전했다. 특히 9월 21일 화성 달빛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몽실몽실 봉사단: 치매 요양원으로 간 고등학생들, 그 한 달간의 여정’을 상영했다. 동탄복합문화센터 야외공연장을 가득 채운 시민들이 김 군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치매 어르신을 바라보는 청소년들의 시선에 감동하고, 또 공감했다. 김 군은 “학생들이 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 했을까 하시는 분도 계시고, 한 어르신은 나중에 치매가 생겼을 때 이런 학생들이 있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기도 했다”며 “치매라는 주제가 예민할 수 있겠지만,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조금이나마 치매에 관해 긍정적인 관심을 가지고, 거기서 또 희망이 생길 수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안 그래도 다들 각자 삶 속에서 바쁘고, 남에게 도움의 손길을 줄 여유도 시간도 없는데, 우리마저 외면한다면 세상이 너무 차가워지지 않을까요?” 김 군이 봉사활동에 나선 것은 치매 어르신을 위해서가 처음이 아니다. 중학생 때부터 스스로 봉사활동을 찾아 나선 김 군은 다문화 어린이들을 위해 봉사했었고, 지금은 시각장애인들을 위해서도 봉사하고 있다. 예전처럼 대입에 외부 봉사가 가산점이 되지도 않는 지금, 입시만으로도 바쁠 고3 시기에도 봉사를 이어가고, 봉사가 더 널리 퍼지도록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이유를 묻자 김 군은 “예수님이 희망을 주는 존재라서”라고 답했다. “어린 시절 미국에서 잠시 생활할 때 현지 또래들의 차별과 따돌림으로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그 안에서도 나를 도와주는, 희망을 주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 봉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예수님이 제게 희망을 주시는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루카 10,37)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 절망의 끝에서 ‘희망 디자이너’로…제2인생 사는 유창옥 작가 “모든 걸 잃은 때에 붙잡은 기도로 희망의 문 열고 주님과 가까워져” 6년 전 사업 실패로 자살까지 생각해 자본금 없이 할 수 있는 ‘강사’로 재기 성공 스스로의 삶 통해 청중들에게 희망 전파 “어렵고 힘들고 죽고 싶을 만큼 어려울 때, 절망의 문 뒤에는 또 다른 문이 반드시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문은 바로 ‘희망의 문’입니다.” 유창옥(바오로·68·제2대리구 부곡동본당) 작가는 지난해부터 스스로를 ‘희망 디자이너’라 부르고 있다. 절망에 빠진 사람들,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바람에서다. 유 작가는 다양한 강의뿐 아니라, 지역 도서관과 함께 희망 인문학 강좌를 기획하고, 상담을 위한 마음건강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모든 재산을 잃어버리고 알몸뚱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경제적 식물인간이 됐죠. 설악산이나 인천대교도 여러 번 찾아가서 장소를 보고 오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죽음에 문턱에서 희망의 끈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희망을 전하고 있지만, 6년 전의 유 작가는 절망의 나락 끝에 서 있었다. 일본 쪽 수출이 수익의 80~90%를 차지하던 그의 회사는 한일 무역분쟁으로 수출이 어려워지자 빠르게 기울어졌다. 은행 추심업체가 매일 집 문을 두드렸고, 수많은 등기가 집 앞에 쌓여나갔다. 결국 회사는 물론이고 전 재산을 다 잃고 말았다. 육십 평생을 성실히 살아왔다 자부했는데, 가족은 물론이고 제 몸조차 건사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자 몸도 마음도 황폐해졌다. 그래서 사망보험금이라도 받을 수 있을까 죽을 자리를 찾아다니기에 이르렀다. 유 작가는 “눈치를 챈 아내가 ‘돈을 잃은 건 용서할 수 있지만, 죽는 건 용서할 수 없다’고 절규하자 그때 마음을 돌리고 성지를 찾아 묵주기도를 바치기 시작했다”며 “그 기도의 힘이 제가 희망의 끈을 잡게 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자본금 없이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을 찾던 중 ‘강사’가 눈에 들어왔다. 레크리에이션에서부터 시작해서 웃음치료, 웰다잉, 생명존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격을 취득해 복지관, 학교 등에서 강의를 해나갔다. 또 돈 버는 활동만이 아니라 절망 속에서 기도로 신앙을 깊이 성찰하면서 수원가톨릭대학교 하상신학원을 졸업, 선교사·교리교사 자격증을 따고 초등부 주일학교 어린이들을 위해 성경 강의도 하고 있다. 무엇보다 강의를 하던 유 작가는 강의를 듣는 이들이 자신을 통해 ‘희망’을 발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강의를 통해 희망을 전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희망을 발견하길 바라면서 「희망 디자이너 유창옥」(208쪽/1만8000원/행복에너지)을 펴내기도 했다. 유 작가는 “제 책을 읽고 남편과 사별 후 우울증에 빠져 생활하시던 한 독자가 ‘매일 아침 감사하다는 말로 시작하면서 희망을 되찾았다’고 말씀하시기도 했다”며 “제 인생을 통해서 ‘나도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받을 수 있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만약 파산하지 않았다면 저는 그저 그런 신자였을 것이고, 이렇게 희망을 전하는 일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망하는 것, 실패하는 것도 두려워하거나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 안에서 예수님과 더 가까워지고 희망의 문을 발견한 저처럼, 누구든지 주님이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24-10-27

‘회개’와 ‘희망’ 품은 희년…일상 속 실천으로 되새겨야

희년은 자비로운 구원자 하느님을 만나는 기쁨의 축제이자 장차 하느님의 영원에 참여하리라는 희망으로 기뻐하는 때다. 그러나 끊임없는 폭력과 전쟁, 인간 존엄성 파괴와 생태 위기의 가속화 등 세상은 절망에 신음하고 있다. 절망적 시대를 순례하는 ‘희망의 순례자’인 우리들에게 희년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10월 19일 수원가톨릭대 하상관에서 열린 수원가톨릭대학교 이성과신앙연구소(소장 전홍 요한세례자 신부)의 제47회 학술발표회 ‘희망의 순례자를 위한 희년의 신학’에서 희년의 의미를 찾아본다. 회개와 희망 함께 담고 있는 희년, 먼저 교회의 내적 회개 필요 ■ 희년 거행에 담긴 ‘희망’ 1300년 식량난과 전염병, 전쟁이라는 어려운 시대적 상황 속에서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하느님의 도움을 얻기 위한 죄의 용서를 요청하자 교회가 이에 응답하면서 첫 희년이 시작됐다. 첫 희년이 하느님의 은총을 요청하고, 이 요청에 합당한 회개를 드러내고자 했던 것처럼, 희년에는 먼저 하느님의 현존에 어울리는 교회의 내적 회개를 필요로 한다.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기정만(에제키엘) 신부는 이날 ‘희년 거행에 담긴 희망에 관한 신학적 고찰: 시간 차원에서의 창조·구원·종말론을 중심으로’에서 먼저 교회의 희년이 회개와 희망을 함께 담고 있음을 고찰했다. 기 신부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2000년 대희년 반포 칙서를 살폈다. 2000년 대희년은 사전 단계에서 새로운 복음화를 위해 요청되는 회개를 요청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희년 준비단계에서는 희년 안에서 용서와 해방의 은총으로 현재를 성화시키실 하느님께 희망의 중심을 두었다. 그는 “2025년 희년을 선포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칙서도 2000년 대희년 준비와 비슷하게, 삼위일체 하느님께 대한 신·망·애를 토대로 희년이 지니는 ‘오시는 하느님에 대한 희망’을 부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00년대 들어 두 번 맞이한 정기 희년이 담고 있는 중심 주제 역시 하느님으로부터 발하는 희망”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이 희년의 희망은 그리스도교 생활의 핵심인 믿음, 소망, 사랑, 즉 대신덕이라는 점이 강조된다. 성부의 사랑에 근거한 성자의 오심과 믿음에서 오는 희망이다. 기 신부는 두 교황의 칙서를 통해 희년의 핵심을 “하느님의 오심에 의한 은총의 때”라고 짚었다. 그는 “교회의 희년은 전례력으로 표현하자면 대림 시기”라며 “그리스도의 강생과 파스카 그리고 성령 파견을 통한 종말의 완성에 대한 희망으로 충만한 때”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약의 안식일, 안식년, 속죄일을 분석하면서 희년이 기존의 시간을 폐기해 버리는 반복적 회귀를 말하는 고대 종교들과는 달리, 하느님의 약속과 희망을 오늘, 바로 현재에서 실현하는 시간의 충만을 상징함을 역설했다. 특히 희년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역사적 성취를 이룬다. 기 신부는 “그리스도를 통해 역사의 시간 안에 이미 종말의 시간이 시작됐고 그리스도인들은 역사의 시간을 살아가면서도 이미 도래한 종말의 시간에 힘입어 그것의 완성을 향해 희망의 순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의 삶과 사명은 교회가 창출하고 꾸미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창조하고 구원하러 오시는 하느님께 주도권이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한 기 신부는 “따라서 우리 삶의 모든 시간을 당신 안으로 품으시는 하느님께로 전부 개방하는 것이 있는 그대로의 그분을 만나는 희망찬 순례의 시작이요 본질이 될 것”라고 전했다. 뿔 나팔 소리는 하느님 현존 상징…구체적인 희년 정신 실현 노력 필요 ■ 희년의 실현 이처럼 희년이 우리의 세속적 주도권을 내려놓고 하느님과의 영적인 친밀함 속에서 우리의 시간과 역사를 성화시키는 것에 희망을 두고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희년의 정신을 실현해 나갈 수 있을까? 광주가톨릭대학교 김명숙(소피아) 교수는 ‘희년과 희년을 신호한 숫양 뿔 나팔의 상징성 고찰’을 발표하면서 그 대답을 찾아나갔다. 희년을 뜻하는 히브리어 ‘요벨’의 어원은 숫양으로 추정된다. 김 교수는 발제를 통해 이 숫양의 뿔 나팔 소리가 하느님의 현존을 상징했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구약에서부터 신약에 이르기까지 뿔 나팔은 창조주이자 구원자이신 하느님의 현존에 대해 환기하는 역할을 했다. 김 교수는 “레위기 25장에서 숫양 뿔 나팔, 곧 요벨로 희년을 신호하게 함으로써 희년 선포의 주체가 누구인지 환기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희년과 속량 제도는 천지의 창조주이신 하느님이 온 땅의 주인이시며, 이스라엘은 그분의 종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희년의 정신을 실현하기 위한 제언을 덧붙였다. 김 교수는 “희년의 기초라 할 수 있는 안식년은 들짐승과 땅의 휴식까지 보장하려는 제도”라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우리의 집이 돼주는 자연 생태계에 감사하는 말, 우리의 양식으로 식탁에 올라오게 된 모든 동식물의 희생을 기억하는 기도를 바치자”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식사 전 기도’를 바치면서 생태계에 감사하는 말을 덧붙이면 정기적으로 기도 중에 희년의 정신을 되새길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희년법에서 전달되는 메시지는 약자 보호와 연관된다”면서 “자본 중심의 신자유주의 경제 구조에 덫에 걸린 이들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개인의 차원에서는 채권자가 채무자의 형편에 따라 이자를 안 받거나 적게 받고, 집주인은 입주자의 사정을 고려해 집세를 너무 올리지 않는 등의 노력” 등을 제시했다. 이날 학술발표회에 참석한 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도 축사 중 프란치스코 교황의 칙서를 인용하며 희년의 정신을 실천하는 방법에 관해 전했다. 이 주교는 “교황은 전통적 희년 여정인 성지순례, 화해, 기도와 전례, 신앙고백, 대사뿐만 아니라 구체적 행동을 통해 실천하기를 요청한다”며 “고통받는 이들을 향한 관심,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연대와 지원, 청소년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 격려하고, 청년들에게 힘을 쏟는 것, 공동의 집을 잘 돌보는 것” 등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우리는 희년의 정신을 실천함으로써 시노달리타스도 실제로 펼쳐갈 수 있을 것”이라며 “하느님 나라는 하느님이 일방적으로 주시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과 인간의 의지가 하나로 만날 때 비로소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24-10-27

일치·화합 위한 숨가쁜 7일의 여정

한국 주교단은 9월 16일부터 22일까지 로마 교황청에서 ‘사도좌 정기방문’(Ad limina Apostolorum, 앗 리미나)를 진행했다. 사도좌 정기방문은 교회법(제399조 1항)에 따라 지역 교회 주교들이 사도들의 으뜸인 베드로와 바오로 묘소 순례, 교황 면담, 교황청 부서 방문 등을 진행하는 행사다. 이번 사도좌 정기방문은 지난 2022년 예정돼있던 사도좌 정기방문이 연기되면서 2015년 3월 이후 9년 만에 열린 행사다. 이에 2015년 9월 주교로 서품된 교구장대리 문희종(요한 세례자) 주교가 이번 사도좌 정기방문에 처음 참가하면서 교구 주교 3명이 모두 참가한 첫 사도좌 정기방문으로 의미를 더했다. 주교들은 이번 방문 중 20일 오전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했다. 아울러 16일부터 21일까지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와 성직자부, 시성부, 복음화부(첫복음화와 신설개별교회 부서), 평신도가정생명부 등을 방문했다. 사도좌 정기방문의 주요 일정 외에도 17일 주교황청 대한민국대사관 방문, 20일 바티칸 정원에서 열린 ‘한국의 성모 성화(모자이크)’ 축복식, 22일 로마 한인본당 미사 등에 함께했다. 사도좌 정기방문에 참가한 교구 주교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전한다.

2024-10-13

바람 살랑이는 가을…성음악의 깊은 울림에 빠져볼까

온갖 곡식과 과실도 익어가는 가을은 문화의 계절이기도 하다. 문화(Culture)의 어원이 경작(Cultura)이란 뜻의 라틴어에서 오기도 했고, 무엇보다 선선한 가을 날씨와 단풍이 물드는 풍경으로, 가을은 문화생활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시기다. 교구 성음악위원회(위원장 김태완 바오로 신부) 산하 단체들은 다채로운 성 음악 공연으로 이 가을을 채워나간다. 10~11월 성음악 단체들이 펼치는 공연들을 소개한다. ■ 수원가톨릭그레고리오합창단 제3회 정기연주회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전례헌장은 “교회는 그레고리오 성가를 로마 전례의 고유한 성가로 인식하고, 따라서 다른 조건들이 같다면, 전례 행위 안에서 첫 자리를 부여한다”고 그레고리오 성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수원가톨릭그레고리오합창단(영성지도 조성경 프란치스코 신부)은 이런 그레고리오 성가의 아름다움을 전하기 위해 2019년 창단한 혼성합창단이다. 합창단은 10월 9일 오후 7시30분 동백성요셉성당에서 제3회 정기연주회를 펼친다. 이번 공연에는 그레고리오 성가 ‘로사리오의 성모님 기념 미사곡’를 선보인다. 또 다성음악으로는 시편과 아가서를 담은 음악과 테 데움(Te deum) 찬송가를 선보일 예정이다. ■ 콘체르토 안티코 제3회 무지카사크라 페스티벌 그레고리오 성가가 교회음악의 옛 전통을 이어오는 음악이라면, 고음악은 클래식 음악에 있어서 옛 음악의 전통을 되살리는 음악이다. 수원가톨릭고음악협의회 콘체르토 안티코(영성지도 현영민 루도비코 신부)는 특별히 바로크 시대의 악기와 연주법으로 바로크 음악을 표현한다. 특히 악기를 중심으로 한 기악과 사람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성악이 어우러져 바로크 시대의 음악을 깊이 있게 전하는 단체다. 콘체르토 안티코는 10월 11일부터 13일까지 남양성모성지 성모마리아 소성당에서 ‘바로크 노래하다-건축 안에서 음악을 어우르다’를 주제로 제3회 무지카사크라 페스티벌을 진행한다. 무지카사크라 페스티벌은 바로크 시대의 음악 중에서도 종교음악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공연으로, 이번 공연도 전석 매진될 정도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수원가톨릭오르가니스트연합회 제12회 정기연주회 교회 음악의 악기라면 오르간을 빠뜨릴 수 없다. 교회는 “전례 거행에 가장 어울리는 악기는 오르간”(「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393항)이라고 전례 음악 안에서 오르간의 특별한 위상을 강조한다. 2011년 설립된 수원가톨릭오르가니스트연합회(영성지도 이호재 베네딕토 신부)는 교구 내 전문 오르가니스트의 연합회로 교구 내 반주자들을 위한 오르간 교육뿐 아니라 정기 연주회를 통해 연주자로서의 기량도 펼치고 있다. 연합회는 10월 16일 오후 3시 남양성모성지 대성당에서 제12회 정기연주회를 실시한다. 연주회에서는 남양성모성지 대성당을 설계한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디자인하고 독일 후고 마이어사에서 제작한 파이프 오르간의 음색으로 연합회 오르가니스트 4의 연주를 만나볼 수 있다. ■ 수원가톨릭합창단 창단 10주년 기념 음악회 우리가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는 교회음악은 역시 성가다. 2014년 창단한 수원가톨릭합창단(영성지도 김동우 바오로 신부)은 교구 전례를 담당하는 합창단이다. 아울러 본당이나 지역사회 등에서 교회음악과 일반음악의 크고 작은 작품으로 찾아가는 음악회를 열거나 격년으로 정기연주회를 실시하고 있다. 특별히 창단 10주년을 맞은 합창단은 10월 19일 오후 5시 남양성모성지에서 창단 10주년 기념 음악회 ‘GRATIAS’를 공연한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선물을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2코린 9,15)를 주제로 한 이번 공연에서는 그동안 합창단에 관심과 사랑을 준 모든 이들을 기억하면서 3부에 걸쳐 교회음악과 일반음악 등 풍성한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 관람신청 : naver.me/F6bel4yt ■ 수원가톨릭소년소녀합창단 제5회 정기연주회 수원가톨릭소년소녀합창단(영성지도 박경환 바오로 신부)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목소리로 성음악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2016년 창단한 성음악 단체다. 특히 지난 2023년 12월 28일일부터 2024년 1월 1일까지 로마에서 열린 제44회 세계 푸에리 칸토레스 합창제(Congressus Internationalis Pueri Cantores)에 참가, 갈라콘서트 등에서 공연하는 등 국제무대에서도 활약하고 있는 단체다. 합창단은 11월 1일 오후 7시30분 제2대리구 중앙성당에서 제5회 정기연주회를 연다. 합창단은 이날 모든 성인 대축일 전례성가를 비롯해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의 ‘성체찬미가’, 성 데레사의 ‘아무것도 너를’,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를 위한 기도’, 김대건 신부의 편지 등 성인들을 기억할 수 있는 노래들을 연주한다. ■ 수원가톨릭청년합창단 제4회 정기연주회 소년소녀합창단이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들려준다면, 수원가톨릭청년합창단(영성지도 이규성 요셉 신부)은 젊은이들의 성가를 보여준다. 2016년 창단한 합창단은 20~30대 청년으로 구성, 교구 전례와 행사에 참여해 성가를 통해 신앙생활을 고양시키고자 활동하는 단체다. 특히 수준 있는 연주로 다양한 문화를 생산하고 전파함으로써 특별히 이 시대의 고단한 청년들을 서로 격려하고 선교에 앞장서고나 노력하고 있다. 합창단은 11월 15일 오후 7시30분 제1대리구 입북동성당에서 제4회 정기연주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2024-09-29

거룩한 순교자 유해 앞에서, 부활의 영광 주시는 주님께 감사를

순교자 성월, 우리는 특별히 순교자들을 기억하고, 순교자들에게 전구를 청하고, 순교자들이 보여준 신앙을 따르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교회는 특별히 순교자들의 유해를 공경함으로써 더욱 각별하게 순교자들에게 전구를 청하고 순교자들의 모범을 따르고자 하고 있다. 이번 순교자 성월, 교구 내 성지를 순례하며 순교자들의 유해 앞에서 기도하면 어떨까. ■ 성인 유해 공경 초대 교회 시절부터 신자들은 그리스도를 충실히 따르다 목숨을 바친 그리스도인, 순교자들을 성인을 공경했다. 신자들은 순교자들의 무덤을 찾아 미사를 봉헌했고, 기도와 더불어 순교자들의 행적을 낭독하며 순교자들의 증거를 되새겼다. 특히 신자들은 순교자들이 순교한 날을 거룩한 예루살렘에 들어가는 참된 탄생의 날로 여겨 순교자를 기념하는 날로 삼았다. 순교자를 공경하기 시작하면서 순교자들이 유해도 공경의 대상이 됐다. 성인들의 유물과 유해에 대한 공경은 성경에도 바오로의 살갗에 닿았던 수건(사도 19,12), 승천한 엘리야의 옷(2열왕 2,14), 엘리사의 뼈(2열왕 13,21)를 통해 일어난 기적들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성 예로니모는 “고통을 받아 순교한 거룩한 몸”이라고 성인의 유해를 설명하기도 했다. 순교자 공경이 확산되면서 교회는 유해를 성당에 모시기 시작했다. 유해를 성당에 안치함으로써 신자들이 순교자들을 더 가까이서 공경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처음에는 유해를 그대로 보존했지만, 신자들은 점차 유해를 나눠 모시기 시작했고, 7~8세기 무렵에는 유해를 분할해 안치하는 일이 허용됐다. 787년 제2차 니케아공의회 교부들은 모든 교회가 반드시 성인의 유해를 모신 뒤 축성돼야 한다고 천명했다. 성인들의 유해 공경은 오랜 역사 속에 이뤄져왔지만, 성인들의 유해 공경에 관한 규정은 1563년 트리엔트공의회를 통해 확정됐다. 트리엔트공의회 「성인들의 유해와 성화상에 관한 교령」에 따르면 “거룩한 순교자들의 거룩한 유해와 그리스도의 살아 있는 지체이자 성령의 궁전이었으며 그리스도에 의해 영원한 생명으로 부활하여 영광을 받게 될 그리스도와 함께 사는 이들의 성해 역시 신자들에게 존경을 받아야 한다”면서 “그들을 통해서 하느님께서는 인간들에게 많은 은혜를 베풀어 주시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더 가까이서 순교자 공경하기 위해 성당에 유해 모시기 시작 구산성지·남양성모성지·남한산성순교성지 등 교구 내 성지들 성인·복자들 외에도 무명 순교자 묘역 등 곳곳에서 유해 공경 ■ 교구의 성인 유해 공경 박해 시기 수많은 신앙선조들이 목숨을 바쳐 신앙을 증거해 온 순교자들의 땅인 교구에서도 성인 유해를 공경하는 많은 활동이 있어 왔다. 신자들은 자신의 목숨도 위태로운 박해 속에서도 순교자들의 유해를 찾아 수습하며 순교자의 유해를 지켜 왔다. 특별히 신앙선조들은 회장직을 수행하던 순교자들, 사제 순교자 등 교회의 모범이 된 순교자들의 유해를 수습하고 대대로 지켜오며 그들의 모범을 기억하는 일을 끊임없이 이어 왔다. 그래서 교구 곳곳에는 순교자들의 유해가 묻힌 땅도 많다.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의 유해를 수습하기 위해 노력한 미리내 교우촌 신자들의 노력은 유명하다. 미리내 교우촌의 이민식(빈첸시오)은 김대건 신부 순교 40일 만에 포졸들의 눈을 피해 김대건 신부의 시신을 한강 새남터 모래밭에서 빼어냈고, 박해자들의 눈을 피해 5일 동안 험한 산길로 시신을 옮겨 미리내에 김대건 신부를 안장할 수 있었다. 각각 수리산과 구산에 교우촌을 일구고 회장으로 일해온 성 최경환(프란치스코)과 성 김성우(안토니오)도 마찬가지다. 교우촌 신자들은 순교한 자신들의 회장의 시신을 각각 수리산과 구산에 안장하고 유해를 지켜왔다. 파평 윤씨의 선산인 어농성지에는 복자 윤유오(야고보)의 무덤이, 단내 교우촌이 있던 단내성지에는 하느님의 종 정은(바오로)의 무덤이 있다. 오랜 시간 속에서도 순교자의 유해를 지키기 위해 교구로 이장한 일들도 있었다. 복자 정약종(아우구스티노)의 유해는 순교 후 그의 고향인 마재 인근의 윗배알미 검단산 기슭에 묻혔다가, 100여 년이 흐른 후 정약종의 후손들이 살고 있는 안산 사사동의 선산(안산시 상록구 사사동 61)에 이장됐다. 순교자의 유해가 모셔진 묘소를 더 정성껏 돌보기 위해 이장했던 것이다. 현재 정약종의 묘는 천진암성지에 자리하고 있다. 대구 관덕정에서 순교한 성 이윤일(요한)의 유해도 1900년대 경부선 철도가 착공되면서 묘지가 훼손될 위기에 처하자 이윤일의 가족들이 살고 있는 먹방이(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묵리 산 32-1)로 유해를 옮겨 묻었다. 성인·복자들 외에도 순교자들의 무덤은 곳곳에 있다. 양근성지에는 순교자 권복(프란치스코)의 묘소가 있고, 미리내성지와 손골성지에는 무명순교자들의 유해를 모신 무명 순교자 묘역이 있다. 교구 내 성지들은 순교자들의 유해를 성지에 모시고 성지를 순례하는 이들이 유해 앞에서 기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교구 내 성지에 안치된 순교자들의 유해는 ▲구산성지에는 성 김성우 ▲남양성모성지에는 성 모방 신부, 성 다블뤼 주교 ▲남한산성순교성지에는 성 최경환, 성 김성우 ▲단내성지에는 성 김대건 신부 ▲미리내성지에는 성 김대건 신부, 성 페르페투아 ▲손골성지에는 성 오메트르 신부, 성 다블뤼 주교 ▲수리산성지에는 성 최경환, 성 김성우 ▲수원화성순교성지에는 성 김대건 신부, 성 최경환, 성 김성우, 성 앵베르 주교, 성 모방 신부, 성 샤스탕 신부 ▲어농성지에는 성 김대건 신부 ▲요당리성지에는 성 장주기(요셉) ▲은이·골배마실성지에는 성 김대건 신부 ▲죽산성지에는 성 김대건 신부, 성 앵베르 주교, 성 모방 신부, 성 샤스탕 신부 ▲천진암성지에는 성 정하상(바오로) 등이다.

2024-09-08

맑고 밝은 청년들…말씀으로 이끌며 기쁜 삶 선물

하느님 말씀에 목마른 청년들이 마음껏 성경을 배우고, 성경을 통해 얻은 묵상을 나누며, 성경 말씀을 삶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온 교구 청년성서모임(대표 강수정 나탈리아, 영성지도 이헌우 마태오 신부)이 설립 25주년을 맞았다. 교구 청년성서모임은 그동안 어떤 활동을 펼쳐왔을까. 교구 청년성서모임이 25년간 걸어온 발자취를 살펴본다. ■ 교구에 첫 발 내디딘 청년성서모임 “청년성서부를 신설하고, 청년성서모임을 발족하는 것은 2000년 대희년을 맞이하는 교구 공동체에 청년 신앙활성화를 위한 획기적인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1999년 7월 27일 교구 청소년국 산하에 신설된 청년성서부 전담으로 임명된 전합수(가브리엘) 신부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교구에서 청년성서모임을 시작하는 의미에 관해 전했다. 청년성서모임은 1972년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가 시작한 가톨릭성서모임을 모태로 하는 성경 프로그램이다. 수도회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창세기와 탈출기 모임을 시작해, 1973년부터 본당, 대학교 등으로 성서모임을 확장시켰고, 1988년에는 서울대교구 청년사목에 함께해 청년성서모임을 창립해 운영해왔다. 2000년 대희년을 앞두고 교구의 5대 사목중점의 하나로 ‘성경중심사목’을 내세운 교구는 청년사목에서도 성경의 중요성에 주목했다. 청년성서모임을 교구에 본격적으로 도입하면서 성서모임을 통해 교구 내 본당과 대학의 청년사목을 지원하고 청년 신앙생활을 활성화해 나가고자 한 것이다. 당시 이미 서울대교구 청년성서모임을 통해 성서모임을 수료한 교구 내 청년이 약 1000명, 그룹봉사 경험이 있는 청년이 30여 명가량 있을 정도로 교구 청년들에게도 청년성서모임은 낯설지 않은 프로그램이었다. 청년성서부는 1999년 9월 5일 서울대교구 청년성서모임에 속했던 교구 청년들을 이관받아 11월 6일 창립미사와 봉사자 파견을 진행했다. 청년성서부 1999년 11월 6일 창립 이듬해 첫 창세기 연수 수료자 배출 코로나19 땐 온라인으로 맥 이어 “젊은이들, 말씀의 힘으로 거듭나길” ■ 청년들에게 하느님 말씀을 나누다 청년성서모임은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믿고, 기도하고, 생활하면서 기쁜 소식을 선포한다’는 정신을 바탕으로 청년 신자들이 성경을 자주 배우고 묵상하게 함으로써 하느님의 말씀을 더욱 능동적으로 접하고 자신의 삶을 복음화해 이웃에게 복음을 전하는 말씀의 봉사자가 되도록 이끌어왔다. 특히 청년성서모임의 운영방식인 그룹나눔은 청년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왔다. 청년성서모임의 성경공부는 일방적인 강의 형태의 교육이나 성경에 관한 지식을 쌓기만 하는 공부가 아니다. 선배 봉사자와 4~8명가량의 그룹원이 매주 함께 성경을 공부하면서 성경에 관한 주제로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이를 서로 이야기하고 경청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청년들은 이런 나눔을 통해 하느님께서 자신의 삶에 어떻게 함께하고 계시는 지를 알아차리고, 청년성서모임을 자기 생활 안에서 말씀대로 살 수 있는 원동력으로 삼게 됐다. 그러나 청년성서모임은 단순히 청년들이 친교를 나누는 소그룹 모임에 그치지 않는다. 청년들은 나눔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 해설서와 문제집을 통해 충실히 공부ㅎㄴ다. 창세기를 시작으로 탈출기, 마르코, 요한에 이르는 각 단계가 마무리될 때마다 교구 청년성서모임이 마련한 연수를 통해 그동안의 성경공부를 심화시킬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렇게 2000년 제1차 창세기 연수에서 9명의 수료자가 탄생했고, 해를 거듭하면서 청년들의 호응을 얻어 점차 연수 참여자 수가 늘어나 올해 열린 제73차 창세기 연수까지 5160명에 달하는 청년들이 창세기 연수를 수료했다. 또한 지금까지 40차까지 열린 탈출기 연수에는 1959명이, 16차까지 열린 마르코 연수에는 573명이, 6차까지 열린 요한 연수에는 126명이 수료하는 등 많은 청년들이 청년성서모임을 통해 성경을 공부하고 있다. ■ 말씀을 퍼뜨리는 봉사자들 말씀의 봉사자와 함께 성경공부를 하면서 연수를 통해 그동안의 성경공부를 갈무리한 청년들은 또 다른 그룹을 이끌 수 있는 말씀의 봉사자로 거듭난다. 교구 청년성서모임은 그룹봉사자를 위한 교육과 연수를 정기적으로 실시해 각 그룹 안에서 말씀의 봉사자들이 청년성서모임을 잘 이끌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이런 봉사자들이 각 그룹에서 원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청년 봉사자들이다. 교구에서 활동하는 청년 봉사자들은 교구 청년성서모임에서 실시하는 연수와 만남의 잔치, 교육 등을 진행할 수 있도록 봉사하고 있다. 현재 60명의 청년들이 교구 봉사자로서 활동하고 있다. 그룹으로 모여 활동해야 하는 특성상 2020년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됐을 때는 어려움도 컸다. 모든 연수와 교육, 모임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구 청년성서모임은 온라인을 활용해 성경공부의 맥이 끊기지 않도록 했다. 매월 온라인 월례미사와 강의를 진행했고, 2021년에는 온라인으로 그룹봉사자 교육을 실시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2022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코로나19 이전보다도 더 많은 청년들이 연수에 참여하며 청년들 사이에 말씀을 퍼뜨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교구 청년성서모임은 오는 9월 7일 교구청에서 가을 만남의 잔치를 열면서 아울러 설립 25주년 기념하고 축하하는 자리도 마련할 계획이다. 교구 청년성서모임 담당 김은희(휠리아) 수녀는 “말씀을 중심으로 말씀으로 함께 모인 젊은이들의 교회를 지향하는 교구 청년성서모임이 하느님의 크신 보살핌 속에 25주년의 의미 있는 한 해를 보내고 있다”며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말씀 선포자로서의 소명을 다하는 젊은이들과 함께하며 보람과 긍지를 느끼며 더 많은 젊은이들이 말씀의 힘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2024-08-25

수원교구 주보성인 ‘평화의 모후’는?

수원교구는 지난 6월 5일 공문을 통해 올해부터 매년 7월 9일에 교구 주보 성인 ‘평화의 모후’ 대축일 미사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교구의 주보 성인인 ‘평화의 모후’에 대해 알아본다. ■ 평화의 모후이신 마리아 우리가 하루 3번 삼종기도를 통해 되새기듯이 성모 마리아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을 낳으리라는 잉태 예고를 받았을 때,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고 응답해 예수님의 어머니가 됐다. 성모 마리아는 온전한 마음으로 하느님의 구원 의지를 받아들임으로써 ‘온 인류를 위한 구원의 원인’이 된 것이다. 그래서 교회는 성모 마리아가 하느님의 어머니이며, 평생 동정이고, 원죄 없이 잉태됐으며, 하늘로 불림을 받았음을 믿으며 특별히 공경한다. 이런 믿음은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우리 신앙을 밝혀주는 등불 같은 역할을 한다. 성모 마리아가 ‘평화의 모후’라 불리는 것도 마리아가 ‘평화의 왕’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의 어머니가 됐기 때문이다.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권고 「마리아 공경」을 통해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이기도 한 1월 1일이 ‘세계 평화의 날’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날은 갓 태어나신 평화의 왕을 경배하고, 천사가 전해 준 기쁜 소식을 다시 한번 들으며, 평화의 모후를 통해 하느님께 평화의 고귀한 선물을 청하는 좋은 기회가 된다.” 바로 교회가 성모 마리아를 평화의 모후로 여기는 이유다.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님은 “평화가 너희와 함께!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요한 20,21)라고 하시며 우리가 평화의 사도가 되어 주님의 평화를 선포하도록 했다. 성모 마리아는 평화의 왕인 예수님을 잉태해 낳음으로써 세상에 그리스도의 평화가 올 수 있도록 했을 뿐 아니라 예수님이 온 인류의 구원을 위해 자신을 희생 제물로 바치신 십자가 아래 서 있었고, 스스로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 평화의 사도로 살아갔다. 그래서 제1차 세계대전이 가져온 혼란과 폐허를 딛고 평화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던 베네딕토 15세 교황은 성모호칭기도에 ‘평화의 모후여’를 추가해 신자들이 평화의 모후에게 전구를 청하며 기도하도록 하기도 했다. 성모 마리아는 승천 이후에도 세계 여러 곳에 발현해 ‘평화의 모후’로서 사람들을 가르쳤다. 특히 1917년 포르투갈 파티마에 발현한 성모 마리아는 ‘평화의 모후’로서 사람들에게 세계 평화를 위해 기도하라고 요청했다. 성모 마리아는 5~10월 6차례에 걸쳐 발현하면서 세계 평화를 위해 매일 묵주기도를 바치고, 죄인을 위해 희생하며, 성모성심을 공경하라고 전했다. ■ 교구의 주보 성인인 평화의 모후 교구는 1977년 5월 18일 조원동주교좌성당을 신축·봉헌하면서 교구의 주보를 평화의 모후로 정했다. 당시 교황청 인류복음화성(현 교황청 복음화부) 장관 아넬로 로씨 추기경은 7월 9일 평화의 모후 축일에 「수원교구 새 주교좌 및 준주교좌성당 인준 포고문」을 발표,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 마리아를 수호자로 모신 새 성당에 주교좌를 두도록” 인준했다. 교구 새 주교좌의 주보 성인을 ‘평화의 모후’로 삼으면서 교구의 주보도 ‘평화의 모후’로 정해졌다. 1969년 2월 14일 「전례력의 보편규범과 세계 교회의 새 축일표」를 승인하는 성 바오로 6세 교황의 자의교서에서 평화의 모후 축일은 사라졌지만, 교구는 7월 9일을 공식적인 교구 주보 축일로 지내왔다. 교구는 정자동주교좌성당을 새 주교좌로 삼고, 조원동주교좌성당을 공동주교좌성당으로 정하면서도 ‘평화의 모후’ 대축일 미사를 조원동주교좌성당에서 거행해 왔다. 교구는 1990년 시행공문을 통해 “수원교구의 수호자이시며 조원동공동주교좌성당의 주보이신 평화의 모후 축제를 조원동공동주교좌성당에서 이날을 대축일로, 이 외의 수원교구 각 본당과 수도회 및 기관에서 축일로 지내기로” 했다. 또한 교구는 2006년 5월 1일 심순화(가타리나) 작가의 작품 ‘평화의 모후’(2006·수원교구 소장)를 교구 주보인 ‘평화의 모후’의 성화상으로 공식 인준하기도 했다. 현재 교구청 2층에 걸려있는 작품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심으로 얻은 부활의 생명으로 평화를 표현했다. 성화 속에 둥글게 그려진 십자나무는 그리스도의 죽음으로 새 생명(평화)이 태어나고 하늘과 땅이 하나 됐음을 강조했다. ‘평화의 모후’인 성모 마리아는 이 평화와 새 생명을 인류에게 전하고 호소하는 역할로 묘사된다. 성모 마리아의 좌우로 자리하고 있는 12천사는 12사도를 의미하며, 동시에 십자가에서 흘러나온,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를 상징한다. 또한 기도하는 천사와 아이들은 평화를 염원하는 전 인류의 심정을 표현한다. 교구는 해마다 7월 9일에 교구 주보이신 ‘평화의 모후’ 대축일 미사를 봉헌해 왔지만, 2014년부터 7월 9일의 대축일 미사를 중단했다. 대신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이자 평화의 날인 1월 1일에 ‘평화의 모후’의 의미를 담아 미사를 거행했다. 따라서 이번 재개된 평화의 모후 대축일 미사는 10년 만에 열리는 교구 주보 ‘평화의 모후’를 기념하는 축제다. 교구는 ‘평화의 모후’ 미사를 올해부터 교구 내 전체 본당에서 7월 9일 당일에 봉헌하기로 결정했다. ‘전례력과 축일표에 관한 규범’에 따르면 ‘교구 수호자(주보)의 축제’는 ‘대축일’로 지낼 수 있다.(전례력 규범 52항, 59항 참조; 전례일의 등급순위 4항, 8항 참조)

2024-07-07

[2023 교구 통계 분석] 신자 수 늘었지만 젊은 층 비율 낮고 냉담교우 증가

「2023 수원교구 통계」가 6월 5일 교구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됐다. 교구 통계에는 2023년 한 해 동안 신자 수와 성사사목 등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알 수 있는 통계들이 담겼다. 「2023 교구 통계」 내용을 살펴본다. ▶ 2023 수원교구 통계 바로보기 ■ 교구 개황 2023년 교구 신자 수는 95만3150명으로 집계됐다. 신자 수는 전년에 비해 8343명 증가했지만, 인구 대비 신자비율은 10.75%로 전년보다 0.24%p 감소했다. 교구 성직자 수는 주교 4명, 교구 소속 신부 573명, 봉헌생활회 소속 신부 77명, 사도생활단 소속 신부 3명이다. 수도자는 수사는 69명, 수녀는 1185명이다. 교구 내 본당은 222곳, 공소는 18곳이다. ■ 신자 수 교구 신자 수는 50~60대가 가장 두터운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30대 미만 청소년·청년층은 여전히 그 수가 적었다. 5세 단위로 연령별 신자를 살폈을 때 수가 가장 많은 세대는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60~64세(8만8051명)였다. 그 다음으로 50~54세(8만6360명), 55~59세(8만3637명)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40~44세가 7만9095명, 45~49세가 7만4178명으로 수가 많아 50~60대 다음으로는 40대가 많았다. 반면 0~4세 신자 수는 90~94세 신자 수(9229명)의 절반 수준인 4525명으로, 80세 미만 신자 중에서 신자 수가 가장 적었다. 0~4세 다음으로는 5~9세(1만5436명), 10~14세(2만7189명), 15~19세(3만2696명)가 차례로 적은 수를 보였다. 증감면에서는 80세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전년도에 비해 전반적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단 이 수치는 「2022 교구 통계」에서 생긴 연령 오차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2 교구 통계」에서는 차세대 본당양업시스템 도입에 따른 전산상 오류로 ‘신자 구분’에서 신자들이 연령이 한 살씩 증가하는 오차가 발생한 바 있다. 성별에 따른 신자 수는 여성 신자가 54만1022명이고, 남성 신자가 41만2128명이었다. 교구 성직자의 경우 40~44세(87명), 30~34세(83명), 45~49세(69명), 35~39세(68명)으로 30~40대의 수가 많았다. ■ 성사 2023년 세례성사를 받은 이는 8190명으로 전년도보다 1470명 늘었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1만296명에 비하면 적은 수다. 세례자를 연령별로 봤을 때 2613명이 유아세례를 받으면서, 0~4세(1486명), 5~9세(1117명)가 가장 수가 많았고, 일부가 유아세례자에 해당하는 10~14세(552명)가 뒤를 이었다. 어린이를 제외한 세대에서는 40~44세(473명), 50~54세(466명), 55~59세(433명) 순으로 세례자 수가 많았다. 혼인은 성사혼이 603건, 관면혼이 1170건으로 전체 혼인은 지난해(1520건)보다 253건 증가했다. 그러나 관면혼율이 65.99%에 달했다. 관면혼율은 2020년 62.85%에서 2021년 63.14%, 2022년 63.52%로 꾸준히 늘어나다, 지난해 크게 늘었다. 견진성사는 5207명, 병자성사는 2855명, 첫영성체는 3241명를 받아 전반적으로 성사 인원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견진성사의 경우 팬데믹 이전인 2019년(9945명)의 절반을 조금 넘어선 수준이었다. 주일미사 참례자 수는 평균 14만970명으로 마찬가지로 전년도(11만8059명)보다 증가했다. 주일미사 참례율은 11.80%다. 그러나 2019년 주일미사 참례자 평균(18만5981명)에 비하면 63%정도에 그쳤다. 한 해 동안 영성체를 한 신자의 연인원은 991만3555명이고, 고해성사를 한 신자의 연인원은 54만8173명이었다. 판공성사는 부활에 13만1954명, 성탄에 13만1387명으로 집계됐다. 판공성사 대상자에 대한 참여 비율은 각각 부활 22.69%, 성탄 23.23%다. 전년도 부활 10만2591명(19.95%), 성탄 11만477명(21.32%)보다 회복되고 있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2019년 판공성사 참여 비율은 부활 33.80%, 성탄 31.67%였다. 냉담 교우의 수는 주소 확인 23만4998명, 거주 미상 32만9967명이었다. 신자 총수에 비하면 각각 25.33%, 36.26%다. 여러 성사 참례자 수가 늘어나는 모습이 보이는 것과는 달리, 냉담 교우의 수는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 신자 단체·주일학교·사업 교구 내 단체 현황은 레지오 마리애가 4만458명, 마리아사업회 207명, 성빈첸시오아바오로회 482명, 성령쇄신봉사자협의회 850명, 지속적인성체조배회 1637명으로 집계됐다. 또 꾸르실료에는 321명, 성령쇄신운동 연수에는 1628명, 성서사도직에는 3만3057명이, 교구나 공식기관이 운영한 신앙강좌에는 5만2794명이, 피정에는 1만8344명이, 혼인강좌에는 1384명이, 매리지엔카운터에는 242명이 참여했고, 교회 기관에서 주최한 강연·연수·심포지엄 등에는 6만5331명이 참석했다. 교구 내 본당에서 주일학교에 등록한 청소년은 초등부 1만1830명, 중등부 3905명, 고등부 1992명이었다. 주일학교 등록인원은 팬데믹이 시작돼 등록인원이 급감한 2020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왔으나, 2023년은 전년도(초등부 1만1681명, 중등부 4043명, 고등부 2495명)에 비해 중등부와 고등부 등록인원이 감소했다. 주일학교 교사 수는 초등부 1389명, 중등부 575명, 고등부 335명이었다. 지난 한 해 동안 교구 내 3곳의 병·의원과 1곳의 종합병원에서는 91만2760명의 환자를 치료했고, 9개 상담소에서는 3639명의 상담이 진행됐다. 교구 내 37개 본당이 운영하는 노인대학에는 2395명이 참여했다. 또 교구 내 139개 사회복지시설 생활자 및 이용자는 85만9145명이었다.

2024-06-23

땀의 순교자 발자취 따라 가경자 시복 시성 기원

6월 15일은 가경자 최양업(토마스) 신부의 선종 163주기이다. 주교회의(의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는 올해부터 최양업 신부의 선종일을 ‘전구 기도의 날’로 지내기로 정하고,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시복 시성을 위해 전구 기도를 바치자고 권고했다. 전구 기도의 날을 맞아 최양업 신부를 기억할 수 있는 순례지들을 방문해 보면 어떨까. 교구 내 최양업 신부 관련 순례지들을 소개한다. ■ 수리산성지 - 아버지 최경환 성인이 만든 교우촌 수리산성지는 최양업 신부의 아버지 최경환(프란치스코) 성인이 이주해 교우촌을 형성한 곳이자, 최경환의 묘소가 있는 곳이다. 충남 청양군 농암리 다락골에 살던 최경환의 가족은 신자들이 많이 살고 있어 신앙생활을 하기 좋은 서울 벙거지골로 이주했다. 그러나 박해가 심해지자, 강원도와 경기도 내 곳곳을 전전하다 최양업 신부가 신학생으로 선발돼 유학길에 오를 무렵, 수리산에 정착했다. 최경환이 이곳에 정착하자 여러 신자들도 함께 수리산에 모이기 시작하면서 교우촌이 형성됐다. 최경환은 교우촌 회장을 맡으면서 신자들과 함께 담배를 재배하며 생계를 꾸리고, 활발한 선교활동과 신앙생활을 이어 나갔다. 최양업 신부의 서한에 따르면 최경환은 흉년이 들면 주변에 사는 가난한 이들을 백방으로 도와주고, 과일을 추수할 때가 되면 가장 좋은 것을 골라 이웃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눴다. 뿐만 아니라 남들이 탄복할 만큼 형제들과 화목하게 살았고, 어머니에 대해서는 가장 다정한 효도로 섬겼으며, 아랫사람들에 대해서도 자상하게 보살펴 주었으며, 매일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아무리 바쁜 날이라도 신심 독서를 중단하지 않았고, 아침·저녁기도를 가족 모두와 함께했다고 한다. 1839년 기해박해가 일어나자, 포졸들이 수리산을 찾아 40여 명의 신자들을 체포했다. 당시 최경환의 아내 복자 이성례(마리아)는 포졸들에게 줄 밥상을 차리고 최경환은 포졸들을 반갑게 맞이했다고 한다. 붙잡힌 최경환은 모진 고문 끝에 1839년 9월 12일 옥사로, 이성례는 1840년 1월 31일 당고개에서 참수로 순교했다. 사제품을 받고 조선에 입국한 최양업 신부는 수리산을 방문할 때마다 최경환의 묘소에서 기도했다고 전해진다. ☞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병목안로 408 ■ 손골성지 - 선교사들과 공감하며 긴밀히 친교 손골성지는 박해시기 교우촌이 있던 곳으로 서양 선교사들이 우리나라의 언어와 풍습을 익히던 성지로, 최양업 신부도 선교사들과 함께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다. 손골에 교우촌이 형성된 것은 1839년 기해박해 무렵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 교우촌은 당시 조선에 파견되던 파리 외방 전교회 선교사들이 조선의 문화와 환경에 적응하고 선교준비를 하도록 돕는 역할을 했다. 성 다블뤼 주교를 비롯해 성 도리 헨리코 신부, 성 오메트르 베드로 신부 등 많은 선교사들이 손골을 거쳤다. 선교사들이 상주하고 있던 만큼, 사목의 중심지기도 했다. 성 베르뇌 주교는 오메트르 신부에게 “손골과 가까운 고을 4곳을 사목하라”고 명했고, 오메트르 신부는 손골을 중심으로 미리내, 무량골, 소내실 등 교우촌을 사목했다. 손골은 파리 외방 전교회 선교사들과 긴밀한 친교를 이루던 최양업 신부도 머물던 곳이다. 최양업 신부는 조선 입국 후 손골에 묵고 있던 페롱 신부를 만나 조선에서 사목활동을 펼치는 데 따르는 어려움과 외로움에 대해 서로 공감했다. 최양업 신부는 1857년 9월 14일 르그레즈와 신부에게 보낸 편지에서 “저는 두 번이나 페롱 신부님을 찾아가서 여러 날 묵었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신부님이 미리 알려주신 덕분으로 페롱 신부님을 잘 알고 있었고, 페롱 신부님도 저의 외로운 처지를 잘 알고 있었으므로 서로 우정을 느꼈다”며 “또 우리가 인연으로 함께 묶여있음을 미리 맛보고 있는 터였기에 우리는 주님 안에서 기쁨을 함께 나눴다”고 손골에서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손골은 30년 가까이 신자들과 선교사들의 터전이 된 곳이었지만 1866년 병인박해로 스러지고 만다. 병인박해 당시 손골을 사목하던 도리 신부는 교우촌 신자들을 모두 떠나게 한 뒤 홀로 손골에 남아있다 체포돼 순고했다. ☞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동천로437번길 67 ■ 한덕골 사적지 - 형제들과 해후하고 성사 집전한 장소 한덕골 사적지는 인근에 자리한 미리내성지, 은이성지 등과 마찬가지로 박해를 피해 산속으로 숨어든 신자들이 모여 만든 교우촌이었다. 한덕골은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가 은이공소에 정착하기 전에 머물렀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솔뫼에 살던 김대건 신부의 가족은 정해박해 당시 박해를 피해 서울 청파동으로 갔다가 한덕골에 머물렀다고 한다. 김대건 신부 일가의 족보에 따르면 김대건 신부의 조부 김택현과 숙부 김제철의 묘가 한덕동에 있다고 기록돼있다. 또한 한덕골 교우촌은 최양업 신부가 머무르며 형제들과 해후한 곳이기도 하다. 최양업 신부의 둘째 큰아버지인 최영겸(베드로)은 가족들과 함께 1837년부터 정착해 살았다. 기해박해로 최양업 신부의 부모인 최경환과 이성례가 순교하자 최양업 신부의 막냇동생 최신정은 큰아버지가 살고 있는 이 한덕골로 와서 생활했다. 1849년 사제품을 받고 이듬해 귀국한 최양업 신부는 한덕골을 찾아 동생과 상봉하고, 이후에도 이곳에 들러 성사를 집전하곤 했다고 전해진다.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묵리 619-1

2024-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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