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은?…“사도좌와 전 세계 교회 일치 기념”

11월 9일, 교회는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을 기념한다. 로마 4대 바실리카 중 하나인 이 성전은 로마 최초의 바실리카 대성당으로, 성 요한 대성당(S. Giovanni in Laterano)으로도 불린다. 신자들에게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이 축일은 성전의 봉헌을 기념할 뿐 아니라, 우리 신앙의 뿌리를 되돌아보는 의미 있는 날이다. 313년 밀라노 칙령 이전, 초대교회 신자들은 박해를 피해 지하 묘역과 가정집에 숨어 미사를 봉헌했다. 그리스도교가 공인된 후,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멜키아데스 교황에게 라테란 궁전을 기증했고, 로마 한복판에 성당을 함께 세웠다. 이곳이 바로 라테라노 대성전이다. 하느님을 고백하는 신자들이 처음으로 제국의 중심에서 두려움 없이 함께 모여 미사를 드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스도교가 은밀한 장소에서 제국 중심의 공개 장소로 나온 역사적 전환점이었다. 324년 실베스테르 1세 교황은 이 성전을 구세주 그리스도에게 봉헌했다. 그 후 교황청이 아비뇽으로 옮겨간 1309년까지 천 년 동안, 모든 교황이 대관식과 착좌식을 이곳에서 거행했고 이곳에 묻혔다. 또한 제1~5차 라테란 공의회가 열리는 등 교회의 중요한 결정들이 내려졌다. 대성전이 지닌 역사적 의의는 지금도 성전 입구에 새겨진 ‘로마와 온 세상 모든 교회의 어머니요 으뜸(Omnium urbis et orbis ecclesiarum mater et caput)’이라는 문구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하지만 라테라노 대성전의 역사는 순탄하지 않았다. 898년 지진으로 붕괴됐고, 1308년과 1361년 두 차례 대화재로 거의 모든 것이 불타 없어졌다. 그러나 교회는 매번 성전을 다시 세우며, 당시 직면한 여러 위기 속에서 기본을 다시 세우고 점검하는 쇄신의 기회로 삼았다. 특히 1308년 화재 때는 소성당을 제외한 모든 건물이 사라졌는데, 아비뇽에 있던 교황청에서도 재건을 위해 자금을 보냈다. 이러한 대성전의 내력에 대해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95년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강론에서 “라테라노 대성전은 교회가 역사 속에서 계속하여 자신을 쇄신하는 표지”라고 했다. 미국판 가톨릭대사전은 “반복된 화재와 재건은 로마 교회의 시련과 그 후의 회복을 상징적으로 반영한다”고 명시했다. 현재의 건물은 식스토 5세 교황과 후임 교황들이 도미니코 폰타나, 프란치스코 보로미니 등의 건축가들에게 위탁해 건립한 것이다. 폰타나가 외관을 정비하고 보로미니가 내부를 단장했다. 레오 13세 교황은 후에 지상과 천국의 일치를 상징하는 모자이크로 후방을 정비했다. 중앙 대제단에는 성 베드로와 바오로의 머리 유해 및 카타콤바에서 옮겨 온 많은 유물이 보관되어 있는데, 이는 라테라노 대성전이 사도적 권위와 교황좌의 상징임을 드러낸다. 또한 최후의 만찬에서 사용됐다고 전해지는 삼나무 탁자도 보존돼 있다. 20세기에도 라테라노 대성전은 역사의 현장이었다. 1929년 이탈리아 왕국과 교황청이 맺은 라테란 조약이 이곳에서 체결되어, 바티칸 시국의 독립을 선언하고 교황청의 국제법적 지위를 확립했다. 11월 9일 축일은 12세기부터 로마에서 기념되다가, 사도좌에 대한 사랑과 일치의 표지로 모든 교회에 확대됐다. 이처럼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은 전 세계 교회의 일치와 사도좌와의 연결을 새롭게 되새기며 교회의 시작과 기초, 사도 전승의 중심을 기억하도록 한다.

[평신도 주일] 한국평단협 “공동체 안에서 성령 체험하며 복음 정신으로 살자”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회장 안재홍 베다, 담당 김연범 안토니오 신부, 이하 한국평단협)는 11월 9일 제58회 평신도 주일을 맞아 ‘서로의 마음을 열고 함께 나아갑시다!(성덕으로 초대받은 평신도 그리스도인)’ 제목의 강론 자료를 발표했다. 한국평단협은 강론 자료를 통해 “복음 묵상을 생활화하면서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깊이 만나고, ‘성령 안에서 대화’를 통해 공동체 안에서 함께 하시는 성령을 체험하며 복음의 정신으로 살자”고 당부했다. 한국평단협은 먼저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5년 5월 28일 강론에서 전한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가짜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묵상하도록 권고하고, ‘가짜 그리스도인’의 모습이 자신의 모습은 아닌지 성찰하고 나아가 ‘예수님과의 깊은 인격적 관계를 맺는 참된 그리스도인의 길’을 강론 자료를 통해 제시했다. 특히 지난 2021년부터 이어진 시노달리타스 여정에 “누구보다도 평신도들이 더욱 영적으로 쇄신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성령 안에서 대화'를 통해 하느님의 뜻을 식별하고 실천하는 교회로 쇄신되자”고 초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의 메시지도 상기시킨 한국평단협은 “예수님을 본받는 성덕을 쌓고, 그리스도인들이 하느님의 성전으로 성화되는 삶을 살 때, 교회는 교회다워질 것”이라면서 “세상 속에서 치열하게 복음의 정신으로 살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성덕을 쌓아서 그것으로 삶의 원천을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한국평단협은 “성덕을 쌓은 우리 평신도 그리스도인들이 서로의 마음을 열고 함께 나아가며 WYD에 참여하는 전 세계 모든 청년과도 ‘복음의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평신도 주일 강론 자료는 한국평단협 홈페이지(clak.or.kr)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발행일 2025-11-09 제3465호 2면

‘100년 신문’ 젊어질 필요 있어…청년 위한 기사·SNS 활용 늘려야

◎ 일시: 2025년 10월 29일 오후 6시30분 ◎ 장소: 한국프레스센터 ◎ 참석자   현재우 에드몬드 위원장(한국평단협 평신도사도직연구소 소장)   김민 요한 사도 신부(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부소장)   김은영 크리스티나 위원(경향잡지 편집장)   이진옥 페트라 위원(돈보스코청소년영성사목연구소 선임연구원)   이혜정 에밀라스 수녀(생활성서사 교육연구팀장)   조성현 대건 안드레아 위원(한성대 자율교양학부 교수)   주원준 토마스 아퀴나스 위원(한님성서연구소 선임연구원) 가톨릭신문 제4기 편집자문위원회가 출범했다. 위원회는 10월 2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첫 회의를 열고 최근 보도와 기획을 평가하며 신문 제작의 방향성을 논의했다. 위원회는 앞으로 분기별 한 차례씩 회의를 열어 신문 제작 전반에 대해 조언하고 독자적 시각에서의 평가와 제안을 통해 더 나은 신문을 만드는 데 이바지할 계획이다. 본지 사장 최성준(이냐시오) 신부는 이 자리에서 위원들의 솔직한 의견에 감사를 전하며, 제안된 내용을 신문 제작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 현재우 위원장: 사목 현장을 비롯해 언론과 출판, 학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편집자문위원분들의 의견을 이 자리에서 공유할 예정이다. 2025년 8월부터 10월까지 석 달간 발행된 가톨릭신문을 접하고 느낀 점, 향후 편집 방향에 대해 제언해 주기 바란다. □ 주원준 위원: 최근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기사를 접하다 보니 지면 편집의 흐름은 잘 보지 못했다. 위원을 맡으며 신문을 살펴보니 기사 내용과 편집, 사진 등에서 신문 구성원들의 많은 고민이 스며들어 있음을 새삼 느꼈다. 편집의 철학이 눈에 들어왔다. 언론 비평을 위해 접했던 과거 신문과 비교할 때, 교의 관련 특집과 사회 이슈를 균형 있게 다루려는 노력이 느껴진다. 특히 세계교회 지면이 신선했고, 글로벌칼럼은 교회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에 새로움을 준다. □ 조성현 위원: 청년층을 배려한 지면 구성이 필요하다. 2027년 창간 100주년의 해에 서울 세계청년대회(WYD)가 열린다. 이를 계기로 100년 신문이 젊어질 수 있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SNS를 주로 이용한다. 청년들을 위한 지면을 고정적으로 마련하거나 이메일 뉴스레터 ‘가톨릭 톡’처럼 SNS를 활용한 방식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지금은 기사가 얼마나 ‘바이럴(Viral)’ 즉 입소문을 통해 확산되느냐가 핵심이다. 공유를 통한 기사의 파급력이 크다. 공유를 활성화하는 문화를 신문사 내부에서부터 만들어야 한다. □ 김민 위원: 레오 14세 교황의 첫 권고 보도(2025년 10월 19일자)는 단순 요약이 아니라, 어떤 배경에서 왜 이 권고가 나왔는지 짚어줘야 했다. ‘WYD 특별법’도 최근 중요한 이슈다. 특별법이 필요하다는 당위성과 더불어 과거 WYD 개최국 사례를 비교해 소개한다면 독자들의 이해가 쉬울 것이다. 최근 낙태 허용 법안 관련 반대 입장 보도에 있어 논조가 ‘정면 돌파’를 하지 못한 느낌이다. 교회의 가르침과 움직임 등을 보다 깊이 다뤘으면 한다. 독자들에게 해당 이슈에 대한 레퍼런스(Reference)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의 기획이 필요하다. 가톨릭신문만이 보도할 수 있는 기사를 발굴해야 한다. □ 주원준 위원: 이와 관련, 시노달리타스를 모두 이야기하고 있지만 누가 먼저 어떤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다. 신문이 정교하게 기획을 짜고 방향을 제시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WYD의 경우도 행사 위주 보도보다, 과연 세계청년대회의 ‘성공 기준’은 무엇인지에 대해 묻고 답을 찾아갈 수 있는 기획 등을 마련해야 한다. 교회·사회 이슈 균형 있게 다뤄 ‘눈길’ 행사 보도보다 기획 등 방향 제시 필요 ‘커버스토리’ ‘희망의 순례자’ 등 호평 □ 이혜정 위원: 각 부서로 신문이 오지만, 막상 손에 들고 읽는 일이 적다. 종이신문을 이렇게 자주 접하고도 안 보게 되는 현실이 놀랍다. 잡지를 발행하는 수도회 일원으로 출판물의 위기 속에 그 지속가능성을 새삼 생각하고 있다. 생활성서도 한때 위기였지만 인식을 전환하며 살아남았다. 가톨릭신문도 독자들에게 어떻게 읽히게 할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 김은영 위원 : 다소 권위적이고 딱딱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종이신문을 보완하는 것이 SNS를 활용한 ‘카드뉴스’와 ‘가톨릭 톡’이다. 신문의 내용을 보기 쉽게 요약해 주는 적절한 큐레이션(Curation) 도구다. ‘커버스토리 - 노동하는 인간은 존엄하다’(2025년 10월 19일자)는 젊은 기자들이 노동 문제에 관심을 갖고 특집을 준비한 시도 자체가 고무적이다. 한 달에 한 번꼴로 게재되는 이웃종교 지면은 타 종교에 열린 느낌은 있지만, 가톨릭교회 입장도 함께 제시하면 균형이 맞을 것이다. 1면 사진과 제목은 시선을 끌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한다. 지면 접힘도 고려한 사진 배치가 필요하다. □ 이진옥 위원: ‘성인이 된 젊은 평신도들’(2025년 9월 14일자 7면) 기사의 경우, 카를로(가롤로) 아쿠티스 성인과 함께 시성된 프라사티 성인에 대해서 좀 더 상세히 소개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다. 아쿠티스만큼이나 청년들에게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중요한 성인이다. 인스타그램에 게재되는 카드뉴스는 글씨 크기가 작아 가독성이 떨어질 때가 있다. 보완이 필요하다. □ 현재우 위원장: 3개 면에 걸쳐 보도된 커버스토리는 교회 가르침을 나열하는 것으로 결론지어 아쉬웠다. 왜 이 기획을 했는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를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 공동체 면에 연재된 ‘희망의 순례자’는 교회 기관과 언론 간 좋은 협업 사례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의 지원을 받은 본당 공동체의 다양한 활동을 엿볼 수 있었다. 2025년 9월 21일자의 경우 한국교회의 시노드 구현 의지가 부족함을 지적하는 기사가 1면에 보도됐고, 시노드를 구체적으로 구현하려는 본당과 단체 등을 소개한 기사는 다른 지면에 분산돼 있다. 차라리 한데 묶어 1면 기사를 좀 더 강화하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1면 기사 또한 주교회의 관계자뿐 아니라 다양한 교회 구성원의 목소리를 담아야 했다. 가톨릭신문 유튜브 영상이 지면 기사와 함께 홍보될 수 있도록 QR코드를 활용했으면 한다.

발행일 2025-11-09 제3465호 11면

‘백두대간 시드볼트’ 찾은 주교들… 생명 보전 사명 되새겨

주교회의(의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는 10월 30일 경북 봉화군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을 견학하는 ‘2025년 주교 현장 체험’을 열고, 생물 다양성 회복과 식물 자원 보존의 중요성을 되새겼다. 현장 체험은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주관으로 마련됐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는 야생 식물 종자를 영구히 보존하는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볼트’가 자리하고 있다. 시드볼트는 기후변화, 환경오염, 자연재해, 전쟁 등으로 인한 생물 멸종 위기에 대비해 종자를 저장하는 시설이다. 노르웨이 스발바르의 글로벌 시드볼트가 주로 작물 종자를 보관하는 것과 달리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볼트는 야생식물 종자 보존에 특화돼 있다. 현재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볼트에는 기후변화에 취약한 식물, 멸종위기식물 등 6180종, 28만8468점이 저장돼 있다. 현장 체험 참가자들은 수목원 내 산림환경연구동에서 시드볼트에 종자가 저장되는 과정과 종자 보존의 중요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신앙인으로서 하느님의 피조물을 보전해야 하는 사명을 상기하며 건강한 지구 생태계 유지를 위한 야생 식물 보호 필요성에 대해 성찰했다. 이어 종자를 영구 저장하고 있는 시드볼트를 직접 찾아 인간의 탐욕으로 훼손된 자연 생태계를 인간의 손으로 복원하는 현장을 돌아보며, 그리스도인으로서 생명을 살리는 일에 어떻게 동참할 수 있을지 의견을 나눴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기후 위기로 지구 곳곳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종자를 지키고자 노력하는 현장을 보면서 피조물을 보전하기 위해 신앙인들이 더 힘써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많은 이가 자연 생태계를 보전하는 현장을 찾아 보고 배우며 지구환경 지키기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박현동(블라시오) 아빠스는 “모든 것이 사라졌을 때를 대비해 씨앗을 보존하는 시설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사실이 뜻깊게 다가왔다”며 “기후위기로 모든 동식물이 사라지는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면서, 공동의 집을 위한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실천을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백두대간수목원 방문에 앞서 현장 체험 참가자들은 안동교구 춘양성당에서 식물분류학자 허태임 박사(플로라·국립백두대간수목원 산림생태복원실 복원지원팀장)의 ‘사라져가는 우리 식물과 이 시대의 돌봄’ 강의를 들었다. 허 박사는 개발이나 산불로 훼손된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소개하고, 말 못 하는 생명체들의 생존권 보호를 위한 신앙인의 관심과 실천을 강조했다. 이번 현장 체험에는 대구대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 안동교구장 권혁주(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마산교구장 이성효(리노) 주교, 제주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 청주교구장 김종강(시몬) 주교, 대구대교구 총대리 장신호(요한 보스코) 주교, 생태환경위원회 총무 양기석(스테파노) 신부와 위원 등이 함께했다.

발행일 2025-11-09 제3465호 2면

대구가톨릭대 안중근연구소, K-문화 전성시대 속 ‘안중근 현상’ 진단

한국 문화가 세계 곳곳에 확산되면서, 안중근(토마스·1879~1910) 의사를 재조명하는 문화 콘텐츠도 활발히 생산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안중근연구소(소장 김효신 체칠리아)와 안중근의사기념관(관장 유영렬)이 10월 31일 공동 주최한 ‘동아시아 문화 속에 나타나는 안중근 현상’ 주제 열 번째 학술대회는 안 의사 관련 문화에 내포된 의미를 밝히는 자리로 관심을 끌었다. 김윤미 계명대학교 교수는 ‘소설 「하얼빈」과 영화 <하얼빈>의 시간 구조 연구’ 주제 발표에서 두 작품의 시간 구조를 비교함으로써, 하얼빈 의거가 개인의 죽음과 공동체의 기억이 만나는 ‘시간의 윤리적 지평’으로 확장됨을 드러내고자 했다. 김 교수는 먼저 “두 작품은 하얼빈 의거를 감행한 젊은 안중근의 고뇌를 집중적으로 부각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모두 안중근 개인의 의식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작품에서 하얼빈 의거의 의미는 ‘그때 거기’의 과거로 고정하지 않고 ‘지금 여기’의 윤리적 질문으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미학적·정치적 함의를 갖는다”며 “여기서 시간은 재현의 배경이 아니라 주체의 형성과 공동체적 기억을 산출하는 형식적·윤리적 장치”라고 말했다. 김경남 경북대학교 역사문화아카이브연구센터장은 ‘안중근 기록의 최전선 출처주의(Provenance)에 따른 대한국인의 삶과 기록’ 주제 기조강연에서, 기존 연구에 간과됐던 기록의 공백과 단절을 확인하고, 안중근 기록 연구의 최전선을 제시해 향후 연구의 방향을 모색하고자 했다. 김 센터장은 “일제의 안중근 기록 은폐로 인해 여전히 공백과 단절이 존재한다”며 “미확인된 국채보상운동 관련 1차 사료를 발굴하고, 일본 외무성, 도쿄재판소 등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은폐된 유해 매장 기록, 최고 결정자 등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리우미 유타카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최근 일본 내 이토 히로부미의 긍정적 재평가 움직임을 지적했다. 도리우미 교수는 이토 히로부미의 재평가가 오히려 역사적 평가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봤으며, 한국인 입장에서 ‘영웅’ 안중근이 ‘악의 상징’ 이토 히로부미를 제거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도 학술대회에서는 문종명 공주대학교 명예교수가 ‘안중근 의사의 유묵에 나타난 서법(書法)의식’, 조순 안중근연구소 연구교수가 ‘한·중·일의 동양평화론에 대한 인식’에 대해 발표했다.

발행일 2025-11-09 제3465호 6면

원주교구, 최양업 신부 공식 표준 초상화 제작

가경자 최양업(토마스) 신부의 시복시성을 위한 공식 초상화가 제작된다. 원주교구는 11월 3일 최양업 신부의 실제 얼굴과 체형을 바탕으로 한 전신 입상 형태의 유화(油畫) 초상화를 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세중 작가(빈첸시오·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겸임교수)가 작업하는 초상화는 최양업 신부의 서품 177주년 기념일인 2026년 4월 15일 봉헌될 예정이다. 초상화 제작은 교황청의 최양업 신부 무덤 개묘 허가와 개묘를 통한 교구의 유해 진정성 확인, 교구장 조규만(바실리오) 주교의 유해 진정성에 대한 교령 선포 등의 교회법 절차를 마치며 추진됐다. 교구는 2019년 6월 11일 배론성지 내 최양업 신부 묘소를 개장해 유해 진위를 확인했다. 당시 묘에서 ‘학생경주최공지구(學生慶州崔公之柩)’라 적힌 명정과 함께 삭은 녹색 제의, 영대, 수대, 띠 등이 발견됐다. 교구는 같은 해 6월 17일 합당한 보존에 필요한 추가 검사 후 유해를 분리나 손상·이동 없이 발굴 당시 그대로 본 묘지에 다시 안치했다. 조규만 주교는 “최양업 신부님의 실제 얼굴과 모습을 가지고 있는 교구가 시복시성을 준비하며 공식 표준 초상화를 제작하는 것은 영광이자 의무”라며 배론성지 내 교구 문화영성연구소(소장 신우식 토마스 신부)가 전반적인 제작 업무를 맡도록 했다. 이어 교구는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 교실과 응용해부연구소,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중앙법의학센터와 공동으로 진행한 얼굴 복원과 인류학 분석 작업을 통해 최 신부의 전신과 얼굴의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했다. 초상화는 이를 토대로 그려진다. 초상화 작업을 맡은 김세중 작가는 제25회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단원미술대전 특선, 제2회 가톨릭미술공모전 우수상, 단원미술제 단원선정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작품은 뉴욕 RYC Center, 단원 미술관,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절두산 순교성지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 국방부 등에 소장돼 있다.

발행일 2025-11-09 제3465호 1면

“세상 한가운데서 축성생활의 기쁨 증거”

“축성생활의 해 동안 저희가 세상 한가운데에서 주님의 길을 걷게 하심에 깊은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남녀 수도자들이 10월 28일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한국교회 축성생활의 해’ 폐막미사를 봉헌하며 1년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남녀 수도자들은 이 기간 축성생활을 교회와 세상에 알리기 위해 합심해 펼쳤던 사업과 행사 경험을 토대로 새 시대의 사명에 맞춰 수도자 쇄신과 성소 계발 등에 힘쓸 예정이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와 제주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 수원교구 총대리 문희종(요한 세례자) 주교,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장 박현동(블라시오) 아빠스, 한국 남자 수도회 사도 생활단 장상 협의회장 유덕현(야고보) 아빠스가 공동집전한 미사에는 남녀 수도자 1000여 명이 참례했다. 이용훈 주교는 강론에서 “오늘날 교회는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 안에서 새로운 복음화의 길을 요구받고 있다”며 “젊은이들에게 신앙의 기쁨을 전하는 일은 물론이고 가난한 이들을 돕고 공동의 집 지구를 살리며 평화를 수호하는 이 모든 것이 축성생활자들의 새로운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또 “머지않아 열리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에서 축성생활과 봉헌의 의미를 온 세상에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미사 중에는 남녀 수도자들이 ‘전례무(舞)’를 봉헌하며 축성생활의 의미를 표현했다. 축성생활의 해를 위해 봉사했던 각 준비위원회 임원은 전례무를 공연하는 수도자 사이로 행렬하며 위원회별 ‘결과 상징물’을 봉헌했다. 청년위원회는 청년들의 기도와 소망이 담긴 희망나무, 수도생활위원회는 수도생활 속 신앙이 담긴 작품인 질그릇과 촛대를 봉헌했다. 홍보위원회는 홍보활동을 상징하는 스마트폰과 디지털카메라 상징물, 행사위원회는 평화순례를 상징하는 한반도기와 ‘수도자 큰잔치 참가 수도회 이름 두루마리’ 등을, 학술위원회는 학술 심포지엄 자료집 등을 봉헌했다. 미사 중 유덕현 아빠스와 한국 천주교 여자 수도회 장상 연합회 회장 나현오(현오 레지나) 수녀도 한 해 여정을 마무리하는 소감을 전했다. 유 아빠스는 “100여 명으로 구성된 준비위원회 봉사 수도자들을 비롯한 모두의 노력으로 축성생활의 해 동안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었다”며 “이러한 협력과 활동 속에 하느님께서 분명히 함께하셨다고 확신하고 남녀 수도회가 나아간다면 앞으로 못 할 것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나현오 수녀는 “축성생활의 해를 위해 주교회의를 비롯해 여러 교회 구성원이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셨다”며 “7개 위원회 봉사 수도자들을 비롯해 축성생활이라는 길을 함께 걸으며 기쁨과 어려움을 나누고 하느님의 사랑을 일깨워 준 모든 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한편, 남녀 수도자들은 10월 22일 수원교구 성라자로마을 아론의 집에서 남녀 장상 전체 모임을 열고, 축성생활의 해를 종합 평가했다. 이 자리에서 남녀 수도자들은 위원회별로 진행한 관련 사업들을 바탕으로 향후 남녀 상임위원회가 수도자들의 쇄신과 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을 공동 개발하고 지속적으로 운영해 나가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발행일 2025-11-09 제3465호 1면

교황청 전교기구 한국지부, 해외 선교에 2억8000여 만 원 지원키로

교황청 전교기구 한국지부(지부장 정용진 요셉 신부)는 10월 28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제23차 정기 이사회를 열고, 해외 선교 사업 14건에 총 2억8295만4392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국지부는 이번 이사회에서 2025년 상시 해외 선교 사업 지원 신청 1건과 하반기 해외 선교 사업 지원 신청 13건을 심의했다. 승인된 사업은 캄보디아 바탐방교구 파일린본당 성전 및 교육관 지붕 보수, 인도네시아 빨랑카 라야 지역 극빈 가정 영양꾸러미 지원, 필리핀 카비테 지역 학교 교육환경 개선, 칠레 산티아고 겨울 점심 무료 나눔, 앙골라 직업학교 교육 사업 등이다. 또한 모잠비크 마루파 지역 우물 파기, 파푸아뉴기니 멘디교구 본당 건물 신축, 브라질 학교 컴퓨터실 재개관, 볼리비아 공소 건축 및 어린이집 영양 지원, 파라과이 다목적 체육관 건축, 동티모르 커피 협동조합 시설 개선 사업 등도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정용진 신부는 “한국지부 설립 6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에 다양한 행사를 통해 보편 선교의 의미를 깊이 되새겼다”며 “다양한 주체들이 마음을 모아 헌신한 덕분에 재정적 성장뿐만 아니라 선교 활성화의 기반을 다지는 기회가 됐다”고 밝혔다. 정 신부는 “앞으로도 사무국은 교황청과 해외 선교교회와의 연대 속에서 복음 활동이 더욱 힘 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든든한 뒷받침이 될 것”이라며 “이사들도 공동체의 선교적 소명에 함께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사회는 한국가톨릭해외선교사교육협의회가 주관하는 제31차 해외 선교사 교육도 승인했다. 교육은 2026년 1월 12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성북구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선교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발행일 2025-11-09 제3465호 6면

전국 교구 홍보 담당자들, AI 올바른 활용 위해 한자리에

전국 교구 홍보 담당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생성형 인공지능(AI)를 교회 홍보에 접목하는 방법을 익혔다. 전국 교구 홍보국장회의는 10월 30일부터 31일까지 대전교구 정하상교육회관에서 각 교구 홍보 담당자 70여 명을 대상으로 ‘생성형 AI 업무 활용’ 교육을 열었다. 지난 7월 전국 홍보국장 회의에서 AI 교육 필요성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교육은 전체 참석자를 대상으로 한 ‘AI 리터러시’ 공통 강의를 시작으로, 미디어 AI 활용과 홍보·주보 제작 AI 활용 등 두 분야로 나눠 진행됐다. AI 리터러시 강의에서는 AI의 기본 개념과 리터러시의 중요성, 비판적 사고와 AI 사용의 위험성 등이 집중 조명됐다. 정보와 기술을 올바르게 해석하고 활용하는 문해력을 강화해야 하며, AI를 맹목적으로 수용하기보다 용도와 상황에 따라 비판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주교회의 홍보국장 임민균(그레고리오) 신부는 “교회도 AI 시대에 발맞춰 이를 적극 활용하되, 유익한 점과 경계해야 할 점을 분별할 필요가 있다”며 “AI가 우리 일상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이번 교육이 교회 차원의 AI 지침과 방향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5-11-09 제3465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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