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 울려펴진 ‘제주 4·3 레퀴엠’

보편 교회의 심장 로마에서 ‘제주 4·3’의 아픔이 기도와 예술, 학술을 통해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로 승화됐다. 제주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는 6월 24일 이탈리아 로마 산타마리아 델리 안젤리 에 데이 마르티리 성당에서 제주 4·3 희생자들의 안식을 기원하는 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미사는 제주 4·3을 단지 한 지역의 비극이 아닌 인류 보편의 고통으로 성찰하는 선언적 의미를 지녔다. 특히 문창우 주교가 로마 현지를 직접 찾아 미사를 주례함으로써, 교회가 제주의 역사적 아픔을 방관하지 않고 함께 짊어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는 제주교구가 지역을 넘어 정의와 평화를 향한 보편 교회의 선교 사명에 동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사에 이어 열린 ‘제주 4·3 평화 레퀴엠' 공연은 제주 4·3 평화 레퀴엠 추진위원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공동 주최로열렸다. 제주교구는 추진위원회를 후원하며 신앙인을 넘어 시민과 문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레퀴엠은 제주 출신 작곡가 문효진이 작곡했으며, 제주 여성의 애환이 담긴 자장가 ‘웡이자랑’과 제주 바다, 집단적 상실의 기억을 장례미사 구조 안에 녹여냈다. 이탈리아 복스 인 아르떼(Vox in Arte) 협회 회장 미카엘 마르투시엘로가 총기획을 맡았고, 제주 4·3 유족이자 독일 오스나브뤼크 시립오페라극장 성악가인 부종배 씨가 연출을 맡았다. 한편 문창우 주교는 6월 25일 로마 빌라 알티예리 박물관에서 열린 ‘제4회 진실과 정의를 위한 국제포럼’에 발제자로 참여했다. ‘4·3 운동과 평화운동: 평화운동으로서 종교의 역할’ 주제로 발표한 문 주교는 희년 정신과 제주 4·3의 메시지를 연결하며, “이번 공연과 미사, 포럼은 제주 4·3을 단순한 지역 사건이 아닌 전 세계인과 공감·연대·기억의 장으로 확장하려는 문화·외교적 도전"이라며 “오늘의 역사적 회복이 앞으로의 평화 공동체 형성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교구 복음화실장 겸 김기량 순교 기념관 관장 현요안(요한) 신부는 “미사 봉헌과 레퀴엠 공연으로 제주의 고통이 ‘교회 전체의 기도’로 승화됐다”며 “이는 신앙이 단지 영적 위안에 머물지 않고, 구체적인 역사와 현실의 치유에도 응답하는 신앙임을 드러낸 예언자적 실천”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구민들에게 ‘기억을 넘어 책임으로’, ‘추모를 넘어 평화를 위한 실천으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발행일 2025-07-06 제3449호 3면

대전교구, 성 마리아 고레티 유해 전달식

대전교구는 6월 24일 교구청 총대리 주교 집무실에서 성 마리아 고레티(Maria Teresa Goretti) 유해 전달식을 열었다. 전달식에서 교구 총대리 한정현(스테파노) 주교는 계룡본당(주임 배승록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과 원신흥동본당(주임 유탁준 라파엘 신부)에 성인의 유해를 전달했다. 교구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성인의 순결한 신앙과 용기를 전하기 위해 이번 유해 전달식을 마련했다. 유해는 2024년 ‘사도좌 정기방문’(Ad Limina, 앗 리미나) 중 이탈리아 넷투노의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을 찾은 한정현 주교가 성인 유해를 관리하는 도미니코회로부터 받은 유해 4점 중 일부다. 교구는 나머지 성인의 유해도 청년 사목에 힘쓰는 교구 내 본당과 기관에 전할 예정이다. 마리아 고레티는 1890년 10월 16일 이탈리아 안코나 주 코리날도에서 태어났다. 11세 때 자신을 겁탈하려는 알레산드로의 공격 속에서도 끝까지 정결을 지키며 생을 마쳤다. 임종 직전 그녀는 알레산드로를 용서했고, 이 용서는 알레산드로의 회개를 이끌었다. 훗날 그는 꿈속에서 백합꽃을 들고 나타난 성인을 만나고 회심했으며, 모범수로 복역을 마친 뒤 카푸친 작은 형제회에 입회해 청지기와 정원사로 지내다 1970년에 선종했다. 마리아 고레티는 1950년 6월 24일 성인품에 올랐다. 당시 시성식을 주례한 비오 12세 교황은 성인을 ‘20세기의 성녀 아녜스’라고 칭송했다.

발행일 2025-07-06 제3449호 6면

의정부교구, ‘한반도 평화 위한 토요기도회’ 500차…“끈질기게 희망하자”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화해·일치를 염원하며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남덕희 베드로 신부)가 매주 토요일마다 마련해 온 ‘토요기도회’가 500차를 맞았다. 6월 21일 의정부교구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서 열린 500번째 기도회에는 1000여 명의 신자들이 참석했다. 500차 토요기도회 사전 신청자 300여 명의 약 세 배에 달한다. 성당과 민화위 측은 참가자들을 위해 성당 통로와 로비에 간이 의자를 배치했지만, 많은 신자는 성당 밖에서 기도와 미사에 참여했다. 이날 신자들은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를 시작으로 주교회의 민화위가 편찬한 평화교육 교재 「평화와 화해」에 담긴 메시지를 묵상하고, 한반도 평화를 지향으로 성인 호칭 기도와 묵주기도를 바쳤다. 이어 의정부교구장 손희송(베네딕토) 주교가 주례하는 미사를 봉헌했다. 민화위는 500차 토요기도회 참가자들이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해 주길 청하며 한반도 모양에 ‘평화’라는 글자가 새겨진 조각이 달린 기념 묵주를 선물로 전했다. 토요기도회는 독일 통일의 계기가 된 1982년 옛 동독 라이프치히의 ‘월요기도회’에서 영감을 받아, 2013년 3월 2일부터 매주 토요일 미사와 묵주기도로 이어져 온 민족 화해와 평화를 위한 신앙 여정이다. 강의와 고해성사 등으로 확대되기도 했던 기도회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단됐다가, 2022년 6월 25일부터 현재의 형식으로 재개됐다. 미사를 주례한 손 주교는 강론을 통해 “교회는 함께 기도하는 공동체”라고 강조하면서 “남북이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고, 또 그로 인한 갈등, 미움, 증오를 극복하기 위해 매주 토요일 이 자리에서 기도해 왔고, 그 기도가 500차를 맞아 특별한 마음과 지향으로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주교는 “12년간 끊임없이 기도해 왔는데 상황이 멀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그럴수록 하느님의 자비와 능력에 의탁해서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며 “희망이 없어도 희망하면서 끈질기게 우리나라가 화합할 수 있도록 계속 기도하겠다고 다짐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또한 “나부터 ‘평화의 사람’이 되고 가정 안에서 ‘평화의 사람’을 길러내자”고 당부했다. 남덕희 신부는 “토요기도회는 성당 축성보다도 더 앞서 시작됐다”면서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기도회에 참석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발행일 2025-06-29 제3448호 5면

안동교구, 최양업 신부 선종지 진안리성지서 시복시성 염원

안동교구는 가경자 최양업(토마스) 신부 선종 164주년 기념일인 6월 15일 경북 문경 진안리성지에서 교구장 권혁주(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주례로 ‘희망의 순례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 시복시성 기원 미사’를 봉헌했다. 당초 교구는 신앙대회를 계획했지만 지난 3월 발생한 경북 지역 대형 산불로 피해를 입은 교구민·이웃들과 아픔을 함께하기 위해 행사를 취소하고 대신 미사를 봉헌했다. 권 주교는 강론을 통해 “최양업 신부님은 목숨이 다할 때까지 쉼 없이 길 잃은 양들을 찾아 나선 ‘길 위의 목자’이자 ‘땀의 순교자’였다”며 “여러분 모두가 가경자 최양업 신부님에게 시복시성의 은혜가 내려질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오늘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 시복시성을 위한 전구 기도의 날을 맞아 전구 기도를 통한 치유의 은총과 기적이 이뤄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영성체 후에는 주한 교황대사 조반니 가스파리 대주교가 교구에 보낸 메시지를 사목국장 황영화(마티아) 신부가 대독했다. 가스파리 대주교는 “최양업 신부님의 삶과 사도적 열정은 시련 속에도 희망을 놓지 않고 서로 아끼며 살아가는 안동교구 신자들의 신앙 속에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다”며 “신부님이 하루빨리 복자품에 올라 온 교회의 공경을 받기를 기도한다”고 했다. 이날 미사 중에는 최양업 신부 서한 필사자 150여 명이 필사본을 봉헌하고 권혁주 주교의 축복장을 받았다. 또 프랑스 가수 클레르 시몽(Clarie Simon)이 ‘사명’을 독창했으며 교구 문경지구 성가대 아마레(AMARE)와 그리스도의 교육 수녀회 수녀들이 ‘희망의 순례자들’을 합창했다. 예비신학생과 그리스도의 교육 수녀회 수련 수녀를 위한 축복기도와 십자가 수여식도 열렸다. 한편 이날 행사장에는 안동 가톨릭 미술가회와 가톨릭 문인회가 최양업 신부를 주제로 제작한 작품들도 전시됐다. 작품들은 7월 15일까지 안동교구청에서 전시된다.

발행일 2025-06-22 제3447호 3면

군종교구, “호국영령들의 영원한 안식 위해 기도합니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군종교구(교구장 서상범 티토 주교)가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의 영원한 안식을 빌고, 장병들의 호국 의지를 높였다. 아울러 5월 29일 해상초계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군종교구는 6월 12일 대전광역시 갑동 국립대전현충원 현충관에서 교구장 서상범 주교와 군종교구 사제단 공동 집전으로 ‘호국영령을 위한 합동 위령미사’를 봉헌하고, 현충원 참배와 묘역 방문·헌화, 기도 등의 추모 행사를 열었다. 서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전쟁터 혹은 공무를 수행하다가 국민과 이웃을 위해 목숨을 바치신 분들만큼 더 큰 사랑의 완성은 없을 것”이라며 “이들은 말로만이 아니라 삶과 실천으로 사랑을 보여주신 분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회는 이것을 선하게 생을 마쳤다는 의미로 ‘선종’(善終)이라고 부르는데, 우리 모두도 세상 삶의 마지막이 죽음이 아닌 새로운 삶으로 넘어간다는 진리를 주위에 풍기며 ‘선종’할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제안했다. 서 주교는 또 “우리가 대전현충원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지만 국립서울현충원과 국립영천호국원 등에 묻히신 모든 호국영령을 위해, 특히 얼마 전 해상초계기 추락으로 선종한 순직자들을 위해서도 기도한다”고 했다. 미사 참례자들은 이날 호국영령들을 위한 기도뿐 아니라 세계 평화와 민족 화해를 기원하고, 전쟁으로 희생된 무고한 영혼들도 기억하며 하느님의 위로와 자비를 구했다. 서 주교와 사제단은 미사에 앞서 현충원 내 현충탑 앞에서 참배했다. 참배 후 서 주교는 현충탑 방명록에 ‘벗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습니다’(요한 15,13 참조)라는 말씀을 적고 서명했다. 미사 후 서 주교와 사제단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호국영령들의 묘역을 방문해 추모하며 묵주기도를 봉헌했다. 군종교구는 매년 6월과 위령 성월인 11월 두 차례 합동 추모 행사를 마련한다. 오는 11월에는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참배와 헌화를 하고, 위령미사를 봉헌한다.

발행일 2025-06-22 제3447호 3면

의정부평협, 여성 사목회장 간담회 개최

의정부교구가 교구 여성 사목회장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어 평신도 여성 지도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앞으로의 교구 사목 방향에 반영하기로 했다. 의정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회장 고진철 라우렌시오)는 6월 11일 교구청 회의실에서 교구장 손희송(베네딕토) 주교와 사제, 교구 여성 사목회장 1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여성 사목회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한국교회 안에서 여성이 사목회장을 맡는 것이 흔치 않은 현실 속에서 느끼는 어려움과 극복 과정, 그리고 봉사 안에서 느낀 기쁨과 보람을 나눴다. 아울러 여성 리더십의 강점과 전망 등 폭넓은 주제를 공유했다. 덕정본당 차순자(미카엘라) 사목회장은 “그동안 한 번도 여성이 사목회장을 맡은 적이 없는 본당이어서 신자들의 시선이 부담스럽기도 했다”며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신자분들도 이제 응원과 격려를 보내고, 무엇보다도 기도로 큰 힘을 얻어 지금은 자신감을 가지고 봉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발산본당 박미경(세라피나) 사목회장은 “신자들을 세심하게 돌보는 데 있어 여성 사목회장의 장점이 드러난다”며 “평일 미사 후 신자들이 찾아와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때 그들의 사정을 섬세하게 살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참석자들은 본당에서 종종 요구되는 보수 공사나 건축 관련 업무처럼 여성에게 생소한 분야는 남성 신자들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손희송 주교는 “교회는 시대의 흐름과 함께 길을 걸어가고 있다”며 “여성의 리더십 확대는 우연이 아니라 성령의 이끄심”이라고 했다. 이어 “교회는 갈등을 넘어 화합을 이루는 공동체로서 사회에 ‘본보기’를 제시해야 한다"며 "여성 사목회장님들이 가지고 있는 섬세한 신앙 감각으로 주님 안에 하나 되는 본당 공동체를 잘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발행일 2025-06-22 제3447호 5면

원주교구 평협, ‘창조질서 보전’ 위해 지역사회와 협력 나서

원주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회장 박창건 마카엘, 이하 원주 평협)와 원주가톨릭사회복지회(상임이사 백학현 베드로 신부, 이하 사회복지회)는 5월 27일, 자원순환 전문기업 ㈜바라임팩트(대표 강인곤 요한 세례자)와 ‘기후위기 취약계층 돌봄체계 구축을 위한 자원순환 실천 네트워크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약식은 원주가톨릭사회복지회에서 열렸으며, 신앙 안에서 창조질서 보전의 소명을 실천하려는 교회와 기업이 손을 맞잡고 지속 가능한 환경보전 활동과 이웃사랑을 동시에 실천하는 모범적인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협약에 따라 ㈜바라임팩트는 교구 내 투명페트병, 알루미늄 캔, 폐지 등의 수거, 운반, 판매, 데이터 관리를 전담하게 된다. 원주 평협과 사회복지회는 각 본당과 신자들, 그리고 사회복지회 산하 기관과 단체들이 더 적극적으로 자원순환 운동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교육하는 역할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교구 입장에서는 수거 관련 비용이 발생하지 않아 기존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주교구는 기존에도 주로 투명페트병 수거활동을 했지만 이번 협약을 통해 수거 품목을 알루미늄 캔, 폐지는 물론 나아가 노트북, 휴대폰과 같은 폐디지털기기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백학현 신부는 “이번 협약은 개별 본당이나 시설 단위에서 이뤄지던 자원순환 활동을 교구 차원에서 체계화하고, 전문기업의 효율적인 시스템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무엇보다 프란치스코 교황님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정신을 따라 환경을 보호하고, 그 결실로 가장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발행일 2025-06-15 제3446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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