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방한한 프랑스 떼제공동체 원장 매튜 수사

“한국인들에게는 다 함께 노래하는 전통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교파와 상관없이 그리스도인 모두가 떼제 성가를 큰 소리로 따라 부르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어요. 젊은이부터 나이 지긋한 분까지, 모든 세대가 평화를 갈망하며 함께 기도한 점도 인상 깊었습니다.” 4월 23일부터 28일까지 방한한 프랑스 떼제공동체 원장 매튜 수사(Brother Matthew, 본명 Andrew Thorpe)는 한국에 대한 첫인상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4월 24일 서울 정동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열린 ‘평화를 위한 일치기도회’에 참석했다. 매튜 수사는 일치기도회를 비롯해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조직위원회를 방문하고 개신교 장로회 성직자, 가톨릭 평신도 신학자 등 다양한 교파의 사람들도 잇달아 만났다. 특히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는 북한 땅을 바라보며 분단의 아픔 속에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기도했다. 평화를 위한 그리스도인들의 일치된 노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그의 면모가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매튜 수사는 “떼제공동체는 늘 시대의 상황에 주의를 기울이며, 성령께서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어떻게 움직이시고 역사하시는지를 식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 가장 중요한 것은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평화”라고 강조했다. “평화는 전쟁에서 승리하거나 특정 민족을 악마화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레바논과 우크라이나 주민들처럼 세계 곳곳에서 희생된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해요. 뾰족한 해결책이 없더라도, 우리는 희생자의 편에 서야 합니다.” 매튜 수사는 이 말을 몸소 실천해 왔다. 2024년에는 이스라엘과 분쟁 중이던 레바논에서, 2025년에는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에서 주님 성탄 대축일을 보냈다. 그는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과 관련한 레오 14세 교황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이에 빚어진 갈등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교황님이 하신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전한 매튜 수사는 “교황님께서는 절대로 정치적인 논쟁에 들어가지 않으면서도 끊임없이 복음에 충실하게 말씀하시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23년 12월부터 떼제공동체를 이끌고 있는 매튜 수사는 그리스도교가 교파를 초월해 ‘평화’라는 공통된 지향을 함께 이뤄가는 ‘하느님 백성’이 되기를 꿈꾸고 있다. 그는 “교회 일치 운동에 반대하는 이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떼제공동체는 각 교파의 전통을 잃지 않으면서도 하느님의 자녀로서 함께 살아갈 수 있음을 몸소 증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천주교, 정교회, 개신교가 신학적으로만 대화하다 보면 서로 다른 의견 때문에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며 “하지만 교파가 달라도 전쟁 희생자와 난민, 교도소의 수용자 등 많은 사람을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은 많다”고 설명했다. “떼제공동체는 세간의 관심을 끌거나, 어떠한 운동을 조직적으로 펼치는 곳이 아닙니다. 함께 기도 안에서 힘을 얻고, 각자의 지역 교회와 교파로 돌아가 신앙생활을 하도록 돕는 곳이죠. 바로 그런 공동체 안에서 모든 교파가 ‘그리스도의 신비체’로서 일치해 나가는 것입니다.”

발행일 2026-05-10 제3490호 21면

[인터뷰] 14년간 33가지 서체로 성경 필사한 유옥희 작가

“처음 성경을 필사할 때는 제가 글을 쓰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작업을 이어가며 하느님께서 제 손을 잡아주고 계심을 깨달았습니다.” 14년간 33가지 서체로 성경 전권을 필사해 온 유옥희 작가(아녜스·청주교구 구룡본당)가 네 번째 개인전 ‘붓끝에 피어난 하느님 말씀전’을 연다. 전시는 5월 12일부터 17일까지 충북 청주 한국공예관 3층 갤러리 2-3에서 마련된다. 전시회에서는 창세기부터 요한 묵시록까지 성경 전권을 40권 분량으로 엮어낸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유 작가는 이번 전시를 “하느님께서 이끌어 주신 작업의 결실”이라고 말한다. 그는 “역대기 하권을 필사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하느님께서 제 손을 잡아주셔서 완성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성경 필사는 하느님께서 참으로 살아 계심을 체험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가 붓을 잡은 것은 40년 전이다. 여가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고자 청주의 한 향교에서 서예를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 붓을 잡았을 때의 설렘은 이후 오랜 작품 활동의 바탕이 됐다. 제1회 한국서법예술서예대전 대상, 제1회 신사임당이율곡서예대전 대상,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부문 초대작가, 충북미술대전 운영·심사위원 등을 지내며 서예가로서 역량을 쌓아왔다. 성경 필사는 2013년 구룡본당 새 성당 건립을 위해 시작된 본당 차원의 필사 운동에서 비롯됐다. 당시 본당 주임이던 고(故) 이승용(마태오) 신부는 사목 목표를 ‘우리 마음에 먼저 하느님의 성전을 지어 봅시다’로 정하고 신자들에게 성경 필사를 권했다. 유 작가도 이 뜻에 동참하며 필사를 시작했고, 작업에 몰두하면서 성경 필사를 위한 새로운 서체까지 개발했다. 14년에 걸친 작업은 유 작가에게 단순한 창작을 넘어 신앙의 여정이 됐다. 그는 “요한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돌아가시는 대목을 쓰던 중 갑자기 눈물이 흘러나왔다”며 “그때 성령께서 작업실 안에 함께 계심을 느꼈고, 이후 아프던 팔도 나아 작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40년 서예 인생을 하느님 말씀 앞에 봉헌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는 이번 전시를 끝으로 작품 활동을 마무리하고, 앞으로는 성 황석두 루카 외방 선교 형제회에서 선교사와 수도자, 사제들을 위한 서예 교육을 이어갈 계획이다. 유 작가는 “지난 40년은 하느님 말씀을 바른 글씨로 전할 수 있도록 준비해 온 시간이었다”며 “서예를 해온 목적을 이뤘기에 작품 활동을 마무리하는 데 아쉬움은 없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전시회를 찾는 이들이 작품을 통해 하느님 말씀의 깊이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많은 분이 오셔서 성경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고, 그분의 영광과 은총에 감사하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합니다. 부활의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전시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발행일 2026-05-10 제3490호 21면

[인터뷰] 30년째 캄보디아 선교 중인 예수회 강인근 신부

“예수님께서는 항상 가난한 사람들 곁에 계셨습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난한 이들을 섬기며 살았습니다. 저도 그분처럼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곁에 머물기 위해 선교하고 있습니다. 제게 선교란 가난한 이들 안에 계신 예수님을 만나고 섬기는 일입니다.” 캄보디아에서 30년째 선교 중인 예수회 강인근(요셉) 신부는 선교의 의미에 관해 이렇게 설명한다. 1997년 캄보디아로 파견된 강 신부는 가난한 학생들에게 교육의 권리를 제공하고, 그 안에서 학생들이 희망과 꿈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특히 2013년 문을 연 하비에르 예수회 학교에서 전인적 교육을 바탕으로 역량·양심·연민·헌신 등을 갖춘 ‘남을 위한 삶을 실천하는 사람’을 양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강 신부가 캄보디아에 간 것은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사는 사제를 꿈꿨기 때문이다. 사제가 되기 전 읽었던 책들이 그를 지금의 삶으로 이끌었다. 강 신부는 “예비신학생 때 A. J. 크로닌의 소설 「천국의 열쇠」를 읽고 어려움 속에서도 선교하는 사제가 돼야겠다는 성소를 체험했다”며 “이후 서울대교구 신학생 시절 군 복무 중 접한 예수회 월터 취제크 신부님의 이야기는 이러한 삶이 실제로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해줘 입회하게 됐다”고 밝혔다. 캄보디아에 첫발을 디뎠을 당시 현지 환경은 열악했다. 전기와 포장도로, 냉방 시설 등 기초적인 사회 기반 시설도 충분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지인들이 보여준 환대 덕분에 낯선 삶에 녹아들 수 있었다. 강 신부는 “캄보디아인들이 보여준 사랑과 연민 덕분에 선교가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는 일이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일임을 깨달았다”고 회상했다. ‘캄보디아의 미소’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친절한 캄보디아인이지만 내전, 대량 학살, 독재, 전쟁 등을 거치며 현재까지도 교육·의료 등의 여건이 충분하지 않다. 심각한 병에 걸려도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이 드물고, 의료 인력과 사회를 변화시킬 인재를 배출할 교육 체계도 미흡한 상황이다. 예수회에서는 인재 양성을 위해 현지 학생을 서강대학교 유학생으로 선발하는 사업도 이어오고 있다. 강 신부는 “좋은 교육을 양분으로 삼아 남을 위한 삶을 살고, 사회를 살려내는 꿈나무를 길러내는 것이 목표”라며 “캄보디아 사회가 정상 궤도로 진입하기 위해선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신부는 캄보디아인들이 희망의 미래를 꾸려나갈 수 있도록 한국교회의 관심과 연대를 요청했다. “예수님께서 가난한 이들에게 행하신 섬김의 모범을 우리가 보여줄 수 있을 때 자연스레 선교도 할 수 있습니다. 친절한 미소를 보여주는 캄보디아인들에게 복음의 기쁨이 전해질 수 있도록 많은 사랑과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후원 문의 02-6956-0008 기쁨나눔재단 ※홈페이지 www.gpnanum.or.kr

발행일 2026-05-03 제3489호 21면

[인터뷰] 가경자 최양업 신부 공식 표준 초상화 그린 김세중 교수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사제서품 177주년 기념일을 맞아 한 화가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신앙인으로서 최양업 신부님의 초상화를 봉헌하게 된 것은 영광스럽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사실주의 회화 작가인 김세중(빈첸시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겸임교수는 4월 15일 원주교구 배론성지에서 열린 가경자 최양업 신부 ‘공식 표준 초상화’ 봉헌식에서 교구장 조규만(바실리오) 주교 등과 함께 떨리는 표정으로 초상화 제막에 함께했다. 김 교수는 원주교구로부터 초상화 제작을 의뢰받고 약 6개월 동안 작업한 끝에 이날 많은 성직자와 신자들 앞에서 그림을 봉헌할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붓을 들기 전 교회사 자료를 확인한 것은 물론 19세기 복식사(服飾史)를 먼저 연구했다. 165년 전 선종한 최양업 신부의 생전 모습을 역사적 사실에 조금이라도 더 가깝게 그려내기 위해서였다. “처음 작업을 맡게 됐을 때, 늘 그랬던 것처럼 역사 속 위인의 초상화를 최선을 다해 그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저는 신자이지만 신부님을 두 번째 한국인 사제라는, 그 순서로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분의 삶은 두 번째라는 순서로만 기억되기에는 너무도 치열했고 너무도 위대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김 교수는 최 신부의 서한을 읽으며 크게 감동했고, 기도 속에서 작업에 매진할 수 있었다. “신부님의 편지를 읽는 동안 제 안에서 알 수 없는 미세한 떨림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지치고 병든 몸으로도 양 떼를 두고 떠날 수 없다’고 하셨던 그 구절을 대하며 한참 동안 작업을 멈췄습니다. 어느 날은 붓을 들고 캔버스 앞에 서 있다가 결국 아무것도 그리지 못한 채 붓을 내려놓기도 했습니다.” 김 교수의 고민은 깊어졌다. 과연 신부님의 눈빛을 제대로 담아낼 수 있을지, 그 삶을 감히 표현할 수 있을지 묻고 또 물었다. 그리고 다시 붓을 들었다. “그림을 다시 시작하기 전 먼저 성호를 긋고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주님께 이 그림이 단순한 초상이 아니라 길 위의 목자를 드러내는, 살아 있는 증언이 되게 해 달라고 청했습니다. 신부님의 눈빛 하나를 그리기 위해 수없이 덧칠하고 또 지웠습니다. 박해 속에서도 양들을 바라보는 목자의 눈빛 하나를 담아내기 위해서였습니다.” 김 교수는 공식 표준 초상화 작업은 그림을 완성하는 과정이 아니라 자신의 신앙을 다시 지우고 새롭게 그려 나가는 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제 붓끝에서 완성된 것은 그림만이 아닌 제 마음의 작은 회심이었습니다. 이 그림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신부님께서 살아 내신 신앙의 흔적과 향기가 스며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초상화를 보는 신자들이 땀의 순교자이신 신부님의 삶을 떠올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신앙을 살아가는 사람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발행일 2026-04-26 제3488호 21면

[인터뷰] 요한 바오로 2세 혼인과 가정 신학대학원 슈테판 캄포스키 교수

“중요한 문제는 ‘더 나은 인간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것입니다. 더 강한 힘, 더 뛰어난 지능, 더 오래 사는 삶이 우리를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로마 교황청립 요한 바오로 2세 혼인과 가정 신학대학원의 철학적 인간학 교수인 슈테판 캄포스키 교수는 “트랜스휴머니즘은 생명은 선물이며 모든 사람은 하느님 앞에 동등하다는 그리스도인의 관점과 반대되는 생각”이라며 “인간을 넘어서는 것은 기술적인 탁월함이 아니라 ‘덕’을 갖추는 것에서 온다”고 강조했다. 캄포스키 교수는 4월 17일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특별강연과 18일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 학술대회를 위해 한국을 방문, 인공지능(AI)과 트랜스휴머니즘, 로봇 돌봄 등에 대한 문제와 인간학적 성찰을 나눴다. “AI는 인간이 추론하는 것을 향상시키거나 배우는 것을 도와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려는 노력’을 AI로 대체해서는 안 됩니다.” 캄포스키 교수는 “AI가 본래의 의미에서 지능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우리 자신을 뛰어넘고, 삶의 의미에 관해 묻고, 하느님과, 타인과 우리 자신 그리고 세상과 관계 맺도록 하는” 인간의 생각하는 능력, ‘이성’이야말로 인간 존엄성의 바탕이 되는 중요한 능력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인간다움의 본질적인 측면을 포기하고 기계에 위임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먼저 생각하고, 그다음에 지시(prompt)하라”는 것이 그가 제시하는 AI 활용의 원칙이다. “기계는 결코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는 맥락에서 돌봄 로봇에 대한 성찰에도 초대했다. 앞으로 돌봄 로봇이 의료 분야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겠지만, 돌봄 로봇을 활용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타인을 돌보고 공감하는 우리의 역할을 로봇에게 위임할 때, 우리는 인간성의 일부를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 캄포스키 교수는 트랜스휴머니즘의 위험성도 전했다. 트랜스휴머니즘이란 기술을 통해 인간을 더 강하고, 더 똑똑하게, 더 오래 살도록 개조할 수 있다는 사상이다. 내 자녀가 지능이 높은 아이로, 키가 큰 아이로 혹은 더 잘생긴 아이로 태어나도록 배아를 선택하거나 유전자를 조작하려는 욕망이 대표적인 트랜스휴머니즘이다. 캄포스키 교수는 이런 트랜스휴머니즘은 “우리 삶의 어떤 측면들만 완전하게 만들뿐 좋은 삶(선한 삶)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이런 생각은 현세대가 미래 세대의 주인처럼 행세하는 것이고, 특히 유전자 조작의 경우 모든 후대에 영향을 미쳐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발행일 2026-04-26 제3488호 21면

[장애인의 날에 만난 사람] 장애유아 시설에서 만난 아동 입양한 나경희 씨

“신앙 덕분에 사회에 조금 더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디딤자리에서 일하게 됐고, 이곳에서 진이를 만날 수 있었어요. 새로운 가족으로 맞이하고 난 뒤로 함께 여행도 다니고, 아이의 명랑함 덕분에 가정이 더욱 밝아졌어요.” 나경희(엘리사벳·서울대교구 신내동본당) 씨는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에서 운영하는 장애영유아 거주시설 ‘디딤자리’에서 만난 최진(다니엘) 군을 입양한 뒤로 가정에 새로운 행복이 찾아왔다고 말한다. 나 씨는 사회에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할 방법을 찾다 남편 권유로 사회복지학 석사 과정을 밟았고, 2009년 디딤자리에 입사했다. 이후 2025년 12월 정년퇴임 때까지 장애영유아 130여 명의 ‘엄마’가 돼 주었고, 퇴임 후에도 봉사자로 함께하고 있다. 수많은 장애영유아를 돌보던 나 씨에게 유독 한 아이가 눈에 들어온 것은 2010년. 지적장애와 시각장애를 동시에 지닌 진이였다. 돌이 갓 지나 디딤자리에 입소한 아이는 건강이 좋지 않아 입퇴원을 반복했고, 울음소리조차 작고 힘이 없었다. 나 씨는 걸음마도 늦는 아이를 위해 퇴근 후에도 시설에 남아 걷기 연습을 시켰다. 나 씨는 “어렸을 때 진이는 어딘가 짠해 보여서 계속 눈길이 갔다”고 회고했다. 아이가 세 살 남짓 됐을 무렵 나 씨는 입양을 결심했으나, 중복장애로 인한 양육의 어려움과 경제적 상황 등을 이유로 한 가족의 반대에 무산됐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장기 가정체험으로 아이와 가족 간 정서적 유대를 쌓은 덕분에 점차 가족의 마음도 열렸고, 2017년 3월 새 성(姓)과 함께 가족으로 품을 수 있었다. 나 씨는 “반대에 직면했을 때 하느님께 많이 의지하면서 매일 기도했다”며 “덕분에 가족의 동의도 얻을 수 있었고, 경제적 상황도 기적처럼 나아졌다”고 말했다. 가족의 사랑 덕분에 최 군은 조용하던 어린 시절과 달리 밝은 아이로 자랐다. 현재 고등학교 1학년이 된 그는 학교에서 친구들을 다독이고, 칭찬하며 긍정적인 기운을 확산시키고 있다. 최 군의 꿈은 유튜브 크리에이터다. 그러나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최 군을 비롯한 장애인들의 꿈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나 씨는 장애인이 사회 속에서 주체로 살아가기 위해선 장애인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장애 종류에 따른 특성을 먼저 배워야 장애인을 어떻게 대하고, 배려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장애라는 한 가지 요소만이 아닌, 아이들 안에 있는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서 바라봐 주세요.” 끝으로 디딤자리 아이들을 향한 관심과 사랑도 요청했다. 나 씨는 “도움이 필요한 장애영유아들이 디딤자리에서 꿈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많은 온정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 후원계좌 국민 487101-01-246065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디딤자리 ※ 문의 02-987-6009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디딤자리

발행일 2026-04-19 제3487호 21면

[인터뷰]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 오르간 연주 영상으로 화제된 김경태 씨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한 영상이 화제를 모았다. 주일 아침 수많은 미사 참례자와 관광객이 뒤섞인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그레고리오 성가에 맞춰 오르간을 연주하는 동양인의 모습이 이목을 끈 것이다. 주인공은 교황청립 교회음악대학(Pontificio Istituto di Musica Sacra)에서 오르간을 전공하는 김경태(요한 세례자) 씨다. 김 씨가 대성당에서 오르간을 연주하게 된 사연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곡 전공으로 대학교를 졸업한 후 슬럼프를 겪고 음악에서 멀리 떠나 있던 시절, 로마 여행 중 대성당에서 만난 오르간 소리가 그를 다시 음악 앞으로 이끌었다. “성가대 목소리와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오르간 반주를 들으며 대학생 시절 성가대와 반주 활동을 하며 느꼈던 감정이 다시 살아나는 듯했어요. 하느님께서 저를 부르신다는 느낌을 받았죠. 그 순간 안정적인 미래에 대한 고민은 내려놓고, 교회음악을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했죠.” 2024년 교황청립 교회음악대학에 입학한 김 씨는 학교에서 전례음악을 익혀 나갔다. 그로부터 1년여 후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학교에서 성가대를 맡고 있는 대성당 주일미사에 오르간 전담 학생들이 모두 불참하게 되며, 그에게 제안이 온 것이다. 이탈리아 일반 본당에서의 반주 경험도 없던 그였다. 김 씨는 미사를 이틀 앞둔 저녁부터 급하게 준비해 나갔고, 무사히 주일미사 반주를 마칠 수 있었다. “긴장을 많이 해서 어떻게 미사를 드렸는지도 모를 만큼 시간이 금방 지났어요. 가진 능력에 비해 너무 큰 자리에 일찍 섰다는 생각이 컸죠. 함께 미사에 참례한 신부님이 찍어준 연주 영상을 보고 나서야 실감이 났어요. 그리고 교만하지 않기 위해 감사기도를 드렸어요.” 하지만 그는 곧바로 유혹에 빠지게 됐다고 털어놨다. ‘더 잘 연주할 수 있었는데…’, ‘다음에는 완벽하게 해내자’ 같은 욕심이 마음 한편에서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 반주를 맡은 2025년은 25년마다 돌아오는 희년이었어요. 전 세계에서 대성당을 찾아오는 순례객들을 보며 마음이 불편해졌어요. 뜻깊은 신앙 여정을 보내는 그들의 모습에서 연주의 초점이 하느님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맞춰져 있다는 걸 깨닫게 됐죠. 이후로는 대성당을 찾는 이들이 하느님과 만나는 시간을 돕겠다는 생각으로 연주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대성당 주일미사에 성가대로, 오르간 연주자로 전례에 참여 중인 김 씨는 ‘하느님의 향기를 전하는 교회음악가’로서의 길을 걷기 위해 유학 생활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성당에서 반주하는 일이 제가 드릴 수 있는 가장 솔직한 기도이자 봉헌이에요. 음악을 통해 하느님을 찬양하는 마음을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어요. 그래서 하느님께 열심히 청하며 살고 있어요. 이곳에서 잘 배워, 3년 전 대성당에서 느꼈던 울림과 감동을 더 널리 전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발행일 2026-04-19 제3487호 21면

[인터뷰] 「황순원 단편 선집」 펴낸 안영 황순원기념사업회장

“대가가 남긴 정신적 유산을 살리는 일은 후대의 몫이지요. 황순원 선생님의 <소나기> 같은 작품은 교과서에도 실려 널리 알려졌지만 요즘 세대들은 접하지 못한 황 선생님 작품들도 많아 새로운 조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안영(실비아) 황순원기념사업회 회장은 황순원(1915~2000) 작가 탄생 111주년 기념일인 3월 26일에 맞춰 <소나기>, <학>, <독 짓는 늙은이> 등 황 작가의 단편 30편을 엄선해 「황순원 단편 선집 1」과 「황순원 단편 선집 2」를 동시에 발간했다. 발간 작업은 안 회장과 2025년 ‘황순원문학상’ 수상자인 주수자 소설가가 주로 맡았다. 또한 물리학자로 삼성전자 부사장을 지낸 권희민 박사가 문학계 인사가 아님에도 황순원 문학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출판비를 지원했다. “황 선생님은 보통 순수소설 작가로만 기억되지만, 제주 4·3사건을 다룬 <비바리> 등 시대를 외면하지 않고 균형 있는 시각으로 쓴 작품들도 요즘 세대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또 한 가지 기억할 사실은, 양정길(1915~2014) 사모께서 내조에 헌신했기 때문에 황 선생님이 주옥같은 작품을 세상에 쏟아낼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안 회장은 1965년 황 작가의 추천을 받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으며, <소나기>의 장소적 배경인 경기도 양평에 설립된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제2대 촌장으로 2011~2014년 재임한 데 이어 2025년에는 황순원기념사업회 회장에 취임했다. “기존에 나온 황 선생님 단편집들이 여럿 있지만 이번에 나온 두 권의 단편 선집은 30편이라는 작품 수에서도 알 수 있듯 숨겨진 명작들을 재조명했다는 데서 의의가 있습니다. 2027년까지 회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단편 30편 일부를 오디오북으로도 제작하려고 합니다.” 오디오북 낭독은 안 회장의 딸로 KBS 공채 성우 출신인 은영선(헬레나) 씨가 맡을 예정이다. 안 회장은 「황순원 단편 선집」 발간의 가장 큰 의미는 황 작가의 손자인 황순신 씨가 설립한 출판사에서 책이 나왔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제가 저의 문학적 스승인 황순원 선생님 단편 중 <학>을 제일 좋아하고, 황 선생님의 고고한 삶에 어울리게 출판사 이름에 ‘학’을 꼭 넣으라고 했더니 ‘학 북스’라고 명명했습니다. 황순신 씨는 앞으로 차근차근 할아버지의 시와 장편 등 모든 작품을 재출판하겠다는 큰 포부를 갖고 있습니다.” 안 회장은 “작가의 작품에 배어 있는 인간 사랑과 서정성, 간결한 문체는 세대를 초월해 환영받을 것”이라며 “순수와 절제의 삶을 오롯이 사신 황순원 선생님이 대한민국의 국민 작가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6-04-12 제3486호 21면

[인터뷰] 서울대교구 평단협 AI위원회 임정한 위원장

“인공지능(AI) 기술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입니다. 교회도 AI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이하 서울평단협)가 올해 신설한 AI위원회를 맡은 임정한(요한 세례자) 위원장은 “결국 AI는 복음화를 위해 활용해야 할 것”이라며 “평신도들이 AI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위원회의 목표”라고 밝혔다. 서울평단협은 AI가 특히 젊은 세대 안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대중적인 매체로 자리 잡아가는 상황에 대응하고자 AI위원회를 설립했다. 사도직 활동에서 AI를 비롯한 정보기술(IT)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처음 조직된 위원회인 만큼 임 위원장의 책임도 크다. 특히 전문 역량을 갖춘 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해 IT 전문가 위원을 모으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임 위원장은 “전문가들이 대부분 현업에서 일하고 있어 위원으로 모시기가 쉽지 않다”면서 “먼저 위원을 구성하고 함께 고민하면서 앞으로의 활동 방향을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업이나 공공기관도 필요한 데이터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활용하기 위해 AI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AI가 교회의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할 수 있다면 복음화에도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임 위원장은 기업 IT 인프라 구축과 시스템 운영 지원 사업을 하는 IT 기업 대표로, 서울 가톨릭경제인회에서 활동하며 IT 관련 자문 역할도 맡아왔다. 최근에는 서울대교구 전산정보실이 추진하는 AI 구축 사업 ‘카를로 프로젝트’에도 전문가로서 자문하며 협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교구와 협력하면서 평신도를 위한 AI 교육에 관심을 기울일 계획이다. 임 위원장은 “AI위원회는 교구의 방향에 발맞추면서 신자들을 위한 AI 관련 교육과 홍보 활동을 펼치게 될 것”이라며 “특히 IT 기기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자들이 최신 기술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AI위원회를 통해 서울평단협은 IT 관련 다양한 활동에도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임 위원장은 그동안 서울평단협이 추진해 온 가경자 최양업(토마스) 신부 순례길 앱 ‘배론으로 가는 길’ 개발을 마무리하는 역할도 맡는다. “교회가 그동안 신문, 방송, 책자 등 이른바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복음화 사업을 펼쳐왔다면, 이제 AI라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복음화 방식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길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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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군부대 채플 반주자 이보희 씨

경북 왜관의 주한 미군 부대 ‘캠프 캐롤’에서 10년째 채플(chapel·경당) 반주를 맡고 있는 이보희(엘리사벳·대구대교구 왜관 석전본당) 씨. 가톨릭 미사와 개신교 예배가 모두 이뤄지는 이곳에서 이 씨는 공동체의 사랑을 체험하고, 그 사랑을 세상 밖 봉사 현장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 씨가 미군 부대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16년. 본당 신자의 소개로 시작한 이 씨의 반주 활동은 주일 오전 개신교 예배, 오후 가톨릭 미사 전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이곳 공동체에는 소위 말하는 ‘끼리끼리’ 문화가 없어요. 처음 온 낯선 이가 있으면 누구나 먼저 다가가 환대하고, 조금의 불편함 없이 하느님과 만날 수 있도록 따뜻한 온기를 심어주죠. 전례 중에 아이가 울거나 어르신이 기침해도 누구 하나 눈치 주지 않아요. 오히려 신부님께서 아이를 전례의 소중한 구성원으로 귀하게 대접하죠. 그 관대한 모습에 신자들의 마음도 자연스럽게 열리는 것 같아요.” 이곳은 다양한 인종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사목 현장이다. 이주노동자가 많은 지역에 있는 만큼 베트남, 필리핀 등 아시아 출신 봉사자도 있다. 이 씨는 이곳에서 초대교회 공동체의 모습이 아닐까 싶은 모습을 많이 발견한다고. 새 부임지로 이동하는 이들과도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을 정도로 끈끈한 ‘정’을 나누고 있다고 이 씨는 말한다. “반주 봉사를 하러 왔지만 오히려 제가 이 공동체에서 위로받고 신앙적으로 성장하고 있어요. 물이 스며들 듯 공동체의 따뜻함이 제 안에 들어와 저를 더 열린 마음으로 변화시켰죠.” 그의 내적 변화는 자연스럽게 외적 실천으로 이어졌다. 5년 전부터 그는 독거노인 빨래 봉사와 무료급식소 봉사를 이어가는 것은 물론, 21명의 청년과 함께 봉사단체 ‘청온’을 조직해 운영 중이다. 장애인복지관 청소부터 오지마을 이미용 봉사까지, 그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이 씨는 비록 종교는 없어도 봉사활동을 통해 복음적인 삶을 실천하는 동료들을 ‘익명의 그리스도인’이라고 표현했다. 예수회 카를 라너(Karl Rahner·1904~1984) 신부가 처음 언급한 개념인 ‘익명의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을 알지 못하더라도 하느님께서 주신 양심에 따르는 복음적인 삶을 사는 이를 일컫는 말이다. “저는 말로 하는 선교가 아닌, 삶으로 전하는 선교를 하고 싶습니다. 구체적으로 ‘성당 가자’고 권하기보다는 봉사의 삶을 통해 그리스도인의 모범을 먼저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다음 일은 하느님께서 이루어주신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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