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성당에 오셔서 정성껏 수확한 농산물을 직접 판매하니 믿고 구입하는 거죠.” 7월 13일 수원교구 제1대리구 상현동본당(주임 서북원 베드로 신부)에서 열린 ‘상현달장’을 찾은 신자는 흙 묻은 농부의 손으로 전해진 농산물을 받아들며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떠올렸다. 이날 장터에는 복숭아, 참외, 감자, 자두 등 7월 제철 농산물이 판매되며 깊어지는 여름의 정취를 전했다. 도심에서 자연의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운 본당 신자들은 상현달장에서 만나는 농작물을 통해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공동의 집, 지구의 소중함을 되새겼다. 매월 둘째 주에 열리는 상현달장은 8월이면 꼭 1년이 된다. 처음에는 생소했던 본당 직거래 장터였지만, 이제 신자들은 장터에서 자주 만나는 농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됐다. 자주 얼굴을 마주하다 보니, 산불로 큰 피해를 본 안동교구 농민들의 상황을 걱정하거나 더위 속 농사일의 고단함을 염려하는 따뜻한 말들도 자연스럽게 오간다. 장터가 열린 지 1년, 도시와 농촌은 어느새 생명공동체로 하나 되어가고 있다. 교구 농민사목위원회(위원장 양기석 스테파노 신부)의 활동 목표는 도시와 농촌의 교류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그 거점이 본당 직거래 장터다. 양기석 신부는 “생명 농업을 실천하는 가톨릭농민들의 농업은 기후위기 시대에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중요한 활동이기 때문에 응원하고 동참할 필요가 있다”며 “도시 본당 신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가톨릭농민이 생산한 농작물을 구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북원 신부가 본당에 직거래 장터를 연 이유도 농촌과 농민을 이해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때문이다. 서 신부는 “농촌에 가지 않는 이상 도시 신자들은 농촌의 상황을 모를 수밖에 없다”며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장터에서 좋은 물건을 사는 것도 좋지만, 농민들을 만나 교류하며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상현달장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정장에 선글라스, 핸드백을 든 도시 본당 신자는 밀짚모자를 쓰고 흙 묻은 옷을 입은 농민과 만나 농산물을 나눴다. 겉모습은 달랐지만 서로에게 전하는 감사한 마음은 공동체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상현달장에는 하느님의 섭리가 생생하게 살아있었다. 서북원 신부는 “보다 많은 본당이 직거래 장터를 여는 것에 함께해 생명공동체가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주요뉴스

수원교구 남양성모성지, ‘인문학 토요특강’ 개최

시인의 강의와 시 낭송, 어린이 합창단의 공연, 파이프오르간 연주까지…. 신앙과 문화를 아우르는 깊이 있는 문화 영성의 장이 마련됐다. 수원교구 남양성모성지(전담 이상각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는 7월 12일 <인문학을 남양 성모 마리아 대성당에서 만나다> 토요특강을 개최했다. 토요특강에는 신자들뿐 아니라 개신교 목사, 지역 주민 등 800여 명이 참여해 종교와 세대를 넘어서는 인문학적 성찰과 문화적 감동을 함께 나눴다. 특강에 나선 나태주 시인은 경쾌하면서도 본질을 꿰뚫는 강의로 ‘시를 통해 헤아리는 삶의 지혜’를 선물했다. 시인은 “인생은 자신의 실패나 결점 등 마이너적인 부분을 극복해 메이저로 승화시키는 과정”이라며 “우리가 천사는 아닐지라도 그 마음으로 천국을 꿈꾸며 살면 천사와 비슷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성경에 나오는 사랑은 상대에게 측은지심을 가지는 ‘긍휼’에 가까운데, 이것을 여러 사람에게 확대하면 ‘평화’”라며 “시는 사람들에게 평화로운 마음을 주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했다. 강연 외에도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됐다. 관객이 직접 시 낭송에 참여하기도 하고 문답을 통해 고민도 나눴다. 아울러 어린이 합창단 ‘위자드콰이어’는 나 시인의 <풀꽃> 등 노래를 선사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날 깜짝 손님으로 등장한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스테파노) 대령은 “지난 2년은 일상에 대한 감사를 깨달을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복직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관객들 반응은 뜨거웠다. 고등학생 강서윤(클라라·제2대리구 철산본당) 양은 “강의에서 치유와 위로를 받았고, 다음에 열리는 특강들도 꼭 오고 싶다”고 말했다. 김미순(소화데레사·대전교구 천안신부동본당) 씨는 “성당에서도 벽을 허물어 대중에게 공간을 열어줌으로써 현대인들에게 익숙한 문화를 누리고, 종교인과 비종교인이 서로 가까워지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좋았다”고 전했다. 문화 사목을 위해 ‘사단법인 엔드리스 문화재단’을 설립한 이상각 신부는 성지를 통한 여러 기획을 화성특례시와 이어가고 있다. 이 신부는 “오늘날의 종교 위기는 메마른 정서의 위기에서 비롯됐다는 말처럼 사람들은 하느님과 그분의 창조물, 사람들에게서 감응을 느끼지 못한다”며 “이들의 감수성을 되살리고 풍부하게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위로가 필요한 사회와 함께 종교 자원을 나눌 때 아름다움과 기쁨은 배가 되고 자연스럽게 선교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나 시인 또한 본강의가 끝났는데도 계속 자리를 지키는 객석에 “그만큼 여러분이 이런 자리에 목말라한다는 뜻”이라고 위로를 건넸다. 인문학 토요특강은 9월 6일 마케팅그룹 조서환 대표, 20일 아주대 김경일 교수, 27일 연세대 김형석 교수, 11월 8일 헨켈코리아 김영미 대표의 특강으로 마무리된다. 성지는 12월 5일부터 7일까지 국제음악제로의 도약을 위해 마련한 <제1회 남양성모성지 클래식음악제>를 개최한다.

매주 노숙인 밥 짓는 ‘섭리 나눔의 집’…“예수님 만날 생각에 설레죠”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마태 25,35) 굶주리고 목마른 사람들을 위해 먹을 것을 나누는 사람들. 자기의 모든 것을 내준 사람들의 표정은 기쁨으로 가득했다. 천주의 섭리 수녀회 ‘섭리 나눔의 집’(책임자 김향순 소화 데레사 수녀)의 수원역 노숙인 급식 나눔 현장을 찾았다. 노숙인 위해 정성으로 만든 한 끼 7월 11일 오전 11시, 수원역 노숙인급식소인 ‘정나눔터’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다.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 커다란 배낭을 메고 양손 가득 무거운 짐을 들고 자리를 지키고 서있는 노숙인들. 매일 다른 단체에서 무료 급식을 하지만 금요일 식사는 특히 인기가 많다. 천주교 수도자들이 준비한 음식이 정성스럽고 맛있다고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11시 30분이 되자 트럭 한 대가 정나눔터 앞에 들어선다. 로만 칼라를 한 신부, 수도복을 입은 수녀, 7명의 봉사자가 분주하게 짐을 내린다. 이날 급식 메뉴는 콩국수다. 평소에 제철 음식을 먹기 어려운 노숙인들을 배려해 특별식으로 준비한 것이다. 전날 콩을 불리고 아침에 방앗간에서 갈아온 뽀얀 콩물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고명으로 올라가는 달걀과 오이, 토마토는 색도 예쁘고 건강에도 좋다. 반찬으로 제공되는 마늘종 장아찌와 김치도 모두 직접 만든 것이다. 정오가 되자 노숙인들은 차례로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무더위에 맛보는 시원한 콩국수는 사라졌던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하다. 금세 한 그릇을 비운 몇몇 노숙인들은 면과 국물을 더 받아 돌아간다. 이날 준비한 음식은 180인분. 163명의 노숙인이 시원한 한 끼를 선물로 받았다. 길 위에서 만난 예수님 ‘섭리 나눔의 집’은 2021년부터 정나눔터에서 급식 나눔을 하고 있다. 수원 다시서기 종합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정나눔터는 매일 다른 단체가 급식 봉사를 하는데, 섭리 나눔의 집은 금요일에 이곳을 찾는다. 급식 당일에는 7~8명의 봉사자가 오전에 음식을 준비하고 배식을 돕는다. 음식을 대량으로 준비하기 때문에 전날도 7~8명의 준비팀이 재료 손질에 손을 보탠다. 수많은 봉사자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한 끼. 점심을 먹고 나온 노숙인은 “수녀회에서 해주시는 음식은 항상 맛있어서 금요일에는 꼭 정나눔터에 온다”고 말했다. 콩국수를 처음 먹어봤다는 한 여성 노숙인은 소화가 되지 않아 음식을 다 먹지 못했다며 김 수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다. 김 수녀는 “콩국수를 못 먹는 분들이 있는 줄 알았으면 밥이나 라면도 따로 준비해 드릴 것 그랬다”며 배불리 먹지 못한 노숙인을 먼저 걱정했다. 이곳에서 먹는 소박한 한 끼가 누군가가 자신에게 쏟는 정성과 관심이라는 것을 알기에, 정나눔터를 찾은 노숙인들은 봉사자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아침 9시부터 음식 준비를 하고 수원역까지 짐을 옮기고, 배식하고 돌아와 뒷정리하기까지. 급식 봉사는 오후 3시가 돼서야 마무리됐다. 고된 일정에도 봉사자들의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봉사자 서한숙(소화데레사·수원교구 제1대리구 서둔동본당) 씨는 “급식 봉사를 하기 전날부터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나눔의 집을 찾는다”며 “봉사를 끝내고 나면 몸은 고되지만 오늘 하루 길 위에 나그네로 오신 예수님을 만났기 때문에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후원 계좌: 신협 137-005-427067 (재)천주교천주의섭리수녀회 섭리나눔의집 [인터뷰] ‘섭리 나눔의 집’ 책임자 김향순 수녀 - “넉넉하지 않아도 하느님 섭리 믿고 나아요” ‘섭리 나눔의 집’ 책임자 김향순(소화 데레사) 수녀는 노숙인 급식 나눔을 하기 전에 “이분들을 축복해 달라”는 기도로 활동을 시작한다. 소임을 맡은 뒤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던 중에 김 수녀는 한 봉사자가 수원역에서 홀로 노숙인들에게 김밥을 나눠주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나눔에 손을 보태고자 하나씩 음식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5년 전이다. “자매님이 혼자서 몇십 인분의 김밥을 싸서 노숙인들에게 나눠준다는 소식을 듣고 같이 하자고 손을 내밀었어요. 그때는 김밥과 라면 등 간단한 음식으로 시작했는데 점점 봉사자들이 많아지면서 제대로 된 한 끼 음식을 대접하고자 마음을 모았죠.” 섭리 나눔의 집 급식은 맛있기로 유명하다. 좋은 재료로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들기 때문이다. “몇 년 전 겨울에 매주 오시던 노숙인들이 안 보여 여쭤보니 겨울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었어요. 너무나 충격이 컸죠. 그 이후로는 매주 드리는 음식이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식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정성을 다해 만들고 있습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다 보니 값비싼 재료를 사용해 푸짐하게 음식을 준비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딱 필요한 만큼의 재료가 후원 물품으로 들어온다. 농사지은 파를 가져다주는 농부, 매달 닭 60마리를 후원해 주는 업체 등 섭리 나눔의 집은 많은 이의 정성이 모여 한 끼 밥을 지어낸다. 그래서 김 수녀는 ‘이 일은 하느님이 하시는 일’이라고 믿는다. “여름이라 시원한 냉커피를 드리고 싶어 고민하고 있는데 수녀원 옆 수원가톨릭대학교 신학생들이 축제 때 남은 얼음을 보내줬어요. 고명으로 들어간 오이도 농장을 하는 자매님이 보내주셨죠. 매번 딱 필요한 만큼 재료가 채워진 덕분에 한 번도 급식을 대접하지 못한 적이 없습니다.” 섭리 나눔의 집에서 하느님의 섭리를 깨달은 김 수녀는 아낌없이 자신을 봉헌하겠다는 사명을 되새겼다. “하느님께서 저를 통해 노숙인 분들에게 먹을 것을 주시고 그들을 보살펴 주고 계신 것 같아요. 그래서 힘든 것보다 큰 기쁨으로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이웃 이야기] 수원교구 동판교본당 가정생명생태분과장 권새봄 씨

“딥페이크 성범죄나 N번방 사건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사회 전반에 성과 생명에 대한 기준이 무너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상황을 교회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또 어떤 가르침을 주고 있는지 궁금해졌죠.” 수원교구 동판교본당(주임 이상용 크리소스토모 신부) 가정생명생태분과 권새봄(아녜스) 분과장은 생명에 관심을 갖고 본당에서 생명 교육을 확산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궁금증에 그치지 않고 생명 관련 교육을 찾아보던 권 씨는 지난해 ‘한국틴스타 워크숍’에 참여했다. 성, 사랑, 생명에 대한 올바른 개념을 정립하고, 건강한 관계 맺음과 책임 있는 결정을 돕는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한 권 씨는 더 많은 신자가 이런 교육을 쉽게 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주임신부에게 본당에서 워크숍을 열자고 제안했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나 교리교사뿐만 아니라, 자기 성(性)에 대한 바른 인식을 세우는 일은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에게 필요한 교육이에요.” 권 씨의 제안은 결실로 이어졌다. 동판교본당은 오는 8월 23일부터 6주간 매주 토요일마다 워크숍을 열 계획이다. 권 씨는 전체 신자 5198명 중 60세 이상이 약 30%를 차지하는 본당 특성과 자주 장례미사를 접하는 현실 속에서 ‘생명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깊이 하게 됐다. 그러던 중 ‘죽음’을 주제로 한 생명 교육의 필요성을 느꼈고, 교구에서 연 2회 운영하는 생명학교의 지원을 받아 6월 본당에서 생명 교육을 마련했다. 권 씨는 앞으로 본당에서 생명 관련 독서회도 열고 싶다고 밝혔다. “교회가 생명에 대해 어떤 가르침을 전하고 있는지를 함께 읽고 나누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교황님의 회칙이나 교황청 문헌들은 혼자 읽기에는 어렵거든요. 독서회를 통해 함께 읽고 나누면 교회의 가르침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권 씨는 낙태의 현실과 생명의 가치를 정면으로 다룬 책 「언플랜드」 번역에도 참여했다. 낙태에 대해 특별한 인식을 가졌던 것도 아니지만, 단지 “교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고 싶었다”는 마음이 시작이었다고 했다. 그는 하느님이 주신 생명은 결국 ‘사랑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김혜숙 막시마 선교사의 「그대, 나의 얼굴」이라는 책을 통해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결심’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사랑은 하느님이 개입하셔서 맺어주신 관계이고, 혼인은 평생 사랑하기로 결심하는 것에서 출발하죠. 결국 모든 것은 사랑 이야기이고, 생명의 이야기예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신도의 관심과 참여라고 권 씨는 강조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떤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또 어떤 견해를 가져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점점 줄고 있는 것 같아요. 성숙한 평신도가 되기 위해서는 교회의 교리를 잘 알아야 하고, 그러려면 교회의 가르침에 대한 교육이 꼭 필요하죠.”

수원교구 제1대리구 청소년국, ‘따로 또 같이’ 프로젝트

수원교구 제1대리구 청소년국은 청소년들이 ‘따로 또 같이’ 더불어 살아가는 의미를 체험할 수 있도록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다. 정기 희년을 맞아, 청소년들이 가정과 공동체 안에서 희망의 순례를 함께 걸어가도록 돕기 위한 ‘따로, 또 같이(가치)’ 프로젝트가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프로젝트는 청소년국이 제안한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고 인증사진을 제출하면, 건수마다 기부금이 적립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모인 기부금은 성요한의 집, 성야고보의 집, 생명의 집, 모성의 집 등에 전달됐다. 3월에는 ‘성요셉 성월’을 맞아 가정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는 미션들이 제시됐다. 가족과 성지순례를 다녀오거나, 부모님께 편지를 쓰고 발을 씻겨드리는 등 가족과 함께하는 미션을 39명이 실천했으며, 이를 통해 200만 원이 기부됐다. 5월에는 성모 성월을 기념하며 새 생명과 자연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미션이 이어졌다. 자연을 보고 하느님께 찬미 드리기, 환경 보호 실천, 감사 편지 쓰기, 부모님과 하트 모양 만들기, 장미꽃 선물하기 등 다양한 활동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신앙 성장을 위한 미션도 동시에 진행됐다. 평일미사 후 십자고상 앞에서 사진 찍기, 감실 앞 성체조배, 성모상 앞 묵주기도 등이다. 이 기간 총 498명의 청소년이 참여해 500만 원이 기부됐다. 청소년국은 프로젝트 종료를 기념해 6월 22일 고등동성당에서 파견미사를 봉헌됐다. 두 달간 함께하며 더불어 사는 기쁨을 경험한 청소년들은, 이날 미사를 통해 하느님께 한 걸음 더 가까이 나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청소년1국장 이재혁 신부는 강론에서 “우리는 피로하고 외로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각자가 삶의 여정에서 ‘순례자’가 되기로 마음먹는다면 ‘따로 또 같이’ 살아갈 수 있다”며 “이번 프로젝트는 청소년들이 ‘홀로 그러나 함께’라는 신앙의 가치를 발견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한 여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파견미사에 함께한 모든 이가 상상력 넘치는 꿈을 품고, ‘나는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 어떤 인생의 순례길을 걸을 것인가’를 예수님의 꿈을 통해 바라보길 바란다”며 “비록 고되고 험한 길일지라도 그 여정 안에서 ‘희망’을 꼭 발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발행일 2025-07-13 제3450호 2면

수원교구 민화위, ‘제22기 청년도보성지순례’ 개최

수원교구 사회복음화국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허현 요한 세례자 신부)는 7월 5일부터 12일까지 ‘제22기 청년도보성지순례’(이하 도보순례)를 개최했다. ‘주님, 제 소리를 들으소서’(시편 130,2) 주제로 열린 도보순례에는 봉사자 21명을 포함해 69명의 청년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교구 내 성지를 순례하면서 그 걸음을 주님께 봉헌하고, 우리나라의 평화통일을 기원했으며, 신앙 선조들의 순교정신을 되새기는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5일 교구청 지하 강의실에서 봉헌된 발대미사 강론에서 허현 신부는 “오늘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축일에 시작하는 도보순례는 김대건 성인으로 말미암아 퍼진 하느님의 씨앗인 우리들의 신앙을 확인하는 여정”이라며 “뙤약볕 아래 기도하며 걷는 도보순례가 여러분에게 기쁨과 은총,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도보순례 둘째 날인 7월 6일 정오경, 청년들은 양근성지에 도착해 성지 전담 권일수(요셉) 신부와 순례자들의 환영을 받았다. 청년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상 앞에서 권일수 신부의 축복을 받으며 각자의 신앙을 풍요롭게 채워나가길 기도했다. 권일수 신부는 도보순례자들에게 “순례를 통해 세상을 알아가는 가운데 여러분 자신도 알아갈 것”을 권고하고 “예수님의 의연함과 성모님의 인내를 배울 것”을 당부했다. 무더위 속에서도 길 위에서 예수님을 만나는 기쁨은 청년들에게 육체적 고통을 이겨내는 힘이 되었고, 지친 동료의 손을 잡고 함께 걷는 여정은 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이번 도보순례는 수원교구청에서 시작해 양근성지, 마재성지, 구산성지, 남한산성성지, 수리산성지, 수원화성순교성지 등을 7박8일간 순례하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청년들은 도보순례 여정 중 교구 내 20여 개 성당을 경유하며 정의·평화·사랑을 위해 기도했다. 특히 성당과 성지 곳곳을 순례하면서 순교자들의 신앙 열정을 이어받아 교회의 미래를 위해 믿음을 이어 나가며 기여할 것을 다짐했다. 한편 오는 9월 11일부터 14일까지 3박4일간 열리는 단기 도보순례에는 40명이 참가할 예정이며, 교구 영성교육원에서 봉헌되는 발대미사를 시작으로 은이성지, 죽산성지, 미리내성지, 어농성지 등을 순례할 예정이다. 성기화 명예기자

발행일 2025-07-13 제3450호 1면

[수원교구 성당 순례] 고초골공소

‘신앙 선조들이 박해를 받으며 고초를 당했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는 마을, 경기도 용인의 ‘고초골.’ 이곳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와 직접 연관된 기록은 남아 있지 않지만, 성인이 사목하던 시절 방문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용인특례시는 고초골공소와 성인이 유년기를 보낸 은이성지 등 다섯 곳의 명소를 잇는 스탬프 투어 ‘청년 김대건의 길을 걷다’을 마련했다. 김대건의 길을 따라 걷기 위한 이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는 수원교구 제1대리구 원삼본당(주임 송영오 베네딕토 신부) 관할 고초골공소와 피정의 집을 찾았다. 되찾은 초가지붕으로 더 뚜렷해진 신앙 선조 숨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시내에서 조금 벗어나 좁은 골목과 둔덕 길을 따라가다 보면 고초골공소가 모습을 드러낸다. 돌담 사이로 향토적인 분위기가 물씬 나는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마치 전래동화에 나오는 작은 마을 공동체에 들어선 듯 정겹다. 대부분 기와지붕을 얹은 집들이지만 그중 초가집 한 채가 눈에 띈다. 바로 옛 고초골공소다. 현존하는 수원교구 공소 중 한옥으로 지어진 유일하고 가장 오래된 공소로 현재는 경당으로 쓰인다. 최근 연 1회 있는 초가 복원을 막 마친 말끔하고 풍성한 지붕 아래로 세월의 흔적이 담긴 ‘고초천주교회(枯草天主敎會)’ 현판이 걸려 있다. 전통 가옥이지만 자세히 보면 한지 문에는 유리가 덧대어 있고 벽에는 소화 설비가 설치돼 있다. 대들보와 서까래에는 형광등도 달려 있는 등 실용성을 더해 개량된 모습이다. 이는 1891년 세워진 후 기와와 팔작지붕 등으로 개조되며 오랫동안 실제 교회 시설로 사용돼 왔기 때문이다. 이후 2018년 국가등록문화재 제708호로 등재된 것을 기념해 교구와 용인특례시는 2023년 공소의 원형 모습을 최대한 살려 복원했다. 내부 제단의 감실대 등은 고가구로 갖춰 세월의 손길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기둥마다 걸린 은색 주석 십자가의 길이 고풍스러운 나무와 어우러진다. 경당 바깥 왼쪽으로는 검은색 철제 종탑이 눈에 띈다. 인근 용암(용바위)공소가 폐쇄되면서 약 12년 전 이곳으로 옮겨진 것으로 지금은 공소의 명물이 됐다. 경당 오른편에는 청보라색 수국과 노란 나리꽃 사이로 루르드 성모상이 모셔져 있다. 마당 구석구석에 놓인 항아리들은 소박하고 정겨운 분위기를 더한다. 정기적 피정 이어가며 옛 교우촌 구현 고초골공소와 피정의 집에는 교육관, 개인 피정의 집, 수도자·선교사 쉼터, ‘순교자 신안드레아의 집’, 관리동 등 각 용도에 맞는 공간들이 오밀조밀 마련돼 있다. 민가를 개량한 ‘라자로·마르타·마리아의 집’은 순례자들의 식사 준비 공간으로 썼다가 현재는 다른 용도로의 활용을 준비 중이다. ‘순교자 유군심 치릴로의 집’, ‘순교자 박바르바라의 집’이라는 이름의 정자는 순례자 쉼터로 쓰인다.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며’ 안내를 시작으로, 바위와 소나무에 기대어 있는 십자가의 길도 이색적이다. 2003년 원삼본당이 설립되며 피정의 집으로 용도가 변경된 고초골공소에는 전임 교구장 최덕기(바오로) 주교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머물며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그 후 잠시 휴식기를 가진 뒤 2024년부터 송영오 신부의 특강을 재개했다. 현재 송 신부의 봄·가을 피정 프로그램은 교육관 혹은 경당에서 열린다. 올 하반기 가을 피정은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9월 9일) ▲‘하느님은 어디 계십니까?’(9월 25일)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10월 14일) 등의 주제로 11월까지 이어진다. 피정은 오전 11시 미사로 시작해 점심 식사 후 특강으로 마무리된다. 개인 피정은 운영 준비 중이다. 순교자들의 덕, 마침내 공소로 꽃 피다 고초골은 1820년경 신자들이 박해를 피해 산중에 모여들면서 생긴 교우촌이다. 그러나 1866년 병인박해 때 이곳에 숨어 살던 신자들이 붙잡혀 순교하고 마을은 불타 없어졌다. 이때 끌려간 신자들 중 박 바르바라, 신 안드레아, 유군심(치릴로) 등 다섯 순교자의 기록은 「병인사적 박순집 증언록」, 「치명일기」, 「병인치명사적」에 수록돼 있다. 1886년 조선에 선교의 자유가 허락되자 이곳에 다시 신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며 1891년 기도와 집회 장소로 사용할 공소가 세워졌다. 고초골 교우촌 규모는 문헌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수원교회사연구소의 「상교우서」에 따르면, 공소 신자 수는 1900년 78명, 1924년 226명, 1937년 242명이다. 고초골공소에 대한 기록은 몇몇 사료에 남아 있다. 제8대 조선대목구장 뮈텔 주교(1854~1933)가 쓴 「뮈텔주교일기」의 서울 남부지역 사목 순방 기록(1902년 11월 11~17일)에 고초골공소가 등장한다. 뮈텔 주교는 이곳에서 신자들로부터 국수 대접을 받았다고 적었다. 또한 우리나라 세 번째 사제 강도영 신부(마르코·1863~1929)는 「서한집」 중 <주교님(뮈텔)께 쓴 편지>(1916년 2월 16일) 등 여러 서한에서 고초골공소를 언급했다.

발행일 2025-07-13 제3450호 4면

[우리 이웃 이야기] 수원화성순교성지 순례해설단장 이창원 씨

“성지 해설사는 오래전 돌아가신 순교자와 현재의 순례자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성지 해설을 할 때면 늘 설레고 기쁩니다.” 이창원(바오로·수원교구 지동성당) 수원화성순교성지 순례해설단 단장은 성지 해설을 통해 순교자들의 영성을 전하는 일에 사명감을 갖고 3년째 해설 봉사를 하고 있다. “부인 직장과 가까워 7년 전에 수원화성순교성지에서 미사를 드리고는 순교자 영성이 깃든 성지에 매료돼 매주 미사 참례를 왔어요. 저를 눈여겨보신 성지위원장 자매님이 독서를 권했고, 그 인연이 성지 해설까지 이어졌죠.” 수원화성순교성지는 수원유수부의 토포청(중영)이 있던 곳으로, 80여 명이 순교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또한 서울과 가깝고 교통도 편리해 전국 어디서나 쉽게 찾아올 수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관광하며 성지순례를 할 수 있다는 특색도 있다. “5월 한 달 동안 1200여 명의 순례객이 수원화성순교성지에 오셨어요. 바쁠 때는 하루에 5번 해설을 한 적도 있죠.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달빛 순례는 밤 10시에 끝나는 강행군이지만 한 번도 힘들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습니다. 순례자와 순교자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기쁨이 크기 때문이죠.” 순교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성지인 만큼 이 단장은 양질의 해설을 위해 교회사 공부에도 열심이다. 한국교회사연구소 동인회와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 주관 교육에 참여하며 순교사와 신앙 선조들에 관해 배우고 있다. “순교자에 대한 지식을 전하기보다는 그 영성을 느끼고 돌아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꾸준히 교육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순례 해설을 하며 중간중간 순교자와 관련된 시나 노래를 함께 불러보기도 하죠. 고령 신자나 어린이, 예비신자 등 순례객에 맞춘 해설을 제공한다는 점도 차별점입니다.” 순례객들은 해설사의 입을 통해 신앙 선조의 신앙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그래서 이 단장은 해설하는 한마디 한마디를 신중하고 무게감 있게 뱉어낸다. 좋은 해설을 하기 위해 그가 빼놓지 않는 것은 기도다. “해설을 하고 1년이 지났을 때 제가 잘한다는 자만에 빠진 적이 있어요. 그때 한 신부님께 해설을 더 잘할 방법을 묻자 ‘기도하라’는 조언을 들었죠. 그때부터 순례 해설은 제 힘이 아닌 영성의 힘으로 하는 것임을 깨달았고 순례 전 꼭 기도하는 습관을 갖게 됐습니다. 성모님이 함께해주시길 청하면서요.” 순교자를 순례객들과 함께 기억하는 여정은 이창원 단장에게는 기쁨이다. 그래서 그의 매일은 신앙의 기쁨으로 가득하다. “예수님을 기억하고 기도해야 우리 안에 현존하시듯 순교자들의 신앙도 우리가 절대 잊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순례객들이 순교자의 신앙을 기억할 수 있도록 저는 겸손하게 기쁜 마음으로 이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발행일 2025-07-13 제3450호 2면

한국천주교회 ‘창립 246주년’ 경축 미사 봉헌

한국교회 창립 246주년을 기념하는 제47회 한국천주교회 창립 경축 미사가 6월 24일 수원교구 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 주례로 천진암성지(전담 양형권 바오로 신부)에서 봉헌됐다. 성지 대성당 건립 터 야외 제대에서 총대리 문희종(요한 세례자) 주교와 전임 교구장 최덕기(바오로) 주교를 비롯해 성사전담사제 김학렬(요한 사도) 신부 등 50여 명의 교구 사제단이 공동 집전한 미사에는 1500여 명의 신자들이 참례했다. 미사 참례자들은 1779년 순수한 열정으로 진리를 탐구하며 이 땅에 신앙의 뿌리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애썼던 창립 선조들의 모습을 되새기고, 그들이 보여준 교회 정신과 순교 정신을 마음에 아로 새기며 교회를 위해 살아가는 신앙인이 될 것을 다짐했다. 이용훈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우리가 지금 발을 딛고 있는 이 거룩한 땅은 246년 전 젊은 학자들이 강학을 통해 스스로 신앙 공동체로 발전시킨 한국천주교회의 발상지이며 탄생지”라며 “창립 선조들과 순교자들의 믿음으로 주님 구원의 신비를 이 땅에 드러내신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드리며, 순교자 정신으로 주님을 증언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하자”고 말했다. 또 “저는 교회법에서 명시하는 바와 같이 교황님께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으로 오늘 이 미사에 참석한 여러분에게 특별히 전대사를 수여한다”며 “고결한 믿음의 삶으로 주님을 알도록 이끌어 주신 창립 선조들을 현양하자”고 말했다. 성기화 명예기자

발행일 2025-07-06 제3449호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