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시장 중심 체제는 실패를 거듭하며 인간의 삶과 환경, 인권을 파괴해 왔다. 경제정의 실현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자본만을 쫓는 것이 아닌 환경-인간을 먼저 생각하는 체제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공유됐다. 수원가톨릭대학교는 5월 7일 교내 하상관에서 ‘그리스도인과 경제: 생태적 회심을 향하여’ 주제로 개교 41주년 기념 제48회 학술발표회를 열고 환경과 인권을 지킬 수 있는 새로운 경제 체제를 모색했다. 수원가톨릭대 교수 심재관(사무엘) 신부는 기업이 생산 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환경 보호에 소극적인 원인으로 ▲이윤의 극대화만 추구하는 경영 ▲제도의 오류 ▲소비자의 무관심을 꼽았다. 교회는 신학적 확신에 근거해 ‘기업은 사람의 삶에 이바지하는 사람의 사회’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기업은 환경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한다. 심 신부는 “기업이 환경 보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의 결단은 물론이고 기업이 친환경적 경영을 해도 손해를 입지 않을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며 소비자들 또한 제품 선택에 앞서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며 “기업들이 기업윤리를 지켜나가게 하기 위해서는 교회가 세상과 대화를 많이 해야 할 뿐 아니라 문제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서강대 신학대학원 심현주(율리아나) 교수는 생태 통합적 경제 민주주의를 형성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발표한 회칙 「진리 안의 사랑」에 따르면 시장이 누리는 자유의 주체는 생산자, 노동자, 소비자이며 ‘경제적 관점에서 발전은 민족들이 평등하게 세계 경제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21항)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때 가톨릭 교회가 말하는 발전은 전인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이 전제된 것이다. 심 교수는 “균형 발전과 환경보전을 위해서는 때로는 성장 억제 정책을 실시해야 하며 이때 부유한 지역과 저개발된 지역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 차별적으로 실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시장이 자연 자원을 다루는 방식을 통제할 수 있는 규칙 제정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1세대 인권이라 불리는 자유권·사회권을 넘어 발전권·문화권·환경권 등이 포함된 3세대 인권을 헌법적으로 수용하는 방안이다. 심 교수는 “3세대 인권인 연대권은 발전권과 환경 보전 권리를 담고 있어 환경 보전과 균형 발전을 위한 국가와 시장의 과제를 동시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며 “환경에 대한 시장의 책임을 고취하기 위해 환경권은 조속히 실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뉴스

성령과 함께한 신앙 새싹들…“마음속 성소의 씨앗 잘 키울래요”

제62차 성소 주일 행사가 5월 11일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정에서 열렸다. 성소의 씨앗이 단단하게 뿌리내린 행사의 이모저모를 전한다. ◎…‘씨앗들의 희망 - 여러분의 희망이 성령의 힘으로 넘치기를 바랍니다.’(로마 15,13)를 주제로 열린 올해 성소 주일 행사는 수원·원주·춘천교구 남녀 예비 성소자와 교리교사, 성소후원회 봉사자 등 47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함께한 수도회는 살레시오 수녀회, 세례자 성 요한 수녀회, 수원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 천주 섭리 수녀회,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 길의 성모 재속수도회, 마리아의 종 수녀회, 말씀의 성모 영보 수녀회, 성 바오로 딸 수도회, 원죄 없으신 마리아 교육 선교 수녀회, 한국 순교 복자 수녀회 등 11개. 성당 밖을 나와 야외 행사장에서 수도자들과 만난 예비 성소자들은 함께 기도하고 소통하며 ‘성령의 힘으로 넘치는’ 하루를 선물 받았다. ◎…오전 10시30분 하상관 앞 광장 야외제대에서 봉헌된 미사는 수원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 주례와 사제단 공동 집전으로 거행됐다. 이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많은 청소년들이 오늘 성소 주일 행사를 통해 주님의 뜻을 잘 깨닫고 사제·수도 성소를 깊이 생각하면서 주님 부르심에 응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면서 “그럼으로써 교회를 더욱 풍요롭게 하고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자”고 당부했다. 이어 이 주교는 “주님의 오묘한 섭리와 부모님의 사랑에 힘입어 여러분 마음 안에 이미 성소의 씨가 뿌려졌다”며 “가장 의미 있게 살아가는 방법은 그 성소의 씨앗을 키워서 하느님을, 이웃을,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 주교는 신자들과 “자, 일어나 가자!”(요한 14, 31)를 함께 외치며 성소주일 행사의 힘찬 시작을 알렸다.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은 청소년들의 성소를 향한 열정을 뜨겁게 달궜다. 토마스 홀에서의 ▲성소 숙려 캠프(토크 콘서트)를 비롯해 ▲신학교 투어 ▲성경 게임 ▲교리 골든벨 ▲수단 입어보기 ▲묵주 만들기 ▲은총 찾기 게임 ▲페이스 페인팅 ▲그립톡 만들기 ▲살레랜드 ▲갓등 마당 민속놀이 등의 프로그램이 열렸다. 또한 수원가대 신학생들로 구성된 밴드 ‘아르케’ 및 ‘갓등 중창단’의 공연과 함께 각 수도회에서 준비한 노래와 율동 공연은 청소년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예비 성소자들은 흥겨운 성가가 울려 퍼질 때는 박자에 맞춰 손을 흔들며 함께 노래하고 신학생들과 친교의 시간을 보내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다. 윤제윤(미카엘·12·제1대리구 대천동본당) 군은 “오늘 ‘수단 입어보기’ 등 여러 코너를 돌면서 재밌는 시간이었다”며 “세상의 빛과 소금이 돼 예수님을 닮아가는 사제가 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성기화 명예기자

까리따스 이주민 초월센터, 어버이날 행사 “처음엔 낯설었지만 함께하니 즐거움이 두 배죠”

까리따스 이주민 초월센터(센터장 이정은 케빈 수녀, 이하 센터)는 5월 11일 경기 광주시 초월읍 행정복지센터 대강당에서 마을 어르신 60명, 외국인 청년 50명 등 130여 명과 함께 ‘대쌍령2리 어버이날 행사’를 열었다. 2024년에 이어 두 번째로 마련된 이날 행사는 마을 어르신들이 센터가 진행하는 교육 등에 공용 공간을 내어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이뤄졌다. 김진구 이장은 “처음 외국인들을 만났을 땐 조금 낯설었는데 함께 대화하고 마주치다 보니 같은 대한민국 땅에 사는 이웃으로 여겨진다”며 “앞으로 우리나라 발전에 이바지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카네이션 전달과 축하 공연, 점심 식사로 이어진 행사에 어르신들은 흐뭇한 반응을 보였다. 박춘자(마리아·제2대리구 곤지암본당) 씨는 “다들 애써서 준비한 행사가 특별하고 아주 즐겁다”며 “외국인들과 오늘처럼 똑같이 어울려서 지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지수 씨는 “준비 과정이 어려웠을 텐데 이런 잔치를 마련해줘서 감사하다”며 “추억도 쌓고 우리나라 문화도 배우는 좋은 기회로 삼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외국인 참가자들도 보람된 시간을 보냈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샴술호크 씨는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못 챙겨드리는 대신 이곳에서나마 어르신들께 보답하니까 위안이 된다”고 밝혔다. 무대에서 <꽃길> 등을 노래한 가수 짬빠미아(캄보디아) 씨는 “어르신들을 위한 좋은 마음으로 이곳에 와 신나는 시간을 선물해드려 기쁘다”고 전했다. 이정은 수녀는 “이런 자리를 통해 외국인과 한 공간에서 식사를 하고 부딪히면 선입견이 저절로 해소된다”며 “오늘 모두 행복한 기억을 많이 안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 수원관구 선교평의원 윤길순(베르틸라) 수녀도 “이주민 친구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경로당도 내주시며 따뜻하게 맞이해 주시는 우리 어르신들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원삼본당 고초골공소, ‘봄나들이 피정’

수원교구 제1대리구 원삼본당(주임 송영오 베네딕토 신부)은 4월 29일 ‘고초골공소 2025 봄나들이 피정’을 시작했다. ‘너 어디 있느냐?’(창세 3,9)(나의 정체성 찾기)를 주제로 열린 이날 피정은 신자 70여 명이 참가했다. 송영오 신부는 강의를 통해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우리는 각자의 영성으로 오늘에 충실하며 기쁘고 즐거운 삶을 살자”면서 “이를 위해 자기에게 주어진 환경과 역할 속에서 지속적인 반성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바람직한 신앙생활을 위해 ‘성찰과 명상, 도전과 성장, 자비와 용서, 관심과 열정’ 등이 필요하다는 내용과 함께 교육(education)의 어원인 라틴어 에두까레(educare)가 ‘이끌어내다’라는 뜻임을 설명하며 가정 안에서 신앙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피정에 참가한 최승주(율리아·48·제1대리구 안중본당) 씨는 “오늘 피정은 엄마이자 아내, 딸, 며느리로 바삐 살아온 제가 주님 안에서 나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방법을 알아가는 귀한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봄나들이 피정은 이번 행사에 이어 ‘가정이 행복입니다’(5월 29일), ‘하느님 나라는 너희 가운데 있다’(6월 10일), ‘내 영혼의 리필’(6월 26일)을 주제로 열릴 예정이다. ※ 피정 신청 010-8265-9205(문자로 신청) ※ 문의 031-337-0470 고초골공소 사무실 성기화 명예기자

오산지구 루카회, 필리핀 요셉의원 의료봉사 실시

수원교구 오산지구 루카회(지도 김준교 토마스 신부, 회장 최현철 미카엘)는 5월 4일부터 5일까지 필리핀 요셉의원에서 의료봉사를 하며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했다. 오산지구 루카회는 2012년부터 올해로 11회째 필리핀에서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올해는 내과의사인 최현철 회장을 비롯해 치과 의사 2명과 한의사 1명 등 총 4명의 회원과 정형외과 의사, 치위생과 학생 봉사자가 동행했다. 5명의 의사가 이틀간 진료한 환자는 200여 명. 필리핀에서도 빈곤층이 많은 마닐라 북부 말라본시에 자리한 요셉의원에는 경제적인 이유로 병원에 가기 어려운 의료취약계층이 주로 방문하고 있다. 루카회 회원들은 가벼운 감기를 비롯해 충치와 농양, 관절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진료했다. 필리핀은 대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탓에 전염성이 높은 결핵환자가 많은 것은 물론이고 당뇨 합병증으로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 없는 고령의 환자가 많다. 최현철 회장은 “지속적인 관리가 어려운 탓에 결핵 환자가 많고 식습관 개선과 건강 관리가 힘들어 당뇨로 고생하시는 분들도 다수 있다”며 “주기적으로 관리를 해드리면 좋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전했다. 1년에 한 번이지만 한국의 의료진이 방문한다는 소식에 필리핀 요셉의원에는 멀리서 온 환자들도 적지 않았다. 동국제약(주), 레메디(주) 등에서 휴대용 엑스레이와 의약품, 건강보조식품을 기부받은 덕분에 결핵 확인을 위한 엑스레이 검진과 각종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을 제공할 수 있었다. 한방치료와 양질의 치과치료를 받은 필리핀 환자들은 한국 의료진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최현철 회장은 “해마다 의료봉사를 가지만 열악한 의료환경에서 기본적인 치료조차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아 가슴이 아프다”며 “신자이자 의사로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임했던 시간이기에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내년에는 좀더 많은 의료진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온가족 함께 책 읽으니 서로 친해지고 신앙도 깊어졌어요”

“모든 가족이 동화책 「걱정 돌멩이」를 함께 읽고, 평소 걱정이 많던 막내에게 구호 ‘걱정, 날려~ 날려~’를 외쳐주고 있어요.” 수원교구 제2대리구 분당이매동본당(주임 조한영 야고보 신부)이 지정 책을 가족이 같이 읽는 ‘온 가족 책 나눔’을 1년 넘게 성공리에 펼치고 있어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특히 관심을 모은다. 본당은 독서록을 제출한 가정을 대상으로 분기별과 연말 시상식을 열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총 10가정에 참가상과 다독상을 수여했다. 이번 분기 다독상을 받은 윤성진(베네딕토)·김성은(아녜스) 씨와 세 자녀는 지난해부터 참가하며 책을 통한 가정 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가장 열심히 참여하고 있는 초등학교 1학년 막내 윤채원(엘리사벳) 양은 제일 인상 깊은 책에 대해 “걱정 많은 「걱정 돌멩이」 주인공에게 공감이 됐고, 책을 통해 온 가족이 나를 이해해 줘서 좋았다”며 “가족들이 구호를 외쳐줄 땐 정말로 걱정이 날아가는 기분”이라고 밝혔다. 첫째 언니 중학교 1학년 윤주원(프란치스카) 양은 “동생들에게 책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 시간이 즐겁다”고 말했으며, 둘째 윤태현(대건 안드레아) 군은 “부모님과 누나·동생까지 함께 책에 관한 대화를 나누며 몰랐던 부분도 알 수 있었고 다 같이 보내는 시간이 늘어서 좋다”고 전했다. 김성은 씨는 “원래 가정에서 책 읽는 분위기를 만들려는 편이었는데 본당에서 독서를 권장하고 시상까지 해줘서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며 “아이들도 가족뿐 아니라 주일학교 친구들과 책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선의의 경쟁을 펴는 등 본당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두 초등학생 자녀를 둔 참가자 김민성(레지나) 씨는 “같은 책을 읽었는데도 서로 해석하는 내용과 생각이 달라서 흥미로웠고, 가족 간에 신앙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많이 가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임영호(요셉) 씨는 “처음에는 아이들의 독서 시간을 늘려보려는 다소 계산적인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속마음을 솔직하게 터놓으면서 서로의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조한영 신부는 “영상물이 홍수를 이루는 시대에 활자로 이루어진 책을 읽은 뒤 생각하고 느낀 바를 나누는 가족들은 가치관과 인생관을 공유하며 거룩한 가정 공동체를 이루어 나갈 굳건한 기반을 갖게 될 것이라고 여겼다”며 “다른 사람의 생각을 접하고 자신의 마음을 성찰하는 나눔을 통해, 하느님께로 향하는 묵상과 관상의 길로 나아가는 방식을 자연스레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온 가족 책 나눔을 담당하는 김태영(모니카) 가정분과장은 “좋은 책 한 권은 가족 구성원의 마음을 열고 영적으로 성숙하게 해 성가정으로 이끄는 귀한 밑거름이 된다”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책 속의 지혜를 함께하는 시간은 가족 간에 깊은 이해와 사랑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행일 2025-05-11 제3441호 1면

[수원교구 성당 순례] 율전동성당

성당 문을 열고 들어가면 두 팔 벌려 반갑게 신자들을 맞이해 주시는 성모님. 교회는 매년 5월을 성모 마리아를 공경하며 성모님의 모범에 따라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며 살아가기를 다짐하는 성모성월로 지내고 있다. 어머니 같은 따뜻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계신 성모님의 크신 도움을 느낄 수 있는 성당이 있다. 성모성월을 맞아 성모님의 따뜻한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는 수원교구 제1대리구 율전동성당을 찾았다. 길잃은 우리를 돕고자 빛을 밝히는 성모님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에 위치한 율전동성당. 아파트 단지와 큰 도로 사이에 지어진 붉은 벽돌의 성당은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평범한 외관에 큰 기대를 않고 문을 두드린 성당. 2층으로 올라가 어두운 성당에 불을 켜자, 제대 뒤로 펼쳐진 빛나는 성모님의 모습이 시선을 압도했다. 아기 예수님을 안고 있는 성모님의 인자하면서도 단단한 표정은 우리 곁을 지켜 주고 계시다는 든든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율전동성당의 주보성인은 영원한 도움이신 성모 마리아다. 1988년 1월 22일 조원동주교좌본당에서 분리돼 설립된 율전동본당은 이듬해에 지금의 자리에 성당 건물을 신축했다. 10년 뒤 내부가 낡아 수리가 필요해지자 주보성인인 영원한 도움이신 성모 마리아 이콘을 제대 뒤 벽 전체에 새기기로 결정했다. 제대 정중앙에 모자이크로 새겨진 영원한 도움이신 성모님 머리 위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 별 주위를 감싼 하얀 새 모양은 성령을 상징, 하느님의 빛을 성령이 감싸고 있음을 보여준다. 성모님의 아래에는 세계지도가 새겨져 있다. 마치 성모님이 지구 위에 서 계신 것 같은 이미지는 성모님의 도움이 전 세계 신자들을 품고 계시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다. 타원형의 반구 형태로 새겨진 모자이크 이콘은 제대는 물론이고 성전 전체를 감싸는 듯한 느낌을 주며 성모님의 따뜻한 모성애를 기도 중에 체험할 수 있다. 제대 중앙의 이콘에 압도돼 놓쳐서는 안 될 포인트가 또 있다. 고개를 들어 천장으로 시선을 돌리면 커다란 왕관이 성전을 밝히고 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머리에 그려진 별은 캄캄한 바다 같은 삶에서 길을 잃은 우리에게 그리스도의 빛을 비춰 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율전동성당 이콘 작업을 했던 고승용(루카) 작가는 제대 뒤 성모님의 머리 위에 왕관과 함께 천장에도 같은 모양의 왕관 샹들리에를 달았다. 2층에서 내려다보면 왕관을 쓴 성모님이 신자들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연출된다. 고승용 작가는 “율전동성당의 모든 공간에 하느님의 뜻과 성모님의 도움이 감싸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며 “성모님이 우리의 신앙생활을 돕고 계시다는 것을 성당에서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자이크가 가진 영원성 율전동성당 성당 디자인의 포인트는 모자이크다. 주로 조각과 회화 작업을 하는 고승용 작가는 모자이크 작업을 하는 부인 윤혜영(베로니카) 작가와 협업했다. 벽 전체를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이콘으로 덮었음에도 위압감보다 따뜻함이 부각되는 이유는 각각의 조각으로 채운 모자이크라는 장르의 특성과 함께 연한 톤을 사용한 작가의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고승용 작가는 “안료를 발라서 직접 구운 타일을 깨서 조각을 만들어 붙였다”며 “성당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벽 전체에 모자이크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답답하지 않도록 연한 색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성당에 들어온 이들은 성모님의 따뜻한 품 안에 들어온 느낌을 체험할 수 있다. 또한 26년 전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오래되거나 퇴색된 느낌이 적은 것 역시 모자이크가 가진 장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고 작가는 “모자이크는 조각들이 모여서 하나의 이미지로 완성되는 장르이기 때문에 보다 깊이 있게 느끼고 감동을 받을 수 있는 특징을 가진다”며 “작가의 의도에 따라 조각 하나의 색을 달리 하거나 모양을 자유롭게 쓸 수 있기 때문에 보는 사람이 질리지 않고 감상할 수 있는 미술 장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다른 장르를 하는 두 작가가 작업했기에 율전동성당에서는 성당미술의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제대 양옆의 성모칠고는 윤혜영 작가가 흙으로 그린 작품이다. 전국의 흙을 채집해 오로지 자연의 흙색으로 성모칠고를 완성했다. 제대 바닥은 칠성사의 상징을 모자이크로 새겼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이콘에 등장하는 가브리엘과 미카엘 대천사 부조도 성전 벽면에 세워져 있다. 고승용 작가는 “성당 미술 작업을 하는 작가 입장에서는 잠깐 아름다운 미술이 아닌 후대에 물려줄 수 있는 유산의 가치가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율전동성당 미술의 변하지 않는 가치를 느끼며 나와 내 가정 신앙생활의 역사성을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도 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5-05-11 제3441호 4면

[우리 이웃 이야기] 수원교구 대천동본당 사회문화복음화위원회 장호균 위원장

“앞으로 복합적이고 심각한 생태환경 위기가 닥칠 것입니다. 본당 차원에서 체계적인 조직을 마련해 생태사도직 단체들이 기도하고 실천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수원교구 제1대리구 대천동본당 사회문화복음화위원회 장호균(다미아노) 위원장은 2018년 12월, 공도·대천동·안성·죽산 등 안성지구 4개 본당 생태사도직 공동체를 창립한 이후, 교회 공동체 내 생태사도직 활성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특히 ‘플라스틱 제로 본당’을 목표로 다양한 운동을 전개해왔다. 하지만 처음부터 순조롭게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예전보다 많은 이가 생태계의 멸종 위기와 기후위기 극복의 중요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어요. 하지만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등 국제 사회의 미온적인 대응을 보면서, 개인 차원에서도 해결책을 찾는 데 좌절하거나 무관심해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장 위원장은 이러한 현실 속에서 모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참여하는 것이 새로운 보편적 연대이며, 대화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대천동본당은 현재 ▲자원순환 가게 운영 ▲이주민을 위한 재사용 의류 및 쌀 나눔 ▲생태사도직 미사 봉헌 ▲본당 단체별 1회용품 최소화 지침 수립 등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실천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장 위원장은 이러한 실천들이 신자들이 함께 고민하고 경험을 나누며 만들어낸 소중한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역 환경단체인 ‘기후위기 안성 비상행동’ 공동대표로도 활동하며, 지역 시민사회와 가톨릭 단체가 협력해 기후 위기에 대한 공론화와 대응 방안 마련에 힘쓰고 있다. “2022년 안성에서는 전국 최초로 탄소중립 조례 주민 청구가 이뤄졌습니다. 당시 안성 시민 3770명이 서명했는데, 그 중 절반 이상인 1480명이 안성지구 8개 본당 신자들이었어요. 지역 환경단체들도 훌륭한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하고 있어서, 개인이 쉽게 참여하고 아이디어를 본당 안팎에서 적용하며 자연스럽게 생태 감수성을 기를 수 있습니다.” 장 위원장은 생태환경 보존과 피조물 보호는 단순한 환경운동을 넘어 신앙의 본질적인 실천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환경운동가나 환경단체를 돕자는 것이 아닙니다. 포도밭의 주인이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이 생태계라는 포도밭을 돌보고 지키는 소명을 주셨는데, 오히려 파괴하고 이용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그는 지난 7년 동안 본당과 지역사회에서 환경보호를 위해 활동하면서 만난 신자와 비신자 모두에게 “생태사도직은 결코 어렵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며, “손이 필요할 때마다 기꺼이 협력해준 이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발행일 2025-05-11 제3441호 2면

수원교구 성복동본당, ‘찾아가는 구역미사’로 신자들과 더 가까이

수원교구 제1대리구 성복동본당(주임 이용남 골룸바노 신부)은 여성소공동체위원회(회장 한미경 베르나데트) 주관으로 4월 23일 오후 8시 ‘찾아가는 구역미사’를 봉헌했다. 본당 신자 김영숙(스텔라) 씨 집에서 봉헌된 2지역 1~4구역 미사에는 75명의 신자들이 참례했다. 본당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줄어든 미사 참례율이 회복되지 않자 주일미사 참례율 제고를 위해 2024년 ‘지역미사’를 실시했다. ‘지역 활성화’라는 기치를 걸고 8개 지역이 돌아가면서 본당에 모여 미사를 봉헌한 후 사제·수도자와의 간담회를 비롯해, 지역 교우들 간 친교를 위한 시간도 마련했다. 그 결과 18%였던 미사 참례율이 21%까지 올랐다. 미사 참례율은 점차 회복세에 들어섰지만 고령 신자들의 참례는 제자리 걸음인 상황. 현재 성복동본당 신자 25%는 70대 이상으로, 본당에서 미사를 봉헌하거나 성사활동에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본당은 지역미사의 결실을 확고히 하고자 ‘신자들을 가까이 찾아가는 구역미사’를 실시하게 됐다. 이날 미사가 끝난 뒤에는 경기민요 전수자이자 2지역 3구역장인 김영숙(스텔라) 씨의 민요 공연으로 공동체에 활력을 더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성소공동체위원회 한미경 회장은 “이번 구역미사를 통해 본당 교우들이 하느님과의 관계를 더욱 깊이 하는 한편 자신의 신앙을 다시금 되새겼으면 좋겠다”며 “아울러 이웃과의 관계를 통해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공동체의 힘을 체험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미사 강론에서 이용남 신부는 “사제 생활을 마감 짓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제가 ‘지역미사’에 이어 ‘구역미사’를 봉헌하게 됨은 하느님의 섭리라 본다”면서 “‘하느님의 개입’(영광의 신비)으로 은총과 평화가 ‘함께’하는 우리는, 가정공동체 안에서 ‘나의 개입’(고통의 신비)으로 파스카 신비에 동참하자”고 강조했다. 성복동 본당의 ‘찾아가는 구역미사’는 6월 20일까지 매주 수·금요일 오후 8시에 총 16차례 진행된다. 성기화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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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교구 생태위, ‘생태영성으로 읽는 성경이야기’ 개강

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양기석 스테파노 신부)는 ‘생태영성으로 읽는 성경이야기’ 첫 번째 강좌를 4월 30일 오전 10시 안양가톨릭회관 2층 회의실에서 열었다. 위원회는 생태위기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성경 안에 담긴 피조물에 대한 이야기를 이해하며 생태영성을 고취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자 이번 강좌를 마련했다. 지난해 신약성경으로 국한됐던 영역을 확장, 올해는 구약과 신약성경은 물론이고 교회 문헌 안에서 피조물과 생태계를 어떻게 드러내고 있는지 살핀다. 아울러 강좌마다 ‘인간의 존엄성과 역할’, ‘세상 속에서 하느님 맞이하기’, ‘가난한 이들의 울부짖음에 응답하기’,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전환’ 등의 생태영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첫 번째 강좌는 ‘한 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는 창세기 1장 1절의 주제성구 안에서 하느님과 나, 그리고 피조물과 나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보냈다. 강의를 맡은 양기석 신부는 “하느님 말씀을 근거로 세상에 벌어지는 많은 모습 안에서 어떻게 보고 접근하고 또 해결해 가야 하는지 나누고, 또 실천해 나갈 수 있도록 이번 강좌를 마련했다”며 “올해는 더욱 폭 넓게 생태영성을 이해하고자 성경 말씀과 교회 문헌을 중심으로 8개 주제로 나눠 생태영성을 설명하는 시간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생태영성으로 읽는 성경이야기 강좌는 6월 18일까지 매주 수요일 8회에 걸쳐 진행된다.

발행일 2025-05-11 제3441호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