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가사관리사 본격 활동 시작, 교회의 사목적 배려는?

고용노동부와 서울시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통해 입국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9월 3일부터 한국 가정에서의 활동에 들어간 가운데 교회 안에서도 이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방향과 돌봄 수요가 늘어나는 사회적 추세를 비춰볼 때 필리핀을 비롯한 외국인 가사관리사는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신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공장 등 산업 지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다르게 한국문화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요구되는 ‘가정’에서 일한다는 점도 맞춤형 사목 필요성에 힘을 보탠다. 이런 가운데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위원장 유상혁 요한 세례자 신부)는 8월 13일 주한필리핀대사관 협조로 서울시 역삼동 교육시설에서 가사관리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첫 미사를 봉헌했다. 유상혁 신부는 “4주간 교육만으로는 문화가 다른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한국인 자녀를 돌보고 부모와 의사소통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특히 초기엔 여러 시행착오가 있을 텐데, 이주사목위의 사목 시스템 안에서 앞으로 이들을 정서적·영적으로 돕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필리핀과 베트남, 남아메리카의 외국인 노동자를 중심으로 가톨릭공동체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만 가사관리사라는 새로운 사례가 생긴 만큼 그들이 어떻게 적응하고 또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주사목위 산하 서울필리핀가톨릭공동체(SFCC) 담당 아르빈 신부(Arvin Mosqueda, 필리핀 외방 선교회)는 “미사를 봉헌하며 파악한 바로 (100명의 가사관리사 중) 70명 정도가 신자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주사목위는 가사관리사들이 신앙생활을 이어 갈 수 있도록 영어 미사가 있는 서울 시내 본당들을 소개하고, 한국어가 서툰 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본당도 안내할 예정이다.

‘나자로의집 보호작업장’ 재개관 축복

중증장애인 직업재활시설 ‘나자로의집 보호작업장’(시설장 김용주 다니엘, 이하 나자로의집)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대표이사 유경촌 티모테오 주교, 이하 복지회)는 8월 28일 서울 구로구 고척로51길 42 현지에서 서울대교구 서서울지역담당 교구장대리 이경상(바오로) 주교 주례로 ‘나자로의집 보호작업장’ 재개관 및 축복식을 열었다. 행사 참석자들은 노후 옛 시설을 대신해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나자로의집이 앞으로 장애인들의 직업 훈련과 자립 기회 제공에 힘쓰는 시설로 자리매김하기를 응원했다. 나자로의집은 옛 시설이 2020년 7월 한국시설안전평가원으로부터 안전진단 D등급을 받음에 따라 시설 이용자들의 안전을 위해 시설 이전과 리모델링을 결정했다. 리모델링은 복지회와 재단법인 바보의나눔(이사장 구요비 욥 주교)의 후원을 통해 진행됐다. 2023년 5월 1일부터 2024년 4월 20일까지 약 11개월간의 공사 기간을 거쳤다. 축복식에는 복지회 회장 정진호(베드로) 신부와 부회장 김원호(바오로) 신부, 바보의나눔 상임이사 김인권(요셉) 신부, 제16구로지구장 이승철(펠릭스) 신부, 고척동본당 주임 한상웅(알로이시오) 신부, 문헌일 구로구청장, 서울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 이민규 회장, 후원업체 대표 등 교계 및 지역사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축복식에서는 현판식에 이어 이경상 주교가 시설 곳곳을 성수로 축복했다. 시공사 및 후원업체 관계자들에 대한 감사장 수여식, 내·외빈들의 축사가 이어졌다. 복지회 직영 서초구립한우리정보문화센터 산하 ‘한우리오케스트라’ 클라리넷 앙상블의 축하공연도 열렸다. 문 구청장은 축사에서 “새로 개관한 나자로의집이 더 많은 장애인이 지역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우리 구로구 지역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바보의나눔 상임이사 김인권 신부는 축사에서 “사회적 약자를 도우며 이 세상에 필요한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도록 나자로의집, 복지회와 앞으로도 함께하겠다”고 전했다. 나자로의집은 일반 고용이 어려운 성인 중증장애인에게 직업 재활 서비스를 제공해 자신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보호작업장이다. 이날 재개관 이후 중증장애인들의 직업훈련을 위한 임가공과 오프라인 오픈마켓, 복사지 판매, 직업훈련프로그램 등 기존의 사업과 ‘봉헌컵초 제작’ 등을 신규 사업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2024-09-08

“피해자들에게서 예수님의 고통을 봅니다”

경기도 화성의 일차리튬전지업체 아리셀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55일을 맞아 전국에서 ‘죽음과 차별을 멈추는 아리셀 희망버스’가 출발해 화성에 집결했다.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8월 17일 각 지역에서 출발하는 ‘아리셀 희망버스’ 60여 대에 탑승해 화재 현장에서 사망 피해자들을 추모하고, 화성 시내를 거리 행진하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아리셀 희망버스에는 피해자 유가족을 시작으로 문화예술계, 종교계, 노동계와 세월호 참사 유가족 등 주최 측 추산 2000여 명이 함께 했다. 참가자들은 화재가 발생한 아리셀 공장 담벼락에 추모 의미를 담은 하늘색 리본을 달고 임시 분향소에서 조문했다. 이어 화성 시내 기업은행사거리(남양사거리)에서 화성시청까지 약 2km를 행진했다. 화성시청 앞에선 전국노동자 풍물패 행진과 추모 공연, 대표단 발언, 유가족 발언 등이 이어졌다. 이들은 이번 참사에 있어 진상규명에 진전이 없다고 비판하며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대책 수립, 차별 없는 피해자 권리보장, 「파견법」 폐지를 요구했다. 희망버스 참가자로서 발언에 나선 예수회 김정대(프란치스코) 신부는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피해자들의 고통스러운 얼굴에서 예수님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본다”면서 “연민의 하느님께서 외치는 연대이기도 한 이 희망버스는, 행정당국과 아리셀 책임자, 하청을 준 원청 사용자 등이 참사 피해자 및 유가족에게 예를 갖추고 올바르게 조사하며 책임자를 가려내라는 엄중한 경고”라고 말했다. 추모와 행진에는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위원장 김시몬 시몬 신부)와 남·녀 수도회 수도자들도 여럿 함께했다. 김시몬 신부는 “오늘 모인 이들이 요구하고 나선 것들은 사실 당연히 이뤄져야 하는 것들”이라며 “위험한 리튬전지를 다루는 공장임에도 노동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이 부족했던 것 등 여러 지표에서 예견된 사고였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도 열악한 노동환경이 개선되길 바라는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연대하기 위해 참가했다”고 말했다. 한국 천주교 여자 수도회 장상 연합회 JPIC 분과장 조선형(나자레나) 수녀는 “어떤 일자리에 있어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내국인에 비해 더 열악하고 불평등한 곳으로 내몰리는 게 현실”이라며 “국가는 물론이고 교회도 하느님의 보편적인 선을 지향한다는 부분에서 모든 노동자를 더 많이 챙기고 보호해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6월 24일 발생한 아리셀 공장 화재로 23명의 사망자와 8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특히 사망한 23명 중에는 18명이 외국인 노동자였다.

2024-08-25

“핵무기 없는 참 평화 구현, 모든 그리스도인의 몫”

국제가톨릭평화운동 단체 ‘팍스 크리스티 코리아’(Pax Christi Korea, 상임대표 이성훈 안셀모, 이하 PCK)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서 핵무기 없는 평화를 실현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나가사키 가톨릭평화포럼’(이하 나가사키 포럼)을 국제 가톨릭 공동체들과 공동 개최했다. 8월 10일 일본 나가사키에서 열린 나가사키 포럼은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 79주년, 핵무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세계 각국 교구들의 국제연대 증진을 목적으로 출범한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한 파트너십’(이하 나가사키 파트너십) 1주년을 기념하며 열렸다. 나가사키 포럼은 핵무기 피해, 개발 및 실험 장소였던 일본 나가사키대교구(교구장 나카무라 미치아키 베드로 대주교), 국제 팍스 크리스티(PCI), 미국 팍스 크리스티(PCUSA), 팍스 로마나 가톨릭대학생국제운동(IMCS) 등이 함께 마련했다. PCK 이성훈 상임대표는 제3세션에서 나가사키 포럼의 선언문인 ‘나가사키 평화 호소’(Nagasaki Appeal for Peace) 초안을 소개했다. 선언문에는 ▲가톨릭평화포럼을 통한 가톨릭 평화단체와 청년단체의 협력 강화 ▲핵무기금지협정(TPNW) 비준 캠페인 참여 ▲평화를 위한 청년 리더십 강화 등이 담겨 있다. 구체적으로는 ▲원폭 투하 80주년이자 한반도 해방과 분단 80주년, 가톨릭교회의 희년인 2025년을 앞두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핵무기 폐지 특별 메시지 요청 ▲나가사키 파트너십 확대 ▲한국 DMZ와 일본 히로시마·나가사키를 연계하는 국제 가톨릭청년리더십 연수 등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활동을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WYD)와 연계해 2027년을 한반도 DMZ에서 발원하는 글로벌 가톨릭 청년 평화운동의 큰 계기로 만드는 제안도 실렸다. 8월 말 확정 공표되는 선언문은 9월 20일 프란치스코 교황 특별 알현 때 전달될 예정이다. 포럼 첫 세션에서는 일본과 한국의 평화운동 전문가를 초빙해 ▲최근 한국, 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관계국들 정상외교가 한반도 평화에 미치는 영향 ▲한국 시민사회의 평화운동의 역할과 활동 ▲2017년 채택된 핵무기금지협정(TPNW) 비준 촉구 활동 ▲동북아시아를 핵무기로부터 자유로운 비핵평화 지대로 만드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2023년 리스본 WYD에 참가한 일본, 인도, 홍콩 청년들의 경험 나눔과 함께 2027년 서울 WYD를 평화증진의 계기로 삼는 방안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폐회식에서 ‘나가사키 파트너십’ 출범을 계기로 만들어진 ‘핵무기 없는 세계평화를 위한 기도’를 봉헌했다. PCK 공동대표 강우일 주교(베드로·전 제주교구장)는 기조연설에서 “핵무기를 통한 안보를 믿고 추진하는 정치 지도자들이 착각에서 깨어나도록 끊임없이 비판하고 주의를 환기하는 일은 그리스도의 평화를 알고 행하는 전 세계 그리스도인의 몫”이라고 역설했다.

2024-08-25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허혈성 뇌병증’으로 고통받는 베트남 팜충기엔 아기

사슴처럼 크고 동그란 눈에 까만 눈동자가 유난히 반짝이는 아기. 엄마 품에 안긴 팜충기엔(Pham Trung Kien·베드로)을 처음 볼 땐 여느 아기들처럼 토실토실 귀엽게만 보인다. 하지만 비위관(콧줄)이 끼워진 것을 보면 이내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큰 눈망울도 어딘가 초점이 흐려 보여 엄마와도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다. 베트남 출신인 팜반린(Pham Van Linh·안토니오)·응우옌티빅레(Nguyen Thi Bich Le·마리아) 씨 부부는 2018년 유학생 비자로 각각 한국에 들어왔다. 두 사람은 한국에서 만나 2023년 부부의 연을 맺었다. 팜반린 씨는 전북과학대학교 한국어학과 졸업 후 취업을 하려 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아내 응우옌티빅레 씨는 한국어학과를 2년 정도 다니다 학비를 감당하지 못해 학업을 중단했다. 이후 비자 문제로 결국 미등록 이주민 처지가 됐지만, 팜반린 씨는 경남 함안의 한 공장에서 성실히 일하며 가족을 부양해 왔다. 창원이주민센터 베트남공동체에 열심히 참여하며 신앙생활도 충실히 이어왔다. 고단한 타국살이에도 함께하는 가족이 있어 힘이 됐고, 아내의 임신 소식에 더욱 기쁘게 일할 수 있었다. 아기가 태어나던 날인 2023년 10월 13일. 가장 기뻐야 할 순간에 슬픈 소식이 들이닥쳤다. 분만 과정 중 아기가 태반에 질식된 채 태어나면서 ‘저산소증성 허혈성 뇌병증’ 진단을 받았고, 태어나자마자 인공호흡기에 의지해야 했다. 고비는 넘겼지만 뇌병변으로 인한 여러 합병증이 예상되고, 정상적인 수유가 불가능해 튜브를 통해 영양섭취를 해야 하는 상황. 여전히 집중치료가 필요했지만 퇴원할 수밖에 없었다. 두 달 남짓 입원해 있는 동안 병원비는 이미 2500만 원을 넘어섰고, 여기저기서 빌린 돈도 1500만 원에 이르렀다. 도무지 감당할 수 없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고향으로 돌아가려 했다. 사실상 장례를 치르러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 자포자기한 채 본국으로 가는 비행기표를 샀을 부모 심정이 어땠을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아기 엄마 응우옌티빅레 씨는 위급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하다 이내 눈물을 글썽였다. “아기 볼 때마다 마음 너무 아파요. 앞으로 얼마나 살 수 있을지, 병원비는 어떻게 낼지, 너무 힘들어서 어쩔 줄 몰랐어요. 베트남 돌아가려 했어요.” 부부의 상황을 알게 된 창원이주민센터 센터장 윤종두(요한 사도) 신부가 백방으로 노력한 끝에 병원비를 마련했고, 부부를 설득해 한국에 남아 치료를 받도록 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지만, 갑작스런 고열과 폐렴 등으로 그동안 위험한 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 입·퇴원과 여러 치료를 반복하면서 병원비는 늘어만 갔다. 아이 간병을 위해 직장을 그만뒀던 팜반린 씨가 최근 회사 측 배려로 병원 진료시간을 피해 다시 출근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현실은 막막하다. 뇌전증 약물치료와 특수치료, 재활치료 등 앞으로 최소 6개월은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윤 신부는 “병원들과 합의해 의료수가를 국제수가에서 건강보험수가로 조절하고, 이주민센터를 비롯한 여러 기관들과 연계해 겨우 의료비용을 마련했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라면서 “환자 가족은 이미 병원비 지불능력을 상실했고 부채까지 떠안고 있어 도움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사슴처럼 커다란 눈망울이 반짝이는 아기 팜충기엔. 그 눈동자에 엄마 아빠의 환하게 웃는 얼굴이 맑게 비춰질 날이 오길 희망해 본다. ◆ 성금계좌 -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우리은행 1005-302-975334 국민은행 612901-04-233394 농협 301-0192-4295-51 ◇ 모금기간: 2024년 8월 21일(수) ~ 9월 10일(화) ◇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기부금 영수증은 입금자명으로 발행됩니다.)

2024-08-25

제2회 색채미술심리전 ‘화해 그리고 평화’

심리미술 동아리 ‘마음보다’(대표 김현숙 젬마)가 펼치는 제2회 색채심리미술전 ‘화해 그리고 평화’가 8월 23일부터 25일까지 인천 강화 교동도에 자리한 화해평화센터(센터장 강민아 마리 요한 수녀)에서 열린다. 전시회는 다양한 방향으로의 화해와 평화에 대한 묵상 속에 움직이는 모두의 정화된 의식이 새로운 화해와 평화를 일으키는 소통의 터미널이 될 것이라는 기대로, 남북 분열 극복을 염원하며 실향민의 섬 교동도를 지키는 센터에서도 마련되게 됐다. 전시회는 15~22일 강화 소재 김현숙색채심리미술연구소에서 먼저 펼쳐졌다. 인천대학교 평생교육원 강화캠퍼스에서 미술심리상담사·색채심리상담사 교육과정을 수료한 동아리 회원들이 각자 삶 속 생각한 화해와 평화의 의미를 담은 ‘심상화’(마음 그림) 20여 점을 선보인다. 회원들은 자기 삶 속의 화해와 평화의 의미를 주제로 마음나눔의 시간을 가졌고 휴식을 틈틈이 이용해 심상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해왔다. 한지 위 수묵 마블링, 아크릴과 유화 물감, 금분(金粉) 등 다양한 화구를 동원했기에 섬세한 묘사력이 녹아 나왔다. 이렇듯 화해와 평화의 내밀한 성찰을 다룬 심상 전시는 관람객과 소통 속에 심리적 분단 회복을 도모하며 한반도 평화처럼 더 큰 차원의 화해와 평화 실천의 기반이 된다는 데서 의미를 갖는다. 동아리 김현숙 대표는 “평화의 섬, 그것도 화해와 친교의 비전을 제시하는 대표적 장소인 센터에서 ‘마음 바라보기’의 체험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값진 체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강민아 수녀(순교자의 모후 전교 수녀회)는 “센터 통창으로 보이는 하늘을 보면서 차를 마시고 긴 평화의 숨을 내쉬는 휴식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회에서는 그림책 테라피, 색채심리 체험 등 무료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누가 어떤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는지 ‘심상글’도 함께 볼 수 있다. 전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관람 가능하다.

2024-08-18

흙탕물마저 귀한 땅 “더는 물 때문에 아프지 않길”

“깨끗한 물… 하늘나라에 가서나 이뤄질 꿈일까요?” “평생 맑은 물을 마셔본 적 없다”는 우간다 아테데 마을 주민 미카라(36) 씨는 하루 3번 왕복 1시간씩 물을 길으러 다닌다. 이 물도 더러운 고인 물이라 항아리에 부어 놓고 다음 날에나 떠 마신다. 자식 10명의 어머니인 그는 “아이들이라도 좋은 물을 마시며 안 아프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국희망재단(이사장 서북원 베드로 신부)은 마실 물이 없어 흙탕물을 먹는 우간다 아테데 마을 주민들에게 식수시설을 마련해 주는 ‘생명을 살리는 물’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우간다 북부 오모로 지역에서도 외딴 이곳은 정부와 반군의 충돌이 20년간 이어지며 지역 기반이 파괴되고 개발이 지연됐다. 식수위생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주민들은 오염된 물을 마셔야 하고 때문에 수인성 전염병에 만성적으로 고통받고 있다. 하루 한 끼도 겨우 먹는 실정에 우간다에서도 소외된 지역이라 전국에서 문맹률도 가장 높다. “마을에는 우물이 없어요. 커다란 나무 밑 고인 물이 모두의 식수예요. 염소와 소도 같이 마셔서 어린이들이 툭하면 다쳐요. 건기에는 낙엽이 떨어져 회충 알이 흐늘거리죠. 펌프 시설이 있는 곳은 마을 학교뿐인데 그마저도 자주 고장나 눈 딱 감고 흙탕물을 마실 수밖에요. 병원도 너무 멀어 장티푸스에 걸려도 앓기만 합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고인 물을 식수로 쓰는 현실이다. 이곳은 화장실 없이 살아가는 문화라 우기에는 고인 물에 사람과 동물의 오물이 섞여 들어가 전염병 발생률이 극히 높다. 또 주민들은 어려서부터 무거운 물통을 이고 다니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병든 몸이 된다. 아프리카 문화에서는 주로 여성과 어린이가 물을 뜨러 먼 길을 다닌다. 이들은 가슴 통증이 심하거나 목을 움직이기 힘들어 고개를 숙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포장도 안 된 길을 걷다 머리 위 물통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미끄러지고 넘어져 손과 다리가 부러져도 이 악물고 방치할 뿐이다. 식수시설이 생겨 안전한 물이 보장되면 주민들은 비로소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어린이들이 물을 구하러 가느라 학교에 빠지는 일도 없게 된다. 수인성 질병도 현저히 줄고, 물 뜨러 다니는 시간도 소득 창출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이사장 서북원 신부는 “물로라도 허기진 배를 채우길 소망하는 이웃들이 지구 반대편에서 신음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흙탕물인 줄 뻔히 알면서도 마셔야 하는 우간다 아테데 마을 주민들의 고통에 공감해, 그들이 맑은 물을 마시며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기도하고 도와달라”고 간절히 부탁했다. 캠페인 후원금은 수원지 개발, 식수시설 건립, 주민 중심의 식수관리 위원회 조직, 주민 위생교육 등에 쓰일 계획이다. ※ 후원계좌 농협 301-0288-1075-91 (사)한국희망재단 ※ 문의 02-365-4673

2024-08-18

인천 가톨릭환경연대, ‘폐휴대폰 재활용과 콩고 IT교육 시설 구축’ 1단계 사업 완료

인천교구 가톨릭환경연대(선임대표 최진형 미카엘·지도 오병수 스테파노 신부, 이하 환경연대)는 8월 1일 인천광역시 교육청과 2021년부터 추진해 온 ‘폐휴대전화 재활용과 콩고민주공화국 IT교육 시설 구축’ 1단계 사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폭증하는 정보통신기기 수요를 위해 콜탄 등 희토류 자원을 무분별하고 과도하게 채취한 선진국들로 인해, 자원 부국임에도 환경파괴와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콩고민주공화국 등 저개발국가의 학교시설 개선과 IT교육을 지원하는 취지로 진행됐다. 환경연대와 인천 교육청은 2021년 4월 지구의 날과 9월 자원순환의 날에 즈음해 인천지역 초중고 학생, 교직원들과 함께 ‘잠자는 서랍 속 자원 캐기 사업’을 진행했다. 인천 학생들이 기부한 폐휴대전화들에서 소량의 금, 은 등 유가금속과 콜탄 등 희토류를 추출·매각해 2000여 만 원의 수익금이 모였다. 또 2022년부터는 제3세계 청소년 후원 전문기관인 사단법인 올마이키즈(이사장 김영욱 요셉 신부)와 협력해 콩고민주공화국 학생들에게 IT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열악한 교육 인프라를 개선해 자력갱생할 수 있는 교육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왔다. 북부 ‘왐바’ 지역, 수도 킨샤사 외곽 ‘비쿠쿠’ 지역에서 운영 중인 IT교육 프로젝트에서는 수익금을 통해 각각 교육시설 건물 1동과 노트북 10대·데스크톱 20대 총 30대의 컴퓨터, 전사 출력이 가능한 프린터 등 교육실습시설을 지원했다. 2023년에는 총 630여 명의 청년·청소년과 학생들을 교육했다. 현재도 정보기술 기초입문과정 교육생 130여 명을 가르치고 117명의 고급 교육과정을 이끌고 있다. 물고기를 주기보다 물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자는 취지로 IT교육에서는 문서작성과 이미지 편집, 섬유실사인쇄, 건축 설계 오토캐드(AutoCAD) 과정까지 가르친다. 또 정보통신 기초부터 실생활과 취업에 도움을 주는 고급 분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오토캐드 과정을 마친 수료생 3명은 현업 건축가로, 다른 수료생 2명은 본 학교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더 수준 높고 전문적인 IT교사 확보, 안정적 교사 급여와 지역 공동체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는 쉽지 않다. 환경연대 최진형 선임대표는 “끼니 걱정으로 교육은 꿈도 꾸기 힘든 학생들에게 무료급식이 제공된다면 더 많은 참여를 끌어낼 수 있겠다는 현지의 지원 요청은 절박한 현지 상황을 설명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부족한 전력을 자체적으로 충당할 태양광 발전시스템 설치와 최신 IT전문인력 확보도 향후 지속가능한 유지운영을 위한 필수 해결 과제”라고 시민사회에 도움을 당부했다.

2024-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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