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농민회·우리농, 농민의 생존권 보장 촉구 거리미사

9년 전 백남기(임마누엘)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사건을 기억하며 가톨릭 농민들이 농민의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는 미사에 함께했다. 가톨릭농민회와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본부장 이승현 베드로 신부)는 11월 14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광주대교구 방래혁(시몬) 신부 주례로 거리미사를 봉헌했다. 안동교구 가톨릭농민회 담당 안영배(요한 사도) 신부는 강론에서 “먹고 사는 걱정 안 하고 농사짓게 해달라는 것, 땀 흘려 땅을 가꾸고 하늘을 바라보며 감사할 줄 알고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양식을 이웃들과 나누고 싶다는 바람으로 우리는 여기 모였다”며 “농민들이 농사지을 수 있도록 농업이 하느님께서 주시는 생명을 가꾸고 나누는 일이 되도록 농촌이 생명의 터전이 돼 우리 삶을 지켜주도록 기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윤을 약탈하는 것이 아닌 하느님께서 주시는 생명이 자라나는 땅, 땅을 가꾸며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편안하게 농사지을 수 있는 세상, 농민들의 소박한 꿈을 이뤄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가 찾는 하느님 나라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0월 25일 기준, 쌀 20kg은 4만5725원이다. 전년 대비 10.6% 떨어진 가격이다. 우리나라 쌀 자급율은 평균 94%로 수입쌀 확대로 쌀값이 폭락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로 인한 폭염과 폭우, 병충해 확산은 농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이날 미사에 참례한 가톨릭 농민들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살리는 농민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하며 정부에게 ▲생명을 지키고 살리는 농민의 생존권 보장 ▲밥 한공기 쌀값 300원 보장 ▲기후재난 근본대책 수립 ▲무차별 농산물 수입 중지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체계 구축을 요구했다. 11월 14일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농민생존권보장을 염원하는 ‘가톨릭농민회 우리농 거리미사’가 봉헌되고 있다. 민경화 기자

[사형제도 Q&A⑧] 하느님 계명 거스르는 ‘공적 살인’

사형제도가 남아있는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까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위원장 김선태 요한 사도 주교)와 공동기획으로 사형제도에 대한 Q&A를 10회에 걸쳐 연재, 그리스도인답게 세상을 보는 시각을 톺아봅니다. Q8. 사형제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입장 혹은 종교계 입장은 무엇인가요? A.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모든 형제들」에는 교회 초기부터 분명히 사형 반대를 표명하고 있다고 밝힙니다.(265항) 평신도 교부 락탄티우스(260~330년경)는 사람을 죽이지 말라는 하느님의 계명에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회가 사형을 합법으로 여길지라도 이는 하느님의 명령을 거스르는 불법이며 “공적(公的) 살인”이라고 선언합니다. 니콜라오 1세 교황(858-867)도 “무고한 이들뿐만 아니라 모든 죄인이 사형을 받지 않게 노력하십시오”라고 권고했습니다. 사제들을 살해한 몇몇 살인자들에 대한 재판에서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재판관에게 살인자들의 목숨을 빼앗지는 말아 달라고 요구하며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저는 당신이 이 사악한 이들에게서 앞으로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게 자유를 없애는 것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목적을 위해서는 그들을 살려 두고 또 그들의 신체의 일부를 절단하지 않으면서도 법에 규정된 강제 조처로 그들이 불온한 선동에서 벗어나 건전하고 평온한 삶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것만으로 충분했으면 합니다. … 죄인들의 잔학 행위에 대하여 복수의 희열을 분출할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행위로 그들 영혼에 입은 그 죄인들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는 마음을 보여 주십시오.” 사형에 반대해 온 교회의 이러한 입장은 「가톨릭 교회 교리서」를 통해 현대의 신앙인에게 구체적인 교리로 가르침을 전합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교회는 복음에 비추어 사형은 개인의 불가침과 인간 존엄에 대한 모욕이기에 용납될 수 없다고 가르치며 단호히 전 세계의 사형 제도 폐지를 위하여 노력한다”(2267항)고 전합니다. 한국교회도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상혁 변호사를 중심으로 추영호(요한) 신부, 문장식 목사, 서성운 스님 등이 1989년 5월 10일 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를 결성한 이후,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범종교인연합이 2000년 창립됐습니다. 아울러 2001년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산하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를 출범하면서 국민들의 사형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위해 다각적인 홍보 활동을 펼치는 한편 관련 입법을 위해 필수적인 국회에서의 특별법 입법을 위해 국회의원들의 서명을 받아왔습니다. 2022년에는 7대 종단 대표가 사형제 폐지를 염원하는 공동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여기에는 당시 주교회의 교회일치와종교간대화위원장이었던 김희중(히지노) 대주교를 비롯해 대한불교조계종 원행 총무원장(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회장), 성균관 손진우 관장(한국종교인평화회의 대표회장), 원불교 나상호 교정원장, 천도교 박상종 교령,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이홍정 총무, 한국민족종교협의회 김령하 회장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2024-11-24

어려운 이들 기댈 유일한 곳…세상 향한 헌신 다짐

군사독재를 겪으며 인권, 민주화, 평화가 사라진 한국사회에서 약자들의 손을 잡고 길 위에 섰던 사제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대표 김인국 마르코 신부, 이하 사제단)이 50년 전 길 위에 섰던 시간을 기억하며 다시 고통받는 이웃을 위해 투신할 것을 다짐했다. 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원장 함세웅 아우구스티노 신부)과 사제단은 11월 18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50년, 성찰과 전망’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심포지엄 격려사를 통해 “사제단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보여주신 복음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들과 함께 정의실현과 인권회복에 용감하고 신속하게 힘을 모아 대처했다”면서 “교구의 울타리를 넘어 사회 복음화를 위해 신부님들이 보여준 열정은 전 세계 어느 교회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탁월하고 위대한 활동이었다”고 치하했다. 함세웅 신부는 사제단 출범과정을 회상하며 “1974년 사제단 결성은 그동안 교회의 조직과 건물 안에 머물렀던 한계를 스스로 깨닫고 한국 사회공동체의 변혁과 발전을 추동하려 했던 교회공동체 구성원들의 자발적 회개와 연대의 상징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 50년에 대해 “사제단은 고통받고 억울한 많은 이들의 호소에 응답하면서 사회정의를 위한 일치를 실현하려고 노력했으며 사회정의와 민주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모든 의로운 시민들과 연대를 이룩했다”며 “살벌한 유신독재 치하에서 어려움에 처한 모든 이들이 찾아야 할 곳이 교회가 거의 유일한 장소였다”고 말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창립 50주년 준비위원장 김인국 신부는 사제단 2기(2000~2024) 시기에 대해 성찰했다 김 신부는 “사제단 50년의 전반부는 박정희, 전두환과 싸우며 반독재 민주화를, 후반부는 삼성그룹 이건희를 거슬러 경제민주화를 기원했다”며 “길 위에서 만난 세상은 약자들의 연대는 너무 허술하고 부실하고 일시적인데 강자들의 동맹은 너무나 강하고 조직적이고 일상적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하느님께서 우리를 목자로 자임하셨고 예수님께서 그 엄청난 이름을 우리에게 물려주셨음을 생각하며 이리떼의 탐욕으로부터 양들을 지켜야 한다는 사제의 사명을 이루고자 노력했던 시간”이라고 말했다. 사제단에 대한 평신도의 제언에 대해 우리신학연구소 이미영(발비나) 연구원은 “궁극적으로 교회의 시선과 방향이 세상을 향해 나아가자는 것이 시노드 정신이라면 그런 신자들을 변화시키고 움직여 함께 세상으로 나아가도록 초대하고 함께 나아가는 것이 신자들을 위해 봉사할 사제의 직무요 역할이라 생각한다”며 “시노드 정신을 한국교회에 실현하는 데 사제단이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4-11-19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지적장애 자녀 5명 키우는 이원명 씨 가족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다른 아이들과 달랐다. 말이 늦거나 전혀 말을 하지 않기도 했고, 한 가지 습관에 집착을 보이거나 감정 표현이 너무 갑작스럽기도 했다. 병원에서는 ‘자폐’라는 진단을 내렸다. ‘자폐’라는 병이 너무 무겁게 다가왔지만, 어떻게든 잘 키워보겠노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무게는 점점 더 무거워져만 갔다. 첫째에 이어 둘째도, 셋째도, 넷째도, 그리고 막내인 다섯째까지도 정도는 다르지만 자폐에 지적장애를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이 잘못됐을까. 누구를 원망할까. 이 씨의 가슴은 무너졌지만, 정작 누구를 탓하거나 무너져 내릴 틈도 없었다. 지적장애인 아이 하나를 키우는 것도 힘에 벅찬 일인데, 다섯이나 되는 지적장애 아이를 돌보려니 ‘눈코 뜰 새 없다’는 표현이 부족할 지경이었다. 한 아이에게 발생한 문제를 수습하고 있으면 또 한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다. 그저 정신없이 닥치는 대로 수습하고, 수습하고, 또 수습하다가 시간이 흘러버렸다. 하지만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자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가 돼버렸다. 밖에서 놀던 아이가 어디론가 사라져 실종신고를 하고 저녁 늦게까지 눈물을 머금은 채 아이를 찾아 헤매기도 했고, 아이의 폭력적인 성향이 강해져서 가족에게 칼을 휘두르는 일마저 일어났다. 정도가 심했던 넷째는 이웃집 차를 손상시키는 등의 사건으로 1년간 보호감호를 받고 강제 입원치료까지 받기도 했다. 이 씨는 “아이가 실종됐을 때는 너무 걱정되고 기도밖에는 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어느 순간 주님께서 ‘네 자식이기 전에 내 자식’이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고, 그러고 나서 아이를 찾았다”면서 “우리 아이들은 주님께서 주신 보석이고 보물”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서 아이들의 폭력적 성향은 호전됐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아이들이 끼친 피해들을 아직 다 배상하지 못한 상태다. 이 씨 가족의 수입은 아이들의 아빠 대건 안드레아(65) 씨가 택시 운전으로 벌어오는 120만 원 안팎의 수입과 노령연금, 지적장애 1급인 막내에게 나오는 장애연금 40만 원 정도다. 막내도 21살이 된 지금, 성인 7명 가족이 살아가기에는 부족한 금액이다. 아직 아이들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어 생활비와 치료비 모두 도움 없이는 막막할 따름이다. 가장 큰 걱정은 집이다. 현재 월세로 살고 있는 낡은 집은 누전으로 집의 절반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보일러 배관이 낡아 물이 새는 데다, 집 곳곳에, 아이들 방까지도 곰팡이가 슬었다. 또 넷째와 막내가 폭력적 성향을 보일 당시에 창문들을 깨뜨려 창문에 임시로 비닐을 붙여놓았다. 게다가 집주인이 집을 팔려고 내놓은 상황이라 언제 나가야 할지 몰라 불안한 상황이다. 보증금도 없거니와 지적장애 아이들이 있다 보니 받아주는 집을 찾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주위에 지적장애 자녀를 둔 다른 부모님들을 보면 아이를 위해 대단히 많은 활동을 해주는데, 저희는 아주 부족해서 아이들에게 미안해요. 이제 저도 60살이 넘었고, 앞으로 얼마를 더 살지도 모르는데, 그저 아이들이 주님을 믿고 주님 자녀로 살아가길 기도할 따름입니다.” ◆ 성금계좌 -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우리은행 1005-302-975334 국민은행 612901-04-233394 농협 301-0192-4295-51 ◇ 모금기간: 2024년 11월 13일(수) ~ 12월 3일(화) ◇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기부금 영수증은 입금자명으로 발행됩니다.)

2024-11-17

장애인 죽음으로 내모는 획일적 정책 당장 멈춰야

“우리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사람들은 자기 의사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어 강제 탈시설된 무연고 중증 발달장애인들입니다. 우리는 그들이 ‘도대체 누구이며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사회가 관심이 전혀 없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국가의 ‘전체주의적 탈시설 정책’으로 잊힌 ‘익명의 장애인들’에 대해 한국교회가 “탈시설 정책을 당장 멈추라”는 호소의 목소리를 높였다.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위원장 조규만 바실리오 주교, 이하 복지위)와 한국카리타스협회(이사장 조규만 주교, 이하 협회)가 11월 8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마련한, 정부의 탈시설 정책에 대한 입장문 발표 기자회견에서였다. 복지위와 협회는 보건복지부가 2021년 8월 발표한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 지원 로드맵’에 대한 반대 입장을 재차 천명하고자 이날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애인들이 거주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와 어긋나게, 지역사회에 지원 체계가 미비한 현실에서 중증장애인들의 퇴소 후 인권 침해 노출 위험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정책이기 때문이다. 중증 발달장애인, 최중증 장애인들은 일상생활은 물론 의사소통도 어려워 진정한 자립이 극히 어렵다. 뜻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시설 거주 장애인으로서의 ‘자기결정권’(헌법 제10조)을 행사하기 어렵고, 시설에 살기 원해도 강제 퇴소를 당해 감시 밖에 놓이면서 학대를 당할 수 있다. 복지위와 협회는 2022년 1월부터 실제 시범사업이 진행된 이래 자립장애인 사망자가 속출했다는 사실에서 정책 폐기를 호소하고 있다. 퇴소 후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아 3개월 만에 욕창에 의한 패혈증으로 죽거나, 15일 이상 변을 못 봐 장폐색으로 장을 잘라냈는데도 끝내 목숨을 잃은 장애인 당사자도 있다. 또 서울시의 탈시설 전수조사 내용에 따르면 거주시설을 나온 장애인 700명 중 최소 24명이 제대로 된 돌봄 밖에 놓여 사망했다. 조사 참여자 중 136명이 타인에 의해 퇴소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복지위와 협회는 정부가 이러한 현실에도 “정책 평가, 재발 방지, 피해 배상보다 사업 연장, ‘정기적 인권 전수 조사’를 명목으로 교회 품 안의 장애인 및 종사자들 권리를 짓밟고 있다”고 입장문에서 지적했다. 그러면서 ▲탈시설 정책을 당장 멈추고, 신뢰할 수 있는 국가기관과 민간이 함께 전국적 전수조사를 해 그 결과를 공개할 것 ▲결과를 통해 드러난 피해 장애인들에 대한 근본적 보호 방안과 보상 등 종합 대책을 세울 것 ▲정책에 연루된 부정부패 및 비리 개인·단체들을 인권과 장애인 복지 사업에서 영구히 퇴출시킬 것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장애인들을 도울 수 있는 후견인 제도에 전 국민이 관심을 갖게 하는 신뢰성 있는 노력 ▲일상생활 및 의료적 돌봄의 전문기관과 그 종사자들에 대한 전문성 확보 및 안정을 위한 실질적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2024-11-17

[사형제도 Q&A⑦] 타당한 조건 따른 상대적 종신형

사형제도가 남아있는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까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위원장 김선태 요한 사도 주교)와 공동기획으로 사형제도에 대한 Q&A를 10회에 걸쳐 연재, 그리스도인답게 세상을 보는 시각을 톺아봅니다. Q7. 엄청난 범죄를 저질렀을 때 사형이라는 최고형을 내리는 것인데, 사형제를 폐지하면 그에 맞는 처벌이 무엇이 있을까요? 사람 목숨을 빼앗는 형벌만큼 강력한 벌이 있을 수 있을까요? 사형제를 대체하는 형벌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사형이 집행돼 교수형으로 사형수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시적입니다. 사형수들은 오히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감옥생활보다 빨리 집행돼 죽기를 바라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형을 대체할 형벌의 경우, 종신형이 언급됩니다. 종신형은 절대적 종신형과 상대적 종신형이 있습니다. 절대적 종신형은 가석방의 가능성 없이 수형자가 자연사할 때까지 자유를 박탈하는 형벌입니다. 수형자를 영구히 사회로부터 격리한다는 점에서는 사형과 다를 바가 없으나 국가에 의한 제도적 살인을 피하고 사형과는 달리 오심의 불가역성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사형보다 나은 제도로 평가받습니다. 다만 형사정책적 관점에서 보면 수형자의 개선과는 무관하게 그를 자연사할 때까지 수감하므로 수형자의 생을 종식시키는 방법과 시기만을 달리할 뿐 사형과 마찬가지로 끔찍한 형벌입니다. 아울러 가석방이 없는 절대적 종신형의 경우에 사형과 마찬가지로 인권에 대한 문제를 간과할 수 없습니다. 다른 대체 형벌은 상대적 종신형입니다. 절대적 종신형의 위헌소지 때문에 사형을 대체할 수 있는 형벌로는 가석방이 허용되는 종신형이 법리적으로 가장 이상적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상대적 종신형에서 가석방의 구체적 조건, 특히 가석방이 가능한 최소복역 기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제안이 있습니다. 경희대 법대 주호노 교수의 「사형제도의 폐지와 그 대안에 대한 소고」에 따르면 ‘최소복역 기간을 20년으로 설정하거나, 가중된 무기형이 상대적 종신형으로 타당하므로 최소복역 기간을 25년으로 해야 한다’, ‘무기형에서는 20년이 지나야 가석방할 수 있고(형법 제72조 제1항) 유기형이 최고 30년인 점을 감안할 때 최소 30년의 복역기간이 지나야 가석방을 허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의견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사형제 폐지에 부정적인 국민의 정서, 피해자의 응보감정 등을 고려할 때 상대적 종신형이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얻을 수 있으려면 가석방의 조건으로 피해자의 동의와 종신형 수형자가 복역기간 중 20년 이상을 교도작업에 참가해 받은 작업상여금 중 상당금액을 피해자에게 지급할 것을 가석방의 조건으로 추가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습니다. 무기징역도 상대적 종신형과 사실상 같은 개념입니다. 무기징역의 경우 25년 복역한다면 가석방을 신청해 심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극형의 상징으로 순화된 사형제의 기능은 종신형으로 대체가능합니다. 사형이 확정된 수형자에 대한 사형을 사실상 영구히 집행하지 않음으로써 내일의 희망도 없이 살아가도록 하는 것보다는 가석방의 희망을 품고 도덕적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범죄인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사회를 위해 보다 나은 길이 될 수 있습니다.

2024-11-17

주교회의 노동사목소위,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방안 모색

기후위기가 발전소 노동자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우려 속에 교회가 극단적 생태중심주의에 반대하며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노동사목소위원회(위원장 김선태 요한 사도 주교)는 11월 7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기후위기 그리고 노동의 미래’ 토론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나눴다. 석탄화력발전은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배출로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전환 논의 속에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 8418명은 해고될 위기에 놓였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노조 전체대표자회의 이태성 간사는 “조사에 따르면 발전소 비정규 노동자 74%가 고용이 보장된다면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정책에 찬성한다고 밝혔지만, 고용이 보장되지 않더라도 찬성한다는 답변은 5.2%에 불과했다”며 “깨끗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면서 그 과정에서 해고자가 발생하지 않는 정의로운 전환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비롯되는 일자리 상실을 정의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박태주 선임연구위원은 “기후위기나 전환의 과정이 미조직 노동자나 하청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피해를 집중시킬 가능성이 높다면 이들과 연대하는 일 역시 정의의 문제에 속한다”며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된다면 차선은 기존의 숙련을 활용할 수 있는 동종 산업에서 일자리를 얻을 수 있게 사회적 지원을 고려해야 하며 정의로운 전환 기금의 설치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위기와 노동의 위기가 양립하는 가운데 교회는 인간 생명의 존엄을 최우선에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선태 주교는 “가톨릭교회는 기후위기를 타개할 방법으로 자연을 절대화하고 인간 존엄을 그 아래에 두려는 극단적 생태중심주의(「간추린 사회교리」 463항)를 반대한다”며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참된 생태적 접근은 언제나 사회적 접근이 연계돼야 한다고 말씀하시면서 특히 지구의 부르짖음과 함께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 모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49항)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2024-11-17

인천교구 가톨릭환경연대, 강화 볼음도 해안에서 해양쓰레기 수거

인천교구 가톨릭환경연대(선임대표 최진형 미카엘·지도 오병수 스테파노 신부, 이하 환경연대) 해양쓰레기소탕단(단장 김종운 토마스, 이하 소탕단)은 10월 26일 인천 강화군 볼음도 해안에서 인천광역시, 강화군, 인하대학교, 인천대학교 자원봉사단의 협조로 해양쓰레기 수거 활동을 펼쳤다. 환경연대 소탕단과 볼음도 주민, 인천지역 환경단체 회원들과 인천시민 150여 명은 이날 섬 남쪽 해안 죽바위부터 조개낭, 영뜰해안까지 이어지는 약 2.5㎞ 구간에서 4톤가량의 폐어구 등 해양쓰레기를 수거했다. 볼음도는 한강하구에 위치해 하천으로부터 유입되거나 중국 어선, 인근 섬 양식장에서 온 쓰레기가 많아 문제가 심각하다. 북쪽 해안에는 한강, 임진강, 예성강 등 강에서 떠내려온 하천 유입 쓰레기들이 쌓인다. 남쪽 해안에는 스티로폼 부표 등 폐어구와 중국 선박들의 쓰레기가 집중적으로 쌓이고 있다. 그동안 여러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해양쓰레기 수거 활동을 벌였으나 북한과 인접한 도서 지역인 관계로 집하장까지의 운반 문제는 물론 최종 처리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때문에 쓰레기가 바로 처리되지 못하고 방치되다 부서지고 다시 흩어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해왔다. 섬 주민들이 공공근로로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있었지만, 고령층이 많아 한계가 있었다. 특히 해안지역은 접근이 어려워 속수무책인 상황이었다. 이번 캠페인은 행정 당국에서 장비를 지원하고 시민들이 힘을 합친 덕분에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이날 수거한 해양쓰레기는 주민들의 트랙터 협조로 해안에서부터 도로까지 옮겨지고, 인천광역시와 강화군의 협조로 운반 트럭과 선박을 이용해 당일 외부로 반출·처리됐다. 주민들은 “10년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가는 기분”이라며 고마워했다. 환경연대 소탕단 김종운 단장은 “다른 섬들도 정기적으로 해양쓰레기 수거 작업을 진행해 해안을 깨끗하게 해서 모처럼 섬 지역을 찾는 시민들이 눈살 찌푸리는 일이 없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미세플라스틱은 결국 돌고 돌아 우리 밥상으로 돌아오게 된다”며 “시민들도 플라스틱 쓰레기를 덜 만들고 분리배출, 재활용을 철저히 해 하천이나 바다로 흘러드는 쓰레기가 생기지 않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이날 해양쓰레기 수거 활동에 함께한 환경연대, 인하대학교 경기·인천씨그랜트센터, 강화도시민연대, 기후&생명정책연구원, 인천녹색연합, 인천환경운동연합은 지난 7월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매월 1~2차례 한강하구와 섬 지역에서 부유 쓰레기를 조사하고 있다. 해안과 특정도서, 하천 쓰레기에 대한 시민 모니터링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2024-11-10

[사형제도 Q&A⑥] 사형제 폐지 없이 집행만 하지 않는 것은 언제라도 집행 가능한 근거

사형제도가 남아있는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까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위원장 김선태 요한 사도 주교)와 공동기획으로 사형제도에 대한 Q&A를 10회에 걸쳐 연재, 그리스도인답게 세상을 보는 시각을 톺아봅니다. Q6. 사형제를 폐지하지 말고, 지금처럼 사형 집행만 하지 않으면 어떨까요? A. 형사소송법상에는 사형은 사형판결 이후 6개월 이내에 법무부장관의 명령에 의하여 집행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464조(사형판결확정과 소송기록의 제출)에 따르면, 사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한 때에는 검사는 지체없이 소송기록을 법무부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제465조(사형집행명령의 시기)에는 ①사형집행의 명령은 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6월 이내에 하여야 한다, ②상소권회복의 청구, 재심의 청구 또는 비상상고의 신청이 있는 때에는 그 절차가 종료할 때까지의 기간은 전항의 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행정부의 의지에 따라 사형을 집행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는 남아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정치인들 중에는 선거 공약으로 사형제도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흉악범죄를 싫어하는 국민들의 법감정을 자신의 표를 가져오기 위해서 이용하는 것이지요. 실제로 국민의 힘 대선주자였던 홍준표 의원은 2021년 당시 페이스북에 20개월 영아를 성폭행하고 잔혹하게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양모(29) 씨를 두고 “제가 대통령 되면 반드시 이런 놈은 사형시킬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사형제 부활을 요구하는 표심을 겨냥한 것입니다. 그는 지난 19대 대선에서도 사형 집행을 공약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20년 6월에는 흉악범죄나 반인륜범죄를 저질러 사형이 확정된 자에 대해 6개월 이내에 반드시 사형을 집행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사형제도는 인권 문제가 걸린 만큼 사회적 공론화와 합의를 거쳐야 하지만, 표를 얻을 목적으로 이처럼 사형제도 이슈가 일회적으로 활용되는 것은 비판적으로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국내에선 잔혹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사형 여론이 형성됐지만,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 사형을 집행한 이래로 현재까지 24년째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국제엠네스티 등 국제사회는 2007년부터 대한민국을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굳이 폐지되어야 할 제도를 남겨 두어서 사형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피해자에게도 사형수에게도, 그리고 법을 집행하는 국가로서도 적정하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 현실과 규범의 괴리를 해소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2024-11-10

[사형제도 Q&A⑤] 사형 집행 감소가 세계적 추세

사형제도가 남아있는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까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위원장 김선태 요한 사도 주교)와 공동기획으로 사형제도에 대한 Q&A를 10회에 걸쳐 연재, 그리스도인답게 세상을 보는 시각을 톺아봅니다. Q5. 미국과 일본 같은 선진국도 사형집행하잖아요. 우리나라가 집행하지 않는 것이 ‘글로벌 트렌드’(?)와 동떨어진 것 아닌가요? A. 국제앰네스티 통계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모든 범죄에 대한 사형제 폐지국은 112개국이며 법적 또는 실질적으로 사형제를 폐지한 국가는 144개국입니다. 이로써 사형집행국가는 2022년 20개국에서 2023년 16개국으로 줄어들었습니다. 2023년, 아시아에서 사형이 집행된 국가는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 중국, 북한, 싱가포르, 베트남 등 7개 나라로 조사됐습니다. 전년 대비 2개 나라가 줄어들었습니다. 일본은 사형제도가 유지되고 있지만 2023년에는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10년간 국제앰네스티가 집계한 사형 집행 건수가 가장 많은 나라는 중국입니다. 하지만 중국의 실제 사형 집행 건수는 국가기밀로 분류돼 확인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도 15년 연속으로 미주 지역에서 유일한 사형 집행 국가로 꼽힙니다. 미국의 사형 집행은 2022년 18건에서 2023년 24건으로 33% 증가했습니다. 일부 국가에서 사형이 집행되고 있지만 사형집행 국가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사형제도에 대한 전 세계적 추세가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오랫동안 사형을 인권 문제로 인식해 왔으며 사형의 사용을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고 유엔 회원국들에게 이를 국가 입법에서 삭제하도록 촉구해 왔습니다. 유엔 인권 이사회와 그 전임 위원회는 모두 사형 사용의 점진적인 제한에 기여했으며 유엔 회원국들에게 폐지를 촉구했습니다. 유럽연합은 제1·2차 세계대전의 그림자를 기억하며 기본권 헌장에 사형제 폐지를 포함시켰습니다. 유럽연합 국가들은 인명 손실과 인권 침해를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에 삶에 대한 기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며 실현하는 인권 중심 접근법을 포함시키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아이티, 캄보디아, 르완다, 동티모르 같은 국가의 경우 반인류적 범죄와 재난을 겪으며 고통을 종식시켜야 함을 절감했습니다. 그렇게 들어선 새 정부는 사형제가 설 곳이 없는 새로운 법치 체제로의 이행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며 사형제를 폐지했습니다. 이밖에도 말레이시아는 모든 범죄에 대해서 사형 선고 의무제를 폐지하고 사형 선고 범죄 유형을 줄였습니다. 파키스탄은 마약 관련 범죄에 대한 사형을 폐지했고 스리랑카 정부도 사형을 집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처럼 여러 국가들의 사형제 폐지 경로는 각각 다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사형제가 범죄 억지력이 없으며 무고한 생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는 두려움, 그리고 많은 경우 전제주의, 잔인한 과거의 유산이자 기억으로써 사형제를 철폐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202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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