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책임 묻는다” 전국 사제 1466명 시국선언

전국 교구와 수도회·사도생활단 사제 1466명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대통령의 사명을 저버린 책임을 물어 윤석열 대통령에게 파면을 선고하자고 촉구했다. 사제들은 11월 28일 ‘어째서 사람이 이 모양인가!’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사제들은 “숨겨진 것도 감춰진 것도 다 드러나기 마련이라더니 어두운 데서 꾸민 천만 가지 일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며 “이에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무섭게 소용돌이치는 민심의 아우성을 차마 외면할 수 없어 천주교 사제들도 시국선언의 대열에 동참하고자 한다”고 선언문 발표 배경을 밝혔다. 이어 “5000년 피땀으로 이룩한 겨레의 도리와 상식, 홍익인간과 재세이화(在世理化)의 본분을 팽개치고 사람의 사람됨을 부정하고 있으니 한시도 견딜 수 없다”며 “힘없는 사람들을 업신여기고 사회의 기초인 친교를 파괴하면서 궁극적으로 하느님을 조롱하고 하느님 나라를 거부하고 있으니 어떤 이유로도 그를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제들은 또한 “오늘 우리가 드리는 말씀은 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하면 둘 다 구덩이에 빠질 것이니 방관하지 말자는 뜻”이라며 “그러기에 매섭게 꾸짖어 사람의 본분을 회복시켜주는 사랑과 자비를 발휘하자는 것”이라고 전했다. 시국선언문에는 광주대교구장 옥현진(시몬) 대주교와 전주교구장 김선태(요한 사도) 주교, 제주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 춘천교구장 김주영(시몬) 주교, 청주교구장 김종강(시몬) 주교를 비롯해 전국 교구 사제 1330명과 수도회·사도생활단 사제 130명, 오스트레일리아 사제 1명 등 총 1466명이 이름을 올렸다. 아래는 시국선언문 전문. <천주교 사제 1466인 시국선언문> 어째서 사람이 이 모양인가! “사람이 죄를 지었기 때문에 하느님이 주셨던 본래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잃어버렸습니다.”(로마 3,23) 1. 숨겨진 것도 감춰진 것도 다 드러나기 마련이라더니 어둔 데서 꾸민 천만 가지 일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에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무섭게 소용돌이치는 민심의 아우성을 차마 외면할 수 없어 천주교 사제들도 시국선언의 대열에 동참하고자 합니다. 2. 조금 더, 조금만 더 두고 보자며 신중에 신중을 기하던 이들조차 대통령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거두고 있습니다. 사사로운 감정에서 “싫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선공후사의 정신으로 “안 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나머지 임기 절반을 마저 맡겼다가는 사람도 나라도 거덜 나겠기에 “더 이상 그는 안 된다”고 결론을 낸 것입니다. 3. 사제들의 생각도 그렇습니다. 그를 지켜볼수록 “저들이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나 못할 일이 없겠구나.”(창세 11,6) 하는 비탄에 빠지고 맙니다. 그가 어떤 일을 저지른다 해도 별로 놀라지 않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하여 묻습니다. 사람이 어째서 그 모양입니까? 그이에게만 던지는 물음이 아닙니다. “선을 바라면서도 하지 못하고, 악을 바라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하고 마는”(로마 7,19) 인간의 비참한 실상을 두고 가슴 치며 하는 소리입니다. 하느님의 강생이 되어 세상을 살려야 할 존재가 어째서 악의 화신이 되어 만인을 해치고 만물을 상하게 합니까? 금요일 아침마다 낭송하는 참회의 시편이 지금처럼 서글펐던 때는 일찍이 없었습니다. “나는 내 죄를 알고 있사오며 내 죄 항상 내 앞에 있삽나이다 … 보소서 나는 죄 중에 생겨났고 내 어미가 죄 중에 나를 배었나이다.”(시편 51,5.7) 4. 대통령 윤석열 씨의 경우는 그 정도가 지나칩니다. 그는 있는 것도 없다 하고, 없는 것도 있다고 우기는 ‘거짓의 사람’입니다. 꼭 있어야 할 것은 다 없애고, 쳐서 없애야 할 것은 유독 아끼는 ‘어둠의 사람’입니다. 무엇이 모두에게 좋고 무엇이 모두에게 나쁜지조차 가리지 못하고 그저 주먹만 앞세우는 ‘폭력의 사람’입니다. 이어야 할 것을 싹둑 끊어버리고, 하나로 모아야 할 것을 마구 흩어버리는 ‘분열의 사람’입니다. 자기가 무엇하는 누구인지도 모르고 국민이 맡긴 권한을 여자에게 넘겨준 사익의 허수아비요 꼭두각시. 그러잖아도 배부른 극소수만 살찌게, 그 외는 모조리 나락에 빠뜨리는 이상한 지도자입니다. 어디서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파괴와 폭정, 혼돈의 권력자를 성경은 “끔찍하고 무시무시하고 아주 튼튼한 네 번째 짐승”(다니 7,7)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는 통에 독립을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생존과 번영을 위해 몸과 마음과 정성을 다 바친 선열과 선배들의 희생과 수고는 물거품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우리의 양심과 이성은 그가 벌이는 일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5. 그를 진심으로 불쌍하게 여기므로 그를 위해 기도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 마음 안에서 나오는 나쁜 것들”(마르 7,21-22)이 잠시도 쉬지 않고 대한민국을 괴롭히고 더럽히고 망치고 있으니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오천년 피땀으로 이룩한 겨레의 도리와 상식, 홍익인간과 재세이화의 본분을 팽개치고 사람의 사람됨을 부정하고 있으니 한시도 견딜 수 없습니다. 힘없는 사람들을 업신여기고 사회의 기초인 친교를 파괴하면서 궁극적으로 하느님을 조롱하고 하느님 나라를 거부하고 있으니 어떤 이유로도 그를 용납할 수 없습니다. 버젓이 나도 세례 받은 천주교인이오, 드러냈지만 악한 표양만 늘어놓으니 교회로서도 무거운 매를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6. 그가 세운 유일한 공로가 있다면, ‘하나’의 힘으로도 얼마든지 ‘전체’를 살리거나 죽일 수 있음을 입증해 준 것입니다. 숭례문에 불을 지른 것도 정신 나간 어느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하나이기로 말하면 그이나 우리나 마찬가지요, 우리야말로 더 큰 하나가 아닙니까? 지금 대한민국이 그 하나의 방종 때문에 엉망이 됐다면 우리는 ‘나 하나’를 어떻게 할것인지 물어야 합니다. 나로부터 나라를 바로 세웁시다. 아울러 우리는 뽑을 권한뿐 아니라 뽑아버릴 권한도 함께 지닌 주권자이니 늦기 전에 결단합시다. 헌법준수와 국가보위부터 조국의 평화통일과 국민의 복리증진까지 대통령의 사명을 모조리 저버린 책임을 물어 파면을 선고합시다! 7. 오늘 우리가 드리는 말씀은 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하면 둘 다 구덩이에 빠질 것이니 방관하지 말자는 뜻입니다. 아무도 죄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매섭게 꾸짖어 사람의 본분을 회복시켜주는 사랑과 자비를 발휘하자는 것입니다. 2024.11.28. 하느님 나라와 민주주의를 위해 기도하며 천주교 사제 1,466인

사회교리, 정치 아닌 사랑과 자비의 ‘따뜻한 실천’

지난 11월 28일 사제 1466명이 “대통령의 사명을 모조리 저버린 책임을 물어 파면을 선고하자”는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사제들은 “무섭게 소용돌이치는 민심의 아우성을 차마 외면할 수 없어 시국선언의 대열에 동참하고자 한다”며 세상의 일에 목소리를 낸 이유를 밝혔지만 “교회는 하느님 말씀과 신앙생활에만 충실하면 되는데 왜 신부님들이 정치적인 일에 관여하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의 소리도 새어 나왔다. 한반도 평화, 이주민과 난민, 환경파괴, 사회적 참사 등 나에게, 혹은 내 이웃에게 일어나는 문제들에 대해 신앙생활과 무관하다는 이유로 침묵해야 할까? 사회교리 주간을 맞아 믿을교리와 함께 그리스도인이 따라야 할 ‘지킬 교리’가 무엇인지 알아본다. 사회교리는 산업혁명 이후 비인간적인 환경 속에서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권리와 노동의 의미, 국가 역할 등을 성찰한 레오 13세 교황의 회칙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 1891년)로부터 시작됐다. 이후 한국교회는 2011년부터 인권 주일로 시작되는 대림 제2주간을 사회교리 주간으로 지내고 있다. 소외된 이들을 위한 관심에서 시작된 만큼 사회교리는 가정과 생명, 성(性),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 노동과 인권, 평화 등 사회 모든 영역에서 신앙인이 지켜야 할 원리와 윤리 준칙, 가치관을 제시한다. 사회교리에 대한 교육은 1995년 서울대교구 사회교리학교를 시작으로 의정부교구(2011년 8월), 부산교구(2012년 4월), 대구대교구(2012년 10월)에서 이어지며 현재는 전국 대부분의 교구에서 사회교리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고자 하는 신자들의 욕구가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2021년 10월 진행한 ‘포스트 팬데믹과 한국천주교회 전망에 관한 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7.2%가 팬데믹 이후 ‘교회의 세상과 이웃을 위한 공적 역할 수행이 중요하다’는데 동의했다. 또한 ‘세상 속에서 가톨릭 신앙을 지닌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배우고 싶다’는 응답도 93.6%에 달했다. 정치, 경제, 환경 등 일상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그리스도인답게 살 수 있는 나침반을 찾고자 하는 신자들의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사회교리 주간을 제정한 지 13년이 지난 현재, 사회교리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세상의 빛」을 펴낸 이기우 신부(요한 사도, 서울대교구 성사전담사제)는 “한국교회는 다른 분야에 비해 사회교리 분야가 중요성에 비해 인식 수준과 보급률이 낮다”며 “평신도를 비롯해 평신도를 가르치는 교리교사, 사목위원, 성직자 등이 사회교리를 잘 알고 확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회교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교회와 세상을 이분법적 보는 시각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하성용(유스티노) 신부는 “사회교리의 ‘사회’라는 단어가 주는 진영 다툼, 혹은 정치적 논쟁이라는 인식이 사회교리에 대해 어렵게 생각하는 이유가 된다고 본다”며 “사회교리는 모두가 잘 살기 위해 더 많이 가진 이들이 희생하고 양보해야 한다는 교회의 기본적 가르침, 즉 사랑과 자비의 실천임을 기억하고 세상 안에서 이를 실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4-12-08

[사형제도 Q&A⑩] 흉악범 사형은 또 하나의 살인

사형제도가 남아있는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까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위원장 김선태 요한 사도 주교)와 공동기획으로 사형제도에 대한 Q&A를 10회에 걸쳐 연재, 그리스도인답게 세상을 보는 시각을 톺아봅니다. 법정은 공포로 가득 찼습니다. 심지어 판사도, 검사도, 살인범을 호송해 온 헌병도 가슴이 얼어붙었지요. 사람을 죽여 통속에 콘크리트로 굳혀 버리기도 하고 강물에 돌을 매달아 던지기도 하고. 저 자에게 잘못 보였다가는 형기 마치고 나오면 무슨 보복을 당할까 다들 두려워한 겁니다. 그를 추궁해서 억울하게 공범으로 몰린 의뢰인의 무고함을 밝혀야 하는 내 처지가 정말 한심했지요. 오랫동안 사형제폐지운동을 해 온 나에게도 그 살인범은 심각한 도전이었습니다. ‘저런 놈도 사람인가. 죽여 마땅하지. 살아서 나오면 또 악행을 저지르겠지. 회심시키는 건 절대 불가능하지.’ 내 마음속에는 이런 생각들이 줄줄이 이어졌습니다. 사형제를 찬성하는 상대방이 토론 때 나를 논박하는 말을 내가 그대로 되뇌고 있는 겁니다. 언젠가 김수환 추기경님이 제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김 변호사, 거 TV에 나와서 이성적인 말로 백날 설득해 봤자 사람들 감정을 바꾸어 놓을 수는 없어. 그냥 법으로 폐지하는 수밖에.” 헌법 제10조는 우리 감정과 정반대로 흉악범도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지닌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사형제도는 범죄예방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연구 결과도 무수합니다. 악인이 모처럼 교도소에서 착한 이가 되었을 때 죽이는 사형은 또 하나의 살인입니다. 대다수 나라가 이미 사형제를 폐지했습니다. 주교회의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는 이런 이성적 논거를 들어 2019년 헌법재판소에 사형제도 위헌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2022년 공개 변론까지 하고, 될 듯 될 듯 기대를 해 오다가 그만 재판관들이 대부분 바뀌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국회도 과반수가 넘는 의원들이 사형제폐지법안을 발의하기도 했지만 법사위 문턱에 걸려 본회의 표결도 한 번 못 해보고 15대 국회에서 지난 21대 국회까지 23년여 세월을 보냈습니다. 그래도 아시아에서는 대한민국이 사형제폐지에 가장 가까이 가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사형제폐지가 가입조건인 유럽연합은 우리와의 조약을 통해 사형을 시키지 않는 조건으로만 범인을 넘겨주기로 했습니다. 유럽에서 잡힌 살인범은 안 죽이고 우리나라에서 잡힌 범인은 사형에 처한다면 헌법 제11조 평등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1997년 12월 23명을 처형한 이래 27년째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사실상 사형폐지국’입니다. 이제 우리 가톨릭신자들부터 사형제도의 법적 폐지에 앞장설 일입니다. 대안은 상대적 종신형입니다. 신자들이 지켜야 할 「가톨릭 교회 교리서」 제2267항은 이렇습니다. “교회는 복음에 비추어 사형은 개인의 불가침과 인간 존엄에 대한 모욕이기에 용납될 수 없다고 가르치며 단호히 전 세계의 사형제도폐지를 위하여 노력한다.” 흉악범을 미워하는 나는 오늘도 이런 가르침을 주신 예수님께 감복하여 엎드려 경배합니다. “그 분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며,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 주신다. 사실 너희가 자기를 사랑한 이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마태 5, 45) 글 _ 김형태 요한(변호사·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총무)

2024-12-08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합병증 앓는 미숙아 키우는 태국 출신 파닛 씨 부부

갓 태어난 자녀를 처음 안는 순간 가슴에 밀려드는 애틋함을 부모라면 누구나 안다. “오직 사랑만 주기 위해 낳은 너를 우리가 혹시 아프게 하지는 않을까”라는, 간신히 씹어 삼키는 두려움이다. 태국에서 온 아기 엄마 파닛(37) 씨와 아빠 타마롱(46) 씨에게는 그 두려움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파닛 씨는 10월 말 불명의 이유로 31주 채 되지 않은 1.49㎏ 아기를 조산했다.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호흡곤란, 파종성 혈관 내 응고 등 미숙아 증후군들로 고통받으며 신생아 중환자실 인큐베이터 안에서 산소 치료, 각종 약제와 항생제를 투여하는 등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 파종성 혈관 내 응고는 혈관 내 작은 혈전들이 광범위하게 형성되고 비정상적 출혈을 일으키는 병이다. 다른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며 때로는 뇌나 위장관 등에 치명적 출혈, 신부전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안해, 아가. 태어났을 때 온몸으로 안아주지 못해서, 네가 아파하고 있는 인큐베이터 속이 처음으로 엄마 손길을 느끼는 곳이 되게 해서….” 어른에게도 버거운 병을 태어난 지 고작 1달을 넘긴 미숙아가 짊어진다는 건 얼마나 가혹한 일일까. 11월 29일 아기가 있는 순천향대학교 부속 부천병원 신생아 집중치료센터를 찾은 파닛 씨는 이날 위생 장갑을 끼고서야 아기를 처음으로 어루만질 수 있었다. 파닛 씨는 “아기가 ‘엄마가 내 곁에 있구나’ 하고 힘을 내게, 살결을 맞대 줄 수만 있다면 좋겠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2016년 한국에 와 공장 노동자로 성실하게 일해온 부부에게 현실은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먹지 못하는 아기를 위한 위장관 삽관, 중심정맥관 삽입술, 합병증 모니터링과 각종 검사 등 지금까지 발생한 병원비만 1달 만에 눈덩이처럼 불어나 4800만 원에 육박한다. 목재 공장에서 일하는 타마롱 씨의 월급 200만 원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 설상가상 타마롱 씨는 태국에 계신 노쇠한 어머니와 가족을 봉양하느라 매달 100만 원가량을 고향에 보내고 있다. 파닛 씨도 같은 이유로 태국 친정에 매달 40만 원씩 지원해 왔다. 임신 후 일을 그만 둔 파닛 씨가 경제 활동에 나서기는 어렵다. 그는 산후조리도 제대로 못 하고 아기를 먹이기 위해 매일 모유를 짜서 병원에 가져가고 있다. 또 집 월세를 빼면 남는 푼돈으로 병원비와 생활비까지 충당하느라 불면증을 앓고 있다. 아기는 적어도 두 달 이상은 신생아 중환자 치료가 필요하다. 뇌실 주위 백질 연화증처럼 발병할지 모르는 합병증 등 추가 치료 기간을 고려하면 치료비는 지금보다도 감당 불가능할 크기로 늘 것으로 보인다. 노동에 치이듯 살던 외국인 부부가 한국에서 도움을 청할 공동체는 없다. 타마롱 씨는 “밤잠 못 이루고 몰래 혼자 흐느끼는 아내를 볼 때 억장이 무너진다”며 “가장으로서 버텨 보려고 하지만, 몸부림칠수록 늪처럼 감겨드는 현실이 사실 숨 막힌다”고 호소했다. 병원 원목 서상현(헨리코) 신부는 “이런 현실에도 파닛 씨 부부는 아기를 ‘은총’이라는 태명으로 부를 만큼 부처님 자비에 의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립된 상태로 아기 치료와 양육을 해결해야 하는 부부에게 초월적 사랑이 실로 존재함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 성금계좌 -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우리은행 1005-302-975334 국민은행 612901-04-233394 농협 301-0192-4295-51 ◇ 모금기간: 2024년 12월 4일(수) ~ 12월 24일(화) ◇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기부금 영수증은 입금자명으로 발행됩니다.)

2024-12-08

[사형제도 Q&A⑨] 사형제 폐지 위한 관심 필요

사형제도가 남아있는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까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위원장 김선태 요한 사도 주교)와 공동기획으로 사형제도에 대한 Q&A를 10회에 걸쳐 연재, 그리스도인답게 세상을 보는 시각을 톺아봅니다. Q9. 사형제 폐지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A. 가톨릭교회교리서는 ‘교회는 복음에 비추어 사형은 개인의 불가침과 인간 존엄에 대한 모욕이기에 용납될 수 없다고 가르치며 단호히 전 세계의 사형 제도 폐지를 위하여 노력한다(2267항)고 전합니다. 신앙인들은 교회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사형제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형제 폐지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오해를 풀어주려고 알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입법은 국회에서 하기 때문에 사형제 폐지 입법에 관심있는 국회의원들에 대해서 지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사형제 폐지를 옹호하는 지지기반이 있다는 사실은 국회의원들이 더욱 관심을 가지고 입법을 추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3년 3월 13일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김선태 요한 사도 주교)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이하 사폐소위)는 ‘사형폐지·대체형벌 입법화를 위한 입법 청원’ 기자회견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김선태 주교를 비롯해 사폐소위 위원들과 더불어민주당 이상민(피델리스), 정의당 강은미(아가타) 국회의원이 함께했습니다. 김선태 주교는 기자회견에서 “또 다른 폭력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폭력의 악순환을 멈추어야 한다”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생명을 함부로 여기지 않는 모습으로 사형제도 폐지라는 전 세계적 부름에 응답해 주길 기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사폐소위는 회견 후 현직 주교단 25명 전원과 전국 16개 교구 사제·수도자·평신도 7만 5843명이 참여한 입법 청원 서명도 국회에 공식 제출했습니다.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교회의 노력에 관심을 가지고 입법 청원 서명에 동참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는 사형폐지에 대한 대중적인 공감대를 만들고자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세계 사형 반대의 날에는 조명 퍼포먼스를 통해 그 중요성을 알릴 뿐 아니라 생명 이야기 콘서트, 세미나를 통해 사형폐지 운동에 연대할 것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10월 10일 세계 사형폐지의 날, 11월 30일 세계 사형반대의 날, 12월 30일 대한민국 마지막 사형집행일에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장 현대일(루도비코) 신부는 “인간의 존엄성은 대립하는 것이 아닌 하느님이 창조하신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돼야 할 가치”라며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앙인들이 하느님의 가르침을 다시 생각하며 사형제도 폐지 운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2024-12-01

가톨릭농민회·우리농, 농민의 생존권 보장 촉구 거리미사

9년 전 백남기(임마누엘)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사건을 기억하며 가톨릭 농민들이 농민의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는 미사에 함께했다. 가톨릭농민회와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본부장 이승현 베드로 신부)는 11월 14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광주대교구 방래혁(시몬) 신부 주례로 거리미사를 봉헌했다. 안동교구 가톨릭농민회 담당 안영배(요한 사도) 신부는 강론에서 “먹고 사는 걱정 안 하고 농사짓게 해달라는 것, 땀 흘려 땅을 가꾸고 하늘을 바라보며 감사할 줄 알고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양식을 이웃들과 나누고 싶다는 바람으로 우리는 여기 모였다”며 “농민들이 농사지을 수 있도록 농업이 하느님께서 주시는 생명을 가꾸고 나누는 일이 되도록 농촌이 생명의 터전이 돼 우리 삶을 지켜주도록 기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윤을 약탈하는 것이 아닌 하느님께서 주시는 생명이 자라나는 땅, 땅을 가꾸며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편안하게 농사지을 수 있는 세상, 농민들의 소박한 꿈을 이뤄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가 찾는 하느님 나라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0월 25일 기준, 쌀 20kg은 4만5725원이다. 전년 대비 10.6% 떨어진 가격이다. 우리나라 쌀 자급율은 평균 94%로 수입쌀 확대로 쌀값이 폭락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로 인한 폭염과 폭우, 병충해 확산은 농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이날 미사에 참례한 가톨릭 농민들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살리는 농민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하며 정부에게 ▲생명을 지키고 살리는 농민의 생존권 보장 ▲밥 한공기 쌀값 300원 보장 ▲기후재난 근본대책 수립 ▲무차별 농산물 수입 중지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체계 구축을 요구했다.

2024-11-24

[사형제도 Q&A⑧] 하느님 계명 거스르는 ‘공적 살인’

사형제도가 남아있는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까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위원장 김선태 요한 사도 주교)와 공동기획으로 사형제도에 대한 Q&A를 10회에 걸쳐 연재, 그리스도인답게 세상을 보는 시각을 톺아봅니다. Q8. 사형제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입장 혹은 종교계 입장은 무엇인가요? A.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모든 형제들」에는 교회 초기부터 분명히 사형 반대를 표명하고 있다고 밝힙니다.(265항) 평신도 교부 락탄티우스(260~330년경)는 사람을 죽이지 말라는 하느님의 계명에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회가 사형을 합법으로 여길지라도 이는 하느님의 명령을 거스르는 불법이며 “공적(公的) 살인”이라고 선언합니다. 니콜라오 1세 교황(858-867)도 “무고한 이들뿐만 아니라 모든 죄인이 사형을 받지 않게 노력하십시오”라고 권고했습니다. 사제들을 살해한 몇몇 살인자들에 대한 재판에서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재판관에게 살인자들의 목숨을 빼앗지는 말아 달라고 요구하며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저는 당신이 이 사악한 이들에게서 앞으로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게 자유를 없애는 것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목적을 위해서는 그들을 살려 두고 또 그들의 신체의 일부를 절단하지 않으면서도 법에 규정된 강제 조처로 그들이 불온한 선동에서 벗어나 건전하고 평온한 삶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것만으로 충분했으면 합니다. … 죄인들의 잔학 행위에 대하여 복수의 희열을 분출할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행위로 그들 영혼에 입은 그 죄인들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는 마음을 보여 주십시오.” 사형에 반대해 온 교회의 이러한 입장은 「가톨릭 교회 교리서」를 통해 현대의 신앙인에게 구체적인 교리로 가르침을 전합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교회는 복음에 비추어 사형은 개인의 불가침과 인간 존엄에 대한 모욕이기에 용납될 수 없다고 가르치며 단호히 전 세계의 사형 제도 폐지를 위하여 노력한다”(2267항)고 전합니다. 한국교회도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상혁 변호사를 중심으로 추영호(요한) 신부, 문장식 목사, 서성운 스님 등이 1989년 5월 10일 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를 결성한 이후,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범종교인연합이 2000년 창립됐습니다. 아울러 2001년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산하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를 출범하면서 국민들의 사형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위해 다각적인 홍보 활동을 펼치는 한편 관련 입법을 위해 필수적인 국회에서의 특별법 입법을 위해 국회의원들의 서명을 받아왔습니다. 2022년에는 7대 종단 대표가 사형제 폐지를 염원하는 공동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여기에는 당시 주교회의 교회일치와종교간대화위원장이었던 김희중(히지노) 대주교를 비롯해 대한불교조계종 원행 총무원장(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회장), 성균관 손진우 관장(한국종교인평화회의 대표회장), 원불교 나상호 교정원장, 천도교 박상종 교령,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이홍정 총무, 한국민족종교협의회 김령하 회장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2024-11-24

어려운 이들 기댈 유일한 곳…세상 향한 헌신 다짐

군사독재를 겪으며 인권, 민주화, 평화가 사라진 한국사회에서 약자들의 손을 잡고 길 위에 섰던 사제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대표 김인국 마르코 신부, 이하 사제단)이 50년 전 길 위에 섰던 시간을 기억하며 다시 고통받는 이웃을 위해 투신할 것을 다짐했다. 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원장 함세웅 아우구스티노 신부)과 사제단은 11월 18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50년, 성찰과 전망’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심포지엄 격려사를 통해 “사제단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보여주신 복음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들과 함께 정의실현과 인권회복에 용감하고 신속하게 힘을 모아 대처했다”면서 “교구의 울타리를 넘어 사회 복음화를 위해 신부님들이 보여준 열정은 전 세계 어느 교회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탁월하고 위대한 활동이었다”고 치하했다. 함세웅 신부는 사제단 출범과정을 회상하며 “1974년 사제단 결성은 그동안 교회의 조직과 건물 안에 머물렀던 한계를 스스로 깨닫고 한국 사회공동체의 변혁과 발전을 추동하려 했던 교회공동체 구성원들의 자발적 회개와 연대의 상징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 50년에 대해 “사제단은 고통받고 억울한 많은 이들의 호소에 응답하면서 사회정의를 위한 일치를 실현하려고 노력했으며 사회정의와 민주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모든 의로운 시민들과 연대를 이룩했다”며 “살벌한 유신독재 치하에서 어려움에 처한 모든 이들이 찾아야 할 곳이 교회가 거의 유일한 장소였다”고 말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창립 50주년 준비위원장 김인국 신부는 사제단 2기(2000~2024) 시기에 대해 성찰했다 김 신부는 “사제단 50년의 전반부는 박정희, 전두환과 싸우며 반독재 민주화를, 후반부는 삼성그룹 이건희를 거슬러 경제민주화를 기원했다”며 “길 위에서 만난 세상은 약자들의 연대는 너무 허술하고 부실하고 일시적인데 강자들의 동맹은 너무나 강하고 조직적이고 일상적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하느님께서 우리를 목자로 자임하셨고 예수님께서 그 엄청난 이름을 우리에게 물려주셨음을 생각하며 이리떼의 탐욕으로부터 양들을 지켜야 한다는 사제의 사명을 이루고자 노력했던 시간”이라고 말했다. 사제단에 대한 평신도의 제언에 대해 우리신학연구소 이미영(발비나) 연구원은 “궁극적으로 교회의 시선과 방향이 세상을 향해 나아가자는 것이 시노드 정신이라면 그런 신자들을 변화시키고 움직여 함께 세상으로 나아가도록 초대하고 함께 나아가는 것이 신자들을 위해 봉사할 사제의 직무요 역할이라 생각한다”며 “시노드 정신을 한국교회에 실현하는 데 사제단이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4-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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