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종교 만남] 대한성공회 이경호 주교

성공회는 ‘가톨릭 전통을 유지하는 개신교’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신앙 전통과 신앙의 개성을 무시하지 않는 포용의 자세를 특징으로 갖고 있다. 한국에서는 신자 수가 미미하지만 세계성공회는 단일교단으로서는 가톨릭교회와 러시아 정교회 다음으로 교세가 크다. 대한성공회 의장주교이자 서울교구장인 이경호(베드로) 주교를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주교관에서 만났다. - 성공회가 가톨릭교회와 어떻게 다르며 형제교회로서 일치를 이룰 수 있는 점은 무엇인지요? ▲ 이경호 주교(이하 이): 성공회는 다른 개신교 교회와는 달리 주교·사제·부제의 삼품 성직 제도를 지켜왔고, 초대교회의 신앙과 전통, 전례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루터나 칼빈과 같은 종교개혁자들의 신학과 신앙도 받아들였습니다. 성경과 전통, 이성의 삼중 권위를 중심으로 공동의 분별과 식별을 통해서 하느님의 뜻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또한 가톨릭교회처럼 교황이나 추기경 같은 직제는 없습니다. 이런 점들에서 성공회는 ‘개혁된 가톨릭교회’이면서, ‘교황이 없는 가톨릭교회’이며, ‘교리에 너그러운 정교회’입니다. 그리고 가톨릭이나 정교회처럼 전례적인 교회로서 서로 친밀한 형제 교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성공회에서는 여성 사제가 있지만 그동안 오랜 진통의 역사가 있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 이: 세계성공회 여러 나라에서는 1980년 이전부터 여성에게 사제품을 주었습니다. 대한성공회는 1990년대부터 여성 사제 서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서울교구는 주교 자문위원회로 여성 성직 준비위원회를 설치해 성서적, 신학적, 사목적 차원에서 여성 성직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의견을 나눴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1994년에 첫 여성 부제, 2001년에 첫 여성 사제가 탄생했습니다. 세계성공회에는 현재 100명이 넘는 여성 주교들도 있습니다. 1998년 20명, 2008년 40명, 2020년엔 100명이 넘었습니다. 10년마다 두 배씩 늘어난 셈이지요. 지금은 신자들이 여성 사제를 보내달라고 요청하기도 합니다. 특히 40~50대 여성 신도들이 속 깊은 얘기를 나누기 위해 섬세하고 따뜻한 여성 사제를 원하고 있습니다. - 성공회는 신앙의 실천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래서 성공회를 ‘진보적’이라고 말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 대한성공회는 선교 초기부터 학교와 병원을 세우고, 고아원을 운영하면서 힘든 사람들을 섬기는 일을 했습니다. 1960년대에는 영등포 산업선교와 태백 탄광촌에 가서 힘든 사람들을 돌보았고,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민주화를 위해서, 그리고 1980년대 후반부터는 나눔의 집을 설립하며 도시 빈민 선교를 시작하였고, IMF 이후부터는 노숙인들을 돌보는 일에 정성을 다했습니다. 선교 초기부터 예수님을 따르는 일은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는 일이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성공회 역시 모든 신자들이 신앙의 사회적 실천이나 진보적 태도에 대해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보수적 입장 역시 존재하지요. 이러한 입장의 차이들을 넘어서 복음적 가르침을 실천해야 하는 고민도 큽니다. - 같은 맥락에서 동성애와 성 소수자에 대한성공회의 열린 자세도 인상적입니다. ▲ 이: 세계성공회 안에서 동성애에 대한 입장은 교회마다 큰 차이가 있습니다. 서구와 달리 아프리카 대부분 나라와 동남아시아 몇몇 나라는 강하게 반대합니다. 대한성공회는 아직 공식 입장을 표명한 적은 없지만, 계속 연구하고 대화를 통해서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십자군 전쟁, 마녀사냥이나 종교재판, 흑인 노예제도나 인종차별, 여성 차별 등 당대에는 당연했던 일들이 지금 우리 눈으로 보면 잘못한 부분도 많습니다. 동성애와 성 소수자의 문제도 이와 같습니다. 이 문제를 예수 그리스도의 눈과 마음으로 살피고 접근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율법학자나 바리사이파와 다르게 안식일 법, 정결법, 성전을 중심으로 희생 제사와 죄의 용서에 대해서 전혀 다른 입장과 견해를 가지고 사람들을 환대하셨습니다. 하느님 사랑 안에서 모든 인간은 소중한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 성공회는 올해를 창조질서 회복의 원년으로 선언하고 기후위기 대응, 녹색 성공회로의 패더라임 전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이: 생태환경 문제에 대해서는 세계성공회 전체가 매우 중요한 과제로 여깁니다. 대한성공회는 기후위기, 기후변화의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지난해 9월 한 달을 창조 절기로 시범 실시한 바 있습니다. 최근 주교원 회의에서 이 문제를 본격 논의했고, 6월에 열리는 전국의회에서 공식적으로 창조절 제정을 결의할 예정입니다. 또 올해 사순 시기 극기 헌금으로는 몽골에 나무를 심기로 했습니다. 특히 앞으로는 교회마다 환경 지킴이를 두세 명씩 임명하도록 하는 등 범교회적으로 생태환경 보호에 적극 나설 계획입니다. - 탈종교화 시대에 모든 종교인들의 고민과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 이: 한국 사회에서 우리 그리스도교에 대한 신뢰와 영향력은 점점 약화 되고 있습니다. 종교사회학자들은 25년 후 한국의 그리스도교는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합니다. 이와 같은 주요 원인은 교회가 예수의 정신, 혼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 복음의 정신이 신앙인들과 교회 안에서 살아나야 합니다. 복음의 진리로 세상을 변화시켜야 하는데 많은 이들이 세상의 논리로 교회의 신앙을 판단하고 문제를 제기합니다. 이런 논리에 힘을 잃은 것은 우리 자신이 세상의 질서와 가치에 물들었기 때문입니다. - 양극화된 사회 속에서 종교인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지요? ▲ 이: 우리 사회가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여러 문제가 뒤섞여 있어서 어느 때는 선과 악을 구분하기조차 어렵습니다. 복잡한 사회 현실 속에서 신앙인 개인이 모든 문제를 끌어안고 싸우면서 살기는 불가능하다. 또한 어느 한 교단이 혼자서만 잘한다고 이 싸움에서 이길 수도 없습니다. 지금은 건강한 신앙인, 건강한 교회, 건강한 교단들이 어떻게 연대해서 불의와 어둠, 악과 싸워나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많은 공동의 노력과 연대가 필요합니다. 가톨릭과 성공회를 포함해 모든 건강한 교회들이 각자 자기 교회만이 아니라 다른 종교들과 어떻게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고 노력할 것인가 고민해야 합니다.

2024-04-14

[이웃종교 만남] 한국 정교회 대교구장 암브로시오 조그라포스 대주교

동서방 교회는 1054년 교회 분열 전까지 1000년 이상 함께 존재한 형제교회다. 가톨릭교회와 개신교가 서방 전통의 계승자라면 정교회는 동방 전통의 계승자다. 한국 정교회 대교구장 암브로시오 조그라포스 대주교는 1960년 그리스에서 태어나 1991년에 사제품을 받았다. 이어 1998년 12월 23일 한국 정교회에서 사목활동을 시작, 2008년 7월 20일 한국 대교구장에 착좌했다. - 가톨릭교회와 정교회의 관계에 대해서 말씀해주십시오. ▲ 암브로시오 조그라포스 대주교(이하 대주교): 다른 점보다는 공통점이 훨씬 많지요. 1000년 동안 같은 길을 걸어왔고, 분열 후에도 형제 교회임을 전제로 복음 선포를 위해 같은 길을 걸어왔습니다. 일치를 위한 대화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교황 수위권. 다른 하나는 공의회 제도에 관한 것입니다. 이 두 가지가 분열 전에는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깊이 성찰함으로써 교회 일치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와 프란치스코 교황은 같은 마음으로 교회 일치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양 교회의 수장이 서로 깊은 형제애를 느끼고 있는 만큼 교회 일치를 향한 더 큰 발걸음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정교회의 한국 선교 역사에 대해 알려주십시오. ▲ 대주교: 1900년 2월 17일에 서울에서 처음으로 정교회 성찬 예배가 거행됐습니다. 2004년 한국 정교회 대교구가 설립돼 올해가 2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이기도 합니다. 지난 124년 동안 러일전쟁,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 한국 민족의 위기 속에서 정교회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사목자가 부족했습니다. 한국 정교회 신자들은 종종 이 어려운 시기를 빗대어 스스로 고아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1955년 12월 25일, 서울에 있던 신자들이 총회를 열고 목자를 보내달라고 요청하기로 했습니다. 이어 요청서를 콘스탄티노플 세계총대주교청에 보냈고, 그것이 받아들여져 이후 총대주교청에서 한국 정교회에 대한 사목적 책임을 맡아왔습니다. - 선교 역사에 비해 교세는 다소간 미미합니다. 현대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선교 활동이 더 필요하지는 않은지요? ▲ 대주교: 선교는 교회의 숨, 호흡입니다. 생명체가 숨 쉬지 않고 살 수 없듯 교회는 선교 없이 생명을 유지하지 못합니다. 우리의 선교 방법은 다른 종교와 다르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저희는 “와서 보시오”(요한 1,46)라고 선포합니다. 개종을 강요하지 않고 귀감과 모범을 보여줌으로써 그리스도를 따르도록 돕습니다. 선교는 말과 침묵을 통해서 이뤄집니다. 요한 크리소스토모 성인은 “선교에 수사학적 지식, 말재주, 언변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침묵을 통한 선교는 우리 삶을 통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을 알려줍니다. 최근 시성된 그리스 출신의 가브릴리아 수녀는 인도어를 알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인도에서 선교를 하느냐는 물음에 미소, 어루만짐, 눈물, 기도, 사랑, 이 5가지로 선교한다고 말했습니다. - 교회 일치를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일까요? ▲ 대주교: 질문으로 답하고 싶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교회 분열에 얼마나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나요?” 분열은 죄입니다. 그리스도는 우리를 하나로 일치시키기 위해 오셨고 그분의 마지막 기도는 우리가 하나가 되게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분열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자기가 속한 교회 안에 안주하고 만족합니다. 회개해야 합니다. 급선무는 체계적 교육입니다. 분열이 얼마나 큰 죄인지를 일깨워야 합니다. 두 가지 자세가 필요합니다. 첫째 그리스도께 용서를 구하고, 둘째 겸손하게 형제들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사랑과 진리가 모두 중요합니다. “교리 차이는 접어두고 사랑으로 하나가 되자”라는 말은 잘못입니다. 진리 없이 사랑만 강조하는 일치는 거짓된 일치입니다. - 러시아 정교회의 우크라이나 전쟁 옹호는 안타까운 일입니다. 한국 정교회의 입장은 무엇인지요? ▲ 대주교: 러시아 정교회 키릴 총대주교가 ‘거룩한 전쟁’이라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옹호하는 것은 정교회 전체를 부끄럽게 만듭니다. 바르톨로메오 세계총대주교는 이 전쟁은 악마적인 전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모든 전쟁을 배척해야 합니다. 우리는 모두 형제이기에 모든 전쟁은 형제간의 전쟁입니다. 또한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이기에 결국 하느님께 총을 겨눈 것입니다. 2016년 그리스에서 정교회 공의회가 열려, 종교적 삶에서 나오는 ‘기름’은 상처를 치유하는데 써야지 전쟁의 불씨를 지피는데 쓰여서는 안 된다고 선언했습니다. 사전모임에만 참석했던 러시아 정교회는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성스러운 전쟁’ 개념을 회칙에 추가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정교회 대표들은 이슬람 극단주의나 가질 법한 생각이라며 반대했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지난 2018년 러시아 정교회가 교회법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한국에 진출했다는 사실입니다. 한국과 동북아시아는 교회법적으로 콘스탄티노플 세계총대주교청의 관할입니다. 따라서 2018년 한국에 들어온 러시아 정교회가 설립한 대한정교회는 교회법적으로 불법입니다. - 우리 사회는 오늘날 탈종교화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성 종교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반성도 있습니다. ▲ 대주교: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반종교적, 탈종교적 분위기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성 종교인들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전쟁, 가난, 불평등, 기아, 인종 차별, 기후위기 등 사회악과 불의에 대해 관심이 없습니다. 이런 모습들이 사람들에게 안 좋은 모습으로 비칩니다. 서방 그리스도교는 탈그리스도교화됐습니다. 형식적으로는 그리스도인이라고 하지만 복음 말씀에 따라 살고 있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인이 행동과 삶으로써 현대인들에게 영감을 주지 못합니다. 반종교, 탈종교적 현상은 결국 우리 스스로의 탓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 사회가 극단적으로 양극화돼 갈등과 혐오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종교가 무엇을 해야 할까요? ▲ 대주교: 불의에 대해 무관심하면 안 됩니다.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서로 지지해 주어야 합니다. 나아가 갈라진 집단들 사이에서 종교인들이 서로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해야 합니다. 성경에 나오듯이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필리 2,8)하시어 인간과 하느님을 연결하신 그리스도의 모습을 닮지 않으면 분열된 세상에서 교회의 역할은 찾을 수 없게 됩니다. 이를 위한 종교간 협력을 위해 우선 만남과 대화가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평화를 갈망하는 사람들로서 대화에 참여해야 합니다. - 가톨릭신문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대주교: 세계가 직면한 3가지 문제, 즉 생태 위기, 팬데믹, 인공지능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첫째, 인간이 파괴해 온 지구 환경을 보호해야 합니다. 둘째, 팬데믹 속에서 자신 외 취약한 이들을 돌보려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의 발전이 하느님 모상인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2024-03-17

[이웃종교 만남] 원불교 나상호 교정원장

원불교는 올해 개교 109년을 맞았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이웃종교와 사회에 열린 자세, 공동선을 위한 다각적인 관심과 실천을 통해 대중적 호감을 얻고 있다. 나상호 교정원장은 1990년 원불교의 성직자인 교무로 출가했다. 원불교신문사 교무, 교정원 기획실장, 감찰원 사무처장, 원광대 대학교당 교감교무, 강남교당 교감교무를 거쳐 2021년 11월 교정원장에 임명됐다. - 원불교에서 추구하는 참된 신앙인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요? ▲ 나상호 교정원장(이하 나):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법당에 불상을 모시지 않은 것을 보고 의아해하는 방문객들에게, 밭일을 하고 돌아온 제자들을 가리키며 “저 사람들이 우리 집 부처님”이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우주 만물의 무한한 은혜를 입고 삽니다. 이 은혜를 천지은, 부모은, 동포은, 법률은의 사은(四恩)으로 밝힙니다. 법신불(法身佛)은 우주 만물로서 우리 앞에 나타나서 무한한 은혜를 주고, 일원상(一圓相)은 우주 만물 사은이 하나로 연결돼 나타난 모습입니다. 우리 모두는 진리인 ‘법신불 일원상’이 담긴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일원상 앞에서 간절히 기도하는 신앙이 소중하고, 모든 사람을 부처님 공경하듯 진실로 대하는 것이 참 신앙의 자세라고 가르칩니다. - 올해 2024년은 원불교에서 중요한 해라고 들었습니다. 원불교의 미래를 열어갈 혁신 과제들을 추진하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 나: 2024년은 원기로 36년마다 새로 시작하는 제4대, 12년마다 돌아오는 제1회의 첫해입니다. 개교 109년이 되는 해이자 교단 제4대를 시작하는 해입니다. 그래서 지난 2022년에 미래를 열 혁신 과제들을 논의하고 표어를 ‘회복과 전환, 교단을 새롭게! 세상을 이롭게!’로 정했습니다. ‘회복’은 교단과 사회의 성찰과 치유를 지향합니다. 창교의 근본정신을 회복하자는 것이지요. ‘전환’은 물질문명의 변화 속도에 대응해 혁신과 전환을 두려워하지 말고 지혜롭게 대응하자는 것입니다. ‘교단을 새롭게’는 탈종교적 사회 문화 속에서 새로운 종교적 가치를 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세상을 이롭게’는 원불교 구성원들만 지혜롭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취지입니다. 우리의 신앙과 수행이 인류를 낙원으로 인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원불교의 사회적 실천 중 생태환경 운동이 눈에 띕니다. 특히 원불교 RE100,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햇빛발전협동조합 설립은 타 종교에 큰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 나: 원불교 신앙 자세의 최우선 가치는 ‘지은보은’(知恩報恩)입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으면서 한없는 은혜를 주는 생태환경은 우리 모두의 공동자산입니다. 그것을 일러 천지은(天地恩)이라고 합니다. 원불교환경연대,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 등을 비롯한 각종 생태와 환경 NGO를 통해 생태 교리에 대한 학습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한편, 이것을 실천하기 위한 성소인 교당의 지붕에 햇빛발전소를 종교계 최초로 설치해 현재 100곳이 넘는 교당과 기관에 설치, 운영 중입니다. 천지은은 자연과 함께 공존하는 삶을 지향하도록 한 원불교 천지보은 정신의 실현입니다.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원불교인들에게는 숙명과 같은 일입니다. - 오늘날 종교계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일까요? ▲ 나: 세상이 물욕으로 가득 차도 종교만큼은 청정 지역으로 남아있기를 바랍니다. 종교의 세가 커지다 보면 욕심이 생겨 세속화됩니다. 사회가 종교를 염려하는 처지가 됩니다. 종교 인구가 급감하는 현상은 세상이 종교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드러냅니다. 종교가 이 사회에서 정작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어렵고 힘들 때 희망이 되어주는 일을 해야겠지요. 종교인이든 아니든 사람들에게 안식을 주는 정신적 쉼터가 되고, 어려울 때 손을 내미는 따뜻한 이웃이 되면 좋겠습니다. 또 세상이 올바르게 가지 못할 때, 바른길로 가도록 촉구하고 인도하는 일도 해야 할 것입니다. - 우리 사회는 극심한 양극화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종교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 나: 갈등이란 각자 본래 귀한 존재라는 것을 모르거나 우리가 서로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은혜로운 관계임을 몰라서 생깁니다. 나와 내 진영만 옳고 너와 상대 진영은 틀렸다는 생각이 고착돼 있어서 그렇지요. 틀린 게 아니라 단지 다를 뿐이라며 서로를 수용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타종교’라는 용어 대신 ‘이웃종교’라는 표현을 씁니다. 지역 단위에서 종교간 모임을 통해 지역사회를 위해 평화와 평등을 지향하는 공동선 실행에 함께 협력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필요에 따라 그 모임이 전국, 나아가 세계 단위로 확산되면 더 좋겠지요. 원불교는 아직 힘이 부족하지만 국제사회에서 국제연합(UN)과 같은 종교연합(UR, United Religion) 창설을 주창하면서 종교평화운동을 전개하는 것도 그 일환입니다. - 가톨릭신문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나: 원불교에서는 우리 각자에게 본래 부처님 마음이 있다고 합니다. 가톨릭신자 분들도 자신 안에 하느님이 머물고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도 하느님이 있다고 믿어 서로 존중하고 공경하며 살아갑니다. 그런 삶이 일상에서 늘 이어져 여러분과 가정, 또 몸담고 있는 공동체가 항상 평화롭기를 기도합니다.

2024-02-18

[이웃종교 만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종생 목사

양극화된 사회 안에서 종교인들은 사회 통합, 친교와 일치에 기여해야 한다. 이러한 취지에 따라 이웃종교들과의 상호 이해와 협력을 위한 새 기획 ‘이웃종교 만남’을 월 1회 게재한다. 첫 순서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종생 목사를 만나 우리 사회의 현실과 종교인들의 소명을 물었다. 김종생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교단 소속으로 지난해 8월 NCCK 총무로 선출됐다. 김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사회봉사부 총무와 한국교회봉사단 사무총장, 한국종교계사회복지협의회 이사,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이사 등 ‘디아코니아’(‘봉사’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즉 가톨릭교회의 ‘카리타스’와 같은 영역의 사회봉사, 사회선교 영역에서 활동해왔다. - 2024년은 NCCK 설립 100주년입니다. 지난 100년의 의미를 어떻게 요약할 수 있을지요? ▲ 김종생 목사(이하 김): 지난 100년은 하나님께서 생명, 정의와 평화, 창조질서를 보전해온 자취요 흔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인 1924년에 창립된 NCCK 전신,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 창립 목적인 복음 전파, 사회 도덕 향상, 문화 보급에서 교회와 사회를 함께 아우르는 에큐메니칼 연합 정신을 볼 수 있습니다. 이후 NCCK는 우리나라의 근현대사 안에서 독립운동 참여, 다양한 사회운동, 반독재 민주화운동, 인권과 환경운동, 평화통일, 미디어운동 등 겨레와 민족의 발전과 약자와의 동행에 헌신함으로써 예언자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NCCK는 지난해 100주년 기념사업 계획을 발표하시면서 100주년이 일치운동의 새로운 전기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일치를 위한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인지요? ▲ 김: 교회 분열을 이야기하면, 다양한 교파를 형성하고 있는 개신교인으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양성의 난립이 아닌 조화로운 아름다움이 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고민이 많습니다. 일치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있었지만 여전히 천주교와 개신교는 다른 종교라는 인식이 신자들 사이에 많이 있습니다. 불신과 오해를 깨고 우리 모두 형제자매라는 것을 경험하는 장들이 더욱 많아야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자주 만나는 기회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 종교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적어집니다. 종교인들 스스로의 반성도 필요합니다. 오늘날 종교가 직면한 도전은 무엇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 김: 종교의 공공성이 중요합니다. 다문화, 다종교, 다원화된 사회 속에서 소금과 빛의 역할이 어떤 것일까에 대한 성찰이 필요합니다. 혹자는 사회적 약자의 손을 잡아주는 일, 혹자는 전통을 고수하는 보수적 입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종교 안에서도 서로 다른 견해와 노선이 때로는 충돌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시대적 요청을 내 삶의 과제로 받아들이는 수용성입니다. 불안과 불평등의 현실 속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서 그 고통의 현실로 뛰어들어야 고통의 무게를 비로소 알 수 있습니다. 종교가 진리를 말하고 미래를 제시하려면, 스스로 고통받는 이들의 친구가 돼야 합니다. 그래야 종교가 존속할 수 있고, 종교의 공공성도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 가톨릭교회도 쇄신을 위한 성찰과 변화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세계주교시노드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가톨릭교회의 모습에 대해 어떤 인상을 받으시는지요? ▲ 김: 시대적 정신과 가치가 가톨릭 전통과 어떻게 조화되고 시대적 과제에 응답하는 교회로 새롭게 태어날지 기대됩니다. 시노드 관련 문헌 중 “이미 교회 활동에 속한 이들에게만 경청하려는 유혹을 피해야 한다”는 지침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엘리트와 전문가들의 의견들만으로 변화를 모색하려는 안이한 태도에 대한 경고로 이해합니다. 시노드 교회를 모색하는 가톨릭교회의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가톨릭교회의 노력이 종교개혁 500년을 지나는 개신교회에 큰 의미를 줍니다. 100주년 기념사업의 여정에 시노드 정신을 도입하고자 합니다. 신학자와 목회자들이 계도하는 것이 아니라 밑으로부터 신도들의 원의와 견해들을 모아서 100주년을 기한 새로운 교회의 모습을 구상하는 토대로 삼고자 합니다. - 오늘날 우리 사회는 정치,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서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을 보입니다. 그 안에서 종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 김: 종교는 민주주의의 퇴행과 산적한 사회적 문제들 앞에서 양극화 해소가 시대적 과제임을 인식하고 갈등과 대립을 중재하기 위해 나서야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양극화 문제에 침묵한다면 교회는 존재 의미를 상실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사회가 갈등과 이념 대립이 아닌 통합의 길로 돌아서도록 힘써야 합니다. 비인간화된 권력을 비판하고 사회의 비정함을 꾸짖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권력의 중심에 서려는 욕망이나 더 많은 물질을 소유하려고 하면 제자리에 서지 못하게 됩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그 모든 가치의 중심에 있어야 합니다. 어느 한 편에 서기가 어려울 때,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의 편에 선다면 이는 항상 정답일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그러하셨기 때문입니다. - 가톨릭신문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김: 작고 낮아지신 예수 그리스도를 닮는 작은 예수가 되어 각자 삶의 자리에서 생명과 정의, 평화와 창조질서를 보전하기 위하여, 기후재난의 시대 탄소중립의 삶을 살천하며, 우리 사회 변두리를 향하면서, 보다 더 부드럽게 살아갔으면 합니다. 서로 다름을 조립하는 퍼즐처럼! ◇ 올해 100주년 맞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1924년 설립, 올해 100주년을 맞은 개신교협의기구로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 한국구세군, 대한성공회, 기독교대한복음교회, 한국정교회 대교구,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기독교한국루터회 등 9개 회원교단이 참여하고 있다. 그외 CBS기독교방송, 대한기독교서회,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YWCA연합회 등의 연합단체와 14개 지역 NCC협의회가 회원으로 참여한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전 세계 각 개신교 교회들은 자연스럽게 각기 다른 문화와 전통을 갖게 됐다. NCCK는 개별교회들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양성’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고백하는 신앙의 ‘일치’를 추구하는 에큐메니칼 정신을 따라 살아갈 것을 표방한다. 일제강점기에 설립된 NCCK는 민족 독립을 위한 노력으로부터 전쟁 구호와 복지사업 전개, 반독재 민주화 운동, 인권 옹호, 환경운동, 평화통일운동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통해 약자와의 동행을 위해 노력해왔다. 올해 설립 100주년을 맞아 ‘다가올 역사 기억될 미래’를 기치로 다양한 기념사업을 추진한다. 우선 통사 100년사와 기독교사회운동사의 정리, 온라인 아카이브, 다큐멘터리 제작 등 다양한 형식으로 지난 100년의 역사를 정리하고 있다. 특별히 교회 안의 소외된 계층인 청년과 여성들과 관련한 특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무엇보다 과거 100년을 바탕으로 미래 100년을 내다보는 한국 개신교회의 전망을 제시하기 위한 ‘기독교 사회선언’을 준비,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한국 개신교회의 공동선에 대한 기여를 성찰할 예정이다. 창립일인 9월 24일을 전후해 ‘한반도 평화통일’을 논의하는 국제회의를 개최하고 11월에는 100주년 기념대회를 연다.

2024-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