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하느님의 말씀 주일 특집] 성경 쓰는 본당들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4-01-16 수정일 2024-01-16 발행일 2024-01-21 제 3377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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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쓰고 마음에 새기며 하느님 말씀에 스며듭니다
말씀 통한 가정의 성화 이루기 위해
가족 구성원과 함께하는 필사 독려
본당 공동체 이어쓰는 필사로도 확산
주일학교 어린이 신자 호응도 높아

조원솔대본당 성경필사방에서 신자들이 본당 설립 25주년 기념 전 신자 성경쓰기에 참여하고 있다. 조원솔대본당 제공

교구 내 본당들이 새해를 맞아 성경을 필사하며 하느님 말씀을 통해 본당과 가정의 성화를 이루고자 노력하고 있다. 교구 내 본당들은 어떻게 성경 필사를 펼치고 있을까.

가정 성화 위해 복음서 필사하는 본당들

올해도 많은 본당들이 성경필사를 펼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족 성경필사로 가정성화를 도모하는 본당들이 눈길을 끈다.

제1대리구 기안본당(주임 윤범진 도미니코 신부)은 새해를 맞아 ‘전반기 가족 성경필사’를 진행하고 있다. 본당은 가장 작은 교회인 가정 신앙의 기초를 튼튼히 하고자하는 취지로, 1월 1일부터 6월 16일까지 마태오·마르코·루카·요한복음에 이르는 4대 복음서를 가족이 함께 필사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특히 본당은 지난해 SNS를 활용, 묵상을 나누는 성경통독을 운영하는 등 지속적으로 하느님 말씀과 가까이하는 사목을 이어오고 있어, 새해와 함께 성경필사에 도전해보고 싶어 하는 가정들의 호응이 좋다.

제1대리구 보라동본당(주임 방상만 베드로 신부)도 지난 대림 시기부터 ‘우리 가족 사복음서’를 주제로 성경필사를 이어오고 있다. 본당은 가족과 함께 필사하며 ‘말씀으로 사는 가정’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성경필사에 동참하는 가정에 성경필사용지 30장을 제공하는 등 참여를 이끌고 있다.

기안본당 가정분과 장동주(율리아) 분과장은 “저도 가족 성경필사를 시작했는데, 직장을 다니고 있어 쉽지는 않지만, 가족과 함께 성경을 쓰면서 어디까지 썼는지, 무슨 내용을 썼는지 서로 물으며 하느님 말씀을 주제로 가족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기회를 통해 아이들이 말씀을 한 번이라도 적어보고, 또 부모님이 하느님과 가까워지기 위해 이런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분당성마태오성당에서 열린 본당 성경필사 전시회 모습. 분당성마태오본당 제공

다양한 성경필사 전개하는 본당들

제2대리구 분당성마태오본당(주임 최중혁 마티아 신부)은 올해를 성경필사 5개년 계획 중 3년 차로 보내고 있다. 본당은 2024년 성경필사 범위를 욥기에서 집회서에 이르는 ‘시서와 지혜서’로 삼았다. 본당은 필사를 완료한 신자들의 필사본을 제본해주고 해마다 12월 완성된 필사본들을 전시하며 성경필사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제1대리구 삼가동본당(주임 현영민 루도비코 신부)도 올해 1~11월 성경필사를 진행하고 있다. 본당은 ▲오경 ▲역사서 ▲시서·지혜서·예언서 ▲신약 등으로 단계를 구분해 각 단계마다 필사완료자들에게 축복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제1대리구 발안본당(주임 조영준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은 2024년 주일복음쓰기를 진행하고 있고, 제2대리구 성남고등동본당(주임 신윤섭 안셀모 신부)도 본당 주임신부 사목권고로 신약성경 필사를 권장하는 등 성경필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분당성마태오본당 교육분과 성나영(헬레나) 분과장은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을 위해 댁에 방문해서 필사본을 가져온 적이 있는데, 침대맡이나 책상에 항상 성경이 펼쳐져 있었다”면서 “늘 말씀과 가까이하는 모습을 봤고, 성경필사와 통독을 함께 하는 분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본당에서 3년째 성경필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신자분들이 처음에는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마음이 컸지만, 성경을 필사해 나갈수록 점점 더 겸손해지게 되는 것 같다는 소감을 말씀하신다”고 전했다.

2013년 10월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교구 설정 50주년 신앙대회 및 감사미사 중 186개 본당 신자들이 함께 쓴 대형성경필사본이 봉헌되는 모습.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공동체가 함께하는 성경필사

이렇게 많은 본당들이 성경필사에 열기를 띠는 것은 교구가 꾸준히 전개해온 성경필사 운동의 영향이 크다.

교구는 1994년부터 교구 차원의 성경필사 운동을 전개해왔다. 특히 1996년 신구약 완필자 65명에게 교구장 축복장을 수여한 이래, 해마다 교구 성경잔치에서 필사 성경을 전시하며 완필자들에게 교구장 축복장을 전달하고 있다.

교구 성경필사 운동은 개인 필사뿐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이어 쓰는 필사로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13년 교구 설정 50주년에는 교구 내 모든 본당 신자들이 함께 대형성경필사본을 봉헌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후로도 교구 내 본당들은 본당 설립 기념 등 공동체에 의미 있는 시기에 전 신자가 함께 성경쓰기를 실시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도 본당 설립을 기념하면서 전 신자 성경쓰기를 진행하는 본당들이 있다. 제1대리구 조원솔대본당(주임 유해원 다니엘 신부)은 본당 설립 25주년을 준비하면서 전 신자 성경필사를 진행하고 있다. 본당 교리실을 성경필사방으로 꾸미고 2024년 1년 동안 신자들이 자유롭게 방문하며 성경을 필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본당 성경필사방은 최대 6명이 각자 자기가 원하는 성경 부분을 필사할 수 있도록 조성됐다.

또 제1대리구 비전동본당(정연혁 베드로니오 신부)과 제2대리구 월피동본당(주임 이건복 바오로 신부)은 본당 설립 30주년을 기념하면서 전 신자가 함께 필사를 통해 본당의 성경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조원솔대본당 신미숙(데레사) 총무는 “소공동체별로 나눠서 쓰면 더 빨리 쓸 수 있겠지만, 성당 모든 신자들이 함께했으면 하는 취지로 본당 차원에서 성경필사방을 조성했다”며 “일부러 찾아와 필사하시는 분부터 성체조배, 미사로 성당을 왔다가 쓰고 가는 분들도 있고, 주일학교 어린이들도 참여하고 있어 신자들의 호응이 높다”고 밝혔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