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하느님의 자비를 온 세상에

박영호
입력일 2024-04-02 수정일 2024-04-02 발행일 2024-04-07 제 3387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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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부활 제2주일을 ‘하느님의 자비 주일’로 지내고 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2000년 4월 30일 폴란드의 마리아 파우스티나 수녀를 시성하면서 세상에 하느님 자비가 얼마나 절실하게 요청되는지를 일깨웠다.

이 시대는 자비를 요청한다. 끊임없는 국가간 분쟁과 내전, 억압과 차별 등 불의와 죽음, 폭력의 문화가 여전히 만연해 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은 비참한 삶을 살아가고 물질 중심의 가치는 지구와 생태계를 파괴해 공멸의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올해 예수님의 부활을 맞은 인류는 자비가 결여된 세상의 참상을 안타깝게 목격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님 부활 대축일인 3월 31일 중동과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전쟁의 현장에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하면서 평화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용서로써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우리 사회도 서로를 수용하고 용납하지 않는 극단적 대립으로 점철돼 있다. 여야는 공동선에 헌신하기보다는 서로 비난하는 권력 다툼에 빠져 있고 정부와 의료계는 환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대치하고 있다. 그 와중에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사회적 보호망은 갈수록 허술해지고 있다.

그리스도인은 하느님께서 몸소 보여주신 자비의 모범을 따라 살아야 한다. 갈라진 이들이 서로에 대한 자비로운 사랑을 회복하도록 ‘자비의 관리자이며 분배자’가 돼야 한다. 때마침 우리는 선거를 앞두고 있다. 선거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구하려는 다툼의 행위로 여겨져서는 안된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선거는 공동선의 실현에 헌신하고 하느님 나라를 이 땅에 현실적으로 구현하는 구체적인 사랑과 자비의 행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