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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이 만난 사람] 40년간 MBW 봉사 류기식 봉사자

정리 방준식 기자 bjs@catimes.kr rn사진 박원희 기자
입력일 2017-07-11 수정일 2017-07-12 발행일 2017-07-16 제 3053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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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부터 내적 쇄신해야 교회가 변합니다”

류기식 봉사자는 하느님이 지금 이 자리에 현존하시는지 자문하며 예언자직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평신도의 임무는 자신의 소명에 따라 일을 하고 하느님 뜻대로 관리하며 하느님 나라를 추구하는 것이다. 교회 생활 최전선에 있는 평신도들은, 교회에 활력소를 불어넣고 사회를 쇄신케 하는 주춧돌이다.

한국교회 평신도들은 개인 또는 단체를 통해 하느님 구원 소식을 온 세상에 알리는 일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또 평신도 봉사자로서 수십 년간 교회를 위해 헌신해온 교회원로들은 한국교회 발전을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지난 40년 간 MBW(Movement for a Better World, 그리스도공동체 수련회)에서 봉사해온 류기식(요한·85·대구 죽전본당)씨도 그들 중 한 명이다. 은퇴 후에도 사회교리 관련 책자를 발간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류 봉사자를 본지 장병일 편집국장이 만났다.

▲장병일 편집국장(이하 장 국장) : 교회에서 오랜 기간 봉사하신 어르신으로서 이 자리에 모시게 됐습니다. 40년 동안 교회에서 봉사하셨는데 지나온 삶의 여정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류기식 봉사자(이하 류 봉사자) : 대구 주교좌 계산본당에서 세례를 받고 30대 후반부터 대덕본당에서 예비자 교리, 본당 신자 재교육 등을 하며 봉사했지요. 한창 공동체 묵상 등 활동에 열심히 임하고 있을 때였고 신앙의 길이 어떤 것인지 알아가는 단계였는데 1978년 MBW 수련회에 참가했다가 영성에 감동해 가입하게 됐습니다. MBW는 제게 신앙의 참된 의미를 제시해준 단체입니다. 모든 가톨릭 원리들이 MBW 영성에 포함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활동하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장 국장 : 입교하시게 된 계기와, 봉사자님의 신앙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소들은 무엇이었는지요?

-류 봉사자 : 동생이 신부이기도 했지만, 우리 가족 중에 제가 제일 늦게 입교했습니다. 사실 입교 전에는 천주교를 믿는다고 해서 과연 구원받을 수 있을 것인지, 미사도 모두 부질없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입교하고 나니 문득 ‘겉모습만 볼 것이 아니라 내적인 부분을 더 중요하게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부터 MBW에 대해 더 잘 이해하기 시작했고 제 초기 신앙에 크게 영향을 미쳤지요. 또 사회적 약자를 위해 살다 군부에 의해 암살당하신 엘살바도르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님도 제게 큰 감동을 주신 분입니다.

▲장 국장 : 한국교회 전반에 대한 봉사자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외형적으로는 크게 발전하고 있지만 냉담교우 수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말씀해 주신다면?

- 류 봉사자 : 적어도 6개월 정도 충분히 교리교육을 시키고 세례를 받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냉담교우가 계속 늘어나는 것은 세례 받기 전 교육이 부실하고, 본당에도 모범으로 삼을 만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회 내적으로 성직자는 물론 기존 신자들도 계속 노력을 해야 하는 이유죠. 교회 구성원 모두, 나 자신부터 쇄신하려고 해야 합니다. 개인이 변해야 가정 공동체가 바뀌고 본당 공동체가 바뀔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모든 신자들이 마음 속으로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대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왜 천주교인이 됐느냐’라는 질문에 진정으로 대답할 수 있어야 초심을 돌이켜볼 수 있을 것입니다.

▲장 국장 : 청소년 등 젊은 층 신자들이 교회에 잘 나오지 않는 문제, 성직자 중심주의 등 문제도 있는데 개선 방안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류 봉사자 : 주일학교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사 기본 자질을 양성하기 위해 연수를 강화하고 교재에 대해 토론하는 등 ‘내가 왜 교리를 가르쳐야 하는가’를 교사들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일선 학교 교육 시스템을 주일학교에 접목시키면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신부님들도 평신도들에게 무엇인가를 바랄 것만이 아니라 평신도들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고민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장 국장 : 한국교회가 선교 방법적인 부분에 있어 어떤 것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류 봉사자 : 선교는 ‘홍보’와는 다릅니다. 선교는 내적으로 충실하게, 그리스도 이념과 정신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선교하는 자기 자신이 하느님을 제대로 체험하고 느끼고 믿고 있는지 알아야 타인에게 제대로 된 선교를 할 수 있는 것이죠. 막연한 생각에 목표의식이 결여된 채로 신앙생활을 하는 것 자체가 제대로 된 선교를 가로막는 요인입니다. 세월만 간다고 해서 제대로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언자직, 사제직, 왕직이라는 신앙인의 3대 의무 중 저는 예언자직을 강조합니다. 예언자직이라는 것은 하느님 말씀을 맡아두고 전달한다는 의미를 넘어, 하느님이 지금 이 자리에 현존하시는지 자신에게 자문하는 것을 뜻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하느님이 현존하는 곳이 곧 천국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죠.

▲장 국장 : 최근 사회교리 관련 책자도 번역 출간하셨습니다만, 시국 영향으로 사회교리가 신앙인들 사이에 요즘 큰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사회교리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류 봉사자 : 책을 번역하면서, 한국교회와 사회 전반의 현실을 생각하면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교리를 일반 신자들이 잘 알기 위해서는 현상으로 나타나는 시대의 징표들을 파악해야 합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겨나는지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죠. 이를 위해서는 미리 계획하고 실천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가톨릭신문과 같은 교회언론을 통해서도 일반 신자들이 사회교리를 잘 파악할 수 있습니다.

▲장 국장 : 봉사 일선에서는 물러나셨지만, 그리스도인이라는 직분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신앙인으로서 앞으로 어떤 삶을 계획하고 계십니까?

-류 봉사자 : MBW를 은퇴했지만 틈틈이 협조하면서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싶습니다. 또 제가 가지고 있는 자료를 정리해서 사회교리 등 관련 서적도 몇 권 더 번역하고 싶습니다. 말씀드렸던 대로, 예언자직은 ‘하느님이 현존하시는 자리’를 떳떳하게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입니다. 예언자직에 충실하면서, 진정한 신앙인로서 남은 여생을 보내는 것이 제 소원입니다.

교회 쇄신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는 류기식 MBW 봉사자와 장병일 본지 편집국장(오른쪽).

■ 류기식 봉사자는…

1962년 세례를 받고 지난 1978년부터 40년 간 대구대교구 MBW 봉사자로 활동해왔다. 1998년에는 로마에서 MBW 봉사자 교육을 마치고 전담자(FT, Full Time Member) 자격증을 획득했다.

레지오 마리애, 사목위원, 예비신자 교리교사 등 본당 활동에도 정열을 쏟았으며 일선 학교 영어 교사로 후학들을 양성하다 1997년 은퇴했다. 지난 4월 사회교리 전반적인 배경과 의미를 담은 서적 「가톨릭 사회교리서」를 번역 출간하기도 했다.

정리 방준식 기자 bjs@catimes.kr rn사진 박원희 기자 petersco@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