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사랑으로… / 오한나

오한나(한나)(제1대리구 죽전1동본당)
입력일 2021-12-01 수정일 2021-12-08 발행일 2021-12-05 제 3272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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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은 동료 주일학교 교사 ‘체칠리아’의 축일이기도 했습니다.

교사 축일이 있는 날이면 아침부터 온라인 단체 대화방 알람이 정신없이 울립니다. 생일날은 못 챙겨주어도 축일만큼은 서로 정성을 다해 축하 인사를 건네기로 한지라, 이날만큼은 ‘축하해요’ 정도가 아니라 평소에 ‘그에게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 ‘전하고 싶었던 속 이야기’들을 날을 잡은 듯 작정하고(?) 공개적으로 대화방에 고백합니다.

‘잘한다, 수고한다, 네가 최고다’가 가득한 장문의 메시지들을 읽다 보면 동료애는 물론이고 무슨 일도 다 해낼 것 같은 자신감이 솟습니다.

이렇게 따뜻한 말만 들으면 좋으련만 어떤 날은 가슴을 후벼 파는 날카로운 말을 듣기도 합니다.

듣는 이유가 있을 것이고, 이런 말들 또한 나를 쓰임새 있게 다듬어 주시는 하느님의 담금질이시겠거니 생각하지만 ‘조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가 선뜻 나오지 않는 것이 진심입니다.

어느 날 개구리들이 ‘아주 높은 탑에 누가 올라갈 수 있는가’를 두고 내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몇몇은 대표선수가 되고 몇몇은 옆에서 응원하게 되었는데, “그 탑이 얼마나 높은지 저곳에는 아무도 못 오를 것”이라고, “경사도 너무 가팔라 절대 못 오를 것”이라고 모두 수군거렸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은 선수 개구리들은 힘이 빠져 대부분 포기하였는데 오직 한 마리의 개구리가 힘든 줄도 모르고 꼭대기까지 오르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알고 보니 그 개구리는 귀머거리였다고 합니다.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말을 듣고 있으면, 모든 일이 불가능할 것만 같습니다. 이럴 땐 잠시 귀머거리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반대로 힘을 실어주는 다정하고 긍정적인 말들은 모든 일에 의미를 돋아주며 결국 원하는 것을 이뤄낼 힘이 되어줍니다. 이럴 땐 귀를 활짝 열고 긍정의 에너지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오늘도 한 동료 교사가 힘든 직장 일에 치여 봉사를 소홀히 하게 된 상황이 너무 속상하다며 연락을 해왔습니다. 진심으로 ‘그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그래서 얼마나 고마운지’ 제 마음을 전했습니다. 지친 그분에게는 긍정의 에너지가 필요했을 것이고 보잘 것 없는 저의 응원이 힘이 되었을 것입니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 마음을 모아 청하면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이루어주실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늘 ‘잘한다’, ‘고생한다’고 사랑 가득한 말만 해주는 공동체 식구들과 함께이니, 청하는 모든 일 또한 주님께서 원하시는 사랑으로 이루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오한나(한나)(제1대리구 죽전1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