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대구대교구 성경식물원 ‘바이블가든’

우세민 기자
입력일 2022-09-20 수정일 2022-09-20 발행일 2022-09-25 제 3311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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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만 했던 성경 속 식물 직접 만나보세요”
경북 경주시 진목공소에 위치
성경 속 식물에 대한 이해로
말씀의 의미 깨닫도록 이끌어

안계복(왼쪽)·김영숙씨 부부가 바이블가든에서 석류나무를 소개하고 있다. 이스라엘 7대 작물 중 하나인 석류 열매는 하느님의 복을 상징한다.

가경자 최양업 신부가 사목했던 진목공소 뒤편에 성경 속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경북 경주시 산내면에 있는 성경식물원 ‘바이블가든’이다. 대구가톨릭대 조경학 교수를 역임했던 안계복(베르나르도)씨와 「성경의 식물 명칭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영숙(클라라)씨 부부가 조성한 곳이다.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입성할 때 군중들이 흔들었던 대추야자나무, 초막절에 초막을 만드는 데 사용됐던 미르투스가 어떻게 생겼는지 직접 볼 수 있다. 예수님의 시신을 감쌌던 아마포의 재료인 아마도 있다. 성지를 방문하면서 성경 속 식물을 직접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 때 우리는 흔히 군중들이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었다고 알고 있지요. 중국의 성경을 우리말로 옮기면서 생긴 번역상 오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종려나무와 대추야자나무는 열매와 잎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기에, 군중들은 대추야자나무를 흔들었을 것입니다.”

바이블가든에는 성경에서 접했거나 유다 민족들의 생활과 밀접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상상만 했던 식물들을 눈으로 보고, 안계복·김영숙씨 부부의 친절한 해설이 곁들여지면서 말씀에 담긴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묵상으로까지 나아가게 된다.

“야곱과 에사우가 맏아들의 권리를 두고 거래했던 불콩죽 아시지요? 이게 불콩인데요. 요즘 슈퍼푸드로 각광받는 렌틸이 바로 불콩입니다.”

부부는 안씨의 퇴임 후 삶을 설계하면서 “성지가 있는 곳에 성경 속 식물 정원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3년 전부터 바이블가든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식물 재배. 덥고 건조한 이스라엘 기후에서 자라던 식물들을 한국 땅에서 키우는 것에는 시행착오들이 있게 마련이다. 부부는 정원과 온실을 옮겨가며 한국에 맞는 각 식물의 생장 조건을 연구하고 있다.

“보기 좋게 꾸미기보다는 자연과의 조화를 생각합니다. 이곳을 찾는 분들이 자연 안에서 하느님의 피조물과 어우러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조성하고 싶습니다.”

바이블가든이 있는 진목정성지와 진목공소는 신유박해(1801년) 이후 신자들이 박해를 피해 살았던 곳이며, 최양업 신부도 이곳에서 사목했다.

※문의 010-3072-1123 안계복(베르나르도)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