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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사형제 위헌’ 심판 첫 공개변론…청구인 측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안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09-06-17 수정일 2009-06-17 발행일 2009-06-21 제 2653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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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적 폐지·대체 입법’에 관심 집중

헌법재판소가 11일 사형제 위헌 여부 판단을 위한 공개변론을 열어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은 세계 사형폐지의 날 기념식에서 사형제 폐지를 촉구하는 퍼포먼스 모습.[자료사진]
‘사형’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사형제’가 1996년 합헌 판결을 받은 지 13년 만에 다시 법의 심판대에 올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6월 11일 오후 서울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사형제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공개변론을 열었다. 사형제에 대한 공개변론이 열리기는 헌재가 생긴 이래 처음이다.

‘사형제’ 위헌여부를 놓고 찬반 양측의 공방이 팽팽히 맞선 이날 변론에서 재판관들은 사형제의 위헌 여부보다는 단계적 사형 폐지와 입법적 대체에 관심을 보여 사형제에 대한 달라진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했다.

위헌제청신청 대리인으로 나선 김형태 변호사(주교회의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운영위원장)는 변론에서 “생명은 모든 권리의 기본이고 핵심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우리 헌법상 그대로 해석하면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는 생명 침해인 사형제도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김 변호사는 또 “사형제 폐지에 대한 찬성도는 50%를 넘기 어렵지만 여론과 헌법정신은 다르다”며 “프랑스도 1981년 국민의 66%가 반대했음에도 사형제를 없앴다”고 밝히고 “사형제는 사형수의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침해함은 물론이고, 법 규정에 의해 사형을 선고해야 하는 법관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상갑 변호사도 “인혁당 사건처럼 오판에 의한 사형 판결이 집행된 경우 어떤 방법으로도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며, 정치적으로 오용될 우려가 상존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측 대리인 성승환 변호사는 “인간의 죽음에 대한 본능적 공포를 감안한다면 무기징역보다는 사형이 훨씬 더 범죄 예방 기능이 크다”고 주장했다.

김희준 법무부 공판송무과장은 “실무상 사형선고는 엄격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현재 사형수 가운데 정치범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사형제가 정치적, 자의적으로 이용되거나 오판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사형제 위헌 및 폐지를 주장하는 청구인 측 변호인단은 사형제의 대안으로 ‘가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을 제안했다. 이들은 “사형제도를 통해 국가가 달성하려는 범인의 격리나 범죄 예방은 가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에 의해 충분히 달성될 수 있으며, 사형제가 살인 등 반인륜적 범죄 예방 효과에 대해 입증된 바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는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쳐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현재의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6명 이상이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사형제 폐지나 개선 의견을 밝혔고 이강국 헌재소장도 “어떤 식으로든 사형제가 폐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해 헌재의 결정이 바뀔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는 59명의 사형수가 있지만 지난 11년 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사형폐지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서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