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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기획] 단식의 의미와 실천 ① 가톨릭에서 바라보는 단식

곽승한 기자
입력일 2009-03-03 수정일 2009-03-03 발행일 2009-03-08 제 2638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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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은 회개의 열매를 맺기 위한 참회 행위
덕을 강화시키며 기도하는 삶·평온의 원천
이마에 재를 얹는 예식으로 시작, 40일간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 동참하는 회개와 보속의 시기 ‘사순시기’가 시작됐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이번 사순기간을 맞아 발표한 담화에서 특별히 단식의 가치와 의미에 관해 역설했다. 사순시기를 맞아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기 위한 참회 행위인 ‘단식’에 대해 알아본다.

단식(斷食)은 동서양의 종교 속에서 거의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수행방법으로, 일정 기간 동안 모든 음식섭취를 끊는 것을 말한다.

그리스도교적인 관점에서도 단식의 근본적인 정신은 다른 종교와 크게 다를 바 없으나, 특별히 가톨릭교회에서의 단식은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기 위해 참회 행위로 여겨진다. 한국가톨릭대사전은 단식에 대해 “음식과 음료를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절제하는 행위”인 동시에 “은총의 순간이고 덕을 강화시키며 기도하는 삶과 평온의 원천”이라고 정의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도 ‘전례헌장 110항’을 통해 단식 실천을 권위 있게 요구한다. 즉 파스카적 단식 계명을 공포하면서 사순절의 시작과 성금요일, 그리고 합당하다고 생각되면 성토요일에 실행하도록 선포했다.

오늘날 한국 교회의 규정에 따르면, 만 18세부터 60세까지의 모든 신자들은 재의 수요일과 성금요일에 금식재를 지켜야 한다는 최소한의 의무만을 명시하고 있다. 단식의 방법도 과거에는 단식일에 두 끼는 금식하고 한 끼만 가벼운 식사를 허용했으나, 오늘날에는 통상 한 끼만 금식하고 두 끼의 가벼운 식사를 할 수 있다. 이는 신자들 각자가 나름대로 자신의 죄를 보속하는 정신으로 절제와 희생을 함으로써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함이다. 또한 과거에는 단식을 통해 그리스도의 고통에의 동참을 지향했으나, 오늘날에는 이뿐만 아니라 단식으로 절약한 것을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과 나눈다는 점에서 단식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단식의 의무에서 제외되는 이들은 노약자나 임산부, 환자나 중노동에 종사하는 사람과 특별히 허락받은 사람 등이다.

특히 그리스도인들의 단식은 건강을 위해 행하는 일반 단식이나 체중 감량(다이어트)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의 단식은 단순히 음식을 절제하거나 특정한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아닌, 죄와 악행을 끊어버리고 하느님께 향할 수 있게 하는 극기와 참회의 행위로 거듭나야 한다. 이와 함께 기도와 뉘우침, 그리고 사랑을 동반하는 ‘영적 단식’이 돼야 한다.

일반적으로 단식은 그 고유한 의미와 동기 때문에 기도나 선행과 대체될 수는 없다. 아울러 단식은 하느님과의 친교 안에서 음식에 대한 탐도로부터 생명력을 해방시키며, 육체 안에서 생명을 유지시키는 분은 하느님이심을 나타내고, 사랑의 정의의 실천을 위한 연대의 표지이다.

한편에서는 물질적인 풍요 속에 낭비를 일삼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기아와 빈곤 속에 허덕이고 있는 현대 사회 속에서, 사랑과 정의의 실천이란 맥락에서도 또 다른 ‘단식’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따라서 단지 교회가 정한 규정을 준수하는 차원을 넘어 이웃 사랑의 실천으로도 단식의 행위는 영신적인 가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곽승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