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1987년 미얀마 해역서 사라진 ‘KAL858기’ 가족회지원단 총괄팀장 신성국 신부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19-02-25 수정일 2019-03-04 발행일 2019-03-03 제 3134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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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명 이웃들 아직 바다에… 억울한 마음 돌봐야”
32년간 한 점 유품도 못 찾아
수사라도 시작하는 것이 도리
합금 기체여서 원형 보존 가능

KAL858기 가족회지원단 총괄팀장 신성국 신부가 2월 20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근처 카페에서 “KAL858기 희생자들의 유해 수습이 하루빨리 진행돼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2년 전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의 블랙박스인 항해기록저장장치(VDR)가 3461m 심해에서 2월 18일 회수됐다.

이보다 30년 앞선 1987년 11월 29일 승무원과 탑승객 115명을 태운 KAL858기는 미얀마 안다만 해역에서 사라져 아직도 깜깜한 바다 밑에 있다. 32년간 한 구의 시신도, 한 점의 유품도 돌아오지 못했다.

2월 20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근처 카페에서 만난 KAL858기 가족회지원단 총괄팀장 신성국 신부(청주교구)는 “정부가 스텔라데이지호의 블랙박스를 회수했다는 소식에 기쁜 마음과 함께 희망이 보인다”면서 “KAL858기 잔해물이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해역의 수심은 35m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해역보다 훨씬 얕다”고 밝혔다.

신 신부는 “KAL858기는 1990년 미얀마 앞바다에서 동체가 발견된 데 이어 1996년 미얀마 어부에 의해 항공기 랜딩기어가 발견됐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수색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항공기 사고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International Civil Aviation Organization) 규정에 따라 사고발생국인 미얀마 정부가 수색작업을 하고 조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도 미얀마 정부는 우리 국정원이 쓴 보고서를 제출했다”며 “이는 명백히 ICAO 표준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신부는 “지금이라도 제대로 수색을 시작해 한 구의 시신이라도 찾아야 한다”면서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사고 비행기는 합금으로 제작됐기 때문에 햇빛을 받지 않는 바다 속에서는 쉽게 녹슬지 않아 원형 보존 가능성이 큰 만큼 유해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KAL858기의 희생자 115명 중 90명이 중동으로 파견된 노동자들이고 20명이 승무원, 나머지가 일반 승객들이다.

신 신부는 “한국이 경제 호황기를 누리던 1980년대에 중동까지 가서 일할 정도였으면 힘없는 서민들이 희생된 것”이라며 “가족들은 가장을 잃었고 유가족인 아내들이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 힘겹게 어린 자녀들을 키웠다”고 밝혔다. 또한 “명절이 되면 유해가 없으니 유가족들은 차례 지내기도 어려워 정신적인 고통이 크고, 한 조각의 유골과 한 점의 유품이라도 회수되기를 바랄 뿐이다”고 호소했다.

신 신부는 “이토록 힘든 시간을 보내왔기에 현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현 정부가 억울한 일을 겪고 있는 국민들의 요구를 들어줄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국무총리실에서 면담도 하고 적극 검토해 보겠다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3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고 덧붙였다.

신 신부는 “올해는 KAL858기 희생자들의 유해를 반드시 찾아올 것을 다짐한다”며 “미얀마 앞바다에 버려져 있는 대한민국 국민의 유해를 우리 손으로 모셔오는 것이 희생자들에 대한 국가의 도리이자 의무”라고 강조했다. 또한 “억울한 사람들이 있으면 그들의 편에서 함께 연대하는 것이 종교의 역할이고 성직자가 할 일이다”며 “누구도 관심 가져주지 않는 외로운 싸움일지라도 끝까지 유가족들과 함께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