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성주간 전례 Q&A - 새 신자 궁금증 전례단장이 답하다

박효주
입력일 2024-03-15 수정일 2024-03-21 발행일 2024-03-24 제 3385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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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거룩한 시기…특별한 예식과 전례로 파스카 신비 드러내

성주간(聖週間)은 교회 전례력 중 가장 거룩한 시기다. 신자들은 부활의 기쁨이라는 절정을 위해 회개와 보속으로 사순 시기를 지낸 뒤 성주간을 맞이한다. 성주간은 특별한 예식과 전례가 많아 일반 신자들도 매년 새로울 수 있다. 성주간을 처음 보내는 신자들에게는 더욱 생소할 것이다. 지난해 주님 성탄 대축일에 세례를 받은 새 신자 효주 아녜스씨와 본당 전례단장 모세씨의 대화를 통해 성주간의 의미를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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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님 수난 성지 주일 미사에서 사제 입당 시 신자들은 종려 나뭇가지를 들고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재연한다. OSV 자료사진

■ 주님 수난 성지 주일 
     - 환호와 비난 대비시켜 그리스도 수난과 죽음 선포

Q. 효주 아녜스: 다들 나뭇가지를 들고 무엇을 하는 건가요?

A. 모세: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 행렬과 환영하는 군중을 재현한 것이죠. 군중들이 외치는 “호산나”는 ‘구원하소서’를 뜻하는 히브리에서 유래한 말로 기쁨과 승리의 환호성입니다. 또 군중이 들고 있는 나뭇가지는 영원한 생명과 승리를 상징합니다. 성경에는 종려나무 가지가 나오지만 우리나라는 사철 푸른 편백나무(혹은 측백나무) 가지를 사용하지요. 이날 축성된 성지(聖枝)는 보통 각 가정에 가져가 십자고상 뒤에 꽂아 약 1년간 보관한답니다.

Q. 효주 아녜스: 그런데 그렇게 환호하던 것과는 달리 수난 복음에서는 군중이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라고 소리치네요.

A. 모세: 이렇게 극적으로 두 가지 주제를 대비시킴으로써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이 엄숙하게 선포되는 겁니다. 오늘 전례의 핵심은 예수님 죽음에 관한 신비의 묵상이지요. 신부님이 입으신 홍색 제의도 승리와 수난을 둘 다 의미합니다.

■ 성목요일과 주님 만찬 미사 
     - 예수님과 제자들 마지막 만찬 재현하고 수난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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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목요일에는 사제가 신자들의 발을 씻어주는 발씻김 예식이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Q. 효주 아녜스: 성유 축성 미사는 무엇이고, 교구의 신부님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유는 뭔가요?

A. 모세: 먼저 성유란 본당에서 1년간 집전되는 여러 성사와 축성 등에 쓰이는 기름을 말합니다. 축성 성유, 병자 성유, 예비 신자 성유 이렇게 세 가지가 바로 이 미사에서 축성됩니다. 축성된 성유는 각 본당 사목자나 대리인이 직접 받아 본당에 가져갑니다. 오늘은 또 성유 축성뿐 아니라, 주교님과 교구 신부님이 공동으로 미사를 집전하며 일치와 친교를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해요. 처음 서품받은 때의 예수님과의 약속을 기억하며 재다짐하는 ‘사제 서약 갱신식’도 하지요.

Q. 효주 아녜스: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는 뭔가요?

A. 모세: 예수님께서 잡히시던 날 밤에 제자들과 함께하신 마지막 만찬을 재현하는 미사입니다. 예수님은 이날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당신의 몸과 피를 하느님께 봉헌하셨죠. 발씻김 예식도 그날 밤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것처럼 사랑과 겸손을 사제가 표현하는 것이랍니다.

Q. 효주 아녜스: 오늘 미사 후로 바뀌는 게 많은 것 같네요?

A. 모세: 맞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 미사를 시작으로 예수님의 수난에 동참합니다. 파스카 성야 미사 전까지 어떤 종도 치지 않음으로써 귀의 즐거움을 절제하고, 수난 감실에 사제가 성체를 옮긴 뒤 본당 공동체가 돌아가며 밤샘 조배를 하죠. 그래서 제대의 감실은 비어 있게 됩니다. 또 제대보를 벗겨 놓는데, 오늘부터 어떤 전례도 거행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십자가는 치우거나 천으로 가려야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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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목요일 미사 후 성체는 감실을 떠나 수난 감실로 이동한다. 사진 이승환 기자

■ 주님 수난 성금요일
      - 미사 거행하지 않고 주님의 십자가 죽음 깊이 묵상

Q. 효주 아녜스: 주님 수난 성금요일 예식은 무엇인가요?

A. 모세: 오늘은 예수님의 수난과 십자가 위의 죽음을 어느 때보다도 깊게 묵상하는 날입니다. 교회의 오랜 관습에 따라 고해성사와 병자 도유 외 다른 성사는 거행하지 않습니다.

Q. 효주 아녜스: 오늘은 왜 미사가 아닌 ‘예식’이라 부르나요?

A. 모세: 성목요일 주님 만찬 미사와 오늘 수난 예식이 완전하게 일치한다는 의미를 담아, 오늘은 성찬 전례를 거행하지 않습니다. 수난 예식은 말씀 전례, 십자가 경배, 영성체 순서로 거행되지요. 그래서 미사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 성토요일
     - 무덤에 계신 주님 묵상…1년 중 유일하게 전례 없어

Q. 효주 아녜스: 오늘은 전례 상 일 년에 단 하루밖에 없는 특별한 날이라고요?

A. 모세: 맞아요. 일 년 중 유일하게 전례가 없는 날입니다. 성금요일처럼 고해성사와 병자 도유를 제외하고는 어떤 성사도 거행하지 않죠. 하지만 임종하는 이를 위한 노자(路資)성체를 모실 수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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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카 성야 '빛의 예식' 때는 어둠 속에서 부활초에 빛을 밝힌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파스카 성야
     - 어둠에서 빛으로…기쁨 속에 성대하게 주님 찬미

Q. 효주 아녜스: 신부님이 깜깜한 어둠 속에서 굉장히 큰 초에 불을 붙이시네요?

A. 모세: 파스카 성야 1부 ‘빛의 예식’입니다. 큰 초는 부활초인데 돌아가셨다가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하죠. 초에는 ‘A’(알파)와 ‘Ω’(오메가), 그 해의 연수가 표시돼 있습니다.

Q. 효주 아녜스: 오늘은 독서가 7개나 되고, 얼마 전 경험한 세례식과 비슷한 예식도 있네요.

A. 모세: 2부 ‘말씀 전례’에서 구원의 역사를 보여주는 구약과 신약이 봉독됩니다. 독서가 무려 일곱 개지만 몇 개는 생략할 수 있지요. 하지만 탈출기 14장은 반드시 봉독돼야 합니다. 3부 ‘세례 전례’에서는 신자들이 세례 서약을 갱신하는데 그 전에 실제 세례식을 하기도 해요. 4부 ‘성찬 전례’에서는 새 신자가 빵과 포도주를 봉헌하기를 권고해요. 오늘 밤 파스카 성야는 교회 전례 중 가장 성대하게 거행합니다.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
이형준 기자 mosse6@catimes.kr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

이형준 기자 mosse6@catimes.kr